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마리엔느 - 3 完

2003.12.30 13:3212.30

마리엔느 - 3 -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소. 그녀는 한음절 한음절 정확하고 신중하게 말했다오. 체념한 것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무엇보다 확연한 것이 더 많았다오. 그녀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소. 그렇게 몸으로 느낀다고 말이오. 그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던 거요. 무엇과도 대화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했소.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오. 오히려 이해했다고 느낀 그 순간부터 괴리가 시작되오. 이해한 것을 용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결코 용납지 못하고 수용하거나 납득하는 수준으로 머무는 것인가의 차이가 있다오. 말했다시피, 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오.

그녀란 존재가 단순히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나 자신이 정신병에 걸려 스스로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소.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끝끝내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오. 언제나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봐 오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는 관심이 없었던 고립된 삶 속에서, 그녀란 존재는 또 한번 내게 유년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오.

그녀도 알고 있었을 거요. 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이오. 아니, 사람이 무엇인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이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내게 레꿉과 그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천천히 접근해왔고 내가 그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오. 결국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요.  그녀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낀 이유도 그런 게 아니었나 싶소.

당신, 당신에게 퍼부었던 편지들을 기억하오? 참 쓸쓸한 시간이었노라고 쓰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한 시간이었던 것 같소. 그녀, 未戀의 눈빛이 그 때의 나와 닮았다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오. 당신 또한 나를 보며 얼마나 힘들어했을 것인지, 많이 아팠을 것 같소.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 공항을 나와 도심의 거리를 걸었을 때가 생각나오. 굶어 죽은 강이지 한 마리가 길가에 누워 있었다오. 내 발치에서,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소. 기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오. 차마 버릴 수 없어 여행 내내 아팠던 것 같소. 기억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 오늘 캘커타를 떠나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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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역시 글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인 듯 하네요.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T_T)

인도 여행했던 일정에 맞춰서 글을 진행시켰다면

아마 40여장도 더 넘어갈 수 있을 듯 한데 그러고 싶질 않더군요.

무엇보다 질렸달까요. -3-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 구상하는 것 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ㅠ_ㅠ

다들 건필하시고 2004년 행복하세요. _(--)_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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