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나는 어떻게 아내에게 청혼했나 : 외계인 섹스 이야기


원제: How I Proposed to My Wife: An Alien Sex Story
원저: John Scalzi


- 3 -

클레어는 내가 상처를 꿰매는 치료를 받고 있던 응급실의 커튼을 열어젖혔다. "데이트 상대가 칼로 찔렀다고?" 그녀의 말이었다.

내 어깨를 치료 중이던 인턴이 살갗에 바늘을 찔러 넣는 아픔을 견디느라 난 얼굴이 찌푸려졌다. "사실 칼로 찌른다고 표현하려면 아마 그 순간 그 사람이 칼을 쥐고 있어야만 할 거야." 난 말했다. "이건 날아온 칼에 맞은 거고."

"데이트 상대가 자기한테 칼을 던졌다고?" 클레어는 고쳐서 물었다.

"우린 어떤 게임을 하고 있었어." 난 말했다.

"칼 들고 하는 게임?" 클레어도 지지 않았다.

"우린 *자드* 게임 중이었어." 난 말했다. "세푸안들이 하는 게임인데 서로에게 단검을 던져서 그 던지는 방식이나 상대방 갑각의 어디를 맞혔는가를 가지고 점수를 따는 스포츠야."

클레어는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였다. "혹시 말이야, 누군가가 자기한테 칼을 집어 던지기 전에 그런 거 생각나지 않았어? 자기한테는 누구처럼 단단한 갑각 따위는 없다는 거 말이야."

"제가 잠깐 자리 비켜 드릴까요?" 인턴은 나와 클레어를 향해 말했다. "솔직히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걸랑요?"

"안녕, 칼." 클레어는 말했다. "아냐, 괜찮아. 미안해. 이이 어깨는 좀 어때?"

"괜찮을 거예요." 칼이 말했다. "그냥 살가죽만 다친 거니까. 칼날이 동맥을 비껴 갔어요. 원하신다면 직접 치료하셔도 돼요."

"아니, 안 그러는 편이 낫겠어." 클레어가 말했다. "나도 모르게 저이 어깨를 한번 더 찔러버릴 것 같으니까."

"혹시 궁금할까 봐 말해두지만, 그 자드 게임은 내가 이겼어." 난 말했다. "탄은 상대방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실격을 당했지."

"우와, 그것 참 근사하네." 클레어가 말했다. "칼에 찔려서 병원에 와 있지만 최소한 이기기라도 했으니까."

"탄도 굉장히 미안해 했어." 난 말했다. "실은 내 생각이지만 녀석은 그런 게임을 하자고 내게 제안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스에게 혼날 생각에 더 아득한 모양이었지만 말이야."

"폭행죄로 고발은 할 거지, 최소한?" 클레어는 물었다.

"이러지 마, 클레어." 난 말했다. "그랬다간 농구하다가 부딪혀서 쓰러진 걸 가지고 누굴 고발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거야."

"농구공으로 사람을 찌르지는 않잖아." 클레어는 말했다. "자기 꼴 좀 보란 말야. 데이트를 한답시고 나갔다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돌아왔잖아."

"내가 그 치랑 잤더라면 아마 더 심했을 걸?" 나도 지지 않고 말했다.

"아, 이제 됐어요. 난 이제 나갈래요." 칼이 폭발했다.

"진정해, 칼" 클레어와 내가 동시에 말했다. 우리는 칼이 부지런히 내 어깨를 치료하며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안 들으려 애쓰는 동안 잠시 침묵했다.

"다음 번 이 병신 같은 데이튼지 뭔지는 언제야?" 결국 클레어가 말했다.

"내일이야." 난 말했다. "이번에는 클리 족(族)이 상대야."

"이번 상대한테도 심각한 신체 상의 상해를 입을 가능성은?" 클레어가 물었다.

"거의 없어." 난 말했다. "평화주의자들이거든."


***


"실은 우린 평화주의자는 아니에요." 내 지난 번 데이트와 클레어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클리 대사보(補) 파드 로넨이 내게 말했다. "그냥 우리 종족은 잘 흥분하질 않을 뿐이죠. 당신들 다른 지성 있는 종족들이 가진 폭력이며 전쟁, 열정 같은 것들 말이에요. 우린 그저 별로 그런 것들에 관심이 가질 않아요." 로넨은 그러면서 클리 대사관의 로비로부터 건물의 중심부로 날 데려갔다.

"왜 그럴까요?" 난 물었다.

"글쎄요... 아마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와도 좀 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일부분은요." 로넨은 말했다. "우린 성적으로 남들과 경쟁하는 종족이 아니에요. 우리는 배우자를 놓고 서로 싸우지도 않고 교미 의식을 하거나 하지도 않아요. 아, 오핸 말아요. 다른 종족들이 그러는 모습이라거나 그런 일들이 당신들의 심리와 뒤얽히는 걸 관찰하는 건 우리도 무척이나 흥미로워 하니까요. 클리타(역: Clitar, 클리들의 고향행성 이름)에서도 로미오와 쥴리엣 클리어(語) 공연은 벌써 20년 동안이나 연장 공연 중인 걸요. 그 뿐이 아니에요. 우린 지구 밖에서라면 인간산(産) 로맨틱 코미디물의 최대 소비자들이에요. 바로 그래서 당신이 쓰려는 이야기에 우리들이 모두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는 거구요." 로넨은 자신의 사무실로 날 안내했다.

"음, 교미 의식을 하지 않는다면 데이트는 어떻게 하지요?" 난 물었다.

"하지 않아요." 로넨은 대답하며 캐비닛으로 가더니 문을 열었다. "아무튼 당신들처럼은 안 해요. 우리가 하는 건 뭐랄까, 좀 더 집단적인 거지요. 그리고 참 공교로운 일이지만 말인데, 오늘 저녁이 바로 우리들이 매달 이곳 대사관에서 모임을 가지는 날이기도 하답니다. 당신은 운이 좋은 셈이지요. 아, 여기에 있어요." 로넨은 캐비닛으로부터 볼링공 크기쯤 되는 회갈색 구체를 가지고 나와 그 중 하나를 내게 넘겨줬다. "이게 하나씩 필요해요."

난 그걸 받아 들었다. 무게는 가벼웠고 좀 끈적거렸다. "이게 뭐죠?" 난 물었다.

"밀트볼(역: milt ball, milt란 우리말로 이리, 물고기 수컷의 뱃속에 있는 정액 덩어리를 말합니다. 주인공은 이게 뭔지 아직 깨닫질 못하고 있습니다.)이요." 로넨이 말했다. "제네바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가하느라 자리를 비운 젊은 외교관의 것이지요. 당신이 대신 참가했다는 걸 샤도 무척이나 기꺼워할 거예요. 자, 서두르지요. 늦으면 안되니까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문으로 나갔고 나도 따라 갔다.

몇 분 뒤 우린 스무 명 남짓 되는 다른 클리들과 함께 작은 동그란 방 안에 있었다. 방은 눈이 부실 듯 하얀 색이었고 온통 타일로 마감이 되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낮은 테이블이 있었고 벽을 따라서 빙 둘러 홈이 파여 있었다. 일종의 벤치가 아닐까 짐작이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내 클리들 몇몇이 그 위에 몸을 올려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넨은 다른 클리들 두엇에게 날 소개하더니 곧바로 가운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켜 보였다. 그 위에는 밀트볼 예닐곱 개가 놓여 있었다. "저기 우리 것도 올려놓고 자리를 잡고 앉아야 해요." 그는 말했다. 우리는 그 말대로 우리 밀트볼들을 올려놓은 뒤 벽에 기대어 앉았다.

자리에 앉으며 난 밀트볼들이 놓여진 테이블을 손짓해 보였다. "저 공 모양 것들에 무슨 의례(儀禮)적인 의미라도 있는 건가요?" 난 물었다.

"의례라고요? 아뇨?" 로넨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저건 그냥 순전히 번식적인 건데..."

"에? 뭐라고요?" 난 당황했다.

"저건 *밀트*볼이에요." 로넨은 말했다. "우리 클리들은 양성구유체예요. 정자와 난자를 둘 다 만들어내죠. 난자는 우리 몸 안에 남아 있어요. 여기 침상대(針狀帶) 속에요." 그러면서 그는 배 부위를 가로질러 올록볼록한 반점으로 뒤 덮인 부위를 짚어 보였다. "그리고 정자는 밀트 젤리의 형태로 분비가 되지요. 그 정자를 신선한 상태 그대로 짝짓기 상대에게 건넬 수도 있어요. 상대방은 그걸 자신의 침상대에 바르지요. 하지만 정자는 밀트볼 형태로 상당 기간 보관할 수도 있어요. 공 모양 속에서 밀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건조되고 그러면 휴지기에 들어가요. 그 상태로 상하지 않고 수년간이나 보관을 할 수 있지요."

내 두뇌는 그 동안 외계인 정액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과부하가 걸려 무척이나 버거워하고 있었다. "어, 지금부터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뭐죠?" 난 조심스레 물었다.

"그야 수태(受胎) 파티지요." 로넨이 말했다. "아까 말했지만, 우리 클리들은 사실 번식을 놓고 경쟁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아요. 우리는 집단적으로 수태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거든요. 그러면 우리 종족 전체로서는 유전형질이 잘 뒤섞이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여기 대사관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정자를 한달 동안 모아서 수태 파티를 통해 골고루 나눠 가지는 거예요. 밀트볼을 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건 바로 그래서지요."

"하지만 저기 테이블에 올려놓은 정자들이 어떻게 골고루 분배된다는 말이죠?" 난 물었다.

"그냥 물을 가하는데요?" 로넨은 좀 당황한 듯 말했다.

"물이라고요?" 난 정신이 번쩍 들어 물었다.

로넨은 다시 한번 내 모습을 살펴봤다. "아이고, 이런." 그는 말했다. "어쩌면 내가 좀 결례를 한 것 같네요. 우리 클리들은 옷이란 걸 입지 않거든요. 수영복을 가져오는 편이 나을 거라는 말을 해드렸어야 하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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