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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해외단편] 미아

2011.11.22 21:4011.22

미아

메리 엘리노어 윌킨스 프리먼
구자언 옮김

Everybody's Magazine 1903년 5월호

  창가에 앉아 바느질을 하던 존 에머슨 부인은 밖을 내다보았다. 로다 미서브 부인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걸어오는 모습에서 에머슨 부인은 미서브 부인이 자신의 집에 들르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머리를 앞으로 내민 채, 부산하게 어깨를 움직이며 걸어오는 모습에서 뭔가 중요한 뉴스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에머슨 부인은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소식에 항상 귀가 밝은 미서브 부인은 대개 에머슨 부인과 그 소식을 첫 번째로 나누었다. 사이먼 미서브 씨와 결혼한 뒤 미서브 부인이 마을에 이사 온 후로 두 사람은 친구처럼 지냈다.
  미서브 부인은 얼굴이 예뻤고 주름장식이 달린 치마를 우아하게 흔들며 걸었다. 부인의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조가비처럼 우아하게 물든 얼굴빛은 검은 모자에 달린 깃털과 대비가 되어 더욱 밝아 보였다. 에머슨 부인은 미서브 부인이 오는 모습을 보자 기쁘고 신이 나서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추운 거실로 뛰어가서 가장 좋은 흔들의자를 가져왔다. 마주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창가에 끌어다 놓은 뒤, 에머슨 부인은 시간을 꼭 맞추어 현관에서 친구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에머슨 부인이 말했다. “이렇게 봐서 정말 반가워요. 온종일 혼자 있었거든요. 존은 아침에 시내에 나갔어요. 안 그래도 오후에 댁에 들릴까 했는데, 어디 바느질감을 들고 갈 수 있어야죠. 새로 산 검정 드레스 스커트에 주름장식을 달고 있었거든요.”
  “그랬군요! 전 뜨개질 거리 말곤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어요.” 미서브 부인이 대답했다. “잠깐 인사드리러 왔어요.”
  “와줘서 정말 기뻐요.” 에머슨 부인은 한 번 더 말했다. “짐은 이리 주세요. 안방에 갖다 놓을게요. 저기 흔들의자에 앉으세요.”
  에머슨 부인이 숄과 모자를 바로 옆 작은 침실에 갖다 놓는 사이, 미서브 부인은 흔들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에머슨 부인이 돌아왔을 때, 부인은 조용히 의자를 흔들며 벌써 푸른 털실로 뜨개질에 한참 열중하고 있었다.
  “정말 예뻐요.” 에머슨 부인이 말했다.
  “네, 그렇죠?” 미서브 부인이 대답했다.
  “교회 바자회에 내실 건가 봐요?”
  “네. 근데 털실 값이나 나올지 모르겠어요. 짠 수고는 그렇다 쳐도요. 그래도 뭔가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작년 바자회 때 만들어 오신 건 얼마에 파셨어요?”
  “25센트요.”
  “말도 안 돼요. 안 그런가요?”
  “네, 어이가 없죠. 이거 하나 짜는데, 꼬박 일주일 걸렸거든요. 그런 걸 달랑 25센트 주고 사는 사람은 한 번 직접 만들어보게 했으면 좋겠어요. 만들어 보면 태도가 달라지겠죠. 뭐, 다 주님을 위한 일이니까 불평하면 안 되겠지만, 가끔 보면 주님께 별로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정말 예뻐요.” 창가에 마주 앉아서 드레스 스커트를 집어 들면서 에머슨 부인은 말했다.
  “네, 정말 그래요. 전 뜨개질 하는 게 참 좋더라고요.”
  두 사람은 흔들의자에 앉아서 아무 말 없이 각자 바느질과 뜨개질을 했다. 2~3분 정도 지났을까. 두 사람은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미서브 부인은 언제나 늘 그랬듯이 에머슨 부인의 호기심이 커지기를 기다렸다. 새로운 소식을 적절한 때에 꺼내기 위해서였다. 반면 에머슨 부인은 뉴스를 기다렸다. 마침내 에머슨 부인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근데, 새로운 소식이 있나요?” 에머슨 부인이 말했다.
  “글쎄요, 제가 알기론 뭐 아주 특별한 소식은 없는데요.” 미서브 부인은 뜸들이면서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있잖아요. 제 눈은 못 속여요.” 에머슨 부인이 대답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얼굴 보니까 딱 알겠는데요.”
  미서브 부인은 수줍게 피식 웃었다. 어딘가 공허한 웃음이었다.
  “하긴 사이먼도 저보고 그러더군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다 나타나서 아무리 애를 써도 5분 이상 숨길 수 없데요.” 미서브 부인은 말했다. “어쨌든 새로운 소식이 있긴 해요. 아까 정오에 사이먼이 집에 들어와서 알려준 소식이에요. 사우스데이턴에서 들었데요. 아침에 볼 일이 있어서 거기 갔었거든요. 오래된 사전트 저택에 누가 새로 들어왔대요.”
  에머슨 부인은 바느질감을 떨어뜨린 채, 미서브 부인을 동그랗게 뜬 눈으로 보았다.
  “그럴 리가! 그게 정말이에요?”
  “네, 그래요.”
  “세입자가 누군데요?”
  “보스턴에서 사우스데이턴으로 작년에 이사 온 가족이래요. 전에 살던 집은 생각보다 작아서 마음에 안 들었대요. 남자가 재산이 상당히 많아서 넉넉하게 살 만한가 봐요. 가족이라곤 아내와 아직 시집 안 간 동생이 있고요. 동생도 재산이 좀 있대요. 남자는 보스턴에서 일하는데 사전트 저택이 사우스데이턴만큼 출근하기 편해서 이사 오기로 결정했대요. 사전트 저택이 정말 멋진 곳이긴 하잖아요?”
  “그럼요, 동네에서 최고로 멋진 집이죠. 하지만......”
  “사이먼이 마침 그 얘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남자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냥 웃더래요. 자신은 하나도 안 무섭다면서 아내와 동생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했대요. 데이턴에서 머물렀던 집처럼 햇빛도 안 드는 좁은 침실에 갇혀 지내면 귀신이 된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차라리 귀신을 보는 걸 감수하겠대요. 사람들은 남자가 농담 한 번 잘한다고 했다더군요.”
  “뭐, 그렇다면 괜찮지만…….” 에머슨 부인이 말했다. “아름다운 집이고, 소문과 달리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죠. 어쨌든 저는 그다지 소문을 믿지 않아요. 그래도 혹시 부인이 신경이 예민하다면…….”
  “저는 조금이라도 그런 소문이 들리면 그 집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세상 어떤 것을 준다고 해도 말이죠.” 미서브 부인은 선언하듯이 힘주어 말했다. “설령 집세를 안 받는다고 해도요. 전 살면서 귀신 나오는 집은 볼 만큼 봤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에머슨 부인은 먹잇감을 앞둔 사냥개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에요?” 에머슨 부인은 호기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나직이 물었다.
  “네, 그랬죠. 더 보고 싶진 않아요.”
  “언제 봤어요? 여기 오기 전인가요?”
  “네, 결혼 전에요. 한참 어릴 때였죠.”
  결혼을 일찍 하진 않았는데……. 에머슨 부인은 미서브 부인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따져보았다.
  “정말 그런 집에 살았나요?” 에머슨 부인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서브 부인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봤나요?”
  미서브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게 부인께 해를 끼치진 않았죠?”
  “네, 제가 봤다고 해서 무슨 해를 주진 않았어요. 하지만 현실과 아무 상관없는 그런 걸 보는 건 세상 누구에게나 좋을 건 없죠.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잠깐 침묵이 이어졌다. 에머슨 부인의 표정은 다소 날카로워진 듯 했다.
  “물론,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에머슨 부인이 말했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면요. 하지만 마음속에 불안한 게 있다면, 전부 털어놓는 게 잊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저야 늘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죠.” 미서브 부인이 말했다.
  “물론, 그러셔야죠.”
  “사이먼 말고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미서브 부인이 말했다. “이런 걸 얘기하는 게 그다지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도 모르고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예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또 제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사이먼은 저보고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말래요. 사이먼도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건 믿지 않지만, 이 일에 대해선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느 누구라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사이먼은 거기에 대해 더 이상 한마디도 꺼내지 않겠대요. 제 얘길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인정하지 않고, 단지 제가 돌았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거라고 했어요.”
  “전 그렇게 말하지 않을게요.” 에머슨 부인은 마치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라고 한 것처럼 비난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네.” 미서브 부인은 대답했다. “그건 알고 있어요.”
  “혹시 마음에 걸리시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아무래도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네, 그렇게 할게요.”
  에머슨 부인은 드레스 스커트를 집어 들었고, 미서브 부인은 뜨개질 감의 코를 꿰기 시작했다. 미서브 부인이 입을 열었다.
  “물론, 제가 귀신을 믿는지, 안 믿는지 딱 잘라 말하지는 않을게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거예요. 그런데 설명은 못하겠어요. 그럴 수 있는 척도 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혹시 부인께서 설명하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분명히 기쁠 거예요. 더 이상 절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죽 그렇겠죠. 그 일이 있은 뒤로, 그걸 떠올리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어요. 그럴 때면 항상 등골이 오싹했죠.”
  “정말 끔찍했을 것 같아요.” 에머슨 부인은 말했다.
  “그렇겠죠? 어쨌든 그 일은 결혼하기 전에 제가 처녀 시절에 이스트윌밍턴에 살 때 일어났죠. 거기서 산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을 때였어요. 그러기 5년 전에 제 가족들이 모두 죽은 건 알고 계시죠? 제가 말씀을 드린 적이 있잖아요?”
  에머슨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서브 부인의 이야기]

  어쨌든,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기 위해 거기에 갔었죠. 저는 아멜리에 데니슨 부인과 동생인 버드 부인 집에 하숙을 들었어요. 네, 동생 분 성함은 애비 버드였어요. 버드 부인은 남편과 사별했죠. 아이는 없었죠. 버드 부인은 재산이 약간 있었어요. 데니슨 부인은 한 푼도 없었지만요. 그래서 부인은 이스트윌밍턴에 집을 산 뒤에 살기 시작했던 거죠. 정말 예쁜 집이었어요. 오래되어 무척 낡긴 했지만요. 버드 부인은 집을 수리하느라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어요. 아마 그 때문에 저를 묵게 한 것 같아요. 제가 낸 하숙비가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낸 하숙비는 대부분 식비에 쓰이는 것 같았어요. 버드 부인은 낭비만 안 하면 평생 먹고 살 만큼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집수리 하느라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당시에는 돈에 좀 쪼들리는 것 같았어요.
  어쨌든 두 분은 저를 받아주셨고, 저는 그 곳에서 지내게 되어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방은 넓었고, 해도 잘 드는 데다, 예쁜 가구들도 놓여 있었고, 도배를 새로 하고 페인트도 전부 새로 칠해서 모든 것이 왁스로 닦은 것처럼 빛이 났어요. 데니슨 부인은 제가 본 최고의 요리사였어요. 제 방엔 작은 스토브가 있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불이 활활 타고 있었어요. 저는 가족들을 모두 잃은 뒤로 그처럼 멋진 곳에서 지낸 적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3주 정도 될 때까진 그렇게 생각했어요.
  3주 정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비록 그 일은 두 분이 그 집에서 지낸 뒤로 계속 일어났겠죠. 아마 4달 정도 되었을 거예요. 두 분께서는 그 일에 대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저는 이해해요. 집을 산 지 얼마 안 된데다 집수리를 하느라 많은 돈을 들여가며 고생하셨으니까요.
  어쨌든 제가 그 곳에 갔을 때는 9월이었죠. 첫째 주 월요일에 학교를 나가기 시작했죠. 정말 추운 가을이었던 게 기억나요. 9월 중순인데도 서리가 내릴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겨울 외투를 꺼내 입어야 했죠. 밤에 집에 왔을 때, (가만있자, 월요일에 학교를 나가기 시작했으니까, 그 날은 둘째 주 목요일 밤이었어요) 저는 아래층에서 외투를 벗어 현관문 옆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죠. 그건 정말 멋진 코트였어요. 털이 달린 검은 모직 외투였죠. 그 해 겨울이 되기 전에 마련해 두었던 거예요. 제가 위층에 올라가자 버드 부인은 저를 부르시더니, 현관에 옷을 두면 안 된다고 했어요. 누군가 와서 들고 갈지도 모른다고요. 하지만 저는 웃으면서 하나도 안 무섭다고 했어요. 도둑이 무섭게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9월 중순 밖에 안 되었는데, 그 날 밤은 유난히 추웠어요. 방이 서향이었던 게 기억나요. 해가 점점 지고 있었고, 하늘은 흐릿하게 노란색과 자주색으로 물들어 있었죠. 왜, 있잖아요. 겨울에 가끔 갑자기 한파가 불어 닥칠 때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거요. 그 날 밤에 그 해 처음으로 서리가 내렸던 게 생각나네요. 저는 데니슨 부인이 앞마당에 심어놓은 꽃들을 덮어 놓았던 게 기억납니다.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낡은 녹색 숄이 마편초 화단을 덮고 있었거든요. 제 작은 스토브엔 항상 불이 활활 타고 있었죠. 버드 부인이 피워놓은 것이었어요. 버드 부인은 정말 엄마 같은 사람이었어요. 항상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도록 뭔가를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어요. 데니슨 부인은 버드 부인이 예전부터 그랬다고 말했어요. 버드 부인은 남편을 죽기 직전까지 애지중지했다고 말했어요. “동생이 애를 안 낳아서 천만다행이야.” 그녀는 말했죠. “분명히 응석받이로 키웠을 테니까.”
  그날 밤, 저는 조그만 불가에 앉아서 사과를 먹고 있었죠. 제 테이블 위에 잘 익은 사과가 한 접시 놓여 있었어요. 버드 부인이 갖다 놓은 것이죠. 저는 늘 사과를 좋아했어요. 앉아서 사과를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멋진 곳에서 묵게 되어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 때, 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작게 들렸어요. 그건 마치 머뭇거리는 것 같은 소리여서 노크라기보다는 문을 손으로 만지는 소리 같았어요. 마치 겁이 무척 많은 누군가가 아주 조그만 손으로 감히 노크를 할 자신이 없어서 문을 만져보는 것 같았어요. 잠시 저는 그게 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다렸고, 한 번 더 그런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노크인데, 겁먹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들어오세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한 번 더 노크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문을 열었어요. 왠지 모르게 어딘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문을 열었어요.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차가운 공기였어요. 아래층 현관문이 열려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공기에서 어딘가 이상한 냄새가 났어요. 야외라기보다는 수년간 닫혀있던 지하실의 퀴퀴한 냄새가 났고요. 그런데 뭔가 보였어요. 제 코트였어요. 코트를 들고 있던 것은 너무 작아서 다른 건 별로 많이 보지 못했어요. 조그만 하얀 얼굴이 보였어요. 겁에 질린 두 눈은 뭔가 간절히 바라는 듯해서, 누구든지 보는 사람의 가슴에 구멍을 낼 것만 같았어요. 그 조그만 얼굴은 뭔가 세상사람 같지 않았지만, 무척 가엾어 보여서 무섭다는 느낌은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어요. 추위에 푸르스름해진 작은 두 손으로 제 겨울 코트를 들고, 이상하게도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엄마를 못 찾겠어요.”
  “이런, 세상에!” 저는 말했죠. “넌 누구니?”
  그러자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어요. “엄마를 못 찾겠어요.”
  그동안 내내 저는 한기를 느꼈고, 그게 아이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기는 아이에게 들러붙어 있었어요. 아이는 지독하게도 추운 곳에서 온 듯 했어요! 저는 코트를 받아 들었어요. 뭔가 다른 할 일은 생각나지 않았어요. 추위는 옷에 묻어 있었습니다. 코트는 마치 얼음장이 된 것처럼 차가웠어요. 외투를 받아 들자, 아이를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었어요. 아이는 매우 간단하게 만들어진 작은 흰 옷을 입고 있었죠. 그건 잠옷이었어요. 너무 길어서 발을 덮을 정도였어요. 저는 잠옷에 비친, 추위에 푸르스름해진 아이의 작고 마른 몸을 볼 수 있었어요. 얼굴을 보니 아이는 그다지 추워 보이지 않았어요. 밀랍으로 만든 것처럼 새하얀 얼굴이었죠. 머리카락은 짙은 색이었지만, 축축하게 젖어 있어서 짙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원래는 밝은 색이었는지도 모르죠. 시원하게 생긴 하얀 이마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어요. 그토록 무섭지만 않았더라면, 아이는 무척 예뻤을 거예요.
  “넌 누구니?” 저는 아이를 보면서 다시 말했어요.
  아이는 끔찍하게도 간절히 바라는 눈으로 저를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누구냐고 물었잖아?” 저는 말했죠. 그러자 아이는 가버렸어요. 아이는 여느 다른 아이들처럼 걷거나 뛰어가지 않았어요. 아이는 훨훨 날아갔어요. 그 모습은 마치 작은 흰나비 같았어요. 너무 가벼워서 아무런 무게도 나가지 않을 것 같고, 진짜 나비가 아닌 것 같은 흰나비 같았어요. 하지만 아이는 계단 끝에 이르자 고개를 돌려 말했어요. “엄마를 못 찾겠어요.” 저는 그런 목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네 엄마는 누구니?” 저는 말했지만, 아이는 가버렸어요.
  처음에 저는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방이 점점 어두워졌고, 귓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외투를 침대에 던졌어요. 옷을 들고 있던 제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죠. 저는 방에서 선 채로 먼저 버드 부인을 불렀고, 그 다음에 데니슨 부인을 불렀어요. 저는 아이가 사라진 계단 아래로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 사는 다른 사람을 보지 않으면 전 미칠 것만 같았어요. 아래층에서는 쿵쿵거리며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고, 저녁으로 먹을 비스킷을 굽는 냄새가 났어요. 어쨌든 비스킷 냄새가 유일하게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하는 정상적인 것이었어요. 도저히 계단까지는 갈 수 없었어요. 저는 단지 방 안에 서서 소리쳤고, 마침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어요. 버드 부인이 소리쳤어요.
  “무슨 일이에요? 암즈 양, 혹시 불렀어요?”
  “여기 와보세요. 두 분 다, 빨리요.” 저는 비명을 질렀죠. “빨리, 빨리, 빨리요.”
  버드 부인이 데니슨 부인에게 하는 말이 들렸어요. “아멜리아, 얼른 와봐. 암즈 양 방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봐.” 저는 그 순간에도 버드 부인이 약간 이상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랐어요. 하지만 두 분이 위층으로 올라오셨을 때, 두 분 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니면 적어도 어떤 종류의 일이 일어났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버드 부인이 물었죠. 평소에 예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긴장된 목소리였어요. 저는 버드 부인과 데니슨 부인이 서로 쳐다보는 것을 보았어요.
  “도대체,” 저는 말했어요. 그런 태도로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죠. “도대체, 제 외투를 위층으로 가지고 온 것은 뭐였죠?”
  “어떻게 생겼는데요?” 데니슨 부인이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부인은 언니를 보았고, 언니는 동생을 보았어요.
  “생전 처음 본 아이였어요. 아니, 아이처럼 보였어요.” 저는 말했죠. “하지만 그렇게 무서운 아이는 처음 봤어요.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엄마를 못 찾겠다고 했어요. 누구죠? 도대체 그건 정체가 뭐예요?”
  저는 잠시 데니슨 부인이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버드 부인이 동생을 붙잡고 손을 주무르면서 뭔가 달래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귀에 속삭였어요. 저는 달려가서 버드 부인에게 냉수 한 컵을 갖다 주었어요. 아래층에 혼자 내려가는 데 정말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현관 테이블에 램프를 올려놓아서 저는 볼 수 있었어요. 깜깜했다면 아래층으로 내려갈 용기는 도저히 못 냈을 거예요. 매순간 아이가 제 곁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램프와 비스킷 냄새가 어느 정도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 같았어요. 저는 계단을 내려가 부엌에서 물 한잔 떠오는데 조금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어요. 큰 컵처럼 생긴 것을 와락 움켜쥐었고, 집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펌프질을 했어요. 알고 보니 컵처럼 생긴 것은 데니슨 부인의 주일학교 학생들이 선물한 것인데 원래 꽃병으로 쓰려던 것이었어요.
  저는 병에 물을 채워서 이층으로 달려갔죠. 언제라도 뭔가 제 발목을 잡을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저는 데니슨 부인의 입술에 병을 갖다 대었어요. 버드 부인이 머리를 받치는 사이에, 데니슨 부인은 벌컥벌컥 물을 마시더니, 컵을 뚫어지게 보았어요.
  “저,” 저는 말했어요. “모르고 이걸 가져와 버렸어요. 제일 먼저 손에 잡히는 걸 들고 왔거든요. 조금도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색칠한 꽃들이 물에 젖으면 안돼요.” 데니슨 부인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이 닿으면 지워질 거예요.”
  “조심할게요.” 저는 말했죠.
  물은 데니슨 부인이 진정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았어요. 부인은 이제 버드 부인의 손길을 마다하고 몸을 일으켜서 앉았어요. 그 사이에는 침대에 누워있었죠.
   데니슨 부인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린 채 눈은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았죠. 버드 부인은 동생보다 그다지 나은 상태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차분하게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태도를 지녀서 어떤 것도 크게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반면에 저는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봤을 때,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데니슨 부인은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의자로 비틀거리며 걸어갔어요.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다니 나도 참 어리석어.” 그녀는 말했어요.
  “어리석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아.” 버드 부인은 말했어요. “이게 다 뭣 때문인지 모르긴 나도 언니랑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게 뭣이든 간에 평생 알면서 지내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해서 어리석다고 말해선 안 돼.”
  데니슨 부인은 언니를 쳐다보았어요. 버드 부인은 동생과 저를 번갈아 보더니 마치 질문에 대답하듯이 말했어요.
  “그래, 맞아.” 그녀는 말했죠. “내 생각엔 암즈 양도 알아야 해. 그러니까 내 말은...... 암즈 양에게 우리가 아는 걸 전부 다 말해줘야 할 것 같아.”
  “별로 아는 것도 없잖아요.” 데니슨 부인은 죽어 가는 사람처럼 한숨 쉬며 말했어요. 부인은 당장 정신을 잃을 것처럼 보였어요. 그 땐 정말로 가냘파 보였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불쌍하게도 실은 버드 부인이 훨씬 더 약한 사람이었어요.
  “그래 맞아, 우리도 아는 건 별로 없어.” 버드 부인이 말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작은 거라도 암즈 양도 알아야지. 여기에 처음 왔을 때 알아야 했어.”
  “과연 그럴까? 난 잘 모르겠어.” 데니슨 부인이 말했어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는데……. 그랬다면 어쨌든 암즈 양을 괴롭힐 일도 없었겠지. 언니가 집수리 하느라 돈을 많이 써서 우린 돈이 필요했잖아요. 난 암즈 양이 예민해서 오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숙인으로 남자를 들이고 싶진 않았어.”
  “딱히 돈 때문이 아니라 우린 암즈 양이 오기를 간절히 바랬어요.” 버드 부인은 말했어요.
  “네, 그래요.” 데니슨 부인은 말했죠. “우린 집에 젊은 사람이 있기를 바랐어요. 적적했거든요. 처음 암즈 양을 봤을 때, 우린 당신이 무척 마음에 들었죠.”
  두 분 다 제게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두 분 다 고운 분이셨고, 누구보다도 제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죠. 제게 미리 얘기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 분들을 비난하고 싶진 않아요. 게다가 그분들 말씀대로, 제게 알려주실 게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
  좋은 가격에 집을 사서 이사를 들어오자마자, 두 분은 뭔가 이상한 것을 보거나 듣게 되었대요. 버드 부인 말씀으로는 어느 날 저녁 거실에 함께 앉아 있다가, 처음으로 그 소리를 들었대요. 동생은 수를 놓고 있었고, (데니슨 부인은 수를 아름답게 놓았죠) 부인은 주보를 읽고 있었는데, (버드 부인은 선교 활동에 관심이 아주 많았어요) 별안간 무슨 소리를 들었대요. 버드 부인이 먼저 그 소리를 듣고 주보를 내려놓고 귀를 기울였대요. 데니슨 부인은 동생이 뭔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수를 내려놓고 물었대요. “왜 무슨 소리가 들려?” 그 때 소리가 다시 났고, 두 분 다 그 소리를 듣고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대요.
  “고양이 맞지?” 버드 부인이 말했어요.
  “고양이는 아니야.” 데니슨 부인이 말했어요.
  “아니야, 고양이가 틀림없어. 쥐를 잡았나 봐.” 버드 부인은 언니를 진정시키려고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대요. 왜냐하면 버드 부인은 언니가 정말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고, 혹시 기절하지 않을까 늘 걱정했기 때문이죠. 버드 부인은 문을 열고 “야옹아, 야옹아, 야옹아!” 라고 불렀어요. 두 분은 이스트 윌밍턴에 이사 올 때, 고양이를 바구니에 담아오셨어요. 정말 잘생긴 얼룩 고양이였죠. 영리했어요.
  버드 부인이 “야옹아, 야옹아, 야옹아!”라고 불렀고, 분명히 고양이가 왔어요. 고양이가 방 안에 들어올 때, 길게 울었고, 그 소리는 조금 전 들었던 소리와 다르지 않았어요.
  “그것 봐! 내 말이 맞지? 고양이가 맞잖아!” 버드 부인이 말했어요. “야옹아!”
  하지만 데니슨 부인은 고양이를 보더니, 비명을 질렀어요.
  “저게 뭐야? 저게 뭐냐고?” 데니슨 부인이 말했어요.
  “뭐가 뭔데?” 버드 부인은 동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는 듯 말했어요.
  “뭔가 고양이 꼬리를 잡고 있어.” 데니슨 부인이 말했어요. “뭔가 고양이 꼬리를 잡고 있다고! 꼬리를 바짝 당기고 있으니까 고양이가 도망치지 못하잖아. 저 울음소릴 들어봐!”
  “별일 아닐 거야.” 버드 부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부인도 고양이 꼬리를 꽉 붙잡고 있는 작은 손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러자 아이는 손 뒤에서 희미하게 보이다가 점점 뚜렷하게 보였어요. 아이는 슬퍼 보인다기 보다는 웃고 있었대요. 버드 부인 말로는 그 웃음소리가 훨씬 더 끔찍했대요. 부인이 들어본 것 중 가장 끔찍하고 슬픈 웃음 소리였대요.
  부인은 너무 멍해서 뭘 할지 몰랐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대요. 처음엔 그게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도 몰랐대요. 부인은 그냥 이웃집 애들 중 한 명이 가출해서 두 분의 집을 마음대로 들락날락 거리고, 고양이를 괴롭히는 것으로 생각했대요. 두 분은 그런 일로 화가 날 정도로 마음이 불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인은 약간 목소리를 높여서 날카롭게 말했대요.
  “고양이 꼬리를 잡아당기면 안 된다는 걸 몰라?” 버드 부인이 말했어요. “불쌍한 고양이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걸 몰라? 조심하지 않으면, 고양이가 할퀼 거야. 불쌍한 고양이를 괴롭히면 못 써.”
  버드 부인이 그 말을 하자 아이는 고양이 꼬리를 잡아당기는 것을 멈추고, 고양이를 가엾다는 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대요. 그러자 고양이는 등을 올리고 좋다는 듯이 가르릉가르릉 소리를 냈대요. 고양이는 조금도 아이를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대요. 그런데, 그게 참 이상해요. 왜냐면 동물들은 귀신을 무서워한다고 저는 항상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거든요. 아마 그 귀신은 해를 끼치지 않는 귀여운 꼬마 귀신이었던가 봐요.
  어쨌든 버드 부인과 데니슨 부인은 서로를 꼭 붙잡은 채로, 아이가 고양이를 쓰다듬는 모습을 지켜보았대요. 왜냐하면 아무리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거든요. 결국 데니슨 부인이 말했어요.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그녀는 말했죠.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들고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었대요. 그리고는 제게 말했던 것처럼 엄마를 못 찾겠다고 말했대요. 그 말을 듣고 데니슨 부인은 숨이 멎는 듯 했고, 버드 부인은 이러다 언니가 기절하지 않을까 생각이 하셨지만, 기절하지는 않으셨대요. “그래? 그럼, 네 엄마는 누구니?” 버드 부인은 말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단지 그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대요. “엄마를 못 찾겠어요. 엄마를 못 찾겠어요.”
  “애야, 그럼 넌 어디 사니?” 버드 부인은 말했어요.
  “엄마를 못 찾겠어요.” 아이는 말했어요.
  그런 식이었대요. 더 이상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니었어요. 두 분은 서로 붙잡은 채 거기에 서있었고, 아이는 그들 앞에 서 있었죠. 두 분은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아이가 한 말은 “엄마를 못 찾겠어요.”라는 대답뿐이었대요.
  그래서 버드 부인은 비록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긴 했지만 아마 자신이 예민해서 그런 것일 뿐, 아이는 진짜 아이라고 생각하고 붙잡으려고 했대요. 애가 머리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았지만, 잠옷 바람으로 침대에서 빠져나와 도망친 거라고 생각했대요.
  버드 부인은 아이를 붙잡으려고 했어요. 아이를 숄로 둘둘 감아서 데리고 나갈 생각이었죠. 아이는 부인이 쉽게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렸거든요. 밖으로 나가서 누구네 애인지 찾아보려고 했죠. 하지만 부인이 아이에게 다가서는 순간, 아이는 그 곳에 더 이상 없었어요. 단지 작은 목소리만 허공에서 들릴 뿐이었대요. “엄마를 못 찾겠어요.” 그 목소리도 곧 사라졌대요.
  그 뒤로 똑같은 일이 계속 일어났대요. 아니면 거의 비슷한 식이었대요. 한 번은 버드 부인이 설거지를 하는 사이에, 갑자기 아이가 옆에 서서 행주로 그릇의 물기를 닦고 있었대요. 물론 그 때 기분은 끔찍했겠죠. 그 뒤로 버드 부인은 설거지는 전부 자기가 하려고 했대요. 언니를 불안하게 할까봐 걱정돼서 버드 부인은 한 번씩 아이가 나타나도 언니에게 말하지 않았대요. 이따금 케이크를 구워 놓으면, 누군가 건포도를 모두 손가락으로 파놓은 것을 보거나, 작은 불쏘시개 장작들이 부엌 난로 옆에 쌓여 있는 걸 보았대요. 두 분은 언제 아이와 마주치게 될 지 전혀 몰랐고, 아이는 항상 엄마를 못 찾겠다는 말만 몇 번이고 되풀이 했대요. 두 분은 아이와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는 않았대요. 다만 한 번씩 버드 부인이 답답한 나머지 아이에게 뭔가를 묻긴 했지만, 아이는 그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대요. 아이는 엄마를 못 찾겠다는 말만 계속 할 뿐이었대요.
  두 분은 제게 아이와 관련해서 겪은 일을 모두 말한 뒤에 집과 그 전에 산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 집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것 같았어요. 부동산 업자들도 거기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부동산에서 그 얘기를 했었다면 아무리 집값이 싸도 두 분은 집을 사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냐면 사람들이 비록 집을 무섭게 느끼지 않더라도 예전에 끔찍한 일이 일어나서 나중에도 그 일이 계속 생각나는 집에선 살고 싶어 하진 않으니까요. 두 분에게서 그 얘기를 듣고 저는 하루라도 더 이상 그 곳에 머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곳에서 무척 안락하게 지내기는 했지만요. 두 분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장 떠났을 거예요. 저는 전혀 불안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결국 거기에 계속 머물렀어요. 물론, 제 방에서 그 일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랬다면, 당장 떠났겠죠.
  “무슨 일이 일어났었죠?” 에머슨 부인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미서브 부인 이야기]

  끔찍한 일이 있었어요. 2년 전에 그 아이는 부모와 그 집에 살았대요. 부모는, 아니 남편은 좋은 가문 출신이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대요. 남자는 도시에서 큰 가죽제품 가게의 외판원이었대요. 가족은 바쁘고 할 일이 많았지만 예쁘게 살았대요. 하지만 여자가 정말 계모였대요. 여자는 그림처럼 미인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말하길 보스턴 출신으로 괜찮았지만, 속은 그렇게 사악했대요. 사람들은 여자가 정말 미인이라고 말하고, 대부분 그녀를 좋아했대요. 여자는 화려하게 꾸미고 사람들에게 자기 모습을 과시했지만, 아이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대요. 동네 사람들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대요.
  여자는 여자애를 키우기 힘들어했대요. 아이는 집에 머물려고 하지 않았대요. 아이는 집에서 빠져나와 엄마에 대해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부 다 얘기했대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점차 믿기 시작했대요. 아직 애가 일곱 살도 채 되지 않았고, 나이에 비해 왜소해서 아직 애기 티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는 아이에게 집안일을 다 시켰대요. 사람들이 말하기를 여자가 가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을 때에는 집이 마치 돼지우리 같았대요. 사람들은 그 조그만 아이가 의자 위에 서서 설거지를 하곤 했다고 말했어요. 아이가 자기 몸집만한 장작을 나르는 것도 여러 번 보았대요. 게다가 여자가 애를 혼내는 소리도 들었대요. 여자는 노래를 잘 불렀는데, 아이를 혼낼 땐 올빼미 같은 목소리를 냈대요.
  아버지는 보통 집에 없었고,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때, 몇 주간 서부에 가 있었대요. 사람들 말에 따르면 여자에게 한 유부남이 잠시 있었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를 확실히 알 수 없었대요. 게다가 직위도 높고 재산도 많은 유부남에 대해 사람들은 혹시 무슨 말을 꺼냈다가 문제를 일으킬까봐 겁이 나서 가만히 있었어요. 물론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어요. 나중에서야 마을 사람들은 남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고 말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말이야 쉽죠. 남자에게 그런 말을 전할 사람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쉽나요? 더군다나 아무도 확신할 수 없을 때는 더더욱 그렇죠. 남자는 여자를 끔찍이 아꼈대요. 사람들은 남자의 머릿속은 온통 돈을 벌어서 여자를 꾸밀 물건들을 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어요. 남자는 아이도 아끼고 예뻐했대요. 사람들은 말하는데 남자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대요. 항상 나쁜 대우를 받는 사람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에요. 늘 그렇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던 유부남이 사라졌어요. 유부남이 집을 떠난 지 꽤 오래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그는 집을 떠날 때 아내에게 사업차 뉴욕에 가야 한다고 말했고, 일주일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혹시 집에 돌아오지 않거나 따로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대요. 어차피 집으로 가는 그 다음 기차를 탈 것이니까 편지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대요. 그래서 여자는 기다렸고, 원래 도착할 날짜보다 이틀이 더 지나서야 여자는 이웃집으로 달려가 마루에 기절한 듯이 쓰러졌대요. 사람들은 이것저것 물어본 끝에, 남자가 돈을 들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자기 돈이 아니었죠.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유부남과 함께 입에 오르내리던 여자가 어디 있는지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유부남이 멀리 떠난 뒤로, 아무도 여자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하지만 동네 아줌마들 중 몇 명은 여자가 애와 함께 보스턴 처갓집에 다녀올까 한다는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해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여자가 마을에서 안 보이고, 집은 문이 잠겨있자 여자가 애를 데리고 보스턴에 갔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별로 왕래가 없었어요. 여자가 보스턴에 갈 계획을 얘기할 때에도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죠.
  그래서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문이 잠긴 집만 남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바로 옆집에 살던 한 여자가 뭔가 기억해냈어요. 여자는 어디선가 아이가 우는 소리에 삼일 밤을 연달아 잠이 깬 게 기억났어요. 한 번은 잠에서 깬 여자가 남편을 깨웠지만, 남편은 비스비 씨네 작은 딸이 틀림없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여자도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어요. 비스비씨네 딸은 몸이 아파서 항상 울었죠. 그 아이는 특히 밤에 배가 자주 아팠어요. 그래서 여자는 울음소리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사흘 밤을 내리 깬 것을 떠올렸어요. 여자는 자신이 들었던 울음소리를 사람들에게 말했고, 마침내 주민들은 문이 잠긴 집에 들어가 뭔가 잘못된 게 없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들어가 보니, 아이가 방에 갇힌 채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데니슨 부인과 버드 부인은 한 번도 그 방을 쓴 적이 없었어요. 그 방은 이층 안방이었어요.
  맞아요. 사람들은 거기에서 그 불쌍한 어린 것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하긴 사람들은 아이가 얼어 죽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옷을 껴입은 채로 침대 위 이불 속에서 죽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살아있었을 때는 따뜻했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는 이불 속에서 일주일은 있었던 것 같고,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았어요. 여자는 집을 떠날 때 애를 안방에 가두고, 이웃들이 아이 말을 듣고 자기가 도망쳤다는 사실이 알게 될까 두려워서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고 시킨 것 같았어요.
  데니슨 부인은 말했어요. 여자가 정말로 자기가 낳은 자식을 굶겨 죽이려 했다고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요. 여자는 아마도 그 어린 것이 누군가를 깨워서, 마을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 아이를 찾게 할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죠. 물론,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든지 간에 아이는 죽었지만요.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에요. 그러던 중 남자가 집에 돌아왔어요. 아이를 막 땅에 묻은 뒤였고, 남자는 그만 미쳐버리고 말았어요. 남자는 여자를 뒤쫓아 가서 찾아낸 뒤에 총으로 쏘아 죽였어요. 신문들마다 떠들썩하게 그 사건을 보도했었죠. 그 후로 남자는 사라졌고, 아무도 남자를 못 보았대요. 데니슨 부인은 남자가 출세하거나 외국에 나갔을 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아무도 모르죠. 그런데 그 후로 사람들은 그 집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처음 여기 왔을 때, 사람들이 새로 이사 온 집이 어떠냐고 물을 때만 해도 뭔가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데니슨 부인은 말했어요. “하지만 왜 그런지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죠. 그 날 밤 아이를 보기 전까지는요.”
  “살면서 이런 얘긴 처음 들어요.” 에머슨 부인은 놀란 눈으로 미서브 부인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미서브 부인은 말했다. “이제 어떤 집이 이상하다는 말을 들을 때, 제가 가볍게 흘려듣지 않는지 아시겠죠?”
  “네, 그럼요. 그런 일을 겪으셨으니 말이에요.” 에머슨 부인은 말했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미서브 부인은 말했다.
  “아이를 다시 보았어요?” 에머슨 부인은 물었다.

[미서브 부인 이야기]

  네, 마지막으로 보기 전까지 수도 없이 봤지요. 제가 그다지 예민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예민했다면 거기에 머물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아무리 그 곳이 좋고, 두 부인을 생각하더라도 말이죠. 두 분은 고운 분이셨고, 저는 그 분들을 사랑했어요. 지금도 가끔 데니슨 부인이 저를 보러 찾아왔으면 할 때가 있어요.
  어쨌든 저는 거기에 계속 머물렀고, 언제 그 아이를 마주칠지 몰랐어요. 저는 신경 써서 제 물건은 모두 이층으로 가지고 왔어요. 아이가 제 외투나 모자나 장갑을 들고 이층으로 오지 않도록 하려고요. 방 안에 손질이 필요한 일감은 아무리 작은 것도 남겨놓지 않았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서 일감들이 마무리되어 있는 걸 보지 않으려고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를 보는 게 무서웠어요. 게다가 아이를 보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엄마를 못 찾겠어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었어요. 그 말을 들으면 온 몸이 오싹하게 느껴졌거든요. 저는 그 죽은 아이처럼 가슴 아프게 엄마를 찾는 울음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아이는 다른 사람보다도 특히 버드 부인에게 자주 찾아왔어요. 한 번은 버드 부인이 그렇게 못된 엄마였는데, 저 불쌍한 어린 것이 저승에서 정말로 엄마를 찾을 수는 없는지 알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하지만 데니슨 부인은 동생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심지어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버드 부인은 자기 말이 맞는지 궁금해 하지 않겠다고 했죠.
  버드 부인은 좋은 사람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도 항상 모자란다고 생각했어요. 남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부인에게는 살아가는 이유 같았어요. 부인은 그 불쌍한 어린 아이 귀신을 무서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엾게 여겼던 것 같아요. 다른 누구보다 버드 부인이 가장 마음 아파했어요. 죽은 아이에겐 살아있는 여느 아이처럼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거든요.
  “저 불쌍한 애에게 잠옷 대신 다른 옷을 입히고, 밥도 먹이고, 더 이상 엄마를 찾아 헤매지 않게 하려면, 아무래도 내가 죽어야겠지.” 저는 버드 부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딱 한 번 들었는데 그녀는 진심인 것 같았어요. 눈물을 흘리면서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부인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일이에요.
  이제 가장 기이했던 일을 얘기할게요. 버드 부인께서는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어느 토요일 아침이었어요. 그 날은 수업이 없었고, 저는 아침을 먹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버드 부인이 보이지 않았어요. 데니슨 부인 밖에 없었죠. 부인은 제가 부엌에 들어설 때 커피를 따르고 있었어요. “저, 버드 부인께서는 어디 계세요?” 저는 말했죠.
  “몸이 아주 안 좋대.” 부인이 말했어요. “뭐, 별로 크게 아픈 것 같진 않았어. 잠을 잘 못 자서 몸이 으슬으슬하게 춥고 머리가 아픈 것일 뿐이야. 집이 좀 따뜻해질 때까지 침대에서 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지.” 그 날 아침은 무척 추웠죠.
  “감기 걸리셨나 봐요.” 저는 말했어요.
  “응, 그런 것 같아.” 데니슨 부인은 말했죠. “감기겠지, 뭐. 금방 일어날 거야. 동생은 남을 도울 수 있다면 침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
  어쨌든 부인과 제가 아침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그림자가 부엌 벽과 천장을 지나갔어요. 누군가 창밖을 지나가면 비치듯이 말이에요. 데니슨 부인과 저는 위를 올려다보다가 창밖을 보게 되었어요. 그 때 갑자기 데니슨 부인이 비명을 질렀어요.
  “아니, 동생이 정신이 나갔어!” 데니슨 부인은 말했어요. “이렇게 추운 날씨에 저기 밖에 나가다니. 아니…… 근데…….” 데니슨 부인은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아이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부인과 저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요. 버드 부인이 아이 손을 잡고 눈 덮인 길을 급히 떠나는 모습을요. 아이는 마치 진짜 엄마를 찾은 것처럼 버드 부인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어요.
  “동생이 죽었어.” 데니슨 부인은 제 손을 꽉 잡으면서 말했어요. “동생이 죽었어. 내 동생이 죽었다고!”
  우리는 층계를 급히 올라갔고, 버드 부인은 침대에서 죽어 있었어요. 하지만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쪽 손과 팔이 길게 나와 있었어요. 마치 누군가 그 손을 잡았던 것 같았어요. 버드 부인의 손과 팔은 결국 마지막까지 곧게 펼 수가 없었어요. 할 수 없이 장례식 장에서도 관 밖으로 손과 팔이 나와 있었죠.
  “그 후로 아이를 다시 본 적이 있나요?” 에머슨 부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미서브 부인은 대답했다. “버드 부인과 함께 마당을 나간 뒤로, 두 번 다시 그 아이는 볼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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