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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조백수전射鳥白手傳

2012.01.08 01:5001.08


 “가설라무네, 화산논검 개회를 알리는 바외다!”

 왜소한 체구에 기괴한 무늬가 수놓아진 옷을 입은 남자가 외치자,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와 함께 이 빠진 술잔 넷이 부딪친다. 시절은 열나라가 막을 내리고 한나라가 일어난 무렵. 천하는 어지럽고 민심은 흉흉한데 고수비庫數費 지수마저 오락가락하더이다. 이 와중에도 점소이 하나 졸고 있는 조그맣고 낡아빠진 객잔에 축丑시 인寅시가 지나도록 하릴없이 시간을 버리는 이 넷은 누구인고 하니, 바로 저잣거리에서 주사를 부리다 강호 술집 모두가 손님으로 받기를 사절하여 천하사절天下謝絶이라 불리게 된 난봉꾼들이 되겠다.

 빈한 세월에도 팔자 좋게 술이나 붓고 있는 뽄새가 돈이 많거나 빽이 있거나 어느 하나 믿을 구석이 있어서는 아닌 듯한데. 그저 무림에 명성을 날리고 무학의 절기를 얻기가 일절 가망 없어 포기할 대로 포기한 양반들이기 때문이리라. 낮에는 비둘기에게 애꿎은 돌팔매질이요 저녁에는 술 마시다 쓰러져 잠들 뿐이니 무슨 앞길 있을까.

 이 치들은 가슴 한 구석이 트릿하니 쓰라릴 때면 으레 객잔에 모여들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였는데. 다른 술집은 외상도 거덜이요 체면도 거덜이라 저잣거리에 본인들을 받아주는 하나 남은 객잔 화산華山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또 모이면 나오는 이야기가 돈 없고 무공 없음에 대한 설움인지라. 꼭 누가 더 검박儉薄한지를 겨루곤 하였으니 이 자화자책을 화산논검華山論儉이라 부르며 오늘도 실없는 농담으로 소일하는 중이었다.

 “음공音功따위 익힐 것이 못되네. 거문고 무거워서 어디 표국 일이나 받겠나? 하루는 일용으로 표국 일을 나가니 상인들 물건 옮기느라 정신없는데 거문고나 들고 와서 짐 늘린다고 질색을 하지 않던가.”

 논검의 개회를 공표했던 남자는 탁자 옆에 놓인 거문고를 두들기고는 불평부터 날렸다. 요란한 옷을 걸친 이 조그만 남자는 천하사절에서 동사東邪라는 별호를 가진 이로 본인이 금기서화琴棋書畫에 재주 있다 착각한 나머지 집안 돈이나 타먹으며 허송세월하는 한량이니. 동사라는 거창한 별호도 세간에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은 이름이었다.

 이 난쟁이가 동사라고 칭하고 다니는 것에도 다 연원이 있었다. 그가 명시랍시고 여기저기 담벼락에 낙서해놓고 다니는 문장이 하나같이 똥처럼 구렸더라. 세간에 뱀처럼 긴 똥을 곳곳에 싸지르고 다닌다하여 똥사蛇라고 욕을 먹자 홧김에 한자를 바꾸어 놀림을 별호마냥 자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예전에야 중소표국 들어가기야 홍칠공 개잡듯 쉬운 노릇이었는데. 요즘은 표국에 고용되는 것도 기연 두셋으로는 모자랄 정도가 되었다니까. 내 사제 뻘 되는 신계협神鷄俠 방광 기억나나? 그 친구가 한 번은 산속을 헤매던 중 커다란 닭 한 마리가 독사 열 마리를 홀로 쪼아 먹는 걸 보았지. 방광은 그 신계神鷄의 인도로 옛 고수의 검이 묻힌 검총劍塚으로 들어가 보검 한 자루를 얻어 중검무봉 대교불공重劍無鋒 大巧不功의 깨달음에 신계협이라는 별호도 얻은 거라고. 그녀석도 지방 구석의 표국 찾아가 자리를 구하니 인사담당자에게 네깟 정도의 기연은 자기네 표국 1차 서류심사도 통과 못할 거라며 뺨만 맞고 쫓겨났다데.”

 슬슬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하여 이마가 넓고 인상도 흉악한데 말투마저 속된 이 남자는 바로 북개北丐 되겠다. 동사가 형형색색의 싸구려 실을 써 유치한 티가 나는 요란한 옷을 입은 반면에 북개는 해진 넝마주이를 대충 걸쳐 그 흉상이 몹시도 돋보였다. 북개의 한마디에 동사는 풀죽어 그렇잖아도 작은 몸이 축골공縮骨功이라도 쓴 양 더 줄어든 것 같았다.

 “에잉. 그놈의 기연, 기연. 이건 뭐 보이는 절벽마다 한 번씩 떨어져보라는 것도 아니고. 기연 있으면 일 잘하나, 뭔 놈의 표국이 약력에 그리도 기연을 적어내라고 닦달인가.”
 “동사의 농이 웃고 넘길 게 아니오. 근자 강호에 비급이 돌고 있는데 그 비급이 내공수련법이나 초식을 담은 비급이 아니라 기연 찾는 비급이라고 하더이다. 몇은 표국 들어가겠다며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기연을 찾는 유람을 다니기까지 하고 있소.”

 동사가 과장 섞어 말을 던지자 한 여인이 정색을 하고 대꾸를 하니. 북개에 못지않게 허름한 차림새에 헝클어진 머리로 퉁퉁하고 얽은 얼굴을 가린 이 여인네는 남제南帝로서 검은 바탕에 흰 선이 세줄 그려진 삼선 단화와 수면천으로 만들어진 버선, 둘레가 자유자재로 늘었다 줄어나 움직이기 편하고 더러워져도 수속이 용이한 추니린趨泥鱗 차림임을 보아 고시공高試功을 연마하는 이임을 쉬이 알 수 있음이라.

 “제길헐. 고작 표국 입사에 그 난리니 오대세가五大世家 문턱에 얼굴이라도 들이밀자면 구음진경九陰眞經 구양진경九陽眞經 쌍으로 외워도 힘들겠구려. 하긴 오대세가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규화보전葵花寶典 연마가 된다지.”
 “이게 무슨 소리야. 규화보전이 강호에 다시 나타났어?”
 “그렇진 않네. 다만 오대세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좆 빠지게 고초를 겪는다니 그게 규화보전 수련법이 아니라면 왜 잘나신 양반들께서 애꿎은 제 좆을 빠지게 내비 둔단 말인가?”

 담화의 주제가 피차 발붙일 일 없는 오대세가 같은 명가로 넘어가니 무슨 거창한 이야기를 하든 오히려 속 편한 노릇이다. 동사는 거문고를 뜯으며 이제껏 막혔던 입가의 혈도라도 풀렸다는 마냥 농을 잇는다.

 “하기야 삼성세가參聖世家 가주 쯤 되면 난 인물은 난 인물이지. 관상을 보자면 딱 떡두꺼비 상이거든. 합마공지체蛤蟆功之體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나. 그러니 세금탈루에 불법증여까지 해도 황실에서 굽실대며 모시지 않던가? 본디 귀인 상이라는 것이 그렇다네. 범부가 했다간 육시럴 짓을 해도 떵떵거리며 살지, 육시럴.”
 “귀인 상이면 당대에 하나 더 있구만. 떡두꺼비 상이 아니라 쥐 상이지만 말이야. 한나라 두목 되는 치도 어찌 그리 방탕한지 수양제를 따라 국고를 탕진하지 못해 안달이 났는데도 귀인 상이라 천벌 받지 않고 하하호호 웃고 넘어가는 거였어!”

 북개는 동사의 농을 더 강한 어조로 받아치며 술을 들이킨다. 북개는 운동권運動拳 계파의 결사에 소속된 협객으로 한나라에 대한 저항세력을 자처하고 있었으니 이 같은 과격한 언사는 예삿일이었으리라. 논검에 참여한 자들도 하나같이 황실에 대한 불평불만을 안고 있었는지라 이정도 욕설은 웃어 넘겨버리고는 하였다.  

 “용호는 어디가고 두껍과 새앙쥐가 천하를 주물대나. 미물 아니고서야 출세도 못할 똥통이구려. 허나 나 동사도 생겨먹기가 미물 같기로는 황상 못지않거늘 어찌 세상은 몰라주고 이 팔자 이 신세람?”

 이내 동사가 애잔한 마음을 담아 탄주를 이어가자 술잔을 넘기던 이들 모두 객잔 화산이 이름 그대로 꽃밭 가득한 산으로 바뀐 것 같은 황홀경을 느꼈으니 이는 동사의 내공의 깊이가 경지를 이루어서는 아니고 그네들의 자뻑이 경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라.

 “북개야 운동권을 연마하는 이니 의혈에 찬 일을 하느라 관아나 세도가들과 어울릴 일이 없을 법 하다만 그대는 왜 그러오? 도성의 큰 객잔에라도 가 솜씨를 뽐내면 강호에 명성을 떨치고 부귀 얻는 길에 막힘이 없을 터이건만.”
 “남제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구려. 홍대거리 큰 객잔에서 연주를 하더라도 그날 술값이나 공으로 쳐주면 모를까. 오가는 노잣돈이라도 벌면 많이 버는 거외다.”
 “초신성대전超新星大戰에 참가라도 하면 어떻소? 동사라면 필히 상위권에 속할 것이오.”

 고시공을 연마하는 이답게 남제는 저잣거리 떠도는 풍문과 화제에 밝았다. 남제가 말한 초신성대전은 바로 음공을 연마하는 이들 중 초야에 묻혀 내공의 심후함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은거 고수들을 발굴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근자 저잣거리의 가장 핫한 화제였다.

 동사는 거문고 줄을 튕기다말고 코웃음을 치고는 술잔에 손을 내밀었다. 감히 자길 그딴 곳에 집어넣느냐는 투지만 실상은 또 달랐으니. 미상불 동사는 이미 몇 번 초신성대전 참가 공지에 경연장을 찾았으나 번번이 2차 예선조차 뚫지 못해 천하사절 동지들에겐 입을 다물고 비밀로 하고 있던 차렸다.

 “더러운 말을 들어 귀는 씻어야겠는데 귀 씻은 물을 마신 소는 어이할꼬? 남제. 초신성대전이 은둔 고수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가난한 무림인들을 모아놓고 경연을 펼치며 치고 박는 꼴을 깔깔대며 보는 꼴이 마치 도박묵시록개사전賭博黙示錄開司傳의 인간경마人間競馬 편을 쓰는 뽄새인데 그 홍진 속에서 뒹굴란 말인가? 내 사양하리다.”

 초신성대전 예선에 떨어진 일을 감추느라 목덜미가 뜨끔해서일까? 동사는 마음 좁기가 몸 좁기와 같아 남제가 재차 초신성대전 일을 캐물을까 두려워 허유의 일화에 대한 신필神筆 고화백의 시구에 왜국의 복본신행福本伸行 작품마저 들먹이며 손사래를 치고는 다시 거문고를 타며 언급을 피했다. 해도 동사의 말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닌 것이, 무도회에서 우승하여도 그 이름과 달리 크게 별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막상 대전이 끝나면 빌어먹을 구석이 없는 것이 초신성대전의 결말이라.

 “반야민般若民 가라사대 파소정치생심미화당귀결破消政治生審美化當歸結이라셨다. 한나라 치하에서 초신성대전 같은 행사의 등장 역시 이미 반야민께서 내다보신 일이다.”

 묵묵히 안주만 처묵처묵하다가 이제야 말문이 트인 이는 바로 서독錫되겠다. 서독 역시 본디 서독이라 불린 것이 아닌지라. 하도 식탐이 강하고 체구가 큼지막해 돼지 세 마리 근수는 되겠다며 서돈豚이라 손가락질 받던 것을 고쳐 서독이라 지은 것이었다.

 “이 돼지가 안주를 다 먹으니까 입을 여냐? 겨우 입을 열어 말을 해도 이게 사람 말인지 돼지 말인지 영 구분이 가야지, 원.”

 북개가 깐죽대며 서독을 놀리지만 서독은 서독대로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반야민의 경전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 서독이라는 인물은 한때 영재로 소문이 나 주변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서역으로 무공수련을 떠난 뒤 기름진 서역 음식에 빠진 나머지 그 체구가 곰처럼 커다랗게 변한 것이었다. 유학에서 귀향한 무렵엔 친지조차 그의 불어터진 살 속에 파묻힌 옛 얼굴을 찾지 못해 한바탕 소란이 나기도 하였다.

 “...하여, 미륵자彌勒者는 구원자로서만이 아니라 반미륵자反彌勒者의 극복자로서도 강림하며 사자死者마저도 반미륵자의 승리 앞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경계하라 하셨으니 이는 역사진보歷史進步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말인가 꾸짖음이시었다. 바로 그 참뜻은...”

 서독은 본디 문사철교文史哲敎의 일원으로 석사지경碩士之境까지 연마한 이였다. 허나 문사철교의 경전은 그 뜻이 심오하고 터득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하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져 실성하기가 일수였으니. 여기 이 서독이라는 양반도 제정신을 잃고 아무 때나 문사철교의 경전을 비 맞은 땡중 불경 외듯 읊고는 하더라.

 남제는 서독이 입에 담은 술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반야민의 경전을 읊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려 떼 묻은 추니린 소매로마나 입가를 닦아주었다. 남제 역시 한때 문사철교에 뜻을 두어 학사지경學士之境까지는 서독과 함께 무공수련에 힘쓰던 사이였으나 악독한 문사철교의 교리에 지치고 교단에서 요구하는 헌납금을 미처 마련치 못해 쫓겨나 문사철교라면 경멸해 마지않는 고시공을 연마하게 된 신세였으니 서독의 주화입마가 어찌 남일 같을까?

 서독을 동정하긴 북개나 동사도 매한가지. 기실 서독의 기혈이 뒤틀리고 정신이 나간 것이 어디 그 자신 탓이겠는가. 문사철교의 해악은 그 가르침이 아니라 교단의 행태에 있으니 교단에 들어가는 것만 해도 1년에 천만 냥은 족히 바쳐야 하며 만약 서독처럼 석사지경까지 연마를 한다 함은 최소 6년은 상납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문사철교의 각박함은 그뿐이 아니라 만약 교단에 들어온 자 중 상납금을 바칠 여력이 되지 않는 이에게는 고리의 이자로 일수놀이를 하여 교단에 바칠 돈을 뜯어내고 몇 년이고 쫓아다니며 빚쟁이 노릇을 하는 것에 있었다. 인문人文이라는 옳고도 옳은 기치 아래 이런 악행을 서슴지 않으니 그 라이벌 되시는 마교魔敎에서조차도 문사철교는 사학재단邪學財團의 꽃이라 비난하며 멀리 하더라.

 서독이 주화입마에 빠진 것도 문사철교에 바칠 돈을 마련하다 처음엔 소를 팔고 다음엔 피를 뽑아 팔고 막판에 이르러는 장기를 떼어다 팔까 고민하다 흡성대공 술수를 쓰는 사파의 고수를 만나 매혈賣血아닌 매공賣功하는 와중 경맥이 뒤틀린 탓이었으니. 일전부터 서독과 어울리던 천하사절 모두 서독의 신세가 안타깝고 서글퍼 실성한 와중에도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는 잊지 않았다.

 “우리 돼지는 먹기도 많이 먹는데 어떻게 먹고 사려나...”

 북개는 자기 몫의 안주 접시를 그대로 서독 앞에 내밀었다. 이는 북개 자신의 정이 있음이 하나요 서독의 혼잣말을 다물게 하려함이 둘이라. 서독이 꾸역꾸역 다시 제 앞의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다른 천하사절들도 그 안타까움에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본디 문사철교는 그 교리가 모든 가르침의 근본이라하여 입에 풀칠은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예전의 위세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어 살림이라도 꾸리려면 교단 본산의 우두머리인 교수敎首는 되어야 했으니. 교수가 되는 것도 억만금을 들여 박사지경博士之境을 쌓아야 함은 물론, 그 뒤에도 각 교단을 돌아다니며 포교 및 수련을 계속하며 교단에서 인맥과 기연을 얻지 않고서는 꿈도 못 꿈이라. 오대세가에 입문하여 대성하는 것이 차라리 쉬울 지경이로다.

 “젊으신 양반님네들. 떡 좀 사주시겠습니까?”

 서독이 희깔난 소리를 지껄이는 걸 씁쓸히 듣던 차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천하사절 모두 고개를 들어보니 웬 거지가 객잔에 들어와 손님들에게 떡을 파려는 모양이니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좋수. 광주리 째 주쇼. 우리 돼지 오래 입 닥치고 있게 좀 많이.”

 남제나 북개가 차림새가 남루하다 하여도 이 거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가련한 마음도 들고 늦은 시간에 자리에 남은 이들도 얼마 없어 머쓱하기도 했는지 동사서독남제북개 모두 한푼 두푼 모아 떡값을 마련해 떡 광주리 하나를 사 탁자 위에 올렸다.

 광주리 하나를 겨우 팔아치운 거지는 점소이가 곯아떨어진 틈을 타 천하사절 멀찍이 먹다 남은 안주와 술이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접시를 비우기 시작했다. 거지가 어색한 상황에 잘 끼어들기도 했고 서독이 떡을 먹느라 입을 다물자 남은 이들은 나름 분위기를 띄우겠다 화제를 돌렸다.

 “떡하니 말일세. 남제는 언제쯤 떡하니 우리한테 떡 하나씩 돌리기를 하나?”

 동사는 가끔씩 이렇게 무리수 라임에 맞춰 말하기를 즐겼는데 남제는 동사의 실없는 말장난에 어찌나 질색했는지 객잔의 공기가 북해빙궁北海氷宮 마냥 싸늘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어땠어? 낙방여제落榜女帝라는 별호도 슬슬 버려야지.”

 동사도 없는 눈치가 북개라고 있겠는가. 앞서도 말한 바 있지만 남제는 고시공을 연마하는 과년한 처녀로 몇 해껏 공력이 대성大成하지 못해 낙방여제라 불렸으나 이를 부끄러워 한 나머지 남제라 별호를 고쳐 부르던 차였다.

 고시공은 그 계파에 따라 몇 가지 차이는 있으나 통상 1년에 한번 보름날 음기를 받아 그때까지 모았던 공력을 전부 쏟아 붓는 단계를 하나 거치고, 이를 통과한 뒤 선인들 앞에서 선문면접禪問面接을 나누어 깨달음의 깊이를 확인 받은 뒤에야 그 익힘에 끝이 난다.

 고시공의 특징은 적성에 맞는 이가 연마했을 시 한 해가 걸리지 않아 대성하기도 하나 고시공 수련에 적합하지 않은 체질이거나 음기를 받는 날 공력을 쏟는 것에 실패하면 몇 해고 연마를 해도 대성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만 관가에서 고시공의 배움을 장려하고 고수들을 공직에 천거하였기에 해마다 고시공을 익히는 이들은 늘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낭보가 들리면 어련히 밝힐 것을. 본녀가 입 싹 씻을 것 같아 그러오?”

 남제는 얼굴 가득 찌푸려 불쾌함을 알리니 그렇잖아도 흉한 인상이 더더욱 험상궂어 뵈더라. 남제는 본디 이리까지 추물은 아니었으나 기나긴 폐관수련閉館修鍊 중 기혈이 상해 뽀얗던 피부는 검어지고 말랐던 살이 푹푹 찌니 괜찮은 부분을 찾기 힘들어 진 것이었다. 한 때는 잇걸로서 머스트 헤브 아이템 하나 놓치지 않고 차려입던 시절도 있었으나 고시공 수련에 지친 지금은 추니린에 삼선단화 차림으로 꾸밈을 모르니 동년배의 처자에 비해 떼 묻음이 더 진할 수밖에 없도다. 이제 희망이 있다면 성형역용술成形易容術 뿐이라.

 “별 것 아닌 농에 너무 괘념치 마시게. 남제도 익히 아시다시피 저 북개 놈이나 나 동사가 이 길을 걸어 상승무공을 익히더라도 보잘 것 없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허나 그대가 고시공에 대성하고 높은 경지에 오르면 이는 가문의 경사요 홍복이니, 우리가 남제의 무공이 개화開花할 날을 덩달아 기다리는 것도 과한 일은 아닐 터요.”
 “그래. 냄새나는 고시촌高試村을 벗어날 가망이나 있는 놈은 남제 하나 뿐이잖아.”

 무림맹武林盟과 구파일방九派一幇이 그 규율을 지키고 오대세가가 지금처럼 천하를 호령하기 전까지 강호의 인물이 관아에 등용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으나 돈이 궁하니 어쩔 노릇인가. 서독이 속한 문사철교에서는 특히나 고시촌에 모여앉아 고시공을 쌓는 이들을 얕잡고 천시했었으나 교세가 위축되고 살 길 없어 지낼 집을 구하지 못해 고시촌에 흘러들자 그 인식이 차츰 변하다 못해 역전되어 공무원功務員만 보면 설설 기는 형국이더라.

 천하사절도 빈궁하기가 한나라 1할 안에 들 정도니 자연스레 이 고시촌에 모여들어 자리를 잡은지 오래였다. 하기야 술값도 싸고 밥값도 싸니 이들이 여기 아닌 어느 나라 어느 곳에 발붙일 수 있으랴. 관악산 절벽 한 곳에 면벽수련面壁修練을 위해 동굴을 수없이 파놓은 곳이 있어 이름하야 고시원高試院이었으니 그 쪽방이 그네들의 둥지요 거처였다.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져도 영웅은 살아남았으나 강호의 돈이 떨어지면 백수는 살아남지 못하네. 이제 우리 믿을 길은 남제가 출세하는 것밖에 없으니 무공수련에 정진해주게.”
 “그대들은 고시공 7급이 무슨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라도 되는 줄 아나보구려. 내 익히는 7급으로야 실은 고시라고 부를 수도 없을뿐더러 고시공 5급을 달성한 이더라도 한 일가를 꾸리기 힘든 시절이오. 부디 본녀를 믿지 말고 그대들 갈 길 가시오.”

 남제는 이미 몇 번이나 낙방의 고배를 마신지라 자신의 공력 증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렸다. 언젠가는 대성하리라는 친지의 위로가 어찌 위안이 될까? 다음이라고 완공을 할 자신이 있겠는가? 동사는 남제의 끓는 마음은 알지도 못하는지 농을 던지기를 멈추지 않더라.

 “그러고보니 우리 모인 이 객잔 화산도 화산파華山派 장문인이 고시공을 익히다 좌절했던 시절이 있었는지라 고시촌의 후학들을 위해 싼값에 술을 팔겠다고 지었다더군. 이 양반도 낙방한 수가 고작 남제에 비할 바가 아니라, 그가 창안한 이십사수매화검二十四修梅花劍은 고시공 상승에 스물네 번째 떨어졌음을 안 날 충격을 받아 매화를 지리고 만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하더이다.”

 “그렇다면 화산파의 절초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은 구린내가 만 리에 닿도록 퍼져나갔다는 거구만? 남제도 똥내 뿌리지 않게 이십사수 전에 붙어야겠어.”

 실성한 듯 웃어대는 동사와 북개의 머리통을 칠공분혈七孔噴血할 때까지 판관필判官筆로 두들기고 싶지만 어쩌랴. 모두 무공연마에 집중하지 못하고 혁기놀음에 도끼자루 썩히고 인생 썩힌 남제 본인 탓이니. 그저 씩씩대는 것 외에 도리가 없어라.

 남제는 워낙 장기나 바둑 따위 놀음에 환장했고 오늘도 화산논검이 끝나면 천하사절과 함께 수타狩駝 한판이나 할 심산이었다. 본인의 무공수련에 가장 해가 되는 것은 폭풍설사暴風雪寺에서 만든 놀음인 수타나 와우窩宇 삼매경임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수타기사碁師들의 기보棋譜 찾기를 게을리 않던 남제라. 금해도 고시공의 경지를 이루기는 공쳤음에 인생투료人生投了 일보직전이 되겠다.

 “흥. 비록 등용문에 오르는 일을 자처해서 마다하는 인물들이시더라도 본녀를 비웃을 처지는 못 되지 않소? 동사나 북개, 방 밑에 악불惡弗 달고 다니는 버릇부터 관두시구려.”

 북개가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데 고시공 연마자 똥은 어련하겠느냐며 농을 이어나가자 남제는 그만 참지 못해 비꼬고 말았다. 미상불 동사나 북개는 관아에서 방만 붙였다하면 그 방이 붙은 벽을 찾아가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문장을 써놓고 다른 선비들과 백가쟁명百家爭鳴하기를 그치지 않으니 본인들이 이는 리불理佛 중에서도 선불善佛이지 악불은 아니라고 우겨도 곧이듣는 이 있으랴.

 “남제가 잘 모르나보오. 이렇게 리불을 남김의 옳은 점은 문장을 즐김을 세도가들 것이 아니라 민중의 것으로 넓히는 일이 하나요, 범부에서 문장가에 이르도록 누구나 심중에 담아둔 말을 할 자리를 마련함이 둘이외다. 무엇보다 뜻을 나눌 일이 없는 이들끼리 만나게 도와 그 셋이니 어찌 당대 사람으로 리불을 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나?”
 “동사는 서독을 닮아가오. 그래, 동사야 그렇다하여도 북개는 왜 그러오? 그대 사제들이 희망승합차希望乘合車를 준비하여도 돕지 않고 저잣거리에 리불만 남기고 앉았으니.”

 동사서독남제의 연원 모두 짚었으니 이제는 북개의 차례렸다? 북개만은 원 별호가 북개였는데 그 뜻은 바로 북한산 개새끼를 줄여 부름이라. 이 치는 반자복공反資復共을 주창하는 결사에 소속된 인물로 운동권의 고수로 널리 알려졌다. 운동권은 비결을 통한 수련만큼이나 실전을 통한 무공 연마를 중시하는데 북개도 한때는 곳곳의 항전에 사수대死守隊로 참가하여 그 명망을 드높인바 있었으니. 그러나 이제는 지쳤는가 사제되는 신진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가타부타 잔소리만 해댔다.

 “희망승합차는 도리어 내가 갔다 왔소이다. 바닷바람 좀 쐬었네 그려.”
 “동사가 다녀 온 거야 본녀 모를 리 있겠소. 화우낭자花雨娘子께서 진숙 대협大俠을 찾아뵌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거늘. 의천검倚天劍 가는데 도룡도屠龍刀 가지 않을 수 없고 화우낭자 가는 곳에 동사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진숙 대협을 일컫자면 희대의 위인이오 지사인데 근자 한진韓進 지방의 이재용이라는 세도가가 민중들을 수탈하고 버림이 도가 지나치자 영도에서 농성을 열 달 가까이 이끌어 좌중을 감탄케 하였다. 희망승합차라는 것도 대협을 응원하고자하는 무리가 영도를 방문하는 기획이었으니. 특히 저번 원정 직전 미모와 사려 깊음이 천하에 익히 알려진 화우낭자가 진숙 대협을 찾아 지지의 뜻을 밝힌지 얼마 되지 않아 이재용이 무릎을 꿇어 화자가 되었더라. 동사는 예부터 하루 멀다고 화우낭자의 미모를 칭송해왔으니 화우낭자를 쫓아 영도까지 왕래하리라는 것은 빤한 일이었으랴.

 “북개. 사제 되는 분들은 발랄하고 즐거이 투쟁하시건만 언제까지 그리 중뿔난 늙은이마냥 구시렁거릴 것이오? 그대 옛 모습이 사려져가니 내 안타까우오.”

 북개는 남제의 진지한 추궁에 숱 적은 머리만 긁을 뿐이었으니. 화병花餠 던지던 북한산 개새끼의 모습은 간 데 없더라. 그도 그럴 것이 북개는 내공 증진에 힘 쌓기를 관두고 운동권 계파 간의 정파 싸움에 정치 노릇만을 하고 앉았으니 산적들 녹림 무리와 다를 바 없었다. 북개도 변명 두엇은 갖고 있어 그가 몸담은 결사가 서로 싸우기 바빠 찢어지고 빠져나가고 돌아가는 꼴이 말 같지 않으니 무슨 할 맛이나 나겠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반자복공의 기치를 북개 자신이 내심 가당찮고 허황된 소리라 여기게 되었으니 어쩌겠는가. 활가活家도 되지 못해 다만 사제들에게 거드름이나 피우다 용돈이나 꽂아주는 것이 이제껏 행세한 자존심을 구기지 않는 길이라.

 “걱정할 거 없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반자복공은 하늘의 도리요 이치이니 이리 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나 하나 밍기적 거린다고 해방세상도 도래하지 않을 수가 없을걸.”
 “해갈대사解曷大師께서 사종말史終末을 말씀하시면서 력사쌍반복歷史雙反復이라셨으니 이로 서역의 정반합正反合은 중원의 태극음양太極陰陽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어 짜장 시키고 짬뽕 먹었다 짬짜면으로 종국적인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탕돈짜밥의 탄생 역시 이 이치에 따름이로다.”

 북개의 속내 숨은 허세에 서독은 다시 실성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으니 아니나 다를까 앞에 놓인 광주리의 떡을 모두 먹어치운 참인지라. 기경혈맥이 다 막힌 차에 떡으로 목마저 막혔는지 서독의 눈에는 촉촉이 물기가 일고 초점이 사라져 알 수 없는 말마저 섞이기 시작했다. 다른 천하사절은 서독이 하는 말의 십분지일도 이해할 수 없었으나 해갈대사가 들었다가는 무덤에서 뛰쳐나와 뺨을 갈길 소리라는 것만은 알았다.

 “이 새끼 또 도졌다. 우리 돼지 먹기도 빨리 먹지.”

 서독의 염불 외는 소리에 천하사절은 완전히 질리고 말았으니 동사는 그 소리 들리지 않으라고 거문고 줄을 세게 튕기며 되는 대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사는 초신성대전 나가면 빌어는 먹겠으나 내공이 없네. 서독은 교수 되면 앞가림은 하려나 정신이 없고. 남제는 고시 붙어 출세를 하고프나 운이 없었지. 북개 당대표 되면 명망은 떨치나 당이 없구나. 천하사절이라 하니 과연 그대로 사절하지 않는 곳이 없어. 남은 길은 저 떡 파는 영감 따라 거지 무리 개방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라.”

 이에 천하사절 중 눈시울 붉히지 않는 이 없으니. 되먹지도 않은 화음을 만들며 노래를 되풀이 해 부르자 졸던 점소이는 민방위 훈련이라도 시작했나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몇 있지 않던 손님들은 혀를 차며 객잔을 나섰다. 멀찍이 앉아 남은 안주나 해치우던 거지 영감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먹던 입을 다물지 못했음에.

 “젊으신 양반님네들. 제 말 좀 들어보시지요.”

 거지 영감은 천하사절의 고성방가高聲放歌에 진력이 나 그들 앉은 탁자 옆으로 와 말을 붙였다. 냄새나는 노친네 무슨 일인가 궁금해 고개를 드는 순간 그들의 대갈통에 빡! 크나큰 충격이 전달되어 두개골이 박살나는 듯 해, 동사는 아파서 바닥을 뒹굴었고 서독은 씹던 떡을 뱉었다. 남제는 머리를 부여잡았으며 북개는 비명만 질러댔으니, 거지는 한심하다는 투로 말을 잇는다.

 “노부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쇼. 귀인들이 미천한 거지 무리인 개방丐幇에 들어오고싶으시다기에 제 허접한 젓가락질 당두봉갈當頭捧喝 일초로 잠시 시험을 했지 뭡니까.”

 과연 천하사절의 대갈통을 갈겨댄 무기는 타구봉打狗棒은커녕 죽장竹杖도 아닌 고춧가루 두엇 묻은 젓가락이더라.

 “이 거지자리 하나 꿰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지요. 노부만 하더라도 몇 년 전까지 쌍용팽가雙龍彭家의 일원으로 오룡단문도五龍斷門刀를 익혔으나 작은 시시비비에 분을 참지 못해 지주와 작게 다투고마니 쌍용팽가라는 거창한 이름도 도움이 안 됩디다. 그날로 거리로 나왔지만 오룡단문도의 고수라는 것도 다 옛일이요 늙은 몸뚱아리를 개방이라고 반기겠습니까. 향급鄕級 단두團頭의 집 대문 밖에서 삼일을 빌고 삼일을 울고 삼일을 쓰러져 있자 겨우 이렇게 떡 장사 일 하나 맡게 되었습니다.”

 천하사절은 뻘쭘히 노인을 바라볼 뿐. 거지도 머쓱한 듯 헛기침을 몇 번 하고야 한탄을 이어나갔다.

 “개방 이름 걸고 하루 종일 떡을 팔아 한 달에 수익의 오할 넘게를 바치니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것이 이렇게 고단한 일입지요. 더욱이 이 떡 장사 짓도 실적에 따라 평균에 크게 떨어지면 두들겨 맞고 쫓겨나기 일수에 위로 올라가기도 쉬운 노릇이 아니라 노부도 떡 천 개를 팔아치운 날에야 겨우 방주님께 타구봉법打狗棒法 중 당두봉갈 일초 배우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말입니다. 양반님네들 개방을 생각해주시는 마음 애틋하나 네 분이서 노구의 젓가락질 하나 못 견디시니 오의파汚衣派 맨 밑자리도 힘들 것 같습니다.”

 거지가 이리도 정중히 꾸짖고 객잔 문을 나서자, 화산 안에 남은 천하사절은 입을 다물 수 없고 슬픔을 할 수 없더라. 거지조차 되기 힘든 세상이 어디 그네들 업보 때문이랴. 한숨 쉬고 또 쉬니 어느새 천숨이 되고 만숨이 되었다. 모두들 거지울상이니 동사는 억지로나마 농을 던지더라.

 “저 거지가 아무래도 오늘 화산논검의 승자인 듯 하이. 그러니 걸객 분을 우리 천하사절 안에 들여 이름을 천하오절天下五絶이라 고치고 신통한 저분 별호는 중신통中神通이라 지어드리세. 이로써 금회의 화산논검 폐회를 알리니 다들 이론異論은 없으렷다?”



덧//
내용상 독수리 조가 아닌 새 조를 썼습니다 :)
2012년, 잘부탁드립니다 m(_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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