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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성장 소설

2012.08.25 15:2208.25

성장 소설

내가 태어난 별에는 이상한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별에 처음 착륙했던 탐사대는 이 별의 끝이 없이 펼쳐진 여름 들판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외계인들을 만났다고 한다. 벌써 몇천년 전의 일이었다. 분명 이상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긴 겨울에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유목민들이라고 묘사되어 있었다. "인간보다 수명이 긴 유목민. 겨울에는 산맥 너머로 이동 생활. 산맥 너머에는 거대한 그들의 나라. 하늘에는 용들." 기록되어 있는 건 그것이 전부였다. 우주를 돌아다니다가 인류와 닮은 외계인과 만나는 것이 마치 항상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무성의하고 간단한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때 이후 인류는 엄청나게 많은 별들을 탐험하고 우주적 전쟁을 벌이고 지구를 떠나 수많은 별들에 흩어져 정착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박테리아 이상의 지성을 가진 외계 생명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첫 탐사 이후 약 이백 년이 지나 이곳에 다시 돌아온 두 번째 탐색대도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외계인의 마을도 외계인의 밭도 흔적도 없었고 조용히 흘러가는 여름만이 있었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산맥 너머에도 초원이나 새로운 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흔적도 없는 고산 지대가 지구에서는 본 적도 없는 만큼 계속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는 아니었다. 최초의 우주 개척 시대가 사고도 많고 거짓투성이였던 것만큼이나 그때 우주에 갔던 사람들도 종종 카우보이나 마르코 폴로 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기록은 원래 이런 식으로 무성의하고,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인 경우도 있다고 했다. 첫 번째 탐사대가 정말 이 별에 착륙했었는지조차 쉽게 확신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기록의 신빙성을 가장 떨어뜨리는 건 우리 별에 겨울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주 짧고 따뜻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겨울 대신 눈부신 하얀 여름과 긴 장마가 반복되는 기후였다. 여름과 우기는 보통 지구 단위로 이삼 년을 주기로 반복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주기는 불안정했다. 과거에는 우기가 백 년 넘게 이어졌던 적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그런 어려운 환경을 뚫고 고유의 문명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정말로 정말로 낮은 셈이었다.

내가 어렸을 적은 유난히 긴 장마가 내리던 때였다. 하루 종일 불을 켜지 않은 할머니 집 마루에 누워 있던걸 기억한다. 주변은 마음처럼 어둡고 눈을 감으면 세상은 언제나 물소리에 덮여 있었다. 그러나 무섭지는 않았다. 아무도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마치 비 속에 근원을 알 수 없는 빛이 숨어 있는 것처럼, 비가 내릴 때는 결코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루 한 끝에는 할머니의 식물들이 소리없이 머리를 들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가까운 다른 별에 있었다. 십 년에서 길면 사십 년 오십 년이 될지도 모르는 우기가 다가온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별을 떠났다. 아주 이민을 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비가 끝나면 돌아올 예정으로 몇 광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별에 이주했다. 우리 집도 그런 쪽이었다. 우주 멀리 이주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버려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나도 같이 근처의 작은 별로 이주할 예정이었다. 나는 열 살 때 쯤이었다. 그러나 우주선을 타기로 되어 있던 아침 내가 갑자기 토하고 심하게 아프기 시작해서 할머니 집에 맡기고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내게 있어 우기는 물에 잠겨 번데기처럼 잠자고 있는 것 같은 때였다. 차갑고 늘 사람이 없던 대형 마트로 할머니를 따라 장 보러 갈 때를 빼고는 정말로 나는 거의 집 안에만 있었다. 그러나 아마 빗속에 숨어 잠만 자고 있던 건 나뿐이었을 것이다. 빗속에서도 도시는 아마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우주로 이주할 수 있던건 아니었고 직장도 학교도 그냥 폐업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는 공식적으로는 홈스쿨링으로 대체되었지만 중학교는 원래대로라면 가야 했던 것이었다. 원래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옆집 애들도 그때부터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해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나는 또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집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오 년이 지났을 때 내가 고등학생 나이가 되었을 때쯤에는 부정할 수 없이 비의 위력은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지겨운 비가 드디어 끝나간다고 했다. tv에서는, 사오십 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최초의 예상을 뒤집고 장마는 비교적 일찍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몇 주간은 구름이 가득한 날들이 반복되었다. 장마의 끝이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오래 내린 비가 그치는 데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베란다에 앉아 성이나 기구 같은 많은 구름들이 하늘에 생기고 떠나가는 것을 보았다. 존재하지 않는 외계인 유목민들이 계절마다 넘어 갔다는 그 산들 쪽의 하늘이었다. 마루는 아직 조용하고 물기로 가득했다. 교과서에는 첫번째 탐사대가 발견했던 용 같은건 이런 구름을 보고 생겨난 착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써 있었다. 물소리 속에 혼자 마루에 누워 있던 시간은 영원 같기도 하고 단지 잠깐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긴 장마는 끝나고 여름이 돌아와 시간은 천천히 분명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비가 잦아지면서 잘 들리지 않던 바깥의 소리들도 조금씩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주 잠을 설쳤던 새벽에는 특히 잘 느낄 수 있었다. 조금씩 잦아지는 자동차 시동 소리와 아이들의 외침, 이삿짐 차와 공사장 크레인의 낮은 굉음. 낯선 소리들과 함께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굉음의 정체는 우기 내내 연기되었던 재건축이 시작되는 소리라고 했다. 때로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의 소리가 났다. 놀라 숨을 죽이던 나에게 할머니는 그 소리는 앞으로 자주 들려올, 빨리 적응해야 할 소리라고 했다. 할머니 집은 비행기 노선 바로 아래였다.
부모님은 어느 날 두 손 가득 트렁크를 끌고 크리스마스나 새해 같은 소리를 내면서 할머니 집에 돌아왔다. 새 양복과 포장지의 부스럭거리는 냄새가 났다. 바깥 세상과 우주의 냄새라고 나는 생각했다. 엄마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왜 이렇게 무덤 같이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집안의 불을 전부 켰다. 그 다음부터 한참 동안 할머니 집은 다시 어두워지는 일이 없었다. 엄마 아빠는 원래 집의 공사와 도배가 끝날 때까지 몇 주쯤 더 할머니 집에 있어야 할 거라고 했다. 그 동안 냉장고에는 갑자기 음식이 많아졌고 며칠 뒤에는 공기 건조기와 에어컨도 생겨, 집 안의 공기가 다르게 되었다. 엄마 아빠는 에어컨을 켜고 있는 걸 좋아했다. 바깥 우주는 항상 그런 느낌일까 나는 생각했다.
학교는 원래는 바로 복학을 했어야 했지만 내가 억지를 부려 한 학기를 더 미루게 되었다. 그 동안 나는 한산한 도시 외곽 지역의 할머니 집을 떠나 낯선 새 집으로 이사를 했고 우주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로 동네가 북적북적 차 가는것을 보았다. 또 다른 애들이 학교를 가고 외출을 하고 낯선 옷을 입기 시작하는 것도 보았다. 그 중에는 장마 이전부터 동네에서 알고 있던 얼굴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마치 더 이상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몇 달 늦게 학교를 시작한 나는 이미 바깥 생활에 익숙해진 애들 사이에 쉽게 끼어들지 못했다. 반에는 우기가 끝나 되돌아온 이 별 출신이 반이라면 별이 재건되는 이 시기를 맞춰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반이었다. 그 중에는 아주 먼 우주 저편이나 이제는 거의 전설적인, 지구 부근의 우주에서 온 애들도 있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지구 출신은 우리 반에 있는 한 명 뿐이었다. 자세히는 몰랐지만 부모님이 대단히 높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구 사람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이제 대부분의 인류가 살고 있는 이 부근의 은하는 최초 인류의 고향인 지구 쪽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주 가능한 별도 자원도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항해도 불편한 그쪽 우주에는 이제 사람이 별로 살고 있지 않았다. 지구에서 우리 별까지 오는 데는 이백 년, 그러므로 지구 출신인 그는 시간적으로는 이백 년 전의 사람인 셈이었다. 우주를 집처럼 돌아다닌 그런 애들에게는 막 돌아왔을 때의 엄마 아빠와 같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우주가 아니라 우주 정거장의 냄새라고 해야 정확할지 모른다. 우주 정거장과 공항과 병원 그리고 도심의 새 건물들 같은 냄새였다. 엄마 아빠에게서는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진 냄새였지만 백 년씩 이백 년씩 우주에 있던 그런 애들은 약간 서늘하고 건조한 그런 냄새를 영원히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싫어하는 그런 냄새였다.  

유학파들 대부분이 여름 방학을 전후하여 우주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 학교는 여름 방학날 사실상의 졸업식을 했다. (항상 여름이었으므로 여름 방학은 사실 의미 없는 말이었지만 우리 별은 여전히 지구의 학제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당시에는 왕복에만 이삼십 년 씩 걸리는 우주 유학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방학식 날에 학교는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조금 일찍 떠나야 했던 애들과 곧 떠날 여행 준비로 학교에 나오기에는 너무 바쁜 애들을 합치면 꽤 많은 숫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방학 중에는 그애들 나름의 송별 파티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당에서의 행사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교실에는 예상과는 달리 사람이 있었다. 지구에서 온 그애였다. 얼마 나오지 않았던 반 애들도 다들 가족이나 친척들과 떠난 뒤였다. 아래층 복도에서는 아직 조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았었다. 나는 할머니가 병원에서 위독했기 때문에 아무도 와 있지 않았다.
그는 커튼 사이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나를 보자 아는 척을 했다. 우리는 평소에 말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당시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바깥 우주와 멈추지 않는 우주선들의 흐름을 생각나게 하는 모든 것을 참을 수 없던 나는 그애도 싫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게 된, 아마 다시 오지 않게 될 그 교실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3년을 다닌 학교에서 비로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벌써 우주로 갔을 줄 알았어." 나는 말했다. 그는 사정이 생겨 당분간은 남아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되려 왜 내가 떠나지 않았는지 물어왔다. 그는 내가 아주 먼 우주로 떠났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다들 다니는 학원도 안 다니는게 아닌가 생각했어." 그는 말했다. "왜?" 나는 정말 몰랐기 때문에 물었다. 학교나 지금 사람들에 별로 미련이 없는 것 같아, 아주 먼 미래로 가려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그는 대답했다. 우주로 간다는 것이 반드시 어지럽게 움직이는 은하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것은 아니며, 그런 세계를 통째로 뛰어넘어 완전히 다른 미래로 향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나는 유학파도 아니고 다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그 방학은 본격적으로 대입을 준비해야 할 때였다. 그러나 나는 다들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한 그때 마치 같이 졸업을 해버린 것처럼 여름 보충 수업도 빠지고 할머니 집으로 내려왔다. 할머니는 언제나 일이 안 풀리면 그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었다. 할머니는 여름에 들어서자마자 병원에서 돌아가시고 없었기 때문에 집은 비어 있었다. 나는 현관 앞의 쌓인 신문을 주워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짐은 거의 다 책이었다. 핑계는 일단 조용한 데서 대입을 준비하는 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은 엉망이었고 미래의 계획은 아무 것도 없었다. 1학기 마지막 시험은 거의 백지인 채로 내고 돌아온 참이었다. 나는 마루와 부엌이 이어지는 조금 시원한 곳에 누워 매일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여름을 보냈다. 늘 책을 펼쳐놓고 있었지만 사실 읽고 있지 않았다. 베란다 쪽을 보면 온통 눈부신 색이었다. 빛 속에 책장이 바람에 넘어가며 하얀 소리를 내던 걸 기억한다.
비는 여전히 종종 왔지만 예전처럼 마음에 가라앉는 영원한 비는 아니었다. 나는 가끔 눈을 감고 옛날 같은 그런 빗속에 있는 것처럼 해보려고 했지만 비가 아무리 심하게 쏟아질 때도 이미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 돌아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는 없었다. 몇 시간 있으면 그치고 머지 않아 정말 멀어질 비였다.
비가 내리지 않는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으므로 밤에도 나는 자주 마루에 나와 앉아 있었다. 마루에서는 마치 놀이 공원 관람차처럼 빛나는 우리 메트로폴리스가 보였다. 우주에서도 가장 높다는 초고층 빌딩들의 도시였다. 당시 우리 별은 우주에서 가장 급성장 중인 개발 도상국이었다. 약간 떨어진 외곽 지역인 할머니 집까지도 밤새도록 그 총천연색이 비쳤다. 그 집에서 도시까지는 딱 그 정도 거리였다.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점점 뜨거워지는 세계와의 거리는 내게는 그 정도가 딱 좋았다. 도시 너머로는 밤 내내 우주선과 비행기들이 오고 가는걸 볼 수 있었다.
우주로 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새벽까지 쉬지 않는 도시였다.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애는 그냥 가수가 아니라 전우주적 락스타가 되고 싶어했다. 그때는 전쟁의 위협도 오랫동안 우리를 쫓아다니던 전염병의 문제도 드디어 결말이 나고 막 보통 사람들에게도 우주가 열리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우리 별에서는 삼사십 년 정도의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마치 아무도 시간의 무게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들 우주로 떠났다. 우리 앞의 우주와 여름과 미래은 무한히 넓고 길고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다.
방학식 날 이후 나는 그애가 말했던 우주 유학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유학은 편도만 백 년 이상 걸리는 먼 별로 갈 수도 있었다.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은하 외곽의 새로 개발되기 시작하는 별들에 가는 경우에는 성적도 거의 필요 없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별들에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또 그런 별들로 가는 유학은 사실상 이민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없어진 고향으로 다시 몇 백년을 들여 굳이 돌아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구인 그애를 다시 본건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 도심이었다. 간간히 내리던 비도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도시는 마치 다가올 여름의 깊이를 예고하는 것 같은 날씨였다. 앞으로 이삼십년, 당분간 긴 우기는 없을 거라고 했다. 나는 유학 서류를 준비하러 오랜만에 도심에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초고층 빌딩들에 가려 어두운 한쪽 골목 지저분한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는 또 내게 아는 척을 했다.
"아직 여기 있는 거야?" 더위 때문인지 조금 피곤한 느낌의 그가 물었다. 나는 표면상으로는 재수를 준비하는 중으로 고등학교 동창들에게는 유학 준비를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떠날 계획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사실 미래로 떠나기 전에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백 년 전의 지구는 극에 달한 오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 때문에 멸망을 앞둔 기묘한 곳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곳에서 떠나 도착한 이백년 뒤의 세상, 이곳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있는 이백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몇 백년 은하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다녀오면 그때 쯤은 조금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무심코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쯤에는 그애도 누구도 살아있을리 없었다. 나는 일직선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일직선성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실감했다. 조금 쓸쓸한 기분이었다.
학교에는 그가 사실 이백 년 전 사람이 아니며 그보다 훨씬 더 먼, 까마득한 과거로부터 온 사람이라는 음모론이 한때 떠돈 적이 있었다. 몇 번씩이나 우주 여행을 반복해서 거의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거라고 했다. 그는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완전히 부정했다. 그런건 이 별의 외계인 신화 만큼이나 허황된 얘기이며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사는 사람 같은 건 없다고 했다. 일단 장거리 우주 여행 기술 자체가 상용화된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미스터리나 음모론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았다. 실제로 장거리 우주 여행을 반복하여 영원한 시간을 사는 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얘기였지만 아직 시도된 적조차 없는 일이었다. 몇 백년 단위의 그런 초장거리 여행을 반복할 경우 신체적으로 버틸 수 없을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문제 때문에라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그 소문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때때로 그리울 정도로 아주 먼, 오래된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우주 건너편에 두고 잊어버리고 온 고향 지구의 느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뒷골목에서도 나는 문득 그가 정말 그 소문에서처럼 오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다. 내가 갑자기 쓸쓸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황당무계한 근거도 없는 소문이 학교에서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던 것도 아마 다들 나처럼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와 제대로 이야기한 건 그때가 두번째이고 마지막이었다. 그는 얘기하는 내내 계속 건물 그림자 아래 어두운 곳에 서 있었다. 차갑고 축축한 오래된 냄새가 나는 골목이었다. 집은 어느 쪽이냐는 말에 그는 고가도로들 너머 멀리 어두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들판 쪽을 가리켰다. 집이 그쪽 교외이기 때문에 이미 버스도 다 끊겨서 내일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근처에 사는게 아니었어?"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우기 이후 도착한 외부인들은 다들 도심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이 근처는 밤새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그는 대답했다. 우리는 같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한참을 얘기했다.
내가 우주의 머나먼 끝으로 떠난 건 그 해도 다 끝나고 다음 해가 시작될 때 쯤의 일이었다. 공항에는 아빠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새벽은 마치 비로 가득한 하루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푸른 색이었다. 그러나 새벽의 그런 푸른 색은 속임수이며 그날도 변함없이 맑을 거라는 걸, 우기는 완전히 끝났다는 걸 이제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아빠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정대로 이백년 뒤에 고향 별로 돌아왔을 때 고향은 여전히 뜨거운 여름이었다. 유사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처럼 화려한 곳은 아니었고 인구도 무척 줄어든 상태였다. 무분별한 공장 건설과 우주 무역의 경향 이동 탓이라고 했다. 차나 지하철이나 건물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변한 게 별로 없던 건 이백년 전 고도 성장기 건설했던 시설들을 아직 거의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밤의 도시는 어둡고 약간 지저분했으며 옛날 식 총천연색 마천루 화려한 간판들과 신식의 어두운 푸른 건물들이 섞여 있었다. 요즘 새로 짓는 건물이나 우주선은 내가 어릴 때 같은 노골적인 조명은 더 이상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화려한 뜨거운 불빛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이 뜨거운 별은 머지 않아 더 더워져 완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거라고 했다. 비는 아마 다시 오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잘못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너무 오염되거나 쓸모가 없게 된 별을 떠나 집단 이주 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규격화된 절차였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환경 파괴를 예측하고 몇십년 전부터 천천히 이주를 진행하고 있던 우리별은 상당한 성공 예였다.
그러므로 세상은 그애 말대로 완전히 미래가 되어 있는 셈이었다. 엄마 아빠와 그때 사람들이 믿었던 것 이상으로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유토피아가 되어 있었다. 우주와 무한한 시간이 우리 앞에 열려 있었다. 조금만 열심히 일하고 특별한 사고만 없다면 나는 아주 오래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옛날에는 발견도 되지 않았던 별들에 가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시간은 여전히 일직선으로 흐르고 있었고 한 번 쓸 수 없게 된 별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변하지 않은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인류가 여전히 혼자이며 우주는 텅 빈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우주는 아무래도 생각보다 훨씬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텅 빈 곳인 것 같았다. 원우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서부터 지구 정부가 계속 걱정하고 대비해온 외계 문명과의 충돌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외계 문명이나 유사 인류의 흔적을 발견했던 건 여전히 우리 별의 그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어떤 가설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의 우주가 생각보다 훨씬 나이든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생명이 우리가 오기 전 이미 다 발생하고 진화하여 멸망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인간과 교류할 수 있는 외계 생명체가 우리와 동시대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확률상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설도 있었다.
나는 도심의 조명이 붉은 옛날 식 식당에서 이제 노인이 된 동창과 저녁을 먹었다. 동급생들 중에서도 조금 먼 별로 떠났던 몇몇은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대 기술 덕분이라고 했다. 몇몇은 아직도 도심의 금색 은색 사무실들에서 밤새 일하고 있었고 몇몇은 교외의 병원에 있었다. 내가 불러낸 그는 몇 달 전에 막 은퇴한 참이라고 했다. 이백년만의 만남이었지만 매일 교실에서 얼굴을 보고 모르는 척 지나쳤던 학창 시절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밤의 도심은 어두운 수조 속 세상 같았다. 종업원 중에는 한 명 어린 여자애가 끼어 있었지만 나머지는 서빙을 하는 것도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전부 늙은 사람들이었다. 막 근대화가 시작된 농촌처럼 이제 우리 별에는 나이 든 사람들과 아주 어린 애들만이 남아 있었다. 깊은 여름이었다. 동창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우주로 떠나고 싶어 하는 손녀가 있다고 했다. 자신은 다른 노인들처럼 그냥 이곳에서 죽을 생각이었지만 그 애는 가능하면 빨리 우주로 보내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지구에서 왔던 그애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말했던 것과는 달리 그가 두 번 다시 우주 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적어도 분명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이상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지금의 우주에서도 사람은 의외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시간 속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걸 그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그는 적어도 지금 살아 있는 동창들과는 졸업 후 거의 바로 연락을 끊었던 것 같았다.
나는 결국 더 이상 그애를 수소문하는걸 포기하고 트렁크를 끌고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무의미한 일이었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도로 주변에는 오래 된 자동차들이 많이 멈춰 서 있었다. 다른 별로 떠나는 사람들이 두고 간 차들이었다.
마을 버스에서 내렸을 때 동네는 눈부시게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인적 하나 없었다.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 날씨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의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의 한여름이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비밀 번호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tv에서 해주는 옛날 락 스타의 콘서트 영상을 보았다. tv는 어디가 고장났는지 도무지 소리가 나오지 않고 음소거 상태로 번쩍 번쩍거렸다. 그쪽 세상도 하늘은 저녁이었다. 야외 무대 뒤편에는 작동을 정지한 공사 현상 크레인들이 팔을 뻗고 있었고 도심에는 조금씩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화면 한 편 구석에는 편의점 간판과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막에 따르면 수십 광년 떨어진 별에서 이미 몇십 년전 열렸던 콘서트라고 했지만 우주의 끝에서는 그런 방송은 좀처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는 아주 오래된 새로운 과거 같았다. 그날은 밤새도록 그걸 봤다.

같이 저녁을 먹었던 동창은 우주의 끝은 어떤 곳이었는지 물었었다. 그러나 이백 년 후의 우리별이 우리가 어릴 적과 의외로 별로 다르지 않은 곳이었듯 우주의 끝 또한 끝이 없는 커다란 사무실 빌딩이나 병원과 무척 닮은 곳이었다. 내가 갔던 별은 아직 정말 초창기라 그런 거대한 건물 한 채 밖에 없었다. 도시 한 구역의 크기는 될 만한 건물이었다. 깨끗하고 조용해진 고등학교 같기도 했다. 고등학교나 수학여행 때처럼 금지된 것이 많은 반복적인 생활이었다. 처음 정착되는 별들은 다 그런 식이었다.
바깥은 안개로 가득한 붉은 땅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깥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건물에는 창문도 없었다. 높은 층의 특별한 방들에는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보통 사람들의 생활 공간에는 없었다. 어떤 실제적 위험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도시나 송신탑 같은 인간적인 요소로 중화되지 않은 낯선 별의 풍경을 매일 보는 것은 인간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주로 tv를 보면서 지냈다. 밤도 낮도 없는 것 같은 우주 끝의 별, 통금 때문에 복도를 돌아다닐 수도 없는 밤마다 정말 많은 tv를 보았다. 비가 내리지 않는 밤에는 잠이 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뉴스 외에는 거의 다른 별들 옛날 프로그램의 재방송이었다. 옛날 지구의 것들도 많이 틀어 주었다. 한동안 나는 지구 드라마들에 심취해 있었다. 드라마 속의 지구는 항상 조금씩 비가 내리는 조용하고 어둑한 곳이었다. 몇 천년 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도시였다. 그애의 고향도 그렇게 비가 그치지 않는 곳인 줄은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환경 오염과 기후 조작 기술의 남용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드라마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고 나는 똑같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들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드라마 대신 보기 시작한 건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들이었다. 특히 우주의 미스터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한때 지구에서 엄청난 유행이었던 것 같았다. 대부분 답을 내리지 않고 묘한 쿵쿵거리는 음악으로 끝나는 방송들이었다. 우리 별의 외계인 이야기도 몇 번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아직 기억하는 한 프로그램은 우리 별에 왔던 탐사대가 무의미한 거짓말을 했을 이유가 없다는 가정으로 시작했다. 방송은 유목민이라는 단어에서 자동적으로 낮은 수준의 문명을 연상하는 고정 관념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정한 초고도의 문명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일 것이라고 했다. 방송은 우리별 외계인들이 떠나갔다는 산 너머 땅이 행성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너머에 있는 것이며, 그들의 유목은 행성의 규모를 뛰어넘는 개념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남기며 끝났다. 나는 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걸 기억한다. 반증하기도 어렵지만 근거도 전혀 없는 주장이었다. 방송이 만들어졌던 삼사백 년 전과는 달리 이 근방 수십 광년 이내의 별들이 거의 완전히 개발된 지금은 더더욱 뒷받침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할머니 집에 돌아왔던 그날 밤도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누구라도 잠 못 들만한 황량한 검은 밤이었다. 냉장고는 불이 꺼져 있었고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마루 바깥으로는 고등학교 때처럼 멀리 도시가 보였다. 옛날처럼 밤새 북적이는 건 아니었지만 변함 없이 촌스러운 화려한 조명과 하늘을 뚫는 고층 건물들이 유행하는 도시였다.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주는 변함 없이 눈부시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었다. 우주에는 전혀 아무 일도 없었다. 전우주적 가뭄이 든 것도 아니고 옛날 같은 세계 대전은 이제 전설적인 얘기가 되었으며 하다 못해 실업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분명히 끝나가는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나는 어쩐지 문명의 끝에 와 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늦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날은 전날과는 미묘하게 공기가 달라져, 여전히 여름이었지만 하늘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은 날이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도 마치 다 끝난 것 같은 날씨였다. 지난 밤과는 달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잤는지 배터리가 다 되어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알 수 없었다. tv도 어제를 끝으로 수명을 다했는지 켜지지 않았다. 밝은 빛 속에서 나는 tv가 어제 켜진 것이 신기할 정도로 낡아 있었다는 걸 보았다. 가끔은 마루를 통과해 마음까지 씻어낼 것 같은 커다란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편의점 하나 없고 수도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이 동네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이제 이 집도 별도 영원히 떠나 우주로 나갈 계획이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 여름 방학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제대로 된 계획도 없고 이제는 돈도 없었다. 여름도 분명 아직 무한히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이유도 없이 행복한 기분이었다.
나는 우리의 조상이 수백년전 이 들판에서 우연히도 마주쳤던 혹은 마주치지 않았던 유목민 외계인들에 대해 생각했다. 기적적인 말도 안 될 정도의 초고도 문명이었기 때문에 인류가 아직 추적하지 못한 것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외계인들의 기술력은 몇 백만 광년 정도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드나들 수 있는, 시간도 아무 의미 없고 장난 같을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탐사대의 기록대로 외계인들이 정말 유목민이었다면, 처음에는 병을 피해 지구를 떠났고 지금은 너무 뜨거운 여름을 피해 영영 이 별을 떠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언젠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지도 몰랐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주장도 그것이었다. 먼 미래 혹은 먼 과거, 언제가 되더라도 그들만의 우주적 달력의 순환에 따라 원을 그리며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외계인들과 다시 조우하게 될 거라고 했다.
마루 바깥으로 내다보이는 거리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눈부신 하얀 색이었다. 하얀 빛 속 나는 산맥 사이의 비밀 길을 따라 이 무한한 여름 들판으로 되돌아오게 될 그 무리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외계인들은 먼 옛날 지구인 조상들이 봤던 그 집과 밭과 가축과 용들을 이끌고 돌아오고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고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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