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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잘 가시오, 외계인이여.

2006.10.25 00:0810.25

잘 가시오. 외계인이여. (Good Bye. Alien)



나는 발명가이다. 허나 다른 사람들은 나를 발명가라고 부르기 보다는 괴짜라고 자주 부른다.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의 발명품들은 하나같이 신기하기만 할 뿐, 전혀 실용성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K는 나에게 장난감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진지한 제안까지 했었다. 실제로 나의 발명품들은 돈이 되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 물 없이도 거품이 나는 비누를 개발했을 때는 이것이 돈이 되리라 생각했었으나, 정작 비누회사에 가져갔을 때는 재료비로 제조비용이 3배나 든다며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질 않았다. 하긴 나 같아도 3배 비싼 비누를 쓰느니 그냥 3배 저렴한 비누에 물을 묻혀서 머리를 감겠다. 먹을 수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져 쓰레기 부담이 전혀 없는 페트병을 만들었을 때는 페트병의 위생문제와 라벨문제로 실패했다. 음료수의 페트병을 운반하면서 생기는 위생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페트병에 라벨을 부착해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접착 성분은 당연히 인체에 유해한 것이다. 먹을 수 있는 페트병의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주변 여건은 이 아이디어를 활용할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이런저런 나의 발명품들이 하나하나 늘어난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괴짜라고 생각할 증거들이 하나하나 늘어난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발명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나의 부모님과 친구들이 모두 정신 나간 짓이라며 나를 말리며 정작 돈 되는 발명품은 하나도 없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나는 재산을 조금씩 소모해갔으며 결국은 주변의 도움과 원조도 모두 사라졌다. 나에게 주어진 재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보다 실용적이며, 과학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돈이 되는 발명품을 만들어 내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그러면 나의 경제적인 문제와  나에 대한 다른 이들의 시선이 좀 더 부드러워질 것이었다. 그리하여 오랜 기간의 노력과 실패 끝에 나의 113번째 발명품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물체를 시공간을 넘어 전송하는 기계였다. 이 기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 기계는 확실히 세간과 과학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한 것이었으나 불확정성의 원리와 기술적 한계로 받는 기능만 가능했을 뿐더러, 전송받을 전송체를 선택하는 것이 100% 가능하지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우주 어디간의 무엇을 전송받는 것은 가능한데, "무엇"이 전송될지를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송기의 크기 문제로 1㎥이상의 물체를 전송받는 것도 불가능했다. 나는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아주 러프하게 공간적으로는 1백 광년 범위 내의 공간 내에서, 그리고 5%의 오차로 원소들의 조건을 만족하여 전송체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허나 이것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어떤 알갱이 하나를 찾아내는 것보다도 의미 없는 것이다. 나의 주된 목적은 이것으로 어떻게든 돈을 버는 것이었으므로 나는 돈이 되는 원소들-금과 같은-을 가지고 오려했으나, 이것은 문제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원소 성분의 조건을 조절해서 전송을 유도해도 원자번호 79번인 금 바로 옆에는 80번 수은이 있고, 82번은 납이다. 81번은 탈륨인데 이건 주로 황화합물-간단히 유해물질이라고 생각하자-로 존재하기에 금을 전송받기 위해서는 돈도 안 되고 여러 위험을 가진 물질을 전송받을 위험이 컸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계를 발명해두고 썩힌다는 것은 큰 문제였으므로 나는 기계의 조건이나 프로그램을 조작하며 기계의 연구를 계속해나갔다.

나는 전송기의 연구를 계속하던 중 특정한 옵션을 주면, 비교적 생명체에 비슷한 것이 전송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감을 확인했다. 생명체의 기본을 이루는 물의 특징을 고려하여  물의 함유량은 높으면서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얼음 덩어리나 수증기가 우주에서 와봐야 돈이 안 된다! 그것들은 내 방의 냉장고에도 넘친다! -여러 중금속 원소들의 비중은 0%에 가깝고, 단백질, 아미노산, 지방의 기본인 C(탄소), H(수소), N(질소), O(산소) 원소들의 함유량을 조절해서 이 조건을 맞추면 비교적 생물체에 가까운 것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어떻게든 돈이 될 가능성이 금보다는 훨씬 높았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특별강연 같은 것이라도 갈 수 있다면 경제적 어려움은 바로 안녕일 것이다. 나의 시도에서는 H와 O 의 조건을 조절해 물을 목적으로 했으나, 날아온 것은 얼음덩어리들 뿐이었다. 얼음덩어리들을 조사했으나 순수한  였다. 우주의 평균온도는 영하이며, 따라서  물보다는 얼음이 날아올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우주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란 아주 특수한 조건에서만 존재한다. 우리 지구와 같이 말이다.

  어느 날 전송기를 작동시켜 놓고 -전송기가 전송을 완료하기 까지는 대략 3~6시간이 걸린다- 외출을 갔다 오니 전송이 끝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처음 보는 희한한 것이었다. 마치 해파리를 네모난 판자에 맞춰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반투명체의 몸에 넙적한 몸의 두께는 5mm정도 되었으며 표면은 타블로이드 신문지 크기만 했다. 거기다 축축히 젖어 있는 듯도 보였다. 당신의 연상을 돕자면 타블로이드 신문지를 10~20장을 겹쳐 놓은 형태인데, 그것이 주는 느낌은 해파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것은 크게 틀린 것이 없을 것이다. 나는 처음에 액체 상태의 물이 칼륨 등과 반응한 산화막이 생긴 것으로 생각했으나, 모든 부분이 그런 것을 보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원소 분광기에서는 위험한 원소들은 검출되지 않았다. 미리 말하지만, 이것이 나와 외계인의 최초의 조우였다.

놀랍게도 그 외계인은 먼저 나에게 머리 속으로 말을 걸어왔다. 텔레파시 같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중의 그 외계인의 설명에 따르면 나의 뇌 신경반응을 외계인이 직접 조작한 것으로 이것을 통해 그의 생각이나 의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언어와 글을 쓰느냐에 관계없는 것이어서 그는 정확히 나에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좋았다. 나는 일단 생물 -거기다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계인을 불러오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높은 과학적 문명을 가지고 있는 듯 했으며 그는 전송된 후 이내 사라지더니 곧 기계로 돌아와 앞으로도 전송이 가능한 전송조절장치를 기계에 부착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100%의 확률로 그 외계인의 전송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외계인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 외계인은 나에게 독특한 제안을 제시하였는데, 비교적 문명을 가진 타 행성의 생물체를 보기 드문 것이라 우리 지구의 여러 것들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지구의 정보를 가르쳐주면 원하는 것을 주고, 어느 정도 지구에 대해 알려주면 자기도 여러 것을 가르쳐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불공평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그 행성에서 어떤 특수한 위치에 있어서 함부로 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고 이에 대한 허락이 필요한 듯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 동안 먼저 내가 가르쳐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협상 후 외계인과의 거래를 시작했다. 나는 하루에 외계인에게 약 5~6시간에 걸쳐 지구의 역사, 과학, 문화, 경제, 정치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지식을 제공해주고, 외계인은 나에게 그 대가로 내가 원하는 Au를 전송해주었다. 모르는 이들을 위해 말하자면 Au는 금의 원소기호다. 외계인의 행성에서는 Au는 거의 쓰레기와 비슷한 원소로 취급된다고 한다. 이것은 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윈-윈 거래였다. 나는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여러 권 가져오거나 인터넷 페이지를 보여주고 종종 외계인이 혼돈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거나 그에 대해 책을 던져주면 끝이었다. 외계인에게 글이나 언어의 문제는 거의 없었다. 그는 이해력이 아주 좋았다. 그는 5~6시간 나에게 정보를 얻고 자력으로 다시 행성으로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외계인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하고 나는 외계행성의 쓰레기를 받는 날들이 진행되었다.

아마도 외계인과의 교역이 일주일 정도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의 조용한 공부도중 나의 뇌에 강렬한 그의 의지가 전해져 왔다.

"그 동안 너에게서 배운 지식으로 확실해졌다! 지구 같은 곳은 우리의 노예나 자원행성으로 아주 좋겠어. 이제 확실한 것은 너희들에게 우리를 이길 기술이나 과학은 없다는 것이지. 넌 공로가 아주 크니 지구 담당 지휘관 정도는 시켜주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던 나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이제 늦었다. 네가 만든 기계의 패턴은 모두 파악했다. 이제 이 기계를 통해 우리의 군대가 올 것이다!"

나는 진실인지 의심스러웠으나 이것이 진실이라면 지구의 운명과도 연관된 큰 사건임을 직시했다.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생각하여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이내 기계 안에 외계인들이 재활용품처럼 -외계인이 타블로이드 뭉치처럼 생겼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 여섯 권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전송기의 문을 열지도 않고 위에 쌓인 외계인부터 기계 앞으로 흘러나왔다. 하나, 둘..이내 다섯 권이 흘러 나왔다. 위험한 것이 전송될지도 몰라 밀폐에 신경 쓴 기계였는데, 어떻게 흘러나왔는지 모르겠다. 다섯 외계인이 흘러 나와서 그 동안 나와 만나왔을 가장 아래의 외계인만이 기계 안에 남아있었다.

"이제 지구는 우리 것이 된다."

흘러 나온 외계인들은 이내 제 형상을 찾고 나를 향해 흘러오기 시작했다. 마치 애벌레가 책뭉치로 태어난다면 그렇게 움직일 것이다. 나는 놀라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들은 이내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마루에 물처럼 녹아 버렸다. 그리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런 미개한 별이라니! "

기계 안의 외계인이 나에게 전달했다.

"우주 어디에도 이렇게 에너지를 소리로 낭비하는 행성은 없어!!! 열에너지보다도 쓸 데 없는 소리 에너지를 낭비하다가는 너희 행성은 우리가 아니더라도 당장 에너지 고갈로 망할 거다! 효율 40%도 되지 않는 냉동 싸이클을 돌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거기서 윙윙대는 진동 소음 에너지까지 낭비하고 있어! TV라는 물건에서는 노래라는 것을 100dB 도 넘는 소리로 낭비하는가 하면, 네 놈의 방마저도 자동차와 기차가 지나가는 소음과 수도관의 소리 등등 온갖 에너지 낭비의 현장이다! 이 지구는 소리로 멸망해가는 행성이다! 이런 미개한 별에서 우리 고위생물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당장 지구를 떠날 것이다!  네놈의 별은 곧 멸망할 것이다!"

갑자기 전송기의 전송조절장치가 으스러졌다. 그 뒤 외계인은 사라졌다. 나는 뭔가 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으나 남은 것은 기계 앞의 흥건한 물웅덩이 뿐이었으므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 외계인에게 신문과 책과 인터넷의 화면이 담긴 스크린을 보여준 만 있지, 소리를 들려준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 외계인들은 소리에 약해 소리에 죽고 말았던 것 같다. 그리고 죽어가면서 뒤늦게 그 사실을 기계 안의 외계인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다. 미리 소리에 대해 알려주지 못한 것은 유감이었으나 그것이 지구를 구한 것이다. 망가진 전송조절장치를 보니 그 외계인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인류의 대변인으로서 나는 그 외계인에게 무언가 말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에 빠졌고, 오랜 고민 끝에 가장 적절한 말을 골라 비어있는 기계와 그 밑의 물웅덩이를 보며 말했다.

"잘 가시오, 외계인이여."

그 뒤 나는 외계인에게서 받은 금들을 팔아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이후로는 기계에 손대지 않았다. 혹시나 그 외계인과 같이 지구를 멸망시킬 무엇이 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생일날 나는 지인들을 초대했고, 지인들에게 자랑스러운 113번째 발명품을 공개하였다. 너무나도 끈질긴 그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내가 부자가 된 비결을 알고 싶어 했다. 어쩔 수 없이 기계를 시동시켰다. 기계에서 나온 것은 언제나처럼 얼음덩어리였다. 그들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는 채 이 기계가 어떤 전송기라는 것만을 알고 있었으므로 신기함에 박수를 쳤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은 모르고 말이다. 이어 그들의 화려한 박수소리와 함께 기계에서 꺼내진 얼음 덩어리로 시원하게 얼려진 와인이 테이블에 올려지고 TV 소리가 시끄럽게 나오는 가운데 누군가가 요란한 소리의 폭죽을 쏘아 올렸다.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

폭죽소리의 기분 좋은 요란함과 함께 모두 박수를 치며 나의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외계인이 말했던 지구의 멸망을 알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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