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이것으로 제 창작 활동을 거울에 올린 글들이 따라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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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를 대하는 요령


오광진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가난한 도시들을 돌면서 여자, 아이, 노인 합쳐 25명을 죽였다. 여자를 가장 많이 죽였다. 주로 매춘을 하는 힘없는 여자들이었다. 오광진은 동거녀가 매춘을 하고 달아나서 살인을 시작했고 곧 그 쾌감에 빠져들었다. 살인이 너무나 재미가 있었다. 사람 고기를 요리해 먹은 적도 있었다. 붙잡히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들을 모조리 활용했다. 경찰에 붙잡혔을 때 오광진은 좀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 했음을 한탄했다. 전문 인력에 의해 오광진은 남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 하는 사이코패스로 판명되었다. 오광진에겐 피해자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조관지 교도관은 김혜정 수녀의 방문에 두 눈을 치떳다. 김수녀가 오광진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불만이었다.
조교도관은 김수녀에게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또 오신 겁니까.”
김수녀는 조교도관에게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60대의 활기찬 수녀였다.
“오광진 그 아이는 잘 지내죠?”
“물론이죠. 매일 같이 감방에 처박혀서 비타민제 꼬박 꼬박 챙겨 먹고, 1시간씩 복도를 걷곤 하죠. 독방 400년 형을 받았으니 꽤 심심할 겁니다.”
조교도관의 비꼬는 어투를 감지한 김수녀가 도발적인 어투로 대꾸했다.
“광진이가 좀 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담당 교도관님도 그렇게 생각하죠? 광진이는 가혹한 새엄마 손에 키워진데다 중학생 때 성폭행을 당했어요. 세상에! 사춘기 남자 아이가 얼마나 큰 충격이었겠어요.”

“그런 꼴을 안 당했으면, 사이코패스이니 사기꾼이 되었거나, 잘 되어야 기업 사냥에만 미친 작자가 되었겠죠.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겁니다. 수녀님은 오광진을 계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일반인과는 달리 사이코패스는 자기 자신에게만 연민을 가집니다. 사이코패스는 남을 동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일반인은 설령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마음 한 자락엔 일말의 동정심과 죄책감이 아른거리지만 오광진과 같은 사이코패스에겐 그런 게 없습니다.”
“교도관님은 여전히 퉁명스럽군요.”
조교도관은 김수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만나시기나 하시죠. 김수녀님은 살인자들을 계도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놈들은 갇혀 있는 상태여서 심심하니까 반성이나 하고 회개나 하는 겁니다. 특히 사이코패스라서 남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광진이 놈은, 기독교의 회개하기만 하면 천국 간다는 논리에 푹 빠져 있는 것뿐입니다.”
거대한 몸집에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조교도관이었다. 김수녀는 그런 조교도관을 외면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조교도관은 신이 있더라도 그것이 야훼일 가능성은 적은데도 천주교를 믿는 김수녀를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신이 만약 있더라도, 그것이 아폴론, 케찰코아틀, 비라코차, 시바, 바알, 몰록, 단군, 스사노오, 아자토스 등등일 수도 있지 않은가.

김수녀는 오광진과 이야기한 뒤 돌아갔다. 오광진은 감동과 평화를 얻은 듯이 보였다. 신이 오광진을 용서했다고 오광진이 생각할까 봐 조교도관은 두려웠다. 조교도관은 감옥 문을 사이에 두고 오광진을 불렀다.
“오광진, 네가 왜 감옥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
“법이 나를 가뒀기 때문이지. 법이 없으면 죄도 없어.”
“너는 사람을 죽였어. 그것도 연쇄 살인을 했지. 그런데도 죄가 없다는 거냐?”
“살인? 이 잘 난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지. 그런데 20세기 중반에 이미 인류의 식량은 전 인류를 충분히 먹여 살릴 단계에 이르렀어. 그런데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지. 이익을 위해 굶어 죽는 사람을 방치하는 이 체제도 살인하고 있어. 사람을 굶겨서 죽이는 체제에 속한 모든 이들도 살인의 공범이야.”
“물론 식량이 충분한데도 사람을 굶겨 죽이는 이 체제는 살인자다. 그렇지만 넌 직접적인 폭력으로 사람을 죽였어.”
“왜 사람이 굶어 죽는 걸 방치하는 사람들은 안 가두고, 난 가두지? 다 사회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법 때문이 아닌가? 바이킹과 같은 정복자의 군대 가운데서도 나 같은 습성의 연쇄 살인범은 있었을 거야. 다만 일반화된 살육 때문에 그런 경향이 문제시 될 수 없었던 것이겠지. 때문에 법이 없으면 죄도 없는 거야.”
“피해자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난 걔들을 죽이면서 즐거웠지. 불쌍하지 않아.”
오광진의 말투에서는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시종일관 냉담하고 무심한 그 태도에 조교도관은 질려 버렸다.

십여 년이 흘렀다.
조교도관은 여러 교도소를 돌았다. 결혼 생활을 했고 아이들을 낳았다. 귀여운 딸을 품에 안으면서 조교도관은 세계 인구 중 1%나 태어난다는 사이코패스가 두려웠다. 자신의 아이가 사이코패스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무서웠다. 조교도관은 사이코패스를 일반 사람과 다르게 대접하자는 정치적 운동에 약간의 힘을 보탰다. 인류의 악덕은 사이코패스 때문에 심화되었을 것이므로 이 운동은 당연하다고 조교도관은 생각했다.
조교도관은 그렇게 십여 년 뒤 다시 오광진의 교도관이 되었다.

김수녀에게 조교도관은 몹시 화를 냈다.
“왜 오광진에게 영생을 주자는 운동을 하셨습니까?!”
“과학기술이, 살해되지 않는 한 불로불사할 수 있도록 발전한 것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이 단지 감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혜택을 누리지 말아야 할까요?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동의한 일입니다.”
김수녀와 같은 이들에 의해 오광진은 영생할 수 있는 육체를 갖게 되었다. 400년의 형량이 끝나면 사회에 나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조교도관은 줄기차게 반대해나갔다.

오광진이 복역한지 270년이 되었다. 오광진의 형은 감형 없는 종신형으로 바뀌었다. 오광진은 바뀐 형량을 듣고 부르짖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동일 범죄에 두 번 형을 가할 수 없다는 법원칙은 어디로 간 것인가?!”
조교도관이 대꾸했다.
“너와 같은 사이코패스는 결코 바뀌지 않아. 법학은 이제 사회생물학의 일부로 간주되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체계화되게 되었지.”
“사회생물학이라면 진화론의 일종이고 유물론이잖나. 인간은 원자에서부터 인간으로 진화해갔어. 파충류의 감정 없는 두뇌가 뇌 안에 숨어 있지. 세포들은 군대처럼 움직여. 인간 속엔 수많은 괴물들이 들어 있는 거야. 약육강식이 모든 걸 지배하지. 약자가 죽는 건 자연의 법도야. 그런 자연스런 과정에 따른다면 왜 나를 계속 가둬두는 것이지? 잡혔으니 약하므로 당하라는 것인가?”

“광진, 넌 인간이 아니야. 사이코패스라는 아종이지. 사이코패스는 어떤 죄를 특별히 짓지 않더라도 오늘날 모두 감옥에 갇혀 있어. 모두 감형 없는 종신형이야. 생화학적으로 거세당한 채 자신들끼리 살도록 되어 있지. 특별한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너처럼 독방에서 지내지는 않지. 사이코패스는 태어날 수 없도록, 태아의 유전자 조작을 하는 법령이 시행되고 있어. 연쇄 살인마인 네가 독방에서 연명하는 건 이런 상황에서 당연해.”
“그건 인권 유린이야!”
“사이코패스는 아종이라니까. 다른 종으로 분화될 수 있는 아종. 두뇌가 일반인과 달라서 남의 고통과 불행에 공감하는 능력이 없지. 그렇기에 더욱 잔인해질 수 있고. 사이코패스는 교화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아. 심리적 방법으로 접근하면 뉘우치기는커녕 그 방법을 이용하려고만 들지.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반드시 받는 체제를 만들어야만 사이코패스를 사회에 동화시킬 수 있는데, 우주로 나가서 멀리 퍼져야 하는 지금 그런 체제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어. 그렇기에 모조리 가두어 놓고 있는 거야. 사이코패스에겐 동정심이 없어. 인간은 진화를 통해 동정심을 얻었는데, 그 동정심이 없는 사이코패스를 어찌 일반인과 같은 아종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인간이 되는 진화에는 동정심이 포함되어 있어. 이 같은 인간의 특징을 지키는 일은 힘을 통해 관철되어야 하는 전쟁이야. 인류에게는 진화의 방향을 결정할 권리가 있어. 자유, 평등, 박애가 넘치는 이성적인 신세계를 건설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야.”

오광진은 앞으로 아무런 가망 없이 영원한 세월 동안 갇혀 있을 자신을 떠올렸다.
“차라리 날 죽여!”
“그럴 수는 없지. 넌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으니 죽일 수는 없어.”
“내 마음을 개조해서 사이코패스가 아니게 만들 수는 없는 건가?”
“그럼 너라고 보기 어렵지. 몸만 남기고 마음을 없애는 일은 중성자탄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중성자탄처럼 생명을 죽이고 재산은 남기는 짓이야.”
“21세기 초에 이미 밝혀지지 않았나. 하버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뇌에선 의식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전기 자극이 움직여.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없고, 인과율의 포로일 뿐이야. 지극히 작은 곳에서는 확률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자유의지로 이어지기엔 너무 작은 영역이지. 인간은 스스로를 외부세계와 단절된 독립적인 존재라고 느껴. 하지만 인간은 먹고 싸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 하는 도중에 끊임없이 바뀌고 있어. 의식이란 건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허상일 뿐이야. 의식은 실체 즉 영혼이 있다는 믿음이지. 정신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조리 교체당하고 있으니, 정신은 그저 연속성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 착각일 뿐이지.”
“요컨대 내 책임이 아니니 자신을 바꾸어 달라는 건가? 물론 인간은 태어나기 전엔 존재하지 않았고, 낳아서 길러지면서 살아가면서 받은 자극의 연장선상으로서 존재하지. 그러나 존재의 책임이 없더라도, 이 사회의 징벌은 너의 그 육체에 내려져야 해. 자신을 자신으로 느끼는 의식 또한 진화를 통해 발전한 거야. 사랑이 특정한 호르몬의 반응이지만, 그렇다고 사랑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의식을 무시할 수는 없지. 그러므로 널 죽이는 짓인 마음 개조를 행할 수는 없어. 그 안에서 영원히 자신을 가둘 범죄를 왜 저질렀나 하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것이 좋을 거야.”
오광진은 침대에 힘없이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Fin>
2008.04.03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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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상 08.06.30 09:48 댓글 수정 삭제
    제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문제군요. 자유의지냐, 결정론이냐.
    저도 쓰고 있던 글인데, 이미 쓰셨군요. 역시 태양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스사노오에 아자토스에 시바, 정겨운 이름이군요 핫핫핫


    저도 얼른 완성지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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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그라토 08.06.30 10:20 댓글 수정 삭제
    자유의지를 지지하는 측은 이제 이미 비과학적인 신학 외에는 없는 걸로 압니다.

    양자역학 또한 '의식의' 자유의지를 옹호하는 건 아니라고 전 봅니다. 의식 차원으로 오면 이미 거시적 문제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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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상 08.06.30 11:19 댓글 수정 삭제
    최근, 세뇌로 유명한 토마베치 히데토의 저서를 읽어보면 자유의지와 연기설이 양립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연기설 대로면 사실 '자유의지' 자체는 일종의 환상이지만요.

    저도, 양자역학은 확률론이고 만일 거기에 의지가 개입된다면, 그것은 주사위를 굴리는 신이라는 은유를 일종의 '실재하는 무언가'로 착각한 것이 되고, 이런 착각 속에서는 굴리는 자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있겠지요.

    이런 식으로 도망치는 것은 옳지 못하죠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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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7.03 21:11 댓글 수정 삭제
    신학 이외에도 많습니다. 자연과학을 떠나 정신과학의 세계로 오세요.~ 자연과학은 실험실 실험이 불가능한 모든 것을 지지하지 않아요.

    전 사이코패스 이론을 싫어합니다. 갑자기 이 이론이 유행하는 것도 싫어요. 이유도 없고 치료도 불가능하다니, 정신적으로 비건강한 사람을 치료하려는 노력도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도 포기하는, 그야말로 그 이론 자체가 '사이코패스적'이라고 봐요. 참으로, 악인은 태어날때부터 악인이라는 결정론적 시각을 가진 서양에서 나올법한 이론이랄까.

    보통 사람에게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과 나쁜 일 하고 싶은 충동, 온갖 범죄욕구가 존재합니다. 그런 것을 제지하는 것은 양심도 있겠지만, 결국은 법과 질서와 교육과 살아온 과정이죠. 아무리 싸이코패스라고 해도 '자신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올 것'을 감수하고 범죄를 저지를 때엔 그만한 환경적 요인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내 애가 싸이코패스일지 걱정하지 마세요. 잘 키우면 죄짓지 않고 잘 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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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상 08.07.04 09:08 댓글 수정 삭제
    으음... ida님의 말씀을 듣고 몇 가지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저는 심리학과라, 이런 점에 관심이 꽤 많거든요. (그리고 정신과학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요.)

    일단 정신과학이라는 말은 조금 모호하군요. 정신 과학이 심리학이나 인지과학적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이차크 벤토프같은 카발라 신비가가 쓴 두 권의 책 같은 '종교적 세계를 과학적 언어로 풀어낸' 것을 말하는 것인지 하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군요. 오쇼라던가 라마나 마하리쉬 라던가 지두, 유지 크리슈나무르티 라던가 신지학이라던가 이런 종류의 것이요. 오히려 구제프가 더 가까울려나;;

    전자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이코패시는 발병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규명이 명확히 안 된 상태랍니다. 다만 전두엽의 이상이라는 현상 만이 밝혀진 상태이지요.

    치료는 '병'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이코패시는 '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오히려 '장애'에 가깝다고 할까요? 예를 들면 장님으로 태어났거나 한다면 그것은 '병'은 아니지요?

    사실 정신'병' 중에서도 정신분열증은 뇌의 이상으로 오는 것으로 유전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는 없기에 '병'으로 불러도 되는가 하는 점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시는 선악이라는 도덕적 관점에서 볼 증세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행동양식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증상이라 그렇지 병은 아니지요.
    말하자면 치매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치매를 '병'으로 꼭 '치료'해야할 것으로
    여기지는 않지요.

    하지만 사이코패시에게는 '선과 악' 같은 도덕적 판단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원인이 악인으로 태어나서가 아니라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에 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시는 남들의 배나 되는 '악의와 범죄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받는 훈육을 통해 생성되 도덕이라는 기준으로 작용해야할
    판단력이 작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훈육을 받더라도, 도덕이나 예의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몸에 익힌 상태로 그 사고패턴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욕구를 위해 이용한다는 점이지요.

    양심과 법과 질서와 교육이란 '전두엽의 판단'을 기반에 두고 있는 것인데
    그 전두엽이 기능부전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이니까요.


    그러니 교육으로 사이코패시를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리입니다.
    물론 본인이 스스로가 그런 충동을 자각하고 있고, 이를 전두엽이 아니라
    조건반사 훈련을 시키듯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고정시켜버린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훈련은 매우 비인간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 만으로도
    사이코패시를 인간취급 안하는 것이 되어버리지요.


    그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비건강', 즉 치료를 통해 '건강'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상태의 사람들이 아니라 '영구적인 장애', 즉 '기능상으로 특정 부분이 불편한 상태'이며 동시에 그 부분이 인간이 인간적인 판단을 하는데 가장 근거로 삼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사이코패시를 인간취급하지 않는다, 혹은 니그라토 님의 소설에서처럼 아종으로 분류한다는 의견에는 반대합니다.

    왜냐고요? 농담같이 들리겠지만, 저는 사이코패시 검사지로 검사하면 꽤 높은 확률로 사이코패시라고 나오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사이코패시인가? 하는 점은 글쎄요. 입니다. 아직 연구 중이기 때문에, 사이코패시들은 사이코패시 검사지로 검사해도 낮은 확률이 나오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그들은 지능이 높습니다.

    일종의 서번트,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폐아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서번트를 장애를 가진 인간으로 취급하니, 사이코패시도 원론적으로는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라면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그 들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겠지요.





    여담이지만 결정론적 시각을 가진 서양에서 나온 이론이라 비난받아야 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서양과 동양으로 나누는 이분법은 모호하니까요. 결정론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도 없습니다. 그것은 사고를 하는 하나의 '유용한 방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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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7.04 13:21 댓글 수정 삭제
    저도 심리학과예요.
    졸업한지 오래됐지만 ^^

    정신과학의 의미는 전자입니다.

    저는 당연히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그들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말에도 반대합니다.(제가 뭐 증명한 건 아닙니다만 ^^) 말씀대로 자폐도 분명히 장애죠. 자폐 그 자체를 '치료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들도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세상과 어울려 살 수 있습니다. <인권침해 안 하고요> 중증자폐도 박사님 되어 강의하시는 분도 있어요. <인권침해 안 받고요> 싸이코패스는 더 쉽지요. 똑똑하니까, 결국 법 지키고 살아야 자기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고, 속내야 어떻든 남들에게 큰 해 안 끼치며 살아갈 수 있어요. 우리 주변에 싸이코패스 많고, '아주 재수없고 비양심적인 인간'이긴 하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잘 삽니다. 너무 낙관적으로 볼 것도 없지만, 최소한 나쁜 짓 안하고 사는 것은 교육(무슨 전기충격 주는 조건반사학습이 아니라, 환경전반이 주는 교육)에 의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일반인보다 어렵다고 해도요.

    다리가 없는 사람에게 다리가 솟아나게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휠체어나 의족으로 걷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는 있어요. 장애 = 개선불가가 아닙니다. 병과 접근방법이 다를 뿐이예요.

    서양이라고 다 싫어하지 않습니다. (심리학이 서양에서 왔는데 어쩌겠어요) 하지만 싸이코패스 이론은 불쾌해요. 그 이론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퍼지는 것도 위험하다고 봅니다. 일반인 사이에서 싸이코패스 이론이 유행하는 까닭은 (영화도 있겠지만) ... '저 사람 싸이코패스야'로 분류하는 게 쉽고 간단하고, 그런 식으로 인간을 '포기해버리면 편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공감결여가 세상 전반에 퍼지는 증명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최근 강력범죄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혹시 싸이코패스'... 하고 진행되는 분위기도 위험하다고 봅니다.

    저는 그 이론 자체가 인권침해의 요지가 있고, 그 때문에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한 이론이라고도 보고, <분명하게 밝혀지지도 않은 이상> 지금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이론을 싫어할 자유도 아직 있다고 봐요.

    결정론은 그냥 저 혼자 싫어하는 거죠 ^^ 무조건 나쁘지 않아요.

    혹시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하지만 정말 싸이코패스적인 사람 있긴 있어요. 특히 저 위에... 아, 그 놈은 정말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맘 편해요.(이런 모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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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상 08.07.04 15:38 댓글 수정 삭제
    심리학과 셨군요. 반갑습니다. ^^

    아까도 말했지만, 사이코패시는 전두엽 이상으로 충동이 제어가 안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거나 다른이를 상처주는데에 아무런 감정적 상처를 입지 않지요. 왜냐면 본인들의 감정 자체에 둔감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이코패시들이 법을 지키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다른 사람들 보다 잠재적인 위험이 훨씬 더 큰 것도 사실이지요.


    덱스터 시리즈의 덱스터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덱스터는 물론 '사이코패시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행동방식은 사이코패시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살인을 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다른 이의 행동을 항상 내관한다거나 하는 점이 그렇지요.


    아, 저는 장애 = 개선불가 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장애 =/= 치료대상 아니라고 한 것이랍니다.

    그런데, 이 사이코패시라는 것이 '인간적인 기능' 부전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니그라토 님의 소설에서는 사이코패시를 '인간의 아종'으로 분류해 그 점을 피해가시려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것이 완전한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이론이 인권침해의 요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요.


    가치판단이 배제된 채 사이코패시를 정의한다면 그런 요소는 제거될 수 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 가치판단이 배제되기 힘들겠지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부분이 있어 검증을 더 거쳐야 하겠지요.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이론은 결국 인간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면 인간인가?
    아무리 생물학적으로 인간이라도 인간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면 인간인가?
    그렇다면 안드로이드나 로봇이라도 '인간적인 판단'을 하면 인간인가?


    아직 섣부르게 '그들은 악마다' 라는 식으로 레테르를 붙히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 생각은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라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 '우리'가 명확히 정의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니면 정의 불가능하거나)




    요새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이 점을 어떻게 소설로 살려볼까 고민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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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7.06 14:18 댓글 수정 삭제
    저도 손지상님이 장애=치료대상이 아니라고 하신 것 알고, 저도 알고, 저 역시 처음부터 장애=개선가능에 대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손지상님이 장애=개선가능을 아신다면 제 주장에 저항하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이 아닌 일반 사회에서 [치료할 수 없음]이라는 단어는 [개선할 수 없음]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이 언어적 혼용이 오해를 가져옵니다. (치료가 다리를 나오게 하는 거고 개선은 의족을 다는 거라는 정의야 이쪽 세계에서나 쓰는 정의죠.)그리고 싸이코패스는 자폐나 장님과 같이 '불쌍하고 돌봐줘야 할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서 배척하는 '악인'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격적 결함'을 '장애'로 분류하는 이 이론이 '분명하게 검증되기 전에' 함부로 사용될 때엔 (일반인에게 장애=개선가능이라는 개념이 많이 없다면)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다고 보고, 분명히 검증되기 전에는 적용에 주의를 요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인간의 정의와 이 문제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장애인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분명히 다르죠. 그런데 그게 뭐요.

    (말아톤이 '자폐=장애'라는 홍보에 장애의 정의에 대한 홍보까지 잘 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어쩐지 장애=개선불가라는 생각까지 같이 전파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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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7.06 14:37 댓글 수정 삭제
    하지만 제가 처음 쓴 댓글은 너무 뭉뚱그려 써서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고 보고, 반론을 통해 주장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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