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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워프기술의 회고

2013.06.03 16:5706.03

<단편소설200x136>

 

워프 기술의 회고

 

하루만 허세


 

201x년 1030. 12. TV를 켰다. 인류가 꼭 보아야한다는 특집방송이라고 TV와 신문, 인터넷에 도배하듯 광고한 방송이었다. 특히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아야 한다고 했는데, 보니까, 시사프로그램이 분명했다. TV를 보지 않는 내가 시사 방송을 봐야한다니.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볼륨을 높였다. 진행자의 비장한 표정과 목소리가 지난 일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지난 일은 일도 아니라는 시구가 생각났지만, 진행자인 한 중년 남자의 진지한 목소리는 귀에 착 감겨들었다. 맥주 캔을 땄다. 한 모금 넘기고 TV를 응시했다.

 

 

 

대체 그 11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인류전체가 한국국민을 향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일까요?

 

, 말도 말아요. 그 멍청한 한국인들 때문에 우리는 먼 우주로 마음껏 날아다닐 기회를 잃었어요. 정말 그건 미친 짓이었어요. 그들은 멍청이예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에 빨리빨리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곳에도 한국시민이 자주 다니는데 항상 하는 얘기가 빨리빨리예요. 정말 성질 급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외계인이나 UFO추종자들의 영향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없진 않아요.”

 

꺼져버려. 멍청한 한국인들.”

 

한국 기자, 돌아가 너희 별로. 빨리빨리 돌아가 버려.”

 

그거 알아. 한국인들, 너희 때문에 화성에서 데이트하려던 계획이 취소되고 말았어. 머저리들. 귀한 손님을 내쫒는 정도가 아니라 그건 완전 말살이었어. 말살이었다고! 그게 다 너희 때문이야. 머저리들. 젠장 할.”

 

유럽과 미국 사람들의 반응 중에 정도가 약한 인터뷰 몇 장면을 보셨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귀에 거슬리는 단어 하나가 뚜렷하게 남습니다. 마지막에 보신 어느 미국 청년의 말이었는데요. 그 청년의 말 속에는 이상하게도 말살이란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 어째서, ‘말살이란 단어를 써가면서까지 한국인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던 것일까요? . 바로 여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칼럼의 일부를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말살. 그것은 자존감의 짓밟음이며 파괴행위다.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일은 폭력이자 모욕과 같으며, 모욕은 흡사 살인과 같다는 것을 인간은 배우지 않고도 저절로 알고 있다. 하물며 인간보다 뛰어난 외계인에 있어서랴!

한국 시민들은 외계인에게 용서받지 못할 굴욕을 주었고 그것은 곧 지적 생명체의 영혼을 범해버린 것에서 말살과 다름이 없었다. 외계인은 그렇게 떠나버렸다. 분노를 참아내며, 지구로부터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

 

칼럼니스트는 미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사회 심리학자, 데이빗 윌슨 교수입니다. 그의 칼럼은 한국시민을 향한 분노에 마치 기름을 부어버린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아직도 한국시민의 행동이 이해가질 않아요. 우리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때 우리는 우주선의 둘레를 따라 신성한 순례 행진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정말 외계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일 뿐인데, 덩달아 욕을 먹어야 하니 정말 기분이 좋질 않습니다. 세상의 비난이 우리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은 정말 미칠 일입니다.”

 

. UFO 추종 단체의 수장이자 외계인 민간 접촉 위원회 회장인 더글라스 글라스 씨의 심정토로였습니다. 과연 한국시민들이 방문한 외계인을 정말, 말살이라도 한 것일까요. 우리 스스로도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 이제 당시의 시간으로 돌아가 볼 텐데요. , 그전에 먼저, 워프기술이 무엇인지 살짝 짚어보려 합니다. 위키피디아 문서를 검색해 보겠습니다.

 

워프기술.

시공을 초월하여 넘나드는 우주 항법 기술로 인류의 실수에 의해 말살된 기술의 별칭.

 

, 짤막하게 쓰여 있군요. 그런데 지금 보시다시피 여기 위키피디아 사전의 문장에는, 분명하게 인류의 실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해외 방송과 언론에서 말하듯, ‘한국 국민의 실수라고 하지는 않는데요. 너무나 짧은 설명 아래에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읽어보겠습니다.

 

워프기술에 관한 회고.

워프 기술은 외계인의 방문을 통해 배울 기회를 가졌으나 한국인의 난동으로 끝내 배울 수 없게 된 기술을 말한다. 그것은 일련의 사건으로 기록된다.

사건은, 인류가 또는 한국인들이, 워프기술 전수를 위해 역사상 처음 방문한 외계인을 쫓아버린 사건을 말한다. 사건으로 인해, ‘워프기술은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키는 단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중이다. 인류는 아직도 그때의 외계인들이 다시 방문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파를 보내고 있으며 전파 속 언어는 한국어를 쓴다. 그 이유는 외계인이 최초에 한국을 방문했으며 한국어로 신호를 보낸 것에 연유한다.

 

, 복잡해집니다. 인류의 실수, 그러나 또다시 한국인의 난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난동, 과연 그럴까요? 이제 처음부터, 차근차근 사건을 따져보기로 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저와 함께, 불과 11개월 전인 당시로 돌아가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출근하는데 갑자기 깜깜해졌어요. 신기했어요. 하늘을 보니,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우주선이, 마치 하늘에 뚜껑이 생긴 것 같았어요.”

 

전혀 몰랐어요. 너무 커서 하늘이 어디에도 없었으니까요. 나중에 방송을 보고서야 그게 우주선이란 걸 알았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뭐랄까, 25세기쯤 돼버린 느낌?”

 

겁이 났어요. 어떡해. 외계인이 쳐들어왔어. 혹시 북한 무기일까? 미국, 일본, 혹시 중국산이라면 그렇게 강하진 않을 것도 같은데, 십만 원짜리인지도 모르니까. 그래. 중국산 풍선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구는 끝났다는 생각이 탁 들더군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우주선에서 광선이나 폭탄, 어쩌면 에이리언을 보내진 않을까, 그렇다면 시고니 위버가 100만 명 정도는 필요할 텐데. 그런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 오래 살고 볼 일이지. 살다 살다 외계인을 구경할 줄이야. 참 신통했는데, , 또 오겠지.”

 

지금도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우주선이 머리 위로 확 내려앉진 않을까, 겁이 났거든요.”

 

그렇습니다. 당시 출근하던 사람들과 집에 있던 사람 모두가 밖으로 나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외계의 우주선, 그 놀라운 크기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으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여기 이렇게 빨간 동그라미 안쪽의 기다란 물체가 바로 우주선입니다. 휴전선을 무력화시킨 채 위로는 개성, 남으로는 서울과 부천을 꽉 채운 기다란 막대 모양입니다. 대체 얼마나 큰 크기일까요? 축적도를 확인해 보면, 가로 30km, 세로 80km, 총 둘레 220km의 어마어마한 우주선입니다. 정확히, 11개월 전, 한국 상공에 그 우주선은 홀연히 나타났는데요, 무슨 마술처럼, 출근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났던 것입니다. 한국 우주국방 연구소에서는 그날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우주 국방 연구소 이우주 소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땅 개성에서 서울 송파구 끄트머리까지, 약간 삐딱한 대각선 방향으로 멈춰있었어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의 상징, 우주선은 그렇게 남과 북 중간에 걸쳐 있었으니 참 기가 막힌 일이었죠. 게다가, 우주선은 너무 낮게 내려와서 다들 아시겠지만, 서울의 남산타워 박살, 최고층 건물인 123빌딩은 일부가 무너졌어요. 혹자의 말로 우주선이 도착할 때 브레이크를 너무 늦게 밟았다고 추측할 뿐, 왜 그렇게 주차, 아니 주선을 했는지, 알 방도가 없었죠. 우주인이 아직 문을 열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 모양이요. 그게 길고 네모지다고 해서 미끈한 게 아녜요. 심하진 않지만 울퉁불퉁한 모양이었죠. 하지만 우주선의 윗부분은 대체로 평평했어요. 그 뭐야, 전자렌즈에 데워 먹는 인스턴트 떡갈비 모양쯤 되겠네요.

그렇죠. 산봉우리 몇 개가 살짝 무너졌지만 다행히 북한산이나 남한산 이런 큰 산은 일부러 피해 준 것 같았어요. 그것만 봐도 우주선이 추락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남과 북의 여러 도시와 강산이 다 우주선 아래에 놓였던 거죠.

북한이요? 당시 북한 측의 사정은 잘 몰랐죠.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중동국가들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북한 땅으로 날아가 우주선을 조사하고, 남한에서는 한국 기술자들과 미국, 일본, 호주, 남미, 유럽 과학자들이 모여 우주선과의 통신을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어쩐 일인지 우주선은 아무 말이 없었어요. 왜 말이 없을까. 혹자는 말하기를 우주선에 들어 있는 외계인들은 원래 말을 못하거나 말이 없는 의식을 가진 외계인 일 거라고 했지만, 그저 추측일 뿐 달리 알 방도가 없었어요. 어쩌면 우주선 안에 있는 외계인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오느라고 아직 수면 캡슐에서 깨지 않은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우주선을 쇠망치로 막 두드리기도 했다니까요. 잠깐, 물 좀 마시고, .

그렇게 2개월 동안 통신을 시도했지만 우주선은 응답이 없었어요. 내내 기다릴 수 없다보니 각국의 기술자들이 모여 뚫는 작업을 개시했지요. 레이저, 전기톱, 드릴, 망치, 하도 안 뚫려서 혹시나 하고 염산을 뿌려보고 심지어 손톱깎이와 뾰족한 연필까지 동원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레이저기술은커녕 어떤 기술로도 우주선의 표피조차 뚫을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무엇을 가져다 대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으니까요. 옮기는 거요? 그거야 비행기 수만 대를 동원해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도 해봤지만, 위험한 생각이었죠. 옮기다 떨어지거나, 만에 하나 우주선이 사이드 브레이크라도 걸어놨으면 그걸 어떡하겠어요.”

그렇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적어도 한국 국민들께서는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우주선은 아무런 인기척도, 어떤 움직임도 나타내지 않은 채 장장 9개월 동안 그대로 떠 있었습니다. 차가운 10월에 나타나 무더워진 7월까지 그냥 떠있기만 했습니다. 당시 각 지역 행정 관계자들이 참, 할 말이 많다고 하는데요,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시청에서 동서남북 끄트머리까지 거리가 평균 15에서 16km인데 우주선의 폭만 딱 서울 크기입니다. 관리가 불가능했습니다. 서울에만 우주선 관광객이 1000만 명, 외국인 합쳐서 한국 인구가 그때 7000만이었으니까, 우리로선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인들이 벌써, 기구를 타거나 경비행기를 이용해 올라가 낙서를 하거나 번지점프를 하고 그랬어요. 나중에는 우주선 위에 거치대를 만들어 놓고 단체로 영화를 본다거나, 플래카드도 걸고, 정부에서 하지 못한 엘리베이터나 고가도로를 만들어 차를 몰고 올라갔지요. 우주선 위로 오르는 고가도로만 수백 개가 생겼어요. 포장마차, 식당차가 우주선 위에 상주하고 아예 관광지가 되었죠. 불법주차, 불법 건축물이라고 구청에서 나와 철거하면 다른 사람이 와서 또 장사를 하고 술집, 밥집, 공중화장실, 카페가 우주선 위쪽과 낮은 쪽에 마구 생기다 보니 우주선은 거대한 하나의 떠있는 섬이랄까, 공중 인테리어 도시가 돼버렸어요. 우주선은 거의 1년 동안 남과 북을 잇는, 마치 공중에 뜬 새만금이었어요.”

 

아휴, 말도 마세요. 그 큰 물건이 123빌딩 위에 슬쩍 얹힌 게 결국, 빌딩과 남산타워가 무너진 거잖아요. 그래서 빌딩하고 타워와 관계된 보험사는 우주인들에게 피해보상을 받겠다며 정부 요원들과 하루 종일 우주선을 맴돌기만 했어요. 그런다고 뭐 외계인이 알아주나요? 그냥 돌기만 했죠. 그 덕분에 우주선 전체를 도는 올레길이 생겼죠. 북한 측에서는 입장료를 받고 길을 허락했고요. 그 길 때문에 스페인의 순례길, 실크로드, 중국의 만리장성 길, 로마로 가는 길, 정의의 길, 법가의 길, 삼포 가는 길, 기타 지구상의 모든 트레킹 코스가 다 망했죠. 그래서 그 사람들이 더 광분하는 거예요. 한국 올레길은 여전히 한류잖아요. 외계인 방문 올레길, 일부에는 둘레길로 연결해서 찾는 관광객 많죠. 하여튼 덕분에 다른 나라 관광지는 명맥이 끊기고 말았죠. 그게 뭐 한국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중에서도 남과 북을 도는 우주선 올레길은 대박이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땅값도 엄청 올랐고요. 주변 사람들은 돈을 긁어모았다니까요. .”

 

문제는 햇볕을 너무 오래 가리고 있어서 민원이 좀 들어오는 정도였어요. 그저 그랬을 뿐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 당시의 사람들은 알아서 잘 적응했어요. 햇볕을 쬐러 우주선 그늘 밖으로 자주 외출을 하다 보니 외부지역 관광산업이 덩달아 발전했는데, , 그건 참 중요한 변화였던 것 같아요.”

 

. 당시 도와 시 관계자들의 인터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주선은 나타나 말이 없었고 너무 커서 관리가 불가능한 규모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차츰 그것을 이용해 살아갈 방도를 찾아내고 적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몇 개월 후 우주선 위에는 양옥집, 한옥, 컨테이너집, 조립식 주택이 생기고 점차 하나의 도시가 되어갔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죠. 북한 군인들과 여러 번 충돌이 있었는데 국방부 관계자를 통해 한 사건을 알아보았습니다.

위험했습니다. 북한군과 우리 군인, 시민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에 우주선 위에서는, 사람들이 가건물, 천막, 정자, 기와집 등등을 세우고 장사를 한다든가, 살다시피 하면서 점유권을 주장하고 그럴 때였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니까 북한 측에서 삼팔선을 경계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은 일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때 북한군의 살벌함이란 옛날 도끼만행 사건을 떠올릴 정도로 날카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유와 민주에 익숙한 사람들은 북한의 총구를 겁내지 않았습니다. 그때 상황을 비디오로 찍어 뒀는데, 바로 이겁니다. 화면이 많이 흔들리지만 당시에는 긴박해서 잘 찍을 수 없었습니다. 북한군이 총을 들이댑니다. 보세요. 살벌하지요? 하지만, 보세요. 시민들이 스크럼을 짜고 외치기 시작합니다.

독재타도! 독재타도! 독재타도!’

밀어! 밀어! 밀어!’

사람들은 용감했습니다. 총을 든 북한군을 밀어냈으니까요. 그것은 정말 자유와 민주의 힘이었습니다. 감동이 있었습니다. 양측 헬기와 전투기들이 상공을 맴돌았을 때에는 드디어 전쟁이 나는가 싶기도 했지만, 다행히 일찍, 북한 측이 꼬랑지를 내렸습니다. 정보를 분석해본 결과, 북한 측도 세계와의 전쟁보다 우주인과의 전쟁에 더 민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외계인이 전쟁을 느끼고 깨어나,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공포가, 북한 군부 측이나 우리에게도 똑같이 있었던 겁니다. 만일 그때 외계인이 오해나 착각을 해서 우리를 공격했다면, 아마 지구는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하여튼 몇 번의 그런 사건 후로 우주선 위에서는 누구나, 북한 군인이나 주민들과 잘 지냈습니다. 흡사 통일된 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약간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 보신 것처럼, 우주선 위에서는 남북 간의 위험한 상황이 간혹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새로운 삶의 형태는 우주선이 존재하는 환경에 맞추어 지속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변화가 일어납니다.

기억들 하시죠? 어느덧 8개월하고 3일이 지난 그날,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모두 들어보신 그 소리, 우주선이 드디어 소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하는 소리였는데 그 소리는 하루 종일 계속되어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기억나시죠? 그렇습니다. 하루가 지나자 그 소리는 -’ 소리로 바뀌었는데 역시 스트레스를 주기에 알맞았습니다. 3일에는 -’ 이라는 소리가 들려서 그제야 지구 사람들은 저 우주선이 한국말의 우리는이라는 발음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다음 날에는 -’ 발음이 왼 종일 들렸고요, 그러자 사람들은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구 정복 또는 지구인과의 교류? 뭐 그런 정도의 말이 나올 거라는 예상, . 예상은 정확했습니다. 모두들 아시는 바로 그 말,

우리는 지구인과 소통. 워프 기술 속성 전수. 중대 발표.’

그러나 이 말을 듣기까지 자그마치 23일이 걸립니다. . 외계인들은 한국말을 익히느라 꽤 힘들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우주선의 소리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뭐 하러 왔는지는 알았고 그리고 침략은 아니었고 워프기술을 전수한다니 놀랍고 기뻐했습니다. 다만 할 말을 한꺼번에 해주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소리는 반복되었습니다.

 

그걸 빨리빨리 좀 말하지 그걸, , 뭐더라. 소통, 워프 속성 전수, 그 말 하는데 23일이나 걸리고, 무슨 굼벵이도 아니고 워프로 다니는 애들이, 신경질 나게, 처음엔 정말 답답해서 확 그냥 망치로 다 때려 부수고 싶었다니까.”

 

아마도 외계인의 판단에는, 230개국이 넘는 국가와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는 지구인의 수준이, 한국말을 통역하고 전파하려면 그쯤 걸릴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때는 다들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만, 좀 시끄럽고 답답했지요. 하지만 이해해야 했어요. 넓은 우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습니다. 들으신 것처럼 당시 우리 국민의 시간은 시끄럽고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눈과 비가 내릴 때에는 우주선 위에서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물로 인해 피해가 극심했지만, 모두 잘 참았고 역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신년축하 물결 같은 지구적 축제가 매일 벌어졌습니다. 드디어 다른 은하계로 마음껏 다닐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와 호기심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견해도 있었습니다. 그 우주선은 여러 은하계와 행성을 다니면서 워프기술을 속성으로 전수하는 과외학원 우주선쯤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그래서 무엇을 지불해야 하나, 하는 걱정거리가 없진 않았던 겁니다.

우리 정부와 각국의 전문가들은 꼼꼼한 회의 끝에 장소를 광화문 광장으로 해서 연단을 준비하고 환영인사 발표문을 작성합니다. ‘환영합니다.’ 휘장과 화환을 잔뜩 걸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것이죠. 그리고 외계인들은 내내 그 모양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드디어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그때는 외계와의 소통이라는 호기심과 희망이 극도로 흥분하던 순간임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행안부 장관이었던 오달평 전 장관, 당시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요. 오 전 장관과 그리고 미국 외무장관의 회고를 차례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 그때 우주선에서 광화문 광장 중간 부분으로 빛이 팍 비치기 시작한 거야. 그 뭐야, 외계인이 중대 발표를 한다니까 일단 연단이라도 만들어둬야 좀 구색이 날까 싶어서 일단 그렇게 만들어 놨던 거였지. 그런데 만들고 나니까 그 즉시 빛이 내려온 거였어. 연단은 세종대왕 뒤에 있었으니까, 결국 외계인이 다 보고 있던 거였지. 하여튼 그 빛이 둥글고 크게 반짝이며 땅으로 내려오는데, 처음에는 이게 지금 공격을 하는 건지, 지구의 무슨 정보를 모으는 건지, 목이 말라서 우물을 뚫으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 듣자니 그건 일종의 포탈이라고 하더군.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니 그런가 보다 했지. 하여튼 우주선으로부터 빛의 포탈, 빛의 엘리베이터라고 해야 되나. 순간이동이 된 것으로 보아서는 포탈에 가까웠다고 치자고. 딱히 그게 포탈인지 엘리베이터인지, 에스컬레이터인지 우주인들에게 못 물어봤으니 중요한 건 아니잖아. 인생살이 모르는 것투성이니까 심각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봐. 진짜 중요한 것은 우주인이 땅에 내려왔다는 것이니까. 그게 반나절을 비치더니만 갑자기 그 안에서 떡하니 외계인 형상이 나타난 거야. 처음엔 흐릿했지. 참 기가 막혔는데…….

그러니 어떡하겠나. 우주인이 내려온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갈밖에. 지구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죄다 모여서 환영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프리 허그를 해도 되는지 여기저기 심지어 점장이, 점성술사들에게까지 물어보느라고 주변에 헬기 바쁘게 날고, 전화통 불나고 그랬다가는 갑자기 한순간에 다들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아이고, 그때의 기분이란 정말, 경탄 그 자체였지.

하지만 두려움이라고 왜 없었겠어. 갑자기 변하면 어떡하나. 좀비처럼, 오징어 외계인처럼 변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발표할 게 있다니 연단이야 준비했다지만 나가서 악수를 해야 하는지 어느 나라 관리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어. 놀라움과 함께 공포가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지.”

 

우리는 그 외계인과의 접촉이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일단 연단으로 오게 하고 발표를 듣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가 있는지의 여부는 정말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워프기술을 배우려면 감수해야 할 사명이기도 했습니다. 그러자니 환영을 해야 하는데 악수를 해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어요. 허허.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그때는 매 순간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한국 관계자분들이 한국식으로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손을 한쪽으로 탁 틀어 웨이터처럼 안내하는 동작을 취해서 가만히 서 있던 오드리와 클레오가 움직이는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이상한 느낌이 쌓여갔습니다. 눈치 빠른 우리 과학자의 말을 들어보니 오드리와 클레오의 생체움직임 그리고 그들이 사는 별의 중력과 시간이 우리 지구와는 다른 것 같다는 추론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아주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아휴.”

 

. 시청자 여러분, 그때의 일이 기억나시죠? 다들 알고 계시는 외계인의 실체가, 빛의 포탈로부터 희미하던 형체가 결국 온전한 외계인의 형체를 드러냅니다. 모두 알고 계시는 그 외계인의 모습은, 놀라움 그 차체였습니다. , 당시 화면을 준비했지만 정부에서 제재를 하는 바람에 멀리서 찍은 화면과 인터뷰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당시 직접 목격한 여러 시민의 인터뷰를 대신해서 보시겠습니다.

 

빛이 사라지고 외계인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여신인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가까이서 보겠다고 달려든 사람들이 다 물러났다니까요. 여신, 완전 여신이었는데, 그 환한 빛과 아름다움, 게다가 오드리잖아요. 나머지는 파트라고요. 너무나 영롱하고 후광이 장난이 아니어서 그냥 대놓고 꿇어.’ 그러면 다 꿇게 생긴 거예요. 당시의 분위기는 완전 그랬어요. 아름다움이야, 말로 표현이 안 되고, 카리스마 역시 말로 표현 안 돼요. 오드리 그리고 파트라잖아요. -, 생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건 마치 환상, 환상 그 자체였어요. 표현이 안 돼요.”

 

오오, 오드리 헵번, 그 몸매, 얼굴, 오우. 나는 그 오드리가 죽으라면 죽으려고 했어요. 아름다움 그 완전체. 지금도 기절할 것 같아요. 근데 왜 누드로 왔는지 그 이유는 좀 궁금했어요. 사실 그 여자분들 미칠 정도로 야했거든요.”

 

, 저는 오드리도 당연히 좋았지만 오드리 뒤에 서 있던 8명의 클레오파트라, 나체잖아요. 오드리도 그랬지만 제가 좀 글래머에 더 끌린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근데, 팜므파탈, 완벽한 여신, 전 그 별로 가고 싶어요. 다시 와서 나를 데려가길, 저도 이젠 오드리 파트라클럽에 가입해서 절 데려갈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가슴이 막 아플 정도로 그리워요. 보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 저 시민분은 한동안 울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현장에서 방송을 준비하던 저도 기억합니다. 대장인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와 똑같이 생긴 휘하 8명의 여인. 방송이라 뭐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나체, 누드, 다 벗은, 홀딱,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 표현하기 어려운, , 인터뷰를 더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에서 이런 말 해도 되나? 여성 여러분께는 조금 죄송한 말이지만, 많이, 아니, 지구 역사상 가장 섹시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 이 말을 하는데 왠지 눈물이 나려고 해요. 제가 앞줄에 있어서 직접 봐서 아는데, 정말 그 모습은 여신,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사실 너무 가슴이 아파요. 벌거벗은, 극도로 아름다운 여인을 본 가슴은 다루기가 어렵다는 걸 그때 알고 말았어요. 왠지 슬픕니다. 아름다움은 저절로 나는 눈물이었어요.”

 

완전 난리였어요.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50미터 밖으로 쳤지만 사람들, 정확히는 다수의 남자들이 30cm, 1m씩 점점 밀고 왔거든요. 그게 밀라고 민 게 아니라 뒷줄에 있는 사람들은 잘 안 보이니까 자기들도 보겠다고 밀다 보니 저절로 밀린 거고, 전경들도 오드리, 클레오 보고 싶어서 고개 한 번씩 돌리다보니 차츰 밀려서 5m 앞까지 밀리게 된 거였어요. 남자들은 다 똑같잖아요. 벗고 있고, 오드리 헵번이고, 클레오파트라고. 우아하게 멈춰있었어요. 마치 동상이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자들도 좋아했어요. 그 아름다움에 여자 시민들도 완전 취해버렸거든요.”

 

그때 나도 아우, 밤마다 그냥 못 자겠구나, 그런 생각 들었고, 그날부터 주변의 밤 문화 특히 성문화가 엄청 뜨거웠어요. 경제가 불경기라고 완전 불경기였잖아요. 당시의 불경기, 정말 불처럼 뜨거웠죠. 아우, 오늘 밤도 그냥 못 자겠네요. 어우. 생각만 해도 정말.”

 

, 피가 끓어올랐어요. 딱 보는 순간, 그게 주책없이 벌떡, 아 방송이라서, 그러니까, 생체기능의 어느 곳이 길어졌다고 하겠죠. 아주 뜨겁고 딱딱하게, 라고 말하면 방송용어로 부적합할까요? 어쨌든 실제로 더 심했어요. 지퍼를 뚫고 그게 혼자 달까지 쭉 자라나는 건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 내가 너무 속물인가. 아우, 오늘 밤도 잠자긴 글렀네요. 아 정말 난 속물일까요?”

 

.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조금 강도 높은 발언을 가감 없이 보내드리는 점 미필적 고의로서 사과드리겠습니다. . 외계인의 모습은 놀랍게도 한 사람의 오드리 헵번과 8명의 클레오파트라, 이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신기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놀라웠더랬죠. 아직까지도 외계인의 모습이 원래 그 모습인지, 아니면 본질은 다른 모양인데, 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인지, 사실 우리는,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요. 그 부분은 아마 외계인 곧, 오드리 씨와 파트라 씨가 다시 와주어야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선 다른 문제를 짚어봐야겠습니다. 바로 그 점, 왜 갑자기 그런 분위기에서 한국인의 난동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을까요. 과연 위키피디아에 쓰인 그 문장은 적절한 것일까요. 이제부터 그 부분을 파헤쳐 보려 합니다. 먼저, 그 자리에 있던 각국 인사들과 시민들의 외계인, ,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를 보았던 정황을 종합적으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계인은 뭘 좀 알고 내려온 것 같았어요. 그 빛이 나타난 곳이, , 포탈이요. 그게 광화문 광장이잖아요. 거기서 외계인 즉, 오드리와 클레오가 모습을 나타내자 각국 관료들, 거기 대사관 청와대, 종합청사, 호텔, 언론사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지구 230개 국가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장관들 차관들, 학자들, 공무원, 보디가드, 기자들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세계 각지에서 광화문 광장에 다 모인 거예요. 근데 오드리 공주나 클레오 공주님들이 지나치게 우아하게 걸었어요. 기다리던 각국 인사들이 교대로 나와 기다렸는데도, 밤에는 호텔방 모잘라서 청와대에서 재우고 대사관에 꼽사리 끼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들 정신없었죠. 시민들 집에 안 가고 밤새고 출근 땡땡이치고 어휴, 그게 난리죠, 난리. 그런 난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오드리 씨와 클레오 씨 등 그 외계인분들은 뭔가 알고 그쪽에 포탈을 쏘고 내려온 걸 테지만, , 그게 조금 안타까웠죠. 안타깝죠.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근데, 진짜 예뻤어요. 사람 맞나. , 참 외계인이죠. 그게 유일하게, 전경 근무를 하면서 느낀 기쁨이자 보람이었어요.”

 

여자분들이요. 질투, 할 줄 알았죠. 처음에는 여자들이 더 심했어요. 막 언니, , 사랑해요, 오드리! 클레오! 외치면서 눈물을 흘리고 사랑해요, 알라뷰! 외치고 사람들 더 가까이 보겠다고 몰려들고 그러다가 한방에 다 조용해졌어요. 그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어요. 사람들은 저절로 그런 행동을 취했어요. 거 왜, 예수님의 산상수훈인가, 그런 거 있잖아요. 말을 듣기 위해서 다 앉아 있는 거요. 그거예요.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다 갑자기 수백만 명이 땅바닥에 앉았어요. 감동적이었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아는 것, 그게 정말 생명체가 가진 우주적 체험인 거죠. 우주와 사람은 한몸이라는 그런 의식. 그 후로는 외계, 아니 오드리 여신과 클레오파트라 부 여신님들이 연단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그게, 그랬어요. 근데, 좀 왜 그러셨을까요, 좀 빨리 걸었으면 좋았는데, 그게 왜 그랬나 하고 생각해보면, 일부러 무슨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출근, 먹고 사는 것 보다 중요한 무엇인가 있다는 걸 전달하려는 느리고 아름다운 몸짓이라고 생각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제 주변에 갔던 사람과 얘기해보면 다 한마음이에요. 우주의식이죠. 범 우주적 의식, 그게 인간에게 전해진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아니 우리 모두에게요. 그 우주의식이요.”

 

.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약간 의아한 부분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인데요. 외계인들의 행동이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시민과 지구시민들은 상관없이 기뻐하기만 했습니다. 그 부분까지 포함해서 인터뷰를 계속 보겠습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계속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의 인터뷰를 더 보겠습니다.

 

김연아, 손연재, 앤 해서웨이, 졸리. 또 한 미모 하는 탤런트분들, 싹 죽었죠. 어떻게 보면 김연아 손연재 양이 좀 불쌍해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아무튼 김연아, 손연재 언제나 사랑해요.”

 

그게, 너무 느리니까 답답하긴 하지만, 각국 정치인들이 또 예의상 자리를 벗어날 순 없잖아요. 이미 얼굴 외계인한테 다 팔렸는데, 그래서 그 자리에 술과 음악 가져다 놓고 춤도 추고 그래도 시간이 안 가니 결국은 다들 모여서 화투 치고 포커 치고 그랬죠. 그러면서 먹고 마시고 연단에 오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먹고 마시고 놀았어요. 밴드 임대비, 무희 알바비, 각종 요리사, 바텐더, 마술, 서커스 공연, 뭐 없는 게 없었죠. 그중에서도 북한 무용팀 공연이 압권이었죠. 그 완벽한 군무. 그게,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또 그게 다 국민 세금으로 나가는 건데. 에이, 뭐 어쩔 수 없죠. 세금이 축나도 외계인은 손님이니까, 누군가는 돈을 써야 하잖아요. 손님대접을 위한 기다림. 그 정도야 해야죠.”

 

궁금했어요. 그 외계인을 만져도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외계인들을 번쩍 들어서 연단으로 옮기면 시간이 단축될 테지만 아무도 나서질 않는 거예요. 게다가 번쩍 들어 옮겼더니 놀래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많은 생각을 하면 어떡하겠어요. 연단 위에서 1년 동안, 이 인간들이 왜 나를 만졌지? 내 몸에 지구인의 병균이 옮긴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1년이 지나버릴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냥 두고 방송에서는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그곳이요, .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다 보고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그래서 볼 사람 다 봤는데, 안 본 척하고 그랬어요. 예의상. 사실 다 봤죠. 벗고 있었으니까요.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하잖아요.”

 

시청자 여러분, 그렇습니다. 외계인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는 나체의 극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또한 극도로 지나치게 느렸던 것입니다. 그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당시에 전경 한 사람이 달팽이를 길에 두었는데, 달팽이는 거북이만큼 빨랐다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이겠죠. 그런 문제가, 그러니까 외계인 오드리 씨와 파트라 씨의 생체시간이 우리 지구인과는 달랐던 겁니다. 과학자들도 정치인들도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런데 그 느림의 사실이 위키 문서와 외국 언론에 말하는 한국 국민의 난동, 그런 커다란 사건으로 돌변한 것일까요? 위키 사전과 인류가 말하는 한국인의 난동은 대체 무엇일까요? 더 보겠습니다.

연단을 준비하고 우리 행사 팀도 만일을 대비해서 교대로 그곳에서 먹고 자고 했죠. 그러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높은 분들 이야기가 연단을 앞쪽으로 옮기자고 한 거예요. 외계인이 걸어 나오는 거리를 줄이자는 의도였는데 그렇게 결정하고 연단을 뜯자마자 외계인이 멈춘 거예요. 그게 아마도 소통하지 않을 거란 뜻으로 보였나 봐요. 그래서 각국 인사들이 원위치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또 저쪽에서는 그래도 뜯은 김에 가까운 쪽으로 옮겨라, 외계인은 뭔가 놀랐는지 큰 눈을 우주만큼 커다랗게 뜨고는 멈춰버린 거예요. 어쨌거나, 부랴부랴 연단 원위치하고 환영합니다. 발표해주세요.’ 휘장 다섯 개 더 달아 놓으니까 그때서야 외계인이 또 움직였죠. 움직이는 거 보는 데 2일 걸렸어요. 아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느라 잠시 멈춘 것 같았어요. 잠시 멈춘 게 이틀이니까, 우리는 더 힘들었죠.”

 

고문이었습니다. 하루 자고 나면 한걸음도 아니고 발 크기 하나만큼 걸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예쁘다 해도 그게 동상이지 걷는 게 아니죠. 그래서 사람들 다 집에 가고, 새로운 사람들 와서 구경하고 그랬어요. 어떨 때는 그냥 한적한 공원 같기도 하고 또 어떨 때 사람이 좀 몰리면 완전 시장통이었죠. 바리케이드 쳐놓은 곳 밖에서 앉았다 섰다 구경하다 자다 집에 갔다, 심심하면 오고 안 그럼 그냥 집에서 TV나 보고 그랬죠. 그래도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못 갔죠. 얼굴 다 팔려서. 흐흐.”

 

걸음이 너무 느리니까, 차츰 지루해졌어요. 예쁜 것도 계속 보다 보면 질리잖아요. 나중엔 그렇게 화끈 달아오르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비너스 동상 그런 거 보는 느낌? 그 담부터는 사람들 숫자가 많이 줄었죠. 연단까지 가는데 갔다 해도 발음 하나에 한 단어씩인데, 그거 언제 기다려요. 게다가 우리는 빨리빨리잖아요. 관광객들도 돈 떨어지니까 가고 그랬어요. 나중엔 공무원들, 전경들 바닥에 앉아서 졸고 놀고 그랬어요. 시민들은 점점 숫자가 줄었죠. 그게 한 달 만이에요. 한 달 동안 걷는데 배도 안 고픈가 봐요. 잠도 안 자고 그 외계인 여신 오드리와 파트라는 그런 별에서 살았나 봐요. 달팽이가 그 별가면 올림픽 일등일 거예요. . 내가 가면 왕이 되겠죠? 복장이 터질 거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나중에 사람들이 그냥 편안하게 오가고 뭐 시장에 야채·과일 사러 나온 사람들처럼 어슬렁어슬렁대니까, 오드리 씨와 파트라 씨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래도 뭐 어떡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빨갱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그 아가씨들 얼굴이 빨개지니까 좀 불쌍한 생각도 들고, 좀 안쓰러웠어요.”

 

오드리 언니와 클레오 언니들은 행성 선택을 잘못했다고 봐요. 왜 하필 여기 와가지고, 피차간에 속 터지게 말예요. 그래도 모두 참았잖아요. 그거, 워프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그 정도는 희생이야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 그거요? 물어보고 싶었어요, 인간적으로. 밥 먹을 거냐. 잠 자야 하는 거 아니냐, 오드리 씨에게 묻고 싶었지만 대답 듣는 데 한 달 걸릴까 봐 망설여지더군요. 만약 제가 물어봤으면 사람들이 나를 욕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드리 씨의 행성에서는 아마 시간 개념이 우리의 하루가 1년쯤 되나 보다 그렇게 생각 들었어요.”

 

. 시청자 여러분, 기억이 생생하실 겁니다. 기가 막힌 만남이었다고 하겠는데요. 참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 , 그렇게 4주일이 지나도 오드리 씨와 파트라 씨는 계속 걷고 있었습니다. 연단까지의 거리는 불과 20m. 이동한 거리 10m. 앞으로 며칠이 더 걸릴지 아무도 예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국 시민들은 모두 이해했고, 지구 시민들 또한 이해했습니다. 지구인의 생체시계와 다른 생체시계, 지구의 중력 가속도와 너무나 다른 중력가속도를 가진 외계인, 그 아름다운 나체의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 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엉뚱한 곳에서 드디어 그 사건이 터져버린 것입니다. 외국 방송과 언론이 오해하고, 엉터리로 보도하고 있는 그 사건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여기 제가 외국 신문 한 면을 보고 있는데요. 기사를 한국말로 번역해 두었습니다. 두 개의 기사만 읽어보겠습니다.

 

한국 국민의 행동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야만인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외계에서 온 여신인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 그 연약한 여인들에게 단체로 폭력을 행사하고 심한 모욕을 가하고 말았다. 그들의 성질 급함은 지구인의 수준과 우주를 향한 워프기술의 출발점, 외계와의 만남을 첫 순간부터 망쳐버린 것이다.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절대적 사건으로서, 통탄하고 통탄하고 통탄할 수밖에 없는 분노로서 치를 떨게 한다.’

 

빨리빨리.’ 성질 급한 한국인은 외계인에게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우주선은 소음을 내지 마라. 빨리 좀 말해. 인간에게 맞추어 말해. 그게 뭐야. 도저히 못 참겠어. 에이 답답한 외계인들 같으니라고, 하면서 인간은 우주선으로 난입해 닥치는 대로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를 후드러 패는 단계까지 가고 말았다.

 

. 엉터리 기사임이 분명하면서 깊은 한숨이 나오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외국의 많은 언론이 이런 식으로 보도하고 기사를 썼는데요. 정말 그런 비상식적이고 야만적인 일이 과연 한국시민에 의해 일어났던 것일까요? 우리는 그 사건의 진상과 현실을 온전히 밝혀서 분노한 지구촌 모두에게 우리의 말을 전달해야만 하는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습니다. 모두 그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시민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갑자기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 뒷줄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오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그분들은 광장에 없던 분들로서 순수하게 자신의 삶을 위해 달려온 삼백만 명가량의 시민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외침은 동일했어요.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보아야 합니다. 인간에겐 인간의 환경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빨리빨리는 예상했지만 햇볕 가리지 마는 예상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못 막은 겁니다. 그때 우리나라 공무원들이나 또는 이 나라에 들어와 있던 각국 관계자분들께서도 햇볕 가리지 마는 예상치 못했잖습니까. 그런데 그걸 왜 이제 와서 한국사람 탓이라고 한단 말입니까. 안타깝지만 그 사건은 범지구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일 년 내내 그늘만 보고 사람이 대체 어떻게 산단 말입니까.”

 

그늘에 가려 살던 서울 사람들이 동사무소와 구청 앞에 모여 피켓을 들고 촛불을 들고 하다가 인터넷에 연합카페가 생기더니만 날짜가 아마 그날이었나 봐요. 드디어 궐기대회를 하던 그날 사고가 나고 말은 겁니다. 그늘에 사는 서울 주민 중에 300만 명이 광화문 행진을 하려고 모이니까 경찰이 바짝 얼어버린 거죠. 갑자기 생긴 일이니까요. 그렇게 경찰과 대치하다가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외침은 단순했어요. 폭력, 그런 거 안 썼죠. 단순한 요구였어요.

햇볕 가리지 마.’

단순한 그 말은 마치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에게 하는 말과 비슷해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숙연해지기까지 했기에,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좀, 그렇기는 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경찰들도 이해심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기에 그리 강하게 말리지 못한 탓도 있어요. 왜냐면 대부분의 경찰들도 우주선 아래에서 햇빛 못 보는 집에 사니까요. 우주선 크기가 장난이 아니잖아요. 외국 뉴스에는 북한 주민들 일부가 겨울에 우주선 그늘 밑에서 얼어 죽었다는 기사가 오르기도 했으니까요. 그게 현실이에요.”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를 구타했다는 엉터리 기사가 나가고 나서 중동지방하고 오드리 헵번의 고향 벨기에와 또 유럽, 미국에서 난리가 난 걸 누가 모르겠어요. 감히 , 오드리와 파트라를 구타하는 짐승 같은 것들이 어디 있느냐고 막 각 나라에서 데모까지 하고 그랬잖아요. 하지만 저도 그때 광화문 맨 앞렬에 있어서 직접 카메라로 찍었거든요. 보세요.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냥 오드리 여신과 파트라 여신을 번쩍 어깨에 둘러메고 서로 지켜주느라고 다가오는 사람들 막으면서 보호해. 보호해.’ 소리 지르고 서로 막아주고 그랬어요. 봐요, 소리 들리잖아요. 뒤에 있는 사람은 앞이 잘 안 보이니까 그냥 묻어서 앞으로 가기만 하고, 소리치고 밀고 그런 와중이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오드리 여신, 파트라 여신 보호하느라고 그 빛, 포탈 나왔던 곳 아래에서 우왕좌왕했던 거예요. 화면이 이게, 정신없이 찍은 거라 각도와 구도 편집, 사운드, 색깔 다 안 좋지만 확인되잖아요. 그랬던 거예요. 분명 보호하는 중이었어요. 그냥 하필 그 햇볕이야기의 흐름과 군중이 그쪽으로 흘렀을 뿐이에요. 만약 북쪽으로 흘렀으면, 아마, 통일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죠. 자그마치 300만 명인데요. 햇볕 가리지 마! 그걸 뭐라고 욕해요. 햇볕인데, 그거 없이 지구상의 사람은커녕 생물도 못 살잖아요. 그리고 정작은 햇볕 가리지 마, 외쳐도 외계인에게 몹쓸 짓 안 했어요. 물론 한 번 만져보고 싶어서, 예쁘고 또 팜므잖아요. 연예인 보면 만지고 싶은 것보다 100배는 더 심했으니까, 엄청 참은 거죠. 그 와중에 외계인을 보호했으니 망정이니 보호 못 했으면 정말 지구 공격이 있었을 줄 누가 알겠어요. 안 그런가요?”

 

아무래도 좀 그렇죠. 발음하나에 하루, 걷고 행동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릴지, 문서, 지구 워프기술 서류에 서로 싸인하고 차 한 잔 마시고 그렇게 단순한 일에도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주선 아래에 사는 사람들은 걱정과 분노, 피해의식이 쌓일 수밖에 없었죠. 기자님 같음 몇 년 동안 햇빛 안 보고 살 수 있겠어요. 그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 행복이자, 마음을 밝게 해주는 그, 자연적 이치, 인간의 본성이잖아요. 햇볕이 있어야 사람들 가슴도 따뜻해지잖아요. 사람이건 자연이건 따뜻한 건, 마치 엄마 품 같아서 소중하잖아요. 행복하고.”

 

그러니까 그때 사람들이 햇볕 가리지 말라고 뛰고 달려들어서 그 아름다운 오드리 아가씨와 파트라 아가씨에게 물리력을 사용한 게 아니라,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기 위한 장소를 광화문 광장 주변으로 선택한 것이었죠. 외계인이 봐야 우주선을 치워줄 테니까요. 그런데 그게, ‘햇볕 가리지 마피켓을 든 사람들을 본 전경과 다른 시민들이 착각해서 과도하게 방어하다가 서로 섞인 거예요. 공격자는 없는데 서로 오드리 언니와 파트라 언니를 방어해주고 보호해주려고 한 게 서로 엉킨 거죠. 그리고 사실, 햇볕 없이 사는 분들, 얼마나 마음이 답답했는지 알 수 있죠. 그만큼 햇볕이, 우주선 그늘에 가려 사는 사람에겐 필요했어요. 비타민D잖아요. 그걸 보충하려면 비타민D 사먹어야 하는데 외계인이 돈 안 주거든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당사자가 아니면 말할 필요 없어요. 사람은 다 겪어봐야 안다니까요.”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지구시민 여러분, 그렇습니다. 진실은 바로, ‘햇볕이었습니다. , 그 사건의 본질이란 것은, ‘빨리빨리성질 급한 한국인에 의해 발생한 결과물이 아닌, 순전히 햇볕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입니다. 지구의 어느 누구도 그늘에 가려 사는 사람에 대한 신경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왜 아직도 당시처럼, 그늘에 가린 삶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과연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그늘에 살던 시민? 외계인? 지구시민들? 모두가 다시 한 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 진실은 외국 언론이 말하는 폭행이나 난동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한국 시민들은 오히려 아름다움의 여신 오드리 헵번과 팜므파탈의 여신 클레오파트라를 보호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던 것입니다. 얼마나 정확한 사실인지 당시 경찰 관계자의 비통한 회고를 들어보겠습니다.

 

빛이 착 나오니까 오드리 씨하고 파트라 언니들 어깨에 메고 있던, 거 왜 콘서트 보면 사람이 떠 있잖아요. 사람들이 손으로 받쳐서요. 그렇게 떠 있던 아름다운 오드리와 파트라를 메고, 들고, 만지고 그랬던 사람들이, 그 빛이 촤악 나오니까 냅다 내비두고 잽싸게 물러난 거예요. 몇 초 만에 수백 미터가 텅텅 비었으니까요. 그게 광선인지 뭔지 알 수 없잖아요.

그리고는 빛이 쫙-나와서 오드리 파트라, 여신들을 쫙 비추자 아, 광선이 아니라 포탈 빛이구나 하고는 곧 우주선 안으로 사라지겠구나 싶으니까, 외계인 추종자, 오드리 팬클럽, 그냥 남자들, 여성 팬클럽. 모두 한마음으로 나도 데려가!’ 외치면서 접근하니까 군인들이 막고, 전경들 시민들 발에 깔리고 공포탄 쏘고 전쟁터였습니다. 그렇게 전쟁이 벌어져서 군인과 경찰이 한패가 되고 한국시민과 외국에서 온 시민들이 한패가 돼서 밀고 밀리고 치고받고 중세시대 전쟁이었죠. 그야말로 육박전이었더랬어요. 하루 종일 육박전이었어요. 밥도 안 먹었어요. 시민이나 군경이나, 밥 먹을 새가 없었죠. 전쟁 중에 밥시간이 어딨어요. 밥 먹고 합시다, 이건 국회에서나 통하죠. 그렇게 한국은 그걸 다 겪어냈단 말입니다. 그렇게 24시간을 막았어요. 막고 나자 드디어 오드리와 파트라가 사라졌죠. 그때의 그 허망한 기분이란 참.

그러고 나서 곧 가버릴 줄 알았는데 우주선이 또 1개월 동안 그냥 있었어요. 처음에는 깜박했지만 외계인들이 느리잖아요. 시동 걸고 백밀러 맞추고 엔진오일 순환해서 rpm 적당하기까지 1개월이 걸렸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할 일을 다 했어요. 우주선 위에 사는 사람들 내려오게 하느라 힘들었고, 그래도 수십만 명이 남아서 안 내려 간다고, 권리금 보증금 주기 전엔 안 간다고 해서 그냥 뒀죠. 그렇게 사라진 한국인이 50만 외국에서 온 사람들 50, 우주선에 끈 매달아 놓고 번지점프하고 그네 타던 사람들 1만 명이에요.”

 

. 시민과 군경은 서로 적이 되어 자그마치 24시간 육박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오드리 헵번과 클레오파트라가 포탈을 타고 사라졌다는 소식에 묻혀 거의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후 우주선은 상공에 계속 떠 있다가 1달 만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때에도 우리는 꽤 위험한 상황이라고 다들 생각했는데요, 저도 그때는, 이제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당시 시민들은 어땠을까요?

 

그렇게 외계인이 떠나고 나자 온 인류가 한국사람들을 욕하기 시작한 거예요. 워프기술은 차치하고 오드리 헵번, 클레오파트라의 그 나신을 볼 수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부터 진지하게 외계인과의 소통을 망쳐버린 얼간이들이라며 욕하고 신문, 방송, 인터넷이 난리가 났죠. 그래서 어떡했겠어요.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없는 집이 없잖아요. 한방에 2천만 명이 너나 잘하세요.’, ‘비타민 D도 신토불이문장을 들고 유럽, 미국 사이트 서버에 접속하니 사이트 멈추고 노드 쌓이고 패킷 터지고 서버 장비 터지고 서버 수리회사들 돈 벌고 그랬죠.”

 

탁 사라지고 나서 한 달 동안 공기가 뭉게뭉게 오로라 같은 것이 한국 상공에 있었잖아요. 다 봤잖아요. 그때는 진짜 무서웠어요. 저 이상한 초록색 기운이 지구를 폭파할 거라는 생각들을 다 했잖아요. 무서웠죠. 근데 그게 갑자기 뿅 글자로 변했잖아요. 거기엔 큰 글씨로, 아마 우주에서도 보일만 한 크기의 글씨였잖아요.

니들 너무 극단적이야.’

그렇게 쓰여 있었는데 맞춤법이 틀렸잖아요. ‘로 쓰고 읽을 때만 로 읽는 건데, 무튼 그 이후로 사람들이 네들니들로 다 국어 좀 한다는 사람들도 그렇게 쓰기 시작했잖아요. 뛰어난 외계인이, 그보다는 극히 아름다운 분들이 쓴 문법이니 따를 수밖에요. 그것 때문인가, 맞춤법 그건 바뀐다고 하네요. 니들로. 근데, 나 무슨 얘기하는 거지. 근데 기자님. 니 뭐 물어보신 거예요?”

 

외계인들은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완전한 자연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옷을 입고 있는 인간이 이상해 보였을 거예요. 온전한 생명체인 외계인의 시각에는 우리가 미개한 생명인 거죠. 마치 동물들이 털이나 비늘이 있고 인간보다 훨씬 아래인 것처럼. 아마, 그래서 떠났을 거예요.”

 

. 외계인은 한 문장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우리 모두가 읽어 본 그 문장, ‘니들 너무 극단적이야.’ 그 문장은 참으로 가슴 아픈 문장이었습니다. 지구를 공격할 줄 알았던 외계인은 단지 그 말을 남기고 떠나버립니다. 생각할수록 아파지시죠? 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정말, 외계인은 우리를 미개한 생명체로 보고 떠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꼭 다시 돌아오길 바라게 되는데요. 착잡한 심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외계인이 돌아간 뒤에 지구에는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를 성토하는 말과 오히려 그 빨리빨리가 외계인으로부터의 감염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맞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빠름의 과학, 느림의 미학이, 워프기술과 함께 논쟁의 불길로 열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유행어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조금만 느려도 이 답답한 외계인 같으니라고.’ 얼굴은 오드리인데 동작은 헵번이네’-라거나, 몸은 클레오인데, 동작은 파트라네 하는 식의 비아냥이 여자들의 작은 실수에 붙기도 했습니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쓰는 비아냥이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지구적 통일을 이뤘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 깊은숨을 내뱉게 됩니다. .

또 엉뚱한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아랍 국가들과 벨기에의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아랍 역사 속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여왕인데 왜 오드리 헵번이 클레오파트라보다 높은 신분이냐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오드리 헵번의 고향인 벨기에와 아랍 관계는 엉뚱하게 나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여려가지 일들이 우리 인류에게 일어난 지난 1년의 세월입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에겐 또 어떤 기회가 있을 것이며 또 어떤 반성이 필요한 것일까요?

. 시청자 여러분, 우리는 오늘 워프기술을 잃어버린 이유에 대하여 지난 1년을 회고해 보았습니다. 과연 이 모든 일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워프기술을 배우지 못한 안타까움을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해야 할까요. 정답은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지구시민 여러분들의 범 우주적 마음에서 나오지 않을까, 라고 감히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범 우주적 의식을 우리가 갖추었을 때, 인류는 워프기술보다 뛰어난 기술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어지는 지금 이 순간이, 진정한 미래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인류에게는 공통적으로 햇볕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비추어주는 태양, 그 밝고 따뜻함, 인류는 서로서로에게 그늘이 아닌 햇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워프기술은 배우지 못 했지만 인류는 어쩌면 그것을 배우기 위해 지난 1년을 겪었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답은 항상,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있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계속 이어지는 워프기술에 대한 회고 두 번째 시간으로 특집,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외계인편이 방송됩니다. 많은 시청 바라면서, 오늘 한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어디선가 이 프로그램을 보시게 될 세계시민 여러분, 시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방송이 끝났다. TV를 껐다. 외계인이 또 오든지 말든지 나는 출근해야 하니까 자야 한다. 혹시라도 어떤 외계인이 또 온다면, 출근하지 않고 먹고 사는 방법을 알려줄만한 그런 외계인이 왔으면 좋겠다. 이불을 들춰낸다. 원시인이 토굴 속으로 들어가듯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먹고 살려면 출근해야 한다. 출근하려면 자야 한다. 눈을 감는다. 외계인이 오든지 말든지 나는 잔다. 새우처럼 몸을 구부린다. 생각해보니 프로그램이 2시간짜리였다. 그러니까 지금 새벽 2, 좀 늦게 잔 거다. 손해다. 외계인 때문에 지각했다고 해도 인간이 사는 우리 회사는 안 봐준다. 외계인이 오든지 말든지, 나는 자야 한다. 출근하려면 자야 한다. 나는 잔다. 나는 잠이 든다. 나는 잠이 든다. 잔다. 외계인아, 외계인아, 지각하게 만들 거라면 아예 오지도 마라. 이젠 진짜 잔다. 잔다. 잔다. 나는 잠이 든다. 잠이 든다. 잔다. 아우! 큰일 났어. 잠 안 오잖아! 망할 외계인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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