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귀하의 의무 임신 등급은,>

지은이: 볼티(김 청)


  유린은 버스에서 내렸다.
  주위엔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많았다. 앳된 얼굴이었다. 그들도 막 내린 참이었다.
  유린은 통지서를 꺼냈다. 재질이 좋아 아직도 날카로움이 살아 있는 종이였다. 유린은 통지서를 다시 읽었다. 벌써 여러 번 살핀 내용이었다. 왼쪽 상단에 유린의 이름이 있고, 그 아래에 개성 없는 글씨체가 인쇄되어 있었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금년도 검사 대상자입니다. 지정된 검사장에서 신체 등급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검사를 거부할 경우 받게 되는 민, 형사상 처벌은 다음과 같습니다….』

  빼곡한 처벌 항목은 발신기관명 바로 위에서 끝났다.

『……孕務廳.』

  아이밸 잉, 일 무, 잉무청.
  이 기관은 유린의 어머니가 유린만한 나이였을 때 생겼다. 결혼 및 임신을 기피하는 사회 풍토가 몇 십 년 동안 이어지자, 이 나라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인구성장률은 수 세대 전부터 마이너스 두 자리 대를 기록했고 사회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
  비상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범국민적 합의가 형성됐다. 그 결과 정부는 의무 임신제도를 도입했다. 잉무청은 의무 임신제를 관리하고 시행하는 정부기관이었다. 이 나라 여성은 성인이 되기 전, 주민등록증보다 잉무청 통지서를 먼저 받는다. 신체 건강한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인구 생산에 동참해야 했다.
  잉무청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다. 덕분에 국가는 위기로부터 탈출했다. 인구성장률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음에서 양으로 돌아섰다.
  유린은 사회 수업 시간에 배운 헌법 구절을 떠올렸다.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
  -모든 여성은 잉태의 의무를 진다.

  인구 생산은 국방의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남성에겐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과거, 병역의 의무가 여성에겐 불가능했듯이.
  그 시절의 헌법엔 국방의 의무 관련 조항에서 여성 대신 남성의 추가 의무가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남녀는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했다. 하지만 전자동 방위 로봇 시스템의 완성으로 그런 논쟁들은 무의미해졌다. 남성들은 세금을 내서 국방의 의무만 다하면 됐다.
  그런데 전자동 로봇들은 임신하진 못했다. 임신은 인간 여성들만의 특권이었다. 그래서 의무 임신제에 대한 논란은, 의무 병역제가 시행되던 시기의 논란보다 기세가 약했다. 이윽고 유린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즈음엔 논란 자체가 사라졌다.
  신체검사장은 도로 맞은편에 있었다.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길 기다렸다가 유린은 길을 건넜다. 또래 여자아이들도 머뭇거리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검사장 입구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잉무청의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현수막이었다.

『국민 감동. 안전하고 즐거운 의무 임신~♡』

  하트를 넣자고 한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유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사장으로 들어갔다.


  진행원이 여자아이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었다. 유린도 설문지와 컴퓨터용 싸인펜을 받았다. 그녀는 문항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 …당신은 성적(性的)으로 처녀입니까?   예 / 아니오
  5. 과거에 임신 경력이 있습니까?   예 / 아니오
   있다면 임신 후 결과는 어땠습니까?   1)분만  2)유산  3)낙태
  6. 음주나 흡연을 한 적이 있……』

  유린은 해당 항목들에 표시했다. 펜을 사각거리는 소리가 대기실에 가득했다.
  유린은 솔직하게 적었다. 꾸며내는 쪽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어떤 여자아이들은 거짓말을 잘했다. 술, 담배는 물론 마약까지 복용했다고 적기도 하고―일부에겐 거짓이 아니었겠지만―, 정신감정용 설문을 엉망으로 풀기도 했다.
  정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임산부를 원하진 않았다. 그러나 설문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더라도 철저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검증까지 통과할 수 있는 여자아이라면 아주 운이 좋거나 아주 든든한 빽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유린은 운도 빽도 없었다. 그리고 이 나라 여성의 의무를 저버릴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모범생이었다. 모범생들은 권리를 주장하려면 의무를 다해야 함을 알고 있다. 어차피 검사장에서 의무 임신 면제 판정을 받은들, 그 기록은 개인정보에 영구히 남는다. 의무 임신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몸과 정신이 상한 여자를 반기는 직장은 없을 것이다. 친목 모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잉태소를 퇴소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면 다들 색안경을 쓰고 보기 마련이다. 빽을 썼다는 둥, 겉만 멀쩡한 병신이라는 둥. 당사자 앞에서 내색하진 않겠지만.
  진행원이 설문지를 걷어 갔다. 유린은 지시에 따라 다른 여자아이들과 함께 일어났다. 진행원은 그들을 탈의실로 안내했다.


  사촌 언니에게 신체검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사촌 언니는 병원에서 받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잉무청이 배급하는 속옷을 입어야 한다는 점만 빼면.
  유린은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탈의실에서 옷을 벗은 뒤, 농담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여자아이들은 서로를 힐끔거렸다. 진행원들은 무표정했다.
  유린은 잉무청 마크가 찍힌 국방색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었다. 조그만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 물품은 국민의 세금으로 제공됩니다. 다음 사람을 위해 청결히 사용합시다.』

  사촌 언니의 말대로 검사는 평범했다. 키와 몸무게를 재고 피를 뽑고 가슴둘레를 측정했다. 고등학교 신체검사와 비슷했다. 학교에선 검사대에 누워 팬티를 내릴 필요가 없었지만.
  검사관은 다리를 벌리라고 말하더니 무언가로 사이를 찔렀다. 유린은 아픔보단 놀람 때문에 몸을 움츠렸다. 검사관은 단순한 조직 채취라고 유린을 안심시켰다.
  검사관은 여자였다. 당연하다. 이 나라는 인권 국가니까.
  팬티를 올리는 유린에게 검사관이 말했다.

  “이 정도로 아파하면 잉태소에선 어쩌려고?”

  동정과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현역 판정을 받은 여자아이들은 가족과 헤어져 잉태소로 들어간다. 그리고 20여 개월간 잉태의 의무를 다해야 했다. 평균적으로 아이 두 명을 낳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전자동 로봇 시스템은 임신할 수는 없지만 임신을 시킬 수는 있었다. 정부가 선별한 우량 남성들의 정자가 사정기에 장전됐다. 입소한 여성들은 6주간의 기초 체력 증진 프로그램을 거친 뒤, 사정기를 통해 XY염색체를 제공 받았다. 주입은 임신에 성공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아기가 들어서면, 의무 임신부들은 출산 전까지 잉태소 안에서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의복과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는 자애로운 환경이었다. 잉태소 외부의 사회는 태아와 임신부의 정신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인권 국가였기에 의무 임신부들은 몇 달에 한 번쯤은 휴가를 허가 받았다.
  출산은 잉태소 간부들의 축복 속에서 이루어진다. 정부는 신생아를 거둬 공립양육원으로 보냈다. 1차 출산을 마친 여성들은 산후 조리를 거친 다음, 다시 사정기 앞에 누워 2차 임신을 준비해야 했다.
  의무 임신 과정은 안전했다. 사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사정기의 폭주, 혹은 자연분만 및 강제절개시의 관리 소홀로 발생하는 사망자 수는 1년에 십여 명에 불과했다. 적어도 과거, 남성이 맨몸뚱이로 병역을 수행하던 시대보단 훨씬 낮은 사망률이었다. 자살자 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의무 임신제 대신 지원 임신제를 시행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징병제가 끝내 모병제로 바뀌지 못한 이유와 같은 까닭으로 거부당했다. 이 나라는 인권 국가였지만 돈이 남아돌진 않았다. 무엇보다, 지원 임신제를 실시하기엔 주변 강대국들의 인구가 너무 위협적이었다.

  신체검사가 끝났다. 유린은 국방색 속옷을 벗어 수거함에 버렸다. 친구와 함께 온 듯한 여자아이들이 수다를 떨었다.

  “어땠냐?”

  “씨발. 짼 적 있으니까 잘 봐달라고 했는데 얄짤 없이 정상이래, 그 썅년.”

  “븅딱. 소견서로 밀었어야지.”

  유린은 묵묵히 자기 옷을 입었다. 검사관에게 찔린 곳이 화끈거렸다.

  “검사는 아무 것도 아냐. 제일 짜증나는 게 뭔 줄 아니? 퇴소하고 보니까 대학교 남자동기들은 거의 다 취직했더라구. 누군 느긋하게 해외여행까지 하고 졸업했다는데, 그냥 면상을 갈겨주고 싶더라니까?”

  사촌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두 번의 의무 임신 때문에 늘어진 배를 주물렀다. 언니의 배엔 깊은 흉터가 있었다. 2차 출산이 난산이었단다.
  어떤 여자들은 국방의 의무가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게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럼 남자들은―아직 그것도 몰랐냐고 놀라는 투로, 어른이 아이를 타이르듯이―대답했다.

  “차이와 차별은 다르지. 그리고 잉태소에 우리 세금이 얼마나 들어가는 줄 알아? 정자는 뭐 하늘에서 떨어지나?”

  “여자는 그저그저 애를 낳아 봐야 사람 되제. 의무 임신, 그거 몇 년 더 늘려뿌면 안 되남?”

  잉무청으로부터 면제 통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궁을 들어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잉태소 입소를 거부하며 적출 수술을 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린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수술이라면 끔찍했다.
  다 갈아입었으면 나가라고 진행원들이 재촉했다. 오후 검사자를 받기 위해 그들은 서둘러야 했다.


  유린은 대기실에 앉아 등급 판정을 기다렸다. 함께 검사를 마친 여자아이들이 주변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번호가 뜨는 전광판과 다른 아이들을 두리번거렸다. 큰 불안과 작은 기대가 교차하는 시선이었다.
  대기실 앞의 대형 스크린엔 공립양육원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의무 보모들의 품에 안겨 활짝 웃었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 정부는 불임부부 가정에 세금 혜택을 주며 입양을 유도하거나, 기피 업종에 분배하여 산업 일꾼으로 육성한다. 방위산업체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의무 병역이 사라지자 자연히 대체 복무도 없어졌다. 방위산업체는 더 이상 매력적인 일자리가 아니었다.
  전광판에서 딩동- 소리가 났다. 누군가의 번호와 함께 신체 등급이 떴다. 4급이었다. 현역인 1, 2, 3등급 보다 한 단계 아래였다. 대기석 뒤편에서 누군가의 환성이 들렸다. 여자아이들은 부러워하며 웅성거렸다.
  잉태소 생활을 해야 하는 현역들과는 달리, 4급 이하의 여자아이들은 입소할 필요가 없었다. 정부가 원하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그들은 의무 보모로서 대신 근무한다. 의무 보모들은 공립양육원에 온 아이들을 키우는데, 가끔 현역들에게서 추출한 모유가 부족한 경우가 생겼다. 그럴 땐 의무 보모들도 호르몬제를 투여 받고 추출에 동참해야 했다. 어쨌거나 출 퇴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역보다 큰 각광을 받았다.

  딩동-!

  유린의 번호가 떴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귀하의 의무 임신 등급은, 제 1급. 현역 입소가 결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건강한 아기 낳으세요~♡』

  갑자기 검사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서워졌다. 달아나고 싶었다. 그러나 도망갈 곳은 없었다. 유린은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괜찮아, 2년도 안 돼. 조금만 참으면 돼. 거꾸로 세워도 잉태소 시계는 돌아간다잖아. 사촌 언니랑 엄마도 무사히 퇴소했잖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진행원이 등급 판정 확인서를 끊어주었다. 입소 날짜는 나중에 집으로 통보된다고 말했다.

  “혹시 대학에 들어가면 입소 연기 신청서를 내도 돼. 하지만 되도록 빨리 갔다 오는 게 좋아. 나이가 들수록 더 힘들어지거든.”

  유린은 진행원의 설명에 감사를 표한 뒤 검사장을 나갔다.


  정오의 햇살이 쏟아졌다. 하늘이 파랬다. 유린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핸드폰이 울렸다. 동갑내기 친구 강희였다. 강희 역시 오늘이 신체검사 날이었다. 주거지가 달라서 같은 검사장엔 갈 수 없었다.

  “잘 끝났어? 나도 방금 나왔다. 무슨 놈의 검사가 그리 긴지.”

  강희는 남자애처럼 씩씩했다.

  “몇 급이냐?”

  대뜸 강희가 물었다. 유린이 대답하자, 강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재수 옴 붙었는데 나 정돈 아니다. …으휴, 난 3급이야. 혈압이 있다나 뭐라나. 아후~! 쫌만 더 핏대 올렸으면 보모로 빠질 수 있었는데!”

  유린의 위로를 듣는지 마는지 강희는 계속 말했다.

  “그냥 미군들 잉태소에나 지원해볼까? 혼혈아 낳는 게 찝찝하지만 영어는 좀 배울 거 아냐. 지내기도 훨씬 편하다는데.”

  강희의 영어 점수론 지원하기 힘들 터였다. 하지만 유린은 그 사실을 지적해 줄 힘이 없었다. 다리 사이가 아직도 화끈거렸다.

  “야, 오늘 저녁에 만나자. 기분도 엿 같은데.”

  강희가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딱지 떼러 안 갈래? 너도 기계한테 처녀 잃긴 싫지. 응?”



  버스가 도착했다.
  핸드폰을 넣으려다가, 유린은 코트 안의 통지서에 손을 베였다. 금세 피가 솟았다. 유린은 통지서를 구겨 길에 버렸다.
  검사장에서 나온 여자아이들이 줄줄이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했다.

  버려진 통지서에 피가 스몄다.
  붉게.
  점점 더 붉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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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런 곳이 있는 줄 오늘에야 알았네요.^^;
앞으로 자주 단편 올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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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No Profile
    야키 08.02.16 11:15 댓글 수정 삭제
    헤헤, 읽다보니, 문득 글쓴이가 남자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군요. 의무임신. 어떤면으로는 정말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지만 그저 사실을 <뒤집었다>라는 것만으로도 표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글 전개는 재미있었 습니다. 그렇지만 뭐랄까, 전체적인 문맥으로는 아직 깔끔하지 못한. 사람으로 따지자면 이제서야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나오려는 태아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No Profile
    볼티 08.02.16 14:16 댓글 수정 삭제
    야키님, 감상 감사합니다.^^

    전 남자랍니다. 만약 여성 분이 이런 글을 쓰셨다면, 글 속의 세계보다 그분이 더 낯설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문맥을 어떤 식으로 다듬으면 더 나아지리라 생각하시는지요. 이야기해 주신다면 깊이 새기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No Profile
    야키 08.02.16 23:29 댓글 수정 삭제
    오호, 다..답글이로군요. 늘 현실도피자의 자세를 깊이 성찰하는 저에게는 인터넷 상의 이런 답글이야말로 정말로 커다란 기쁨이 되...... 왠지 비굴해지네요.


    문맥이란 것은 제가 따로 설명드릴 수는 없는 겁니다. 음, 뭐랄까 요컨대 총이라 설명을 하자면, 총의 원리와 구조는 전부 같지만, 어떤식으로 보관하고, 어떻게 장전하고 ,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쓰는 당사자 혹은 그 총의 특성에 의해 좌우되겠죠.

    필자분의 문체를 한눈으로 파악했을때. 저는 '의미심장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소한 주제로 신선한 글을 써나가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문체라고 볼 수 있겠죠. 일부러 이런 문체를 사용하신 거라면 우선 '글을 쓰실 줄 아는' 분 인 겁니다.

    그러나 직립보행을 한다고 전부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거죠.
    문맥 마디마디의 묘사가 조금씩 부족합니다. 말씀드렸다 시피 글의 느낌이 지나치게 서술적인 내용은 필요 없도록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많은 묘사와 구체적인 서술은 필요없지만서도.

    ~를했다.~를해서, ~를했다 라는 구도로만 쭈욱 이어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단조로운 문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인 보탬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만 한말씀드리자면



    <핸드폰이 울렸다. 동갑내기 친구 강희였다. 강희 역시 오늘이 신체검사 날이었다. 주거지가 달라서 같은 검사장엔 갈 수 없었다.>


    라는 문장을 제 혼자만의 해석으로 고쳐보자면.

    <핸드폰이 울려 슬쩍 바라보니 동갑내기 친구 강희였다. 그녀역시 오늘이 신체검사 날이었지만, 주거지가 다른 관계로 같은 검사장에는 갈 수 없었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지만 딴에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적잖아 있었다.>


    물론 제가 쓴 것이 완벽하게 더 낫다 라고는 말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그 상황에 살을 더 붙여보았을 뿐이니까요.

    사람들의 문체는 미묘하게나마 다릅니다. 인간이 고유명사인 것처럼 문체라는 개념도 하나의 고유명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더욱 실력을 닦으셔서 다음번에는 훨씬 좋은 작품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 No Profile
    배명훈 08.02.17 01:17 댓글 수정 삭제
    일부러 기름기 쪽 뺀 문장을 만들려고 애쓰는 분도 있으니까,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 No Profile
    볼티 08.02.17 01:45 댓글 수정 삭제
    야키님,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배명훈님께도 감사드리고요. 확실히 취향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을 듯합니다. ^^
    사실 제 문체는 <귀하의 의무 임신 등급은,> 경우보단 부사나 접속사가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선 현재의 문체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선 지금의 결과물에 만족하고 있답니다. 나름대로는요.^^
  • No Profile
    야키 08.02.17 21:07 댓글 수정 삭제
    한번 더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지네요.
    뜬금없이 문체지적부터 나섰다니. 성급한 파단, 아니 순전한 제 욕심 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이런 문체를 선택하셨으면 그에대한 잘난척을 줄줄이 늘어놓던 저는 정말로 할말이 없어지는 거죠뭐.

    하하. 어쨌든 더욱 좋은 글 써주시기를 기원합니다.
  • No Profile
    박가분 08.03.02 21:32 댓글 수정 삭제
    정말 굉장한 디스토피아네요ㅎㅎ 일종의 사고실험으로서는 괜찮을 듯 합니다^^
  • No Profile
    ida 08.03.03 04:25 댓글 수정 삭제
    군대-임신비교를 싫어하는 관계로 이 세계도 참으로 불편하지만... 이 세상보다 그 너머에 보이는 세상이 더 불편합니다. 정말로, 왜 우리 사회는 군대와 임신으로 양쪽 성이 싸우는 괴상한 세상이 되었을까요.
    슬퍼요.

    ... 그리고...

    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군요... T.T
  • No Profile
    볼티 08.03.03 09:51 댓글 수정 삭제
    박가분//현실 역시 디스토피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O_O;;;

    ida//가끔 야후나 네이버에, '이스라엘 여군의 당당한 모습!'같은 제목을 단 사진들이 메인 화면에 뜰 때마다... 저는 거대한 음모론을 떠올린답니다. (쿨럭)
  • No Profile
    하나씨 08.04.23 20:24 댓글 수정 삭제
    이야, 잘 읽었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깔끔하게 잘 쓰셨네요.
  • No Profile
    볼티 08.04.24 01:06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하나씨님.^^
    오해를 많이 받은 글이었는데, 앞으로 더 노력해서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다음 작품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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