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Angel of the night <01>

2006.03.04 19:3203.04

연재라는 걸 하도 오랜만에 해 봐서 이 긴 글을 온라인으로 독자분들이 잘 읽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 홈페이지에만 올려놔봐야 늘 오는 분들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새로운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럼 연재 시작합니다.

Night Stalkers 1부, Angel of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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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나가는 길에 담배를 파는 가게가 있으면 멈춰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담배를 못 피운 지가 벌써 1년이 넘어간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못' 피운다는 말이다. 유행처럼 번진 금연 열풍을 타고 끊어야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라, 그저 단순히 해마다 오르는 담배값에 눈물을 머금고 주머니를 졸라매느라 못 피울 따름이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친구들에게 한 대씩 얻어서 피웠지만 지금은 그럴 친구도 없다.

친구는커녕 말 한 마디 나눌 상대조차 없다. 6개월 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그녀는 지구라는 별에 사는 유일한 외계인이 된 기분이었다.

"젠장. 담배 피우고 싶어."

버스 정류장을 지나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가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 2시 반, 길거리에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문을 연 가게조차 하나 없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옷에서 산화된 기름 냄새가 풀풀 풍긴다. 맥도날드 A르바이트가 끝나면 늘 이 모양이라서 A르바이트 가기 전에는 최대한 낡은 옷을 찾아 입는 버릇이 생겼다. 뭐, 딱히 좋은 옷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키 176센티에 빗자루처럼 삐죽삐죽한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헐렁한 티셔츠 위에 할인매장에서 구입한 남성용 재킷을 걸치고 낡은 청바지를 입은 여진은 뒤에서 보면 가난한 예술가 청년처럼 보이곤 했다. 의대 시절 친구들은 종종 그 점을 들어 그녀를 놀리곤 했고 환자들도 그녀를 남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당시엔 짜증났지만 지금은 그것조차도 그립다. 소독약 냄새, 구겨진 가운, 좁은 휴게실, 구정물 같은 맛의 커피.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나마 들어오던 연금이 끊겼다. 생활비를 버느라 졸업까지 2년 남았는데 휴학계를 내고 A르바이트며 과외로 사방으로 뛰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평생 학교로 다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학비며 부대 비용으로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장학금만으로는 절대 의대를 졸업할 수 없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여진은 다시금 욕설을 웅얼거렸다.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도 없다. 세상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남들에게는 다정하고 '돈 많은' 부모가 있는데 그녀에게는 남은 일가붙이 하나 없다. 어머니는 그녀를 낳고 곧장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그 얼마 후에 가출하셨다. 자식에 노모까지 있는 멀쩡한 남자가 부인이 죽었다고 가출하다니,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어쨌든 아버지는 사라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가끔 술에 취하면 할머니는 울면서 중얼중얼 말씀하시곤 했다.

'그 아가 을매나 착했는디...... 어데서 무슨 일이 나서 죽은 기다. 그기 내를 버리고 도망갔을 리 엄따. 을매나, 을매나......'

차가운 바람에 여진은 인상을 찡그리고 앞쪽 골목을 보았다. 할머니와 평생을 살아온 단칸방까지는 아직도 1km는 남은 것 같은 기분이다. 좁은 골목을 한참 지나 서울의 절반 정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올라가야 방이 나온다. 최소한 다리 길이가 길어서 남보다 걸음을 적게 걸어도 된다는 사실이 이럴 때면 다행스러웠다.

"젠장."

다시금 욕설을 내뱉다가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사방이 조용하다. 바람이 차갑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인상을 찌푸리고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무슨 소리가......

"하아, 학, 학, 악!"

아으으으으. 신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서 여진은 성큼성큼 다시 걸음을 옮겼다. 허름하고 지저분한 동네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곳에서 벌어지는 가장 끔찍한 범죄라면 여섯 살짜리들이 벌이는 폭력사건 정도였다. 가끔 돌멩이를 사용하면 범죄의 급수가 올라가지만 그 이상의 범죄가 벌어지는 건 지난 10년 간 본 적이 없었다.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남에게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탓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먹고살기 바빠서 돈을 버느라 집에 거의 안 들어오는 탓인지도 모르고. 훔쳐갈 게 없는 사람들만 살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제발 섹스 같은 건 문 닫고 하란 말이야. 어쩌자고 저렇게 동네 시끄럽게 만드는데? 설마 이 날씨에 바깥에서 할 리는 없을 테고. 산꼭대기라서 이 동네의 기온은 서울 시내 평균 기온보다 10도는 늘 낮은 것 같았다. 바람이 다시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여진은 한숨을 푹 내쉬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

"아, 아, 그, 그만, 그만해요. 이상해, 머리......"

여진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기묘하게도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들어도 이건 어디 실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소리를 막아주는 게 전혀 없다.

"그만, 그......"

숨을 들이키는 소리,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 그리고 바람을 타고 실려오는 비릿한 냄새.

피다.

여진은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섹스라면 이쯤 해서 여자가 비명을 한 번쯤 질러야 하고, 남자의 신음소리도 들려야 한다.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도 좀 더 들려야 할 테고.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소리는 들리는데 숨쉬는 소리도, 신음하는 소리도 아니다.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 뭔가를 써는 듯한 소리. 예전에 실습할 때 종종 들어본 소린데.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천천히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냄새로 보아 그리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바람이 너무 강한 탓인지도 모른다.

여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치 개처럼 냄새를 맡았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냄새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녀의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여자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써는 것 같은 소리도 사라졌다. 불안감이 두터운 담요처럼 그녀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피냄새가 더욱 진해지자 그녀는 그쪽 방향으로 달려갔다.

골목을 돌아서는 순간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깨진 가로등에서는 빛이 가끔씩 발악하듯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골목 중간에 웅크리고 있는 어두컴컴한 그림자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빛이 다시 노랗게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무성영화처럼 그림자는 그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다. 한 순간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에게 몸을 기울이고 있다가, 다시 빛이 들어왔을 때는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역한 피냄새. 실습 때는 이렇게까지 피냄새를 맡은 적이 없다. 이런 피냄새를 맡은 건......

아주 오래 전 언젠가였는데, 그게 언제였지?

여진은 눈을 깜박였다. 다시 빛이 들어왔다 사라진다. 그림자는 이제 일어나 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이, 이봐요. 뭐 하는 거예요? 무슨 일이에요?"

소동을 벌이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서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다시금 가로등이 켜진다. 필라멘트가 파지직 소리를 내는 것까지 들릴 만큼 주위는 고요했다.

"다쳤어요? 경찰에 지금 전화할 거예요!"

핸드폰을 갖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담배도 못 사는 주제에 핸드폰을 갖고 있는 건 바보짓이라고 종종 생각했으나 A르바이트를 하려면 아무래도 필요했다. 그래도 기계는 몇 년 전 공짜로 줄 때 얻은 거니까 라고 위안을 삼곤 했는데 오늘은 정말이지 절실하게 반가웠다.

다시 가로등 불빛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조금 길었다. 여진은 흠칫흠칫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림자는 선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손에 들고있는 무언가를 내려다볼 뿐이다. 몇 걸음 더 다가갔을 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틀렸어, 이건. 움직이지 않아."

그림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노란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불빛 때문인지 더욱 노랗게 보이는 얼굴, 튀어나온 눈과 가느다란 일자를 그리고 있는 입이 선명하게 보인다. 여진의 눈이 남자의 손 쪽으로 향했다.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것은......

형체는 불분명하지만 분명히......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림자의 주인을 확인하기 직전에 가로등이 다시 꺼졌다. 빛에 막 적응하고 있던 눈이 갑작스러운 어둠 탓에 시력을 잃었다. 눈앞이 그저 새카맣게 보인다.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에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방해돼."

무언가가 그녀의 팔 근처를 스쳤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쾅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그녀의 옆을 내리찍었다. 식은땀이 좍 밴다. 그녀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남자를 보려고 노력했다. 주위가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딱 하나만이 분명하게 보인다.

시뻘겋게 빛을 뿜고 있는 눈.

순간적으로 여진의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빨갛게 빛나는 수십 개의 눈들이 그녀를 쫓아오는 꿈. 어린 시절부터 피곤하거나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그녀를 괴롭히던 악몽. 꿈속의 그 눈이 지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서 봤지? 저 눈을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본 적이 있는데.

손이 날아오는 순간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피하며 양손으로 남자의 팔목을 잡았다. 남자의 팔은 그녀를 스치고 지나가 옆에 있던 전봇대에 박혔다.

박혀?

이성적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여진은 다급하게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다. 젠장, 도대체가 엉망이다. 어떻게 된 거지? 이건 단순한 강도 살인이 아니었다. 피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짙게 풍기고 있고, 남자에게서도 온통 비린내가 풍겼다.

남자가 뒤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우악스러운 손이 머리채를 휘어잡는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넘어졌다.

"저리 가, 저리 가! 사람 살려요!"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그녀는 남자의 손을 피했다. 남자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에 감고서 바싹 끌어당겨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여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남자의 입가에 묻은 피와 길게 비어져 나온 송곳니가 뚜렷하게 보였다.

"잊어버려. 지금 본 건 전부 다."

아니, 그럴 수 없다. 남자의 다른 손에는 여전히 그 작은 덩어리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태어나지도 못한 아기. 핏덩어리 모양의 어린애. 태아.

"이 망할 자식!"

자신도 모르게 여진은 주먹을 날렸다. 움켜쥔 주먹이 남자의 얼굴과 맞닿는 순간 우직 소리가 나면서 남자의 코뼈가 무너지는 게 느껴졌다. 남자가 컥 소리를 내며 그녀의 머리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거의 검은색으로 보이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미친놈! 변태! 사람을 죽이고 태아를 꺼내? 이 정신병자 같으니!"

남자는 마치 믿어지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진은 일어나서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서 그녀를 보았다. 가느다란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어렸다.

"너...... 사람이냐?"

정신병자 따위를 상대하고 있는 것보다는 어서 경찰과 병원에 연락하는 게 더 낫다고 이성이 외치고 있었지만 도저히 이 남자를 이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여진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남자를 빤히 응시했다.

"너 같은 미친놈은 사형이야, 알아? 백 퍼센트 사형이라고!"

"사람이 아닌가...... 뭐든 상관없어. 살려두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남자가 감정이라고는 없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유일한 감정이라면 붉은 눈에 빛나는 경멸에 가까운 표정. 소름이 오싹 끼쳐서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다음 순간 남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앞으로 다가와서 양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여진은 헐떡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그녀보다도 작은 키의 남자는 그녀의 목을 잡고서 허공으로 몸을 들어올렸다. 목이 지독하게 아프고 숨을 쉴 수가 없다. 기관지가, 폐가 비명을 지른다. 남자의 손을 손톱으로 쥐어뜯으며 그녀는 발로 그의 몸을 걷어찼다. 안 돼, 안 돼. 죽고 싶지 않아! 젠장, 안 죽을 거야.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숨을 쉴 수가 없어. 안 돼.

간신히 한 가닥 남은 정신을 집중해서 여진은 남자의 다리 사이를 있는 힘을 다해 걷어찼다. 남자의 손이 움찔했으니 풀리지는 않는다. 거친 욕설이 들리는 것 같았으나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어서 알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야 돼! 여진은 손을 뒤로 뺐다가 남자의 눈을 힘껏 찔렀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남자가 낮게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놓치고 물러났고, 그녀는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픈 것도 잊은 채 그녀는 일어나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요! 살려주세요!"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어째서인지 동네는 조용하다. 목이 아파서 목소리도 잘 나오지도 않았다. 기침만 나오고 폐가 타는 듯이 아프다. 뛰는 것조차 힘들었다. 뒤에서는 욕설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 망할 년, 잡아서 팔다리를 다 찢어주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왜 저런 정신병자를 만난 걸까?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 확인하지 말고 그냥 집에나 가는 건데. 이 추운 날 왜 내가 이렇게 도망치고 있어야 하는 거야? 집이 그리 따뜻하지는 않아도 지금 이 꼴을 하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텐데. 젠장, 젠장, 젠장. 6개월 전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눈알을 뽑고 혀를 뜯어내고 손발을 다 잘라버린 다음 몸뚱이를 길거리 한가운데 걸어놓을 테다."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들리는 순간 여진은 무언가에 부딪힌 것처럼 멈춰 섰다. 어느 새 바로 옆에 와 있던 남자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경중필!"

남자가 흠칫 뒤를 돌아보더니 욕설을 내뱉고 그녀에게서 물러섰다. 저쪽에서 누군가가 뛰어오고 있었다.

"거기 꼼짝 마, 이 망할 개새끼!"

"웃기는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남자는 내키지 않는 것처럼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여진은 자동적으로 남자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남자가 그녀를 돌아보더니 귀찮은 모기라도 쫓는 것처럼 팔을 홱 내저었다. 옷자락을 잡은 채로 몸을 옆으로 비켜서 남자의 손을 피하고 그녀는 발로 그의 정강이 뒤쪽을 후려 찼다. 무릎이 꺾이자 남자가 날카롭게 욕설을 내뱉으며 손을 휘저어 그녀를 잡으려 했다.

"거기 그대로 있어! 그 여자를 건드리면 네놈 모가지를 뽑아버리겠어!"

뛰어오는 사람이 고함을 지른다. 여진은 그 사람이 올 때까지 이 정신병자를 잡아두기 위해 노력했다. 정신병자의 손톱이 그녀의 왼쪽 얼굴을 할퀴었다. 뺨이 화끈거리고 무언가 미지근한 게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으나 여진은 발로 남자의 정강이를 밟은 채 팔을 잡고 놓지 않았다. 남자가 다시금 욕설을 내뱉고서 이번엔 그녀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세게 후려쳤다. 숨이 콱 막히는 느낌에 그녀가 기침을 하며 몸을 구부렸다. 다음 순간 남자가 사라졌다. 여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저쪽으로 날듯이 달려가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안도와 짜증이 섞인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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