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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다음은 내 차례인가

2012.08.15 13:5708.15

다음은 내 차례인가






  나는 젊은 시절 한때 조직에 몸담았었다.

  벌써 30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지금 내가 그때의 일을 회상하는 건 오늘 오전에 받은 한 통의 전보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진실은, 회상이 아니다. 나는 조직을 떠난 후 단 한 번도 그 사실을 잊고 지낸 적이 없다. 회상이란 머리가 인지하기에 지난 일이어야 하는데, 내 머리는 그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그 일을 과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도 나는 조직으로부터 쫓기는 신세니까.

  전보의 내용은 이랬다. 조직의 넘버 쓰리였던 한치가 죽었다는 것.

  
  한치는 내가 조직에서 탈출할 때 데리고 나온 다섯 중의 하나다. 이것으로 탈출을 감행한 여섯 중 다섯이 죽었다. 전보의 발신인은 내가 모르는 이름이었지만, 나는 그게 조직의 한 명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인정해버린 지금 이 순간이 더 편안하다. 수십 년에 걸쳐 국내외로 도망 다니고, 다니고 또 다녔지만 내 앞으로 올 전보는 정확하게 내 앞으로 오고야 말았다. 어쩌면 쉬어빠진 음식물에 들러붙는 초파리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배신하고 탈출을 감행한 자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감시하고, 주시하고, 한명 한명이 죽을 때마다 차례로 전보하고, 두려움에 벌벌 떨게 하는 최선의 방법. 점점 사위(四圍)를 조여 오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일 테니까.

  내가 공식적으로 한치를 마지막으로 본 건 10년 전 [피의 처단식]에서였고, 비공식적으론 3년 전 [길의 거리]에서였다. 지금도 나는 확신한다. 그 사람은 분명 한치였다. 3년 전이면 한창일 나이인데도 이상하게 한치의 머리는 백발이 성성했다. 여름인데도 두꺼운 파카에 목도리를 칭칭 감고 다리를 절룩이며 걷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 든 검정색 비닐봉지에서 500ml짜리 술병을 꺼내 나발을 불어댔다.
  내 생각으론 평범한 스타일이 오히려 도움이 될 텐데 그는 어쩌자고 눈에 띄는 행색을 하고 있는 걸까. 하여간 나는 다가갔다. 분명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조직의 일원이 두려웠지만, 빨리, 한시라도 빨리, 그에게 보통의 옷차림을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게 해주고 싶었다. 안된다면 내 옷, 백화점 이월상품 엘지패션의 2만 원 짜리 정장바지라도 벗어주고 싶었다. 한치는 내가 가장 아끼던 놈이었으니까. 그 놈에게 이까짓 것 전혀 아깝지 않으니까.
  그러나 나는 갈 수 없었다. 벌써 누군가 한발 먼저 한치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조직의 한 명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도 아니고, 나의 망설임도 아니고, 그의... 아내였다.
  솔직히 아내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노숙자 동료였을지도 모른다. 혹은 한치를 속이기 위한 위장 조직원이었을지도.

  어쨌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의 몰골은 비슷했다. 사실, 몰골은 한치 쪽이 더 처참했으나 냄새는 차라리 한치가 나았다. 한치에게만 가면 이상하게 한치 냄새가 나서 별명이 한치였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이 여자는 쓰레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다정해 보였다. 갑자기 발작적으로 기침을 해대는 한치에게 쓰레기는 쓰레기쪼가리로 한치의 입을 막아주고, 닦아주고, 다시 고이접어 제 주머니 속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흘렀고, 그 사이 나는 그냥 돌아섰다. 괜히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싶었다. 한치의 행색엔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저렇게 위장을 해서라도 조직에게 들키면 안 되었을 것이고 또, 그녀의 악취 때문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한치를 뒤로 하고 돌아선 후 왠지 모를 석연찮은 기분에 휩싸였다. '촉(觸)'이라고 해야 되나? 조직에서 한치를 봤다면 저대로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지 않겠나, 하는. 나는 [길의 거리]에서 너무 쉽게 만난 한치를 조직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고, 알지 못했을 리 없다고, 분명 한치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한치를 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한치는 우리의 탈출과 관련해 아무런 잘못이 없지 않았던가. 나는 다시 한치와 쓰레기가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숨어 지내는 동안 한 번도 달린 적이 없었다. 달리는 행위는 도망자의 전형이라, 나 도망자요, 하고 알리는 꼴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걸었다. 천천히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한치의 다리는 이미 조직에서 처리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치의 행색은 나에게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치의 쓰레기는 한치 주위로 단 한 사람의 접근도 용납할 수 없다는 양 쳐 논 방어막일지도 모른다. 나는 한치가 이미 조직에 당했거나, 매수되었거나 혹은 완벽하게 숨어살기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내 걸음이 느린 건지, 한치가 빠른 건지, 하여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무리 걸어도 한치를 붙잡을 수 없었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한치를 따라가지 못했고, 뒤돌아서며 보았던 어렴풋한 뒷모습이 한치의 마지막이었다.
  사실, 조금만 뛰었더라도 한치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때 나는 절대로 뛸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추측은 한치의 전보로써 틀렸음이 입증됐다.


  두려웠다. 아니 솔직 하자면 무서웠다. 내가 알고 있는 조직은... 그랬다.
  한치의 전보를 받아들고 아마도 한치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이라는, 그래서 그 전보가 한치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가 아닌 내 죽음을 알리는 전보라고 느껴졌다. 30년 전, 그때도 이런 죽음의 전조를 느끼고 조직에서 탈출했었다.

  사건은 이랬다.

  나, 뱁새, 한치, 은철이, 핸썸, 꼬붕, 이렇게 여섯이 한조였다. 최고조직의 갈래에서 우리 여섯이 하나의 팀이었는데 북동부지부 단란주점을 관리했다. 우리 팀의 최고 권력자는 나였다. 하지만 나는 권력을 부리는 성격이 아니었던지라 어쨌거나, 말이라도, 우리 팀은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유재석처럼 부드러운 리더쉽이랄까.
  그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우리 팀에서만 친구하면 될 것을, 핸썸이 보스의 여자와 친구를 먹은 것이다. 그것도 육체적으로 은밀하고 짜릿하고 여하튼 좀 질펀한. 핸썸은 정말 못생겼는데, 그래서 비꼬는 식의 별명으로 핸썸(물론 이름이 현섭이기도 했다)이라고 불렸는데, 미스코리아 빰치는 미모의 보스 여자가 왜 핸썸에게 넘어갔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핸썸이 좀 남다른 데가 있긴 했다. 남자답거나 박력 있진 않았어도 사려 깊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뭐든 이해해줬다. 그게 설사 살인일지라도.
  나도 한번 조직 제 3팀의 김부장과 트러블이 있었는데 핸썸이 중간에서 해결해줬다. 뭐 어떻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김부장이 내게 찾아와 담배나 한 대 빨자며 먼저 화해를 신청한 것이다.
  나는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 궁금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안 궁금한 척 했다. 그게 팀장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후, 보스여자 일이 터진 후, 뿔뿔이 흩어진 후, 제일 처음으로 핸썸의 전보를 받은 후, 그때 김부장에게 뭐라고 했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더 이상은 알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

  조직에서는 우리 팀에게 핸썸을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만 한다면 나머지 다섯은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이제 와서 말이지만, 사실 처음엔 핸썸을 처리하려고 했었다. 우리 팀에서 가장 어리고 혈기도 왕성한, 솔직히 조직에 들어올 때 이런 일 한번쯤 해보고 싶었기에 설렌다는 은철이가 핸썸을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고, 들어보니 계획도 나쁘지 않았다. 복상사로 위장한 약물과다주입. 자기 여동생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기에 약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했다. 보스의 여자 앞에서 죽임을 당한다면 어떤 상징성도 있지 않겠냐는 꼬붕의 시답잖은 말도 일리가 있어 보여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었다. 우린 불철주야 두 사람을 따라다니며 감시했고, 두 연놈을 덮치기 위해 꼬붕의 집에 몰래 들어가 숨어있었지만, 우리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왜냐하면 보스의 여자는 항상 상위체위만을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보스 여자의 상위체위 탐욕보다 우리가 느끼기에 더욱 황당했던 것은 오히려 핸썸이었다. 핸썸은 남자로써 수치스러운 혹은 치욕스러운 또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만 느껴야 되는 세상에서 금기될 법한, 어떤... 그런... 그녀의 자세를 묵묵히 다 받아주었던 것이다.
  우린 보스의 여자가 그러한 이유로 핸썸을 사랑했다면 그건 핸썸의 진심이 통한 거라 믿었고, 우린 핸썸이 정말 대단한 놈이란 생각에 감동까지 했었던 것 같다.
  또, 그렇다면 복하사가 될 텐데 복하사는 뽀대가 나지 않으니 차라리 우리 모두 탈출을 하는 건 어떻겠냐는 한치의 의견도 그 무렵 내 마음을 움직인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핸썸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탈출을 감행했다. 끝끝내 핸썸을 죽이자는 은철만 빼고 나머지는 내 의견에 동참했다.
  떠나기 전날 밤, 은철을 보스 방 앞에 꽁꽁 묶어둔 채 우린 탈출했다. 그리고 내 인생은 점프해서 지금이다. 가끔 은철이 죽었을까 살았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똥 눌 때, 컴퓨터 로딩 중일 때, 버스를 기다릴 때나 생각나는 궁금함일 뿐이었다. 그것도 은철의 전보를 받기 전까지 말이다.

  나는 30년도 더 지난 그 모든 일들이 바로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만약 그때 복하사로 핸썸을 처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 아무 일 없었을까. 아니면 나도 누군가로부터 처리되었을까. 그도 아니면 조직에서 한자리 차지하다 은퇴해서 행복한 말년을 보내고 있을까. 연금이라도 타먹으면서. 시골에서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단란주점에서 만난 미영이랑 결혼은 했을까. 그년 성격이 개떡 같아서 분명 이혼 했을 거야. 위자료도 엄청 챙겨갔겠지. 그래도 지금처럼 쫓기는 신세는 아니겠지. 목숨이 이렇게 선풍기 앞의 촛불처럼, 난간 위의 아이처럼, 산꼭대기의 돌무더기처럼, 실연당한 49세 노처녀처럼 위태로운 거라는 걸 알리가 없겠지. 알리가 없었겠지.


  그러나 모든 일은 선사후각(先事後覺) 즉, 사건이 먼저고 깨달음이 뒤다. 또한 사건이 터져야 깨달음도 따라온다. 그러니까 내말은 사건이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깨닫기 위해 굳이 사건을 일으키거나 당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 알고 싶지 않은 것은 모르고 지나가는 편이 더 낫다. 도망자의 신세를 통해 깨달은 게 많았어도 도망자 신세로 살지 않는 게 더 나은 것처럼, 그렇게 사는 삶이 어떤 삶인지 굳이 깨달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건은 소리도 모양도 냄새도 없이 다가왔다. 문제는 그런 거다.


  사실..... 나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커다란 집을 지을 때였다.     좌우간 그때는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서 작은 소리, 작은 움직임, 작은 행동에도 극도로 긴장했는데, 누군가가 칼로 나를 쑤셔댄다 해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정신과 육체가 도저히 내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때였다.
  차라리 그냥 나타나 주었다면, 칼로 푹 쑤셔서 나의 내장을 도려내어주었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었다. 백경의 한 구절처럼 나는 쏘지도 않은 총탄에 맞아 벌벌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면 됐다, 싶었다. 이 정도면 원 없이 살았다, 자랑스러웠다.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가 굳게 믿었다. 그래서 약국용 수면제 쿨드림 10통을 한꺼번에 입구멍에 쑤셔 넣었다.
  도망 다니는 신세가 처량해서 그랬던 건 아니다. 도망이라는 것도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편안해지고, 편안해지다 보면 해이해지고, 해이해지다보면 만사 귀찮아진다. 그래서 에라이 그냥 잡혀버리자. 잡히고 말자, 될 때로 되라는 식의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되는데, 그럴 때 마다 알람처럼, 초인종처럼, 1월 1일 전국에 울려 퍼지는 보신각종처럼, 댕댕댕- 죽음의 전보가 날아드는 것이었다.
  나는 도망과 죽음의 관계를 끝내 풀지 못했고, 계속 문제 안에 있었다. 이런 것이다. 미로 속에 갇혀 있는 것. 미로의 끝은 죽음이라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로 속에 갇혀 있을 수도 없는. 그래서 차라리 미로 속에서 행불자로 남고 싶었다. 스스로 나가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미로 속의 행불자를 찾아내기란 힘들 것이며, 찾았다하더라도 시퍼런 시체가 되어 있으면, 멋지잖아, 라고. 그러나 나는 3일 밤낮을 내리 잔 후, 쿨드림에서 깨어나 다시 미로 속 어느 한 쪽에서 순대국밥을 입구멍에 쑤셔 넣고 있었다.


  조직의 배신자를 처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소문만이 무성했다. 테러리스트들의 참수형을 벤치마킹했다더라, 인육을 먹었다는 칠성파의 한 관계자를 멘토로 두고 있다더라, 하여간 쓸데없는 말들은 공기 중을 부유하고, 부유하던 말들은 먼지처럼 내 콧구멍으로, 내 귓구멍으로, 내 입구멍으로 들어왔다.
  두려움은 증폭됐다. 죽음이 무서운 건 아니었다. 다만 실체를 잡아 삼킨 그 무성한 소문이 정말로 무서웠다. 인터넷 악성댓글로 자살하는 연예인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누군지 알 수 없는 실체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조르고 압박했다. 점점 온전한 정신으로 생활하기 힘들어졌다. 나 외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심각한 정신적 착란증세와 대인기피증, 공포증을 내 침대에 함께 누여야 했다.
  내가 잠들지 못할 때, 나와 함께 누워 있던 것들도 잠들지 못 했다. 어느 순간,

  나는 죽지 못해 살고 있었다.


  항상 누군가를 의심했다. 의심하지 않고는 안심이 안 됐다. 밤이 되면 쾌락과 함께 위에서 나를 눌러대던 여자들까지 내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플라토닉이니 에로스니,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개뻥.
  불안은 육체를 잠식한다. 조금씩, 조금씩 육체적 고통을 야기 시킨다. 두통으로 시작된 통증은 긴장성 두통, 메쓰꺼움, 신장염, 장염, 변비, 치질, 위염,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이명, 당뇨합병증과 알코홀릭으로 몸 전체를 잠식해갔다. 면역력은 떨어지고, 체력은 저하되고, 온몸은 떨려왔다. 걸을 순 있으나 걷기가 힘들다. 움직일 순 있으나 움직이면 아프다. 그렇게 된 것이다. 내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이다.

  그러나 이 전보를 받아든 지금, 나는 한 가지 위대한 결심을 하고 있다. 그건 바로 한치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한치는 내가 제일 아끼던 놈이었지만 꼭 그래서 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나를 옭아매고 있던 끈을 끊고 자유롭게

  ...... 죽고 싶다.

  조직에선 내가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더 이상 숨어 다닐 곳이 없다는 것도 알 것이다. 이렇게 끈질기게 나를 쫓을 줄 알았다면 그때, 탈출을 감행하지 않았을 텐데. 탈출은커녕, 오히려 핸썸을 내 손으로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했을 것이다, 분명히. 그런 후에 나 또한 죽음을 당했더라도 말이다.

  나는 보스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게 있다.

  도대체 왜!!!

  30년이 넘도록! 이제 내 나이가 환갑이 넘어 고희를 바라보고 있는 이 지경까지! 무슨 억하심정으로! 보스는 도대체 죽지도 않는지! 아니면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처럼, 나를 잡아 죽이라는 미션이라도 대대로 내려오는 건지! 꼭 묻고 싶다. 반드시 묻고 싶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나를 이렇게, 끈질기게, 벌집 흔든 사람한테 달려드는 벌 떼처럼, 나를, 나...를... 나...한테...... 내가 뭐 얼마나 그렇게 잘 못 .........했.......다고... 핸썸은 이미 죽고 없는데...... 다 ...죽였으면 됐지...... 나까지..... 끝까지...나...를...... 내가 보스를 얼마나... 내가 보스한테 얼마나... 잘 했는데... 보스가...어떻게......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나한테.... 나......... 씨...바...아......알......!


  나는 지금 콜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싣고, 나를 싣고, 한치가 있는 곳 까지 데려다 줄 콜택시. 싸구려 양복점에 구입한 검정색 양복과 포마드를 발라 2:8 로 빗어 넘긴 머리카락. 몇 가닥 남지 않았지만. 한치에게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 예의를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른 뜻은 없다. 정말로 다른 뜻은 없다.
  그런 것이다. 영정사진 찍으러 가는 노인네의 심정.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천주교의 공동묘지였다. 의외였다. 한치가 천주교도였다니.  콜택시 기사는 지방행이라 돈을 더 받게 되어 그런지 굳이 전동휠체어를 밀어 나를 한치의 무덤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저어, 기다릴까요.
아니요.
그럼 어떻게 가시려고요? 여긴 너무 외져서 다른 차를 잡기도 힘들 겁니다.
괜찮습니다. 누가... 와 있거든요.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는 콜택시기사를 보내고 나는 기다렸다. 깔끔한 차림의 사람들이 몇이라도, 아니면 가족이라도, 아니면 쓰레기라도 보일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이미 장례가 끝난 걸까, 생각했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덩그러니 한치의 무덤만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잘 왔어, 형. 형도 오늘이 제삿날이구나, 하고.

  한치에게 특별히 할 말은 없었다. 탈출 성공 후 필리핀에서 1년 정도 한치와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오래 도망 다닐 수 있을까, 누가 먼저 죽을까, 먼저 죽는 사람이 씨발놈, 그러니까 남은 자식새끼가 있으면 서로 키워주자, 내 여자는 넘보지 마, 내 딸도 넘보지 마, 너나 넘보지 마라 이 썩을 놈아, 한치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여자들은 왜 너만 좋아하냐 씨발...... 이라며 쓸데없는 생각과 말과 욕들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니가 씨발놈. 이렇게 혼자 뇌까리며 쓴 웃음을 짓는 것밖엔.  


  날씨는 청명했다. 까마귀 몇 마리가 내 주위를 뱅뱅 돌면서 까악까악 울어댔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없어 그런지 너라도 잡아먹어야겠다는 기세로 가까이 다가왔지만, 나는 나뿐만 아니라 한치를 위해 싸가지고 온 한치 두 마리와 소주 한 병을 가슴팍에 껴안고 까마귀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까마귀와 대치하며 멍하니 한치의 무덤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이렇게 죽어서 묻혔을 핸썸, 뱁새, 꼬붕, 은철이가 떠올랐다. 내 목숨 부지하자고 그들이 죽었을 때 나는 오히려 멀리, 더 멀리, 아주 멀리로 달아났었다. 이렇게 찾아와 소주라도 한잔 따라줬어야 했는데. 그때는 조직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일단 죽어버리면 상관없겠지만, 그 과정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나는 전보를 받아들 때마다 미친 사람처럼 어디로든 더 먼 곳으로 달아났고,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이 곳이, 단 하루도 편히 살지 못한 내 삶이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오늘 이 지옥에서 탈출한다. 사방이 뚫린 공동묘지는 누군가를 쉽게 죽일 수 있는 안성맞춤의 장소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전동휠체어에 앉아 있고, 전동휠체어의 속도는 느리게 걷기와 빠르게 걷기의 중간쯤 될 테니 나 하나쯤 죽이는 건 쉬운 죽 먹기일 거다. 나 하나쯤 죽는다고 세상천지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것이고.

  나는 기다렸다. 그들이 나타나기를.

  30분... 1시간... 1시간 43분... 1시간 58분... 2시간 18분... 기다림의 시간은 길어져 갔고, 추위 때문에 내 몸은 굳어져 갔다.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걸까? 설마... 여기가 아닌가? 분명 여기가 맞는데. 누가 날 죽이러 올까? 보스가 올까? 아님 정실장? 뭘로 죽일까? 칼? 도끼? 총? 조직은 잔인하다. 그것보다 더 쎈 것일 테지. 세상도 좋아졌는데. 나는 담대하려 노력했으나 쓸데없는 상념들이 몸속에서 얼어붙고 있었다. 나는 언 몸을 녹이려 아껴두었던 소주를 한잔 따라 마셨다.


  그때 저 밑으로 누가 봐도 고급승용차 한 대가, 누가 안 봐도 비싼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누가보건말건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어주자, 한 박자 쉬고,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는 그는 2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엔 조직도 대기업화 된다더니. 그 모습이 흡사 대기업 이사쯤 되어 보였다. 그래, 나를 죽이려면 사장은 못 돼도 이사정도는 돼야지. 그는 내가 있는 한치의 묘지 쪽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솔직히,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긴장되었다. 나는 죽을 결심을 한 후, 모든 두려움을 내려놓았다고 믿었는데 그건 내 머리가 혼자 한 일인 것 같았다. 내 심장은 아주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기다린 사람은 다 늙어빠진 보스였지만, 어쩌면 저 놈은 보스의 아들일지도 모르지. 나는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이라도 보스가 보고 싶었으나 이제 곧 죽을 마당에 굳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울 건 없었다.
  점차 가까이 다가온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치의 무덤 앞으로 다가온 그는 말끔한 외모만큼이나 말끔하게 절을 두 번하더니 급하게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어... 어라? 내 존재 따윈 무덤 근처를 날아다니는 까마귀 보듯 전혀 알은 체를 하지 않았다. 나는 떠나려는 그를 잡아 세웠다.

저... 저기.
저요?
그럼 너지. 여기 너랑 나 밖에 없잖니. 흡사 까마귀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드라마틱하게 놀란 그에게 나는 전동휠체어를 움직여 다가갔다.

  저...
  네?
  혹시... 보스가 보냈나?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날 죽이려고 왔나 말일세.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지만, 전 단지 제 아버지를 뵈러 왔을 뿐입니다.
  뭐? 그럼 자네가 한치의 아들인가?
  제 아버지는 김자 동자 수자를 쓰셨습니다.
  맞어, 맞네. 동수. 자네가 한치, 아니 동수의 진짜 친아들이란 말인가?
  네. 맞습니다. 제가 친아들입니다.
  몰랐네. 아들이 있는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이 분이 제 아버지인 줄은.
  그게 무슨.
  노숙자의 아들로 길거리에서 태어나, 길거리에서 두 살까지 살다가, 사람들에 의해 보호시설로 들어갔었거든요. 그 후, 오늘 아버지를 처음 뵙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저도 노숙자로 평생 살았겠지요. 아버지 역시, 평생을 노숙자로 살  다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네. 평생은 아닐 걸세. 나와 함께 한 시절도 있었으니.
  어쨌거나 제가 알고 있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한치의 아들은 그 어떤 슬픔 따윈 없다는 투의 무표정한 얼굴로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투정이라거나 그래서 저따위 아버지를 두어서 억울하다거나 아이고 내 팔자야, 와 같은 악감정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게 고급승용차의, 고급 양복의, 운전기사의 위력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자네...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신지 알고 있나?

  두려웠다. 그의 입에서 조직의 한 사람이 찾아와 내장을 도려냈다고 들었습니다, 라는 말을 할 것만 같았다.

  알콜중독자였는데, 마지막엔 폐렴이 악화되어 돌아가신 걸로...
  폐렴이 아닐 거야... 사실은... 너의 아버진 조직에 쫓기고 계셨어. 음... 왜... 일제 때 독립운동하다 일본 놈들에게 쫓긴, 뭐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힝.

한치의 아들은 크지도 작지도 않게 힝, 이라는 단어를 내뱉었고, 얼굴표정도 딱 힝, 이라는 단어 같아 보였다.

  물...론, 독립운동을 했다는 건 아니네만, 그렇게 도망 다니다가 노숙자가 된 걸 거야.
  어쨌거나 노숙자였고, 사인은 폐렴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 뿐이고, 더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구만.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안 가십니까?
  누굴 좀 기다리고 있어.
  아버지께 친구 분이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씩이나.
  친구는 아니고... 하여간 누가 올 거야.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그러게. 근데 저... 쓰레기... 아니 자네 어머님...?
  어머니는 두바이에 계십니다.
  두바이엔 무슨 일로...?
  재혼하셨습니다. 석유재벌이랑.

  나는 그제서야 한치 아들의 행색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쓰레기가 석유재벌과 결혼했는지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세상 살다보면 별의별 일들이 다 있다지만 이거야말로 해외토픽 감이었다. 내게는 아직 그녀의 쓰레기냄새가 콧구멍 깊숙이 인각되어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도 그녀의 냄새를 기준으로 버리곤 했다. 그랬던 쓰레기가 중동 석유재벌을 만났다니. 사람일은 정말 모를 일이다.

  한치의 아들은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줬고, 옷이 구겨질까 옷의 끝 쪽을 잡고 올라타는 게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한치가 어떻게 살았는지, 쓰레기는 누구인지, 저 청년이 진짜 아들인지, 저 청년의 엄마가 내가 봤던 그 쓰레기가 맞는지, 나는 한치 아들이 타고 있는 차의 뒤꽁무니를 보면서 한치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도망은 도망이고 삶은 삶이었나?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이 한치에 비해 무척이나 보잘 것 없이 느껴졌고, 허무한 감정마저 들었다. 한치는 아주 많은 일은 했구나.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종교도 가졌고.

  휴우.

쓸데없는 한숨이 난 후, 얼마나 더 지났을까. 해가 뉘엿뉘엿 지자 사위가 점점 어두워졌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벌써 여기 온지 아홉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왜 그들은 나타나지 않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작 죽을 결심을 하고, 이 자리에 왔는데 여기에선 조직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니.
  흡사 몰래카메라 같았다. 갑자기 이경규가 나타나 그 동안의 내 삶이, 30년 동안의 내 인생이 몰래카메라였습니다, 하하하. 할 것만 같았다. 나를 속이고, 내 삶을 속이고, 내 세상을 속이는 몰래카메라. 처음부터 조직도 없었고, 핸썸과 미모의 보스여자도 없었고, 한치도 없었던. 그런 세상.


  시간이 지날수록 콜택시를 괜히 보냈다는 후회가 찾아왔다. 손발 저림도 찾아왔고, 아침에 내가 혈당체크는 했었나... 하는 괜한 걱정도 찾아왔다. 배고픔도 찾아왔고, 사위가 어두워지니 무서움도 찾아왔다. 덩달아 오줌발도 얼릴 것 같은 추위가 찾아왔다. 그러자 아까 한치 아들의 차라도 얻어 타고 내려갈 걸 하는 참으로 철딱서니 없는 후회가 덤으로 찾아왔다. 나는 한치를 위해 준비한 한치를 까마귀 몰래 먹으려고 꺼냈지만, 냄새를 맡은 까마귀 떼가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가까이 모인 까마귀들은 의외로 컸고, 정말 나를 쪼아 먹을 것처럼 쳐다보는데 말똥말똥한 눈망울이 무서...웠다. 어쩔 수 없이 하나는 내가 먹고, 나머지 한 마리는 까마귀 떼에게 던져 주었다. 까마귀 떼는 서로 먹으려고 물고 뜯고 난리를 피우다 결국 제일 힘이 쎈 놈이 한치를 낚아채 꿀꺽 삼켜버렸다. 잠시 후, 먹을 게 더 없다는 걸 알게 된 까마귀 떼는 냉정히도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한잔씩 마셨던 소주는 이젠 빈병이 되어 한치 무덤 곁에 나뒹굴고 있었고, 대신에 내 얼굴은 점점 더 불타오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조직에 의한 죽음이 아니더라도 나는 곧 죽는다. 온갖 병들이 내 몸을 잠식했고, 그래서 한쪽 눈이 멀었고, 한쪽 다리가 굳었고, 내장 기관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덕분에 도망자의 신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마저도 내 뜻대로 되질 않는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탈출은 완벽한 것인가?


  어쨌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기다릴 것이다. 좀 춥더라도, 좀 배고프더라도, 좀 무섭더라도. 조직의 일원이 나타나기를 나는 여기서,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전동휠체어의 배터리가 나가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서 기다리는 게 아니다. 핸드폰의 배터리는 남았으니 콜택시를 부를 수 있지만, 나는 부르지 않을 것이다. 한치의 무덤 앞에서 나는 기다릴 것이다. 조직의 일원을, 나의 죽음을.

보스가 오면 더 좋겠지. 그땐 미안했지만 솔직히 그 여자, 좀 걸레였다고. 솔직히 핸썸 말고도 숱하게 붙어먹은 거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예쁘긴 참 예뻤어도 난 미영이가 더 좋았다고. 성질이 좀 더러워서 그렇지, 그래도 순정은 있는 여자였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보스가 안 죽었으면 지금 고희를 넘겼을 텐데. 아니 팔순을 넘겼을라나. 하여간 기나긴 시절을 참으로 무심하게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으므로. 하여간, 이러다 다시 콜택시를 부를지도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일단은 여기서 기다려 보련다. 뭐가 됐던 간에 30년을 넘게 도망 다니게 만들었던 그 실체가 나타나지 않을까. 나는 추위도, 배고픔도, 무서움도 이겨내고 기다려 보련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 테니.
오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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