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어느 심사평

2013.03.08 19:5903.08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동영상은 모두 감상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전부터 공지했던 바와 같이 8일 자정까지 공지된 시각에 공지된 메일 주소로 공지했던 대로의 규격을 갖춘 동영상을 바르게 첨부하여 보내주신 메일분에 한해서만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규격화된 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 분량을 맞추지 못했다거나, 지정된 시각을 넘어 메일을 발송한 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모습이나 행동으로 심사에 임하신 분 모두 기준 미달로 처리하여 이에 해당하는 영상 및 메일은 전량 삭제하였으므로,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참가자는 없길 바라겠습니다. 미리 공지했던 바대로 말이죠.

 

현재까지 총 67건의 응모 메일이 도착했으나, 아직도 끊임없이 메일 송신음이 울리고 있어 굉장히 짜증스럽습니다만, 심사 기준에 적격한 후보자는 아쉽게도 '닉네임을 입력하세요'님, 'All That Azz'님, 그리고 '불완전변태'님으로 총 세 분입니다. 심사 기준에 이의가 있으신 분은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제가 미리 배포했던 가이드 라인을 다시 한번 훑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러고도 제 심사에 오류가 있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겠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에롤 가너가 실수로라도 믹솔리디안 스케일이 들어갈 자리에 리디안이나 로크리안을 쓰던가요? 당신도 부디 나처럼 상식이 있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에롤 가너라고 들어는 봤나요?

 

개별평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반적인 총평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빌어먹을."

 

아시다시피 전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요. 내 아까운 시간 쪼개서 당신네들... 아니지, 참가자들의 그... 결과물을 일일이 다 체크하고 평가를 매긴다는 건 정말이지... 여러분들의 인생에 더는 없을 행운에 가까운 사건이란 말입니다. 거기에 친절하게도 개별평까지 덧붙인다니... 뭐라 더 형용하기가 힘듭니다. 지금 이 시간도 아깝군요.

 

 

[닉네임을 입력하세요 - Crazy Rhythm]

 

우선 수준 높은 기타 연주에 박수를 쳐드립니다. 피나는 연습을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제 양 팔뚝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곯아도 그것보다는 잘 치겠지만, 하여간 당신의 노력에 다시 한번 깊은 경외감을 표합니다. 그것 보세요. 당신같은 사람도 하면 되잖아요. 약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양손을 사용하여 -- 이런 기회라도 없으면 도대체 언제 당신이 양손을 사용할 일이 있겠습니까? -- 악기를 다루며 동시에 노래까지 한다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Crazy Rhythm'을 심사 후보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런 지극히 기본적인 소양을 어설프게나마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곡의 시작과 끝을 이루는 반복적이며 지루한 코드 진행은 연주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보다 노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시도로 보였으나, 얄팍했습니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 집중의 효과가 청중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끝까지 큰 변화 없이 오직 'G - C - F'의 고정된 로테이션으로 이루어진 진부한 코드 진행은, 마냥 드럼 두드리는 소리를 주욱 듣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연주자 자신도 조금 지루했는지 후렴구에서 'C - F - G'로 코드 진행이 살짝 바뀌는 해프닝이 그나마 인상적이었으나, 'C - F - G - C - F - G - C - F...' 결국 정신을 차리고 보면 'G - C - F' 였습니다. 기타의 소리가 마이너톤으로 살짝 튜닝이 엇나간 부분도 있었으나, 미묘한 차이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또 원본 동영상을 인코딩하는 과정에서 오디오 데이터를 지나치게 압축하여 상당 부분 음원 손실이 진행된 것 같으니, 사용하고 있는 인코딩 소프트웨어의 오디오 설정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외에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우수하지도 형편없지도 않은, 땅콩이나 까먹으면서 감상하면 그럭저럭 시간은 좀 때울 수 있는 미적지근한 공연이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목폴라 스웨터 대신에 목이 시원하게 파인 티셔츠를 입으세요. 그 편이 훨씬 노래하기 수월할 겁니다.

 

 

[All That Azz - 사랑한다는 그 말]

 

동명의 노래를 보사노바풍으로 번안하여 리드미컬하게 담아낸 재밌는 곡입니다. 중간중간 카를로스 조빔의 오마쥬로 삽입한 듯한 유명한 멜로디가 곡의 분위기, 가사와 적절히 매치되며 듣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색조의 멜로디를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같이 짬뽕도 먹고 탕수육도 먹는 기분입니다. 특히 2절의 후렴구에서 조바꿈을 세 차례나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절정으로 치닫는 파트가 꽤 괜찮습니다. 피아노 연주로 말하자면 다양한 스케일의 활용과 그것을 가능케하는 기교적인 손놀림은 이미 아마추어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고, 보컬 또한 보기드문 허스키 보이스와 깔끔한 고음 처리, 듣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중저음까지 모두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 못생겼습니다. 요샛말로, 찐따같이 생겼습니다. 평생을 죽어라고 음악 연습만 했나보죠?

 

 

[불완전변태 - I LOVE ME]

 

정말이지, '빌어먹을!' 이란 표현이 절로 튀어나오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아주 환상적이었단 소리예요! 특히 목젖, 오오 그 탄탄하고 기름진 피부를 당장이라도 뚫고 나올 기세의 그 날카로운 목젖. 흠뻑 젖은 생머리를 무심하게 뒤로 넘기며 숨을 거칠게 뱉고 마실 때의 그 짐승같은 목넘김. 후렴구에서 당신이 "I LOVE ME"를 몇 번이고 복창하며 눈물 흘릴 때엔, 저도 따라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합격이세요.

 

합격도 합격이지만, 당신이 거쳐가야 할 매우 중요한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뭐라 말하기가 조금 그러니, 제게 다시 메일로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확인 즉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꼭 연락주셔야 합니다. 아니, 제가 여기에 연락처를 남기겠습니다. xxx-xxxx-xxxx, OOO. 꼭 연락주세요! 트로피와 우승 상금을 드려야 하니까... 아니, 제 모든 걸 드리겠어요! 그러니 제발 연락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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