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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The Power - 서장

2003.08.15 14:3708.15


The Power - '절대힘'[서장]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는 이 얇은 책 속에 몇 쪽 가량의 글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나의 동족들은 이미 알고있는 사실인 바 굳이 이런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없음에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이렇게 남기는 것은 오로지 그들을 위함이라는 걸 미리 밝혀둔다. 사실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부분은 아직까지도 시끄러운 논란의 소재거리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따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명예를 걸고 힘든 결심을 한 만큼 그들에게 무언가를 일깨우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었다. 적은 분량으로 어스트로 역사의 오묘함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간단하지만 중요한 부분만 마지막으로 남겨 두노니, 부디 이 작은 지식이라도 마음속에 꼭 담아 두길 바랄 뿐이다.


우주가 탄생하고 그 안에서 생성, 변화, 소멸이라는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이후, 꺼먼 먼지와 검뿌연 가스구름만이 두둥실 떠다니던 우주에 언제부턴가 소위 '살아있다'라는 의미를 지닌 존재들이 하나 둘씩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별 보잘 것 없었던 크고 작은 돌덩이나 미세한 먼지 등이 한데 모여 거대한 행성과 별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어스트로(Astro) 역사의 서막이었다. 이 모든 변화의 원동력이며 시간의 법칙을 적용하여 '생명체'라는 이상적 산물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절대힘...... 대부분 책에는 'The Power'라는 단어로 보다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절대힘......그것은 나를 비롯해 내 친구들같이 아주 특별하며 고귀한 생명력을 가진 극소수의 존재들에게만 알려져 있다. 단지 평범하고 그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조그마한 운명을 즐기며 혹은 저주하며 살아가는 보통 것들에게는 알려지지 아니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는 그런 위대한 존재가 바로 절대힘이다.

시간은 끝없이 흘러왔고 지금도 흐르고 있다. 이 빠르면서도 느린 세월 속에 운명이라는 감옥 아닌 감옥에 갇힌 대다수 생명체들은 보다 나은 무언가를 위해 아니면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던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을 불태우고 사라져 갔다.(사실 신들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런 부분들이 우리들의 존재이유와 큰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온 신들 중 한 명이었고, 그래서 수 백 년 동안 그 부분에 대해서만 연구해 왔다.

탄생을 위해서 생명체에게는 어떤 무언가가 깃 드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했다.(사실 보통 생명체들은 우리 신들이 저들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지만, 생명의 순환은 전적으로 '그'의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인 길쿠스는 우주 동쪽 끝 지역에서 흔히 부르는 영혼이나 소위 '기'라는 존재가 생명력의 근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역시 밝혀야 부분들 중 하나임을 말해둔다.

(이 부분부터는 나의 학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너무 맹신하지는 말라. 그러나 지금까지의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그리고 지도자의 말씀을 비추어볼 때 거의 맞지 않을까 싶다.)

헤아릴 수 없이 넓은 우주라는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각기 자신들의 생활방식, 가치관, 세계관 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은 그들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순수한 에너지(길쿠스가 말한 기를 임의로 지칭함을 미리 밝힌다)를 극명하게 이분법적으로 대비되는 두 형태로 나누어지게 만들고야 말았다. 그것은 절대힘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그'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확실치는 않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 볼 때 분명 그렇다고 판단된다.)

선과 악(물론 난 선계 출신이다)......우리가 지겹도록 흔히 알고 있는 이 두 존재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사실 그 둘의 힘이 '그'에게 민감하게 느껴지도록 성장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 둘이 어스트로 역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우주가 탄생된 지 몇 십억이 지난 뒤였으니 대략 어스트로 초 중기였다고 보는 게 정확할 듯 싶다.

절대힘과는 근본은 같지만 형태가 전혀 다른 이 두 에너지는 결국 절대힘과 융합되지 못하고 단지 보이지는 않을 뿐, 우주의 새까만 먼지구름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와 다를 바가 없었다.(이 부분 역시 논란거리가 많다.) '그'는 그 두 에너지가 자연적으로 소멸될 것이라 판단했지만, 그 예상 또한 빗나가고 말았다. 본래 그 둘은 생명력에 근원을 두었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절대 소멸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그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우리보다 너무나 강해지고 있는 악을 볼 때 십중팔구 사실이다)

결국 그 두 에너지의 영향력이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잡을 만큼 강력해 졌고, 그것들은 우주의 또 다른 차원의 틈새로 빠져나가 마침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말았다. 이른바 어스트로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고 만 것이다.

선과 악...... 이 두 영역의 힘이 아무리 크다할지라도 창조주인 '그'의 절대힘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이 두 세력을 없애지 않고, 오히려 '그'의 영향력 아래에 뒀다. 이렇게 함으로써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넓게 퍼져 있는 생명체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물론 그 같이 되기까지 과거 대 선배들의 노고가 참으로 컸음을 밝혀둔다.) 이른바 공존의 시대가 온 것이다. 선과 악의 지도자들은 '그'를 따라 협력했고, 이 과정에서 아주 특별하고 고귀한 생명체들만 골라 자신들의 특수한 능력을 전수시켜 생명체들을 더욱 편하게 다스리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어스트로의 황금기인 신의 시대로의 첫발이었다.

그러나 선과 악의 공존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이 곤란하다. 이것을 다 밝힌 다는 것은 매우 위험스럽고 복잡한 일이니까......또한 이 글을 읽을 때 즈음이면 그들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 그 역시 글로 남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두 세력간의 전쟁이 우주 전역에서 수(數)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며, 신들 사이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으로 우주가 종말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그'가 나서기로 했으며, '그'의 예언이 어떤 형태로 시작될 것인지, 또 이 의미 없는 빌어먹을 전쟁을 무슨 수로 끝낼 것인지는 '그'의 협력자들밖에 모르고 있다. 알 수 없는 건, 키케폼의 은밀한 정보에 따르면 '그'가 절대힘을 어떻게 해 버렸다고 한다. 어쨌든 '그'가 예언한 그들이 하루 빨리 이 책을 읽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니까......


--- 위대한 어스트로의 역사가이자 예언가인 리쿠케스 아미라스의 '불확실한 미래' 중 일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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