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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방과 유화등

2009.10.16 01:0810.16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부족한 소설입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 새로 명확히 된 기준에서 약간 벗어나는 면이 있기에 분량과 내용을 다소 수정하였습니다. 전에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과 다른 게시물에 소중한 댓글을 달아주셨던 9crime 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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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과 유화등]

  시간은 저녁 8시 무렵. 한창 봄인 계절이라 춥다기보다는 딱 기분 좋게 선선한 날씨였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꽃샘추위 때문에 여전히 겨울옷을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진보임에 틀림없었다. 계절은 순환하고, 사람은 변화해간다. 그 간단한 대자연의 순리에만 따르면 세상은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사회는 그런 자연스러운 순리에 따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음흉했으며 감당해야 할 것이 많았다. 자그마한 일을 하기에도 많은 것을 고려해야 했으며 말 한마디 하는데도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어찌 되었건 나는 사람만큼 움직이는데 귀찮을 정도로 구실이 필요한 생물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아, 불평은 이쯤 하자. 모처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되었는데도 불평만 하다가는 결국 위에 구멍이 난 채 머리 벗겨지는 부작용밖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고로 사람은 행복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법. 그렇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유명 추리소설의 판권을 단독으로 먹었으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아아, 달군, 달아……”
  나는 잘 꾸며진 공원을 걸으며 마일드 커피를 홀짝거렸다. 싸구려 캔커피이긴 하지만 계산에 쪼잔한 내게 화려한 카페에 앉아 ‘분위기와 자리값’으로 한잔에 몇 천원이나 하는 돈을 지불하고 마실 배짱은 없으니 이 정도가 적당하다. 생각해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같은 액체인 것을 왜 기를 쓰고 그렇게 비싸게 마시려 하는 걸까. 엄청나게 차를 맛있게 탄다든지, 굉장한 맛의 케이크를 굽는 파티셰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나처럼 매점에서 아무 커피나 산 다음에 공원 벤치라도 앉아 홀짝이는 편이 훨씬 경제적일 텐데. 다들 속고 있는 거겠지. 아니면 길들여져 있던지.
  그런 시시한 생각을 하면서 걷는 동안 몇 사람과 지나쳤다.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노인들이었다. 다들 약간 촌스러운 츄리닝에 빨리 걷는다든지, 조깅을 한다든지, 맨손체조나 줄넘기를 한다든지 운동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될까 생각하니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공원을 빠져 나와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철저히 재개발지역에서 외면당한 북부의 주택가는 점차 그 쇠락에 박차를 더해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공원의 화사함은 어디 갔는지 지렁이 굴처럼 좁은 도로와 낡은 자동차, 그리고 밤중에도 칙칙해 보이는 연립주택들이 시야를 답답하게 가렸다. 방금 전까지 공원에서 운동에 열중하고 계시던 노인장들은 저 반대편의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로서 공원을 중심으로 빈부의 경계는 확연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나도 굳이 분류하자면 이쪽 주택가, 가난한 서민들 쪽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땅히 의지할 곳 없이 혼자 나와 살기 시작한지도 벌써 5년. 1,500일을 훌쩍 넘기는 수많은 나날 동안 맘 편히 지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생활비에 머리를 싸매고, 친구들과 한잔 마시는데도 일주일 밥값 충당할 생각에 술은 술이 아니라 알코올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편의점 운영하시느라 힘드신 아버지께서 근근이 원조를 해주셨기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5년째 도시생활도 슬슬 질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질구질한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3년 전에 우연히 취직하게 된 출판사도 지금은 제법 구색을 갖추었고, 나도 부사장이자 총편집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뭐어, 사실 까놓고 말해 사원 5명 남짓의 작은 곳이다 보니 부사장이고 편집자고 다 구색만 좋은 명칭일 뿐이다. 게다가 그 다섯명이라는 것도 한 명은 늙고 돈만 있는 대머리 사장님, 나머지 3명은 아르바이트생에 가까운 단순 사무직에 지나지 않는지라 덕분에 기실 진짜 일하는 건 나 혼자였지만 소꼬리보다는 닭머리라고 했던가. 덕분에 경험도 많이 쌓았고, 내가 스스로 그만두기 전이나 회사가 망하기 전에는 잘릴 일도 없다. 고생도 꽤 했지만 다 피와 살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정신과 의사랑 상담한다면 꼭 그렇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좋아, 열심히 하자!”
  나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록 초라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해도 미래가 있는 이상 기운은 나는 법이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하던 나는 편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그것은 창밖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물론 학교에 불이 켜져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조금 시간이 늦긴 했지만 고등학교라면 야간자율학습도 할 것이고 순찰을 도는 교사가 뭔가 일이 있어 켜두었다거나 하는 일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곳은 보통 학교가 아니었다.
“뭐야, 저기 폐교였는데……”
  그렇다, 폐교. 이미 문을 닫은 학교에 저렇게 불이 밝혀져 있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그것도 붉은빛, 보는 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붉은 빛이 학교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하듯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순간 나는 내 속의 기자혼이 희미한 불씨를 반짝이며 다시 타오르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나는 원래 저널리스트를 목표로 신방과에 들어갔고, 모신문사에 취직하기까지 했었다. 나는 예전부터 진실 감추는 이 세상에 대해 언론의 힘을 통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알리고픈 영웅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작게나마 꿈의 시작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너무나도 달랐다. 내가 그곳에 들어가 배운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해 타협하고, 과장하고, 선정적인 문구와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이었으며 주변 사람들 또한 ‘자유로운 언론인’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권위적이며 경직된 선후배 관계를 강요했다. 결국 세상의 거짓말을 드러내고 싶었던 나는 오히려 거짓말을 늘려오는 일을 거들게 되었으며 시시한 기사로 시시한 사람들에게 시시한 일로 구박을 받다 지친 나머지 2년 만에 신문사를 관두게 되었다. 그리고 먹기 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취직한 곳이 이 출판사였으며 나는 지금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었다.
  이미 정의의 펜대가 되어 부정을 들추어내겠다는 꿈은 버린 지 오래지만 그래도 그 꿈의 원친이 되었던 어설픈 정의감과 호기심까지는 사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묘한 빛을 본 순간 나는 그곳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챘고 그것을 밝혀내야겠다는 충동이 들었다.
  붉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던 곳은 3층의 어떤 교실. 나는 생각이 바뀌기 전에 얼른 발길을 옮겼고, 어느새 어두침침하고 을씨년스러운 학교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밤중의 학교, 그것도 폐교인 만큼 크게 관리가 안 돼 엉망으로 낡아가고 있는 내부의 황폐한 광경이라든지, 아무도 없어 어둠 속에 혼자 크게 울리는 발걸음소리라든지, 바람결에 덜컹거리는 창문이나 발에 밟히는 유리조각의 거슬리는 감촉이 공포영화 못지않을 만큼 꺼림칙한 분위기를 연출해냈지만 왠지 모를 정의감에 고양된 지금의 내게는 전혀 문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것보다 내 머릿속을 채운 건 그 붉은빛의 정체였다. 대체 그건 뭘까. 순간 나는 모독일영화에 나오는 가면 쓴 무리들이 벌이는 난교파티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도 프리메이슨이라든지 비밀스러운 권력단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참 부끄러운 꿈이긴 하지만 나는 어렸을 적부터 그런 음모론에 관심이 있었으며 그것을 밝혀내는 영웅이 되고 싶었기에 도저히 두근거리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꿀꺽. 드디어 그 불빛이 새어 나오던 3층 교실 앞에 도착한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심장이 고동치고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보잘것없는 기자혼이 빨리 진실을 확인하라고 외쳤고, 나는 그 명령에 따라 교실문을 벌컥 열었다. 자아, 과연 나는 정의의 언론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가 있는 걸까.
“오, 자네가 바로 7번째 회원인가 보군. 여기는 어떻게 찾아왔지?”
  문 앞에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단정한 양복에 적당히 턱수염을 기른 중년신사가 서있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기만 했다.
  신사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 붉은 빛을 보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지?”
  나는 도무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고, 신사는 만족했다는 듯이 약간 뒤로 비켜섰다.
“아주 좋아. 그렇다면 자네가 7번째 회원임에는 틀림없네. 거기 서있지만 말고 이리 들어오게나. 타자클럽에 온 것을 환영하네.”
“아, 예, 예……”
  머리가 어지럽다. 이 상황은 대체 뭘까. 나는 분명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조사할 작정으로 몰래 숨어들었는데 상대방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꺼리지 않는 건 그다지 불법적이거나 감춰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는 걸까. 하지만 저런 중년의 학자 같은 사람이 이런 폐교에서 붉은 빛이나 밝혀두고 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대체 클럽은 뭐고, 회원이란 뭐지?
  교실 안에는 방금 날 눈앞에서 맞아준 중년신사를 비롯해 5사람이 더 있었다. 먼저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푸른 제복을 입은 젊은 경찰관이었다. 아직 생생한 이파리를 봐서는 순경이나 경장 정도 되는 듯 했고, 그는 나라고 하는 외부인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책을 보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책상에는 신경질적으로 생긴 한 회사원이 약간 시끄럽게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노트북으로 무언가 열중하고 있었다. 꼭 폼새가 잔업을 처리하는 것만 같았으며 중간중간 긴장된 얼굴로 화면을 들여다 보는 건 아무래도 주식현황을 체크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여기서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지만 신문사 시절, 제일 싫어하던 선배 하나가 꼭 저런 식으로 일을 하곤 했기에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올라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30대 정도의 꽤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 하나가 커피를 마시며 패션잡지나 여성잡지 등을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쁜 얼굴이긴 했지만 화장은 짙고 옷차림은 필요 이상으로 노출이 심해 속된 말로 하자면 약간 싸보이는 여성이었다.
“야, 밟지 말라고!”
  누군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놀란 나는 순간 뒤로 넘어질 뻔 했다. 대체 누가 말을 건 거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목소리는 또 한 번 들려왔다.
“교수양반, 또 바보 같은 녀석이 하나 들어왔나 보구만. 뭐어, 아무래도 좋으니까 내 잠자리만 빼앗지 말구려. 에잉……”
“하하, 이거 미안하게 됐소. 앞으로 방해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구려.”
  웃으며 대답하는 중년신사의 눈길에 나는 그 목소리가 바로 내 아래 쪽에서 들려왔다는 걸 이제야 눈치챘다. 내가 밟을 뻔 했던 그 사람은 덥수룩한 수염과 지저분한 옷차림에 소주병을 껴안고 있는 전형적인 노숙자 스타일의 남자였다. 그는 잠을 깨운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다 교실 한구석으로 기어가 집게벌레처럼 벽에 등을 기댄 채 코를 골기 시작했다.
  이제 또 이상한 사람은 없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나는 급속도로 피곤해지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상황을 잘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사방을 살폈다.
  그 때 내 눈에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한 소녀가 눈에 띠였다. 나이는 열댓 정도 됐을까. 앳된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매우 침착하고 어른스러웠으며 긴 검은 머리에 마찬가지로 길고 커다란 검은 숄을 걸치고 있어 어려 보이면서도 어딘가 성숙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이상한 분위기의 소녀였다. 소녀 앞에는 여러 영웅이나 상상의 동물, 그리고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예술품 같은 보라색 천칭이 있었는데, 그 아이 또한 교수양반이라 불린 이 신사와 내가 밟은 뻔한 노숙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는 관심 따위 없다는 듯이 무심한 얼굴로 투명한 구술을 천칭에 올렸다 내렸다는 반복하며 균형을 맞추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이 도무지 뭘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지 알 수 없었고, 사고는 점점 꼬여만 갔다. 결국 나는 ‘어떤가, 우리가 하는 일이 굉장하지 않나’라며 왠지 이해할 수 없게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신사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
“아까 무슨 클럽이라 말씀하신 것 같은데… 다들 여기서 무슨 일을 하시는 거죠?”
“『타자클럽』이라네.”
“타자클럽, 이라고요? 타자 동호회 같은 건가요?”
  신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야. 타자기할 때 타자가 아닌 타인을 뜻하는 타자(他者)라네. 자네는 참 유머감각이 풍부하구먼. 반대로 상상력이 빈곤하든지 말이야.”
  칭찬이라기보다는 빈정거림에 가까운 말을 듣고도 나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본래 모르는 걸 남에게 묻는 건 좋아하지 않았으나 – 이 또한 내가 끝내 기자가 될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정면돌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 수가 없군요. 괜찮다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혹시 또 빈정거리지 않을까 하고 각오했지만 혼란해하고 있는 내 처지를 이해했는지 신사는 의외로 선선히 대답해주었다.
“확실히 설명이 좀 부족했군.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다네. 이곳은 말 그대로 타자클럽, 타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네.”
“타인을 원한다니… 말하자면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친구를 원한다거나 그런 건가요?”
  스스로 말하면서도 나는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런 것치고는 다들 무뚝뚝하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신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네. 서로 가까워진다는 건 친구나 애인이나 가족이 된다는 거지. 그건 이미 타인이 아니지 않은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진정 ‘타인’을 원할 뿐이야.”
“……”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선문답 같은 대화로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묻는다면 분명 한 소리 들을 것 같고 그런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어느새 일을 다 끝냈는지 샐러리맨이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일하면서도 지금까지 대화를 다 듣고 있었는지 내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간단합니다. 말하자면 다들 타인 속의 고독을 느끼고 싶은 거죠. 남들이 너무 내 생활에 침범하는 건 싫고, 그렇다고 전혀 아무도 없는 생활은 견딜 수가 없기에 이런 곳이 필요한 겁니다. 여기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으로 혼자만의 생활을 즐길 수가 있거든요.”
“적절한 설명이군. 그나저나 오늘은 그만 가보는 건가?”
“예, 교수님. 내일은 출근시간이 좀 빨라서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샐러리맨은 가볍게 목례를 한 다음 문밖으로 나갔다. 방금 그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어렴풋이 여기가 어떤 곳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좋게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치료실 같은 곳, 나쁘게 말하자면 사회부적응 일보직전인 사람들이 모이는 정신병원 같은 곳이다.
  나는 중년신사 – 딱히 명칭이 마땅치 않으니 앞으로는 교수라 부르겠다 –에게 물었다.
“교수님이 이 클럽의 회장이신가요? 어딘가 병원에서 파견된 카운셀러라든가……”
  하지만 이번에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아니라네, 젊은 친구. 나 또한 단지 이곳의 회원일 뿐이야. 번호 1번이지. 0번은 바로 그녀일세.”
  교수는 손을 들어 여전히 구석에서 천칭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그러나 소녀는 오직 이곳에는 천칭만이 있다는 듯이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하건 손가락질을 하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보다시피 회장님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내가 대리를 하고 있지만 이 클럽의 주인은 그녀라네. 그 점을 잊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교수는 평이한 어조로 말했을 뿐이지만 나는 왠지 한기를 느꼈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아주 잠깐이었고 나는 그저 기분 탓으로 넘기기로 했다.
  갈수록 궁금증만 더해가는 가운데 나는 문득 또 다른 사소한 의문에 생각이 미쳤다. 분명 아까 밖에서 볼 때는 선명할 정도로 붉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지금 이 방을 밝히고 있는 건 교실 위에 달린 평범한 형광등인 것이다. 폐교에 전기가 여전히 통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 붉은 빛은 뭐였을까 하고 궁금한 마음에 의문을 입 밖으로 내었다.
“아, 그거 말인가. 그게 바로 자네가 여기 7번째 회원이라는 확연한 증거 중 하나라네. 그 붉은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입조건이거든. 그나저나 앞으로 두 사람만 더 들어왔으면 좋겠구만. 9명이라는 숫자를 채운다면 딱 좋을 텐데 말이야. 왜 성서에도 나오지 않나. 9라는 숫자는 완벽하고 많은 걸 뜻한다고.”
  선문답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뭔가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걸까. 이 교수란 사람은 아무래도 내게 정상적인 대답을 들려줄 것 같지 않았기에 나는 그만 질문을 포기했다.
“음, 그럼 앞으로 저도 언제든지 이곳에 들려도 되겠군요.”
“아아, 언제든지 들릴 수 있는 건 아니야. 저녁 6시부터 문을 열고, 자정에 문을 닫으니 그 시간에 맞춰서 찾아오게나. 그 때가 아니라면 와봤자 아무도 없을 거야.”
“예,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도 잘 부탁 드려요. 오늘은 이만 피곤해서 가봐야겠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나는 황급히 폐교를 빠져 나왔다. 철야로 몸이 지친데다 너무 황당한 일을 많이 겪어 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나는 내일도 저곳에 들를 것이다. 교수라 불리는 남자나 그 샐러리맨은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대답을 둘러대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곳은 수상하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하기에는 아깝고, 지금 단계에서는 별 효과도 없을 것 같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앞으로 여기서 구체적으로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아니면 뭐가 일어날 것인지 세심히 살펴볼 계획이다. 내 속의 있지도 않은 기자혼이 불타는 게 느껴졌다.


- 역학을 모르는 나비는 -


  버들가지 출판사. 벌써 그곳에 몸을 담고 3번째 봄을 맞이했다. 비록 출발은 위태로웠지만 지금은 순조롭게 성공의 섬을 향해 항해 중이었고 6개월만 이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다면 특별한 불행이 닥치지 않는 한 앞으로 출판사 형편은 반석 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이곳에 몸담게 된 계기는 정말 하잘것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올해의 이때보다 약간 이른 시기였던 3년 전의 늦겨울. 그 당시 나는 아무런 직업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건 철없이 이상(理想)만을 쫓다 현실을 알고 잔뜩 움츠러든 내가 신문기자를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의 수레바퀴는 나 같은 둔한 돌멩이가 게으름 피우는 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는지 그 커다란 바퀴로 뻥하고 멀리 걷어차 버렸다. 뭐어, 사실 그렇게 거창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고향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신다는 연락이 왔을 뿐. 두 분께서는 얼마간 편의점 운영을 낮에는 삼촌에게, 야간에는 알바생에게 임시로 맡기기로 하시곤 열흘 후, 일주일간의 길다면 긴 서울여행을 하실 계획이라 통보하셨다. 뭔가 부모자식 간에 통하는 거라도 있었던 걸까, 아니면 몇 년 동안 떨어져 살다 보니 걱정되어 우연히 그런 마음을 먹게 되신 걸까. 그분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고, 그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던 시절, 타이밍 좋게도 서울구경 빙자한 아들놈 자취생활 감사를 행하신 것이다.
  당시 나는 꿈을 잃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완전 폐인이 되어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짧은 직장생활 동안 아등바등 저축해둔 예금만 식충이처럼 까먹는 구제불능인 상태였지만 그런 내게도 일말의 수치심은 남아있었다. 나는 거의 무의식중에 부모님께만큼은 절대 이런 생활은 보여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필사적으로 다음 직장을 찾아 나섰다.
  물론 처음에는 대충 번듯하게 옷이라도 차려 입고 출근하는 척하면서 위장을 할까 생각했지만 곧 그 어설픈 계획은 급히 포기했다. 어차피 일주일 정도 같은 방에 지내다 보면 웬만큼 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충 뭐하고 지내는지는 눈치 챌 것이며 무엇보다 두 분은 인정 많고 낯 두꺼운 전형적인 시골분들이라 반드시 내가 다니는 직장사람들에게 인사드린다며 찾아오려 하실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이미 게임 오버. 뒤로 물러설 곳도, 변명거리도, 고개들 면목도 없게 된다. 그럴 바에야 어떻게든 다음 직장을 찾아서 새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거나 뭔가 좋은 조건 때문에 직장을 옮겼다는 구실을 붙이는 게 훨씬 나았다.
  그러나 문제는 우선 일주일 만에 직장을 찾는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당일치기로 구하는 일자리에서 전에 다니던 신문사에 버금가는 곳을 찾는다는 건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필사적으로 구인란을 뒤져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친구들을 만나 인맥을 통해 좀 그럴 듯한 자리가 없나 알아보기도 했다.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부모님을 설득시킬 수 있을 만한 좋은 곳은 보이지 않았으며 내 사정을 아는 친구놈들도 어쩔 수 없이 상대만 해줄 뿐, 슬슬 꺼리는 눈치였다. 이래저래 마음에 상처만 입고 지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내게 번개처럼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 사원급구. 경험자 우대. – 버들가지 출판사 –
  배드타운(Bed Town) 근처, 허름한 빌딩 게시판에 A4용지로 아무렇게나 붙여놓은 전단지. 꼭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전망 없는 직장이라는 건 누구나 손쉽게 점칠 수 있을 모습이었지만 그 때 내 머리를 스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버들`가지` 출판사라니 이 어찌 좋은 이름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5대 출판사 중 하나가 바로 버드`나무` 출판사다. 이거라면 가능하다. 부모님은 이런 쪽으로는 약간 무지하신 편이라 잘만 둘러대면 그 대형출판사에 취직한 걸로 착각하실 가능성이 컸다. 설령 이름이 다르다는 걸 눈치 채신다 하더라도 대충 계열사라고 하면서 전문용어로 지루한 설명을 늘어놓는다면 그대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께 죄송한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우선은 내 자존심과 부모님의 마음, 그리고 일시적이나마 짧은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단순히 무능력한 아들로 찍혀 망신당하기 싫을 뿐인 자신의 추악한 이기심을 정당화했고 망설임 없이 그 허름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 뒤는 우여곡절의 연속, 환갑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이쪽 사업에 뛰어들어 앞뒤 못 가리고 우왕좌왕하는 사장님과 함께 어쨌든 여기까지 해왔다. 고작 부모님께 허세부리기 위해 이것저것 거짓말 치며 벌린 일이 어느새 이렇게까지 커져버리다니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덕분에 배짱도 경험도 많이 늘었고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지만- 어쨌든 삶에 도전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큼은 하늘에 있는, 혹은 땅에 있는, 어쩌면 우주 저편에 있는, 아니면 그 어디에도 없는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있다.
  보통 외면하고 잊어버리거나 경찰에 신고하고 말 이 묘한 집단에 내가 지속적으로 나올 용기가 생긴 것도 분명 그간의 일들이 나를 성장시켜준 덕분일 것이다.
  타자클럽. 벌써 3일째 들르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수상쩍은 모임이다. 타인 속의 고독을 느끼고 싶다는 그 딱딱한 인상의 샐러리맨의 말처럼 여기 모인 이들은 정말 서로에게 일체 간섭을 하지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오늘은 2사람이나 자리를 비운지라 교실은 전보다 훨씬 한산했으며 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도중 문득 이야기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고 굳이 이런 곳에 드나들 정도로 특이한 사람들이니 – 이렇게 말하자면 나도 특이한 사람의 부류에 들어가나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 뭔가 재미있는 사연이라도 가지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관찰하는데 슬슬 지쳐 심심풀이할 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모임 이름이 고독을 즐기는 타자클럽인 만큼 대놓고 사정을 캐묻는 건 아무래도 규율위반이 될 것이니 어디까지나 타인의 경계를 지키는 가운데 개인적인 친분이 생길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나도 궁금증 때문에 이곳에 들르고 있는 것이지 이런 이상한 곳에 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안면을 트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마 그건 저쪽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나는 우선 넘버 제로, 이 클럽의 회장이란 소녀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 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과연 타인 속의 고독을 즐긴다는 모임의 회장이라 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해야 할까. 소녀는 사람이 바로 옆까지 와서 말을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천칭을 구술을 느긋한 손길로 꾸준히 옮기는 데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소녀에게 노골적으로 무시당한 일에 약간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녀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는 길거리에 널려있는 패널(타인)에 불과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소심한 면이 있어 남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기분을 느끼곤 했으며 이것 또한 내가 기자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보기 좋게 첫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나는 또 없는 사람 취급당할까 두려워 함부로 말을 걸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 가만히 있어봤자 재미있는 일은 없었으며 그렇다고 아무 소득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건 패배자 같은 기분이 들어 싫었기에 오기로 다시 한 번 없는 용기를 끌어 모았다.
  이번에 눈에 들어온 건 푸른 제복의 경찰이었다. 평상시에는 전혀 그렇게 믿지 않지만 어쨌든 ‘민중의 지팡이’였고 차가워 보이는 안경잡이 샐러리맨이나 어딘가 능글맞아 대하기 어려운 교수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그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마침 경찰은 이어폰을 귀에서 떼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지면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목운동을 하고 있기에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에게 급히 접근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약간 경계하는 눈빛을 띠며 말했다. 뭔가 범죄자라도 취급하는 듯한 눈빛이라 나는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곧 여기는 타인 속의 고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회장 대리를 하고 있는 교수 이외의 사람이 가깝게 다가온다면 수상하게 보여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곧 기분을 풀었다.
  나는 신문사 시절 배운 몇 안 되는 쓸모 있는 처세술 중에 하나인 사무적인 미소와 음색을 중저음으로 깔아 자신을 낮추면서도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듣기 좋은 목소리를 연기하며 말했다.
“아니요, 잠깐 어떤 유명한 분이랑 닮았다고 생각해 혹시나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가까이 오게 되었습니다.”
“닮다니… 저랑 비슷한 용모의 친구분이라도 있으신가요?”
  별 거 아닌 이유라 생각했는지 젊은 경관의 경계태세가 상당히 풀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눈치로 할 말만 마치면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책에 몰두할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나는 대화를 좀 더 길게 끌기 위해 약간 세련되지 못한 수를 던져보았다.
“아니요, 친구가 아니라 언젠가 TV에서 잠깐 본 유명인입니다.”
“유명인이라뇨. 지금까지 연예인이랑 닮았다는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연예인이 아니라 고위공직자입니다. 이정훈 경찰총장이랑 닮았다는 소릴 자주 듣지 않으시나요?”
  나는 당장이라도 웃음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얼굴에 있는 대로 힘을 주며 진지한 표정으로 간신히 마지막까지 말을 마칠 수 있었다. 열심히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것 같기에 이런 쪽의 칭찬에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하고 즉석에서 떠올린 일종의 아첨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애송이 경관과 그 높은 양반은 닮은 구석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양쪽 다 190cm에 가까울 정도로 키가 컸으며 짙은 눈썹에 조각처럼 이목구비 뚜렷한 미남형 얼굴, 그리고 영화성우처럼 탁 트인 목소리는 두 사람에게 유전적인 관계가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밖에 구체적인 생김새는 서로 전혀 달랐으며 무엇보다 20대 후반, 어쩌면 지금 막 30대 들어선 젊은 신입과 환갑을 넘긴 중년의 권력자가 대뜸 닮았다고 말하는 건 빈말로도 무리가 있었다.
  나는 이런 창피한 멘트를 날렸다는 낯부끄러운 마음과 혹시 상대가 비꼬는 걸로 생각하고 화내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조심스럽게 그의 기색을 살폈다.
“과분한 말씀이군요. 감사합니다.”
  표정관리는 하고 있기는 하나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는 이런 식의 칭찬이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 그는 현실과는 별개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또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듯 했다. 이래봬도 나는 약간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그나마 이것이 내가 조금이나마 기자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난 기자가 내가 꿈꾸던 것과 성격에 안 맞아서 그만두었던 것뿐이지 - 물론 남들에게는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 절대 능력이 부족해서 그만 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 줄 알면 그 때부터는 내 독무대다.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대화를 하며 그럭저럭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대답을 이끌어낼 수가 있었다.
  그는 당연히 경찰대학 출신은 아니었고 9급 시험치고 겨우 들어온 순경이었다. 대학시절 바탕하게 시간을 보내다 졸업할 때가 되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어찌어찌 시험을 볼 마음이 들어 3수 끝에 겨우 경찰의 끄트머리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간신히 붙은 시험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견디기가 힘들었다. 큰 키와 수려한 용모가 말해주듯이 그는 지금까지 항상 대우받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속했던 그룹에서는 무슨 일을 하던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으며 주변 여자들은 항상 그에게 먼저 다가왔고 단순한 일상대화조차 자연스럽게 그가 주도하게 되었다. 즉, 그는 지금까지 언제나 자신이 주역이었던 연극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직장에서는 모든 게 역전됐다. 이곳에서 중요한 건 본인의 신체적인 우수함과 타고난 언사보다는 계급, 바꿔 말하자면 학력과 인맥, 그리고 출신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못 생기고 덩치도 작으며 재미있는 유머 하나 못하는 것들이 일류대학을 나왔거나 경찰대학 출신이라거나 고시를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늘 높은 상전의 자리에 앉아 주역대우를 받는 게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심정만 같아서는 다시 죽도록 공부해 경찰대학을 가거나 고시를 붙고 싶었지만 실력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나이가 걸렸으며 아버지 또한 얼마 전 퇴직하신 지라 그가 공부할 동안 뒤를 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런 모험은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승진시험이라도 붙어 조금이라도 나은 처지로 향하는 것이 그가 타협한 목표였다. 그 역시 순경부터 시작해서는 아무리 잘해도 어차피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나마 경찰총장이란 닮았다는 내 말에 조금이나마 주역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좋아했던 것이다.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어찌 보면 한심해 보이는 이야기였으나 나는 왠지 그의 말에서 귀를 뗄 수가 없었다. 비록 동기나 사정은 다르지만 어쨌든 원하는 꿈에 닿을 수 없었다는 것이 내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교단의 교수가 눈치를  주듯이 엄격한 눈길로 쳐다보는 바람에 이야기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 장소는 타인이란 장식품에 둘러싸여 고독이란 예술을 즐기는 곳이었으므로 우리의 수다는 명백히 이곳의 취지에 어긋나 있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했던가. 나는 기본적인 룰은 존중할 생각이었기에 아쉽지만 그와 대화를 마무리 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는 도중 나는 문득 그의 손목에 이상한 꼬리표가 붙어있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외롭고 빛 좋은 개살구』. 그 새하얀 꼬리표에는 분명 이런 문구가 써있었다. 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어 그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뭘 잘못 먹었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목에 뭐가 붙었다고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만……”하고 대답할 따름이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그 꼬리표는 여전히 그의 손목에서 팔랑거리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가 날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해 화를 내려 했으나 곧 정말 모르겠다는 그의 표정이 진실하다는 걸 읽어내고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 눈에만 보이고,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니 대체 뭘까. 귀신, 유령, 괴물, 죽음의 징표 등등 여러 가지 불길한 단어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갔다. 나는 두려운 마음에 대충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자리로 돌아와 줄 끊어진 엘리베이터처럼 덜컹철컹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온 힘을 다해야 했다. 20분 뒤 나는 극도로 기분이 나빠져 교수에게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갔다.


- 자외선을 알지 못하는 나방이 -


  다음 날에도 나는 계속해서 타자클럽에 출입했다. 얼마 전 그토록 겁을 집어먹었으면서도 이상하게 발길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려움은 점차 호기심으로 바뀌어 갔으며 그곳에서 뭐가 벌어지고 있는지 밝혀야겠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나는 계약 건이나 인쇄로 바쁜 날을 제외하고는 한 달이 가깝도록 꾸준히 그곳에 드나들었다. 그러는 동안 조금씩 사람들과도 멀지는 않지만 절대 가깝지도 않은 친분을 쌓았으며 나름대로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우선 차가운 인상의 샐러리맨은 최근 잘 나가는 C기업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IT관련 업무를 맡고 있기에 반정도는 자택근무에 가까웠으며 누군가에게 일을 방해 받는 건 질색이지만 그렇다고 혼자 있는 건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주 이 교실을 찾는다고 했다. 잘 관찰해보니 그는 목 부근에 목걸이처럼 꼬리표가 달려있었는데 거기에 적혀 있는 문구는 『외롭게 헛도는 쳇바퀴』 였다.
  싸구려 냄새를 폴폴 풍기며 여전히 진한 화장으로 세월의 흐름을 감추고 있는 여성은 예상대로 어느 노래방의 접대도우미를 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몸을 판다거나 그런 일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꼭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타고 다니는 차나 가지고 다니는 브랜드 제품을 보면 절대 생활이 곤란한 것 같지는 않았으며 본인도 집이 잘 살아서 풍족하게 삶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건 취미일 뿐으로 마땅한 결혼상대는 없고, 놀고는 싶은데 나이를 먹다 보니 껴주는 곳을 찾기도 힘들어 간신히 머리를 굴려 생각한 것이 이 직업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여기서 버는 수입이 소소한 용돈 정도는 되는 데다 가끔 멋진 남자나 자극적인 만남도 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생리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내가 뭐라 간섭할 권리는 없으리라. 그녀의 엉덩이에는 『찌그러진 외로운 새장』이런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회장소녀를 제외하면 말을 트는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건 노숙자 아저씨로, 그는 술이나 김밥처럼 뭔가 먹을 걸 가져가야 반응을 보였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누더기를 아무렇게나 차려 입은 그는 예전에 언더에서 나름 유명한 뮤지션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에나 굴러다니던 흔한 재능이었던 만큼 결국 프로는 될 수 없었으며 동료도, 팬도, 젊음도 언제까지 기다려주지 않은 채 떠나버려 혼자 남겨진 그는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고 이런 신세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지금의 그는 예전의 열정은 손톱만큼도 간직하지 않은 채 오로지 따스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과 잘 취할 수 있는 센 술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의 귀에는 마치 피어싱처럼 『외로이 시든 고목』이란 문구의 꼬리표가 달려있었다.
  이렇게 대충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밝힐 수는 없었다. 교수는 과거의 일이나 현재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아도 교묘하게 대답을 회피할 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으며 소녀는 아예 어떤 말도 하는 법이 없었는데 그뿐만 아니라 그 둘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꼬리표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옷 속의 은밀한 부분 등에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지만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이쯤 되자 나는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너무나도 불투명하다. 한 달 동안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지만 타자클럽에 대한 정보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이름의 단체도, 회사도, 정신치료 프로그램도, 심지어 사기단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나름 흥미 있는 과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걸 제외하면 이 클럽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사실 내가 두려웠던 건 이것보다는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다른 이들의 태도였다. 탁한 혼합용액처럼 그 속을 알 수 없는 회장소녀나 교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딱히 이 클럽이 어떤 곳인지 나 이상의 정보는 없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 공간에 녹아들고 있었다. 이미 타자클럽은 그들에게 있어 일상이자 상식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내 눈에만 보이는 영문 모를 문구가 적힌 꼬리표. 어째서 나를 비롯한 소녀와 교수의 몸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고 저들의 몸에만 그런 이상한 게 붙어있는 걸까. 혹시 내 몸에도 붙어있는데 내가 모를 뿐일까. 아니면 다들 심심풀이로 나를 놀리기 위해 일부러 저런 걸 붙이고 암묵적으로 모른 척을 하고 있는 것뿐일까. 어찌 되었건 나는 이곳에 출입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기보다는 궁금증과 불안감만이 커져갔다.


  일주일 후. 슬슬 낮에는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날씨가 따스해졌을 때 사건은 일어났다. 점차 이 클럽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먼저 존재를 감춘 것은 매일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수면을 취하던 노숙자 아저씨였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사라졌다’라는 것은 단순히 클럽에 오지 않는다거나 행방불명되었다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증발해버린 것이다.
  그 날도 내키지 않으면서도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클럽에 발을 들여놓은 나는 평소처럼 책상에 앉아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다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교실 한 구석에는 검은 모포자락 같은 것이 죽부인처럼 동글게 말려있었는데 항상 깨끗하던 교실에 이게 뭘까 하고 궁금증이 생긴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가 그만 헉하고 신음소리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 아저씨……!”
  그곳에 있는 건 모포자락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이었다. 노숙자 아저씨가 검게 변한 채 마치 타다 만 숯덩이처럼 약하게 숨을 내쉬며 누워있었던 것이다. 그의 모습은 뭔가 검은 칠을 했다거나 검은 장식을 한 것과는 달리 마치 그 부분만 빛이 없어진 것처럼 그림자화(化)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지만 곧 다른 곳은 제대로 보인다는 걸 깨달은 나는 너무나도 머리가 혼란스러워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간신히 인식한 채 복잡하게 머리를 굴렸다. 이 검게 변한 모습은 그 꼬리표처럼 내 눈에만 보이는 걸까. 어쨌든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라도 청해야 하는 건가, 구급차라도 불러야 하는 건가. 애초에 이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렇게 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노숙자는 괴롭게 입을 뻐끔거렸다.
“…시……무……대에……”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귀를 바싹 기울이며 되물었다.
“예? 뭐라고 말씀하신 겁니까? 혹시 괴롭다거나 어딘가 불편한 곳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다,시…한…번…무…대…에……”
   그는 돌덩이로 가득 찬 돌덩이라도 지고 가는 듯한 괴로운 표정으로 힘겹게 말한 후, 녹아버렸다. 버터처럼 검은 반죽이 되어 질퍽질퍽해진 것이다.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비명을 질러버렸다.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죠?”
  남에게 무관심한 그들도 내 괴악한 외침에는 신경이 쓰였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나는 한심하게도 벌벌 떨며 검은 버터가 되어버린 노숙자의 형체를 가리키며 더듬거렸다.
“여, 여기… 여기……!”
“음? 여기 뭐가 있단 말입니까? 아무것도 없잖아요.”
  샐러리맨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말에 같이 달려온 경찰도 접대여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뭔가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요즘 들어 교수는 자리를 비우고 있었으며 소녀는 그토록 큰 비명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쪽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천칭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곁으로 달려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만 있다. 여기 이렇게 기분 나쁠 정도로 질척거리는 검은 무언가가 있는데도 그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문득 생각이 미쳐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호, 혹시 항상 있던 그 노숙자가 오늘 여기 오신 걸 보지 못했습니까?”
  내 질문이 뭔가 이상했는지 젊은 경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 사람은 며칠 전부터 안 나왔어요. 뭐어, 날씨가 따뜻해지다 보니 다른 좋은 곳이라도 찾았나 보죠. 그런데 그런 걸 왜 물으십니까?”
  나는 굳어버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노숙자 아저씨는 항상 어김없이 이 교실에 들어와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거진 잠만 자고 있는지라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오늘만 하더라도 검게 변한 이상한 모습이었지만 분명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모습을 며칠 전부터 보지 못했다니 무슨 말인가.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어리벙벙하게 있자 샐러리맨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고쳐 쓰고는 말했다.
“졸다가 이상한 꿈이라도 꾸신 겁니까? 피곤하다면 괜한 소란 피우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샐러리맨은 싸늘하게 내뱉으며 등을 돌렸으며 접대여성은 기분 나쁘게 이죽거리며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평범해서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동생-그녀는 멋대로 나를 그렇게 부른다-도 재미있는 구석이 있네. 나중에 놀러 와. 잘 해줄게.”
  경관도 한 마디 덧붙였다.
“뭐 때문에 놀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장난으로 하신 거라면 재미없었습니다.”
  이렇게 그들은 자기 안에서 멋대로 결론을 지은 다음 제자리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기 일에 열중했다. 나는 혼자 바보가 된 기분으로 멍하니 검게 녹아 사라진 노숙자의 자취를 바라보았다. 곧 그 검은 흔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며 나는 비틀비틀거리며 교실에서 빠져 나왔다. 비명까지 지르고 이상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것만 그 교실에서 내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기묘한 일을 겪고도 나는 여전히 클럽출입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제야 시작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고 더욱 긴장을 바싹 한 채 사람들의 동태를 살폈다.
  과연 예감대로 그 괴기한 현상은 계속해서 벌어졌고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노숙자 아저씨 다음에 사라진 건 화장 짙은 싸구려 여성이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화장품을 늘어놓은 채 기운 없이 있다가 그 때와 마찬가지로 녹아버려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역시 저번과 동일하게 나머지 사람들은 불길할 정도로 선명하고 뚜렷한 그 검은 흔적을 눈치 채지 못했으며 며칠 전부터 그녀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우연히 샐러리맨과 경찰의 손과 목에 노숙자 아저씨와 접대여성에게 보였던 검은 흔적이 조금씩 그들을 침식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물론 넌지시 그것에 대해 물어봤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때 나는 직감적으로 깨닫고 말았다. 이들은 원래 이런 인간들이다. 옆에 누가 있었건 누가 사라졌건 타인의 몸에, 아니면 자신들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건 원하는 관심 이외에는 절대 두지 않는 사람들인 것이다. 나는 클럽의 회원이 되는 조건을 어렴풋이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는 애초에 보이지 않는 자들을 모아둔 공간인 것이다.
  그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샐러리맨과 경관청년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였다. 나는 점차 그들을 덮어가는 검은 얼룩을 주시하며 위기를 알려주고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방해물 취급만 받았을 뿐이었다.
  검은 얼룩이 된 채 사라진 그들의 자리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교수가 구두소리를 울리며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네, 아직까지 남아있었단 말인가? 이거 놀랍군. 아무래도 자네에게는 회원자격이 조금 부족했던 모양일세.”
  교수의 손에는 4개의 작은 유리병이 들려있었다. 그 속에는 검고 탁한 점액질의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나는 첫눈에 그것이 지금까지 여기 있던 회원들이라는 걸 눈치 챘다.
“도대체 당신들의 정체는 뭡니까?”
  나는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손으로 억누르며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사람이 검게 녹아 사라지고 태연히 그것을 어디선가 모아 검은 유리병에 담아 넣은 이런 기묘한 일들은 여전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또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만큼 두려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물러서지 말고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굉장한 겁쟁이며 한심한 인간이지만 바로 눈앞의 악(惡)에서 눈을 돌릴 만큼 썩어빠지지는 않았다.
“당신들은 지금……!”
  나는 서랍 위에 희미하게 쌓인 먼지만큼 작은 용기를 있는 대로 끌어 모아 교수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교수는 몸 한 동작으로 가볍게 내 공격을 피했으며 나는 그의 내민 발에 걸려 꼴사납게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때 지금까지 천칭에만 열중하고 있던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일란, 그쯤 해둬. 저 아이는 단순히 호기심에 이끌려 왔을 뿐이야. 내기는 내가 이겼어. 나는 처음부터 저 애가 예정자가 아닐 거라고 했었지.”
  검정 숄을 마녀의 망토처럼 걸친 소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진짜 마녀의 그것처럼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는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었다.
“그렇군요. 이번에는 제가 졌습니다. 역시 명하 씨의 혜안을 따르기에는 아직 부족하군요.”
  교수는 연극적인 과장된 동작을 취하며 허리를 굽혔으나 소녀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싸늘하게 대답했다.
“이번에도 진 거라 해야겠지. 그보다 빨리 사람들의 영혼이나 가져와. 정제해야 하니까.”
  사람들의 영혼. 그 말에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압도적인 존재의 차이에 움직일 수 없었던 나는 간신히 해동될 수 있었다. 그렇다.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녀석들은 사람을 죽인 것이다. 영혼이라든가 괴물 같은 건 본적도 믿지도 않지만 여기 살아있던 사람들이 죽어버렸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이 살인자놈들! 대체 이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나는 도덕감과 정의감이라는, 오래 전부터 내 의식 깊은 곳에 입력된 사회의 절대적인 명령어에 따라 용기를 생산해내어 다시금 그들에게 맞섰다.
  하지만 그런 내 용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교수는 재미있다는 표정만을 짓고 있었으며 소녀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못 생각하고 있군. 이 빛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모두 영혼이 불안정해.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만 같은 백사장의 모래성처럼 말이지. 이 사람들은 원래부터 이렇게 될 자들이었어. 그런 사람들만이 등불에 뛰어드는 것이니 말이야.”
“무슨 뜻이지?”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되물었지만 그들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나는 어서 일어나 그들을 때려눕히거나 혹은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해 이 비상식적인 의식의 끝을 내고 싶었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입뿐으로 도무지 일어설 수가 없었다.
  소녀는 그런 나에게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가지고 있던 천칭 윗부분의 고풍스러운 독수리 장식을 살며시 돌렸다. 그 부분은 원래 뚜껑인 듯 기릭기릭하는 소리와 함께 벗겨졌으며 그 안에서는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맞다, 바로 저 빛이다. 저 붉은 빛이야말로 나를 현혹해 이 수상쩍은 교실로 잡아끌었던 광채인 것이다. 사람의 영혼을 손아귀에 쥐고 뒤흔드는 듯한 매혹적인 불꽃. 나는 사방에 퍼지는 빛에서 일렁이는 수많은 불꽃에서 도무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소녀는 내게 들려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교수가 건네준 유리병의 검은 점액을 천칭의 구멍 속으로 흘려보내며 말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면서도 언제나 고독을 필요로 하지. 보통 사람들은 그 균형을 잘 잡고 있지만 가끔씩 그 경계가 부서진 자들이 있어. 그런 자들의 영혼은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것에 끝나지 않고 나아가 다른 이들의 마음까지 좀먹고 말아.”
“……”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소녀 역시 딱히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소녀는 천천히, 하지만 정확한 동작으로 교수에게 유리병을 넘겨받아 모든 점액을 천칭 안으로 쏟아 부었으며 붉은 빛은 더욱 강해졌다.
  더욱 광채를 발하는 불꽃에 홀린 나는 정신이 점차 아득해졌으며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빛 속에서 새로운 구슬이 굴러 나오는 것을 보았고 소녀가 항상 천칭 속에 올려놓던 구슬들은 전부 이런 식으로 모은 사람들의 영혼이라는 걸 눈치 챘다.
  새로이 탄생한 4개의 구슬을 천칭 위에 올려놓은 소녀는 약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되기 전에 그 가해예정 대상자들의 영혼을 미리 회수하는 거야. 물론 이런 방법으로는 세상에 큰 변화는 줄 수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깨끗하게는 만들 수 있겠지.”
  의식이 자꾸만 멀어져 간다. 이제 말소리는 들리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파악할 수가 없다.
  감기는 눈꺼풀 아래로 교수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런 거라네, 젊은이. 고독의 심연에 빠져버리면 세상을 제대로 보는 건 불가능하지. 요는 자네도 그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조심하라는 걸세.”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 유화등에 뛰어드는 걸 외면한다 -


  이상한 꿈을 꿨다. 무슨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상한 꿈을 꿨다. 뭔가 무섭기도 불쾌하기도 슬프기도 한 꿈이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아픈 머리를 누르며 찝찝하게 일어난 나는 간신히 어제 일을 기억해냈다. 어젯밤에는 분명 출판사 직원끼리 모여서 회식을 했었다. 얼마 전에 출간한 프랑스의 유명 연작 추리소설은 예상 이상의 반향을 얻어냈으며 판매량은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덕분에 축하파티를 했는데 분위기를 타 평소보다 많이 마신 탓에 지금 이렇게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시각은 벌써 저녁 8시. 아무래도 하루 종일 신나게 뻗어버린 모양이다. 나는 황급히 사무실에 연락을 하려 했으나 오늘은 휴일인데다 당분간 바쁜 일은 없어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기억하고는 핸드폰 뚜껑을 닫았다. 애초에 어제 회식은 오늘 쉰다는 걸 전제로 떠들썩하게 벌인 것이었으니 이렇게 허둥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냉장고로 향해 찬물을 꺼내 들이켰다. 자느라 하루 종일 굶은 빈속에 차가운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렸고 나는 약간 고통스러운 상쾌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해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문득 술이 무지 강한 사장님이라면 이 정도에도 괜찮으실까 하고 생각하다 어제 회식에는 그분이 참석하지 않은 걸 떠올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가족들과 약속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다른 사원들보다 좀 더 사장님의 사정에 밝은 나는 그것이 단순한 핑계일 뿐 사실은 젊은 사람들의 모임에 눈치 없이 끼어들어 분위기를 망칠까 몸을 빼는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분의 가족은 이미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장님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건 우리 출판사에서 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약간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우리 버들가지 출판사의 사장님은 모대기업인 D그룹의 중역간부로서 영예롭게 정년까지 근무를 마치고 퇴직한 분이라고 한다. 최근 조건에 따라 직장을 옮기는 일이 일반화되어 있고, 또 갈수록 오래 근무한 사람을 빨리 내쫓는 경향을 생각해보면 그분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에 몸을 담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건 그분이 그만큼 유능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성실했기 때문에, 아니 성실함을 넘어 워커홀릭이라 생각될 정도로 혹독하게 업무에 전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장님이 그토록 혼신을 다했던 이유는 단순히 4인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일념뿐이었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는 공명심도 엄연히 자리 잡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건 부차적인 일로 그분이 가장 중점으로 두었던 건 가족의 행복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을 했고, 30년에 가까운 모든 세월을 가족의 경제적인 기반을 다지는데 다 바쳤다.
  우려했던 석유파동도 잘 넘기고, 노후도 확실히 보장되었을 때, 정년을 2년 앞두고 사장님의 부인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급성심부전증으로 마침 집에 혼자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그분은 아내와 사별해야 했다.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년 후, 연년생인 두 아들 평소 노력이 보답 받아 유명 외국계 회사에 취직해 큰 아들은 미국으로, 작은 아들은 뉴질랜드로 떠나 버린 것이다. 쓸쓸했지만 아버지의 입장상 그분은 속내를 조금도 내보이지 않은 채 자식의 날갯짓을 축복할 수밖에 없었고 아직 한창 젊은 아들들은 위로 펼쳐진 하늘이 너무나도 넓었기에 지상의 낡은 둥지는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대로 창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사장님은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모든 게 허무했다고 언젠가 함께 했던 술자리에서 그분은 서럽게 울먹였었다. 단지 단란한 가정을 꾸려 행복한 노후를 보낸다는 소박한 꿈을 위해 인생의 절반을 바쳐왔는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꾸었던 미래는 하얀 모래처럼 손 안에서 흘러 내려가 버렸다. 맨정신으로 버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왔던 남자였기에 보통 다른 사람들처럼 술이나 도박이 관련된 방탕한 생활을 보낸다거나 우울증으로 자살한다거나 하는 처지에는 빠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젊었을 때는 전혀 하지 않았던 인생의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 때 사장님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통령, 다른 하나는 출판사 사장. 특별히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단지 대통령은 당선을 노렸다기보다는 한번쯤 TV등에 얼굴이라도 비춰보면 재미있겠다는 유치한 생각 때문이었고, 출판사 사장은 어릴 적 책을 좋아했던 그분이 꿈꾼 적이 있었던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였다.
  둘 중에 뭘 하면 좋을지 결정할 수 없었던 사장님은 중요한 일은 뭐든지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다는 모수학자의 일화를 떠올리고는 모험을 하는 데 그것만큼 어울리는 행위도 없을 거라며 똑같이 따라 했다. 앞면은 대통령, 뒷면은 출판사 사장. 손가락에 튕겨 공중으로 올라간 은빛 동전은 그분의 주름 진 손바닥에서 뒷면을 가리켰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설립된 출판사였기에 준비된 건 돈과 사무실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그 때 내가 버들가지 출판사에 들어가게 된 건 나뿐만 아니라 사장님께도 행운이었던 것이다. 사장님도 그 점을 고맙게 생각하시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곁을 떠난 아들들이 생각나시는 것뿐인지 위치상으로는 일개 사원일 뿐인 나를 거의 공동경영자 대우를 해주시는 걸 보면 형언하기 힘든 기분에 아플 때가 있다.
  나는 3년 동안 사장님을 봐왔지만 그분의 아들들과 만난 건 작년 구정, 문안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딱 1번밖에 없었다. 사장님도 그 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식들의 얼굴을 보셨다고 한다. 사장님은 죽기 전에 아들내미의 결혼식과 손주를 보는 게 소원이라 하셨지만 내가 보기에 녀석들이 결혼할 일은 아마 한동안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혼자 사는 부친 앞에서도 노트북과 전화로 일처리에 바쁜 녀석들에게 연애는 저 끝 순위에 있겠지. 그리고 효도도 말이다.
  뭐어,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꼭 가족이란 틀에 얽매이고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사상을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선 나부터도 효도라든가, 연애라든가, 아니 그런 걸 떠나서 제대로 살아가는 것조차 힘겨운 녀석이니 다른 녀석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
  허나 묘하게도 기억날 리 없는 어떤 사람들의 쓸쓸한 말로가 계속해서 사장님의 빛나는 대머리와 왜소한 작은 어깨에 겹쳐 보였으며 늙거나 병 들어 돌아가시기 전에 당장이라도 어둠 속으로 녹아버릴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 이 빛에 이끌리는 사람들은 모두 영혼이 불안정해.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만 같은 백사장의 모래성처럼 말이지.
  순간 들은 적이 없는 한 소녀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무의식중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양주와 안주거리를 사든 채 곧장 그분의 집으로 달려갔다. 쉴 새 없이 걸음을 놀리는 동안에도 나는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허나 당시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충동이 내 안에 존재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完)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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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crime 09.10.20 14:17 댓글 수정 삭제
    타자클럽이라...매력적인 클럽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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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단테 09.10.25 07:03 댓글 수정 삭제
    지하철을 타고 가다 퍼뜩 떠올랐네요.
    그곳에서의 우리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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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奇極敾 09.10.31 16:07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이제 고작 2편을 본 셈이라 추측하긴 이르지만, 소설쓰실 때 독백과 묘사가 좀 많으 편이 아닌지요.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적당한 묘사는 소설의 밀도를 높여주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주인공이 출판사에 입사하게 된 과정과 - 유화등에 뛰어드는 걸 외면한다 - 이 대목은 좀 석연찮군요. 굳이 이렇게 길었어야 했나 싶고, 무엇보다 너무 직접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다 설명해버리면 좀 재미가 없지요. 안그래도 타자클럽이 쌩뚱맞게 등장해서 아무런 해명없이 소설이 끝난 바람에, 이해도 잘 안 갑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타자클럽에 대해 독자가 쉽게 긍정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공들여서 다뤄져야할 소재였지만, 어쩐지 그냥 '제시'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타자클럽의 인물을 소개하는 대목도 성급하게 '나열'했다는 느낌입니다. 결국 하시고자 하는 바는 달성했으나, 그 방식에 있어 좀 미흡하지 않았나...말하기 보다는 드러내고 보여주는 쪽으로 능청을 떠시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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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단테 09.11.02 02:19 댓글 수정 삭제
    奇極敾 님// 아무래도 첫부분에 힘을 주다보니 배분에 실패해버린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부분을 참고 삼아 다음에는 좀 더 매끄럽게 써봐야겠군요.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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