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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 별을 졸업

2012.08.13 03:5208.13

그 별을 졸업



내가 태어난 별은 지구의 빛이 도달하는데만 몇 백 년이 걸리는, 우주의 먼 먼 지역에 있는 식민지였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이미 지구와 연락이 끊긴지도 이백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1차 이주선단을 따라 곧 출발하기로 되어 있던 2차 이주선단은 결국 도착하지 않았다. 저녁이면 파랗게 가깝게 보이는 산맥에는 지구에서 오는 전파를 기다리는 관측소가 있다고 했다. 그건 계속 운영되고 있었지만 내가 자랐을 때 쯤에는 이미 우주선이 도착할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전쟁, 전염병, 그 무엇이든 혹은 아무 일도 없었든 간에 지금은 1차 이주선단이 떠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고 했다. 지구는 원래 빠르게 변하는 별이었고 우주 여행에 걸린 시간을 계산하면 1차 이주선단이 지구를 떠난지도 이미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약 지금에라도 지구에 도착한다면 우리는 의외로 기시감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고 했다. 우리 별은 아직 오염도 개발도 심해지기 전 원래 지구의 북반구와 자전과 공전의 주기도 온도도 중력도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다. 어느 식민지보다도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은하 건너편 거의 탐사되지 않은 지역에 있는데도 굳이 이 별이 이주 대상으로 선정되었던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비슷했다고 한다. 분위기는 중요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맞더라도 어떤 별들은 하늘이나 지형에 가슴을 짓누르는 듯 문득문득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섬찟한 느낌이 있어, 그런 곳에서는 어떤 정착지도 오래 갈 수 없다고 했다. 반드시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다.

엄청난 자원을 투자할 식민지 후보로 우리 별이 선택된 또 다른 이유는 특별히 생명 발생을 방해할 만한 조건은 없었음에도 이상하게도 인간에게 예상치 못한 방해물이 될 만한 고유의 생태계가 아예 부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본 적이 없는, 산맥 너머 회색 바다 또한 물고기도 미생물 한 종도 숨어있지 않은 완전히 빈 바다라고 했다. 천문학적인 무게의 은색 물로만 가득 찬 공간이었다. 여름에도 귀찮게 하는 날벌레 하나 없는 우리 도시도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황야 가운데 건설된 도시였다. 2차 3차 이주선단이 결국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낡은 아파트 단지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도 그런 단지들이 몇몇 있었다. 어느 하교길 소리 없는 낮에 그런 한 단지 앞에 멈춰 섰던 적을 기억한다. 이백 년 전 지구에서 옮겨 심은 풀과 나무들이 많이 자라나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는 이미 다들 학교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2월 학기처럼 거의 매일 단축 수업을 했고 공부를 붙잡고 있는 애들은 거의 없었다. 우리의 대입이 있기 전에 거대한 일식이 찾아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팔십 년을 계속될 긴 밤이자 겨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리가 깨어질 정도로 추워질 그 겨울 중에 우리 별은 아마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겨울에 대비할 물자들은 2차 3차 이주선단이 운반해 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때가 멸망일 것이라는건 모두 미리 처음부터 알고 있던 문제였지만 신문 같은 데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건 겨우 날짜가 일 년도 남지 않았을 무렵부터였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때였다. 생존자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기적적으로 지구에서 지원이 오지 않는 이상 다 죽게되리라는 것도 뻔한 일이었다.

사실 멸망은 지구와 통신이 끊겼을 때부터 이미 시간 문제였다고도 한다. 독자적으로 문명을 유지하기에는 애초에 인구가 너무 적었는데다 추가 물자가 도착하지 않으면 발전소나 송전 시설 같은 중요한 것들을 보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 근처에 있는 주 발전소는 이미 몇 십년 전부터 노후화되어 언제 정지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실제로 그 해 들어 몇 번이나 예고되지 않은 정전이 있었다. 물론 그건 처음 이주민단 도착 당시부터 있었던 이 별의 이상한 전파 방해 현상 탓이라는 말도 있었다.

조용하고 눈부신 좋은 날씨 속 어떻게 저렇게 백 년이 넘게 굴러왔지만 이제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었다. 또 겨울이 오면 임시로 사용해온 태양열 발전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므로 발전소 고장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위협 같은 말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기에는 너무 조용한 바람도 없는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멸망을 일 년 앞둔 그때까지도 도시는 여전히 전처럼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곳이었고 별로 전보다 더 위험해진 것 같지도 않았다. 가끔 야간 자율 학습이 있는 날이면 나는 전처럼 혼자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겨울을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유일한 대피소의 위치는 비밀이었다. 들어가게 될 사람에게도 마지막 순간까지는 비밀이었다. 들어갈 사람은 다양성을 고려해 추첨으로 정해진다고 했다. 내가 뽑혔다는 소식을 전해준 건 어느날 3교시 무렵의 학교에서 옆 반 학생 주임 선생님이었다. 교무실이 아니라 빈 음악실에서였다. 커튼 너머는 이상하게 흐린 날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별은 원래 전혀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이었으므로 그건 아마 착각이었을 것이다.

추첨에 뽑힌 우리들은 겨울이 완전히 다 끝날 때까지 백 년을 냉동되어 잠들어 있게 될 거라고 했다. 최소 백 년이었다. 대피소는 지구에서 우주선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와 기술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으로 열리거나 망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실 몇 백만년을 우리를 태우고 있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백년 후에 문을 열어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언젠가 누군가 다시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물건이었다. 선생님은 가족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뽑힌 사실을 알려서는 안되며 꼭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그때 나는 고3이었기 때문에 그날도 야간 자습을 했다.

장소는 교실, 때는 아홉 시나 열 시 쯤이었다. 거의 아무도 공부하고 있지 않았고 비어 있는 자리도 이제는 꽤 많았다. 남은 애들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얘기하고 있었다. 가까운 곳의 몇몇은, 대피소는 분명 우리가 타고 온 우주선의 일부일 거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우주선 자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이백년 전에 지구에서 가져 온 지구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그 우주선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발전소 문제를 매일 얘기하면서도 여전히 전기 절약을 하지 않던 시절, 여름이 끝나갈 무렵의 시원한 공기였다. 밤이 되면 도심만이 교외 빈 구역이나 그 바로 바깥의 황야, 영원히 입주되지 않은 아파트들의 검은 색과 대비되는 화려한, 흘러넘치는 색이었다. 학교는 도심 멀지 않은 지역에 있었다. 덕분에 교실 창밖은 바다 같은 야경이었다. 나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고 내 옆자리의 그애는 문제를 풀다 말고 턱을 괴고 천천히 흐르는 바다 같은 사차선 도로와 도심 건물들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언제나 이상한 향기가 나는 검은 산맥이 낮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우리는 원래 잘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하나의 친구였기 때문에 하나가 우리 자리에 와서 말을 걸 때면 종종 같이 얘기하는 걸 듣곤 했다. 하나는 어딘가 다른사람들을 잡아매는 삶으로부터 놓여난 것 같은, 풀려난 것 같은 성격이었다. 학교 생활과 여름의 끝이 다가오던 그 무렵은 특히 그랬다. 그는 말이 없고 조금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은 하나가 이쪽에 와서 책상에 걸터앉았을 때도 나는 이야기에 끼어드는 대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을 베고 있었다. 아무와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솔직히 기뻤기 때문이었다. 미래로 가게 된 것이 기뻤다. 백년 후 만년 후의 세계가 보고 싶었다. 문득 잠시 하나와 눈이 마주쳤던 걸 기억한다. 하나가 내 비밀을 눈치 챘다면 그때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나에게 마지막까지 비밀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하나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알고 있어 주기를 바랬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부엌 옆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는 며칠이 지났을 때쯤 엄마에게만 사실을 말했다.



그때부터 대피소에 들어가기로 정해져 있는 몇 달 뒤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겨울부터는 아침에 학교에 가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밤이면 열린 창문 너머로 이야기 소리와 간간히 시끌벅적해지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 뒤의 놀이터는 밤이 되면 고등학생들이 시간을 때우는 장소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하나가 거기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옆자리의 그애도 아마 거기 있었을 것이다. 밤에 애들이 있는 곳은 그곳, 혹은 골목 하나를 돌면 곧바로 황야로 이어지는 도시의 외곽 지역이었다. 그곳에는 원래 이 별의 두 번째 세 번째 도시로 이어질 예정이었던, 그러나 영원히 두 번째 도시가 생길 리 없게 된 그때는 이미 버려진 사차선 고속도로가 있었다. 낮에도 많아야 하루에 두세 대 정도 밖에 지나가지 않았다. 아마도 발전소나 산 위 관측소로 향하는 차였을 것이다. 밤에는 완전히 비어 있어 마치 바람과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활주로 같은 길이었다. 근처에는 새벽까지 문을 닫지 않는 카페도 하나 있었다. 바깥에서 밤을 샐 때면 다들 자주 들르는 유명한 곳이었다.

나는 통금이 있었기 때문에 밤에 밖에 있을 수는 없었지만 한 번 늦게 집에 오는 길에 그 카페 앞에 앉아있는 그애들을 본 후 그들은 왜 바깥에서 밤을 보내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들은 카페 앞 어두운 곳에 앉아 길 건너편의 건물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금색 빛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카페 앞에는 원래 야외 테이블이 있어 밤 늦게까지도 사람들이 자주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날씨도 많이 추워져, 아무도 바깥에 앉지 않게 되고 파라솔은 다 치워진 뒤였는데도 그들은 끈질기게 그대로 바깥에 앉아 있었다. 마치 교실 책상 위에 걸터앉듯 거꾸로 뒤집힌 여름 용 테이블과 그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카페는 마치 벌써 닫은 것처럼 안쪽까지 어두웠다. 어두워서 누가 누구인지는 구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예정보다 조금 많이 늦게 집에 들어간 그날 나는 머리가 울릴 정도로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면서 울고 며칠 동안 내게 말을 하지 않았다. 멸망이 코 앞의 코 앞으로 다가온, 누구 한 사람만 나쁜 마음을 먹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지금은 옛날처럼 생각 없이 나돌아다닐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때부터 한참 동안 나는 밤 외출을 하지 못했다.

당시 밤에는 항상 물에 얼음을 띄운 것 같은 날씨였다. 아직 일식 겨울은 반 년이 넘게 남아 있었지만 보통 겨울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작년보다 추운 겨울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자료에 따르면 딱히 평균 기운보다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나는 추위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우리 별의 여름은 지구만큼 뜨겁지 않고 겨울은 지구만큼 춥지 않았다. 언제 대피소에 들어가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식을 일으킬 거대한 달이 가까워질 때까지 여기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새벽 두 세 시쯤 살짝 문을 열고 나가 새벽 길을 따라가 하늘을 다 가리는 달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달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겨울이 오는 날에는 다들 그 카페 앞이나 도시 입구의 고속도로 혹은 아파트 계단 앞 어딘가에 앉아 별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진 그 모습을 보고 있을 것 같았다.



하나가 실종된 건 우리가 수학 여행 대신 가기로 했던 1박2일 여행 날이었다. 수학 여행은 취소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도시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엄마는 의외로 쉽게 허락해 주었다. 엄마는 옛날에 수학 여행을 가서 아무 것도 살지 않는 회색 바다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어렸을 적만 해도 황야를 가로질러 여기서는 그림자처럼만 보이는 산맥을 넘어 회색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수학 여행을 갔지만 최근 몇 십년 동안 어째서인지 수학 여행도 점점 더 가까운 곳으로 가고 도시 바깥에 살던 사람들도 조금씩 줄어들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는 커다란 봉고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누구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건물이 하나 있어서 빌릴 수 있을 거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도시 밖에는 간간히 농장이나 콘도 건물들이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많은건 정체를 알 수 없는 1층이나 2층의 낮은 슬레이트 지붕 건물들이었다. 그것이 엄마가 말했던 도시 바깥 사람들이 살던 건물이라면, 너무 사람이 살았던 것 같지 않은 황량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얀 땅에 회색 집들이 조용히 모여 있었다. 그 별의 황야는 하얀 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전히 하얀 땅에서는 어떤 날씨의 하늘도 다 벽지가 벗겨진 것 같은 흐린 하얀 색으로 보인다는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아직까지도 고향이나 집이라고 하면 무심코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훨씬 아름다웠던 많은 날들이 아니라, 그날 차를 타고 가면서 본 그 풍경이고 하늘의 색깔이라는 점이다. 나중까지도 꿈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풍경이기도 했다.

우리가 묵기로 한 건물은 2층이었다. 내부는 하얀색 벽지의 가구가 없는 방이었다. 십 년이 넘은 달력이 하나 붙어 있을 뿐이었다. 밤이 되자 창문 너머로 바깥의 검은 색이 보였다. 도시의 밤과는 다른 완전한 검은 색이었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하나가 없어진 걸 알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전날 저녁 숙소에 도착한 이후 하나와 얘기한걸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캠프파이어 때는 이미 없었던 것 같았다. 황야의 하얀 흙은 발자국이 찍히지 않는 단단한 흙이었으므로 땅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침 핸드폰도 불통이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별에서는 모든 전파가 먹통이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보통은 잠깐 기다리면 끝났지만 이삼일을 가기도 했다.

우리는 역할 분담을 했다. 한 대 밖에 없는 차는 산맥 쪽으로 가장 멀리까지 하나를 찾으러가는 팀이 쓰고 나머지는 근처에서 하나를 찾되 될수 있으면 같이 다니고 집에서 떨어지지 않기로 했다.아무 것도 없는 평평한 땅처럼 보이지만 황야는 의외로 위험한 곳이라는걸 우리는 언제나 배워왔기 때문이었다. 모든게 탁 트인 곳에서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길을 잃게 된다고 했다. 교외에 혼자 살던 사람들 중에는 행방 불명된 사람도 많았다. 핸드폰도 먹통인 상태에서 움직이는건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옆자리의 그애와 함께 도시로 도움을 청하러 떠났다. 오래 차를 타고 온 것도 아니었으므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낮에는 주변 건물들의 배치를 보고 찾으면 되고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마도 몇 번이나 길을 잃었던 것 같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나흘이나 시간이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의 기억이 이상하게 비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결국 도시를 찾을 수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오랫동안 아무 것도 먹지도 말하지도 않았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도시의 입구 고속도로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마치 시간이 한참 지나 다른 세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새벽인지 저녁인지, 앞으로 다가올 것이 여름인지 추운 겨울인지 아니면 흐린 날씨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는 그런 새벽이었다. 우리는 도시 안으로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조금 망설였다. 근처에는 밤새 운영하는 그 카페가 있었다.

음료수를 하나 주문하고 잠깐 머리를 기댔다가 일어나보니 낮이었다. 아직 일식은 찾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도시는 아무렇지 않게 눈을 깜빡이며 원래 모습대로 남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지나가고 있었다. 불가사의한 기분이었다. 나는 시간 감각을 잃고 우리가 광야에서 헤매는 동안 나흘이 아니라 몇 달은 지났을 것이며, 어쩌면 이미 겨울이 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면이 다 유리인 카페의 벽 바깥으로는 이상하게 조용한 자동차와 빛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애는 말없이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미 깨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사촌이나 자매와 함께 있는 것 같은 이상한 친근감이 생겨 있었다.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는데도 지워지지 않은, 질긴 친근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한참 전에 돌아와 있었다. 전파 불통은 의외로 금방 풀렸다고 한다. 우리는 그전에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 버렸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 단지 하나는 여전히 행방 불명이었다. 어쩌면 수색대는 그후 금방 하나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두 주쯤 후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어떤 곳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나는 돌아온지 며칠 되지 않아 대피소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일주일 뒤에는 이미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

준비할 시간도 촉박했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학교에 가지 않았다. 연락할 만한 친구도 없었다. 한밤중의 놀이터에서는 여전히 간간히 웃음과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카페는 머지 않아 야간 영업을 중단하고 어쩌면 아예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들 전력 문제를 조금씩 신경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별은 언제나 약간 여름의 마지막 같은 분위기였지만 그 무렵은 특히 그랬다. 겨울의 이상하게 바람이 멎은 한낮 같기도 했다. 도시는 아주 조용했다. 빛은 서늘하고 눈부셨지만 나무나 풀 같은 건 거의 없었고 공기 속에는 벌레도 없었다. 통근 시간이 아니면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언제나 학교 가는 길에는 건물의 유리벽 너머로 소리없이 빛이 비쳐 들어오던 걸 기억한다. 태양보다 약간 약하고 약간 더 하얀, 투명한 빛이었다.



대피소에서 잠이 들었던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시간이 너무 엄청난 단위로 흘러 있었기 때문에 하나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세세한 것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런건 영영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깨어났을 때는 특이한 종류의 평화가 가득한 세상이었다. 조용히 비가 내리고 냉기인지 온기인지 모를 것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눈꺼풀과 침대의 이불, 하얀 방 모두 습기의 조용한 손에 덮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로 깊이 자고 일어났을 때 그렇듯 꿈은 전혀 꾸지 않은 것 같았다. 그 검은 잠 너머 두고 온 과거는 마치 전생의 일이었던 것처럼 이미 완전히 현실감이 없었다. 그리고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다. 지구인들은 목소리가 작고 이상할 정도로 둥근 눈을 한 사람들이었다.

미래의 세상은 이상하게 비가 계속 내렸다. 우리 별에 비가 오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날씨는 온난했다. 꿈을 꾸는 것처럼, 특히 일 년의 어느 계절에 와 있는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마침내 봄이 온 것 같기도 했고 그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흘러 계절 자체가 없어진 것 같기도 했다. 공기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서 마치 다른 별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깨우지 않아 필요 이상으로 푹 자고 일어난 날, 오전과 오후를 헷갈리게 되었을 때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자전축이 돌아간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지구는 만 년이나 몇 만 년에 한 번씩 자전축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성격도 날씨도 완전히 바뀐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에 있던 지구의 오래된 오컬트 책이었다. 나는 그 얘기를 했지만 우리의 재적응 교육을 맡은 지구인 선생님은 웃을 뿐이었다.

그때 대피소에서 잠든 사람들 중에는 깨어날 수 없게 된 사람도 많다고 했다. 옛날에 선생님이 말했던대로 대피소 자체는 마지막까지 고장 나지 않았지만 수면 장치는 작동 정지하거나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지구인들이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던 경우라도 이미 심하게 노화하거나 병이 들어, 구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혹은 지금도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은 다른 모두가 잠들어있는 대피소 안에서 미리 깨어나 기나긴 시간이 가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죽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병원에는 침대와 방이 많이 남았다. 나는 하늘이 보라색이던 어떤 날 아무도 없는 복도, 많은 빈 방들 사이에 서 있던 걸 기억한다. 완전히 낯선, 그러나 좋은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깥은 모든걸 삼켜버린, 이제 깊이를 알 수 없는 황야와 보라색 하늘이었다. 나는 백만 년 전 겨울이 오기 직전 황야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하나를 생각했다.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구인들이 도시에서 수집해 온 옛날 신문과 책들을 볼 수 있었고 어떤 사람은 번역을 부탁받기도 했다. 그 동안 이 별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도시를 떠나 교외의 별장이나 농장에서 집단 생활을 했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집단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결국은 도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외의 집들에서는 백골이 된 뼈들이 발견되었으며, 뼈들과 집 안의 모습에서는 폭력과 엄격한 계급 사회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한결 같이 하얗게 벽지가 벗겨져, 풍화된 것 같은 집들의 사진을 보았다. 집안이 거의 텅텅 비어 있는 것은 극도의 추위로 인해 불을 피우는 데 가구를 다 써버렸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그러나 여행을 가던 날 봤던 황야의 풍경이 그랬던 것처럼 꿈에 나올 것 같은 너무 익숙한 느낌의 실내였다. 벽의 색깔도 마치 퇴색하거나 풍화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하얀 색이었던 것 같았다. 집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매장되지 않은 서로 뒤섞인 뼈들이 발견되었다. 뼈들은 자물쇠로 잠긴 지하실에서도 발견되었다.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은 최소 삼사십 년은 계속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나중에는 아예 도시 근교를 떠나 산맥 근처에서 움집 생활을 했던 것 같은 흔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겨울이 끝날 때 쯤에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우리는 금방 그곳을 떠날 예정이었다. 지구인들이 곧 그 별을 비울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별의 식민지 개척 시도 뿐 아니라 가까운 지역 다른 별들의 개척 탐사 시도도 전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지구 사람들은 그 부근의 은하에서는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일식이 찾아온 뒤의 역사나그 이상하게 따뜻한 날씨 모두 풀릴 수 없는 미스터리로 그대로 그 지역에 두고 떠나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때 병원에서 지낸 몇 주 동안은 마치 영원히 다시는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평온한 기분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대피소 바깥 세상으로 돌아온 이후 쭉 맴돌고 있던 평화였다. 이제는 정말 돌아다니는 사람 몇 명 남지 않은 별이었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동안 그 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지구에 돌아와서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어느 저녁 혼자 살게 된 집의 텔레비전으로 관련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았다. 빼먹는 것이 많은 다큐멘터리였다. 사진 자료는 거의 내가 이미 본 사진들 뿐이었다. 떠나기 전 지구인들이 따로 시간을 들여 탐사한 도시 내부 모습이나 산맥 근처 이주지의 사진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 방송의 설명대로 처음에 불안한 정세와 폭동 문제 때문에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라면 왜 몇 십 년이 지난 뒤에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는지, 왜 기후가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방송이 끝난 뒤의 인터넷 게시판도 그런 얘기들로 가득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지켜 방송을 챙겨서 본걸 후회하지는 않았다. 낮은 불빛이 깜빡이는 겨울 도시에서 손수레나 자전거 같은걸 끌고 나오다가 뒤돌아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CG는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바깥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추울 거라고 했던그 겨울의 모습이었다. 나는 다큐멘터리에서 말한 대로 일식이 온 뒤 이삼십 년쯤 지나 혼란이 시작되었다면 그때 마흔이나 쉰쯤 먹었을, 이미 이십 년 이상을 어둠 속에서 살아왔을 내 옆자리의 그애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도시를 빠져나가는 사람들 속 어디 쯤에 있었을지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눈 앞에 펼쳐진 어둠 속 어디로 가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어둠 속 빛을 비춰줄 핸드폰도 mp3도 없이 그애가 무엇을 했을지 어떻게 살았을지는 이상하게도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 특히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 것도 아닌데 어쩐지 그런 인상이었던 건 그때 여행 갔을 때의 일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나가 실종된 그 여행 때였다. 다들 잠들거나 캠프파이어 하러 나가 어두워진 방 안에서도 그는 계속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무엇을 하고 있다기보다 들어올리고 그냥 그 빛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구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나는 하루는 재교육 시간이 끝난 뒤 남으라는 말을 들었다. 교육 시간 내내 종이로 손장난을 하며 주의를 딴 데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학을 접고 있었다. 선생님 말을 빌리면 나는 마음을 열지 않고 있었다. 원래부터 나는 학년이 바뀌면 새 반을 좋아하게 되는 데 몇 달이 걸렸다고 나는 대답했다. 선생님은 낭비하게 되는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 물었다. 계속 그러면 우리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나는 당시 지구의 꿈을 전혀 꾸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마음을 닫았다면 닫은 것을 알았다. 학교 다닐 때 학년이 막 바뀐 때도 새로 바뀐 반의 꿈은 전혀 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꿈에서는 새 교실로 가는 복도를 돌아도 옛날 교실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말 어렸을 적 꿈에는 학교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 되어 하나와 그애와 알게 되었을 쯤에야 학교가 꿈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꿈에 들어오는 건 마음에 들어온 것들 뿐이다. 한 번 꿈에 나오기 시작한 학교는 백만 년과 몇 백 광년이 지난 그때까지도 여전히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언제까지 그 별의 학교 꿈을 꾸게 될지, 이것은 영원히 떠나지 않는 꿈일지 궁금하게 생각했다.



지구에 도착했을 때 내가 도착한 그 지역은 봄이었고 나는 처음 꽃을 봤다. 그런 아름다운 하얀 꽃들이 아직 풀도 돋지 않았을 때, 반쯤 찬 바람 속에서 피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한참 동안 계속 하늘도 흐렸다. 선생님은 오염 때문이라고 했다. 지구의 반 이상은 이미 심한 오염으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어, 도시 바로 너머 몇 킬로 가지 않은 지역에도 벌써 몇백 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구역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걸 빼고는 지구는 정말로 고향 별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 별의 공기가 수치화할 수 있는 조건 상으로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이상하게 비인간적인 느낌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느꼈던 것을 지구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정착금으로 낡은 아파트를 하나 얻었다. 아파트는 생각보다 훨씬 집 같은 느낌이었다. 낡은 옷이나 이불 같은 냄새가 났다. 여기에도 내 방 창문 밖에는 놀이터가 있었고 나무들이 있었다. 밤에 창 밖을 바라보면 내가 모르는 아파트 사이를 따라가는, 내가 모르는 이 미로 같은 길들이 바로 저 골목 뒤에서 아무 것도 없는 그 외계 별의 황야로 이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재교육 담당 선생님은 학교 얘기를 꺼냈다. 선생님은 고등학교에 다시 가기보다는 대학 검정고시를 치기를 권했다. 여름부터 학원에 다니면 될 거라고 했다.

한밤중에 나는 마루에 혼자 깨어나 앉아 달콤한 공기 속 비어 있는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아파트에는 방이 몇 개나 있었지만 나는 마루와 놀이터를 내려다보는 방 하나만 썼다.봄 밤의 공기에서는 맑은 물 같은 냄새가 났다. 당시는 아주 시원한 좋은 날씨였다. 나는 창문을 열고 이불을 덮고 있었다. 곧 본 적도 없는 날벌레들이 날아다니는 뜨겁고 무척 긴 여름이 다가올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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