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빌딩 마리아주

2011.07.08 00:4907.08

-빌딩 마리아주


띵.

「백, 오십층입니다.」

버그는 창문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급하게 방향을 꺾는 순간 상체가 휘청여 넘어질 뻔 했다가, 다시 몸을 바로 세우고 왼쪽으로 달렸다. 바깥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전면유리로 햇살이 마치 제 위치가 그 곳이라는 듯 건물 안으로 스미다, 버그의 숨 가쁜 달리기가 벽으로 이어지며 사그라졌다. 버그가 지나온 전면 유리에는 ‘Fragile'이라는 붉고 노란 쪽지가 연이어 붙어 있었다. 버그는 목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멈춰 섰지만, 제대로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급하게 버그에게 따라 붙었다. 이 복도를 따라 뛰어보려 하지만 또 다른 전면유리로 막힌 통로가 다시 버그를 막아섰다. 복도로는 도망갈 길이 완전히 막혔다. 자신이 햇살이라면 뚫고 나갈 수도 있었겠으나,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게 되었다.
“잡아라! 잡아!”
이제 발걸음과 함께 지척까지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할 틈도 없이 버그는 아무 문이나 열어젖히고 어느 방 안으로 들어섰다. 쾅 소리가 유난히 크게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어느 방이야?”
사람들 소리가 요란하게 다른 방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버그는 이를 악 다물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가쁘게 몰아치던 숨이 제자리를 찾고 나니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텅 비어버린 방 안에는 이 높은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 몇 개가 어색하게 방 가운데를 가로 질러 서 있었다. 바깥과 맞닿은 쪽은 복도와 같이 통짜 유리로 둘러쳐 놓아 바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하늘과 하늘. 구름과 하늘. 너무 높아서 풍경이라 할 것도 없다. 비행기를 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바깥 모습이다. 이래서는 여기가 어디인지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다. 모두 똑같으니까. 버그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150F - 3ROOM. 아무것도 없는 빈 방. 빈 방으로 소리가 밀려 들어왔다.
“여기다! 여기가 잠겨 있어!”
사람들 고함소리. 쿵쾅거리는 발자국소리. 문을 거칠게 밀어 젖히는 소리. 버그는 슬며시 웃으며 유리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Fragile. フラジャイル. 나약함.
“번역이 잘못 됐잖아.”
“꼼짝 마라!”
버그는 순순히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전통적인 항복 표시. 어느새 사람들이 빈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열 명. 완전히 얼굴이 가려지는 신형 전투모와 갑갑해 보이는 전투복을 착용한 군인들이다. 군화 끈은 단단히 매어져 마치 원래부터 그들 발이 그렇게 생겼던 것처럼 굳건히 바닥을 딛고 서 있다. 버그는 두 손을 위로 올린채로 자기를 뛰게 해주었던 맨발을 내려다보았다. 부르텄고, 찢어진 발가락. 너무 짧게 깎아 욱신거리는 발톱. 맨발인 채로 너무 뛰어 꾀죄죄해진 발이다.
“마리아주 법에 의거, 버그인 너를 체포한다. 너는 지시자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 반론을 펼칠 기회는 법에서 지정한 국선 변호사를 통해서만 주어진다. 더 이상 도주를 감행할 시 경고 없이 사살할 수 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려라.”
“나약함”
조그맣게 중얼거린 버그가 저도 모르게 침을 목으로 삼켰다. 목이 따갑다. 그들을 계속 바라본 상태에서 버그는 한 발자국 뒤로 발을 내딛었다.
“움직이지 마!”
움찔 놀란 버그가 좀 더 뒷걸음질 쳤다.
군인들이 발자국에 맞춰 포위망을 좁혀왔다. 모두 똑같이 생겨 누구 입에서 나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나약함”
원래는 빈 방이 아니었어야 하는데. 나약함이 모든 것을 망쳤다. 버그는 중얼거렸다.
“그대로 엎드려 새끼야!”
버그 등 뒤로 갑작스럽게 유리의 서늘함이 밀려온다. 슬쩍 뒤를 돌아다보니 하늘이 파랗게 펼쳐져있다. 너무나도 파란 하늘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버그는 크게 몸을 움츠린 뒤 그대로 발을 거꾸로 내딛어 뒤로 강하게 뛰어 올랐다. 유리창이 깨진다. 쨍그랑.
“쏴!”
여전히 누구 입에서 나온 지 모를 명령과 시끄러운 총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유리가 산산이 조각나 하늘로 흩뿌려지고, 붉은 피도 튀었다. 고개를 젖힌 버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사이로 유리가 반짝였다. 버그는 손을 뻗어 유리조각을 잡아보았다. 반짝이는 유리가루 대신 붉은 피가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 하늘에 멈춘 듯 보였던 버그는 마치 누군가에 잡아 당겨지듯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버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간신히 올라왔는데, 또 다시 떨어지는구나. 어쩌면 올라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저 위로. 버그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땅이 거칠게 다가왔다. 검고 어두운 땅이.

띵.

「지하 2층입니다.」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이 마치 무언가에 밀려나듯 엘리베이터에서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에 밀린 82번은 머뭇거리면서 지하에 발을 디뎠다. 82번과 밀려나온 사람들 얼굴은 하나 같이 똑같았다. 무기력함. 사람들은 어디론가 걷고 있었다. 82번도 어디론가 걸었다. 목적지라면, 사람들 발걸음이 향하는 곳. 주변을 두리번대며 살폈지만 어두운 콘크리트 벽 드문드문 켜진 낡은 백열전구 빛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어!”
82번은 크게 외쳤다. ‘있어’라는 목소리가 콘크리트를 이리저리 울려댔다. 꽤 큰 목소리였지만 사람들은 누구도 그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디 있어!!”
한숨을 크게 내쉰 82번은 소리가 탈출하는 곳을 따라 걸었다. 어쩐지 등줄기가 화끈거렸지만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 길고 무미건조한 통로가 끝날 때까지 82번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통로를 빠져 나오자 넓은 공터가 펼쳐졌다. 공터에는 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의자들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더러는 그냥 공터 바닥에 더러는 의자에 앉아 어딘가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82번은 사람들을 지나쳐 그들이 바라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높게 솟구쳐 가운데가 비어 있는 원형 기둥. 겉은 하얀 페인트로 칠해져 있지만 안쪽은 콘크리트 회색 그대로였다. 텅 빈 안 쪽은 여기 저기 철골까지 보여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그 때 눈부신 빛이 82번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원형 기둥 안쪽에서 빛 덩어리가 쏟아져 내려왔다. 놀라 뒷걸음질 친 82번은 그대로 그 자리에 넘어져버렸다. 옆을 보니 사람들은 모두 빛의 기둥을 향해 엎드려 절하고 있었다. 빛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얼굴이 하얀, 옷도 눈부시기까지 한 흰색을 입은 노신사가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사람들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노신사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신사가 말하고 있는 입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하늘에서.”
노신사는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82번도 덩달아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늘대신 콘크리트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82번은 알 수 없었다.
“새로운 율법이 내려왔습니다.”
낮은 목소리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준다. 노신사 목소리도 그랬다. 사람들은 율법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동요가 사람들 사이에 번져갔다.
“82번 사자가 우리를 탈출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율법에 따라 그에게 신성한 의식을 거행합니다.”
사람들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82번을 바라보았다. 모든 사람이 이유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자 82번은 당황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곳은.”
노신사의 말이 다시 한 번 넓은 공터를 울리자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꺾어 노신사를 바라보았다. 82번은 답답함을 느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입니까.”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름다움. ㅇㅏㄹㅡㅁㄷㅏㅇㅜㅁ. 말을 계속 외치자 철자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계속 외쳐댈수록 말은 의미를 잃어갔다. 아름다움이 뭐지? 어째서 아름다움이지. 이상하다. 이상하다. 82번은 혼란을 느꼈다. 아름다움과 그 개념이 갑자기 82번 머리에서 모호하게 떠올랐다. 모든 게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름다움을 외쳐대는데 더 이상 아름다움의 의미가 꺼내지지 않았다. 마치 굳게 잠긴 것처럼.
“82번이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이번에는 82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팔십이.ㅍㅏㄹㅅㅣㅂㅇㅣ. 또 다시 글자가 무너져 내렸다. 82번은 다급해져서 팔십이를 외치는 옆 사람을 발로 걷어찼다.
“멈춰야해.”
그는 노신사를 향해 달려가서 주먹을 휘둘렀다. 의외로 노신사는 맥없이 쓰러졌고,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잦아들었다. 꽉 쥔 82번의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도대체 뭘 원하는 겁니까!”
“영웅. 구원. 의식.”
사람들은 82번에게 외쳐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모든 단어는 점점 의미를 잃어갔다. 82번에게 얻어맞은 노신사가 벌떡 일어나서 82번에게 말했다.
“우리는 오늘 구원 받을 겁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구원이라는 단어는 이미 힘을 잃었다. 환희에 가득 찼던 노신사의 표정이 어둡게 물들었다. 사람들은 다른 숫자를 외치고 있었다. 82번 생각에, 그것은 이 노신사에게 주어진 번호인 것 같았다. 노신사 얼굴에서 그토록 확신에 차 빛나던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노신사의 표정이 사람들과 같이 바뀌어갔다. 82번은 비어 있는 기둥으로 달려갔다.
“뭐 하는 겁니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노신사가 82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의식에 동참하면 안 되네. 이 의식에는...”
다시 밝은 빛이 노신사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졌던 찰나를 스쳐 지나가고, 노신사는 완전히 잿빛이 된 얼굴로 다시금 환해지는 콘크리트 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엎드려 다른 사람과 같이 멍한 얼굴로 내려오는 빛을 향해 절하기 시작했다. 빛 끝자락에는 또 다시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사람들. 여러 사람이 기둥 앞에 섰다. 빛이 사라지고 한 남자가 다시 82번을 향해 다가왔다.
“높은 곳에서 또 다른 사람이 왔군요. 이번엔 높은 층 사람이군요.”
남자는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은 채로 입 꼬리만 올려 놀라움을 표시했다. 얼굴 위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어둠에 갇힌 소감이 어떤지 궁금한데요.”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모르겠는데.”
82번은 남자가 쏘아대는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예상과는 다른 태도였는지 남자의 입 꼬리가 다시 축 쳐졌다.
“당신은 이 곳에 내려오지 않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사기를 당하신거죠. 우리는 이런 불의의 사고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보상은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만.”
“대체 뭘?”
뒤의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82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 눈에서는 엎드려 절하는 사람들과 달리 감정이 읽혔다. 호기심.
“이 지하층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애초부터 여기에 살던 사람들은 10층까지 구경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죠. 그러나 당신은 그런 권한이 없어요. 당신은 더 위 층 사람이니까요. 아마도 신분을 노린 조작일 가능성 있지만.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제 당신은 이 곳의 생활에 적응하셔야 합니다.”
가만히 82번을 바라보던 뒤 쪽 한 여자가 갑자기 82번에게 다가왔다. 매우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였지만 그녀 표정 역시 비어 있었다.
“위층에 결원이 생김에 따라 당신들 중 하나는 이 빛을 따라 하늘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순간 사람들 표정에 환희가 스쳐 지나갔다. 82번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함성이 공터를 삽시간에 삼켜 들어갔다. 기둥 속 빛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더욱 더 밝게 빛났다.
“우리는 이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대가는 받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들이 말하는 율법이죠.”
“그리고 당신이 한 계약이 이들을 이리로 내몰았습니다. 또 그들에게 희망도 줬죠.”
사람들은 어둠을 이기는 법에 대해 외치기 시작했다. 희망. 희망. 희망. 이 글자 역시 곧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그들 머리에서 희망이 지워져갔다. 사람들이 거대한 기둥을 꽉 메운 빛을 향해 뛰어드는 순간, 82번 눈앞에 사람들이 분자단위로 변환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사람의 이름을 외치고, 단어에 빠져버린 사람은 빛을 향해 하루살이처럼 뛰어들었다.
“그 자리는 내 자리였어!”
“이제는 아닙니다. 간절한 염원이 자리를 바꾸었습니다.”
“심지어 당신의 의미마저도.”
82번의 외침에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위험하다. 82번 머릿속이 경고했다. 시끄러운 자명종이 그의 머리를 흔들었다. 자신이 이 곳에 내려오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내려 애썼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82번은 비틀거리며 사람들을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 빛은 대체 뭐야...”
넓은 공터를 지나쳐 다시 어두운 통로를 향해 뛰었다. 공터를 비추던 환한 빛이 삽시간에 사라지자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82번은 계속 달렸다. 낡은 기계 소리가 비명을 질러대며 점점 크게 다가왔다. 그제야 그의 눈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건조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82번이 흐리멍덩한 사람들을 밀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들은 비명도 지르지 않고 콘크리트 통로 이리저리로 부딪혀 쓰러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이 하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거꾸로 흐름을 거슬러 달려오고 있었다.
“제발...”
82번은 닫힘 버튼을 계속해서 눌렀다. 탁.탁.탁.탁. 아무리 눌러도 엘리베이터 문은 더 빨리 닫히지 않았다. 82번의 손이 점점 빨라졌다. 하얀 사람들도 점점 다가왔다.
「문이 닫힙니다.」
“알고 있잖아. 저 빛이 무엇인지.”
“많은 의미가 있지만 저 위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그들의 말이 끝나기 직전에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쾅.
문을 닫는 충격으로 지직거리던 엘리베이터 백열전구가 맥없이 꺼졌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는 어둠에 휩싸였다. 문 저편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얇은 철판을 사이에 두고 그들 목소리가 웅얼거리며 엘리베이터를 메웠다.
“우리는 밝은 세상으로 올라 갈 수 있습니다.”
“밝은 세상.”
올라가자. 82번은 약하게 빛을 내고 있는 버튼들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면 되는 걸까. 아마 되도록이면 환한 곳으로. 엘리베이터는 요동치며 위를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82번은 자신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어디까지 올라갈까. 나는 무슨 버튼을 누른 것일까.

딩동.

「301층입니다.」

L은 물끄러미 엘리베이터 버튼을 바라보았다. 올라가는 버튼이 없다. 여기에서는 내려갈 수만 있다.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엘리베이터는 누군가의 요청에 따라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현재 엘리베이터 층을 표시하는 계기판은 망가져 어디로 내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입에 바람을 넣어 크게 부풀려 한껏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툭툭 건드려 뒤를 보니 머리를 곱게 땋고 넓은 치맛자락에 자수가 인상적인 한복을 입은 여자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다. L은 자신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갔다.
“여기서 뭐해?”
“응? 아니야. 아무것도. 가자.”
L은 여자 손을 잡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12지구로 향했다. 여자는 눈이 동그래져서 놀란 표정을 짓다가 그를 따라 12지구로 걸었다.
“한 푼 줍쇼.. 도와주세요.. 한 푼 줍쇼.”
그들이 올라온 301층에는 버그 사냥기간이 되면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여자를 잡고 한 노인이 늘어지자 남자가 천천히 여자를 붙잡고 있는 노인 손을 떼어버리고 지폐를 올려놓았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복 받으십시오!”
노인은 썩어버린 이빨을 그대로 드러내며 웃었다. 남자는 반 쯤 어색하게 웃으며 노인의 인사에 답했다. 노인이 사라진 자리에 순식간에 다른 거지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이제는 말도 없이 L과 여자에게 손을 뻗었다.
“뭐야 거기! 다 흩어져!”
곤란해 하는 L과 여자를 경비원들이 막아서 지켜주었다. 거지들은 안간힘을 쓰며 손을 벌리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각자 구석으로 사라졌다. L은 한숨을 쉬고 다시 여자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너무 도와주지 말라니까.”
“오늘은 뭐.. 그냥 도와주고 싶더라구.”  
L은 꽉 쥔 여자 손을 다시 고쳐 잡았다. 여자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L의 손을 타고 흘렀다.
“행복하다.”
우주 정거장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중후한 목소리의 남자 성우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여러분의 행복을 위하여. 일 년에 한 번 버그 사냥. 평생 행복을 위한 약속입니다.
여러분의 행복을 위하여.
여러분의 ㅎㅐㅇㅂㅗㄱ...」
연달아 반복되던 남자 목소리는 모니터가 꺼지면서 더 이상 울려 퍼지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모니터가 켜지고 이번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탤런트 마리입니다. 마리아주 캠페인으로 당신의 미래를 설계하세요. 아리온 우주정거장에서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캠페인 쪽지에 적어 행복로봇들에게 전해주시면 한 달에 한 번 추첨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 드립니다.」
그녀의 에코가 잔뜩 섞인 음성과 함께 탤런트 마리는 웃으면서 넓은 들판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몰려 나와 여자와 즐겁게 웃으며 춤을 췄다. 딴딴딴 마리아주 마리아주 우리의 미래 당신의 미래는- ㅁㅣㄹㅐ-
“뭐해? 저기 사람들 많이 모여 있네. 어서 가보자.”
여자가 L 앞에서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자 L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여자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여자는 샐쭉하게 L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마리가 그렇게 예뻐?”
“아냐, 그런 거.”
“노래까지 흥얼거리던데? 딴딴딴 마리아주~”
L은 고개를 저으며 소리를 내지 않고 입으로만 여자에게 말했다. 아니야. 여자는 그런 L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발걸음 소리가 또각또각 L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같이 가자!”
사람들은 거대한 기둥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빙 둘러 기둥에 내뿜는 빛을 구경하고 있었다. 빛은 기둥 가운데 빈 공간에서 이리저리 휘몰아치며 우주 정거장 엔진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몇 가닥 빛은 엔진으로 향하지 않고 삐져나와 사람들 사이사이로 향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함박 웃으며 빛이 근처에 오면 손을 내밀어 빛을 잡으려 했다.
“저 빛을 잡으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대.”
여자도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빛을 잡으려 방방 뛰며 손을 뻗어보았지만 빛은 그 때마다 여자 손을 빠져 다른 사람에게 향했다.
“미신이잖아.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빛을 잡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잡는 게 어려우니까 원하는 게 이루어진다는 거지.”
샐쭉이 입을 내민 여자는 난간에 거꾸로 기대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여자와 여자 뒤를 수놓는 빛무리를 바라보았다. 관광책자에 따르면 이 빛은 아래 지구에 남아 있는 지열을 빛 형태로 환원한 뒤 거꾸로 쏘아 올려 정거장 엔진동력으로 이용하는 특수한 형태의 에너지원이라고 했다. 열로 존재하던 에너지가 빛으로, 빛이 다시 기계 동력으로 전환되는 이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L은 알 수가 없었지만, 역시 책자 설명에 의하면 이때 에너지 손실률을 0.0000001%까지 낮춘 획기적인 시스템을 적용했다고도 적혀 있었다. 책자에 적힌 숫자가 소수점 아래로 너무 많이 내려갔다는 생각이 들어 L은 더욱 더 책자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버그 사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게.”
“우리 이번 버그 사냥이 끝나면 P층에 입주 하는 거야?”
“그렇지. 계약도 다 끝났고.”
L은 주변을 지나가는 상인에게 커피를 사서 그녀 곁에 섰다. 여전히 빛은 밝다. 거대한 엔진 굉음은 빛에 가려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럼 우리 성공한 거네?”
“가장 큰 계약을 성사시켰잖아. 너와 결혼하는 거.”
여자를 보며 L이 커피가 든 잔을 몇 번 흔들어 대니 여자도 웃으면서 같이 커피 잔을 흔들었다. 그 때 빛무리가 여자 주변을 맴돌며 떠나가지 않는 것을 본 L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빛을 움켜쥐었다. 몇 번 바르르 떨던 빛무리는 그대로 작게 사그라지어 L의 손에서 가만히 머물렀다. 여자가 놀란 눈으로 L을 바라보았다.
“잡았어? 우와. 이제 소원 빌어. 빨리, 빨리!”
“소원? 음...”
빛무리를 손에 잡은 채로 L은 눈을 꼭 감고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했다. L의 미간이 깊게 패이자 여자는 손가락을 들어 미간을 어루만졌다.
“무슨 소원 빌었어?”
“응? 어... 아름다운 곳. 아름다운 곳에 데려가 달라구.”
“P층?”
L은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싱그레 웃었다. 총 300층으로 지어진 마리아주. 1800개의 방. 대부분 미분양 된 이 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최 상위 20층을 사람들은 P층이라고 불렀다. 엘리베이터는 P층에는 서지 않고 바로 301층 우주 정거장에서 섰다. 이 곳에 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몇 몇이 P층에 산다고 했다. L과 여자는 둘 다 P층 출신으로 만나서 버그 사냥이 벌어지는 일주일만 우주 정거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둘은 몇 년 전 버그 사냥 때 이 우주정거장 2지구에서 만났다. 그 때 이후로 참 무난하고 평탄한 시간이 흐르고, 수순처럼 사랑하고 결혼을 약속했다. 이번 버그 사냥 때 2지구가 아닌 12지구에 올라온 것은 바로 이 빛무리 때문이었다. 이걸 잡으면, 영원히 행복해진다고 하기에. 설마 했지만 정말 잡게 될 줄은 몰랐어. L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빛 무리는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둥대고 있었다.
“앗 뜨거! 아저씨!!”
여자는 치맛자락을 따라 흘러 떨어지는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커피인데, 커피는 치맛자락을 녹이고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여자는 놀란 눈으로 자신에게 커피를 쏟은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L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더러운 P층 놈들!”
꾀죄죄한 몰골을 한 거지 하나가 다시 여자를 향해 물 컵을 던졌다. 물이 아니다. L은 본능적으로 여자를 감싸 안았다. 등에 짜릿한 고통이 느껴지고, 여자를 꽉 안았던 손에 힘이 빠져나갔다. 쥐고 있던 빛 무리가 다시 남자 손에서 나와 엔진을 향해 날아갔다. 남자는 그대로 여자를 밀어내고 비틀거리며 난간에 부딪혔다. 또 다시 어딘가에서 나타난 경비병들이 거지를 두들겨댔다. 돼지비명과 닮은 거지의 멱따는 소리가 사람들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L은 흐릿한 시선으로 거지를 바라보았다.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 버그들은 P층에 오지 못하는데. 12지구가 아니라 2지구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어야 하는데. 후우. 숨소리가 몸 안에서 유난히 낯설게 들린다.
더러운 건 너희들인데. 그는 경비원들의 다급한 손짓과 여자의 울부짖음을 들었다. 들것에 실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L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 얼굴은 이미 울음 범벅이 되어 있었다.
“소원 빌었어. 잘 될 거야.”
소원과 소망. 빛무리를 잡으면 이루어지는 ㅎㅐㅇㅂㅗㄱ. 미신이지만, 가끔은 이런 것에 기대고 싶어질 때도 있구나. 그런데, 뭘 이뤄야 하는 거지? 크게 휘청거린 L은 그대로 난간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환한 빛이 삽시간에 L을 집어 삼켰다.

띵.

「백, 오십층입니다.」

“150층은 여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층입니다. 아주 잘 선택하신 겁니다.”
말끔한 수트 차림의 남자가 보이는 것은 온통 하늘뿐인 창을 가리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승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방 밖으로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낮은 층으로 할 걸 그랬네요.”
“아. 아시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버그 위기.”
남자는 하하 웃으며 승한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움찔한 승한이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었다가 손을 싹싹 비비며 승한의 비위를 맞췄다.
“이 150층은 사실 이번에 버그사냥 때 제외되는 공간이거든요. 요새 워낙 설쳐서 P층 분들은 이쪽에 잘 안 내려오시려고 하시지만 역시 필요할 때는 이 넓은 공간 뒀다 뭐하겠습니까? 일반층이 제격입니다.”
승한에게 브로셔를 건네는 남자는 허리를 90도로 굽힌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로 승한을 안내했다. 승한은 대충 브로셔를 빠르게 넘겨 읽었다.
“좋군요. 버그 사냥 기간인데도 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네요. 마음에 듭니다.”
“요새는 뭐 워낙 그 버그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여기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입니다. 평민들은 얼씬도 못하죠.”
남자가 악수를 청하자 승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실제로 버그 사냥 기간에는 마리아주 빌딩 모든 공간이 P층 이상을 제외하고는 차단되고 방역업체 직원들이 버그를 잡기 위해 중무장을 하고 돌아다녔다. 너무 미분양건이 많은 마리아주에서는 빈방으로 몰래 숨어들어와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벌레 같은 놈들.
“그럼 이벤트 준비, 확실하게 해주세요. 완전히 감동할 만큼 확실한 것으로.”
“물론입니다.”
남자는 다시금 정중하게 인사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승한은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자 다시 아까 보았던 방으로 들어갔다. 전망은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충분히 넓은 방. 이 방은 승한과 여자 사진과 꽃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 후면 승한은 아름다운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둘은 영원히 행복할 것이고, 적당하게 아이는 둘만. 남들 보기에 많이 부럽지도 않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그가 가진 소망이었다.
“잘 돼야 할 텐데.”
아무도 없는걸 알지만 승한은 연신 150층을 둘러보았다. 아직 단 한 건의 분양도 성사되지 않은 150층은 작년 버그사냥 때 무려 다섯 마리 버그가 잡혔다고 했다.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이렇게 소독된 방에는 당분간 어떤 버그도 들어오지 못한다. 수트를 입은 남자는 생각보다 괜찮은 계획을 승한에게 가지고 왔다. 넓은 150층을 통째로 빌리기. P층에서는 방 한 칸도 못 빌리는 돈으로 150층은 아예 이틀 내내 전 층을 빌리는 것이 가능했다.
“외진 곳이라고 싫어하면 안 될 텐데.”
약간의 떨림과 상기됨, 기대와 불안으로 어색하게 꿈틀대는 표정이 승한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발은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불안해서 150층 전체를 세 바퀴는 돈 것 같은 착각에 승한은 어지러워 쓰러질 뻔 했다. 그리고 그녀가 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음악이 흐르고, 아름다운 꽃이 있고, 사랑이 있는 시간. 심장이 터져나갈 듯 두근거림으로 세상은 요동치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얼굴에 피어나던 이승한이라는 젊은이가 있던 때.
아, 그때 정말 좋았었는데.

엘리베이터 안 모니터에서는 뉴스 앵커가 밝은 얼굴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지만, 뉴스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세계 최고층 빌딩 마리아주가 82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개장했습니다. 높이 10km, 지상 300층 지하 150층으로 총 450층으로 이루어진 이 아름다운 빌딩은 현재 모든 층 분양이 완료된 상태로 마리아주가 자랑하는 실내 조형물 빛 기둥은 연일 관람객들이 몰려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은...」


승한은 계속 떨어져 내렸다. 빛에 섞이면, 나도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승한은 옆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그의 곁을 스쳐 지나치는 빌딩 유리에 그녀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여기야. 여기. 그러나 그녀에게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녀 목소리인지 모니터로 계속 노래를 불렀던 마리의 목소리였는지, 뉴스 앵커 목소리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으나 승한의 귓가를 울리는 무미건조한 여자 목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립니다. ㅁㅜㄴㅇㅣㅇㅕㄹㄹㅣㅂㄴㅣㄷㅏ」


댓글 2
  • No Profile
    곽재식 11.07.12 16:18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도입부 "버그"의 심상과 사건이 박진감이 강하고 재미난데 비해서, 중반 이후에는 거의 전체 이야기에 드리우는 바가 없는 점, 신화적인 심상, 어휘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반과 구체적인 사건 중심의 후반이 서로 영향을 거의 갖고 있지 않는 점 등등은 좀 아쉽습니다. 어차피 도입부랑 후반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만큼, 흥미로운 장면, 소재가 눈을 끄는 순간들을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말고 좀 더 명확한 사건을 세워서 이야기를 엮어 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 No Profile
    조원우 11.07.20 12:49 댓글 수정 삭제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이 글은 그냥도 읽을 수 있고 거꾸로도 읽을 수 있게 의도했습니다. 너무 의도에 집착하지 않았나 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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