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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경국지색 - 말희

2009.06.07 17:4506.07

이 경국지색 시리즈는, 중국 고대사의 유명한 미녀들로 나라를 멸망시켰다는 평가를 듣는 말희, 달기, 포사에 관한 것이다. 역사는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물며 사료라고는 거의 없고, 고증도 변변찮은 이들 경국지색들에 관해선 무엇 하랴. 고로 나는 내 입맛대로 사료를 취사선택해서 임의대로 이 소설들을 썼음을 고백한다. 이 글은 하나라의 왕후 말희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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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 - 말희


말희는 사내 앞에서 장난스럽게 양 손목을 흔들었다.

짤랑, 짤랑.

말희가 손목에 찬 구리 고리가 부딪치면서 와르르 소리를 냈다. 하나하나의 고리들은 매우 가늘었지만 수없이 많다 보니 묵직해보였고 소리도 컸다. 말희는 양 다리도 흔들었는데, 발목에도 수많은 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사내는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사내는 말희의 눈치를 보았다. 사내에게 말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였다.

올해로 이팔청춘 16살인 말희는 모든 면에서 이미 무르익은 여자였다. 황하 강의 지류에 있는 부유한 수렵채집 사회인 유시씨족에서 말희는 수많은 남자들의 총애를 받아 왔다. 남자와 성교를 즐길 때마다 말희는 한 명당 한 개씩 손목과 발목에 차는 고리를 늘렸다. 말희는 자신의 큼직한 집에 남자들이 주는 선물을 쌓아 놓고 살았다. 그 선물들만으로 노동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말희의 매력과 끼는 넘쳤다.

하지만 말희는 가끔 사냥터에도 나섰고, 활이랑 칼을 잘 다루었으며, 채집을 하는 데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남자도 여자도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했고, 웃어른을 섬기고 아랫사람에게 친절했다. 말희는 사랑받는 것 뿐 아니라 사랑을 주는 데에도 익숙했다.

지금 말희는, 20살이 되도록 성인식을 통과하지 못 해 아이들에게도 놀림감 신세인 한 겁많은 사내를 붙잡아 앉혀 놓고 고리만 빼면 알몸인 채 춤을 추고 있었다.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말희의 늘씬한 육체는 싱그러웠다.

사내의 성기가 서서히 솟구치자 말희의 웃음이 높아졌다.

“드디어 꼴리네, 너. 아주 잘 해 줄게. 기대하라고!”

“나를 놀리는 거 아닌가요? 왜 잘 나가는 말희님이 나 같은 외돌토리 겁쟁이에게 관심을 기울이시는 건가요?”

“너도 한 번쯤은 해 봐야지! 여자 한 번 못 안고 죽을 셈이야? 열심히 해 봐! 혹시 알아? 내가 널 닮은 아기를 낳을지?!”

말희와 사내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말희가 사는 유시씨국은 모계 사회였다. 사람들은 어머니로부터 성을 받았다. 강한 남자는 보다 많은 여자와 성교할 수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녀와 성교한 남자들이 모여서 상의한 뒤에 아기와 가장 닮은 남자를 아버지로 인정했다. 말희는 이미 세 아이의 어머니였고 자신의 도톨도톨한 질 안에 따뜻한 정액이 폭사되는 느낌을 좋아했다.

사내는 말희와 몸을 섞은 체로 말했다.

“나랑 해서 못 난 아이가 나올 수도 있지 않나요?”

“하하하. 아버지가 좀 못 났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경험 많으신 씨족장님이 그러셨어! 걱정 붙들어 매시라! 아, 기분 좋다.”

말희가 온갖 체위로 즐긴 뒤 사내의 품 안에서 일어섰을 때 경보를 알리는 북이 시끄럽게 울렸다. 말희는 즉시 옷을 챙겨 입고, 사내에게도 그의 옷을 던졌다.

“전쟁이 났나 봐. 하나라의 걸왕이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고 있다고 씨족장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어. 이 봐, 인정받을 좋은 기회야!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성인식 없이도 어른으로 대접받을 수 있어.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요, 말희님.”

사내의 눈에서 눈물이 살짝 맺혔다.

말희는 잘 깍은 죽창을 들고 싸움터에 나섰다. 비파형 동검과 활도 차고 있었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그런 말희를 막아섰다. 척 보아도 구리빛 근육질이 매우 강인해 보이는 한 사내가 말희에게 말했다.

“말희야, 나설 데 안 나설 데를 가려야지.”

“왜 그래, 오빠. 나도 활 쓸 줄 알고, 칼도 쓸 줄 알아. 죽창도 잘 쓴다고!”

“이건 진짜 전쟁이야. 남자 쪽이 더 근력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 게다가 넌 아이를 낳은 지 세 달도 되지 않았어. 아기 낳은 뒤로 가만히 서있어도 다리가 후들거리곤 하는 널 전쟁터에 세운다고?”

“혹시 내가 강제로 따먹히는 걸 보기 싫어서 그래? 전쟁에서 지면 난 어차피 억지로 따먹히게 될 신세야.”

“말희야, 넌 여자다.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이야. 여자가 없으면 사람은 대를 이을 수가 없어. 네 몸을 귀히 여기라고.”

“그럼 이 사람을 데리고 가.”

말희는 움막으로 들어가 자신과 방금 성교한 사내를 끌고 나왔다. 남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 사내가 빈정댔다.

“덩치만 큰 겁쟁이를 뭐에 쓰겠다는 거야?”

말희가 말했다.

“이 사람도 남자잖아. 전쟁에 참가해서 공을 세울 지도 모르잖아. 적을 상대로 싸운다면 용기를 발휘할지도 몰라.”

말희와 방금 성교한 사내가 말했다.

“저도 열심히 싸우겠어요!”

남자들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사내가 답했다.

“좋아. 기회를 주지. 말희의 무기들을 들어라.”

“감사합니다.”

남자들이 무리 지어 죽음을 각오하고 나섰다. 말희는 그 등들을 말없이 쫓았다.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어온 일들이 다시 벌어졌다. 남자들은 싸우다가 죽어갔다. 성문 뒤에서 다른 여자들과 함께 돌과 기장을 비롯한 군수물자들을 나르면서 말희는 자신이 열렬히 사랑해온 그 남자들이 죽지 않기를 빌었다. 말희는 자신과 사랑을 나눈 모든 남자들과 여자들을 사랑했다.

성문은 뚫렸다.

유시씨족의 수많은 남자들이 쓰러졌다. 말희가 사랑했던 남자들이었기에 말희는 슬픔의 눈물을 아낌없이 흘렸다. 시체로 막히고 피로 물든 강 위로 한 거대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철 같은 근육을 가진 사내는 유시씨족의 족장을 무릎 꿇리고 진상품을 요구했다. 하나라의 왕, 이계가 그의 이름이었고, 걸왕이 그의 호칭이었다.

걸왕이 호기롭게 말했다.

“이 마을에서 말희라는 계집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그 년도 진상품 목록에 반드시 포함시켜라.”

“알겠습니다, 폐하. 진상품을 준비할 시간을 주십시오.”

“좋다.”

유시씨 족장은 말희를 옆에 앉히고 말했다.

“네가 앞으로 가는 곳은 우리 씨족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는 점과 여자는 한 남자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점만 명심하면 크게 어긋날 일은 없을 거다.”

“왜 한 남자만을 여자가 사랑해야 하나요?”

“남자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 아이가 정말로 자기 아이인지 알기 어려웠다. 남자가 여자가 자기 아이를 낳았다는 확신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 저들 가부장제 국가들은, 여자가 결혼 전에는 남자를 모르게 하고 결혼 후에는 한 남자만을 알게 한단다. 그리고 여러 남자를 아는 여자를 경멸하지.”

“세상에, 경멸까지 당해요? 조심 또 조심할게요.”

“이해해서 다행이구나, 말희야. 이제부턴 걸왕을 나 이상으로 정성껏 섬기 거라. 걸왕의 기분을 잘 맞춰주려고 노력하거라. 그러면 걸왕도 너의 기분을 잘 맞춰 주게 되는 날이 올 거다. 정말 미안하구나, 말희야. 이 죄 많은 사람을 용서해줄 수 있겠니?”

“족장님은 언제나 제게 잘 대해주셨어요. 이게 씨족을 위하는 길이라면 기꺼이 아니 즐겁게 받아들일게요.”

언제나 그랬듯이 명랑한 말희였다.

다른 여러 귀중한 특산물품들과 보물들과 함께 말희는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알몸으로 걸왕에게 바쳐졌다. 걸왕은 말희가 얼마나 맛있는 여자인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걸왕은 누구도 쉽게 당기지 못 하는 활을 쉽게 당겨 보였고, 놋쇠로 된 두꺼운 기둥을 단숨에 휘어지게 했으며, 한 건장한 노예 사내를 한 주먹으로 죽여 말희 앞에서 자신의 폭발적인 근력을 과시했다. 걸왕은 22살, 말희는 16살이었다.

‘저 남자인가. 정말 멋지구나! 걸왕은 내 고향을 유린하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죽였다. 하지만 난 내 조국을 위해 걸왕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걸왕이 또 다른 트집을 잡아 유시씨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내 고향엔 아직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들이 걸왕으로부터 안전해야 마음 놓고 내 아기들을 키워줄 것이다. 그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거야.’

말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걸왕을 나긋나긋하게 대했다. 말희의 친화력은 뛰어났다. 오랜 연애 경험으로 밀고 당기는 재주가 훌륭했다. 상대의 기분을 읽는 통찰력이 탁월했다. 그러면서도 모성애를 발휘했다. 얼마못가 걸왕은 말희에게 빠져들었다. 걸왕은 왕의 지위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기에 세상 경험이 얕은 편이었다. 세상 경험이 보다 풍부한 왕이었다면 말희의 식견도 따졌을 터였다.

말희는 걸왕의 군대가 보여준 엄청난 부와 권세를 보았다. 걸왕은 하나라의 수도로 이동해 궁궐을 보여주었다. 말희는 가마 안에서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베고 누운 걸왕에게 조잘거렸다.

“폐하, 생각보다 작아요.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궁궐을 보고 싶어요.”

“그거 좋지!”

걸왕은 큰 공사를 일으켰다. 수많은 백성들이 끌려왔다. 백성들은 직접 의식주를 책임지면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말희는 하나라가 백성을 그런 식으로 다루는 줄 몰랐다. 유시씨족에서는 노역엔 언제나 댓가가 지불되었다. 말희는 온 힘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이 이제 일자리와 임금을 얻겠구나! 하고 좋아했다. 걸왕은 그렇게 보석과 상아로 장식된 궁전 요대를 세웠다.

걸왕을 치마 폭 속에서 놀려대면서 말희가 말했다.

“궁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요. 춤추는 여자들 뽑아서 재밌게 놀게 해요.”

“그 여자들 중에 내 눈을 멀게 할 계집이 있으면 네가 불안해지지 않니, 말희야?”

“훗, 정정당당하게 그 애들과 경쟁하겠어요. 우리 재미있게 놀아요.”

말희는 엄청나게 많은 남녀가 행하는 연애 놀이에 익숙했다. 걸왕은 전국에서 닥치는대로 춤추는 여자들을 징발했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벌을 받았기에 그녀들 중에는 강제로 끌려 온 이들도 있었다. 수백 명의 무희가 채워져 낮밤 가리지 않고 놀았다. 말희는 실업 구제를 했다고 좋아했지만, 하나라가 엄청나게 넓고 인구가 많다는 걸 고려하지 못 했다. 하나라라는 큰 나라 속에 숨은 매서운 힘의 논리를 온 몸으로 느끼지 못 했다. 걸왕은 그녀들을 발가벗기고 재미있게 놀았다.

그렇게 잘 놀던 어느 날 말희가 또 걸왕에게 떼를 썼다.

“나 춤추고 노래하는 거에 싫증났어요.”

“어떻게 해야 내 귀염둥이가 만족할까?”

“비단을 모아다가 찢어요.”

곧 하나라에서 수백 필의 비단이 공수되어 왔다. 팔 힘 좋은 궁녀로 하여금 매일 매일 한 필씩 비단을 찢게 했다. 그 찢는 소리를 기분 좋게 말희는 감상했다. 말희는 비단 장수들을 도와준다고 좋아했지만, 실상 걸왕의 비단 모으는 방식은 제후들로부터 진상 받는 것이었고, 제후들이 비단장수로부터 비단을 얻는 방식은 강탈이었다. 말희는 장사꾼의 딸로 태어나 장사도 하면서 살아와 경제 활동에 평판이 아주 중요하고 신뢰 쌓기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았다. 그렇기에 하나라 관리들도 시장의 믿음을 얻기 위해 제대로 비단 장수들한테 돈을 지불할 거라고 말희는 믿었던 것이다. 하나라라는 정치권력의 전횡이 가진 무서움을 잘 모르는 말희였다.

걸왕은 말희가 그냥 착각하고 살게 내버려두었다. 그렇듯 말희는 요대라는 구중궁궐에 갇혀 지냈지만, 동시에 말희에게 그곳은 이제 온 세상이었다. 말희는 잔치를 이끌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끄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고 능력도 훌륭했다. 말희는 자신이 걸왕의 왕후로서 인정받는다는 원칙만 지켜지면 다른 일에는 꽤 너그러웠다.

걸왕은 궁궐에 큼직한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에서 궁녀들을 발가벗겨 질펀하게 매일같이 놀았다. 술과 잔치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걸왕의 총기와 체력은 점차 무디어졌다. 말희는 노는 모양이 갑갑했다.

“폐하, 일일이 술병 옮기고 그릇 치우고 하는 게 번거로워 보이지 않으세요? 쟤네들도 아마 짜증이 꽤 날 거예요. 술로 연못을 채우고, 고기로 숲을 채워서 놀아요.”

“호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정원 한 귀퉁이에 연못을 팠다. 연못 바닥을 하얀 조약돌들로 빽빽하게 채우고, 술로 가득 채웠다. 갖가지 고기를 나무에 매달고 내키는 대로 내려다가 구워 먹고 삶아 먹었다. 걸왕과 말희는 유람선을 만들어 술로 된 연못에 띄우고 올라타 발가벗은 남녀가 연못에 혀를 대고 술을 마시거나 술 연못 속에서 헤엄치는 걸 보기도 하고 직접 하기도 하면서 즐겼다.

관용봉이라는 신하가 목숨 걸고 걸왕과 독대했다. 관용봉은 말희와의 합석을 피했다. 여자 따위가 나라를 통치하는 중요한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걸왕도 관용봉도 믿었다. 관용봉이 간했다.

"폐하, 왕은 왕도정치를 행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예절 바르게 사람을 대하고 법과 의리로서 다스리며 재물을 아껴 이로써 국가와 백성을 살찌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나라가 안전하고 폐하께선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습니다. 지금 폐하께선 매일 같이 잔치를 열어 낭비가 끝이 없고 노역동원에 백성들은 고통스러워합니다. 고치지 않는다면 나라가 쇠약해져 외적의 침공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약해지면 무너지는 것입니다, 폐하.“

이렇게 말하고는 물러나지 않고 버텼다.

걸왕은 그를 잡아 가두었다.

주방장인 이윤이 간했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윤은 도망쳐 제후인 은의 탕왕에게 갔다. 은나라도 한때 걸왕에게 침공당한 적이 있어 원한이 있었다. 탕왕은 뛰어난 군주였다. 탕왕은 위, 고, 곤오 등의 제후들과 연합해서 세력을 확장했다. 그런 탕왕에게 인재가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은의 탕왕이 재상 이윤을 앞세워 걸왕을 공격했다. 하나라 백성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나와 음식과 음료수를 은나라 군대에게 주면서 환영했다.

오랜 사치와 향락으로 걸왕의 군대는 오합지졸로 변해 있었고, 걸왕의 전투감각은 예전 같지 않았다. 명조에서 처참한 패배가 걸왕을 덮쳤다.

삼종에서 걸왕과 말희는 붙잡혔다.

이제는 은나라 군대가 된 하나라의 옛 군대가 겹겹이 포위하고 소리 높여 외쳤다.

“마녀, 말희는 나와라!”

“말희는 비단으로 목 메달아 자살해라!”

말희는 스스로 앞에 나섰다. 병사들은 돌을 들고 있었다. 탕왕이 명령을 내리면 당장 돌로 때려죽일 기세였다. 걸왕이 위풍당당한 기세로 뒤이어 가마에서 나왔다.

걸왕이 외쳤다.

“내가 탕 네 놈을 하대에 가두었을 때 죽이지 않은 게 화가 되었구나!”

말희가 걸왕에게 외쳤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얼마나 백성을 괴롭혔으면 이렇게 되었겠어요!”

그리곤 말희는 탕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 걸왕 폐하의 부와 권세가 영원할 줄로만 믿었습니다. 걸왕을 망친 것은 모두 이 년의 잘못입니다. 그러니 저만 죽이고 걸왕 폐하만은 살려주세요. 제게 정말 잘해 주신 분입니다. 폐하를 살려주세요.”

말희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걸왕과 탕왕의 눈이 흔들렸다.

걸왕이 탕왕 앞에서 꼿꼿히 서서 말했다.

“모두 내 불찰이다. 저 어리석은 여자의 말만 듣고 내 부와 권세를 남용했다. 말희는 몸도 마음도 아름다운 여자다. 그러니 말희는 탕 네가 가져라. 나에게 자결을 허락해라.”

탕왕이 판결을 내렸다.

“걸왕과 말희를 남소의 산에 유배하라. 말희는 남소의 산에서 걸왕과 함께 둘이서 평범한 부부로서 살아라. 이제 둘의 지위는 평민으로 격하될 것이다. 너희는 평생 저 산을 벗어날 수 없다.”

말희는 걸왕을 얼싸 안고 울었다.

걸왕과 말희는 남소의 산에서 화전민으로 살았다. 그 생활은 비루했지만, 걸왕의 강한 체력과 말희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무엇보다도 말희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한때 왕과 왕후였던 두 사람은 그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천수를 누렸다.


                                2009.06.07 Fin
댓글 2
  • No Profile
    09.07.23 16:44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게 잘봤어요~!

    마지막에 너무 쉽게 끝나버린것 같지만

    사회적인 인습이라고 해야하나

    말희라는 주인공은 그런 인습에

    너무 쉽게 자신을 바꿔 버리는 듯하네요~!

    아무튼 빠른 전개도 좋고 재미 있네요~!
  • No Profile
    블루 09.07.23 23:32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게 봤어요. 윗님말씀처럼 마지막에 좀 빨리 끝나는 것 같지만... 서술이 좀더 있었으면 좋았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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