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나는 어떻게 아내에게 청혼했나 : 외계인 섹스 이야기


원제: How I Proposed to My Wife: An Alien Sex Story
원저: John Scalzi


- 5 -

칼은 진료실 커튼을 열고 들어서려다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꼴이 자기 대신 날 맡아줄 만한 다른 인턴이 어디 없나 살펴 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결국 그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좋아요. 문제가 뭐죠?" 그는 물었다.

"발진이 생겼어요." 난 말했다.

"어쩌다 발진이 생겼는지 짐작 가는 일은 있나요?" 그는 물었다.

"외계인하고 놀아나느라!" 진료실 반대쪽 구석에 있던 클레어가 내뱉었다.

칼은 멈칫하더니 클레어 쪽을 흘긋 돌아봤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벽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좋아요." 그는 완전히 사무적인 태도로 다시 말했다. "한번 보죠." 난 츄리닝 바지를 내렸다.  칼은 가만히 살펴봤다. 한 일분쯤 지나자 그는 "흠......"하는 소리를 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좀 구해야 할 것 같네요." 그는 후다닥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난 클레어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직도 단호한 태도로 벽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난 말했다. "믿어줄 때까지 몇 번이든 사과할게. 잔타와 섹스를 하려는 의도 같은 건 조금도 없었어. 정말이야. 그냥 사고였을 뿐이야."

"악! 으악!" 클레어는 짜증스레 팔을 휘저으며 소릴 지르더니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바보! 멍청이! 자긴 완전 아무 것도 몰라. 찰리, 자기가 외계인하고 섹스하든 말든 그게 문제가 아니란 말이야. 알겠어? 자기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게 문제라구. 지난 한 주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냔 말야. 칼에 찔리고, 이상한 걸 뒤집어 쓰고, 세례를 당한데다 이젠 속아 넘어가서 섹스까지 했잖아. 뭣 땜에? 그깟 이야기 하나 쓰려고 말이야. 찰리, 대체 그 똑똑한 머리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면 처음 병원신세 졌을 때 이딴 이야기 쓰는 거 때려 쳤을 거라구."

"미안하다니까." 난 말했다.

"미안해하길 바라는 거 아니야, 찰리." 클레어는 말했다. "생각을 하길 바라는 거라구. 내가 자길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잖아. 자기가 똑똑한 거. 근데 이번 일 시작한 다음부터는 어떤가 하면 누군가 자기 머리 속에서 두뇌를 쏙 빼다가 어딘가 쓰레기통에라도 갖다 버려버린 것 같아. 자기가 새 직장에서 잘 보이고 싶어서 애쓴다는 거 이해는 해. 하지만 꼭 이러는 게 방법은 아니잖아. 안 그래? 이거 봐. 발진이 이제 목까지 올라왔다구."

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손을 목 쪽으로 올렸다. 클레어는 얼른 손을 뻗어 내 손을 붙잡았다. "찰리, 제발..." 그녀는 말했다. "그거 만지지 마."

그 순간 커튼이 열렸다. 칼이 땅딸막한 사람을 하나 데리고 돌아와 있었다. "이분은 쉐퍼 박사예요. 알러지 전문의이시죠."

쉐퍼는 날 한번 쓱 훑어봤다. "내가 맞춰볼까요?" 그는 말했다. "상대는 뒤랑 아가씨였죠?"

"맞아요." 난 말했다.

"좋았어요." 쉐퍼 박사는 말하곤 곧바로 진료실을 떠났다. 칼은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클레어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25분만 있으면 나도 근무시간 시작이야."그녀는 말했다. "잠깐 올라가서 그 전에 샤워부터 좀 해야겠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미안해." 난 말했다. "자기가 화나게 한 거 정말로 미안해."

클레어는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래, 나 화가 나."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못 견딜 만큼은 아냐. 하지만 말이야, 이번 일 끝나고 나면 다시는 이런 기사 맡는 건 꿈도 꾸지도 마. 만약 그랬단 자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근데 그렇게 되면 난 누구랑 결혼을 하겠어? 이번에 깨달은 게 그거야 바로. 이 괴상한 짓거리로 명확해진 건 바로, 좋건 싫건 자기랑 난 함께라는 거야. 그러니까 거기서 한 걸음 더 발전하란 말이야."

"지금 프러포즈 할 수도 있어." 난 말했다.

"외계인이랑 놀아난 덕에 두드러기가 한 가득 난 채로?" 클레어는 냉정하게 말했다. "어림도 없어, 찰리." 그녀는 내 머리 옆을 사랑스럽다는 듯 툭 치더니 마침 진료실로 돌아온 칼과 쉐퍼 박사를 비켜 밖으로 나갔다. 칼은 주사기로 가득한 쟁반 같은 걸 들고 있었다.

"좋은 소식은 이거예요. 이 발진은 몸에는 전혀 해가 없고 주사 몇 번 맞으면 사라질 거라는 점이요." 닥터 쉐퍼는 말했다. "나쁜 소식은요... 음, 주사를 맞는 장소가 영 마음에 안 들 거라는 거죠."


***


"주사 맞은 비용 영수증 꼭 챙겨 와." 데비 오스틴이 말했다. "당신이 건강보험 가입이 되려면 3개월은 더 있어야 돼. 하지만 이건 기사 쓰느라 들어간 비용이니까 회사 경비로 처리가 되도록 벤을 설득해 볼게. 지난 번 칼에 찔린 상처 꿰맨 것도 마찬가지고."

"고마워요." 난 말했다. "그나저나 벤은 어디 갔어요? 기사 건으로 말씀 좀 드릴 게 있는데."

"하루 종일 외근 중이야." 데비는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기사 건으로 할 말이 있거든 벤한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나한테 해. 뭔가 걱정되는 점이라도 있어?"

"그게, 이번 건으로 더 조사를 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난 말했다.

"자꾸 병원 신세를 지니까 그러는 거야?" 데비는 말했다. "그런 정도는 보통이야. 닉 베니스는 외계인 디저트에 대해서 기사를 썼는데, 그러느라 먹었던 어떤 음식 때문에 환각을 보게 된 거야. 자동차들이 전무 매쉬맬로우로 만들어져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진짜로 버스 앞을 막아 섰다니까?"

"닉이 버스에 치었어요?" 난 눈이 휘둥그래져서 물었다.

"아니,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멈췄어." 데비는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닉이 기절을 했지. 버스 범퍼에 대고 넘어진 통에 이가 세 개나 부러졌어. 모두 그런 이야기 하나쯤은 있어. 이제 왜 다들 외계인 이야기 쓰는 거 싫어하는 줄 알겠어? 하지만 벤의 말이 옳아. 그게 우리 잡지 본질이라는 거. 전에 두 달 정도 외계인 이야기를 빼본 적이 있는데 바로 판매부수가 40%나 떨어지더란 말이야. 외계인 이야기는 다들 싫어하지만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것보단 그래도 낫지."

"병원 신세를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요..." 난 말했다. "내 여자친구 때문이에요. 이런 기사 쓰는 건 참아주는 것도 이젠 한계가 온 눈치더라고요. 한번만 더 웃기는 일이 벌어지면 아마 날 차버릴 거예요."

"그야 외계인하고 진짜로 섹스까지 해버렸잖아." 데비는 말했다. "그건 말이지, 아무리 외계인 기사 때문이라고 해도 보통은 아니지. 한도를 넘은 거야."

"그런 말 들으니 참 안심이 되네요." 난 말했다.

데비가 막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그녀 책상의 전화벨이 울렸다. 네 번 정도 "네에…"를 하고 나선 내 쪽을 흘긋 본 뒤 그녀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벤이야." 그녀는 말했다. "기사 건으로 벤하고 정말 이야기를 하게 될 모양이네. 기다리고 있다니 가봐."

"어디 있는데요?" 난 물었다.

"당신 아파트래." 데비가 말했다.


***


아파트 문을 열자 거실에 모두가 모여 있었다. 내 보스, 여자친구, 외계인 애인까지. 난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도망가려면 늦었어." 벤 로젠월드가 말했다. "우리도 자넬 봤으니까. 그러니 그러고 있지 말고 들어오게. 그리고 문을 닫아."

"그러죠." 난 체념하고 들어서서 문을 닫았다. "도무지 짐작도 안 되네요. 무슨 일인지 누군가 설명 좀 해줘 봐요."

"기사 건은 없던 걸로 할 거야." 로젠월드가 말했다.

"뭐라고요?" 난 말했다. "왜요? 이번 건으로 난 벌써 두 번이나 병원 신세를 졌어요. 근데 없던 걸로 하자고요?"

"처음부터 실릴 계획이 아니었으니까." 로젠월드는 말했다. "미안하네, 찰리. 애초부터 이건 눈속임이었어."

"눈속임이요? 뭘 숨기려는 거였는데요?" 난 물었다.

"이 아가씨." 클레어가 잔타를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난 기가 막혀서 클레어를 쳐다봤다. "이게 뭔 일인지 자기도 알고 있었어?" 난 물었다.

"한 시간쯤 전부터 알게 됐어." 그녀는 말했다. "점심 먹으러 집에 들렀는데 날 기다리고 있더라구."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을 하기 위해서요." 잔타가 말했다. "그리고 감사를 표하려고요."

"뭐에 대해서요?" 난 물었다.

"덕분에 임신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요." 잔타가 말했다.

난 저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진정해, 찰리." 클레어가 말했다. "애 아빠는 자기가 아니니까."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면, 내 이름은 잔타가 아니에요." 잔타는 말했다. "진짜 이름은 루탄트 곤스트 어드지요."

"아마 뒤랑 족(族)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잘 모를 테니 내가 설명을 해주지." 로젠월드가 끼어들었다. "루탄트는 뒤랑 족의 왕위 계승권자란 점을 알아두면 좀 이해가 쉬울 거야. 그래서 관례에 따라 자신의 후계자를 생산하게 되면 그녀는 바로 왕위에 오르게 되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지요." 이제는 루탄트로 밝혀진 잔타가 말했다. "내 배우자는 예전에 스포츠 경기 중에 사고를 당했거든요. 심하게 넘어져서 신경을 다쳤지요.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촉수들이 굉장히 쇠약해졌어요. 너무 약해진 나머지 내 가슴을 두드릴 수가 없을 만큼... 인공수정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고려할 수가 없었고, 다른 뒤랑 남성이 대신 두드리게 해서 배란이 촉진 하는 것도 안 됐어요. 그게 제대로 되려면 그 사람 성기가 내 촉수에 수용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간통이 되는 셈이니까요."

"우리가 한 건 아니고요?" 난 물었다.

"법적으로는요." 루탄트가 말했다. "뒤랑의 법률은 이종 간 섹스를 인정하질 않아요."

"알라바마와 마찬가지지." 로젠월드가 말했다.

"당신과 교미 의식을 한 덕에 말하자면 내 몸은 준비가 될 수 있었지요." 루탄트가 말했다. "당신이 내 몸을 두들겨서 배란이 시작되자 난 내 드디어 내 배우자와 제대로 결합을 할 수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너무나 기쁘게도 당신이 아파트를 떠난 뒤 곧바로 임신을 했고요. 사실 그 아파트는 내 집도 아니었지요. 날 위해 벤이 잠시 빌린 거였죠."

난 로젠월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이 분이랑은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실은 모르는 사이였네." 로젠월드는 말했다. "하지만 난 국무장관과 아는 사이지. 예일에 다닐 때 같이 스컬 앤드 본즈(역: Skull & Bones는 예일대의 학생 비밀결사로 George W. Bush 대통령도 알려진 전 멤버 중 하나라고 합니다.) 멤버였거든. 뒤랑 왕실은 이번 일에 대해 빌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빌은 비밀 보호를 위해 통상적인 경로 외의 라인에서 일을 진행하길 바랬네. 마침 내게는 외계인 기획기사 덕에 다른 종족 대사관들에도 끈이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고 말이야. 내 부하직원들 중 하나가 늘 하던 대로 외계인 기획기사를 쓰는 것일 뿐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네. 루탄트는 지구로 은밀히 들어와서 일이 이루어지면 임신을 한 채로 조용히 떠나면 되는 거였어. 아무도 속사정은 모르는 채 말이지."

"들통나지 않을 지 걱정도 안 됐나요?" 난 물었다.

"아, 물론 누군가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몰라요." 루탄트는 말했다. "하지만 왕위 계승권자에게 간통 혐의를 씌우는 일은 몰라도 인간하고 상간(相姦)을 했다는 주장을 하는 건 부담이 너무 클 거예요. 폭동이 일어날 테니까요. 믿어줄 사람도 없을 거고요. 물론 이 일에 관여한 인간들이 입을 다문다면 말이지만."

"이제 내가 이번 기사를 없었던 것으로 하려는 이유를 이해하겠나?" 로젠월드가 말했다.

"음, 처음부터 그냥 도와달라고 부탁을 할 수는 없었나요?" 난 말했다. "무슨 일인지 알았더라면 응낙을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니, 그건 안 그랬을 걸?" 클레어가 말했다. "자긴 나랑 사귀고 있으니까. 자기 보스가 나한테 다 이야기해줬어. 기사를 맡기느라 리틀 지노즈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뇌물을 먹여야만 했다고. 그런데 자긴 저녁식사 비용을 저 분이 댔다는 거 나한테 말 안 했지?"

"미안..." 난 말했고 클레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어 보였다.

"우리 생각엔 자네가 내막에 대해 가능하면 오랫동안 모르는 편이 최선일 것 같았네." 로젠월드가 말했다. "물론 자네에겐 좀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그런 걱정이야 나중에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지."

"그렇다면 지금 와서 굳이 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군요." 난 말했다. "분명 어찌된 일인지 전혀 짐작도 못했을 겁니다만."

"왜냐면 내가 미안했기 때문이에요." 루탄트가 말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찰리. 그리고 이 일 때문에 당신과 클레어 사이에 갈등이 생긴 같아 너무 속상했어요."

"게다가 발진도 생겼고요." 클레어가 덧붙였다.

"네, 그것도 그렇죠." 루탄트는 인정했다. "그리고 또한, 난 말 그대로 당신 덕에 왕위에 오를 수 있게 됐어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이유를 모른 채 보상을 받을 수는 없겠죠."

"보상이라고요..." 난 말했다.

"말하자면, 보상금이자 입 다무는 대가(代價)라고나 할까?" 로젠월드가 말했다.

"얼마나 되지요?" 난 물었다.

"막 그에 대해서 클레어와 이야기를 마치던 중이었는데 당신이 들어온 거예요." 루탄트가 말했다.

난 클레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입 다무는 대가는 퍽 후했어, 찰리." 클레어는 말했다. "평생 동안 두 번 써도 남을 만큼."

"그래서 이젠 이 일에 별로 이의가 없게 된 거야?" 난 클레어에게 물었다.

"이의가 없게 됐다는 말은 좀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아." 클레어는 말했다. "안심이 됐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할 것 같으니까. 두 행성의 정부와 자기 보스가 자기를 속여 넘기기로 작당을 했다면 말이야, 자기가 홀라당 넘어간 것도 그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자기는 역시 대체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계속 믿어도 될 것 같다고나 할까?"

"고마워, 클레어." 난 말했다. "나도 사랑해."

"자, 그럼 서로 합의가 된 거죠?" 루탄트가 물었다.

"아직이요." 난 말했다. "나도 조건이 있습니다."

"뭐죠?" 루탄트가 다시 물었다.

"기사를 마저 마무리 짓고 싶어요." 난 말했다.

"그건 벌써 이야기했잖나? 없었던 일로 하겠다니까." 로젠월드가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난 말했다. "사람들이 왜 이번 기획을 중단하는지 알고 싶어할 거예요. 신참 기자로서 내 입장도 별로 안 좋을 거고요. 세 곳의 다른 대사관들에서 세 번이나 데이트를 했잖아요. 그건 그대로 살리고 이 이야기만 빼면 되겠지요."

"글쎄, 모르겠구먼." 로젠월드가 말했다. "세 번 데이트한 것만으로는 좀 이야기가 너무 짧지 않겠나?

"그럼 데이트를 한 번 더 해야겠군요." 난 말했다. "외계종족 대사관이야 쌔고 쌨지요. 어디선가 데이트 상대 하나쯤은 구해지겠죠."

"난 어쩌고?" 클레어가 말했다.

난 몸을 돌려 클레어를 마주했다. "그래서 자기에게도 제안을 하려고, 클레어. 이 이야기를 끝내게 해줘. 그리고 나서 당신과 결혼하는 영광을 내게 줘. 그럼 다시는 다른 외계인과 데이트를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할게. 우리가 살아있는 한 말이야."

클레어는 그 말에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난 어쩌면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 그러는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입을 가린 뒤로 그녀의 웃음소리가 곧 터져 나왔다. "찰리, 이 밥팅." 그녀는 말했다. "지금 나한테 이딴 식으로 프러포즈를 하다니, 이건 아무한테도 말 못할 거야. 울 엄마가 이 이야길 알게 되면 자길 갈아먹으려고 들 걸? 자기 엄마도 마찬가질 테고."

자, 이렇게 해서 누군가 물을 때마다 난 그저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클레어에게 프러포즈를 한 건 바로 내 첫 번째 기사가 뉴월드맨 지에 실린 기념으로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 에펠탑에 올라서였노라고. 물론 사실과는 좀 다르지만 훨씬 로맨틱하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가 에펠탑에 올라갔을 때, 내가 잊지 않고 반지를 챙겨갔던 것 또한 사실이니 최소한 아주 거짓말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자, 그래서 내가 왜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건 적어도 우리 아이만큼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아직 말해주긴 이르지. 초음파 사진으로만 만난 사이니까. 하지만 언젠가 넌 이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게 될 거야. 자, 들어보니 어떠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쫑>

옮기고 나서 하고픈 말:

끝났군요. 힘들었습니다. 이 게시판에 올려보는 거 처음이어서요.
하나 하나 다듬을 곳이 너무 많지만 더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 아쉽지만 여기서 그만 놓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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