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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카시오페이아 2부

2003.12.17 22:0612.17

“지금 이게 몇 번째여, 쫓겨나고 싶으냐! 다시 물 길러와!”

할머니는 물 하나 제대로 못 길러오고 축 늘어진 미쟈르 에게 호통을 쳤다.

“할멈, 내가 도와주면 길을 안내해 준다더니, 이건 완전 나 혼자 다 하는 거잖아요?”

미쟈르는 잔뜩 구긴 얼굴로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럴만도 한 게 할머니는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미쟈르 에게만 시키니 그런 것이다.

노동을 해본 적이 없는 미쟈르 에게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럼? 다 늙어서 약해빠진 내가 하리? 후딱 안 해오느냐?!
이번에도 제대로 못하면 오늘 밥은 없는 줄 알아!!”

"아 그래요? 그럼 반찬 먹어야겠다. 떡도있던대...”

정말 시답잖은 얘기를 하는 미쟈르였다.

“이년이! 다 늙은 노인을 놀릴 참이냐! 안 그래도 허리가 아픈데. 얼른 가!”

미쟈르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미쟈르가 제대로 일을 못해서 밖으로 쫓아내거나  

호통 칠 때는 기운이 펄펄 나는 사람이 물 길러 오는 건 못하겠다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는 수밖에. 어쩔 수 없이 또 가는 그녀였다.

‘흥! 이 망할 할망구는 나 쫓아낼 때 기운은 어쩌고 자꾸 시키는 거야! 얼른 나가든지 해야지...’

미쟈르가 드디어 물을 길러 도착할 때였다.

“저게 뭐야? 웬 흐물한게 나와서 물을 뿜지?? 할멈! 그게 뭐에요?”

미쟈르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난생 처음 보는 게 나타났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 이상한 물체는 물고기처럼 생겼는데 신기하게 투명한 에메랄드 색깔이었다.

게다가 하늘에 붕 떠서 물을 뿜어내기까지 했다.

“이건 하급정령 운디네다. 설마 했는데 이것도 모른 것이냐?
무식하기는...”

할머니는 미쟈르를 딱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흥...! 모를수도 있죠. 그런데 하급 정령 이라고요?
그럼 그렇지...”

“뭐? 하급정령? 그럼 넌 이 하급 정령이라도 불러낼 수 있냐!!”

“흠, 흠. 내가 어떻게 해요. 아직 배우지도 않았는데…”

미쟈르는 소침해져 말을 돌렸다.

‘아니..이 할멈은 별 걸 다 아네? 레비테이션도 그렇고..이 정
령도 그렇고.. 근데 저 정령은 왜 저렇게 생겼지? 물고기들이 데모를 했나..’

“아 할멈! 이제 정령도 있으니, 안 시키겠죠?”

미쟈르는 다행스운듯 말했다.

“안 시키긴 뭘 안 시켜! 정령 소환 하는 것도 힘들어.
빨리 다음 물 길러와!”

할머니는 힘들다는 듯 앉아서 말했다.

“흥! 싫어요. 이렇게 편한 정령들을 두고 왜 길러와야 해요!
나도 정령을 불러서 하겠어요.”

“그래? 너 근데 정령 소환하는 법 모른다며?”

할머니는 의아스러운 듯 물었다.

“호호! 할멈이 가르쳐 줘야죠.
만날 앉아서 쉬기만 하면서. 할멈도 날 가르치다 보면, 나의 천재성에 놀라서 감탄하게 될 꺼 에요!
그리고 난 정령 술의 일인자가 되는거죠.
내가 유명해지면 아는 척은 해주죠. 호호호홋!!"

또 자만심이 발동하는 미쟈르였다.

“정령술은 아무나 하는 줄 아냐?
그것도 다 친화력이 있어야해!”

할머니는 기가 차서 말했다.

“다 해보면 알겠죠. 어서 내 친화력 좀 검사해봐요.”

“싫다~ 널 부릴 수 있는 이 기회를 뺏길 것 같으냐!”

“할멈…너무해.

“그럼 난 파할게.”

“…..”



“흠... 친화력이.”

“왜요? 내가 너무 뛰어나요?”

미쟈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네 몸에는 친화력이 하나도 없구나.
앞으로는 일을 더 시킬 테니 알아서 해라.”

“정.. 정말이에요? 어떻게 이런일이..”

‘할멈의 중노동에서 벗어나는 일은 글렀구나.’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미쟈르 였다.

“아 할멈! 나 구해줄 때 썼던 레비테이션 이라는 마법은 정령술도 아니고.. 그래! 정령술이 안되면 마법을 배우면돼죠!!”

‘마법을 배우면 정령술이 없어도 이 노동을 안 해도 돼겠지..’

“마법은 아무나 배우는 줄 아냐! 그리고 내 보니, 네가 편해질려고 마법을 배우는 모양인데 레비테이션 같은 종류는 보통마법하고는 달라.”

“뭔데요? 자세히 말해봐요”

미쟈르는 할머니를 부추겼다.

“흠흠..잘 듣도록 하여라. 마법에는 크게 3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신관들이 쓰는 치유마법이 있고, 보통 마법사가 쓰는 공격 마법이 있어.
그리고 아직 별로 안 알려진 디바인계 마법이 있지.”

할머니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미쟈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할머니였다.

하긴, 미쟈르가 무시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와... 할멈 보기보다 유식하네요? 딴 마법들은 대충 알겠는데 디바인계 마법이 뭐에요?”

“아직 그 마법은 미완성이야. 종류도 조금밖에 없지. 알려진 시기도 얼마 돼지 않았고.
공격이냐 치유냐의 이분적인 체계를 벗어나, 직접적인 힘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싸우는 마법이야.
자연의 힘을 좀더 우아하게 실제화시켜서 이용한다고도 할 수 있지. 그리고 그런 마법을 쓰는 사람들을 미스틱 이라고 해”

“그래요? 난 디바인계 마법이 마음에 들어요. 난 그 마법을 배울래요.”

미쟈르는 흡족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흠... 그러냐? 그런데 나도 그 마법은 조금밖에 모른다. 즉, 너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적다는 얘기지.”

“그래도 좋아요. 얼른 가르쳐줘요!”

“마법을 배우기 전에는 마나의 흐름에 대해서 알아야 해.”

“아씨 그건 또 뭔데요? 왜 이렇게 배울게 많아요.”

미쟈르는 짜증난다는 투로 물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법은 물질계
을 떠도는 기본 요소인 마나(Mana)라는 것을 이용해서, 이 마나의 균형을 깨뜨려 발생하는 힘이지.
그리고 너는 이 마나를 예측하고 운용하는 법을 배우는 거야.”

‘뭐...? 마나를 예측하고 운용...?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이 영특한 머리는
다 이해하게 될 거야! 호호홋!’

“알았어요. 할멈. 다 할 수 있으니까 어서 시작해요!”

미쟈르의 마법 배우기는 시작되었다.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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