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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z시대의 멘토링

2015.04.09 02:0804.09

 


                                                                                                       Z 시대의 멘토링

 


 


        1. S=DC+DA


 

  귀기울여보면,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를 채우고 있는 것은 온통 비명 아니면 신음이다. 엄마에게 물렸다고 자식이 물렸다고 옆 집 소녀가 피 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온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팔이 물리고 다리가 씹히고 수십 마리 좀비에게 둘러싸여 내장이 뜯겨나가는 와중에도, 제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귀에 생생하게 들리고 있다. 이럴 때마다 내가 진언처럼 되뇌는 문구가 있다.

  ‘비명에 대답하는 것은 비명밖에 없다.’

  릭 그라임스1)나 콜럼버스2) 같은 유명한 생존자의 명언이 아니다. 주유소 화장실의 더러운 벽에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낙서. 작자의 나이도 성별도 알 수 없는, 다만 어떤 끝 모를 광기에서 오는 직관이 쓴 듯한 낙서였다. 당시에 나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있었다. 가족(아빠, 엄마, )이 모조리 좀비가 되었고(순서는 알 수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의 머리를 소방용 도끼로 내려쳐야 했으며(상식 부족으로 참수를 한 탓에, 이빨을 딱딱거리며 굴러다니는 머리통을 한 번 더 쪼개야만했다), 우연히 생존자 무리의 버스에 타게 되었지만 곧 기름이 떨어졌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무리에 있던 또래 여자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유소 원정에 자원해버린 바람에(그녀의 아버지가 선뜻 나선 것이 나를 묘하게 자극했다), 남자와 단 둘이 플라스틱 문 너머로 수십 마리의 좀비가 우글거리는 화장실에 갇혀버린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은 망치자루와 부러진 야구방망이, 반 밖에 채우지 못한 기름통뿐이었다. 들썩거리는 문을 나는 등으로 아저씨는 어깨로 막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의 문제로 여겨졌다. 아저씨와 나의 심장 박동을 곱한 것만큼이나 격렬하게 문이 흔들렸고, 그 리듬을 따라 경첩이 삐걱삐걱 문틀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점점 넓어지는 문틈으로 시퍼런 얼굴들이 찐득한 혀를 들이밀었다. 우리가 강한 군침을 유발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비명이었던 것이 방언 같은 주절거림으로 누군가의 이름으로 바뀌어 갔다. 내가 어떤 말을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저씨가 내질렀던 소리는 아직도 옆에서 쨍쨍 울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한순간 아저씨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과거세계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타인과의 진정한 공감이라는 것을 체험하는 중이라는 것을. 서로가 상대방도 깨달았다는 것을 알아챈 것마저도 느낄 수 있는 강한 공감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공명하게 만든 것은, 우리를 철저하게 식료품으로 여기고 있는 배고픈 시체들과 어떠한 타협점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절망, 예견된 먹힘에 대한 공포였다. 그런 단어가 있다면, 동시 오르가즘의 사악한 반대말 같았다. 거기서 문이 열리고 우리가 일체의 조리도 없이 섭취되었다면, 절망과 공포가 현대사회의 오랜 숙제였던 타자와의 화해의 열쇠였다고, 아마도 나는 희망과도 같은 착각을 품은 채 살점으로 나뉘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아저씨의 뿌연 얼굴 너머, 때 묻은 타일에 마치 빛으로 음각한 듯 반짝이는 문구가 눈에 띠었다. 비명에 대답하는 것은 비명밖에 없다. 그 문구가 내 눈을 뚫고 지나갔다가 다시 내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멈췄다. 소리를 내지 않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물에 잠긴 것처럼 세상이 조용해진 것이다. 아저씨의 비명도 좀비들의 괴성도 수면 밖에서 나는 소리처럼 먹먹하게 들렸다. 그리고 느려졌다. 등을 때리는 문의 들썩임이 느린 재즈의 리듬처럼 박동했고, 문틈으로 삐져나온 썩은 손가락들이 첼로 연주자의 것처럼 묵직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화장실 문을 틀어막고 있는 늙은 남자가 보였다. 우리가 임시거처로 삼은 창고에 부인과 어린 딸을 둔 전직 교수. 그는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나에게 비명이라는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치스러웠다. 한순간이나마 그와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는 것이, 시대의 요구를 깨닫지 못하고 그처럼 낡은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했던 것이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동시에 명확해졌다. 나는 변기 위의 작은 창문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통과할 만큼은 되었고 창살도 없었다. 나는 계획과 동시에 망치자루를 들어 늙은 남자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늙은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내가 한 번 더 같은 곳을 때리자, 아둔한 눈이 초점을 잃었다. 나는 남자를 문틈으로 밀었다. 늙다리 교수는 술 취한 닭처럼 비틀거리며 부패한 손가락에 이끌려 바깥으로 사라졌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신속하게 창문을 열고 기름통을 던진 후 상반신을 창틀에 걸친 다음 경쾌하게 빙글 돌아 땅에 착지했다. 화장실에 갇혀 있다 나와서인지 어느 때보다도 공기가 상쾌했다.

  나는 지금도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 여러분도 그러길 원할 것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조언은 투덜대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은 변했다. 아무도 당신의 절망에 신경 쓰지 않는다. 타인의 절망에 대답하지도 마라. 살려달라는 애원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 당신은 치킨을 먹을 때 닭의 절망에 대해 숙고한 적이 있는가? 세상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징징댈 시간에 생각하고 움직여라. 생존자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남았다. 나는 이것을 S=DC+DA 법칙이라고 정리했다.

 

  S(survival) = DC(Don't Crying) + DA(Do Action)

 

  지금 세계의 윤리는 하나뿐이다: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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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존자 무리 일명 릭 일행의 우두머리. 

2) 

소심함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인물. 심폐강화 운동을 하라. 화장실을 조심해라. 안전벨트를 매라. 등의 생존법칙을 주창했다.





        2. 물릴 수도 있으니까 청춘이다.

        -인터뷰 영상. 8mm 필름.


 

  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인류는 항상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왔습니다. 생존자와 좀비. 먹고 먹히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모두가 생존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극소수의 사람들이지요. 그렇다면, 생존자와 좀비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저는 오래전에 한 가지 법칙을 제시했었습니다. S=DC+DA. 실제로 대부분의 생존자들이 실행해서 유용함이 증명된 법칙이지요.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생존의 황금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또 다른 고통으로 절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젊은이들과 부대끼며 생존법을 가르쳐온 만큼, 기성세대의 그 누구보다 그들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그래서 종종 기성세대에게 주거지와 통조림을 나누자고 요청하곤 한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광란에 가까운 거센 저항을 만나곤 합니다. 목숨을 걸고 쟁취한 안전한 거처와 먹을거리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겁니다. 젊은이들은 그들대로 쓸 만한 거처는 대부분 선점되어 있고, 생존 필수품을 구할 수 있는 마트 같은 곳들도 이미 약탈되어 있어서 생존 가능성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생존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요. 그런 젊은 세대에게 나도 목숨 걸로 집을 구하고 먹을 것을 찾았다. 죽을 만큼 노력한 뒤에 불평하라.’고 말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호화롭고 튼튼한 빈집과 대형마트가 멀쩡히 남아있던 상태에서 정착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것은 분명히 사회문제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어려움의 한도가 지나치게 낮을 때, 우리는 그 어려움을 사회적 문제라고 부르지요. 지금의 20대는 우리의 20대 시절 보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고요. 최근 조사된 세대 간 좀비율 조사3)에서 20대가 단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에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세대별 사망원인 조사4)에서도 40대 이상은 1위가 식중독이었는데 2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살인이었어요. 가해자의 82%가 생존 경쟁자인 20대였고요. 20대의 70% 이상은 좀비이고, 살아남은 20대들은 서로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청춘들이 부럽다고 말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믿을 수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발전시설이 완비된 대저택과 신선한 과일이 보장된 현재의 생존학 교수의 삶과 지금 20대의 삶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20대의 삶을 선택할 겁니다. 20대 여러분들은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가능성입니다. 꿈을 쟁취할 수 있는 가능성. 그렇습니다. 20대 여러분들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존재입니다. 때론 허름한 헛간에서 좀비 떼의 습격을 받거나 굶주린 채 요새 근처를 배회하다가 총에 맞을 수도 있겠죠. 친구 대부분이 좀비가 되어 자신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광경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에요. 정말이지……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에요…….

  그, 그럼에도 자기 앞에 가로놓인 모든 곤경을 헤쳐 나가서, 결국은 영웅이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여러분 앞에 있는 겁니다. 장애물이 거대할수록 여러분의 스토리 또한 극적일겁니다. 나는 그것이 끔찍, 부럽습니다! 사실 끔찍하다. 과일도 먹지 못하고. 아니 부럽습니다. 역시 끔찍하다. 그런 삶은. 아니 부럽…….

  (필름이 끊겨 있다. 가위로 자른 후 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보인다.)

  때로는 사랑에 고뇌하는 청춘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것 또한 청춘의 매력이지요. 선생님, 지금 시대에 사랑은 사치 아닌가요? 누군가는 이렇게 화내듯 묻기도 하지요. 저는 그런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지 마라. 생존에 사랑은 필요 없다. 그렇습니다. 달콤한 열매는 인내를 필요로 하듯이, 청춘들은 열정을 생존에 바쳐야 합니다. 저에게도 생존과 사랑의 기로에 섰던 추억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태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죠. 그녀는 저에게, 아버지의 마지막에 대해 묻곤 했습니다. 저는 그녀와 사랑을 나눈 뒤에, 그녀의 아버지의 희생과 용기에 대해 말해주곤 했지요. 사랑을 해야만 조금씩 말해줬어요. 그것은 지옥 같은 삶에 한줄기 단비와도 같은 순간이었지요. 그녀가 없었다면, 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사랑하십시오. 그렇습니다. 생존만으로 인간은 살지 못하니까요. 생존의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 그녀와 폐허가 된 마트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요. 건질게 거의 없었어요. 어쩌다 냉동 창고의 문을 열었는데, 수십 마리의 좀비가 뛰쳐나오더군요. 우리는 정신을 잃고 달렸어요.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우리가 들어왔던 창문으로 좀비가 기어 들어오고 있었지요. 허둥지둥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우리를 따라 좀비들이 우르르 따라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꼼짝없이 화장실 칸막이에 갇혀버렸지요.

  사랑하지 마십시오. 아니 사랑하십시오.

  사랑마십시오.

  (필름이 거칠게 구겨져 있어서 나머지 내용은 영사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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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051%, 2074%, 3066%, 4043%, 5027%. 60대 이상은 자력생존대상으로 보기 어려워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오차범위 ±2%.

4) 각 세대별 사망원인 1: 10대 자위행위, 20대 살인, 30대 자살, 40대 식중독, 50대 식중독. 자세한 통계는 시민회관 게시판 참조.

 



 

        3. 물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Z시대에 고통 받는 모든 분들께.

 

  세상이 당신을 끝없이 괴롭힌다고 느끼신다면, 자신을 압박하는 모든 문제를 차분히 써보세요.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씩 하나씩.

어둡고 좁은 공간, 끝없이 이어지는 부패한 발소리,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만 같은 좁은 골목,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는 썩은 손가락, 목덜미에 돋는 소름, 나를 찾지 못하고 지나가는 헬리콥터와 그로인해 모여든 살아있는 시체들, 썩은 음식, 썩은 냄새, 갈증, 다툼, 배신, 광기.

  이제 옆 사람과 종이를 바꿔보세요. 어서요. , 서로 바꾸시면 됩니다.

  짝이 없으면 그냥 들고 계셔도 됩니다.

  자, 이제 옆 사람을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 읽어보세요.

  어떻습니까. 당신이 겪는 모든 고통은 현대인이 마주하는 Z시대의 일상입니다.

  심호흡을 해봅니다. 당신은 지금 들판에 앉아 있습니다. 따뜻한 바람에 꽃향기가 실려 옵니다. 눈앞에, 작은 강이 있네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따라 해보세요.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나는 좀비가 밉지 않다.

어려우시죠? 살아남기 위해 했던 일에 대한 죄책감, 내일에 대한 절망, 좀비에 대한 원망.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들을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강물을 따라 멀리멀리 흘러가게 놓아둡니다. 괴로운 생각은 독소처럼 몸속에 쌓여서 마음의 병을 앓게 합니다.

 

  누군가는 생존의 법칙으로 경쟁에서 이길 것을 강요합니다. 누군가는 치료제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정부를 욕합니다. 또 누군가는 가진 것을 꼭 끌어안고 내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태도는 여러분 자신을 괴롭힐 뿐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정부는 사실상 없습니다. 자원은 얼마안가 고갈될 것입니다.

, 다들 자리에 누워보세요. 편하게, 손을 가지런히 하고 눕습니다.

  한 번 더 심호흡을 해봅니다.

  당신은 도심 한복판에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힘겹게 빠져 나옵니다. 주위를 살펴봅니다. 창문이 깨진 빌딩, 불타는 자동차, 쓰러진 가로수가 보입니다. 멀리 언덕 너머에서 무언가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상하군요. 벌거벗은 닭처럼 생긴 것이 뒤뚱뒤뚱 열심히 달려옵니다. 이제 당신 앞을 헐레벌떡 지나가려고 합니다. 당신만큼 커다란 잘 익은 오븐구이 치킨이네요. , 당신 옆에 있던 여자가 뛰어들어 치킨을 쓰러뜨립니다. 닭봉을 쭉 찢어서 열심히 발라먹습니다. 치킨에서 기름이 쭉쭉 흐르네요. 향긋한 고기 냄새에 당신도 군침이 돕니다. 어떻게 할까요. 여성분께 같이 먹어도 될지 물어봅시다. 같이 먹어도 될까요? 그럼요, 여기저기서 치킨이 막 뛰어다녀요. 맘껏 드세요! , 당신은 기쁨에 탄성을 지릅니다. , 이제 당신도 쓰러진 치킨에 달려듭니다. 치킨은 역시 다리죠.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다리를 한입 가득 뜯어 먹습니다. 아아, 정신을 잃을 정도의 맛이군요. 당신은 황홀감에 빠져 치킨을 마저 해치웁니다. 냠냠 쩝쩝. 치킨이 뼈만 남았네요. 조금 쑥스러운 기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여성분과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여성분이 손가락을 빨면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입니다. 이상하네요……. 기억이 안나요. 당신은요? 당신의 이름을 물어봅니다.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상하군요. 당신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렇죠? 여성분이 멋쩍게 웃습니다. 아 저기 보세요? 여성분이 가리키는 곳을 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어디 가는 거죠? 글쎄요. 한번 따라가 보죠. 사람들을 따라 여성분과 함께 당신도 달려갑니다. 당신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철문 앞입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 맨 뒤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 모르셨어요? 여기서 곧 치킨 파티가 열릴 거래요. 빨리 문 열라고 외치고 있는 중이에요. , 치킨 파티. 여성분이 당신을 향해 눈썹을 들어 올립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갑시다! 누군가 외칩니다. 옳소! 옳소! 이제 사람들이 철문을 마구 밀어 젖힙니다. 철문이 삐걱삐걱 소리를 냅니다. 당신도 철문에 달라붙어서 열심히 흔듭니다. 하하하! 정말 신나네요. 사람들 모두 재밌어하며 문을 흔듭니다. ! 드디어 문이 쓰러집니다. 우와아.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빨간 벽돌 건물을 향해 달려갑니다. 당신과 여성분도 질세라 달립니다. 건물에 다닥다닥 붙은 네모난 창문마다 잘 구워진 치킨들이 파닥거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유리문을 깨부수고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치킨이 차려진 방방마다 사람들이 차례대로 입장합니다. 아기치킨, 어른치킨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당신과 여성분도 드디어 한 방에 입장합니다. 와우. 6마리의 영계가 침대 머리맡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달려들어서 하나씩 번갈아 맛을 봅니다. 바닥에 우수수 뼈가 쌓입니다.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시 복도로 달려 나갑니다. 그때, 당신 뒤에서 치킨 두 마리가 튀어 나옵니다. 사람들과 함께 당신도 치킨을 쫒아갑니다. 굉장히 빠른 치킨입니다. 치킨 뒤를 수십 명의 사람이 쫓아 복도를 달립니다. 치킨 두 마리가 맞은편의 사람들을 보고 옆의 방으로 쏙 들어갑니다. 화장실이네요. 당신도 사람들과 함께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치킨이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는 모양입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치킨들이네요. 당신은 문을 쾅쾅 때립니다. 사람들도 문을 때립니다. 문이 들썩 거립니다. 당신은 신이 나서 문에 몸을 던집니다. , 문이 열립니다. 어라? 치킨이 한 마리밖에 없습니다. 이제 보니 병든 치킨인지 비틀거리고 있네요. 창문 너머로 쩔뚝이며 도망가는 치킨이 보입니다. 어쩔 수 없죠. 일단 이거라도 맛있게 먹습니다. , 이제 당신은 너무 배가 부릅니다. 밖으로 나오자 잔디밭에 여성분이 누워 있습니다. 당신도 옆에 눕습니다. 배불러요? 여성분이 물어봅니다. , 정말 배불러요. 근데 한 마리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성분이 웃습니다. 그렇죠? 저도 그래요. 하늘에 치킨 상자가 높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 여러분, 이제 눈을 뜹니다.

  어떻습니까? 물린 후의 세상도,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지요?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언젠가 좀비가 될 수도 있는 당신을 담담히 받아들이십시오. 너무 빨라서 숨 찬 세상이지요? 당신이 물리면, 세상도 물립니다. 끝없는 경쟁과 도망이 사라진 세상으로,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나을 세상으로. 그렇게 되면…… 거기 맨 뒤에 학생,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저기요, 이제 곧 마무리…… 잠시만 그대로……. 여러분. 뭐하시는 거죠. 가까이 오지 마세요. , 레드썬! 여러분. 으아악. 여러분?

 

<>

 

*본 챕터의 내용은 Matt Smigiel의 만화 "SWEET TOOTH"를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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