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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는 순조 9년.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에 유배를 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강진의 현감이 어느 날엔가 대청마루에 앉아 공무를 보던 차에 관아의 대문으로 두 마리 짐승이 들어섰다. 하나는 털이 없이 반들거리는 피부에 단단한 갑주(甲胄)를 입었고, 다른 하나는 회색의 털북숭이였다. 21세기에야 백성을 위한 조정이 되어 백성이 지방 관아 문턱 넘는 일이 예사라 하지만, 당시는 때가 아직 조선조로 그 문지방이 높던 때였다. 과연 다리가 짧고 배를 바닥에 붙여 기던 벌거숭이는 높은 문턱에 가로막혀 애를 먹었는데, 결국 뒤서 걷던 털북숭이가 다리를 절룩이며 다가가 문지방을 넘겨주었다. 이때에 현감은 두 짐승이 이처럼 상조하고서도 이내 서로 떨어져서는 것을 보고 마치 앙금이 쌓인 부부의 모습 같다 여겼다.

짐승들이 하는 짓이 신기했던지라 관의 나졸들은 짐승들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사이 두 짐승은 마당을 가로질러 현감이 앉은 대청마루 아래에까지 당도하였는데, 가까이서 살피니 회색 털북숭이는 작은 토끼요 털 없는 것은 자라로. 특히 이 자라의 생김이 유별나 일찍이 본 적 없던 큰 몸에 발톱 없는 민둥한 낫 모양의 발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자라처럼 돼지코를 한 것도 아니요. 머리가 뾰족하지 않고 뭉뚝하며 큼직한 눈을 갖고 있으므로 그 모습이 신묘하기 이를 데 없었다.

넋을 잃고 섰던 형방이 나졸들에게 고함을 치려던 차, 큼직한 자라가 고개를 숙여 말했다.

"현감 나으리, 제가 이 뭍에 올라와 억울한 일을 당한바. 말로 다투었으나 쉽게 해결이 나질 않으므로 나으리의 지혜를 빌리고자 합니다."

현감의 곁에 섰던 이방이 헉하고 숨을 넘겼다. 현감도 놀란 바가 적지 않으나 짐짓 태연히 물어,

"넌 보아하니 자라인데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이 용하구나. 짐승에게는 짐승의 법도가 있을진저, 어찌 사람의 관아에 와 억울함을 고변하느냐."

라 했다. 이에 자라는 고개를 저으며 가로되,

"소생은 자라가 아니옵고 남해에서 종6품 주부(主簿) 직을 맡은 박거북이옵니다. 짐승에게 짐승의 법도가 있다고는 하여도 조선 땅에 빌붙어 사는 짐승은 모두 조선의 임금의 다스림을 받거니와. 소생은 비록 남해 용왕의 신민이지만, 조선 땅에서 뭍짐승과 시비가 있사온데. 저 짐승이 계약을 이행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니, 이곳 관아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입니다."

현감은 놀랐다. 이 짐승이 자라가 아닌 거북이라 하는 것이 놀랍거니와, 한낱 미물로 저처럼 이치 정연히 말을 하는 것이 범상치 않았던 까닭이다. 현감은 내처 토끼에게도 말을 물었다.

"그래, 곁에 선 너는 어디 사는 누구더냐?"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수암산에 사는 정토끼라 하오이다. 저 박가 놈이 나으리께 제가 억울하다 말하오나, 저도 세상천지에 없을 흉측한 일을 당하여 곤란한 처지에 있사옵니다. 박가와 말이 통하지 않으므로 나으리를 찾아왔사온데 부디 영민함으로 이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나졸과 아전들이 웅성거려 관아가 소란스러웠다. 현감은 잠시 고민을 하였다.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로서 한낱 미물의 일을 맡아 공무로 처리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인가를 가늠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하나는 남해 용왕의 신민을 자처하는 거북이요, 하나는 조선 땅에 사는 들짐승으로 정가 성의 토끼였는데. 저 토끼가 조선의 토끼라면 주상전하의 보살핌을 받는 미물인바. 이 지방에서 전하의 하명을 받자와 영을 대신하는 관리로서 이 송사를 해결해야 할 터인가.

고민하던 현감에게로 이방이 몸을 숙여 물었다.

"사또 나리. 저 짐승들의 송사를 들어주시려 하십니까?"

"그대 생각엔 어찌하는 것이 좋겠는가?"

"일의 이치가 따지기 어려우니 다산(茶山) 선생에게 묻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또가 듣기에도 일리가 있었다. 비록 지금에는 유배를 왔다고는 하지만, 선대 정조 임금의 시절부터 학식과 재주로 이름이 높던 이였다. 그리하여 즉시 다산 초당으로 자초지종을 적어 관노를 보내었다. 관노가 곧 답장을 받아왔는데 그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현감께서는 목민관이십니다. 조선 땅에 사는 저 짐승이 전하의 신민임을 자처한다면 백성처럼 귀히 다뤄 억울함을 듣고 사리에 맞게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송사를 처리키로한 현감은 두 짐승을 내려보며 말했다.

"내 우선 너희의 사연을 알아야겠는바, 그릇됨 없이 사실대로 고변하거라."

이에 박가와 정가는 서로 노려보았다. 정가가 턱을 까닥이자 박거북이 먼저 입을 열었다.


2

저희 남해 용왕 님께서 몸져누우신 것은 오 일 전, 연회에서 드신 종어(宗魚) 탓이었습니다. 조선에서 나는 생선 중 가장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민물고기이지요. 헌데, 우리가 잡아 진상한 생선이 민가의 축사 탓에 오염이 되어 독을 품고 있었던 가 봅니다.

남해의 유명한 의원이 와 진맥을 하였는데, "용왕님이 상한 고기를 먹어 간의 해독작용이 크게 떨어졌는데 쉬이 치유되질 아니하시오. 이대로는 무엇을 먹어도 탈이 날지라,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외다. 다만, 간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같은 간을 먹는 것이 특효이니 살아날 방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오."라 하였지요.

그 말에 우리는 상아리를 잡아 간을 낼 생각을 하였지만, 의원이 우리를 만류하여 이르길,

"상아리의 간에 토코페롤이 많아 몸에 유익하긴 하나 지금 용왕님의 병환에는 효능이 없소. 용왕님이 드셔야 할 간은 물짐승의 간이 아니라 뭍짐승의 간으로 그 가운데도 특히 산에 사는 토끼의 간이라야 할 것이오."

바다에도 사군(使君)의 도가 있어 신하와 신민 모두가 나서 토끼를 데려오겠다 청하였지만, 물짐승이 뭍에 올라와 거동할 수 없으므로, 자연 주부직을 맡고 있던 이 박가가 소임을 맡았습니다.

헌데, 뭍으로 올라오는 것은 문제가 없었으나 길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보이는 대로 걸음을 하여 산 앞에는 당도를 하였으나, 이 산속 어디에 토끼가 있는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요. 마침 도끼를 나무에 꽂아놓고 벌컥벌컥 술을 나발로 들이키던 나무꾼 하나가 있으므로, 전 그 치에게로 다가가 토끼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내 말 좀 물읍시다."

나무꾼은 벌건 코에 탁한 눈을 하고서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뭘? 임마."

바다에서 뭍에 사는 것들은 공맹의 도를 잊은 지 오래여서 반상의 구분이 없고 혼란스럽기가 춘추와 전국의 시대를 보는 듯하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으나, 실로 이렇게 일을 당하고 보니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제 일이 화급을 다투는지라 다시 물어.

"나는 바다 사는 거북으로 박가라 하오. 이 산에 사는 토끼를 찾아왔는데, 내 어딜 가야 토끼를 만날 수 있겠소?"

"그놈의 토끼는 뭐할라고? 딸꾹. 저기서 본 것 같긴 한데."

나무꾼은 휘청대는 팔을 들어 저 너머를 가리켰는데 손이 갈팡질팡하여 정확히 어디인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가 좀 더 정확히 일러달라 부탁을 하니 나무꾼은 크게 화를 내더군요.

"아니, 이 되다 만 자라 새끼가 지금 내가 취했다고 무시하는 거야? 저기라고 했잖아!"

보아하니 불만이 많고 공연히 시비 걸기를 좋아하는 성격인듯하여 저는 더 말을 섞지 않는 것이 낫다고 여겼습니다. 황급히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데 뒤에서는 여전히 나무꾼의 욕설이 들렸습니다.

"가다가 확 뒤집혀 버려라! 이 자라 새끼야."

그 걸음 중에 흠칫 놀란 것은 사슴이라는 인사와 갑작스레 마주친 까닭이었습니다. 목이 긴 그 짐승은 나무와 수풀 뒤에 숨어 나무꾼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지요. 제가 놀라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 사슴 처녀가 한숨을 쉬며 말하더군요.

"이해하셔요, 본시 저분이 저런 분이 아니셨는데……."

그러고는 긴 목을 쭉 뻗어 윤기나는 코로 나무꾼이 가리켰던 방향 어딘가를 점지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토끼라면 저쪽 계곡에 자주 나타나지요. 거기서 기다리시면 볼 수 있을 겁니다."

덕분에 계곡에 이르렀는데 과연 귀가 긴 털북숭이 짐승 하나가 다리를 절룩이며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 사기꾼 정가 놈이었지요.


3

어허, 이놈아. 누굴 보고 사기꾼이라고 하는 거냐! 사기꾼은 네놈이지. 사또 나리. 제 말씀 좀 들어보십시오. 제가 남생이와 달리기 경주를 마치고 오는 길에 여우 놈을 만나 쫓겨 달아났더랍니다. 가까스로 피해 숨을 돌리고 계곡으로 가던 길에, 난생 처음 보는 흉측한 짐승 하나가 떡 하니 버티고 있더란 말이지요.

박가 놈은 대뜸 저를 보고 반가운 척을 하더니, 용왕의 생신 연회가 한창인데 절 더러 함께 용궁에 가자 하였습니다. 전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신종 사기극은 아닌가 하여 경계를 하던바, 박가 놈은 온갖 감언이설로 저를 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뭍짐승의 대표로 따로 초대를 받는 것이다. 비용 부담을 하지 아니하고 용궁에서 연회를 즐길 수 있는데다 집에 오는 길까지 돌보아주겠다. 제법 귀가 솔깃한 말이었지요.

그리하여 이 박가 놈의 등을 타고 남해 용궁으로 갔사온데. 연회는 개뿔. 생신 연회는 파장한 지 오래요. 내온 것은 맛도 없는 해초들뿐이더군요. 뭐 그래도 술시중 들던 것들은 나긋나긋하고 예뻤습니다만. 해초를 초장에 발라 씹어 먹고 쇠주를 잔에 따라 받아마시며 하루를 보냈는데. 글쎄, 아침에 일어나니 저 박가 놈은 온데간데없고 험상궂은 생선들이 들이닥치는 겁니다. 오라를 받아 끌려가니 몸져누운 용왕의 곁에 저 박가 놈이 서서 시시덕거리고 있었습니다.

"네가 뭍에 사는 토끼 정가이더냐?"

다 앓아 기진맥진한 노친네가 통천관(通天冠)을 쓰고 눕다시피 상석에 앉아있었지요. 그 냥반하는 말에 제가 주변 분위기를 살피며 그렇다 답을 했더랬습니다. 그러자 그 노친네가 하는 말이.

"너에게는 미안타만 짐의 병환이 깊어 네 간을 꺼내 먹어야겠다. 유족들에게는 후히 보상을 해줄 터이니 한을 품지 말고 편히 가거라."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전 어이가 없어 조선의 영사관에 연락을 해달라 말했으나 아직 통교를 하지 않았다 하더군요. 전 그래서 이왕 죽을 것. 보상이라도 후히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헌데 보상 명세를 살피니 과연 용궁은 용궁이라 조건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기꺼이 간을 내줄 만 하더이다. 그래서 계약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었습니다. 다만, 계약을 이행하려는데 문제가 있었지요. 전 간이 없었습니다요.



4

현감이 놀라 물었다.

"간이 없다 하였느냐?"

"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당시에는 간이 없었습니다."

토끼는 몸을 조아리며 말했다.

"제 배아래 흉터를 보십시오."

토끼가 몸을 일으켜 왼쪽 뒷다리 아래로 기다란 흉터를 보여주었다.

"이것이 제가 간을 넣고 빼는 자리이옵니다."

"아니 어찌 산 것이 제 맘대로 간을 넣고 뺄 수 있단 말이냐?"

이방이 호통을 치듯 묻자 토끼가 답했다.

"용왕님도 그리 물으셨더랍니다. 헌데 우리 토끼가 본시 청결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럽지 않겠습니까? 간혹 독기가 있는 풀도 씹어야 하고 이래저래 간에 무리가 많아, 사나흘에 한 번씩 간을 꺼내 수암산의 저만 아는 샘물에 담아두었다 다시 넣곤 합지요. 샘물에는 온갖 무기질이 풍부하여 간을 보관하기에 딱 맞습니다. 실은 제가 지금 발을 저는 것도 금번에 간을 꺼내다 몸 안의 신경을 함께 자른 까닭이지요. 그러나 거북을 만나 급히 길을 떠난 지라 나중에 이어붙일 생각을 하였습니다."

현감이 토끼의 표정을 살피니 과연 흔들림이 없이 정직한 빛이 가득했다.

"그럼 간이 없는 동안은 어찌 사느냐?"

"그 샘물을 배에 담아두면 사나흘을 버틸 수 있사옵니다. 헌데 다시 배를 가르면 물이 빠져, 바로 간을 넣지 않으면 죽사옵지요. 마침 간을 갈아야 할 때가 온바. 결국, 간을 가져오려면 제 배에 다시 담아 가져와야 하므로 계약서까지 쓰고서 거북과 함께 뭍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진즉에 간이 필요하다 이르고 보상을 제시했다면 제가 간을 챙겨 갔을 것이옵니다."

그러자 박주부가 이를 갈며 말했다.

"헌데 이렇게 뭍으로 나오니 계약서는 나 몰라라 하고 계약을 불이행하려 듭니다, 나리."

"그 계약서를 보자꾸나."

현감의 말에 거북이 제 계약서를 건네어 주었다. 계약서에는 모(某) 월 모(某) 일까지 을이 갑이나 갑에게 위임받은 자에게 간을 내어주도록 하여, 간을 수령하면 갑 또는 갑이 지정한 대리인은 다음의 명세 된 물목을 을이 지정한 병에게 보상으로 내주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만약 을이 일방적으로 이 계약을 파기하려 할 경우 용궁은 을의 목숨을 취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과연 배금주의가 아직 오늘날처럼 만연하지 않은 시대에도 과히 목숨을 내어주고 이행할만한 물목이었다. 현감이 물었다.

"계약서에 찍힌 을의 지장은 정토끼의 것이 틀림없으렷다?"

"물론입니다."

박거북이 말했고, 정토끼도 인정을 하였다.

"헌데 어찌하여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느냐?"

"소생이 억울하다 하는 것이 그 때문이옵니다."

정토끼가 분통하다는 듯 가슴을 쥐어 잡고는 목소리를 높이어 말했다.

"돌아오니 샘물 안에 넣어둔 간이 없어졌더란 말이옵니다. 나흘이 다 되어 가는데 소생은 이제 보상도 못 받고 죽게 되었습니다."



5

현감이 토끼와 거북의 말을 들어 추려낸 유력한 용의자가 둘이었다. 하나는 세상사에 불만이 많고 난폭한 나무꾼이요. 다른 하나는 토끼를 노리던 여우라는 놈이다.

여우는 산길 바위에 붙은 방을 보고 관아로 자진출두를 하였다. 한편, 나무꾼은 나졸들에게 끌려 들어왔는데 손에는 술이 든 호리병을 든 채 인사불성이었다. 나졸들이 나무꾼의 팔을 놓자 그는 비틀거리다 여우 옆에 털썩하고 주저앉게 되었다. 여우는 재빨리 길고 북슬북슬한 꼬리를 치워 나무꾼의 엉덩이를 피했다. 이즈음 관아에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관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박주부. 그대가 만난 나무꾼이 저 자렸다?"

현감이 묻자 거북이 나무꾼을 돌아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틀림없이 저 나무꾼입니다."

나무꾼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거북이를 돌아보더니 혀를 끌끌 차며 삿대질을 하였다. 입에서 저 자라 새끼라는 말이 나오는데 인사불성으로 모자라 관아 무서운 줄 모르고 사또 무서운 줄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 실로 흉맹한 자가 아닐 수 없었다.

"정토끼. 그대를 쫓던 여우는 저 여우이고?"

"그렇습니다, 사또 나리. 저 꼬리 셋 달린 여우입니다."

여우는 다소곳이 앉아 고개를 조아렸다.

"내 너희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샘물에 재워둔 토끼의 간이 없어진 까닭이다."

"간이라고요?"

여우가 반문하는 새, 나무꾼은 딸꾹거리며 술병을 들고 손을 흔들었다.

"히꾹, 간? 아아, 그거 맛있지. 여어, 주모 순대랑 간 좀 가져와라!"

현감은 처음부터 이 둘 모두를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 본시 여우란 교활하여 속임수를 잘 쓰거니와 간을 먹는 여시는 인간이 된다는 옛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한편, 저 나무꾼의 말과 행동거지는 처음부터 수상하였고 법도를 모르고 흉맹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데 몸이 병들면 마음도 병드는바, 패악을 쉽게 저지르는 자로 보이니 능히 토끼의 목숨을 취하고도 남을 자 같았다.

전후 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억울한 일이 없이 범인을 찾을 터였다. 현감은 여우와 나무꾼에게 여러 물음을 던졌는데, 여우는 제 범행을 극구 부인하였다.

"전 현장 부재 증명(Alibi)이 가능하옵니다. 샘물의 위치도 모르거니와 지난 사흘간은 저 북쪽 월출산에 있는 남자친구의 굴에 가 있었거든요. 저를 본 그곳 짐승과 인간이 많으니 물으면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현감은 나졸 몇을 시켜 월출산의 마을 쪽으로 보냈다. 나졸들은 오후가 되어 상세한 내용을 기록해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지난 사흘간 꼬리 셋 달린 여우가 다른 여우와 노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여우가 간 먹고 사람 된다는 건 다 괴담이지요. 문둥이가 아이 간 빼먹고 병이 낫나요?"

여우는 현감의 속마음을 아는 듯 새침하게 일변을 했지만, 현감은 아직 어떤 속임수가 있을지 모르므로 여우에게 둔 혐의를 완전히 벗겨두진 아니하였다. 한편, 나무꾼의 경우에는 그가 잡혀 들어온 소식을 듣고 관아를 찾아온 사슴의 진술이 있었다. 나무꾼은 사슴을 보자 꼬부라진 혀로 저 몹쓸 년이라 말했다.

어찌 되었건 사슴의 증언으로 나무꾼의 불쌍한 전후 사정이 밝혀졌다.

"저 나무꾼은 일전에 위험에 처한 저를 구해주시어……."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 구슬프게 한 얘기는, 쉽게 말해 사냥꾼에게 쫓기던 자신을 나무꾼이 숨겨주고 사냥꾼에게는 거짓을 고했다는 것으로, 사슴은 이 일로 나무꾼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본시 속마음을 쉬이 표현 못 하는 품성이라. 좋아한다는 말은 못하고 애꿎게 선녀와 결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헌데 하필 내려온 선녀가 저 멀리 남동쪽의 남월(南越: 지금의 베트남)이란 나라에서 여행을 온 선녀였다. 나무꾼은 뜻하지 않게 국제결혼을 하게 된 셈이었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 불화가 극심하였어도 생식은 국경을 초월하였던지라 아이를 셋 낳았는데. 이제는 고운 정 미운 정 들었겠거니 사슴의 충고를 어기고 선녀 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아내가 집을 나가고 연락이 되지 않자 그 후로 성실하던 나무꾼은 알코올 중독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네놈이 내 인생을 망쳤어. 히꾹."

나무꾼은 벌건 얼굴로 사슴을 욕했고 사슴은 뚝뚝 눈물만 흘렸다. 그때 구경꾼들의 무리 속에서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나서며 말했다.

"사또! 저 나무꾼 김가 놈을 고소하겠습니다!"

그는 사슴을 쫓던 사냥꾼이었다. 사슴이 김가를 돕자고 나선 것이 사기죄를 고변 한 꼴이 되어 나무꾼 김가는 얼결에 민사 소송까지 당하게 된 것이었다. 사슴과 나무꾼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여우는 자신의 혐의가 입증되었으므로 이만 돌아갈 것을 청했는데 현감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 쉬이 물러날 수는 없다. 형방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느냐?"

토끼가 고의로 계약을 불이행하고자 속였을 것을 염두에 두어, 짐승들의 증언을 받아 형방과 나졸들로 하여금 토끼의 굴과 집 주변, 토끼의 이동경로 부근을 샅샅이 뒤지라 명하는 한편, 공방에게는 인근의 지리를 조사하고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라 일러둔 것이다.

형방과 공방이 돌아와 정리한 바를 갖다 바치니, 토끼의 간은 찾을 길이 없었고 시간을 계산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수월산의 샘물 진입로에서 여우가 놀던 월출산까지는 여우의 걸음으로는 대충 한 시진(時辰: 한 시진=2시간) 반이 걸리고, 진입로에서는 경사가 가파른 길을 오르면 한 식경(食頃: 한 식경=30분). 오솔길을 따라 돌아 오르면 반 시진이 걸렸다. 다만 경사가 가파른 길은 산양이나 키가 큰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길이라 여우는 필히 오솔길로 돌아야 했다.

헌데, 토끼와 거북이 바다에서 해안으로 도착하여 샘물까지 걸린 시간이 진시(辰時: 오전 7시). 샘물에 도착한 시각이 오시(午時: 오전 11시)였는데, 공교롭게도 월출산 마을 사람들과 짐승들의 증언을 들은바. 그들이 여우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토끼가 간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기 전으로부터 한 시진 반에 한 식경과 일 각(刻: 각=15분)을 더한 시간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토끼가 용궁까지 간 이래로는 월출산에 있었을 뿐더러 일 각의 시간이 모자란 것이다.

이리되면 의심을 받게 될 것은 나무꾼이었다, 사슴과 주변 지인들의 증언을 들으니 토끼가 거북과 만나던 날에 샘에 가장 가까이 있기는 하였으나 이 날에는 곧 산에서 내려와 술집으로 갔다하였다. 그 다음 날에까지 산에는 오른 시간이 길지 않았고 주막에서 곧잘 뺑이를 쳤다. 다만, 행적이 묘연한 것은 거북과 토끼가 도착한 날로 사람 하나는 나무꾼이 술기운이 올라 호리병 하나를 들고 사시(巳時: 오전 9시) 경에 산으로 오르는 것을 보았으나 그날에는 늘 나무꾼을 지켜보던 사슴도 그 행적을 좇지 못했다.

하지만, 나무꾼의 산기슭 집에서 오른 시간을 재어보니 나무꾼의 술에 취한 걸음으로는 그가 가파른 경사를 오른다 할지라도 여전히 일 각이 모자랐다. 게다가 나무꾼은 나뭇짐을 평소보다 잔뜩 메고 와 추포되기 전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다. 산에 올라갔어도 그만한 나무를 패려면 영 시간이 맞질 아니하였다.

그러나 현감은 여전히 두 용의자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6

이즈음 하여 세 번째 용의자가 관아로 붙들려왔다. 이 용의자는 인근 강에 사는 남생이 최가로 주변의 증언을 들어 토끼와 원한이 깊다 하였다. 남생이는 자신보다 잘난 이를 보면 견디지 못하는 심병이 있었는데, 토끼가 남생의 걸음이 느린 것을 조롱하자 달리기 시합을 하였다는 것이다.

토끼가 여유 있게 중간에 잠이 들었으나 최남생은 부지런한 성격이 있어 열심히 걸었다. 헌데 어찌나 느렸던지 토끼가 잠을 다 자고 일어나 뛰었음에도 시합에서 그만 지고 말았다. 이날부터 남생은 토끼를 몹시도 미워하였다고 했는데, 과연 관아에서 토끼를 마주치자마자 이를 바득바득 갈아댔다. 때마침 수달과 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을 빼고는 남생의 현장 부재 증명을 해줄 이가 드물었다.

허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남생의 느린 발걸음이었다.

"사또. 저 남생이 옹달샘까지 가자면 시간 단위를 시진이 아니라 일(日)로 계산해야 합니다. 최남생이가 옹달샘까지 가는 데 하루 반이 걸리는데, 정가와 박가가 산을 떠나던 날에 남생은 강에 있었고 둘이 산에 도착하던 날에도 강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끼와 거북이 용궁에 다녀오는데 사흘이 걸렸다고는 하여도 온전히 사흘을 채우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머리 좋은 이방이 남생의 무고를 거들었다. '강짐승인 남생이 산을 자주 출입하지 않았으리라 여겼고 따라서 산의 길을 잘 알지 못할진대 어찌 저 짐승이 토끼가 있는 옹달샘까지 다녀올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헌데도, 현감은 고개부터 저었다.



7

과연 추가 증언이 채취되기로, 누군가의 증언에 저 여우는 다른 여우보다 발이 빨랐고, 최남생이의 경우에는 옹달샘 부근에 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있어 중간마다 물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 마을의 주모에게 나무꾼에게 판 술의 양을 물은바, 산을 오르기 전에는 호리병에 반절이 좀 넘게 채웠고 산을 내려와서는 나뭇짐이 많아 돈을 걱정 않고 부어라 마셔라 흐드러지게 술을 마셨다고 하였다.

오히려 범인을 가려내기가 더욱 힘들어져 현감은 궁리 끝에 다산 초당으로 다시 관노를 보냈다. 약용이 관아로 걸음을 하였는데 이때에 현감은 마루 아래로 내려가 약용을 맞고 이방과 함께 안으로 들였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약용이 눈을 감고 가만히 있자 현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다산 선생님, 지금에 범인이 될 수 있는 자가 셋인데 이렇듯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사건은 예로부터 그 동기가 중요하였습니다. 셋 중에 특히 동기가 있는 것은 다름아닌 남생이 최가입니다. 주변 짐승들의 증언을 들어보니 남생은 평소에도 토끼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담았다 합니다. 마침 옹달샘 부근에 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있었다 하니 남생이 온전히 사흘을 채우지 않고도 강까지 다녀오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이방의 생각은 달랐다.

"하지만, 남생이 계곡을 통해 빨리 이동한다 하여도, 계곡은 중간마다 낙차가 심해 돌아가야 할 때가 있지요. 이를 감안하면 남생은 여전히 시간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강에 사는 짐승으로 산의 지리에 익숙지 못한 것을 참작해야지 않겠습니까? 다만, 여우의 걸음이 빠르다 하여 이를 고려하고 계산하니 일 각의 시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범인은 일전에 토끼를 잡으려다 놓쳤던 여우가 아닌가 합니다."

약용이 여전히 말없이 있으므로 현감과 이방도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약용은 무릎을 탁 치며 눈을 떴다.

"사또의 조사가 면밀하여 범인을 이미 밝혀내셨습니다."

현감과 이방이 물었다.

"남생이옵니까, 여우이옵니까?"

"범인은 나무꾼입니다."

약용의 말에 이방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나무꾼은 범행에 동기가 없사온데 어찌 그를 범인이라 하옵니까? 게다가 시간을 대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그저 미물간의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약용은 웃으며 좌탁을 두드렸다.

"그럼 어디 제 말을 들어보시지요."



8

나무꾼은 흉악한 성격에 진즉에 일을 꾸며 든 것 같습니다. 동기라면 바로 저 성품인 것으로 과거에도 종종 저런 자들이 동기 없이 흉맹한 일을 저지른 바 있지요. 저자가 평시 술에 취한 양을 하였어도 실은 간계를 품은 것입니다. 평소 들고 내려온 나뭇짐이 적었던 나무꾼은 셋째 날에는 술을 양껏 마실 정도로 나뭇짐을 많이 들고 내려왔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나무꾼의 걸음이 느릴뿐더러 나무를 많이도 팼으니 시간을 대기가 어렵다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전날에는 나뭇짐이 적었는데 실은 나뭇짐을 팬만큼 다 들고 오질 않고 어디에 숨겨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무꾼 김가가 삼일 째에는 산을 오르며 들고 간 술이 평소보다 반이 조금 넘습니다. 공방을 시켜 다시 산술을 해보시면 알겠으나 어디 그만한 양으로 저 대주가에게 간에 기별이나 갔을런지요. 주정뱅이의 걸음 속도에 반을 조금 넘게 더하여 다시 계산하면 저 김가에게는 일 각이 아니라 반 시진도 넘는 시간이 남게 될 것입니다.

이미 전날과 전의 전날에 나뭇짐을 추려 숨겨두었으니 셋째 날에는 나무를 조금만 더 패 함께 챙겨들고 오면 쉬이 의심을 벗을 수가 있겠지요.

특히 평소 자신을 쫓아다니던 사슴의 눈길을 피한 것이 중요한 실마리였습니다. 술에 잔뜩 취한 자가 어찌 예민한 사슴의 눈길을 피할 수 있겠으며 누군가의 눈길을 피해야 할 연유는 또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흉맹한 죄를 저지르기 위함이었던 겁니다.



9

술에 절고 전 나무꾼 김씨가 물속에서 무언가를 주워 먹었다 죄를 토설하는 새, 토끼는 깊이 감읍했고 관아의 사람들은 현감의 면밀한 조사와 약용의 지혜에 감탄해 공덕을 기렸다. 약용은 곧 죽음에 이르게 될 토끼를 불쌍히 여겼다. 계약을 이행 못 해 보상을 받을 길도 없는 정토끼였다. 약용이 토끼가 용궁에 돌아갈 필요 없이 산으로 들어가 죽음을 준비하게 하는 것이 어떨지를 청했고 현감은 그대로 하였다. 박주부가 항의를 하였으나 약용은 조선의 신민인 토끼가 용궁에서 외압을 받아 계약을 맺었고 또 이처럼 불쌍한 처지에 놓였으니, 최소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옳다 설명했다.

한편으로 현감은 상황을 자세히 적어 용왕에게 보낼 편지를 준비했다. 또한, 인근 푸줏간에서 삶은 돼지의 간과 염통을 내어 싸주니 거북은 한숨을 쉬고 그것이나마 효과가 있길 빌며 바다로 떠났다.

나무꾼은 비록 살생의 죄를 저질렀으나 그것이 미물인 토끼의 목숨인바, 죄를 경감하여 열 대의 치도곤을 맞았다. 나무꾼은 이후 사냥꾼과의 민사 소송에서도 패소하여 열흘치의 나뭇짐을 바치게 되었다.

이토록 신묘한 사건이 기록에 남지 아니한 것은 다음과 같은 연유에서였다.

약용은 이 바다거북에 대한 정보를 적어 흑산도에 있는 약전 형님에게 보냈다. 약전이 근래에 바다의 짐승을 기록하고 있어 거북의 정보를 적어 보내는 것이 유용하리라 여긴 까닭이다. 그러나 이 서신은 흑산도로 가던 배가 풍랑을 만난 통에 심부름꾼이 그만 바다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후로도 약용과 약전이 직접 만날 길은 없었으므로 엇갈린 서신 탓에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이 내용이 따로 기록된 바가 없다.

또한, 이 현명한 판결은 사또와 아전들이 상의하여 상신(上申)이나 기록을 하지 아니했다. 며칠간 상복을 입느냐하는 문제에도 피바람이 불던 조정에서 관리의 신분으로 미물의 일을 다룬 일이 어떤 흠을 잡힐지 알 수 없었고, 조정이 노론 일색이라. 남인으로 유배를 온 약용을 중히 쓴 일이 알려지면 어떤 사단이 될지 짐작기가 두려운 까닭이었다. 이는 현감이 자신과 약용을 구하고자 취한 방도였다.



10

힘없이 절룩이며 산으로 걷던 토끼는 석양을 받아 회색 털이 짓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토끼는 강진 관아를 돌아보며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 목숨 값이 겨우 곤장 열 대란 말인가."

절룩이던 걸음걸음에 한이 묻어났으련가? 헌데 그 절룩이던 걸음은 이어지고 이어지다 산기슭에 이르러 차츰 그 모양이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산길 귀퉁이를 돌던 즈음에는 힘차게 땅을 차고 마는 것이었다.

잔뜩 뒤로 젖힌 귀가 바람결에 펄럭였다. 깊은 산 옹달샘 가에 이른 토끼는 산 밑을 내려보며 웃었다.

"이 바보들아. 세상에 간을 넣고 빼는 짐승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토끼는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곤 북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신 강진 땅으로 돌아오질 않았다. 후일에 수월산 짐승들에게 전해지기로 이 토끼는 멀리 아묵리가로 건너가 박수 바니( Bugs Bunny)라는 이름을 가졌다고도 하고 로자 래비(Roger Rabit)라 불렸다고도 하였지만, 그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이 무상히 세월만 흘러 이제는 아련한 전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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