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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도둑의 심장

2013.02.05 01:4802.05

 어느 상업도시에 한 사장이 살고 있었다. 사장은 아주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리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닥치는 대로 일거리들을 해치웠지만, 재산은 쌓이기는 커녕 줄지도 않았다. 사장은 몇날 며칠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잠도 못 잘 정도로 고민하던 사장의 귀에 아주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세계 제일의 대도인 엠팡이 죽고 그 심장이 사장이 사는 도시의 심장보관소라는 곳에 보관되어 있다는 소문이었는데, 엠팡은 그 어떤 보물도 훔친다는 어마어마한 도둑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의 심장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엠팡의 심장은 그가 죽었을 때, 그의 시체와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면서 헛소문이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사장은 달랐다. 재산이 늘어나지 않는 사장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분명 엠팡은 세계 제일의 도둑이었고, 그는 생전에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아두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 심장을 손에 넣는다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그 심장이 있다는 심장보관소라는 곳을 수소문해보았다. 

 며칠 뒤, 사장의 부하들이 심장보관소라는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부하들을 따라 간 심장보관소는 정말 누추하기 짝이 없었다. 심장을 보관하는 곳이라고 해서 최첨단 장비로 가득 차 있을 거라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심장보관소에는 심장을 보관할 수 있는 장비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심장보관소라면서 심장은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사장이 그것을 보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기가 정말 심장보관소가 맞기는 한 거야? 맞다면 심장들은? 심장을 보관하는 장비들은!"

 

 그러자 부하들이 급하게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노인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러면서 사장에게 노인보고 물어보라고 말했다.

 

"여기가 심장보관소가 맞는 거요?"

 

 사장의 물음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심장들은 어디서 보관하는 거요? 여긴 심장이 하나도 없는데?"

"심장말이오? 심장보관소는 맞긴 한데, 여기에는 심장은 없소, 여기에 심장을 보관하진 않기 때문이지."

 

 사장은 그 말에 눈을 부라리며 자신의 부하들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런데 그때 노인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여기에 심장이 딱 한 개 있기는 하다오."

"그, 그게 대체 무슨 심장인가?"

"음.... 듣자하니 어느 도둑의 심장이라고 하던데... 아주 우연히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받았다오. 하지만 주인이 없는 심장이라, 보관하기에는 뭐 해서 창고로 쓰고 있는 여기 상자에 넣어놨다오."

 

 사장은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 해지면서 노인을 다그쳤다.

 

"당장, 그 심장을 내게 보여줄 수는 없나?"

 

 노인은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상자 하나를 들고 와 사장에게 내밀었다. 사장은 노인에게 상자를 건네받고는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를 열자 두근두근 거리며 뛰고 있는 심장이 보였다. 그것을 본 사장이 노인을 향해 말했다.

 

"이거 내가 사겠네. 대체 얼마인가?""

"전 심장을 보관하지 팔지 않는다오. 그래서 주인 없는 심장은 내 게 아니지. 그러니 들고 가고 싶다면 얼마든지 들고 가시오."

"하, 하지만 이런 걸 공짜로 얻을 수야 없지. 그렇지 대신 내 심장과 이 심장을 바꾸는 게 어떻겠소? 내 심장은 적어도 이런 심장보다는 좋을 거니까."

 

 노인이 사장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수락했다. 사장은 노인의 수락에 신이나 곧장 병원으로 향해 노인에게서 받은 심장과 자신의 심장을 바꾸고는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던 사장은 이상하게도 갑자기 회사를 크게 키울 방법이 마구 생각나기 시작했는데,  사장은 그 생각들을 실행으로 옮겼고, 회사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그러자 심장을 바꾸기 전에는 늘지도 줄지도 않던 재산들이 갑자기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도 재산은 늘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상했다. 정말 자신이 바꾼 심장이 대도 엠팡의 심장이 확실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재산이 갑자기 늘어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도시의 많은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자신의 재산이 늘어나고 정치인 친구들이 많아질수록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을 소비하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힘들어졌다. 사장은 대체 왜 그런가? 고민하고 회사 사원 복지를 늘렸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단까지 세우고 언론의 앞에서 사회에 환원까지 해보았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갈수록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대체 얼마나 더 환원을 해야 할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도시의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대도 엠팡의 심장을 가진 사장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회사를 키우기 위해 했던 것들이 모두 자신들을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면서 말이다.

 소문은 도시의 힘든 사람들 사이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한 블록에서 다른 블록으로, 그리고 급기야 그들은 사장의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버리기 시작했다. 사장은 그들이 괘씸했다. 대체 뭐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회사를 자신의 힘으로 키웠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의 재산까지 도시에 환원하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그들은 자신이 없다면 먹고 살 수도 없었다. 이미 도시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회상에서 일했고, 도시의 대부분의 생필품 또한 그의 회사가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장은 시위대를 진정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사장은 하는 수 없이 부하들을 불러 경찰에 괴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찾게 했고 직접 시위대 앞에 나서기로 했다. 사장의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사람들 앞에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군중들이 사장을 향해 야유를 보내며 "악독 사장, 우리들의 삶을 되돌려달라!" 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사장이 혀를 찼다.

 

"이곳에 모인 시위대 여러분. 당신들의 삶이 어려운 것은 제 탓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왜 이 도시를 위해서, 이 도시를 먹여 살리고 여러분에게 재산까지 내놓은 저를 욕하시는 겁니까? 여러분이 힘든 것은 여러분이 잘못된 방법으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의 삶이 저 때문에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를 욕하셔도 좋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회사가 저도 모르게 나쁜 짓을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러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대체 어디서 일하고 있고, 여러분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사람은 회사는 누구이고 누구의 것입니까?"

 

 그러자 군중들이 외치던 구호들을 멈추고 사장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장의 말이 끝나고 갑자기 시위무리들 안에서 구호 대신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그러게, 사장의 말이 맞네."

"사장의 회사에서 우리 일하고 있었잖아."

"사장이 월급을 줬으니까 우리가 뭔가를 사 먹을 수도 있었던 거였지."

"맞아, 대체 그런 소리를 누가 한 거야? 사장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는데."

 

 시위대들은 그러면서 시위를 그만두고 해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해산한 자리에는 몇 몇의 사람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사장에게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사장의 회사 작업복을 입고 붕대와 목발들을 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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