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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컨트롤 : 압도적 힘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일종의 격언은 문명 4단계인 그들에게도 남아 있었다.

 

일찍이 카르다쇼프는 문명 1을 한 행성의 모든 에너지를 쓰는 것이 가능한 단계, 문명 2는 한 태양계의 모든 에너지를 쓰는 것이 가능한 단계, 문명 3은 한 은하계의 모든 에너지를 쓰는 것이 가능한 단계로 분류했다.

 

이에 미치오 카쿠는 문명 4, 5, 6단계를 더했다. 문명 4는 한 우주의 모든 에너지를 쓰는 것이 가능한 단계다.

 

문명 4는 주의 깊게 지구를 관찰했다.

 

양자 역학이 발견한대로 미래는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었고, 동시에 인과율에 따라 미래는 과거로부터 왔다.

 

두 측면은 문명 4에게 있어서 다룰 수 있는 것이 되어 있었다.

 

머나 먼 미래에서 지구인의 후손이기도 한 문명 4는 월드 컨트롤을 통해 시공간을 조작해 과거를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의 요소들이 플랑크 시공간까지 내려감에 따라 우주 그 자체가 시뮬레이션의 대상이 되는 바 이를 월드 컨트롤이라 한다.

 

-이 지구는 실패작이다.

 

문명 4는 자신이 가장 뛰어난 상태로 나타날 수 있는 유형으로 과거의 지구를 조작하고자 했다. 이번에 시도한 지구는 실패로서 다른 것으로 바뀌어야 했다.

 

-이번 지구는 그래도 조금은 진보했다.

 

-이전 지구는 인류 최상류층이 자유민주공화정을 참칭하여 수정 자본주의 체제 전체의 산물을 독과점하고 자신들만이 과학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될 경우 최상류층이 도전자가 없어지니 오만해져 타락하고 쾌락에 별다른 대가 없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현 상황에 안주하고자 하는 경향이 시나브로 심화되고 결국 진실에서 멀어져 미신 속에 떨어져 인류 전체가 약화되게 됨을 몰랐다. 그토록 저열한 최상류층을 가진 지구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썩고 썩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들은 떠돌이 행성의 위협으로부터도 지구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기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류 전체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편협 된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노닐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권이 인간이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이번은 어떻다고 보는가?

 

-이번엔 지구인들은 인공지능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 물론 우리는 인류와 인공지능 복합체의 후손이다. 인공지능만으로는 자아를 지키는 단계에 이를 수 없거니와, 인공지능들만 있을 경우 결국 제대로 된 계산 보다는 다른 인공지능을 잡아먹어서 연명하는 포식자가 출현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결코 진정한 힘에 이를 수 없다.

 

-결정했다. 이번 지구 역시 시공을 되돌리고 지금까지의 역사는 오메가 포인트에 새겨서 인류만을 부활시킨다. 그들 인류는 어쨌든 우리의 선조이고 우리는 효도하는 것이 기분 좋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래밍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가 없으되 결국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스스로 있는 분이 저 너머에 계신다는 믿음만이 도타워질 뿐이다.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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