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형식입니다. 거울에 올리고 싶은데 적절한 게시판이 없어 여기 올려봅니다. 단편소설이 아니므로 평은 기대하지 않는 게 예의로 여겨집니다. 블루 제트 (Blue Jet)
번개는 신의 세례처럼,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치는 줄로만 알았다.
암석 위를 흐르는 물줄기의 노래를 들으며.
바람을 날개에 받아 구름 위로 올라갔을 때, 비로소
붉고 푸른 불기둥의 분수를 보았다.
먹구름에서 우주를 향해 올려치는 반역의 번개,
성층권에서 먹구름을 향해 내리치는 주신(主神)의 징벌,
신의 싸움을 보았다.
채찍의 속도는 무려 초속 일만 킬로미터.
호들갑을 떠는 이에게, 맹자께서 넌저시 이르노니
너는 한 번 날갯짓으로 구만리 창천을 나는 봉황의 그림자를 보았구나.
그것은 다만 지구의 영혼, 가이아의 뇌파의 시냅스가 발하는 불꽃,
사랑하는 이의 눈매의 반짝임처럼 빠르고도 밝은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전선 붙인 연을 올려 붙잡으려 했던,
니콜라 테슬라가 허공의 안테나로 낚시하려 했던,
하전입자의 순간이동.
구름에서 땅으로 섬광의 줄기를 내리디딜 때마다,
더 높은 곳에서는 구름을 향해 메가번개를 후려치느니,
작은 지붕으로 비를 가리고 침대를 덥혀 곤히 쉬는 동안에도
지구별은 크리스마스의 전구 장식처럼 번갯불을 두르고
망망(茫茫) 우주를 살처럼 날아간다.
짧은 키스, 사랑의 시공간도
눈 깜빡할 사이에 이미 우주 저편으로 지나갔다.
남은 것은 다만 기억의 연속,
너를 사랑했었다는.
우주 저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