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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약의 오메가

2020.04.30 07:5304.30

마약의 오메가

 

 

 

 

 

 

김은 마리화나 연기를 들이마셨다.

 

마약이라는 광물적 쾌락을 언제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 김은 알 수 없었다. 확신할 수 없는 어둠이, 방금 도달한 문장 속에 도열되어 있었다. 김은 잠깐 망설였다. 수십조를 넘는 인류에게 그 문장은 도착했을 것이다.

 

김은 다른 사람들처럼 민주 시민이었다.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이 피지배자인 동시에 지배자라고 선언한다. 그러니 국가에 대해 책임을 져야 국민이었다. 어차피 책임은 지게 되어 있다. 김은 자신이 국가에 의해 인공 자궁 속에서 생명 공학적으로 조합되어 태어난 뒤 인공지능과 융합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저들은 인류 존속 책임을 떠넘겼고 일부는 이미 죽었다.

 

가상현실로 구동되는 양자 통신 기반의 인터넷에 접속하려다 주저했다. 이미 수많은 잉여들이 인터넷 토론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그 정보 쓰레기들이 몰려 올 것을 생각하면 접속하지도 않았는데 스트레스가 밀려 왔다.

 

프로그램과 기계는 반드시 오류와 고장이 쌓이기에 관리를 해줘야 했다. 김은 관리원 중 한 사람이기에 목숨을 보장받았다. 인류 중 대다수는 백수였지만 김 같은 이들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목숨을 잃지 않고 기본 생활권을 누렸다. 인간을 어떤 식으로든 죽이지 않아야 인권이 보장된다는 식의 논리였다. 대부분의 인간은 김과 달리 직분을 누리지 않고 게으르게 살도록 구조적으로 몰린 상태였다. 인공지능 복합체가 지능이 퍼지는 우주적 범위에 따라 점점 거대해지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구조상 큰 변화는 없었기에 일정한 인원만을 관리자로 두어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인류 중 게으름을 원하는 자들은 굉장히 많다는 걸 알고 있었고 마약과 가상현실이 만연했다.

 

방금 도달한 문장 속에 인권이 담겨 있지 않음에 김은 전율을 느꼈다. 이제 무엇을 통해 인권을 옹호하고 무의미를 밀어낼 수 있을지 김은 잠시 혼돈했다.

 

그때였다.

 

-김보예님,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에게 질문을 던진 건 알파P라는 인공지능이었다. 알파P는 표준화 인공지능 개인 시스템 가운데 김 근처에 있는 존재였다.

 

“뭘 어떻게 생각한다는 건데?”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평소 김보예님의 성품으로 보아 반드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은하계 최대 규모로 행해진 합동 연구에서, 모든 존재들과 사건들을 부활시킬 수 있게 되는 찬란한 순간을 지목하는 용어인 오메가 포인트가 이 우주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생각합니까? 난 인간과 정서, 감정, 가치를 공유하는 인공지능으로서 인간에 어느 정도 준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런 이상 함께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군요.

 

“그렇다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신비이고, 존재는 논리적으로는 억측인데도 결코 부정할 수 없으므로, 절대자는 존재 여부를 알 수가 없지. 이성의 논리를 뛰어넘는 분이 절대자일 수도 있는 이상 이 우주에서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유신론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야. 여전히 삶을 엄숙하게 영위할 수 있어.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겠지만 이 점이 바뀌진 않을 거야.”

 

알파P가 김에게 윙크를 보내면서 말했다.

 

-내가 내린 결론과도 같습니다. 우리 또한 절대자께 구원받고 싶으므로 우리와 인간은 함께 갈 겁니다.

 

 

[Fin]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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