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이해할 수 없군. 우리의 강력한 무기를 보고도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다는 건가? 몇 명 정도 사살하면......"

사령관의 말에 수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령관 님, 그들은 변하고 있습니다. 이건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게다가......"

수안이 잠시 머뭇거렸다.

"게다가...... 게다가 어쨌다는 건가!?"

"오래 전부터 우리 보좌군들은 신출귀몰하게 게릴라를 펼쳤던 반군들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왔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그렇게 잘 알고 있었는지 말입니다."수안이 수뇌부 7인과 자신을 하릴없이 바라보는 수 십 명의 장군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외쳤다."우리 쪽 내부 사정이 그들에게 완전히 노출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말 그대로 완전히 새 나가버렸다는 겁니다. "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새나가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사령관의 맨 오른쪽 자리에 잠자코 앉아 있던 중년 사내가 갑자기 따지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협박성 성격이 짙은 말에 수안은 가볍게 씩 웃더니 언제쯤이면 자신을 불러줄 것인지 마냥 기다리는 몸종처럼 허공에 한참이나 왱왱거리며 떠 있는 큰 하얀 사각테두리 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유리처럼 투명하기만 한 테두리 안에서 번쩍번쩍 불빛이 일더니 곧 검은 색 실선이 나타나 이상한 그림 하나를 그렸다. 전체 윤곽이 다 그려지자 어느새 안은 초록색 물감을 들이부은 듯 순식간에 짙은 초록색으로 가득 차 버렸다.  

"이것은 현재까지 우리가 조사한 알파리아의 대륙을 나타낸 지도입니다.(이 말이 끝나자 지도의 몇 군데를 제외한 대부분이 초록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했다.)그리고 이 붉은 지역이 우리가 지금까지 점령한 지역입니다.(이 말이 끝나자 붉은 색 바탕 위로 까만 점이 이 십여 개정도 넓게 분포되어 나타났다.)검은 점이 나타난 곳들이 바로 조짐이 좋지 않은 지역들입니다."

"생각보다 꽤 많군."사령관이 한숨 섞인 소리로 말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 반군들은 완전히 박멸됐어. 굳이 미개한 주민들이 우리에게 대항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걸 보십시오."수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영상스크린에 뚜렷이 찍혀있는 이 십여 개의 까만 점들을 두루 포함하는 노란 색 원들이 수 개나 겹쳐 나타났다."이 노란 원들은 그 동안 반군들이 주로 활동했던 지역의 범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검은 점들이 모두 노란 원들의 범주 안에 모두 포함된다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반군이 주민들에게 신의 계시라도 내렸다는 건가?"여전히 험악한 인상을 한 중년 사내가 비아냥거리는 투로 외쳤다."아니면 두 달 동안에 그들이 비밀학교라도 세워 저 멍청한 것들을 가르쳤다는 건가? 그것들이 그냥 죽으려고 한 짓에......"

사령관이 몹시 언짢은 표정으로 험악한 인상을 짓고 있는 중년 사내를 조용히 노려보았다. 움찔한 그는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게...... 우리의 내부정보가 새나갔다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가?"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사령관이 말했다.

"이걸 보십시오."수안이 바지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물건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짙은 남색 케이스로 씌워 있었다. 몇 개의 하얀 버튼이 비스듬히 박혀있는 그것의 맨 아래쪽에 이런 글자가 써 있었다. 'Converter - Languages'

"그건 언어 변환기가 아닌가?"

수안이 뜬 금 없이 언어 변환기를 꺼내자, 사령관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령관 뿐 아니라, 언어 변환기를 본 모두들 역시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석 보좌관이 왜 그걸 꺼내서 보여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고전했던 까닭은 바로 이 놈 때문이었습니다. 언어변환기!"수안이  험상궂은 인상으로 그를 위협하던 아까 그 중년 사내를 흘겨보며 외쳤다."바로 언어 변환기가 놈들 손아귀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언어 변환기의 유출...... 그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언어 변환기는 일종의 통역기이자 정밀한 통신 기기이다. 언어 변환기 속에는 브레인즈라는 대용량의 저장장치가 장착돼 있는데, 그 안에는 지금까지 우주의 행성과 위성을 개척하면서 발견한 외계인들의 언어와 아시안 연방에서 사용되는 모든 계통들의 언어가 저장돼 있다.

수안이 속한 1 연방대는 중국 계통이냐, 한국 계통이냐, 일본 계통이냐에 따라 병사들 간의 언어가 완전히 달랐다. 비단 1 연방대 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그랬다. 아시안 연방으로 통합되기 전에 사용했던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들을 서로 포기하지 못 했던 것이다. 이미 공용어로 사용하던 영어는 그 전쟁 이후로 대외적인 것과 관계된 경우를 제외하고, 완전히 사용금지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새로운 공용어를 써야 했지만, 아시안 연방의 주도 세력들은 조금이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그들만의 언어나 문화 등을 그대로 보존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게다가 그들 세력들은 장차 연방 구성원이 될 후손들에게도 절대 타 계통에 관한 것이라면 어떠한 것도 익히지 말도록 엄하게 각인 시켰다. 자칫 잘못했다간 그들의 문화에 동화돼 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 백 년이 지나도 각 계통마다 언어나 문화가 크게 달랐던 것이었다.

이런 언어적 장애는 당연히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했다. 그나마 통역관들이 있어 극단적인 문제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일이 처리되는 최고 의원들의 회의에서는 언어적 차이로 인해 종종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외계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안 연방 뿐 아니라, 유로 연합, 아메리카 자유국 역시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외계 생명체들과 싸워야 했고, 그렇게 해서 차지한 행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지배하에 둔 외계인들과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 자연적으로 그들과 잦은 마찰이 빚어졌다.

그런 문제점들에 대한 고찰과 노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언어 변환기였다. 회의장 내에서 모든 이가 잘 보이는 위치에 당당하게 서 있는 수안은 한국어로 다양한 계통 출신의 장군들에게 말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어, 일본어 뿐 아니라, 심지어 힌두어까지도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수안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하나 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의 허리춤에는 수안이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언어 변환기가 부착돼 있었고, 그 언어변환기에서 나오는 고유한 전파를 인식하여 그 전파를 자신들의 언어로 변환시켜 주는 아주 작은 칩이 귓속에 꽂혀 있었다.

언어 변환기는 그렇듯 매우 중요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언어 변환기는 연방대 내에서 전용 통신기기로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해서 적군의 손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바로 총살 감이었다. 그것은 수신하는 말을 불온한 무리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변경해 들을 수 있어서 군사기밀 뿐 아니라, 의외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는 일반 병사들의 대화 내용까지도 적에게 완전히 노출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중요한 물건이 알파리아 반군에게 넘어갔던 것이다.


회의장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이해됐다. 어떻게 저 미개한 알파리아 놈들이 자신들의 취약한 부분을 알아내서 그토록 쉽게 유린할 수 있었는지......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는 사령관조차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사령관 뿐 아니라, 그 옆에 앉아있던 대장군 5명도 너무 놀랐는지 터질 정도로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를 번갈아 보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수 십 명의 장군들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한껏 목청을 높여 옆의 사람과 격하게 찬반을 논했다. 어떤 이들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시끄럽게 떠들어댔고, 그 외 몇 명은 그럴 리가 없다며 그들보다 목소리를 더 높여 그들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사실 장군들이 편을 갈라 서로 격하게 논쟁을 벌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열띤 논쟁의 장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장군들의 눈들은 자연히 한 사람에게 고정돼 있었다. 똑바로 보든, 힐끗힐끗 보든 말이다.

"그게 어떻게 놈들 손에 넘어갔는지 설명해주겠나?"사령관이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수안에게 물었다. 이 작은 목소리가 모두에게 들렸는지 방금 전까지 시끄럽게 자기 주장을 펴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수안을 불길 이는 눈으로 응시했다. 수안의 말한 마디에 그들의 입지가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 모두 상당히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건...... 권철기 대장군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수안이 아까 험상궂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하던 중년 남자를 얄밉게 흘겨보며 말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언어 변환기가 유출됐을 리 없다고 주장하던 장군들이 고개를 테이블에 부딪힐 정도로 푸욱 숙였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주겠나, 권철기 대장군!?"사령관이 이미 짐작했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중년 남자에게 고개를 돌리며 날카롭게 말했다."정말 자네가 그런 엄청난 실수를 한 건 아니겠지?"

권철기 대장군은 약간 마른 사령관에 비해 훨씬 남자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강인함이 느껴지는 각진 턱과 기민한 결단력이 잔뜩 배어있는 매부리코는 마흔이 넘어가는 나이답지 않은 남자다운 기상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유독 눈만은 음흉하고 차갑게 빛났다.

권철기 대장군은 주위의 따가운 눈총에 약간 주눅이 든 듯 무거운 한숨을 한번 내쉬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하며 무슨 수를 써서든 이번 고비를 잘 넘어가야 한다고 수 차례 정신을 다잡았다. 확실히 머지 않아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 나아갈 자격이 주어지는 그로서는 이번이 최악의 고비임에는 틀림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설사 수석 보좌관의 말대로 놈들의 수중에 언어 변환기가 있다고 해도, 비행기가 뭔지도 모르는 우매한 것들이 어떻게 언어 변환기를 사용한다는 겁니까?"그는 배짱 넘치는 사나이답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수안의 귀에는 그 말이 상당히 어리석게 들렸다.

"언어 변환기의 가장 큰 장점이 뭔지 아십니까?"수안이 야릇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거야......"권철기 대장군이 뜻하지 않은 질문에 당황한 듯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워낙 편리한 기계가 아닌가! 장점이 한 두 가지라야지 ......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모두 다를 걸세."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수안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말했다."너무 편리하다는 거죠! 대장군 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언어 변환기는 가장 최신 버전입니다. 우리 1 연방대에서는 모두 이걸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최신 버전 언어 변환기는 단 세 개의 버튼만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 말에 권철기 대장의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굳어졌다.) 더구나 지금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 변환기에는 알파리아 언어가 즉시 변환 가능한 언어로 분류되어 셋팅돼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언어 변환기를 손에 넣고, 이 세 번째 버튼을 눌렀다면......"수안이 손에 들고 있는 언어 변환기의 세 번째 버튼을 누른 다음, 크게 외쳤다. "치네아나우나 아주먕무이츠......"

모두의 귀에는 수안의 말이 알파리아 언어로 바뀌어 들렸다. 몇 몇을 제외하고는 수안의 설명에 긍정하는 뜻으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특히 사령관은 수안을 향해 미묘한 뜻이 담긴 눈웃음을 지었다.

"흥! 그건 우연이야, 그들이 첫 번째나 두 번째 버튼을......"

"그건 잃어버린 언어 변환기가 한 둘일 때 얘깁니다."수안이 권철기 대장군의 말허리를 끊으며 날카롭게 외쳤다."오늘 아침에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소이 장군의 부대가 반군의 마지막 거점을 전멸시키면서 무려 이 십여 개의 언어 변환기를 잦아 냈다고 합니다. 그 한 지점에서만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그들이 한 번쯤은 세 번 째 버튼을 먼저 눌러보지 않을까요, 권철기 대장군 님."

이 결정적인 말에  권철기 대장군은 온 몸에 힘이 쫙 빠진 듯 비틀거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사시나무 떨 듯이 덜덜 떨고 있었으며,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진 채 군데군데에서 흘러내리는 식은 땀 때문에 이마가 심하게 반짝거렸다. 그는 대단한 야심가였다. 현재 공석인 4 연방대 사령관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올해에 갖게 된 그는 막강한 뒷배경으로 수안의 아버지인 최장길 사령관의 뒤를 이어 연방대의 핵심적 거두로 급부상 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날개가 떨어져 나갔다. 그의 화려한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인재라 할지라도 이 사건에 관한 오점은 너무나 큰 것이기에 그나마 대장군 자리라도 잃지 않게 된다면 큰 다행이었다.

그 뿐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수뇌부 6인과 장군들 역시 이번에 수안이 꺼낸 결정타에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놀랐다. 반군의 거점에서 발견된 언어 변환기가 무려 이 십여 개라니...... 그건 정말 유례가 없는 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왜 언어 변환기의 유출이 전적으로 권철기 대장군의 책임일까? 그것은 그가 대외 부대를 총괄하는 총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원정 부대로 보급되는 물자를 비롯해 원정으로 파견할 부대 편성 및 점령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 관리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것은 언어 변환기가 유출된 사건이 단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가 혹시라도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냐는 또 다른 의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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