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린트 열전(1)

2014.01.23 00:5601.23

이 이야기는 '위대(偉大)한 왕' 린트의 회고록을 수정, 편집한 것으로, 반면교사로 삼을 지어다.

- 前 궁정 서기, 아펠트.


-----------------------------------------------------------------------------------------------------------



'으흐흑.... 왜 내가 이런일을겪어야 하는거지? 어머니... 아버지....'


몇시간전만 해도 단란했던 내 보금자리가, 지금은 피로 물들어있었다. 폐허가 되다싶이 한 우리집에, 밝게 빛나는 것은 열린 현관문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뿐...


그리고 그 문앞에 피가 흐르는 검을 들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1. 그의 이유


오늘, 난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다! 어머니와 같이 도시락을 들고 학교가는 걸음이 낮설기는 했지만, 해가 쨍쨍하고 산들바람이 불어, 이 좋은 날씨에 어찌 기분 나쁠수가 있으리! 종종 재잘거리는 새들과 학교앞에 있는 삐까번쩍한 마차들을 보니, 기분이 좋을수밖에 없었다! 새 친구들도 만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칭찬받아야지. 마차앞에 서있는 시종들은 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숙이고 있었지만... 뭐 우리집시종도 항상 우울하니까...


문앞에서 선생님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드렸다! 어머니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아이 잘부탁드려요'

'오 씩씩한 아이구나! 우리 학교에 온걸 환영한다! 5년간 우리 열심히 해보자꾸나.'


선생님은 호호 웃으면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학교는 처음보는데, 매우 컸다! 대리석이 반짝반짝하고 운동장도 엄청크고, 디게 좋은곳 같다! 신나서 가벼운 걸음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벌써부터 재잘되며 떠들고 있었다! 엄마는 교실뒤로 가고, 난 맨 앞에 앉았다!


옆에는 검은 머리를 한 조그마한 남자애가 앉아있었다. 착한 애인것 같다!


'안녕? 난 마르코라고 해. 반가워'

'어, 안녕! 내 이름은....'


이름이 마르코구나! 계속 말을 나눴더니,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라는걸 알았다! 잘됬다, 집에 같이가면 되겠네!


으 신난다! 솔직히 집에 계속 있는건 지루했어...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왜 나가면 안되는걸까? 위험하다고만 말하고 엄마는....


마르코랑 신나게 대화하다보니 어느덧 선생님이 들어와 있었다. 안경쓰신 예쁜 여자선생님이시다!


'자 여러분 주목! 우리 학교에 오신걸 환영 해요. 우리 학교는 매우 역사깊고 오래된 학교랍니다. 특히 여러분은 모두 엄밀한 기준으로 뽑힌, 장차 엘리트가 될 인재에요! 모두 자기소개하시길 바래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전하를 보좌하고 계신 총리 리크너 대신의 아들 테일러입니다!'


짝짝짝 모두 박수를 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서북군 사령관을 맡고있는 칼 대령의 아들 알렉스 입니다!'


역시 박수를 쳤다.


'안녕하세요....'


등등 몇명이 지나고(사실 뭐라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처음엔 열심히 들었는데 지루해.... 뭐 나중에 알아가면 되겠지....)


 이제 마르코 차례!


...'아.. 안녕하세요'


앗, 난 실수하면 안되겠다! 이럴까봐 거울보면서 연습했지!


헛기침을 하더니 마르코는 계속했다


'전 전하를 보좌하는 외교 전문가 디스의 아들 마르코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마르코는 멋들어진 경례를 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좀 멋진걸? 사람들이 박수를 크게쳤다!


이제 내 차례!


'안녕하세요! 전 진압군을 맡고있는 케빈의 아들 린트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 사람들이 수군댄다. 내가 뭘 잘못했나?


'케빈? 그 유명한 케빈장군?' '저번주만해도 반역자들과 대승을 거뒀됐지? 우두머리를 잡았대! 이제 진압은 얼마 남지도 않았어!'


뒤돌아서 엄마를 봤다. 엄마는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잘못하진 않았나봐.


선생님도 흐뭇한 표정을 짓고 말씀하셨다. '린트! 네가 지금 반역자들에게 왕의 의지를 보여주고 계신 케빈의 아들이라니, 선생님은 그런 네가 자랑스럽구나!'


'감사합니다!' 내가 받은 박수소리가 제일 컸다! 역시 아버지는 대단하신 분이시다!


-----


집에왔다! 아 힘들어... 학교다니는게 이렇게 힘든줄은 몰랐다. 수업을 6시간 했는데, 오늘은 역사만 주구장창 배우는거였다. 왕 트린드 1세는 뭘했고, 왕 폴스 3세는 뭐했고.... 이런말하면 아버지께 혼나겠지만, 솔직히 지겨웠다.... 내일부터는 검술도 배운다는데 기대해봐야지... 


그리고 역시 마르코는 좋은 녀석이었다! 집에오는길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참 어른스럽고 아는거 많은 애였다! 마르코네 아버지가 외국에서 겪은 다양한 일을 듣는게 참 신기했다! 내일도 걔랑 놀아야지!


어머니 아버지는 모두 나가고 없었다. 후아....아버지는 궁에 가서 일하고 계실테고 어머니는 친구들이랑 계실테지.... 마루에 있는 거울에 내 모습을 비쳐보고 있을때, 집사시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오셨습니까.'

'응 왔어'

'주인님 간식가져올까요?'

'아냐 먹고왔어 괜찮아 가방이나 들어줘'

'네'


빨리도 물어본다. 저번달, 전 집사시종이 마차사고로 죽은뒤로 들인 집사시종인데, 다른 시종이랑 잘어울리지도 못하고 계속 멍하니 딴생각만한다. 놀아주지도 않고... 전 집사시종은 맨날 놀아 줬는데... 항상 뚱해있는거 같기도 하고? 여튼 이상한 시종이다.


 휴 힘든데 낮잠이나 잘까....


-----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한 두시간 잤나? 난 어머니께 오늘 학교에 있었던일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대견한듯 머리 쓰다듬으시면서,


"우리 린트 이제 다컸구나"

하면서 웃어주셨다!


기뻤다!


그러고 숙제하고 있는데(뭔 첫날부터 숙제를 내지... 궁시렁궁시렁) 아버지가 오셨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 반가웠다!


'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냐! 잘있었지!'

'여보, 어쩐 일이에요?'

'음, 이제 반란군 전력도 절반으로 줄였고 사령관도 잡아넣었으니까, 수고했다고 오늘은 집에서 좀 쉬고 오라더군!'

'잘됬네요. 그럼 이제 거의 끝난거에요?'

'그렇다고 볼수있지!'

'와! 끝나면 매일 집오실거에요?'

'당연하지! 내 약속하마'


얼마나 오랜만에 오신것인가? 한 2달은 됬나? 반란군 따위 빨리 사라지면 좋겠다 아버지 맨날 보게....


오랜만에 단란한 저녁식사를 했다! 집사시종이 서빙한 소고기, 돼지고기, 싱싱한 포도 등등 모두 맛있었다! 아버지도 있어서 더 그런것 같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런두런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담소를 나누셨다.

'...이제 거의 끝날꺼야. 내일 오전에 반란군 수뇌를 처형하거든.'

'원래 영주였다면서요? 어쩌다 그렇게 됬는지.... 아버지의 죽음때문이란게 사실인가요?'

'그자의 아버지가 죽은건 맞아. 국법을 어겼으니 당연한거지! 유언비어들을 믿지 말도록 해. 아이한테도 주의시키고'

'네 알겠어요.'


-----


'어느덧 열시구나 린트야. 오늘은 혼자 잘수있지? 오랜만에 만나 아버지랑 할 얘기가 많구나.'

'응!' 괜찮아 난 씩씩하니까!

'그래 잘자렴 내일 학교 잊지말고....'

'알았어!'


잔다!


...


근데 잠이 안와. 오늘 너무 긴장해서인가? 학교는 참 괜찮은 곳이었어.


아 알겠다, 낮잠을 너무 많이 잤나봐!


으으...


....,


음 내일은 마르코랑 놀아야지 음냐음냐..,


.....


쿨.... 난 어느덧 잠들어 버렸다.


-----



무슨 소리지? 아직 어두운 밤이다. 자다 깼나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사람은 누구지?

'너...너는!'

'어찌된거냐? 너가 왜여기 있지? 분명히 오늘 감옥에 있는걸 내가 봤는데?'

'제 동지들이 풀어줬습니다. 사형장 근처로 호송되기 직전, 간발의 차였죠'



'저희를 따라오지 않겠습니까? 검을 내려 놓으세요. 원하신다며 혁명에 동참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반란군 주제에 무슨 망발이냐? 난 국왕폐하를 버리지 않는다.'


무슨일이지? 무서워.... 무섭지만 문을 조금열고 보았다.


한 남자가 있었다. 큰 키. 검은 장발. 얇은 갑옷을 입고있었고, 한 손에 길고 가는 검을 들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 각도다...


그리고 그 앞엔 아버지 역시 자랑하시는 큰 검을 양 손으로 들고 대치하고 계셨다. 어머닌 어딨지? 아 그 남자 뒤에 부억칼을 들고 계신다


'에잇!'


어머니 안돼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어머니가 남자를 찌르려는것을 남자가 마루에 있는 거울로 확인하고, 피한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머니의 배에 칼을 찔러넣은 것이다. 어머니는 피를 두 번 토하시더니, 남자가 칼을 뺌과 동시에 쓰러지셨다.


'어머니!'

'네 이놈!'


내가 어머니에게 달려가는 동시에 아버지가 남자에게 공격을 했다. 그러나 남자는 여유있게 피하고 칼을...!


'안돼!'


아버지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마룻바닥이 금새 피범벅이 되어, 남자, 어머니, 그리고 나한테까지 역겨운 얼룩이 남게되었다. 검붉은 피의 얼룩이 내 티셔츠를 적셨다. 남자가 칼을 빼자, 아버지 역시 쓰러졌다.


난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너무 과한 충격 탓일까? 갑자기... 갑자기 이게 뭐지?


'피는 안 보려고 했는데 아쉽군요' 남자는 아버지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협조하셨으면 했는데... 당신같은 사람은 더이상 적으로 둘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깍듯이 고개를 숙인다. '그럼 안녕히....' 그리고 당당하게 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자, 내 안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기다려! 이런짓을 해놓고 그냥가려는건 아니겠지! 이름이 뭐야! 왜, 왜 우리 부모님을 죽였어!' 무서워하면 안된다... 무서워 하면 안돼!


남자는 돌아본다. 젊은 얼굴, 짙은 붉은 눈이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내 이름은 콜린스. 애크리드 해방군 총수다. 아이는 죽이지 않으니, 나한테 할 말이 있으면 검을 들고 찾아와라.'


그리고 그는 계속 걸어, 마침내 문을 박차고 나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454 단편 노인과 청년 목이긴기린그림 2015.06.17 0
453 단편 청새치 그믐여울 2015.05.12 0
452 단편 Haunted, Plotless 김초코 2019.11.18 0
451 단편 네 번째 질문 피클 2021.04.08 0
450 단편 요나가 온 니느웨 니그라토 2020.04.11 0
449 단편 포획 진정현 2020.01.31 1
448 단편 불광동 수정씨 희야아범 2018.11.17 0
447 단편 사이버펑크 목이긴기린그림 2018.07.31 0
446 단편 겁의 과실 송망희 2016.09.11 0
445 단편 (엽편) 첫 술 13월 2016.07.28 0
444 단편 루이 레몬 2015.08.11 0
443 단편 괴우주야사 외전 : 이자토디를 꼬셔 보다. 니그라토 2015.06.20 0
442 단편 휘어진 거리 사틱 2015.06.07 0
441 단편 불청객 꿈꾸는작가 2023.09.23 0
440 단편 템플릿 사피엔스 2022.06.01 0
439 단편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니그라토 2017.03.06 0
438 단편 코스모스 아뵤4 2016.12.01 0
437 단편 코끼리 보러 간 아침 13월 2016.07.26 0
436 단편 [심사제외]보편적 열정 페이 니그라토 2015.04.29 0
435 단편 구멍 홍대입구3번출구 2023.09.2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