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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합리적 마녀사냥

2012.11.10 19:1511.10


[합리적 마녀사냥]

앨런은 세간에서 마녀사냥꾼이라 불리는 자였다. 어린아이를 마녀로 몰아 데려간다. 그리고 잔인하게 약품실험에 사용한다. 새로 개발 된 약품을 정부에 제공하는 대신에, 그는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이것이 세간의 소문이었다. 하지만 앨런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평범한 공무원일 뿐이었다. 그저 정부에서 리스트를 내려주면, 차를 몰아 어린아이를 데려간다. 그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저 트럭을 몰아 제 1 보관소까지 운전하는 것뿐이었다.

앨런은 한 아이를 데리러 가는 중이었다. 그는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리스트에는 [엘리나/13세/여아/1339번지 거주/특이점 : 빨간색 눈물점이 왼쪽 눈 아래에 있음. 금발.] 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리스트를 조수석의 파일 정리함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트럭을 몰았다. 그의 트럭은 택배 트럭으로 위장되어 있었다. 택배도 준비 되었고, 매주 트럭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 트럭 내부는 그의 성격을 반영해주는 듯 했다. 깔끔하고, 합리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여긴가.”

몇 십 번의 신호에 걸려 예상보다 1시간 늦게 도착했다. 그는 주의사항을 신속히 머리로 숙지했다.

첫 번째, 만약 저항할 경우 즉시 사살. 두 번째, 만약 목격자가 있을 경우, 목격자 또한 즉시 사살. 엄격한 법이군. 그는 주의사항이 담긴 파일을 정리함에 꽂고, 차 바닥에 놓아두었던 소포를 챙겼다. 그리고 차 안경꽂이에 넣어두었던 소음기가 달린 검은색 소형권총을 꺼내어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는 차를 집 앞에 댔다. 집은 녹색 지붕을 한 평범한 주택이었다. 마당에는 개가 있고, 창문 앞에는 화분이 놓아져 있었다. 안은 아직 불이 꺼져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로 초인종을 눌렀다.

“택배 왔습니다.”

배달될 택배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의 택배는 가짜 택배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보낸 택배를 그가 가로채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안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가요.”

그리고 침대에서 방금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갈색 머리의 중년 여성이 부스스한 머리칼을 움켜지고, 짜증나는 표정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한 손에는 볼펜을 쥐고 있었다.

앨런은 여성의 입을 재빨리 막았다. 여성은 놀라서 힘이 빠졌던 것일까, 그 자리에 바로 주저앉았다. 그는 여성을 집 안으로 끌고 가서 현관문을 닫았다. 그는 권총을 여성의 관자놀이에 대었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 부분을 가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소음기 때문에 큰 총성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옷에 약간 피가 튀고 말았다. 그는 집 안을 뒤졌다. 그의 목표인 엘리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집 안은 지저분했다.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온 곳에 아이의 장난감이 널려 있었다. 부엌에는 며칠 동안 세척하지 않은 접시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세탁기는 이미 옷으로 과포화 상태였다. 그는 거실, 부엌, 세탁실을 차례로 뒤졌다. 인기척이 없었다. 남은 곳은 한 곳, 침실이었다. 그는 묵묵히 침실로 향했다.

침실에는 엘리나라고 생각되는 소녀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소녀를 살펴보았다. 눈 밑의 눈물점, 금발, 나이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았다. 소녀는 권총과 옷에 묻은 피를 보자 겁에 질려 거실로 도망쳐나갔다. 그는 소녀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소녀는 현관문으로 뛰고 있었다. 앨런은 재빨리 소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총탄이 소녀의 머리가 아닌 허벅지를 꿰뚫었다. 몹시 고통스럽게 보였다. 그는 창문을 보았다. 창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소음을 대비해 삼중창으로 되어 있었다. 커튼도 확실히 쳐져 있었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다시 권총을 들어 소녀를 정조준 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뭐든 할 테니까!”

그는 피가 묻을까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그리고 냉정하게, 소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 소녀의 머리를 잔인하게 꿰뚫었다. 그의 얼굴에 피가 약간 튀었다. 그는 세면대로 향했다. 얼굴에 묻은 피를 씻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이 경우, 사진을 찍어 보고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소녀의 시체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피 묻은 조끼를 벗어 던져 놓았다. 현관문 앞에 주저앉은 소녀의 시체를 발로 치운 뒤, 현관문을 열고 보고를 위해 제 1 보관소로 향했다.


제 1 보관소는 얼음 창고로 위장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안에 어패류, 육류 등이 저장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저장되는 것은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의 담당인 켈러 씨에게 보고했다.

켈러 씨는 냉동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노인에다가 머리는 백발이었고, 허리는 굽어 앨런의 키의 반도 되지 않았다. 말투는 느릿느릿하고, 정확히 할 말만 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는 켈러 씨와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기, 사진입니다.”
그는 평소처럼 사진을 켈러 씨에게 건네주었다. 켈러 씨는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진을 자신의 작업복에 넣었다. 그리고 켈러 씨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돈 뭉텅이를 꺼냈다.

“여기 3000달러.”

앨런은 돈 뭉텅이를 받아들었다. 돈 뭉텅이를 한 장씩 넘겨 맞는지 세어보았다.

“장 수는 맞네. 어지간히 꼼꼼해야지. 쯧쯧, 수고하게. 난 돌아가 보겠네.”

그는 돈을 다 세고서야 다시 트럭 위로 올라탔다. 그는 다음 목표물을 찾았다. 다음 목표물은 그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텔러/7세/남아/1220-1번지 거주/특이점 : 얼굴에 흉터가 나 있음. 백발, 적안] 그의 다음 목표물은 그의 아들이었다.

그는 그 냉동 창고 안을 본 적이 있었다. 소문대로는 아니었다. 그 안에서는 데려간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그가 그 안의 일원으로서 냉동 창고 안을 보았기에,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곳은 단순한 교육소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과목을 공부했다. 문학/비문학/수리/과학/사상. 그 중 사상이 시험의 90%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10%를 나눠가졌다. 시험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었다.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이 있었다. 필기시험은 문제를 푸는 평범한 시험이었지만, 실기 시험은 아니었다.

사상 실기 시험의 내용은 간단했다. 국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어깨에 총을 쏘는 것이었다. 자신을 쏜다는 두려움으로 대부분은 통과하지 못했다. 통과하지 못하면 바로 약품실험으로 돌입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쏘지 못했다. 앨런은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았다. 시험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자신의 어깨를 쏘았다.


어깨를 쏜 자들은 대부분 평생의 직장이 보장되었다. 월급과 더불어 배당금이 나가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직업이었다. 바로 그가 하는 일과 같은 마녀사냥꾼이었다.

앨런은 그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국가를 사랑했다. 어쩌면, 그의 부인보다도 더 사랑했다. 그는 이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국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앨런이 켈러 씨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질문은 코웃음 쳤지만, 단 한번 켈러 씨는 진지하게 답한 적이 있었다.

“사실 저기 수용된 아이들은 전부 15년 후 그대로 놓아두면 범죄자가 될 아이들일세. 타임머신인가? 그들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미래에 다녀온다네. 간단히 말해 미래 정부에게 예비 범죄자들을 처치해달라는 임무를 받고, 현재 문명으론 생겨날 수 없는 것들을 보상받네. 꽤 합리적이지 않는가?”

그는 그 때, 이 일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국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비 범죄자를 죽이는 것은 곧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정신없이 자신의 집으로 트럭을 몰았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는 잘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도망쳐야 하는 건지, 숨겨야 하는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집으로 트럭을 몰 뿐이었다.

그의 집 또한 그의 성격이 잘 나타나 있었다. 작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춘 깔끔한 집이었다. 그는 키를 이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도 모르게 흥분했는지, 숨을 헐떡였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빠! 어서 오세요!”

그의 아들이 달려와 그에게 안겼다. 그의 아들을 보자 총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신념이 흔들렸다. 그는 국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을 보는 순간 총을 쏠 수가 없었다.

곧이어 그의 부인도 그를 맞이했다. 그의 부인은 오븐용 장갑을 벗지 않은 채로 그를 맞이했다. 이렇게 될 경우 둘 다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의 그라면 총을 겨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총을 들지 못했다. 가족 아래에, 그의 신념은 부서졌다.

같이 도망갈까? 하지만 리스트에 등재된 이상, 지구를 떠나지 않고서는 언젠가 자신과 같은 마녀사냥꾼에 의해 죽고 말았다. 가짜로 죽었다고 보고할까? 하지만 몇 개월마다 한 번, 불시에 신원 확인을 위해 조사원이 들리게 된다. 그는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생각해보았다. 모든 선택지는 죽음으로 향했다.

그는 권총을 자신의 아들에게 겨눴다. 그의 아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의 부인은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지만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는 안심한 듯, 웃음을 지어 보았다. 곧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눴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곧이어 단발의 총성이, 한 아이와 한 여성의 고통스런 비명이. 그의 죽음과 함께 울려 퍼졌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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