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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신부The Bride of Frankenstein
마이크 레스닉Mike Resnick

『아시모프Asimov's』지 2009년 12월호
http://www.asimovs.com/201006/images/brideoffrankenstein.pdf

4월 4일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담?
우리는 하인도 없고, 외출도 전혀 하지 않고, 방문객도 전혀 없다. 가구는 모두 낡고 흉하며, 저택은 언제나 곰팡내가 나고,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는데도 빅토르는 언덕 위에 있는 이 성에 전기를 연결하지 않는다. 우리는 촛불을 켜서 책을 읽고 벽난로로 난방을 한다.
이 삶은 내가 예전에 마음에 그려보던 미래와 다르다.
아, 우리가 흔한 거래를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빅토르는 내 돈과 몸을 얻었고, 나는 그 작위를 얻었다. 내가 프랑켄슈타인 남작부인이 되면 어떨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모습은 아니다. 나는 빅토르가 개수 공사하지 않은 수백 년 된 성을 소유하고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항상 여기서 살아야 하는 줄은 몰랐다.
빅토르는 굉장히 짜증난다. 쉬지 않고 음정도 안 맞게 휘파람 불고, 내가 불평하면 사과하고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빅토르는 자기가 항상 심부름 보내는 그 작고 버릇없는 곱사등이에게는 절대 대들지 않는다. 게다가 겁쟁이이다. 그냥 내게 와서 “돈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아, 빅토르가 직접 그러지는 않는다. 빅토르는 자기 대신, 무례하고 항상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그 못생기고 조그만 두꺼비 같은 녀석을 보낸다.
그래서 이번엔 왜 돈이 필요하냐고 내가 물으면 이고르는 빅토르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하고, 빅토르는 그냥 웅얼거리고 말을 더듬다 결국 대답을 얼버무린다.
어제 빅토르는 이고르에게 발전기를 사오라고 시켰다. 나는 빅토르가 마침내 성을 개조할 마음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 빅토르는 발전기를 지하실에 설치했고 부나 명성과는 거리가 먼 하찮은 실험을 하는 데 사용한다. 발전기 전기로 죽은 개구리 다리나 움찔거리게 할 뿐이고(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데도), 이 춥고 흉하고 따분한 성을 따뜻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이런 생활이 정말 싫다.

5월 13일
“녀석이 살아있어!”
엄청난 외침 때문에 한밤중에 눈을 떴다. 물론 그 망할 녀석은 살아있겠지. 그 조그맣고 천한 녀석은 오늘도 돈을 달라고 나를 들볶았다.

5월 14일
음, 오늘 나는 결국 이 몇 달간 빅토르가 매달렸던 일의 성과를 보았다. 빅토르는 자기가 만들어낸 이 끔찍한 괴물을 엄청 자랑스러워했다. 글쎄. 그것은 죄악만큼이나 추하고, 말을 거의 할 수 없고, 지성을 찾으려면 현미경이 필요할 정도고, 이고르보다 냄새가 고약하다. 이것 때문에 빅토르가 내 재산을 써댔단 말이야?
“이게 뭔가요?” 내가 묻자 빅토르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테이블 가장자리에 앉아서 그저 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빅토르는 내 팔을 잡고(빅토르는 손에 언제나 화학 약품을 묻히고 있어서, 나는 빅토르가 나를 만지는 게 싫다) 나를 그 생명체 앞으로 잡아끈다. “어때요?” 빅토르가 묻는다. “정말 알고 싶으세요?” 내가 대답하자 그렇다고, 정말 알고 싶다고 말해서, 나는 5분 동안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한다. 빅토르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빅토르는 그저 아랫입술을 떨며 그 자리에 서있는데, 몇 년 전 강아지가 물에 빠져 죽었을 때 남동생이 보여주던 것과 똑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 괴물은 빅토르를 위로하려는 듯 달래는 소리를 내며 빅토르에게 손을 뻗는다. 나는 그 손을 때리며 절대 인간을 만지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나한테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훌쩍거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나는 때릴 수 있어도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 블라우스는 역겨운 괴물이 더럽히지 않더라도 세탁하기 어렵다.
“겁주지 마요!” 빅토르가 외친다.
이 말은 빅토르가 얼마나 현실 감각이 없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다. 그 생명체는 축구 선수 여섯 명과 역도 선수 한 명을 한 덩어리로 뭉쳐둔 것만 하고, 나는 왜 브루노 슈미트와 결혼하지 않았을까 늘 후회하는 그저 힘없는 여성에 불과하다. 물론 브루노 슈미트는 대머리에 뚱뚱하고 이가 썩었고 의안을 했지만, 은행가인 데다가 지하실에 괴물을 키우지도 않는다.

5월 25일
오늘 나는 개울에 낚시하러 갔다. 빅토르는 원고를 쓰느라 정신이 팔려 양식이 거의 다 떨어진 줄도 모른다(물론 냉장고가 있으면 음식이 이렇게 자주 떨어지지 않겠지만, 어차피 냉장고 전원을 연결할 수도 없다).
내가 거기서 고무장화를 신고 낚싯대를 들고 서 있으려니 뒤에서 소리가 들리고, 여자 홀로 있다는 게 겁이 나서 뒤돌아보자, 빅토르가 그 녀석에게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바람을 쐬거나 그런 일을 하라고 했는지 영원히 저주받을 그 끔찍한 괴물이 밖에 나와 있다.
그는 나와 얼굴이 마주치자 멈춰서 나를 빤히 본다.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눈을 할퀴어 버릴 거야!” 내가 말한다.
그가 몸을 살짝 떨더니 내 주위로 큰 반원을 그리며 하류 쪽으로 30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물고기를 구경한다. 어쩐지 그에게 물고기를 잡으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아는 듯 물을 헤치며 걷는 그의 발목 주위로 물고기 떼가 몰려들자, 그는 얼간이처럼 미소 지으며 물고기를 가리킨다.
“좋아. 저녁거리로 네 마리를 잡아주면 한 마리는 요리해 줄게.” 내가 말한다.
그때까지 나는 그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지 말투에 반응할 뿐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는 몸을 숙여 물고기 네 마리를 퍼 올려 던진다. 풀밭에서 물고기가 파드닥거린다.
“뭐 괜찮네.” 내가 인정한다. “이제 죽여서 성으로 가져가자.”
“저는 생명을 안 죽여요.” 그가 끔찍한 목쉰 소리로 대답하자, 나는 그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 네 건 산 채로 먹어.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내가 말한다.
그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대답한다. “저는 배가 하나도 안 고파요.” 그리고 성으로 어슬렁어슬렁 돌아간다.
“잘 됐네! 우리 몫이 늘어날 테니까!” 내가 그의 등에 소리친다.
내가 참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건방진 괴물이다.

5월 27일
“여보, 전에 이 일을 해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모르겠어요?” 좁은 가슴을 자랑스럽게 펴며 빅토르가 묻는다.
“저도 알아요. 그래도 전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에요.” 날마다 추해지는 듯한 그 괴물을 보며 내가 대답한다.
“이해를 못하는군요. 전 죽은 사람들의 조각을 모아 생명을 창조했다고요!” 내가 분명한 점을 지적할 때마다 늘 그러듯 빅토르가 토라져서 대답한다.
“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이것에 돈을 다 댄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요?”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그 녀석을 가리킨다. “저 왼팔은 새 난로였어야 해요. 저 오른팔은 카펫이고요. 저 왼 다리는 자동차예요. 저 오른 다리는 중앙난방장치예요. 저 몸통은 새 가구죠. 그리고 저 머리는 제대로 작동하는 실내 수도 시설이라고요.”
“당신은 너무 물질주의에 빠져있어요, 여보. 이 생명체가 과학에 헤아릴 수 없이 귀중하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빅토르가 말한다.
나는 엉망으로 어질러진 남편의 실험실을 둘러본다. “그를 계속 데리고 있으려면 적어도 대걸레를 쥐어 주고 어떻게 쓰는지는 가르쳐요.”

6월 1일
나는 빅토르의 화학 약품 냄새를 견딜 수가 없어서 의자를 정원에 끌고 나와 앉아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라이프』*와 『룩』**을 읽고 있는데, 「월 스트리트 저널」 바이에른 판이 또 늦었기 때문이다. 빅토르의 끝없는 실험에 비용을 치르느라 내 주식을 전부 팔아야 했지만, 아직 그 주식들을 지켜보며 내가 브루노 슈미트나 다른 의사, 환자가 죽으면 죽은 상태로 놔두는 그런 의사랑 결혼했으면 내 재산이 얼마나 될까 계산해본다.
어쨌든 나는 작은 테이블을 끌고 나와 잡지들과 아이스티를 올려놓았다. 이고르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이고르에게 도와달라고 하느니 죽는 게 낫다. 앉아서 잡지를 읽고 있으니 땅이 울리는 쿵-쿵-쿵 소리가 들리는데 분명히 그 녀석이 여느 때처럼 바람을 쐬러 나온 소리다.
“안녕하세요, 마님.” 그가 꺽꺽거린다.
나는 그냥 그를 쏘아본다.
그는 내 잡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잡지를 읽고 계신가요?” 그가 묻는다.
“아니. 난 지옥의 심연에서 튀어나와 살아 움직이는 악몽과 얘기하고 있어.” 내가 쌀쌀하게 대답한다.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그가 말한다.
“다행이네. 날 괴롭히지 않으려면 성 반대쪽으로 가봐.” 내가 말한다.
그는 한숨을 쉬고 걸어가고, 나는 다시 잡지로 눈을 옮긴다. 몇 분 뒤 잡지에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올려다보니 그 녀석이 내 옆에 서있다.
“내가 분명히 말했—”
내민 그의 손에는 아름다운 황금색 꽃이 쥐어져 있다. “드릴게요.” 그가 말한다.
“고마워라.” 나는 이렇게 대답하며 꽃을 받아서 땅에 던진다. “이제 저리 가.”
어쩌면 햇살이 그때 그런 식으로 비쳤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몸을 돌려 걸어갈 때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분명 눈물이었다.

6월 3일
오늘 나는 내 자랑거리였지만 이제는 따분한 현실의 도피처에 불과하게 된 나무벽 서재에서 그를 발견했다.
“여기서 뭐해?” 내가 들어서며 물었다.
“그냥 앉아 있으려니 따분해서요. 마을에 갈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했지만 주인님께서(빅토르다) 아직 사람들이 저를 보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 대신 자기 책을 좀 읽으라고 하셨어요.” 그가 대답한다.
“책을 읽을 수는 있어?” 내가 묻는다.
“그럼요.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요?” 그가 대답한다.
“알았어. 가서 책 읽어. 빅토르의 과학 서적은 반대편 벽에 있어.”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과학 서적은 관심 없어요.” 그가 말한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네가 제인 오스틴이랑 브론테 자매가 쓴 로맨스 소설이 꽂힌 서가 옆에 서있는 게 신경 쓰이는데. 그 책들은 네가 읽어 봤자 소용없어.” 내가 말한다.
“전 낭만적인 이야기가 좋을 거 같아요.” 그가 말한다.
“역겨워!”
“정말요?” 그가 궁금한 듯 묻는다.
“내 말 들었잖아?” 내가 대답한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주인님께서 밤을 실험실에서 보내시나 봐요.” 그가 말한다.
나는 서가에서 두꺼운 책을 뽑아든다. 그 책으로 그를 때려주고 싶지만, 그가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책을 그 손에 거칠게 떠밀고서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한다.

6월 4일
드디어 도착한 「월 스트리트 저널」을 밖에서 읽고 있으니 그가 느릿느릿 걸어온다.
“또 뭐야?” 내가 짜증을 내며 묻는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려고요.” 그가 대답한다.
“뭐가?” 내가 묻는다.
“이거요.” 그가 책을 테이블에 둔다. “어젯밤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었어요. 아주 희망찬 얘기였어요.” 잠시 말을 멈추고 싸늘하게 죽은 안구로 내 눈을 들여다본다. “스크루지 같은 사람도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위로가 돼요.”
“지금 나를 스크루지랑 비교하는 거야?” 내가 성내며 묻는다.
“물론 아니에요.” 또 잠시 멈춘다. “스크루지는 남자였어요.”
나는 일어나 손을 테이블에 짚고 앞으로 기대며 그를 쏘아본다. 내가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쏟아내려 할 때, 빅토르에게 그를 대학 같은 곳에 기증하라고 할 생각이라 설명하려 할 때, 오싹하게 생긴 큰 거미가 어디선가 나타나 내 손에 올라 팔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비명을 지르며 팔을 흔들자 거미가 땅에 떨어진다.
“죽여!” 내가 고함친다.
그는 무릎을 꿇고 거미를 손 안에 들어올린다. “전에 말씀 드렸죠. 저는 생명을 죽이지 않아요.” 그가 말한다.
“네가 무슨 말을 했든 상관없어! 발로 밟든 손으로 뭉개든, 어쨌든 그 빌어먹을 거미를 당장 죽이라고!” 내가 딱딱거린다.
“저는 죽어 있었어요, 마님. 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어떤 생명도 그런 경험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가 우울하게 대답한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거미를 15미터쯤 떨어진 곳에 가져가 어린나무 가지에 올려둔다.
나는 그가 책을 가지러 돌아온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6월 7일
그 다음날은 『폭풍의 언덕』, 다음엔 『안나 카레니나』를 읽더니 마지막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굉장히 잘 팔려서 빅토르도 그 인세를 다 써버리지 못할 정도다.***
“로맨스 소설에 취미가 붙었구나.” 서재에서 그를 다시 발견하고 말을 건다. 그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처음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오랫동안 밤에 혼자 있으면 아무나하고 말을 하게 되나 보다.
“애타는 책들이에요.” 그가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짓는다. “저는 로맨스 소설이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죽어요. 안나와 브론스키도 죽어요. 스칼렛은 애슐리를 잃고, 또 레트도 잃어요.”
“로맨스 소설이 모두 불행하게 끝나지는 않아.” 내가 대답한다. 나는 그와 말싸움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를 위로하려는 것이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
“어렴풋하기는 하지만 아서 왕과 귀네비어 왕비 이야기가 생각나요.” 깊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 이야기는 좋지 못하게 끝났어요.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렇고요.” 그가 거대한 머리를 슬프게 가로젓는다. “하지만 많은 걸 설명해줘요.”
“비극적인 로맨스 소설 한 무더기가 뭘 설명해주는데?” 내가 묻는다.
“마님께서 그렇게 모질고 불행한 이유를요. 주인님은 멋진 사람이에요. 똑똑하고, 속 깊고, 친절하고, 마님을 굉장히 사랑한다고 늘 말씀하시죠. 분명히 마님도 같은 감정이니까 주인님과 결혼하셨을 텐데, 그런 로맨스 소설이 모두 비극으로 끝나니까 그런 운명에 화가 나서 지금처럼 사시는 걸 거예요.” 그 녀석이 대답한다.
“이제 그만해! 보고 싶은 책이나 들고 가서 오늘은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 마.” 내가 말한다.
그는 책 한 권을 들고 문으로 걸어간다.
그가 나가기 직전에 내가 묻는다. “빅토르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6월 8일
오늘은 내가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나무 쟁반에 담긴 아침 식사가 들어온다. 나는 일그러진 몸과 추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쟁반을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게 한다.
“웬 바람이 불었어?”
“녀석이 마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봐 걱정하더군요. 저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려 했지만, 녀석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마님이 너무 무서워서 직접 식사를 가져오지는 못했고요.” 이고르가 대답한다.
“무슨 말이야,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니?” 내가 묻는다.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마님. 그리고 마님보다 제가 주인님과 더 오래 지냈고요.” 그가 대답한다.
“빅토르랑 이 일을 상의해야겠군.” 내가 위협한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가 굉장히 진심을 담아 말해서 나는 말을 멈추고 그를 빤히 쳐다본다. “주인님께서 마님을 이 성에 데려오신 이후로 마님께서 제 몸과 마음을 무척 괴롭히셨지만 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일을 할 수 없으면 병든 어머니를 부양하느라 여덟 살에 학교를 그만 둔 까막눈 곱사등이가 어디서 일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마을 사람들은 저를 비웃고, 아이들은 저를 놀리며 지독한 노래를 지어 부릅니다. 그 사람들은 물건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가 말을 멈추고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마을에서 — 어떤 마을에서도 — 제게 일자리를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직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내가 묻는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남편을 잃고 아이 셋을 키우는 여동생도 있습니다.”
나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본다. “방에서 나가, 못난 두꺼비 같은 녀석아.” 마침내 내가 말한다.
“주인님께 저를 해고하라고 말씀하지는 않으실 거죠?” 그가 끈질기게 묻는다.
“빅토르한테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내가 대답한다.
“고맙습니다.” 그가 감사하며 말한다.
“어쨌든 빅토르는 내 말을 안 들었을 테니까.” 내가 말한다.
“잘못 아셨습니다.” 이고르가 말한다.
“뭐를?”
“주인님께서 선택하신다면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 편을 드실 겁니다.” 이고르가 확신에 차 말한다.
“빅토르가 그렇게 나를 사랑하면, 왜 언제나 망할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는 거야?” 내가 말한다.
“아마 그 녀석이 아침 식사를 직접 들고 오지 않은 이유와 같겠죠.” 이고르가 말한다.
나는 이고르가 가고 달걀과 커피가 싸늘하게 식은 후로도 한참 생각에 잠긴다.

6월 9일
오늘은 빅토르가 그 녀석을 만든 날 이후 처음으로 내가 먼저 연구실로 내려간다. 잡동사니가 어수선하고 화학 약품 악취가 코를 찌른다.
빅토르가 깜짝 놀라 뭐가 잘못되었냐고 묻는다.
“아무 문제도 없어요.” 내가 말한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 성을 태우는 건 아니죠?”
“성이 흉물스럽긴 하지만, 아뇨, 아무도 안 왔어요.”
“그럼 웬일로 여기 내려왔어요?” 그가 묻는다.
“당신이 요즘 밤낮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갑자기 수수한 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정말요?”
“안 그러면 제가 왜 내려왔겠어요?”
살면서 오늘 오후만큼 지루한 적은 없었는데, 빅토르가 모든 실험을, 성공한 실험뿐만 아니라 실패한 실험도 전부 자랑스럽게 보여준 데다가 원고와 계산 결과까지 보여주고, 그 녀석을 만든 방법과 다시 살아나게 한 방법을 그 누구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해 가며 설명한 것이다.
“정말 흥미롭군요.” 빅토르가 드디어 설명을 마치자 내가 거짓말한다.
“정말 그렇죠?” 빅토르가 그 일이 굉장히 놀라운 비밀인 듯 말한다.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이제 위로 올라가야겠어요.”
“그래요? 왜요?” 빅토르가 실망감을 드러내며 말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저녁을 만들려고요.”
빅토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앞에 둔 아이처럼 미소 짓는다. 나는 빅토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기억해내려 애쓴다.

6월 14일
나는 서재에서 그 녀석을 만난다.
“이고르가 고맙다고 해요.”
“별일 아니야.” 내가 말한다.
“이고르는 봉급이 올라서 어머니가 계속 그 집에 살 수 있대요. 그건 대단해요.”
“장부를 봤더니 이고르 봉급이 15년 동안 그대로였거든.” 내가 대답한다.
“이고르는 굉장히 고마워해요.” 녀석이 말한다.
“이고르를 해고했으면 빅토르는 더 못생기고 더 골치 아픈 조수를 데려왔을 거야. 정연하게 돈을 다루고 삶을 계획하는 건 빅토르의 장점이 아니거든.” 내가 말한다.
“지난 일주일 동안 주인님은 훨씬 행복해 보여요.”
“분명히 실험 결과에 만족하는 거야.” 내가 말한다.
녀석이 나를 빤히 보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행복하게 끝나는 로맨스 소설은 아직 못 찾았어?” 내가 묻는다.
“네.” 그가 인정한다.
“비극적인 로맨스 소설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서 왜 계속 읽는 거지?”
“사람은 꼭 희망을 품어야 하니까요.”
나는 희망이란 굉장히 과대평가된 가치라고 말하려다 만다. 그 대신, 희망에 매달리는 그를 나도 모르게 존경해버린다.
그가 말을 잇는다. “모든 로미오에겐 반드시 줄리엣이 있어요. 모든 트리스탄에겐 이졸데가 있고요.” 그는 잠시 말을 쉰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단지 자손을 낳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주인님께서는 생명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셨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훨씬 숭고한 목적 때문에 세상에 태어난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사랑보다 숭고한 목적이 어디 있겠어요?”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서가에서 『오만과 편견』을 빼낸다. 나는 그 책을 그에게 넘겨주고, 그와 손가락이 닿아도 몸서리치지 않는다.
“이 책 읽어봐.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 로맨스 소설도 있어.”
나는 어떻게 됐나보다.

6월 16일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빅토르가 불편해 보인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내가 묻는다.
빅토르가 얼굴을 찌푸린다. “네. 없어진 물건이 있어서요.”
“식탁에서요? 뭐가 없어졌나요?”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묻는다.
빅토르가 고개를 내젓는다. “아뇨, 식탁이 아니라 실험실에서요.”
“누가 원고를 훔쳐갔나요?” 내가 묻는다.
빅토르는 혼란스러워 보인다. “이상하게도 제 간이침대가 안 보여요.”
“간이침대가요?” 내가 되묻는다.
“네. 아시죠. 밤늦게 실험이 끝나면 거기서 자잖아요.”
“이상하군요.” 내가 말한다.
“대체 누가 침대를 훔쳐갈까요?” 그가 말한다.
“굉장히 묘한 일이네요. 다행히도 이 성에는 침대가 하나 더 있어요.”
빅토르는 다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나를 한참 바라보고서, 갑자기 미소 짓는다.

7월 2일
“확실해요?” 빅토르가 묻는다.
“그를 세상에 내보낼 수는 없어요. 그가 무슨 일을 하며 살 수 있겠어요? 오후에 그한테 농담 삼아 이야기를 했는데, 악당처럼 보이니까 레슬링 선수는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내가 말한다.
“뭐라고 대답하던가요?”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 되고 싶다고요. 그리고 아무도 해치고 싶지 않대요.”
빅토르는 놀라서 머리를 흔든다. “이고르가 대체 어떤 뇌를 가져다 줬는지 모르겠네요.”
“당신 예상보다 좋은 뇌인 듯싶어요.” 내가 말한다.
“아마 그런가 보군요. 그렇더라도 그의 겉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변하진 않을 거예요.” 빅토르가 말한다.
“그건 그를 짓밟는 일일 수도 있어요.” 내가 말한다.
“말 그대로예요.” 빅토르가 동감한다.
“그가 우리와 함께 있길 원하면, 뭘 해야 할지 아시잖아요.” 내가 말한다.
빅토르는 나를 쳐다본다. “당신 말이 맞아요, 여보.” 그가 말한다.

7월 3일
나는 그가 요즘 오랜 시간을 보내는 서재에서 그를 발견한다. 그는 빅토르와 이고르가 엄청난 크기로 만들어준 의자에 앉아있지만,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인님과 말씀해보셨나요?” 그가 불안해하며 묻는다.
“응.” 내가 말한다.
“어떻게 됐어요?”
“빅토르가 찬성했어.”
그의 거대한 온몸에 긴장이 풀린 듯하다.
“고맙습니다. 어떤 남자도,” 그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말을 고친다. “그 어떤 사람도, 홀로 살아가면 안 돼요. 저 같은 사람이라 해도요.”
“그녀는 눈으로 보기에 좋지 않을 거야.” 내가 주의를 준다. 귀로 듣기나 코로 맡기에 좋지도 않을 거고. 나는 그렇게 덧붙이고 싶다.
“제 눈에는 보기 좋을 거예요. 전 그녀 얼굴을 꿰뚫고 내면에 깃든 아름다움을 볼 테니까요.” 그가 대답한다.
“네가 이 일을 원한다니 놀라워. 그 많은 비극적인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실망했을 거라 생각했거든.” 내가 말한다.
“불행하게 끝날지도 몰라요.” 그가 인정한다. “하지만 시작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빅토르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래, 네 말이 맞아.”
이제 이고르를 보내 다시 묘지를 뒤지는 일만 남았다.
나는 빅토르가 크리스마스까지 새로운 계획을 끝내길 바란다. 우리 다섯 사람이 나무 주위에 한 가족처럼 행복하게 모여 앉을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어쩌면 좋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새로운 친구가 말했듯이 그게 시작도 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라이프Life: 1883년 일반 잡지로 창간되었다가 1936년 포토저널리즘을 강조한 주간지로 바뀐 미국 잡지. 1972년까지 발간되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월간지로 전환.
**룩Look: 1937년부터 1971년까지 발간된 미국의 격주간지로 『라이프』와 마찬가지로 포토저널리즘을 강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영화로도 유명한 이 소설은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이 1936년 5월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같은 해 12월까지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2009년 구매력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550만 달러 정도에 해당).

안녕하세요? 번역 작품을 여기 올려도 좋을지 모르겠군요. 공지에는 번역 작품도 환영한다고 되어있는데 번역 작품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아서요. 저작권 때문일까요. 일단 원문이 인터넷 상에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이용하지만 않으면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조금은 달달한 이야기를 번역해보았습니다. 오역이나 어색한 표현 지적은 환영이에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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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 11.04.11 16:21 댓글 수정 삭제
    흐흐 잘읽었습니다. 이런 이야기 좋아요.
    브라이드 시클 번역올려주신 것 읽고 이것도 찾아서 읽었는데 그러고보니 둘다 신부이야기군요. 결혼하고 싶으신가요?(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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