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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세계의 끝

2012.09.07 00:5009.07

세계의 끝

혹시, 기억해? 예전에 너와 함께 도미노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잖아. 짧은 방학이 시작되던 날,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노을이 엷게 깔린 교실에서.
어차피 며칠간 학교에 오지도 않을 텐데, 라는 생각으로 책상을 다 구석에 밀어놓고, 교실 바닥에다가 무작정 도미노 블럭을 세웠지. 딱히 무슨 모양을 만들려는 생각도 없이. 그냥 도미노가 다음 도미노와 부딪칠 정도의 간격만을 두고.
도미노는 계속 넓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수렴하기도 하고, 쭉 나아가다가, 갑자기 공백이 생기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도미노를 세우다 보니, 교실 바닥에는 거의 발 디딜 틈이 없게 되었지.
그 도미노를 건드린 사람은 나였을까, 아니면 너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사실이 어떻게 되었든, 그 사람은 너였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이치에 맞으니까.
촤르르, 파도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를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도미노는 허망하게 쓰러져버렸지. 바닥에 남아 있던 모양은, 어딘가 세계 지도를 연상시켰던 것 같기도 해. 아무튼 나는 그걸 보고 왠지 웃겨서, 실컷 웃어버리고 말았지. 너는 그런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고.
물론 내가 도미노 때문에 이 편지를 쓰는 건 아니야. 어쩌면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게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야. 더 직접적인 이유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떤 게임 때문이야. 아, 게임을 같이 하자거나, 혹은 그걸 팔려고 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야. 도리어 난 네가 그 게임을 평생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 난 게임 제목도 안 가르쳐줄 거야. 그래도 어떤 게임인지는 알아야 앞으로 내가 쓸 글들이 이해가 될 테니, 조금만 설명할게.
내가 한 게임은, 간단한 가상현실 RPG 게임이야. 우선 세계가 하나 주어지고, 또 세계를 점령하려는 악의 세력이 하나 등장해. 그런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 역할을 맡아 악의 세력을 괴멸시키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야. 별 특징은 없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게임의 시스템이야. 악의 세력의 지도자를 쓰러뜨리고 나면 게임은 끝나고 모든 데이터는 사라져.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그런데 여기서 이 게임만의 특징이 드러나. 모든 인물, 세계, 악당,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변하게 돼. 물론 아까 말한 기본적인 틀은 유지돼. 안 그러면 게임이 이상한 방향으로 엇나가 버릴지도 모르니.
아무튼 중요한 건, 그런 게임의 특성 때문에 가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는 거야. 아까 인물들도 모두 바뀌게 된다고 말했지? 게임에서는 모든 인물들을 새로 모델링해. 그런데 그것들 중에 실존하는 인물과 똑같이 생긴 인물들도 나올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웃기는 일이 일어나는 거지. 마을 사이를 이동하다 마주친 오크가 영화배우와 똑같이 생겼다던가, 혹은 마을 청소부가 대통령이라던가. 전부 다 내가 겪었던 일이야. 재밌었는데.
이쯤 읽으면 내가 왜 편지를 쓰게 되었는지 짐작이 갈 거라 생각해. 맞아. 난 게임에서 널 만났어. 아니, 정확히는 너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데이터 덩어리였지.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어. 난 그녀를 본 순간부터, 너라고 생각해 버렸으니까.
이 편지를 쓰면서 다시 네 사진을 보니 너랑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해. 눈매, 입술, 코. 그런 것들이 닮았고,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해버렸던 것 같아. 하지만 그런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단지 난 널 만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그 정도만 가지고도 너라고 생각해버린 건지도 모르지. 그건 무엇을 암시하는 거였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겪은 일을 되짚어보다 보면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 편지를 읽게 될 너는 알게 될까?

그녀를 만난 곳은 매로우의 수장 머서와 직접 싸우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마을에서였어. 아, 매로우는 이번 게임의 악의 세력을 칭하는 이름이야. 처음 시작할 때는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의 세력은 제거되고 본거지 하나만 남아 있었지.
그쯤 되니 게임이 지겨워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난 빨리 장비를 정비하고 필요한 물품도 챙겨 머서를 처리하고 싶었어. 그러기 위해선 뭘 좀 먹어 둬야 했기에 난 드래곤스 레어라는 주점에 들렀어. 이 세계에서는 주점이 식당 역할까지 겸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지. 그녀는 드래곤스 레어의 웨이트리스였어. 그때 그녀가 입고 있던 조금 고전적인 느낌의 그 웨이트리스 유니폼이 꽤 잘 어울렸던 거 같아. 네가 입는다면 어떨지 좀 궁금하네.
난 음식을 잔뜩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어. 돼지 통구이, 맥주, 케이크… 현실에서는 꿈도 못 꿀 음식들이지. 그래봤자 결국 스트레스 해소일 뿐이었지만.
게임 속에서 음식을 먹어도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해. 단지 포만감을 나타내는 패러미터만 채워질 뿐이야. 그것 외에도 먹는 것에 대한 감각은 구현이 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게임 속에서는 아무리 많은 음식을 먹어치워도, 정작 나는 아무런 맛도, 포만감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물론 좋은 점도 있어. 살도 안찌고, 마음껏 먹을 수도 있고. 별 소용은 없지만. 아마 게임 중독 때문에 사람들이 굶어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예방 차원에서 법적으로 제한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었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마을에 들를 때마다 이런 식으로 음식을 먹어치웠어. 감각을 느끼는 것 보다는, 그냥 그것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던 거라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현실에서는 다이어트다 뭐다 해서 먹기 힘든 음식들을 잔뜩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그게 나름 즐거웠어.
주점의 분위기는 활기찼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와 잔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그런 곳.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꽤 만족하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주점 한쪽에서 시끄러운 시비 소리가 들리는 거야. 가보니 거기에선 전형적인 상황이 펼쳐져 있었어. 정말 전형적이었어. 웨이트리스가 음식을 손님에게 엎질렀고, 손님은 그걸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그런 상황이었지.
손님. 아니, 놈은 힘깨나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 옷도 나름 고급이었고, 주위에 부하들도 있었지. 아무튼 귀찮은 상황이었어. 괜히 할 일만 늘리게 될 것 같아서 나는 다시 내 일에 집중하려 했지. 그때 문득 뒤를 돌아본 웨이트리스의 얼굴을 보게 된 거야.
처음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 생각하다보니 바로 떠오르더라. 머리가 멍해졌어. 무의식적으로 나는 벌개진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는 놈에게 걸어갔어. 그리고 놈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멱살을 잡아들어 주점 밖으로 집어던져버렸어. 놈은 창문을 깨고 날아가 길바닥을 굴렀지. 놈의 부하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들도 비슷한 신세를 면치 못했어.
아, 그러고 보니 내 캐릭터가 어떤지 말 안 해줬네. 게임 속에서 나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근육질의 남자 전사였어. 그러니까 놈들도 집어던질 수 있을 거고. 나도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어색한 기분이 들긴 해. 하지만, 내 캐릭터가 그러지 않았다면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쓸 일도 없었을 거야. 써 놓고 보니 이게 잘 된 일인지도 잘 모르겠네.
아무튼 난 당황하고 있는 그녀에게 별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주점 밖으로 나왔어. 놈과 부하들이 주점 안에서 난동을 피우면 안 되니까, 확실하게 처리할 생각이었지. 어, 지금도 놈들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 아마 숲 속에서 굶어 죽거나, 혹은 늑대들의 밥이 되거나 그랬겠지. 어느 쪽이든,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다음 날 난 또 그녀를 다시 만났어. 그 전에 나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장비를 정비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어. 그리고 매로우의 본거지로 향하려 했지. 그런데 갑자기 이 게임을 끝내기가 아쉬워진 거야. 그렇게나 지겨웠던 게임인데. 그래서 나는 다시 마을로 돌아갔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드래곤스 레어에 들러 음식을 주문했지.
그런데, 음식을 날라 온 웨이트리스가 그녀였어.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내심 반갑기도 했지. 아무튼 난 안부를 묻거나, 혹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하거나 하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어.
그런 그녀의 모습은, 고등학교 때의 널 떠올리게 했어.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러 오던 목소리. 흘러내린 머리카락에서 나던 향기. 그 사이로 보이던 흰 피부. 그런 것들이 떠올라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어.
난 이후 계속 그 마을에 머무르며 그녀와 이야기를 했어.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만났지.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어. 인심도 꽤 좋은 편이었지. 워낙 작은 마을이라 악의 세력이 별 신경을 쓰지 않았거든. 그녀에게도 다행이었지. 혹시 다른 데서 그녀가 만들어졌다면 난 그녀를 시체 더미 사이에서 찾아내야 했을지도 몰랐으니.
난 할 이야기가 많았고, 그녀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어. 최대한 빠르게 적들을 처치하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악의 세력이 넓게 퍼져 있었기에 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어. 그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이야기가 생겨났어.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녀는 정말 흥미롭다는 듯 내 이야기를 들어줬어. 옛날 생각이 나더라. 그땐 내가 네 이야기를 듣는 쪽이었지만.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들이야.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약했을 때 이야기야. 난 다음 마을로 가다가 산적을 만나게 됐어. 산적은 어떤 여자를 잡고 끌고 가던 중이었지. 나는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어. 하지만 산적들은 너무 많아서 난 수세에 몰리게 되었지.
그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어. 그곳을 돌아보니 매로우의 수하가 괴물들을 이끌고 사람을 죽이고 있는 거야. 졸지에 산적과 난 같은 편이 되어 그들과 맞서 싸우게 되었지. 나는 일부러 몸을 빼 산적들을 앞세우고 힘을 비축하며 괴물들과 싸웠지. 괴물들을 다 물리치고, 산적들이 지쳐 있는 틈을 타 나는 산적들을 다 쓰러뜨리고 여자를 구해 돌아갔어.
이 이야기가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야. 얼마나 좋아했던지, 하루는 같이 술을 마시며 또다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지나치게 몰입해서인지 실수로 내 바지에 술을 쏟아 버린 거야. 그녀는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고,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

사실 내가 화를 낸 이유는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 다만,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떠올라서 그랬던 것뿐이었어.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아마 졸업식 날이었을 거야. 너와, 또 많은 친구들과 마지막 학창시절을 보내던 그때를. 기분이 정말 미묘했어. 지옥 같던 고등학교 생활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과, 이젠 더 이상 너와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다는 안타까움이 같이 있었거든.
아무튼 정말 신나게 놀았었지. 쇼핑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어쩌다 보니 잠시 너와 나 둘만 남게 되었어. 이전부터 너와 분위기가 조금 어색한 걸 느꼈기에 난 잠시 너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어. 그래도 그 상황이 좀 불편해서, 아무 말이라도 하려 했지. 내가 하려던 말은 별 것 아니었어. 즐거웠지, 다음에도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다, 라고.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넌 미안해. 라고 말했어.
정말 아무런 맥락이 없는 말이었어. 그전에 딱히 네가 나에게 미안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그 말이 나온 거야. 순간 난 할 말을 잊었지. 그리고 예감했어. 앞으로 다시는 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머리가 어질어질했었어. 정말 아무런 생각이 안 나서, 나는 잠시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다신 돌아가지 않았고. 난 아직까지도 궁금해. 과연 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을까. 어느 정도로 내 맘을 짐작하고 있었을까. 어쨌건 난 그 말이 싫었어. 내가 네게서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었어. 절대로, 그것만은.

아무튼 그녀에게 소리치고 난 다음에, 난 실수했다는 생각을 했어.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가고 있었어. 분위기는 가라앉아가고 있었고. 견디기가 힘들어서 난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리고 접속을 끊었지. 그날 난 심하게 구토를 했어. 목이 아파서 다음 날 말도 못할 정도로.
그래도 게임을 끝내야 새로운 게임을 할 수 있으니 난 게임에 다시 접속했어. 그러고 나서 바로 마을 밖으로 나가려 했어. 그런데 마을의 출구에 그녀가 서 있었던 거야. 그녀는 내게 먼저 인사해왔어.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너와 싸우고 난 뒤에는 네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줬었지. 거기서 어떤 마음을 느꼈다면,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아마 그렇겠지. 착각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난, 그녀에게 어제 일은 미안했다고 하며, 내가 어제 그녀에게 소리를 지른 이유를 만들어내서 들려줬어. 그건 이런 이야기였어.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내 할머니가 자신을 키웠는데. 나는 할머니를 매번 부끄러워했어. 그 때문에 나는 매번 사고만 치고 다니는 마을의 악당으로 자랐어. 그러다 어느 날 할머니가 병에 걸려 쓰러진 거야. 그때도 난 철없이 떼를 쓰고 있었어. 그때 할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눈을 감았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만 해도 몰랐지만, 몇 년이 지나도 그 말은 도저히 잊어지지 않았고, 그 이후 난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걸 싫어하게 되었다. 뭐 이런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를 적당히 변형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였어.
너무 흔한 이야기라 이게 통할지 걱정되기도 했어. 그런데, 그녀가 내 이야기를 들으며 울고 있는 거 아냐. 알고 보니 사실 그녀의 부모님도 어릴 적 돌아가셨고, 그 때문에 드래곤스 레어에 맡겨져 키워졌다는 거야. 그래서 내 이야기를 듣자 부모님 생각이 나서 울었다는 거였어.
아무튼 나에겐 다행이었지. 난 아직 게임을 끝내고 싶지 않았거든. 그 이후로 나와 그녀 사이엔 묘한 유대감이 생겼어. 그러면서 게임도 더 즐거워졌고, 이 게임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 물론 게임에는 명확한 끝이 있었지만, 그래도 난 최대한 그것을 유예하고 싶었어.
내가 이야깃거리가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어. 그녀는 날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자기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어.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졌기에 난 고개를 끄덕였지.
그녀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이런 거였어.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혼자서 힘들게 살아가던 소녀는, 자신을 이 상황에서 구해내줄 사람을 기다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소녀가 이젠 아가씨가 되어도 그런 사람은 찾아오지 않아. 반쯤 체념하고 살아가던 그녀가 어느 날 곤경에 빠져. 주위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고, 그녀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그때 갑자기 멋진 기사가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줘. 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를 뻔 했어. 게임 캐릭터한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기쁜 건 어쩔 수 없었어. 난 정말 너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 아니,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어.
그때부터 내겐 현실 세계는 그녀와의 만남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어. 물론 신경은 써 줘야 했지만. 일종의 식사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딱 그 정도만.

그때쯤 문득 어떤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쳤어. 내가 매로우를 거의 괴멸시킨 이후, 세상이 점점 혼란에서 회복되면서 국가가 회복되고 군대가 재건되기 시작했거든. 가끔 마을에서 나가면 그런 소식들이 들려왔고, 나는 그게 두려웠어. 어쩌면 내가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군대가 매로우의 본거지에 쳐들어가면 어떻게 해?
물론 머서는 강력한 마법사였고, 그래서 군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우연이란 게 있을 수도 있잖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게임이 끝나버리고,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 것. 그런 상황은 죽어도 싫었어.
나는 사역마를 소환해 세상 곳곳에 퍼뜨렸어. 그리고 군대, 혹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혹시 매로우의 본거지로 진격하는 일이 있으면 소식을 전하라는 명을 내렸어. 그와 함께 정보 조작도 했어. 마술을 이용해 매로우가 여전히 건재하고, 머서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용사뿐이라는 이야기들을 퍼뜨렸지. 그 때문에 한동안은 매로우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만 들려오기도 했어.
하지만 결국엔 내가 우려하던 소식이 들려왔어. 국가에서 많은 자원자들을 모아 대규모의 군대가 매로우의 본거지로 진격한다고. 그리고 그 선봉장엔 국왕이 서게 될 거라고. 내가 선택할 답은 당연히 하나였어. 어차피 군대와 국왕은 게임 속의 NPC, 데이터 덩어리일 뿐이었고, 나에게는 그녀와의 삶이 더 중요했어. 모순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나는 예전에 매로우의 대장 중 하나에게 빼앗은, 매로우의 문양이 찍혀있는 망토와 두건을 챙겨서 마을 밖으로 나왔어. 매로우의 본거지는 절벽에 있었고, 그 때문에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 갈래밖에 없었지. 나는 그 길에 서서 기다렸어. 얼마 지나지 않아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군대가 몰려오기 시작했지.
굳이 시간 끌 것도 없었어. 군대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나는 선봉에 선 왕의 목을 잘라버렸어. 순식간에 군대는 혼란에 휩싸였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있던 왕의 목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거야. 혼란스러울 수밖에.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나는 놈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렸어. 하지만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을 정도로 군대의 꼴은 말이 아니었어. 말과 말이 부딪쳐 쓰러지고, 병사가 그 위를 지나가다 말에 다리가 걸려 쓰러지고, 말이 달려오다가 그 병사의 등을 밟고 쓰러지고. 급하게 만들어진 군대라 그런지, 아주 조그마한 혼란 하나만 주니 간단히 무너져 내렸어.
나는 그 혼란에서 빠져나온 몇몇 병사들만 상대하면 됐지. 그들도 별로 상대하기 어렵진 않았지만, 나는 최대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어. 다시는 매로우에 도전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깊게 박았어야 했으니. 물론 몇 명은 살려뒀어. 그래야 자신이 본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다시는 매로우에 도전하지 못하게 인식을 할 수 있잖아.
물론 그 후로도 복수랍시고 몇 번 진격이 오고, 또 새로운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대부분 죽음을 면치 못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매로우로 진격하겠다는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게 되었어.
나한테는 다행이었지. 더 이상 그녀의 곁을 떠나 몰래 마을에서 빠져나와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조금 비인간적인 것 같긴 해. 그렇지만 이건 어차피 게임일 뿐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플레이하는 건 당연한 것 아냐?

하지만 내가 그땐 한 가지밖에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돼. 더 이상은 매로우로 진격할 전조가 보이지 않게 되고 난 후, 이젠 별로 쓸모없어진 사역마들을 다시 다 치워버리고 나는 그녀와 살아가는 데만 신경을 썼어. 그 때문에 마을 외부의 소식을 들을 일이 거의 없었어. 그래도 별 일은 없을 거라고, 단지 이 상황이 계속해서 지속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오산이었다는 건 몇 달 후에 드러났어.
전조는 있었어. 마을로 들어오는 상인들이 줄고,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도 잦았어. 하지만 난 그걸 단지 내가 한 일의 여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지. 그녀가 내 옆에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내게 제안을 했어. 산속에 있는 부모님의 무덤에 같이 가보자는 제안이었어. 무덤은 꽤 깊은 산속에 있었고, 그 때문에 꽤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다는 거였어. 그녀를 혼자 보내는 것은 조금 불안하기도 해서, 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어.
최근에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 때문인지 그녀는 불안해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녀와 함께 산길을 가는 것 자체는 즐거웠어. 동물들도 보이고, 나무도 보고. 난 이 게임에 그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하는 줄은 몰랐어. 그냥 길을 따라가며, 최소한의 루트로 게임을 클리어하곤 했으니까.
그런데 걷다 보니 점점 불안한 냄새가 짙어지는 거야. 매로우의 괴물들에게서 나는 냄새였어. 한참 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냄새였는데.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느낌은 숲속에 있던 매로우의 수하와 괴물들을 만났을 때 구체화되었지.
놈들을 쓰러뜨리는 건 쉬웠어. 검은 들고 오지 않았지만, 그 정도도 필요하지 않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 내가 그 군대를 절멸시키고 세상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고 나서 매로우의 머서는 그 기회를 이용해 다시 세력을 일으켜서 세계를 잡아먹어 가고 있었던 거야. 문득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가상 세계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선택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오고, 그것이 다시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섬뜩한 기분마저 들더라.
아무튼 그녀와 난 황급히 마을로 돌아갔어. 어쩌면 마을에까지 매로우가 침공했을 수도 있었으니. 정말 마을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어. 매로우의 괴물들이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마구 휘저어놓고 있었지. 난 그녀를 지키며 그 괴물들을 전부 다 쓸어냈어.
그녀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어. 이야기로만 듣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었으니. 말로만 들으면 잘 모르지만, 그 참혹함은 정말 생생해. 그녀는 그 괴리를 보게 된 거야. 그 충격은 정말 크지.
그녀는 내게 물었어. 이 마을이 이렇게 될 정도면 다른 곳은 어떻게 되었겠냐고. 난 내 생각을 숨기진 않았어. 아마 게임이 시작했을 때와 똑같은, 내가 들려준 이야기들과 비슷한 상태일 거라고 말했지.
그녀가 다시 내게 물었어. 왜 당신은 매로우를 막으러 가지 않느냐고. 세계가 이렇게 위험에 빠져 있는데, 당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느냐고. 나는 그런 것보단 여기 지금 내 옆에 있는 그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지.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떠나갔지.
다음 날에 접속해 보니 그녀가 사라진 거야. 마을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어. 한참 동안이나 마을을 헤매고 있던 나에게, 어떤 주민이 말해줬어. 그녀가 검 한 자루를 들고 마을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자살행위였어. 그녀는 가장 약한 괴물 하나도 상대하지 못할게 분명했어. 나는 달렸어. 다급했어. 이런 식으로 그녀를 잃을 순 없었어. 그녀가 갔다는 방향으로 계속 달렸어. 그러다 보니 핏자국이 보이더라. 난 그 흔적을 따라갔어. 얼마 동안 달리자 괴물의 뒷모습이 하나 보였어. 나는 마법을 날려 놈을 가루로 만들었지. 그리고 그 앞에 허리에 깊은 상처가 난 채로 쓰러져 있는 그녀가 있었어.
다행이도 목숨은 구할 수 있었어. 그동안 모험을 하다가 어렵게 구한 재생약초를 가지고 있었거든. 며칠간의 사투 끝에, 다행이도 그녀는 살아났어. 그 옆에서 얼마나 가슴 졸이고 있었는지. 하지만 그녀는 깨어나서도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기만 했어. 내가 찾아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 사실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어. 나는 그녀를 위해서 이 모든 걸 했는데, 그녀는 정작 그걸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화가 났지. 그래도 그걸 내색할 수는 없었어. 그녀가 영영 떠나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녀가 회복되는 동안 난 그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 방어탑을 쌓고, 매로우의 괴물들이 쳐들어와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는 마법진을 깔아두었지. 그러면서 가까이 있는 마을도 청소했지만 아직 매로우는 넓게 퍼져 있었어. 머서를 쓰러뜨리지 않는 한, 뿌리 뽑기도 힘들었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위기가 찾아 온 거야. 상황이 정말 원망스러웠지.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방어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장으로 그녀가 찾아왔어. 여전히 세계의 상황은 좋지 않느냐고 물어왔고, 난 그렇다고 대답했어. 매로우의 수장인 머서를 쓰러뜨리지 않는 한, 그 세력은 소멸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자 그녀는 내게 물었어. 그 수장을 쓰러뜨리는 것이 나와 무슨 연관이 있냐고. 그를 쓰러뜨리고 난 후 돌아와서 다시 자신과 살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난 또 이야기를 지어낼 수밖에 없었어. 나는 사실 이곳과는 다른 세계에서 왔는데, 그 이유는 이 세계의 악을 무찌르기 위해서라고. 신의 저주를 받아 그런 운명을 갖게 되었고, 그 때문에 머서를 쓰러뜨리면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고. 이미 몇 번이나 다른 평행 세계들을 넘어 와서 드디어 그녀를 만났는데, 머서를 쓰러뜨리면 그녀를 만날 수 없게 된다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그 기한을 유예하고 싶었다고. 거짓말은 아니었어. 약간 알아듣기 쉽게 바꿨을 뿐.
그녀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 그런 그녀에게 이미 그런 삶을 계속해서 살아왔기에 괜찮다고. 하지만 그녀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건 조금 슬플 것 같다고. 나는 말했어. 그 때문에 슬퍼할 그녀의 모습도 견딜 수 없다고.
그녀가 물어왔어. 이 세계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고.

노을이 드리워진 교실에서 도미노를 쓸어 담고 있을 때,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창밖을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아파트 하나가 쓰러진다면 도미노처럼 다른 아파트도 쓰러져 버릴 것이라고. 그러다 보면 모든 빌딩이 쓰러져 버리지 않을까?
하지만 나중에 도시의 위성사진을 큰 종이에 프린트하고, 그 위에 도미노 블록을 세워본 다음 쓰러뜨려보니 그렇게 되지 않더라.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은 건물이 밀집된 한 지역에만 한정되었고, 다른 지역의 도미노는 멀쩡했어. 생각보다 거리가 꽤 있었던 거지.
머서를 쓰러뜨리고, 세계가 끝나버리고 나서도 나는 도미노가 쓰러졌던 그 때처럼, 왠지 모를 기분에 실컷 웃어버렸어. 한참을 웃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허망한 감정만이 남아 있더라. 그 순간, 나는 모든 걸 알게 되었어.
어쩌면 너는 이 편지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읽을 지도 모르겠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긴 해. 앞으로는 더 이상한 소리를 하게 될 거고. 그래도 구겨버리지 말고, 끝까지 읽어줬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나는 사실 네가 졸업식 날 미안하다고 말할 것을 알고 있었어. 내가 끝내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할 것 또한 알고 있었고, 나의 모든 그녀를 지키려는 노력에도 그 세계가 끝나버릴 걸 알고 있었고, 너에 대한 사랑도 이런 식으로 끝나버릴 걸 알고 있었어. 네가 도미노를 툭, 건드리고. 모든 도미노가 쓰러져버렸을 때, 그때부터 난, 이 모든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녀가 내게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그 말에 대답을 하려 했지. 당연히 사랑한다고. 그 순간 나는 혼란에 빠져버렸어. 내가 사랑하는 게 너였는지, 너와 닮은 그녀였는지, 아니면 그녀 그 자체였는지. 그 모든 답변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여전히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지. 하지만 어딘가 표정이 이상해지고 있었고. 그리고 나는 그때,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란 걸 깨달았어.
이후는 별 것 없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로우의 본거지로 진격했고, 머서의 가슴에 검을 꽃아 넣었어. 그 순간 화면은 암전되고, 나는 게임에서 빠져나왔어. 스크린에는 상투적인, 클리어를 축하한다는 문구가 떠 있었고. 기존에 플레이하던 세계는 삭제되었어. 게임을 다시 시작하면, 또 새로운 세계가 생겨나게 되겠지. 아직은 그러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널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 생각은, 아주 간단히 무너져 버렸어. 사실은 너와 별로 닮지도 않은 NPC의, 한 마디 말 때문에.
사실, 내겐 의문을 가질 틈이 없었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에만 매몰되어, 그 생각조차 없으면, 나의 삶은 한꺼번에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 내 삶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나는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편지를 쓰고 있어. 물론 가끔 드는 허망한 기분 때문에, 바람이 스쳐가듯 잠깐 눈물이 나기도 했어. 아주 잠깐.
너는 전에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지. 혹시 지금까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젠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널 사랑한 게 아니었어. 단지,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안타까워서, 널 사랑해야 살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 뿐이었어. 그게 이렇게 간단하게 무너져 버릴 생각이었다는 걸,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물론 난 널 여전히 좋은 친구였다고 생각해. 비록 이상한 오해 때문에 잠시 멀어졌긴 하지만, 연락만 한다면 예전처럼 다시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네가 그러고 싶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날 만나고 싶다면 예전에 쓰던 전화번호로 전화해줘. 아직까지 번호 안 바꿨거든. 그럼 이만.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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