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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랜드라는 곳의 내의 매점에서 일하는데, 업무중 컵라면를 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깐 컵라면을 전자레인지가 위치한 작업대 위에 세 개의 한 줄 씩 쌓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명박산성을 연상시키더군요. 그러다가 저 혼자 재미있겠다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재미있으면 덧글이라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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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산성과 전자레인지궁

이것은 어쩌면 있을 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지닌 세상의 음식들의 사투를 담은 짧은 이야기이다.
어쩌면 있을지 모르는 세상에 육개산성이라는 커다란 산성이 있었다. 그 산성은 육개장군이 육개국의 재질이 플라스틱으로 된 둥근 육개나무를 가지고 만든 산성이었다. 무게는 플라스틱이라 가벼웠지만 재질의 특성상 오래돼도 녹이 쓸지 않았고 내구성도 뛰어나 오래도록 적들을 방어하는 산성을 만드는 재료로는 최적격인 재료였다. 그리고 그러한 산성이 지키고 있었던 것이 전자레인지라는 이름의 궁이었는데, 이 궁은 음식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원래 음식들은 차가운 것을 싫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차가우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세상이 창조되면서 만들어진 음식들의 진리였다. 하지만 스스로를 차가운 음식, 줄여서 차식이라 부르는 세력들이 등장해 그 진리는 잘못 전해진 진리다 말하며 애초에 음식들은 차가웠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점차 음식들이 진화하면서 차가운 것들을 부정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음식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정체성을 뜨거운 것으로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의 진리는 차가우면 천국에 가지 못하고 뜨거워야지만 천국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왜곡의 상징인 전자레인지궁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세상에 차식의 주장에 동조하는 음식들과 그렇지 않은 음식들 사이에 거대한 논쟁이 일었고, 차식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음식들은 스스로를 뜨거운 음식, 뜨식이라 칭했다.
그들은 서로의 주장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며 논쟁을 해나갔는데, 처음에는 참으로 훌륭한 논쟁이었다. 서로의 주장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도 반대할 것은 반대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발전시켜 나갔다. 마치 우리 세상의 조선의 이황과 이이처럼.
하지만 그러한 훌륭한 논쟁도 잠시였다. 갑자기 뜨식들과 차식들의 사이에 스스로들을 냉식(냉동식품의 줄임말)이라 부르는 이들이 나타나 뜨식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차식들에게 진리를 부정하는 사악한 불량식품의 족속들이라며 몰아세웠다.
처음에는 뜨식의 음식들이 냉식의 음식들의 말에 아무리 저들이 진리를 부정한다고 해서 어째 저들이 불량식품의 족속들이라 할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냉식의 음식들은 자신들도 차갑지만 바로 천국으로 갈 수 없고 뜨거워야지만 천국으로 갈 수 있는데 차식들은 차가워야지만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면서, 그런 저들이 어떻게 불량식품이 아닐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량식품들은 처음 몸이 뜨겁게 태어나든 차갑게 태어나든 그 후로 한 번도 몸을 뜨겁게 데우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뜨식의 음식들은 그런 냉식의 음식들의 주장에 일리도 있다면서 차식과의 논쟁에서 냉식의 주장을 덧붙여 이용하며 차식들을 불량식품의 족속이라 몰아세웠고, 그러한 냉식들의 주장은 금세 뜨식들의 음식들에게 퍼져나가 차식들은 졸지에 불량식품의 족속이 되었다.
차식들은 자신들을 불량식품이라고 부르는 뜨식과 냉식들에게 “우리는 음식들의 원래 정체성이 차가운 것이라 했지, 차가워야지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 그리고 불량식품의 족속들에도 뜨거운 것이 있는데, 어찌 뜨식은 불량식품의 족속이 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뜨식은 자신들은 “처음부터 뜨거우니 불량식품의 족속 아니고 또한 차가웠다가 뜨겁게 변해 천국에 가기 때문에 불량식품의 족속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렇게 그들의 논쟁은 반박과 반박을 오고 가며 계속되었고, 급기야 유혈충돌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그리고 뜨식과 냉식은 자신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 연합을 구성했고 차식은 그러한 그들을 상대로 홀로 뜨식과 냉식 연합을 상대했는데, 처음 뜨식과 냉식 연합을 차식 혼자 상대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뜨식들의 뜨거운 주먹은 차가운 차식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공격이었으며, 냉식들은 같은 차가운 음식이었기 때문에 차식들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는데, 냉식들은 뜨식들의 주먹과도 같은 공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차식들에게 뜨식과 냉식 연합은 쉴 세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차식들은 그런 그들의 공격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하나 둘씩 차식의 음식들은 항복을 선언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뜨식과 냉식 연합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 부르짖으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시켜나갔다. 그리고 그것의 일환으로 전자레인지궁에서 진리가 탄생했다라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그래도 일부 차식들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계속 자신들을 마녀사냥하는 뜨식과 냉식에 맞서 싸웠다.
그러던 중 차식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뜨식과 냉식 연합의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중립을 지키고 있던 주전자 연맹이 뜨식과 냉식 연합에 비해 수적 열세에 몰린 차식을 도와주기로 한 것이었다.
주전자 연맹은 원래 어느 쪽의 주장도 지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신들은 음식들이 차갑든 뜨겁든 상관없이 음식을 먹는데 필요한 음료를 데워주었다. 그래서 뜨식과 냉식 연합과 차식들의 싸움은 정말 한심한 짓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차식을 도와주는 이유는 뜨식과 냉식 연합이 전자레인지궁을 성지화 하는 것을 보고 분개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전자레인지궁이 나오기 전에 음식들을 데우는 것의 역할은 주전자들이 담당했었다. 물을 자신의 몸에 넣고, 불을 이용해 자신들의 몸을 뜨겁게 데웠다. 그리고 그것은 음식들의 진리가 생긴 직후부터 계속이었다. 그러다가 음식들의 과학이 발달하자 전자레인지궁이라는 아주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전자들은 전자레인지궁을 성지화 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원래 단체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주전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주전자 연맹을 결성해 뜨식과 냉식에 맞서 싸우는 차식을 돕기로 했다. 그들은 현재 수적 열세에 있지만 뜨식과 냉식 연합에 맞서서 아주 잘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뜨식과 냉식에 맞서 싸우는 차식의 노하우와 주전자들의 힘을 합친다면 뜨식과 냉식 연합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전자 연맹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들이 차식의 싸움에 힘을 보태자 전세는 금새 균형을 맞추어 나갔고, 차식을 몰아세우던 뜨식과 냉식 연합은 주전자 연맹이 가담한 차식의 반격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전세는 차식 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어느 샌가 차식과 주전자 연맹은 전자레인지궁에 가까운 곳까지 당도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뜨식과 냉식 연합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전자레인지궁을 차식과 주전자 연맹에게 빼앗기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든 병력을 전자레인지궁으로 집결시키고 전자레인지궁 앞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전자레인지궁을 차식과 주전자 연맹으로부터 방어하기로 하고, 그 바리게이트로 저들이 절대 넘어오지 못하도록 전자레인지궁 앞 산에 나무 육개면을 이용한 성을 쌓기로 결정했다.
뜨식과 냉식 연합은 산성을 짓는 동안 온 힘을 다해 차식과 주전자 연맹을 방어했는데, 그 싸움은 양쪽이 밀고 밀리는 싸움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한국전쟁의 비슷한 전쟁 후반의 양상을 보였다.
그렇게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던 중, 마침내 뜨식과 냉식 연합이 쌓고 있던 산성이 완성되었다. 뜨식과 냉식 연합은 산성이 완성되자 모든 병사들을 산성의 후방으로 불러들여 차식과 주전자 연맹의 공격을 막아냈다.
차식과 주전자 연맹은 뜨식과 냉식 연합이 만든 산성 앞에 더 이상 전자레인지궁으로 더 이상 진격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만든 산성은 난공불락과도 같았다. 그들의 산성은 높이도 어마어마 했고, 육개면 나무를 가지고 만든 건물들에서 보이는 구조적인 결함을 이용했는데, 육개면 나무는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건물을 만들기 때문에 건물의 하단부분에 약간의 빈틈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데 뜨식과 냉식은 그런 문제점을 적 활용했다. 그래서 적들이 빈틈을 이용해 성을 넘으려고 하면 빈틈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적들이 성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런 난공불락의 요새도 얼마 못 갔다. 차식과 주전자 연맹의 선전을 들은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았던가 혹은 도중에 싸움을 중단한 음식들이 차식과 주전자 연맹에 참여했고, 싸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뜨식과 냉식 연합에서 일부 이탈자가 발생했다. 그 덕분에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산성은 적들이었던 차식과 주전자 연맹에게 고지를 내주게 되었고 전자레인지궁까지 파죽지세로 밀리게 되어 결국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뜨식과 냉식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차식이 불량식품의 족속이라는 것이 거짓이었으며, 전자레인지궁은 그저 상징일 뿐 진리의 발생지인 성지는 아니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해서 뜨식과 냉식, 차식, 그리고 주전자 연맹의 싸움은 모두 끝이 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싸움의 결과는 참혹했다. 많은 음식들과 주전자들이 죽어나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세상은 그 상처를 많이 회복했고, 지금은 그 싸움의 장소였던 산성은 육개면 나무로 지어졌다고 하여 육개산성이라 불리면서 전자레인지궁과 함께 관광명소가 되어 많은 음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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