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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네.
밤이면 그들 가장 부드러운 속털을 맞부벼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겨울짐승 두 마리를 꿈꾸네.

또 꿈꾸네.
밤이면 그들 가장 붉고 뜨거운 혀를 내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겨울짐승 두 마리를 꿈꾸네.

  그의 방, 그 방은 그의 얼굴과 너무나 닮았다. 엉성한 건물 사층에 있는, 발바닥 만
한 그 방에는 항상 웅얼거리는 소리가, 뜻도 없는 소근거림이 흐르다 넘친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만 키워 둔 노래 홀로만 옹크리는 독백 또, 무언가를 끊임없이
읽으며 따라 읊는 중얼거림. 여럿이 함께 누운 무덤도 같고 물 없이 투명한 어항처럼
도 보이고, 조잘거리는 영혼의 깜짝상자처럼 언제든 무엇이든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언제든 무엇이든 튀어나올 테다. 창문 하나 없고, 네 벽이 모두 하얗고 무언가 잔뜩
내걸려 있고, 사물 하나하나가 환호성을 지르듯 침묵한다 마흔두 쌍 연인들의 난교장
이다. 남녀 간의 욕망, 그런 식으로 박자를 맞추어 둔, 소리랑 맘이랑 얼빠진 영혼 셋
이 엉겁한, 밝고 명랑한 냄새 그득한 곳이다……그의 넋을 닮았다. 기괴한 해골이다.
희부연 거미줄 그물로 나린 커다랗고 날카로운 늑골 속에서 그는 송그린다 그는 가
끔, 물 찾아 밖으로 나선다. 그는 나릿나릿 걸어 부엌까지 가곤 했다. 가끔은 여럿이
모여 있고, 대부분 텅 빈 부엌에서 천천히 시간 기울여 물 끓이곤 한다. 부엌으로 갈
때 그의 품은 온갖 물상으로 꽉 차 있다, 놋주전자와 청자사발, 손바닥 만한 수첩이랑
모나미 볼펜. 매일 밤마다 그와 함께 뒹구는 친구들이다. 식탁 위에 나립한 이들을 바
라보며 너무나 행복해 하는 그의 얼굴, 기괴한 표정 그득한 몸짓 전부가 잘착하다. 그
냄새를 맡는다. 주전자 표면에 물 듣는다. 드는다. 매일 밤, 물 끓는 소리 들었다. 그
는 매일 밤 물 끓는 시간을 열심히 적는다. 그날그날의 물 끓는 속도를 시시종종 적어
두곤, 가끔 비 흐른 밤이면 확인한다, 가슴 함께 끓여 적곤 했다. 하늘에 빗금 가득한
낮이면 방에 콕 묻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잠잔다. 가슴 함께 묻곤 했다. 서리처럼
창백하게, 늑골 틈틈이 서렸다. 잘 마른 조개처럼 그런 꿈처럼, 조각조각 갈라졌다.
문득 눈뜨면, 매일과 매일 사이에 낫 대곤 힘껏. 긋는다, 텅 빈 공백이 결락된 일상에
번져난다. 손바닥 수첩에는 종종 공백이 들어찬다. 낫에 끊겨난 어느 날, 들에 서록된
하이얀 문장이다 고개도 돌리기 싫은 그 날들에 조용히, 희게 빛바랜 문장들만 읽었
다. 그는 그런 남자다. 그 영혼 밝고 유쾌하고, 그 표정 명랑하고 상냥하고. 그이 몸짓
전부가 기괴하게, 뒤틀려 있다, 용감한 여류 모험가를 위해 태어난 남자였다. 악천후
잇닿는 이상기후 아래 극지방 얼음바다 위에, 떠오른 환상의 밀림, 지독하게 형편없
는 우스개로 엮인 엉성한 섬. 어딘가 한 구석 텅 빈 듯 꽉 들어차서, 어쩔 수도 없이
옹크린 남자. 그 웃음 어딘가 비틀려 있다. 그 표정 앞에 서면 내 가슴은 뻔뻔스러워
진다. 우리들의 밤은 마흔두 개의 꿈조각이 두서없이 얽힌, 화사한 만화경이다.

  나는 일상을 산보하면서 매일, 좁아 터진 어느 골목을 엿본다. 비뚜름 서서 깨금발
로야 겨우 걸을 길이며 날카롭게 가시 돋은 길이며 지독하게 시시한 일상이다, 날마
다 서른 남짓한 여자가 생활과 우울의 눈까풀로 핥아 청소하는 곳이다. 나는 존경을
내보이며 그녀를 따라가곤 한다. 그녀는 키도 큰, 나무랄 곳 없는 여자다, 서울 일상
의 체현이다, 풍성한 머리칼 한 오리마다 푸르스레한 생활을 얽어맸다. 그건 마치 연
기 같다. 비릿한 냄새 끌어안은 담배 연기, 말하자면 바로 한숨! 길고 풍염하게 나려
뜨린 한숨이다! 한 건장한 팔뚝이 그녀를 휘어 움켜야 한다, 그런데 내 팔은 꺼멓게
말라붙은 개나리 졸가리처럼, 겨울에 푹 익어 맥도 없다, 사위로 팔난으로 내뻗친 엉
터리 우스개다. 나는 끝없이 말한다, 말한다 끝도 없이 중얼거려도 그녀에게 가닿지
못한다. 그녀는 언제나 겁에 질려 있다. 무관심이야말로 서울을 향해 내민 우리들의
칼이다. 무섭다. 우리는 언제나 무섭다. 그녀는 무관심한 척하지만 나는 그녀를 따라
가는 일 하루라도 거른 적 없다. 어떤 때는 사정이 나빴다. 서울은 더욱, 나쁘다 서울
은 너무나 사납게, 그녀를 움켜쥔다 나는 내 길만 간다. 비뚜름 서서 깨금발로야 겨우
걸을 길을 엉금엉금 헤엄쳐 눈썹 나린 골목 지나,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 더위 위로 떨
어져 내린 물불, 일상 전쟁통에 빗금 긋는 칼을 본다 우스개는 그녀를 더욱 슬프게 만
들었다! 서울의 목줄에 들이댄 칼은 시퍼렇다! 그녀는 종종 웃는다 푸르스레 젖은 웃
음! 그녀는 좁은 구역 그 끝에서 일상의 조상처럼 파랗게 굳는다 그녀 자신에 대해 스
스로 격노하면서도 옹크리기만 한다 우리는 하냥 웅그렸다. 나 사라질 때까지, 계속
해서 그녀는 웃으려 노력한다 격심한 분노 분통으로 가슴 찢는 꼴이라니……괜찮다
소리치는 그녀를 봤다! 우리는 똑같은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뛴다 무작정 달렸다.

  그의 방에서 조용히. 그는 목을 내민다 내가 사랑하는 그 붉은 목 어렴풋 떤다. 짧막
하고 조금 굵은, 푸른 정맥 사납게 꿈틀대는 어여쁜 해면체, 출처 분명한 그 비린내.
움질거리는 탐색자에게 코를 대고 한 번 더, 냄새 맡는다 나는 몇 번이나 그 목에 루
주 자국을 남기곤 했다. 철조망 할퀴고 간 긴 흉 같다. 그는 허리를 옴찔옴찔 떤다, 갈
비뼈 근처가 가렵다며 웃는다, 내 갈비뼈가 내 환도뼈에 입 맞추고 있어, 웃는다. 비
어진 것이 차오르는 거야, 웃는다. 허옇게 부풀어 되돌아온 갈비뼈야, 울었다. 그럴
때 나는 그 목 할퀼 때마다 더 지독한 욕정에 푹 익어 붉게 녹는다, 흐물흐물 녹아 흘
렀다 그밤 내내 그는 운다. 얼굴로 웃는다. 몸짓 전부로 운다. 그 역시 너무나, 잘 알
고 있다. 한 오리 의욕도 없이 우리들 밤은 파랗게 타오르고 붉게 젖고, 꺼멓게 말라
붙는다. 나는 그이 그 목을 할퀸다 일상 꿈이 주욱 그였다. 우리는 서로 할퀸다.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욕망은 그의 바람과 너무나 다른 색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색을 억지로, 덧칠해 갔다. 서로의 신경을 꼬집어 당기고 피부를 핥고 몸짓을 삼킨다.

  희맑은 등빛 쏟뜨렸다. 빛처럼 그녀 희다. 하얗다 못해 푸르다. 시퍼렇게 날 세운 칼
이다 가는 실오리 한 가닥 흐른 칼이다. 그녀는 몸을 떨어 실오리 하나마저 떨어낸다.
내 앞에 설 때면 그녀 굉장히 냉혹해진다. 실 한 오리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 등
어리에 나려진 빗금을 본다 가만히, 끌어당긴다 등골이 올올이 돋는다. 소름 닮은 욕
정이 우리 가슴에 돋는다. 가싯꼴 뾰족한 욕구로 우리는 끌어안는다. 가시 돋쳐 찌른
다! 서울의 표정 없는 얼굴에 시달리다 완전히, 지쳐 버린, 쇠약해진 욕망은 음울하게
돋아올라 가슴 가득 번져났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서로 찌른다. 치열하게, 찌
른다, 그녀 사랑의 방식은 디밀어진 칼처럼 허옇게 식어 있다. 불처럼 타오르는 물이
며 시들어 죽는 태양이며 끓어오른 무관심이다. 우리는 한결같은 사랑의 방식을 본
다.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질투한다.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분노한다!
평화, 고요 속의 안식, 서울 어느 길거리에서도 올려다보이는 하늘 그 파란빛! 누구가
칠을 했느냐? 누구가 계속해서, 덧칠하고 있느냐? 그녀는 여전히 허옇게 노출되어 있
다. 가슴 엔다 칼질일랑 끝도 없다 나는 끝없이, 그녀를 깨문다. 등골을 깨문다. 아랫
배를 깨문다. 엉덩이를 물어뜯었다 비명! 중력이 솟구친다, 우리들은 함께 떠오른다
어디까지? 그녀는 나를 받아들이는 서울이다, 나는 그녀 안에 꿈을 쏟아 붓는다, 우
리들은 서로에게 잊혀진 일상이다. 방 가득 웅얼거림 넘친다. 그녀 비명은 시들어 있
다. 꽃잎 한 줌 피어오르지 못하는 봄울음이다. 나 따라 소리친다 웃음소리! ……아
니, 울음소리, 비참한 우리들의 이중주는 서울의 발랄한 비웃음을 닮았다.

  팔다리 마비되는 소리 들었다. 목이 막힌 나는 이 소리를 울음으로야 흉내낸다, 가
슴 가득 소리가 맺힌다 떨고 있다, 서울을 떠도는 우리들의 영혼! 내 입술은 활짝 열
린다, 영혼을 호흡한다 빠르게, 들이쉰다 내뱉았다, 틈으로 소리 내질렀다. 아주 찢어
지는 가슴소리! 귀가 올올이 베여 흩어진다 내 칼이 당신 가슴을 찔렀어! 당신 칼이
내 귀를 찔렀어! 우리 서로 할퀴고 있어……내 멀리로 강하게 떨어지는 당신! 나는 계
속 소리를 듣는다 완전히 새로운, 너무나 익숙한 감각 터오른다 완전히 새로운, 한결
같은 소리를 지금 막 들었다. 자주빛으로 흩날리는 그 소리들 형벌의 푸릇한 날개 타
고 솟구친다 강렬한 분노 따라 날아올랐다 우리에게서 살음이란, 우리에게서 사랑이
란, 입술이 찢어진다 목구멍으로 토해내는 잔인한 어조 후두를 베어내는 속바람, 잉
태된 말은 비명으로야 태난다. 언어의 도움을 얻어 내 넋을 조금이라도 알리려 했다,
맘의 비명은 우리를 집어삼킨다! 소리가, 소리가, 끝도 없을 노래가 목젖을 탐욕스럽
게 핥고 간다 목구멍 가득 할퀸 자국만 남겨졌다. 제발, 내 눈까풀을 들어올려 줘! 끝
모를 악몽이 혀끝까지 엉겁한다 온몸이 꿈의 소리에 젖는다. 오로지 그 한 순간에야
우리들 한 물길처럼 섞인다. 뒤섞이는 소리에 젖어 마지막으로, 비명 지른다……

  비릿한 냄새가 방 가득 흐른다. 땀냄새 속에 밤꽃내 흐른다. 서울이 우리 틈으로 스
며든다. 일상이 일으키는 침투압 현상. 나는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그녀는 좁은 구역
으로 돌아간다. 서울이 쏟아낸 배설물 속에서 헤엄친다 빨 수도 없는 생활 속에서 묵
직하게 배인 냄새로 떠돈다, 코에서 코로 흘러다니는 생활이다 우리들은 무시무시한
양서동물의 알 자루 밖으로 튀어나갈 수도 없다! 부둥킨 칼에 가슴 베이고 내지른 칼
에 맘 찢기며 서로를 씹어먹는다. 서로의 동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뼈를 와
작와작 깨물고 껍질을 질겅질겅 씹으며, 그런 짓을 계속 하면서 끝도 모르고 웃는다.
턱뼈에 골수가 가득 묻어날 때까지 우물거리고, 뇌수 한 톨 남지 않을 때까지 핥고 불
그스름한 물방울 한 줌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잔인한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두엇의 신중한 머리가 그 방에 디밀어졌다. 누가, 영혼에 입을 대었느냐? 물고기들
떠다니는 서울에서 누구가 신선한 영혼을, 훔쳐 삼켰느냐! 냄새, 식사 끝의 비굴한 몸
짓 웅그린 엉덩이 아래 고인 그 냄새, 강하게 치밀어오르는 욕지기, 위대한 개구리가
다섯 발가락을 뻗쳐 올 때까지 우리들은 코뼈를 딛고 걷는다, 물갈퀴 끈적한 손바닥
위에 올려진 촌충이다, 꿈틀꿈틀 기듯 헤엄치며 서울을 헤맨다 마침내! 두어 개의 신
중한 머리가 서너 개의 집요한 눈이 방 안을 헤집는다. 아아, 나는 더 견딜 수가 없어,
나는 더 버틸 수가 없어, 차라리 나를 토해내! 서울에서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해 줘!

  좁은 구역은 완전히 폐쇠됐다. 나는 일상을 산보하면서 매일, 추억에 시달린다. 서
울 도처에 도사린 형편없는 개구리 떼가 몰려들어 그녀를 완전히, 씹어 삼키는 걸 그
저 본다 날카로운 삽으로 좁아 터진 구역 허무는 걸 본다 영혼의 불멸성과 인생의 허
무를 모두, 한 숨 남기지 않고 토해내도록 등 때리는 것 봤다! 개구리 떼 흩어진 자리
괜찮다며 우는 읊조림만 남겨졌다, 그녀 흔적도 없다, 서울은 지체없이 일상으로 잔
해 뒤덮었다. 나는 얼없는 일상을 산보한다. 대낮 햇발이 정수리에 꽂힌다. 그들 아름
다움으로 윤색된 위대한 개구리들을 뒤쫓는다, 서울 대낮 소란한 거리에 내동댕이쳐
진 아귀 꼴로 발버둥친다 물기가 완전히! 말라붙을 때까지 아스팔트 위를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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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비
댓글 1
  • No Profile
    명비 04.05.11 07:19 댓글 수정 삭제
    에...또오...송기원 님의 '추운 밤에' 를 멋대로,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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