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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호모 아르텍스의 기원

2013.08.15 04:5908.15

호모 아르텍스의 기원

01.
 -세계뉴스입니다. 국제연합 총장과 세계연맹 대표는 50년 전 채택한 보편인권선언의 가치를 재확인 하고, 종에 관계없이 모든 인류(Homo)는 평등하며 모든 여타 생물에 비해 우월함을 천명하였습니다. 이 발표문은 최근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피엔스종과 다른 소수 종 사이의 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다시금 평화의 의지를 공표하고…….

 전송기 화면이 흐릿해진다. 기자의 얼굴 윤곽이 지워지고 세피아색으로 변하는 화면. 눈그늘이 진하게 번진 남자의 얼굴이 화면에 반사됐다. 며칠은 씻지 않은 듯이 부스스한 머리칼에 수염이 밤송이처럼 돋아나 폐인이 따로 없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몸에서 꼬질꼬질한 이불이 흘러내렸다.
 TV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낸 남자는 싱크대에 기대 캔을 땄다. 그러자 맥주에서 거품이 넘쳐흘러 바닥을 적셨다. 이불이 노랗게 물들며 원룸 한가득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남자는 혀를 끌끌 차며 남은 술을 원샷하고 창문을 열었다.
 방안과는 대조적으로 상쾌한 공기가 남자의 코끝을 스친다. 창문 바깥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진달래꽃을 보며 남자는 무심히 중얼거렸다.
 “봄이군.”
 그것은 그저 눈앞에 있는 사실을 담담히 읊는 말투였다.

 남자의 하루는 길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최대한 미적거려보지만, 아무리 잠을 자도 결국엔 일어나서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먹고 살 걱정도 없는데, 대체 뭘 하란 말인가? 남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전용사로서 명예롭게 전역하고 국가수당을 받아먹으며 산 지 벌써 5년이다. 한때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는 의무감으로 충실히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저 하루하루 빌어먹고 사는 처지에 불과하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매일같이 자책하고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더러운 골목을 지나 언덕 아래 하류마을로 향한다. 비척거리며 발치에 닿는 쓰레기를 걷어차며 걸어가는 남자의 시선에 털이 수북하고 키가 작은 인간들이 보였다. 아직 꼬마들인지 그늘진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엎치락뒤치락 다투고 있었다. 서로 상처가 나지 않을 수준으로 모의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그 움직임은 지극히 동물적이고, 효율적이었다.
 “더러운 난쟁이 새끼들 같으니라고.”
 그들을 노려보며 땅바닥에 침을 뱉은 남자는 입가를 문지르며 골목의 어두운 구석으로 더욱 들어갔다. 그곳에 그가 단골로 드나드는 술집이 있었다. 잔뜩 때가 낀 문을 밀치고 들어가는 남자의 머리 위에서 ‘미나리’라는 글자가 적힌 간판이 느릿느릿 흔들렸다. 남자가 잡은 손잡이 위엔 ‘하등종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붉은 글씨로 적혀있다. 남자가 이 가게의 단골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순전히 이 팻말 하나 때문이었다.
 술집 안에 들어선 남자는 곧장 창가 쪽 자리에 앉고선 손짓으로 종업원을 불렀다.
 “생맥주 한잔 좀 주쇼.”
 말없이 떠나가는 종업원.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내내 침묵을 지킨다. 영업방침인지 뭔지는 몰라도, 이것이 남자가 이 술집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술집 모퉁이에는 전송기가 있었다. 전송기는 어딜 가나 존재한다. 국민들은 전송기를 통해 지역-국가-세계 단위의 정보를 얻고, 또 정보를 전송하기도 한다. 지극히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는 기계다. 간단함이 곧 최고. 그것은 남자가 몸담았던 연합군의 신조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것은 동시에 남자가 자신의 인생에 내건 신조였다.
 “간단함이 곧 최고.”
 종업원이 내온 맥주에서 흐르는 거품을 검지로 쓸어내며 남자는 중얼거렸다.
 한 시간 남짓 술집에 죽치고 앉아있던 남자는 마지막으로 볶음밥을 주문해 점심 겸 저녁으로 먹고는 가게를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뒤를 돌아보니, 털이 수북한 ‘난쟁이’ 꼬맹이들은 어느 샌가 사라지고 피처럼 붉은 노을만이 그 자리를 대신 가득 매우고 있었다.
 빨아서 널어뒀던 이불은 여전히 축축했다.
 남자는 그날 밤 술기운에 의지해 차가운 맨바닥에서 그냥 잤다.

02.
 -지역뉴스입니다. 국제교류도시 서울 남부. 보시다시피 백주대낮에 일어난 도심 테러로 무장경찰이 거리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타인종 교류 정책이 가장 잘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던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종을 불문하고 분리발전정책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지금 도시 곳곳을 점령한 채…….

 다음 날. 온몸이 저릿저릿한 나머지 남자는 새벽에 깼다. 평소처럼 일어나는데 온몸에서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냉장고를 열어보고서야 남자는 안이 텅 비었음을 알아챘다. 술 대신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밖으로 나섰다.
 샌들을 꺾어 신고 한쪽을 질질 끌면서 언덕길을 따라 내려갔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와 함께 해가 빠끔히 고개를 내밀었다. 남자가 정처 없이 비틀비틀 걸음을 옮기는 동안 코트 안에 든 권총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지팡이를 부여잡은 왼손이 힘겹게 걸음을 지탱하는 동안, 잘려나간 발목 아래를 묶은 바짓단이 오물로 검게 물든 거리 위에 기나긴 궤적을 남겼다.
 평소처럼 미나리 술집에 들른 남자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표정을 찌푸렸다. 막 생맥주를 들이키던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너는 여전히 폐인처럼 다니는군. 적어도 전직 군인으로서 자긍심이 남아있다면 면도라도 좀 하는 게 어때? 여기 생맥주 추가!”
 “난 이미 글렀어. 그보다, 오늘 밤에 어때?”
 남자가 선제공격 삼아 묻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다지 끌리지 않는 걸.”
 “뭐?”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자가 구애를 거부하는 건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 표정에 여자가 입술을 뒤집어 송곳니를 드러내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군. 언제까지 꼬맹이처럼 육체적 쾌락만 추구할 셈이지? 이제는 슬슬 졸업할 때도 됐잖아?”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남자는 종업원이 가지고 온 생맥주를 받아들고는 낮게 그르렁거렸다. 종업원이 자리를 떠나자 불만스런 기색으로 목발에서 손을 떼고 반대쪽 손등을 긁적였다. 여자는 진정하라는 듯 양손을 펼쳐보이고는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역시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도 술맛은 여기가 제일 좋단 말이지. 아, 아까 하던 얘기 말인데, 안타깝게도 나는 이제 이런 술도 성행위보다도 더한 재미를 알아버렸단 말씀.”
 “재미라. 마치 하등종 같은 소리를 하는군.”
 “어이쿠, 무서워라. 그야 나는 외교관이니까. 이런 단어가 말투에 배어버렸어도 어쩔 수 없잖아?”
 역시 예나 지금이나 맘에 안 드는 암컷이다. 남자는 겉으로는 연신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속으로는 냉정히 계산했다. 이미 머리는 말짱해진 지 오래였다. 정확히는 술집에 들어서기 전 여자의 체취를 맡고나서부터. 이 여자는 언제나 자신에게 요구할 것이 있을 때만 이곳을 방문한다. 그리고 대개 그 요구는 달갑지 않은 종류였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히 숙달된 솜씨가 필요하다. 적을 죽일 때처럼 냉정하고 효율적으로.
 간단함이 곧 최고.
 “미리 말해두지. 나는 네가 시키는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흐흥. 과연 그럴까나. 일단은 들어보기라도 하지 그래?”
 “가지.”
 남자는 계산서를 들고 일어났다.
 “500만!”
 그리고 목발을 짚은 자세 그대로 멈춘다. 남자는 여자의 의미심장한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상이군인에게 주는 보수 치고는 좀 많군.”
 “맡아주게?”
 “대체 무슨 꿍꿍이지.”
 “일단 자리에 앉지. 얘기가 좀 길어질 텐데.”
 남자는 거칠거칠한 턱을 긁적이고 말했다.
 “두 배로 준다면야.”
 “이런 다리병신 새끼가.”
 남자는 자리에 앉았다.

 카페 ‘치즈 케이크’는 남자가 사는 언덕에서 남쪽으로 지하철 다섯 역 정도 떨어진 지역에 위치했다. 일단은 한강 건너편이므로 강남구였다. 여자가 선불금으로 준 100만을 통장에 입금한 남자는 당당하게 카드를 제시하고 지하철에 탔다. 그의 허름한 행색을 보고 제지하려던 역무원이 떨떠름한 기색으로 물러났고, 그가 앉은 자리 주변엔 승객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덕분에 남자는 잠깐 동안 자리에 누워 밀린 잠을 보충할 수 있었다.
 남자는 꿈도 효율적으로 꿨다.
 방금 여자에게서 들은 정보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 거기서 도출되는 결론들을 차곡차곡 뇌 한쪽에 정리해나갔다.
 국제법-국제연합 쪽이건 세계연맹 쪽이건-에 위반되는 행위를 벌이고 있는 불온단체 조사가 여자가 명목으로 내민 것이지만, 남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실상은 훨씬 더 위험한 일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부를 이유도 없으니까.
 꿈에서 깬 남자는 마치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말짱한 정신을 유지한 채 몸을 일으켰다.
 역을 나와 전송단말기에 여자가 준 약도를 띄운 남자는 출근하는 양복쟁이들을 밀치며 걸어갔다. 네비게이터를 따라 착실히 최단거리를 밟아 나아가던 그는 목적지를 100m 정도 앞둔 곳에서 근처 빌딩으로 들어가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남자는 목발을 짚고서도 웬만한 사피엔스 성인남성보다 더 빨리 뛸 수 있었다. 승패를 가른 건 남자의 그 비상식적인 운동능력이었다.
 숨을 몰아쉬며 남자를 쫓아온 덩치는 땀에 미끄러져 흘러내리는 선글라스 너머로 44구경 권총이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 양손을 들었다.
 “어디서 보낸 거냐? 중앙정보부?”
 무릎 꿇은 덩치가 반응이 없자 남자는 성한 발을 이용해 선글라스를 두 쪽 냈다.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덩치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남자는 내심 감탄했다.
 “뜻은 가상하지만 버텨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
 남자는 총구를 덩치의 입에 물리고 상대방의 몸 이곳저곳을 뒤졌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도청기를 찾아내자 옥상 난간 너머로 던져버리고 권총을 앞으로 밀었다. 덩치는 엉거주춤 뒷걸음질 쳤다. 두 사람이 박차고 들어온 옥상문은 틀이 찌그러져 있었다. 덩치가 쭈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등으로 밀치자 문이 통째로 뒤로 넘어갔다. 일순간 권총이 입안에서 벗어났다. 덩치는 반동을 이용해 뒤로 구른 뒤 다시 앞으로 뛰쳐나왔다. 세찬 태클이 들어오자 남자도 권총을 옆으로 던지고 목발로 정면을 막았다. 어깨로 목발을 튕겨낸 덩치가 이번엔 남자의 하단을 노리고 양손을 휘저었다. 남자는 한쪽 다리를 내주는 대신 목발 손잡이 모서리로 덩치의 관자놀이를 찍었다.
 공격이 조금 조금 얕았는지 덩치는 바로 쓰러지지 않았다. 남자는 나동그라진 채 숨을 몰아쉬다가 덩치가 뒤로 넘어갈 즈음 목발을 짚고 일어섰다.
 “젠장. 헛고생만 했군.”
 권총을 집어든 남자는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무는 덩치를 발견하고 혀를 찼다. 간만의 싸움에 잘린 다리가 욱신거렸다. ‘아직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게 웬 꼴이람.’ 문득 남자는 과연 두 배만으로 충분했을까 하는 의심에 휩싸였다. 아무래도 당한 것 같았다.

 카페 치즈 케이크는 이름처럼 치즈 케이크를 전문적으로 파는 디저트 가게였다. 테이블 곳곳을 차지한 양복쟁이들은 보아하니 쉬는 시간을 이용해 당분을 보충하러 온 것 같았다. 조용한 가게에서 치즈 케이크를 씹고 커피를 들이키는 소리만 무기질적으로 울려 퍼졌다. 잠시 밖에서 기색을 살피던 남자는 위험요소는 없다고 판단하고 가게로 들어섰다.
 남자의 남루한 차림을 보고 종업원들은 난감한 눈치였으나, “최고의 케이크를 찾으러왔다”는 말에 주인이 직접 나왔다. 파리한 낯빛에 호리호리한 몸이 마치 시체 같은 사내였다. 코에 밀가루를 묻힌 채 남자를 위아래로 살피던 주인은 이내 요리 모자를 벗고는 남자를 주방 안으로 이끌었다.
 분주히 일하던 주방장 두 사람이 주인과 남자를 흘끗 보고는 다시 반죽을 하고 오븐에서 다 구워진 케이크를 꺼냈다. 달콤한 향기에 이끌린 남자는 작은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주인은 오븐 옆 그을린 벽을 빠르게 두 번, 느리게 세 번 두드렸다. 벽면이 뒤로 밀리며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남자가 케이크를 우물거리며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자 주인은 한손을 공손히 내밀었다.
 “안으로 들어가라고?”
 남자는 주인을 옆으로 밀치고 절뚝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바닥이 밑으로 쑥 내려가며 서서히 주방 풍경이 반 토막 났다. 엘리베이터인가. 낡은 수법이군. 남자는 코웃음 치고 입가에 묻은 크림을 옷소매에 문질렀다. 코트 주머니에 든 권총을 오른손으로 단단히 움켜쥐고 정면을 경계했다.
 덜컥.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닿는 순간 뒤편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상반신을 숙여 날아든 진압봉을 피하고 다시 허리를 뒤로 젖혀 머리로 상대방의 턱을 갈겼다. 몸에 힘이 풀려 쓰러진 습격자를 등에 두고 같이 쓰러진 남자는 하늘을 향해 총을 쏘았다. 메마른 소리와 함께 벽돌로 지은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두 발 째에 전등을 맞춘 남자는 옆으로 몸을 굴려 후방을 겨눴다. 눈알만 굴려 상황파악.
 벽돌로 지은 지하 공간. 높이는 성인 남성 두 사람 정도. 넓이는 작은 학교 강당 정도. 정체불명의 물건들 다수. 방금 이용한 엘리베이터 말고도 비상용 통로가 두 개 더.
 진압봉을 든 선글라스 덩치가 다섯 명. 이중 한 명은 제압.
 두 손이 결박당해 땅에 쓰러진 작자들이 얼추 일곱 명 이상.
 덩치들은 남자의 손에 들린 총을 보고는 서로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두 발을 쐈으니 앞으로 세 발이 남았다. 적어도 두 명은 남아서 남자를 상대할 수 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여겼겠지. 남자는 판단을 마치고 세 발을 연달아 쐈다. 막 달려들려던 덩치들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멀쩡한 두 사람도 일시적으로 주춤거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팡이를 던진 남자는 성한 발에 무게를 싣고 펄쩍 뛰어올랐다. 복부에 지팡이가 틀어박혀 쓰러진 덩치를 손으로 밀며 날아오른 남자는 남은 한 명에게 주먹을 내뻗다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끼고 나동그라졌다. 흐릿한 시선 너머로 결박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남은 한 명의 덩치를 제압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남자는 정신을 잃었다.

 “어때?”
 신경질적인 목소리. 신음소리가 들린다.
 “끄나풀은 아닌 것 같고.”
 차분한 목소리. 신음소리가 잦아든다.
 “당연하지. 정보부 녀석들과 대판 벌인 놈이 한패겠어?”
 빈정거리는 목소리. 철퍽거리는 피소리가 들린다.
 “기만작전일지도 모른다.”
 무뚝뚝한 목소리. 무언가를 질질 끌고 가는 소리. ‘덩치들은 죄다 처리했나 보군.’ 남자는 아마도 자신이 마지막일 거라는 추측을 했다.
 “난 그런 작전은 듣도 보도 못했다. 아, 정신을 차렸나?”
 다시 빈정거리는 목소리.
 오가는 대화를 듣던 남자는 이들을 싸잡아 ‘미친놈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퉁퉁 부은 눈을 뜨자 미친놈 하나가 남자의 목발을 들고 살피고 있었다. 남자는 성대를 낮게 울려 그놈을 위협했다. 공기 중에 후각이 마비될 만큼 강한 피비린내가 떠돌았다.
 “이놈 봐라. 이봐, 너 어디 소속이냐?”
 남자는 빈정거리는 목소리를 향해 침을 뱉었다. 안타깝게도 조준이 빗나가 허공을 스쳤다. 미친놈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는 남자의 뺨을 후려갈겼다. 비릿한 쇠 맛이 입안에 번졌다. 전문가는 아니다. 프로는 이런 모욕에 반응하지 않는다. 무익한 일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상대의 위험등급을 하향조정 하고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보아하니 본인들을 결박했던 밧줄을 창의적으로 재활용한 모양이었다.
 “거꾸로 매달리는 취미는 없는데. 이건 거기 아가씨 취향인가?”
 다시 뺨이 돌아간다. 이번에는 신경질적인 쪽.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반응에 남자는 지루해졌다.
 “그쯤하고 내버려두자고. 도중에 멈췄잖나. 그거부터 마저 하고 나중에 처리하자고.”
 차분한 목소리의 제안에 나머지 미친놈들이 수군거리며 동의했다. 내내 말이 없던 나머지 세 명도 네 사람을 따라 남자가 있는 작은방에서 나가 아까 싸움이 벌어졌던 넓은 공간으로 이동했다. 남자는 닫힌 문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를 통해 방에 있던 사람들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문아래 틈으로 튀어나온 그림자들이 광란의 춤을 췄다.
 남자는 방금 전 상황을 곰곰이 되새겨보다가, 두 번째로 뺨을 맞았을 때 수북한 털 뭉치가 느껴졌다는 걸 깨달았다.
 “감히 하등종이 나를 쳐?”
 조용히 살의를 불태웠지만, 적어도 미친놈들은 묶는 것만큼은 프로급인 듯했다.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남자는 몸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아래로 늘어졌다.
 축 쳐진 그의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가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다.
 그리고 낮게 울부짖는 소리.
 미친 듯이 날뛰며 귀청을 찢는 소리.
 순간 새로운 고문법인가 당황하던 남자는 이내 아무도 방에 들어올 기색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긴장을 풀었다. ‘이게 대체 뭐지?’ 의문으로 가득해진 머리 한구석에서 점차 이상한 감각이 올라왔다. 사고가 새하얗게 변해간다. 기억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사라지고, 균형 감각이 사라져 몸이 붕 뜬다.
 소리가 그치고 남자는 정신을 차렸다.
 욕지거리를 내뱉는 남자 앞에 다시 미친놈들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우리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본데.”
 “연주?”
 남자가 빈정거리는 목소리에 거칠게 대꾸하자 차분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너도 처음엔 이랬어. 아무래도…….”
 “가능성이 있다?”
 무뚝뚝한 목소리가 끼어들자 미친놈들이 일제히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생전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공포의 감정을 드러냈다. 두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니지, 동지. 안타깝지만 그건 공포의 감정이 아니야. 그건 바로 감동이라는 감정일세.”
 “닥쳐. 하등한 워, 원시인 새끼.”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는 본인이 구제불능의 쓰레기라는 사실에 서글퍼졌다. 신체도 부족해서 마음까지 망가져버렸다.
 “하등하다? 아, 인종이 다른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이보게, 동지. 이미 보편인권선언이 국제법적 효력을 발휘한 지 50년은 넘었어. 아직도 자네 같은 구시대적 차별주의자가 있다니 솔직히 좀 놀라운 걸.”
 남자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소리, 소리, 소리! 괴상한 소리가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도저히 대화에 집중할 수 없다. 적과의 대화에서 집중력은 곧 생명이다. 남자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간단함이 곧 최고다. 간단함이 곧 최고다. 누구보다 효율적인 살인기계, 그게 바로 나야.
 비로소 눈물이 멎었다.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군.”
 “역시 음악만으로는 약했나?”
 “네가 연주를 망쳐서 그래.”
 “그러는 너도 반 박자 느렸어.”
 역시 미친놈들이 틀림없다.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남자는 머릿속에서 이 불온단체의 위험도 등급을 상당히 높이 취급하기로 했다.

 “국제연합과 세계연맹 사이에 평화조약이 맺어진 뒤 우리 인류는 종을 가리지 않고, 적어도 겉으로나마, 평화를 누려왔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야. 평화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지. 인류의 역사는 곧 투쟁의 역사. 따라서 효율성의 곧 최고의 가치. 이것은 모든 형이상학적 논쟁에서 틀림없는 대전제로 받아들여지는 형편이었으니까 말야. 적어도 50년 전까지는 말이지.”
 “다시 말해서 우리 인류는, 처음 원시인류로부터 분화했을 때부터, 국제연합과 세계연맹이 설립되기 이전인 까마득한 고대로부터 계속해서 전쟁을 벌여왔다는 소리지. 그야말로 수 만년 동안!”
 “여기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차례로 말을 잇던 중, 무뚝뚝한 목소리가 남자에게 물었다. 비로소 똑바로 앉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남자는 자신의 목발과 권총이 있는 장소를 찾았다.
 “만약, 인류가 분화한 이후 한 가지 인종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이 모두 멸종했다고 쳐보지. 그랬다면 인류의 역사는 조금 달랐을까? 세상은 한 인종의 이름 아래 평화로웠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그 가정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이제 곧 우리가 너희 미개한 인종을 모조리 쳐 죽이고 사피엔스종만의 세상을 만들 테니까. 그때 가서 확인해보시지. 물론 넌 이미 죽었겠지만.”
 “아직까지 입이 살았군. 아무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이를테면 당신 말처럼 원래부터 사피엔스종만 있었고, 사피엔스종만이 유일한 인류인 세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들은 서로 싸우고 죽이고 학살했을 거야. 왜냐하면 그게 바로 인류의 숙명이니까.”
 차분하게 읊어대는 목소리. 아니, 남자는 미친놈들끼리 구분 짓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싸그리 다 죽일 놈들이다. 개체성 따위는 알 필요 없다. 마침 각고의 노력 끝에 몸을 결박한 밧줄을 풀어낸 남자는 얼굴을 내리쬐는 백열등을 부수기 위해 손에 든 면도날을 꼿꼿이 세웠다. 이제는 정확한 숫자도 파악할 수 없게 많은 그림자들이 백열등을 등지고 남자를 감시하고 있다.
 주의를 분산시켜야 해.
 “네놈들은 말이 너무 길어. 요점만 말해.”
 “요컨대, 지금과 같은 시기는 인류에게 있어 모든 가능성들을 뚫고 힘겹게 얻어낸 전무후무한 성과라는 거지. 평화. 더 이상 전쟁을 벌이지 않는 상태. 그렇다면 궁금해지지 않나? 사회학적 분석에 따르면, 인류는 평화 상태로 접어든 뒤 전쟁 시기보다 50% 더 효율적으로 발전을 이루고 있고, 100%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운용하고 있지. 이 사이의 간격, 말하자면 ‘잉여’자산이라는 게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된 거야.”
 “여기서 우리는 궁금해졌다. 이 잉여는 대체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되었을까? 온갖 분석을 했지만 알 수 없었다. 막대한 잉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 발전하고, 더 효율적으로 운용될수록, 잉여는 점점 커져만 갔고 세상 어디에도 남지 않았지.”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과학자로서 사명을 가지고 조사를 계속했고,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이 잉여는, 비물질적으로 변환되었다고.”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그림자 하나. 미친놈들은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남자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지껄였다.
 “정보교류는 이걸로 끝인가? 유익한 시간이었다.”
 남자가 면도날을 막 손끝에서 튕겨내려던 순간, 미친놈들이 일제히 입술을 밀어내고 송곳니를 드러내보였다. 그림자 안에서 하얀 이들이 반달처럼 빛난다. 호의의 표현. 남자가 멈칫하자 누군가 말했다.
 “자네가 방금 들은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얻어낸 결론이다.”
 “음악.”
 “연주.”
 “화음.”
 “악기.”
 “모두 처음 듣는 개념이군. 너희들끼리의 암호인가?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냐. 국제법에 의거해, 이 단체가 사회에 극도로 불온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아무래도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군, 동지.”
 그림자의 품안에서 넓적한 칼이 나타났다.
 “문화는 소리 없이 퍼지고.”
 “예술은 형체 없이 남는다.”
 미친놈들이 입 맞춰 소리쳤다.
 그것을 그들은 합창이라고 불렀다.
 남자는 다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면도날이 허공을 갈랐다.

 뒤늦게 불이 켜지고 의자에는 밧줄만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하에서 ‘미친놈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남자는 카페 ‘치즈 케이크’를 제압하고 단말기를 통해 국제군에 신고했다.

03.
 -국가뉴스입니다. 오늘 아침 여섯 시경, 국제교류도시 서울의 모 카페 아래에서 연합국 소속 국민과 연맹 소속 회원들이 결합한 불온단체가 국제군과 경찰의 합동작전을 통해 검거되었습니다. 이들 집단은 이곳에서 비물질성 마약을 생성하는 것으로 밝혀져, 최근 인종과 소속을 불문하고 피라미드 형식으로 전파되던 이상 현상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남자는 눈을 떴다.
 이불을 걷어내고 창문을 연 남자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진달래꽃을 보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밖을 나서 익숙한 골목을 걸어가던 남자는 이내 또각거리는 목발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린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거기에는, 극도로 리듬감이 부족했다. 그 사실을 알아채자 온 세상이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남자를 습격했다.
 남자는 말소리 하나 없는 조용한 술집에 들어가서야 안정을 찾았다.
 언제나처럼 전송기의 가감 없는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술집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손을 들어 보이는 여자를 향해 남자는 천천히 다가갔다.
 “기다렸다고. 혹시 조사하다가 죽은 줄 알았지 뭐야.”
 “죽는 편이 나았나?”
 “아니, 너는 꽤 좋은 상대거든. 육체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남성이지.”
 “보아하니 너도 알았던 모양이군.”
 남자는 테이블 밑을 권총으로 툭툭 두들겼다. 여자는 입술을 밀어 올려 송곳니를 드러냈다. 호의적 표현. 남자는 비로소 이 표현에는 좀 더 미묘한 함의가 담겨있다는 걸 추론해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의 정보. 불온단체 회원끼리 주고받는 암호인가?
 “역시 그랬나.”
 “나를 어떻게 할 셈?”
 “당국에 신고하지.”
 “나는 외교관이야. 면책특권이 있다고.”
 “국제연합 이문화 교류관인 너도 국제법에 따라 심판받을 권리는 있겠지.”
 여자는 코를 울려 독특한 소리를 냈다. 남자는 격렬한 두통을 느끼고는 여자가 마시던 맥주잔을 왼손으로 깼다. 피가 뚝뚝 흐르는데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뇌 속에서 일어난 쾌락이 너무 강했다.
 “어때? 콧노래라는 거야.”
 “비물질성 마약으로 나를 오염시킬 생각이라면, 여기서 당장 쏴 죽여주지.”
 “비물질성 마약이라. 당국도 꽤나 이름 짓는 센스가 없구나.”
 “닥쳐.”
 “지금 당장 방아쇠를 당기는 게 어때? 군인 나으리. 아니면 망설이는 건가?”
 “나는 어디까지나 긍지 있는 사피엔스로서 너를 합법적 재판 과정에 맡길 의무가 있다.”
 “아무리 부정해도 이미 늦었어. 너는 이 ‘마약’에 빠진 게 나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하진 않잖아? 톱니시계처럼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분리하고 발전하고 통합하고 안정을 되찾은 사회는 필연적으로, 늘어지기 마련이지.”
 “너 말고 더 고위층에도 그게 퍼졌다는 건가?”
 “이건 역사의 흐름이야, 동지. 막을 수 없어.”
 “대답해!”
 남자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여자의 무릎에 손쉽게 박혔다. 여자는 이를 악물고 손뼉을 쳤다. 탁, 탁, 탁탁탁. 느리게 두 번, 빠르게 세 번. 다시 빠르게 두 번, 느리게 세 번. 여자의 비음, 여자의 목소리. 박자에 맞춰 울려 퍼지는 소리에 남자는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엔 반대쪽 무릎.
 여자는 테이블을 뒤엎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남자는 멈추지 않고 연발로 쐈다. 시끄럽게 지껄이는 입, 목, 소리를 내뱉는 가슴, 재장전. 피투성이가 된 여자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남자는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문화는 소리 없이 퍼지고, 예술은 형체 없이 남는다.”
 여자는 웃었다. 이내 피를 토해낸다.
 조용히 으깨지는 소리.
 남자는 얼굴에 튄 피와 뇌수를 옷소매로 닦아냈다.
 말없이 다가온 종업원과 주인장이 전송기를 통해 경찰을 불렀다. 남자의 단련된 청각에 멀리서 다가오는 경찰차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총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피 묻은 두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04.
 -세계뉴스입니다. 오늘 낮 서울 북부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에서 국제연합 소속 이문화 교류관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현재 경찰과 국제군의 추격을 뿌리치고 도주 중이며, 다음 공개된 현장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30대 초반의 호모 사피엔스종 남성으로 추측됩니다.
 이 남성은 범행 직후 현장에서 바로 달아나지 않고 바닥에 피를 불규칙하게 문지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범인이 이처럼 비효율적인 일을 저지른 이유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가게 종업원과 주인 및 현장에 당도한 경찰관 다수가 이것을 보고 쓰러진 것으로 미루어보아, 최근 서울에서 암암리에 전파되고 있는 비물질성 마약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으며, 당국과 국제군은 정보전송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당 마약의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 우리 정보전송국은 국제법적 권리에 따라 연합국 및 연맹국에 설치된 모든 전송기와 전송단말기를 통해 현장 사진을 공개합니다.
 우리 인류는 이와 같이 보편인류의 통합된 사회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불온한 마약 및 이를 운용하는 단체와 개인들을 불문하고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또한 다가올 정기 국제연합-세계연맹 정기총회에서 이 안건을 최우선 사항으로 처,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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