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새는 태양을 향해 날고 있었습니다. 새의 눈이 멀어 있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새의 양 날개가 하늘을 가득 덮을 정도라는 것 역시 상관 없었죠. 그 새는 하늘의 왕, 쉬-마루그였으니까요. 어쨌건, 그는 태양을 향해 날고 있었습니다. 그의 뒤에는 수많은 새들이 뒤따르고 있었고, 쉬-마루그의 멀어버린 두 쌍의 눈에서 떨어지는 피고름은 땅을 적셨습니다.

그 거대하고 웅장한 행렬을 밑에서 보는 인간들은 어떨까요. 그들 중에는 이런 장관을 보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기 덩어리인 쉬-마루그의 피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았죠. 하기사 그럴 만도 했어요. 아니,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어제 하루 종일 걸려 청소해놓은 지붕에 누가 마기 덩어리를 던져놓는다고 가정해보죠. 기분이 좋겠나요?

사람들이 쉬-마루그를 싫어하는건 그런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어요. 그 피해자들에게는 절대 사소하지 않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저에겐 음, 사소하네요. 절대 저한텐 일어나지 않을 일 같아요. 응? 쉬-마루그가 태양을 쫓는 이유는 뭐냐구요? 사실 저도 몰라요. 그냥 그러려니 할 뿐이죠.

그리고 쉬-마루그는 이런 의미 없는 일을 계속하여 반복만 하고 있습니다. 실패작들의 땅, 이 곳 갈마내리-테에 버려진 이후부터요. 이 일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태양을 애수에 찬 눈빛으로-그가 흡수한 새들의 눈으로 보겠지요-바라보는 것을 봐서는 아주 슬픈 사연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그는 하늘의 왕이고, 나는 것들의 왕이며, 최초의 새입니다. 매일 이렇게 의미없는 짓을 반복하지만 다른 왕들과 사람들, 괴물들은 하늘에 대한 그의 종주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새들에게는 아버지와도 같고-쉬-마루그의 목소리는 어떻게 들어도 남자의 그것입니다-. 디-케레사와는 절친한 친우 사이지요. 위에서 말했듯 어떤 이들에게는 재앙이지만, 화가 같은 예술가들에게는 멋진 대상입니다. 대체로 평이 좋은 편이죠.

반면에 그의 친구인 디-케레사는 평이 안 좋기로 유명합니다. 인간들의 기록만 봐도 알수 있죠. 아마 쉬-마루그와는 달리 활동을 자주 해서 그런가 봅니다. 아무래도 쓸데없이 하늘만 날아다니는 것 보다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군림하는게 낫겠죠. 명성을 쌓기도 좋고요. 그런데 쉬-마루그는 그거하고 거리가 멀잖아요? 걔는 안 될거예요 아마.

어쨌든, 쉬-마루그는 오늘도 하늘을 날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가 달랐어요. 신성대산맥을 향해 가고 있었거든요. 왠일일까요. 쉬-마루그 역시 그 산맥을 넘지는 못할 텐데요. 그런데 그 곳에 누가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곳을 찾아가는 것 역시 당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인왕, 탈로안 안젝스가 그 곳에 머무르고 있었거든요.

얼마나 날았을까요, 쉬-마루그의 뒤를 따르는 새들의 시야에 거대한 산맥이 보였습니다. 신성 대산맥! 북부의 인간들을 보호해주는 보호막, 더러운 괴물들이-그들의 시점에서-자신들의 땅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도와주는 보호막. 뮐이 마지막으로 행한 기적으로 탄생한 거대한 방패. 그것이 새들의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쉬-마루그나 케레사 같은, 신들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괴물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곳이죠.

쉬-마루그는 거대한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거인왕, 탈로안 안젝스를 보았습니다. 은빛의 거인, 갈색의 청동 머리칼을 지닌 전사. 거인들의 왕, 탈로안 안젝스. 그는 쉬-마루그를 보자마자 칼을 치켜들고는 말했습니다.

“무슨 일로 온거지?”

쉬-마루그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신성 대산맥의 결계를 향해 돌진했죠. 그걸 본 탈로안 안젝스는 본능적으로 칼을 빼들어 쉬-마루그의 날개를 베었습니다. 찌이이익-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고, 쉬-마루그의 날개는 탈로안의 검에 의해 잘려나갔습니다. 그는 추락했어야 했지만, 추락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새로 변했고, 잘려나간 날개는 여러 마리의 카레다들로 변했습니다.

탈로안은 그 장관에 놀랐죠. 그래서 새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쉬-마루그는 어느새 수많은 새들의 군단으로 변해 외쳤습니다.

“나는 군단이다.”

수많은 새들이 동시에 말했습니다. 탈로안은 우주적 공포를 느끼며 칼을 집어넣었습니다. 새들은 다시 하나로 뭉쳐 쉬-마루그의 형상을 취했습니다. 탈로안은 역시 이런 광경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듯 쉬-마루그에게 말했습니다.

“안정을 좀 취해.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지 마루그?”

대답은 없었습니다. 쉬-마루그가 대답 대신 부리로 북쪽을 가리켰거든요. 탈로안은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북쪽으로 가려는 것인가? 하지만 너는 이 곳을 지날 수 없을 거다.”

끄덕.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지만, 마루그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를 나타냈고, 입을 벌린 채 탈로안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탈로안은 심호흡을 하고-그의 폐도 철로 이루어진게 아니라면-칼을 세웠습니다. 거대한 칼은 다시 한번 새의 몸을 갈랐습니다. 이번에는 머리부터 갈라버렸죠. 하지만 이번에도 피 한방울 한방울은 새들로 변해 다시 쉬-마루그의 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탈로안은 확실히 쉬-마루그에게 질려버렸습니다.

“무슨 일이지? 대체 왜 이 곳을 공격하려는건가!”
“나와 케레사와는 다른, 남쪽의 피조물들과는 다른, 축복받은 이들에게 가기 위해서.”

간단명료한 대답이었습니다. 탈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칼을 집어 넣고는 북쪽을 바라보며 우수에 찬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대산맥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간들에게는 축복임이 분명해.”
“정말 그런 걸까?”

쉬-마루그는 그런 말을 하며 탈로안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아, 마루그의 뒤를 따르던 새들은 뭐 하고 있었냐고요? 신성 대산맥의 바위에 앉아 군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들을 보던 탈로안은 1차 종말기 시절 신성 대산맥을 넘으려 하던 구인간들을 추억하며 마루그를 바라봤습니다.

아니, 추억이라기보단 애도가 맞는 말이겠군요. 그들은 결국 산맥을 넘지 못하고 웨덴들에게 뜯겨 죽었으니까요. 1차 종말기의 때에, 그는 이곳, 신성 대산맥에서 거대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1차 종말기라, 확실히 슬펐던 시절이죠. 많이 어려웠던 시절이기도 하고. 인간들이나, 괴물들이나 양 쪽 모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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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가족들을, 친구들을, 집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괴물들과 대치하고 섰습니다. 참으로 용감한 결정이었겠지만, 먼저 도망친 그들의 자식과 부인들은 산맥을 넘으려다 괴물들에게 잡아먹힌 뒤였어요. 바로 얼음송곳니 그레샥스와 심연의 맹수들에 의해서요. 하지만 이 남자들은 그 안타까운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아, 슬퍼라.

확실히 남자들은 용감했습니다. 비록 겁에 질려 다리를 벌벌 떨고, 몇몇은 바지에 오줌마저 지렸지만요. 상대가 상대였거든요. 바로 심연의 왕, 디-케레사와 그의 괴물 군단이었습니다. 케레사는 인간들을 지그시 응시했습니다.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아, 여러분이 길 가는 개미를 볼 때 하는 그런 시각이라면 이해가 가실려나요? 어쨌든 케레사는 그런 눈으로 인간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 상황에서 쓰러지지 않은 인간들은 없었겠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심연의 왕과 당당히 맞서고 있었죠. 그 시각, 전혀 다른 곳에서 괴물왕과 천공왕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죠 마루그, 이 공격에 대해서?”

쉬-마루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루카의 머리에 올라 타 있는 이멜쟈를 보며 말했습니다.

“저 녀석 말야. 여신이 우릴 버리고 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인가보지.” 마루그는 무언가를 뱉었고, 말을 이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 하지만 그녀는 우리만을 버린 게 아니야.” 쉬-마루그는 웃었습니다.

이멜쟈는 쉬-마루그의 웃음이 재미있다는 듯, 낭랑한 목소리로 턱을 괴고 쉬-마루그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쉬미, 쉬미, 여신이 갈 때 너는 뭐했어?”

쉬-마루그는 ‘쉬미’가 대체 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잠시 이멜쟈를 바라보더니 케레사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분명 삐진 것 처럼 보였어요.

“쉬미 말야, 아무래도 삐진 것 같지?”
“쉬미라는 그 별명 때문인 듯싶습니다만?”

루카는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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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둬, 이건 천공왕의, 최초의 새의, 하늘을 나는 왕의 선언이다. 그만 둬 케레사.”

쉬-마루그는 학살을 시작하려는 케레사에게 담담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케레사는 화를 내며 쉬-마루그에게 말했습니다.

“어째서 저런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보호 하려는 거지? 너 역시 나와 같지 않은가, 신들에게 버림받고, 그들에게 배신당하고!”
“그만 둬.”

쉬-마루그는 말했습니다. 케레사는 화를 냈고, 쉬-마루그의 정신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근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

쉬-마루그의 정신이 제압당하기는 했죠. 그의 몸을 이루는 새들 중의 한 마리의 정신이. 사실 케레사는 이것이 쉬-마루그에게는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쉬-마루그능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불사의 존재니까요. 모든 새들의 본질. 이 세상의 모든 새들을 죽이지 않는 이상, 그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곳, 갈마내리 테의 모든 새들을 죽인다면, 그건 쉬-마루그라는 괴물을 축복받은 벽 외부의 세계에 풀어놓는 것이 되어버리죠.

“너 역시 그녀에게 배신을 당했지 않는가, 아니, 너는 그녀에게 버림을 받지 않았는가!”
“이들 역시 버림받았어. 신들에게 말이야. 나는 이들을 동정해. 그런데 너는 이들을 동정하지 않지. 동족혐오인가? 우리나 저들이나 결국 실패작일 뿐이야. 그러니 돌아가, 너의 심연으로. 이들을 놓아 줘.”
“거부하겠어. 마루그, 너의 선언을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케레사는 마루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두 마리의 왕이 맞붙는 것을 본 인간들은 발작적으로 쉬-마루그를 향해 돌과 창을 던졌고, 쉬-마루그는 케레사의 공격을 방어할 틈도 없이 인간들의 공격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케레사의 손톱이 마루그의 배를 갈랐고, 그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각각 한 마리의 새들이 되어 마루그의 몸에 다시 흡수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붙어 있는 기묘한 자세를 유지한 채, 쉬-마루그는 케레사를 매달고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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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보는 것 같은데요 누님?”
“네가 케레사를 막았을 때 말이야?”
“어라, 쉬미가 밑으로 내려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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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마루그는 케레사의 몸이 닿은 곳을 분리시켰습니다. 케레사는 추락했고, 다시 하나로 뭉친 마루그는 케레사를 향해 급강하 했습니다. 케레사는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고, 그는 최후가 다가왔음을 실감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케레사는 그대로 신성 대산맥에 쳐박혔고, 쉬-마루그의 몸은 다시 여러 새들로 분리되어 케레사를 공격했습니다.

케레사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습니다. 인간들은 그 소리에 공포에 빠졌고, 군단으로 변한 쉬-마루그에게 뜯어먹혔습니다. 인간들은 수많은 새들의 군단이 자신들을 습격하는 것을 봐야만 했고, 한 무리의 새들에 의해 공중으로 올라갔다 카레다에게 뜯어 먹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러 모로 참혹한 광경이었습니다. 공격받는 케레사와 ‘부수적으로’ 죽어가는 인간들을 보고, 루카는 둘을 제지하기 위해 날아갔습니다.

인간들의 눈에는 하늘이 갈라져 우주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놀랄 것도 아니었죠. 여덟 개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는 왕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어요. 아마 이 땅에는 절대로 없을 겁니다. 루카는 쉬-마루그와 디-케레사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역시 군단으로 변하는 쉬-마루그에 의해 길을 막혔습니다.

모든 새들은 검붉은 색이었습니다. 쉬-마루그의 피 색도 검붉은 색이었고, 몸 색 역시 검붉은 색이었습니다. 새들은 하나 하나가 쉬-마루그였고, 최초의 새였으며, 태양추적자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군단 중에는 데나툰도 한 명 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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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어느 때에, 어느 데나툰은 들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진로는 일직선이었습니다. 신성 대산맥에서 곧장 내려와, 아이사네칸을 향해서요. 별로 특이한 점은 없어 보였지만, 몸의 좌측이 일그러져 보였다는걸 지적한다면, 그 데나툰은 저에게 말하겠죠. ‘엿이나 먹어’ 전 엿 먹기 싫거든요. 근데 이건 설명해야겠습니다. 그 데나툰의 왼쪽 팔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팔이 있어야 할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의수도, 그 무엇도.

대도시에 가는 것을 끼리는 데나툰이 대도시를 향한다라. 무슨 이유가 있을 듯하군요. 무슨 일일까요. 아마 그 데나툰의 외모와 관련이 있을 듯 싶습니다. 오, 맙소사. 저 데나툰은 검은 번개, 알-카드라입니다! 그가 신성 대산맥에서 이 곳, 아이사네칸까지 올 이유라면 딱 하나겠죠. 그가 오고 있었습니다.

태양추적자가.

그 말을 들은 조류학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뭐!? 그가 온다고?” 일생에 한두번 볼까 말까한 왕이 오고 있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폐혈의 비를 막을 우산을 준비했지만, 조류학자들은 우오오오! 라고 소리를 지르며 스케치를 하기 위해 펜과 종이를 찾았습니다. 광기에 빠진 듯 하군요. 어떤 조류학자는 헉헉대며 알-카드라의 몸을 스케치하고 있었습니다. 어휴, 새똥 냄새나는 사람들 같으니라구.

얼마나 지났을까요, 알-카드라의 예고대로 새의 왕이 나타났습니다. 쉬-마루그는 심연을 향해 남쪽으로 날아가며 생각했습니다. 뮐은 대체 무엇을 했던 것인가. 이 땅에 신은 있는가. 아무래도 오랜 친구와 이야기를 해봐야 풀릴 수수께끼 같은 의문 같습니다. 그런데 대체 쉬-마루그는 저런 생각을 지금까지 안해보고 뭘 한거죠?

한편, 그 밑에서는 인간들이 헉헉대며 쉬-마루그를 스케치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새똥 냄새 나는 인간들이네요.

어쨌든 뮐에게서 진실을 들었을 때, 쉬-마루그는 태양을 추적하다 대해의 벽에 부딪혀 추락했고 울부짖었습니다. 애꿎은 물고기들은 군단으로 분리되고 또 합쳐지는 쉬-마루그에 의해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 마리 새가 나타나 대륙으로 날아갔습니다. 세 번째 새, 언 윅 시딘 루트리아였습니다. 대략 천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때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쉬-마루그는 절망했고, 디-케레사는 분노를 느끼며 뮐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녀에게 닿지 못하였습니다.

케레사와 마루그, 두 왕은, 아니 어린 괴물들은 버림받았습니다.

그리고 종말이 일어났습니다. 영웅들의 이야기가, 괴물들의 이야기가,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그 때의 일을 증언해줄 뿐입니다.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 때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인류의 적, 심연의 왕, 디-케레사는 괴물 군단을 이끌고 대륙을 공격했고, 날짐승들의 왕, 천공의 왕, 쉬-마루그는 태양을 추적하며 싸움을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인간들만이 무언가를 잃은 것은 아닙니다. 괴물들 역시 많은 것을 잃었고, 맹수들의 군주, 위대한 사냥꾼, 인간 학살자, 얼음송곳니 그레샥스 역시 죽었습니다. 그야말로 종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인간들과 괴물, 모두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여신의 축복을 받은 땅은 안전했습니다. 근데 진짜로 안전했을까요?

종말기 시절, 거인왕과 광왕은 인간들이 죽는 것을 방관했고, 괴물들이 죽는 것 역시 방관했습니다. 그들은 중립을 지켰어요. 그 무엇도 종말을 막지 않았습니다. 세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것 같았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우리의 거인에게로 가 봅시다. 어라, 새가 없네요. 아아, 지금 심연으로 가고 있지요. 탈로안은 바위에 걸터앉아 자신의 칼로 철목을 깎아내고 있습니다. 어어? 새의 모양이네요. 눈이 네 개인데다 다 감겨 있어요. 쉬-마루그인 모양입니다. 작품을 완성한 탈로안은 그 ‘작품’을 꺼내 들어 보며 말했습니다.

“그 녀석이 오면 줘야겠어.”

그야말로 친구를 기다리는 한 남자의 진심어린 우정이 담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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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어느 곳에서, 아이사네칸을 지난 쉬-마루그는 중부 대평원의 하늘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아마 직선으로 가는 것 말고 우회하는 것을 택한 모양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그의 멀어버린 눈이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그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터득했으니까요. 뱀발이지만, 청력 역시 비정상적으로 좋았어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뭔가 모자란 사람은 다른 것이 발달한다고.

쉬-마루그는 그 말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어, 쉬-마루그의 밑에서 누군가 뛰고 있는데요? 허름한 로브를 입은 여자입니다. 그녀는 하늘을, 쉬-마루그를 보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마 쉬-마루그는 그 여행자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일부러 우회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기다리게! 쉬미, 기다리라구!”

어, 쉬미!? 이럴수가, 그녀 역시 왕인 모양입니다 어디 보자, 허름한 로브를 입고 다니고, 등에 봇짐을 지고 다니는 왕이 누구였더라……. 어, 설마 그녀는 아니겠지요? 광왕이라니, 이거 너무 뻔하잖아요. 쉬-마루그가 그녀를 태워주고 심연으로 가버릴 것만 같습니다! 뻔한 전개예요!

미안해요, 당신의 예상이, 제 말이 맞았습니다. 쉬-마루그의 옆에서 날던 카레다 한 마리는 땅에서 달리는 여자를 보며 그의 군주에게 속삭였습니다. ‘누군가 우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음, 말하는 카레다라. 대륙에 카레다가 천 마리도 안 남았다는 것은 어린애도 알 것입니다. 말하는 카레다는 더욱 적고요. 아마 ‘영주’의 이름을 가진 두 마리 카레다 중 한 마리인 모양입니다.

음, 왠 일로 ‘영주’가 영지를 버리고 그의 군주를 따라 나온 것일까요? 쉬-마루그를 수행이라도 하는 것일까요? 어, 쉬-마루그의 뒤에 따라 와야 할 새들이 보이지 않는군요. 쓸데없는 분쟁을 피하고 싶은 걸까요. 두 마리 카레다만이 쉬-마루그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완벽한 삼각형의 대열을 이루어서 말입니다.

달리던 여행자는 멈춰서고는 대열을 바라봤습니다.

“아름다워.”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하는 아름다운 말입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지만 신경 쓰지 말죠. 여행자의 말마따나, 확실히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영주 칭호를 가진 두 마리 카레다와 새들의 왕이 펼치는 멋진 비행을 일생에 몇 번이나 보겠어요. 한 0.5번? 아니면 천만 분의 일? 근데 아이사네칸의 조류학자들은 방금 전에 이 광경을 목격했고, 그 중 데나한 레마르트라는 이름을 가진 학자는 너무 기뻐서 심장이 마비됨을 느꼈습니다.

여행자는 넋을 잃은 채 아름다운 비행 대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쉬-마루그가 갑자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자는 놀라 도망쳤습니다. 몸 길이만 180m인 괴조가 당신을 향해 날아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안놀라겠어요?

깔려 죽을거라는 여행자의 예상과는 달리, 쉬-마루그는 여행자의 앞에 사뿐히 내려섰습니다. 막 달리던 여행자는 쉬-마루그의 거대한 본체에 부딪혀 땅에 쓰러졌고, 언제 내려앉았는지 모를 두 마리 카레다는 부리로 여행자의 옷깃을 잡아 사뿐히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하지만 내려주지는 않았죠.

그렇게 공중에 뜬 상태에서, 쉬-마루그는 여행자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왜 따라온거지?”
“동행을 하자고.”

쉬-마루그는 대답을 못 들은 척 하며 태양을 바라봤습니다. 그런 새의 모습을 여행자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새의 발을 발로 툭툭 건드렸습니다. 새의 왕은 당연히 화를 냈고, 발을 움직여 여행자를 넘어트리고는 뒤로 쓰러진 여행자에게 목을 가져다 대고 말했습니다.

“타라 광왕이여.”
“알겠네, 천공의 왕이여.”

광왕, 샤인 이미터는 새의 왕, 쉬-마루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 하고는 그의 목에 올라탔습니다. 광왕이 올라 탄 것을 확인한 쉬-마루그는 날개를 퍼덕여 떠올랐습니다. 약간 흔들렸지만, 샤인 이미터는 별 상관 없다는 듯 주머니에서 책을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옛적에, 한 소년이 있었더랬다. 소년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는 우울했다. 옛날 옛적에, 한 나그네가 있었더랬다. 나그네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유쾌했다.”
“시끄러워.”

쉬-마루그의 조용히 해달라는 요청을 못 들은 채 하고, 샤인 이미터는 책을 계속 읽어 내렸습니다. 도리어는 가슴에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으로는 책을 든 채 밖으로 내밀고는 노래하듯 말했습니다.

"당신은 슬프지 않은가요? 모두가 죽었는데. 이곳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제 울음소리와 당신의 진혼가 밖에 없잖아요. 이곳의 하늘과 땅을 보고 그러는 건가요? 하지만 이 곳의 하늘은 적막하기만 하고, 땅은 황폐하기만 하지요. 저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여길 정도랍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노래하나요? 왜 기뻐하나요?"

쉬-마루그는 더 듣기도 싫다는 듯 목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샤인 이미터는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지요. 그녀는 웃으면서 책을 집어 넣고 쉬 마루그의 목에 매달리고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쉬미, 도대체 왜 심연에 가려는 거야?”
“외로워서.”

쉬-마루그의 대답은 어쩐지 슬퍼 보였습니다. 샤인 이미터는 쉬-마루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습니다.

“태양추적자여, 그대의 가는 길에 빛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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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날았을까, 한 섬이 보였습니다. 그 섬은 아주 추워 보였고, 검었습니다. 인간의 기척 역시 전혀 느껴지지 않았죠. 마치 죽은 섬 같았습니다. 섬에게 죽음이란게 있다면 말이죠. 심연이 분명했습니다. 쉬-마루그의 오른쪽에서 날던 안경을 쓴 카레다는 그의 군주에게 말했습니다.

“심연에 거의 다 온 것 같군요.”

쉬-마루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더욱 속도를 내어 심연으로 향하였습니다. 광왕은 점점 추워 진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심연은 갈마내리 테에서 가장 추운 땅이었으니까요. 거기에다 바람까지 온 몸으로 맞아야만 했으니, 얼마나 추울 지는 상상도 되지 않는군요. 불쌍한 광왕.

두 마리 카레다는 심연의 하늘을 돌며 무언가 위험한 것이 없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심연에 위험한 것이 있다고 해봐야 그들의 왕, 쉬-마루그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자신들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될 테니까요. 얼음송곳니 그레샥스 같은 괴물이 얼마든지 있을 곳이 바로 심연이지 않습니까.

쉬-마루그는 심연의 땅에 내려앉았습니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땅은 움푹 패였습니다. 방금 전 광왕의 앞에 내려앉았을 때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아마 심연의 괴물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려고 했던 모양이겠지요. 효과는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괴물들이 모조리 다 도망쳐 버렸으니까요. 샤인 이미터는 땅에 능숙하게 뛰어내렸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 괴물이 쉬-마루그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그가 왕인 것을 모르는, 상황파악도 지지리 못하는 괴물이었겠죠. 하지만 그 괴물을 강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Rook급의 괴수로 보였어요. 쉬-마루그는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부리로 괴물을 쳐내었습니다. 하지만 괴물은 다시 한번 그에게 달려들었지요.

쉬-마루그의 머리가 흔들렸습니다. 몸이 흔들렸습니다. 날개가 흔들렸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마리의 새들로 분리되었습니다. 새들은 하나같이 검붉은 피의 색을 띠고 있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칼날 깃털 새들과 푸른날개수리들은 그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새들이 다시 쉬-마루그로 뭉쳤을 때는 괴물의 시체는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만 하는게 어때 쉬미?”

이멜쟈였습니다. 해맑게 웃는 10세 소녀. 밀 빛 머리카락은 차분히 정리되어 있었고, 옷에 달린 레이스들은 하늘하늘 흔들렸습니다. 쉬-마루그는 처음의 네 마디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의 쉬미라는 문장에서는 격한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쉬-마루그가 이멜쟈에게 따지려고 했을 때, 그는 턱을 괴고 바위턱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한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쉬-마루그는 그를 미소 지어 보였고, 그 쪽으로 머리를 가져갔습니다. 소년은 해맑게 웃으며 새의 머리에 올라탔고, 새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고는 볼을 대고 엎드린 채 말했습니다.

“따뜻해, 쉬미. 정말로 따뜻해.”

쉬-마루그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분명 미소를 지은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걸 보며 이멜쟈는 웃었습니다. 그렇게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은 이 세상에 둘도 없을 것입니다. 새의 왕과 그 머리 위에 올라타 눈을 감고 있는 어린 아이. 순간 이멜쟈는 그 광경에 자신이 도취된 것을 느꼈습니다.



“케레사는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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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손을 넣고 땅을 바라보며 걷는 남자아이와 해맑게 웃으며 뛰는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그들의 뒤에는 커다란 덩치의 새가 뒤뚱거리며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웃긴 광경이었지만, 새의 얼굴은 참으로 진지했습니다. 네 개의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그들은 디-케레사에게로 가고 있었습니다.

케레사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유테와 이멜쟈는 손을 흔들며 사라졌습니다. 쉬-마루그는 두 어린 아이에게 질린 듯 케레사에게로 갔습니다. 케레사는 자고 있었습니다. 자는 모습에서도 위엄이 풍겨져 나왔고, 쉬-마루그는 순간 그 위엄에 제압 될뻔 하였습니다. 케레사를 한참 동안 지켜보던 쉬-마루그는 고개를 젓고는 케레사에게 말을 건냈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지 왜였을까. 우리가 실패작이어서? 아니면 우리를 버린 죄책감에 못 이겨 우릴 볼 낯이 없었던 걸까? 넌 알겠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으니까.”
“뭐, 그 염병할 산맥을 만들어 버린 것? 그래, 그녀 자신에게는 나름대로 좋은 일이었겠지. 하지만 루카의 말마따나, 그것은 인간들을 가둬버린 것이나 다름없어. 결국엔 그녀 역시 인간들을 버린 거라고. 이 땅에 신 따위는 없어.”

쉬-마루그는 비웃었습니다. 그 부리로 어떻게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웃었습니다. 그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나서는 케레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녀는 미쳤어, 미쳐버렸다고! 끝까지 우리 같은, 그녀를 더욱 잘 이해할수 있는 우리들은 결국 버려졌어, 버림받았다고! 하지만 케레사, 이 땅에 신이 없다는 너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군.”

한껏 진지해진 모습. 아마 쉬-마루그는 그 말을 하겠죠. 그 말을 할거예요. ‘이 땅에 신이란 없다’라는 말에 반박할 말이 그 말 말고 뭐가 더 있겠나요? 더군다나 그 말을 할 사람은쉬-마루그였습니다. 태양의 추적자, 최초의 새 쉬-마루그.

“이곳을 비추는 태양신의 마지막 빛을 못 느끼겠나 케레사? 그녀 조차도 주지 않은 축복을, 우리들은 누리고 있어. 이 땅에 한번도 찾아오지 않은 이에게 말이야.”

케레사는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떠 있는 태양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땅에는 한번도 찾아오지 않은 그가,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이 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바다 건너 저 먼 성공작들의 땅과 이 땅, 둘 다를 말이죠. 뭔가 말이 안 맞지 않습니까? 찾아오지도 않은 이가 더 큰 선물을 주었다니.

그래요, 그가 선물을 준 건 확실합니다. 저 태양이 모두에게 준 선물이라면, 그가 남기고 간, 어떤 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인 바로 에테르 카사노바였습니다. 마루그와 케레사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저 먼 성공작들의 땅에는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약이 있다고 하죠. 마치 그걸 먹은 것 같았습니다.

두 왕은 그렇게 웃었습니다. 새장 속에 갇혀버리고, 뮐이라는 이름의 목줄을 목에 걸고 있는 신인간들을 비웃으며, 이 척박한 땅에서 희망을 찾으려 애쓰는 구인간을 비춰주는 태양을 축복하며. 그들은 웃고 또 웃었습니다. 신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자신들의 이런 한심한 꼴을 비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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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어느 곳에서, 쉬-마루그는 태양을 쫓고 있습니다. 그의 뒤에는 수많은 새들이 있었고, 그의 네 개나 되는 감긴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위대한 행렬은 태양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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