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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하늘이 펼쳐진 저녁이었다. 수능에 지친 머리를 식히러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고 있던 주형의 앞에 아파트 벽에 붙은 기다란 사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이사온지 10년넘게 참 많이 보았던 사다리였다.
그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다리는 옥상까지 뻗어 있었다. 물론 아이
들이 타고 올라갈까봐 지상에서 족히 2미터는 띄어진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저렇게 해 놓으면 어른도 올라가기 쉽지 않을텐데..
주형은 사다리의 용도에 항상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 날은 의문
보다 문득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고 싶어졌다. 이미 키가 180을 넘
는 주형. 점프를 하니까 사다리 끝을 붙잡을 수 있었다. 잡은 김에 주
형은 좀 더 애를 써서 사다리에 발을 딛일 수 있었다. 다행히 주위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주형이 그렇게 해서 낑낑대며 사다리를 타고 옥상까지 도착했을 무렵
옥상에는 이미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주형도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별로 자기를 의식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모두 다섯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그 중 키가 크고 비교적 젊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아. 우리 그동안 각자
겪은 것 중 최고의 모험을  얘기해 보기로 할까? 내가 말을 꺼냈으니
먼저 얘기하도록 하지. 아 참, 거기 친구?"

  "네, 네? 저 말입니까?"
  
  "그래, 친구도 여행자인 것 같은데 이리와서 같이 얘기나 하자구.
사람이 많을 수록 즐거운 법이니까."

  주형은 얼떨결에 거절도 못하고 남자에게 이끌려 그들 사이에 앉게
되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들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었는데 자기를
부른 남자 외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 같아 보이는 여자애와 대학생은
되보이는 누나, 그리고 나이를 알 수 없는 가면을 쓴 사람과 초등학
교 1학년이나 될까 싶은 어린 남자애였다. 참 뭔가 괴상한 모임에
걸려들었구나.. 주형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손님도 왔고 얘기를 시작하도록 할께. 다들 놀라지들 마..
난 그동안 한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
  
  켁, 이거 무슨 연애 모임인가. 주형은 실소가 터져나왔다. 그렇지만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오' '대단한걸' '멋져' 등의 탄성을 발하기도
하며 너무나 진지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 그녀를 만난 건 지난 모임이 있고 이틀 뒤였어. 길거리를 지나
고 있을 때였지. 한양대학교 근처였는데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난 심
장이 멎는 줄 알았어. 모든 의식은 그녀를 향해서 집중되고 정말 온
몸이 흥분으로 떨려서 견딜 수가 없었지. 그건 정말 운명이었어.."

  그 말을 하면서 남자는 가슴을 감싸안으며 과장된 모습으로 그때의
감정을 표현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그걸 보고 어이가 없는 건 주형
뿐인 듯 했다. 역시 감탄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걸어갔어. 그리고 말을 걸었지.
'저 잠시만요. 저를 좀 봐주세요.' 그녀는 의아해 했지. 하지만 난 내
진심을 말했어. '나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
다.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제발 허락해 주세요.' 그녀는 황
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 나 역시 그녀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지. 그래서 계속
말했지. '전 정말 이런 적이 처음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절 사랑하는 것까지 바라는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정말 당신을 만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졌습니다. 제발 허락해 주세요.'  마지막에
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그녀는 날 지긋이 보더니
피식 웃었지. 그리고 '좋아요' 라는 말을 내게 해 준 순간 나는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 아니 실제로
그녀가 그 말을 해 준 순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거였어. 난 그 후
그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보내고 있어. 난 지금
정말로 행복하고 그녀에게 감사할 뿐이야. 자 여기까지. 내가 그동
안 겪은 중에 최고의 모험이었어."

  남자가 격정적으로 제스츄어를 보이면서 이야기한 모험(?)담이
끝났을 때 주위에선 정말 우뢰같은 박수와 '축하한다'는 말이 쏟
아졌다. 여고생같던 여자애는 '마법사, 정말 축하해요. 당신은 정말
멋진 모험가에요' 하며 그 남자와 포옹을 하기까지 했다. 그 말로
보아하니 그 남자는 이 모임에서 '마법사'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주형은  전혀 이 분위기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꼭 자기가 지금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 인 것만 같았다. 그러
나 주형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들의 모임은 계속되었다.

"고마워 모두들. 이렇게 축하해주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 그렇지
만 여러분을 잘 아는 나로선 그동안 나만 굉장한 모험을 했다고는 생
각하지 않아.  자, 이번엔 누가 얘기를 시작하겠어?"

"네 말이 맞아, 마법사. 이번엔 내가 겪은 모험을 들려주지."
    
  "하하! 좋아, 루나틱(LUNATIC), 네 차례야."

  말을 꺼낸 것은 여대생처럼 보인 누나였다. 루나틱이라..다들
이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마법사에겐 정말 경의를 표해. 그런 엄청난 모험을 했는
줄은 상상도 못했어. 정말 대단해. 하지만 내 모험도 대단했어.
후후, 어떤 건진 아무도 상상 못할걸?"

   모두 궁금하다는 듯이 루나틱을 재촉했다. 루나틱은 그런 모습
을 즐기는 듯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 그래 재촉하지 말라고.  난 말이지. 드디어 월급인상 및
처우개선에 성공했어!"
  
   주위에선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오고 '대단한데 정말?' '존
경스러워' 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법사는 '한방 먹었는걸'
하며 루나틱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루나틱은 소란스런 좌중
에 고맙다는 인사를 던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지난 모임 이후에 직장 옮긴 거 알지? 그게 학습지
회사였잖아. 근데 참 학습지 회사라는 게 웃긴 데가 많더라구. 동료
들이 하나같이 뭐랄까, 좀 패배감에 젖어 있는 거야.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식의 말이야. 내가 들어간 데만 그런건지 그런건 모르겠
지만 암튼 그랬어. 학습지 회사라는 게 선생들 없으면 암 것도 안되
는 덴데 처우가 너무 안 좋더라구. 그래서 다른 선생들하고 얘기해
서 노조를 만들고 투쟁을 했지. 참 힘들긴 했어. 그래도 결국 잘
돼서 운영자들도 동의를 한거지. 하하, 고생한 보람이 있었어. 정말.
그리고 나 혼자선 물론 안될 일이었지. 동료들에게도 참 감사해.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었어. 하하 여기까지야."

"정말 루나틱한텐 못 당하겠어. 내 모험에 나는 정말로 만족하지
만 루나틱의 그 모험에는 정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어."
  
  마법사가 정말 존경한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던지자 루나틱은
쑥쓰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얼마 있다가 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야. 이제 또 다른 곳
이 가보고 싶어졌거든. 다른 곳에서 나를 부르는 것을 느껴. 거기는
아마 서울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이 될거야. 다음에 만나면 거기에
대해 또 얘기할 일이 있을 거야. 자 이번에, 녹색가면, 당신이 얘기
해 보지 않겠어? 당신 얘기가 듣고 싶어졌어. 어떄?"

  그러자 녹색가면이라 불린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이 가면을  
갑자기 벗기 시작했다.  가면 자체가 녹색, 아니 에메랄드 빛을 띄
는 가면이었는데 그 가면을 벗자  적어도 30대는 되어 보이는 남자
의 얼굴이 드러났다. 칼자국 비슷한 것도 보이는 그 얼굴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 둘 다 솔직히 정말 못당하겠는걸. 언제봐도 너희의 모험담
은 대단해. 내가 가져온 모험담이 너희 것보다 낫다고는 솔직히
말하지 못하겠어. 하지만! 그래도 참 나 나름대로 뜻깊은 모험이었기 때문에 만족해."

   "무슨 모험이었는데 그래? 녹색가면?"
  
   이번에 입을 연 건 그 어려 보이는 남자애였다.

    "음, 가리온, 뭐였냐면 말이지.. 내 가족과 여행을 다녀왔어.
   6박 7일로 말이야. 그리고 난 내 일을 그만뒀어."

   "뭐?? 정말이야??"

   가리온은 놀란 듯이 소리쳤고 다른 이들도 참 놀란 것 같았다.
   모두의 시선이 다음 얘기를 어서 하라는 듯 녹색가면에게 집중
   되었다.

   "그래. 모두들 참 의외였지? 내가 그럴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말이야. 항상 난 내 일에만 매달리고 있었지. 가족은 전혀 신경쓰
지도 못했고 말이야. 지난 모임 이후 가리온의 말대로 아이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 주려고 여러 모로 애썼어. 하지만 내가 그동안
쌓아 놓은 일들이 발목을 붙들고 있다는 걸 알았지. 난 결국 결
심했어. 일을 그만두기로 말이야. 아이들은 물론 나와 쉽게 가까
워 질 수는 없겠지. 아내도 마찬가지겠고.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벽을 허물 수 밖에 없는 일 아니겠어? 그래서 이번에 애
들 방학때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기도 한 거야. 이 모험은 이걸
로 끝나지 않겠지. 앞으로 새로운 좀 다른 일도 구하긴 해야
할 거고 많은 다른 일들이 필요할 거야. 자 여기까지 하도록 하
지."          
    
   모두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사가 일어나 말했다.
  
   "우리 모두를 대표해서 나 마법사가 말하건대, 녹색가면의 모험은
절대 나나 루나틱의 모험에 뒤지지 않아. 난 녹색가면에게 경의를
표해. 그대가 가는 길에 축복이 있기를!"
  
   "마법사만 그런 게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야. 가리온이나 일곱개의
문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해."

    가리온과 일곱개의문이라고 지칭된 여자애도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틱은  녹색가면에게 다가와 어깨를 걸치며 머리를 부딪쳤다.  
    
  "하하 고마워 마법사. 루나틱, 가리온, 일곱개의문. 그대들이 있
어 나의 모험이 더 빛을 발하게 되는 거 같군. 암, 아직 내 모험
은 시작일 뿐이지. 그럼 나는 끝났고.. 이번엔 누가 얘기할래?
가리온이 해보겠어?"

   "좋아 내가 해볼게."
  
   가리온은 둘러매고 있는 작은 가방을 열고 안에서 무슨 뼈처럼
보이는 것을 꺼내었다. 놀랍게도 사람의 손 뼈 같았다.  
  
  "이거 봐. 사람 손 같지?"
  
  "정말 그렇네. 너 혹시 또 무덤 판 거야?"
  
  "아니야, 일곱개의문. 이건 무덤하고 상관없어. 이건 저기 중일아
파트에서 내가 찾아낸 거야."

   "중일아파트면 저기 철조망 건너잖아. 거기에 왜 손 뼈가 있지?"

    녹색가면도, 마법사도, 루나틱도 모두 궁금하다는 표정이 역력
했다. 그리고 주형도 이번엔 오랜만에 뭔가 흥미를 끄는 얘기가
나오자 가리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아파트랑 중일아파트 사이에 있는 저 철조망 구멍 뚫려
있는 데 있잖아? 내가 애들한테 중일아파트 지하에 사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걸 알아보려고 애들하고 같이 간 거야.
그리고 거기 가면 있는 쓰레기 태우던 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
튼 거기로 들어가 봤어. 거기로 들어가면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더라구. 나도 첨 가보는 곳이라 너무 신기했어."

  모두 흥미진진하다는 듯 가리온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오, 그래?' '담엔 나도 가봐야겠다' 등등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나는 손전등을 가지고 갔어. 물론 다른 장비도 가지고 갔지. 안엔
무지 깜깜했어. 손전등 켜도 잘 안보였지. 애들이랑 나는 여길 우리
아지트로 삼자는 얘기도 했어. 버려진 가구들 같은 거 같다 놓고 말
이야. 그런데, 거기를 내가 자세히 둘러 보다 보니까 이상한 게 있
더라구."

"뭐, 사람 시체 같은 거?"  
  
  마법사가 물었다.  
  
"그래, 그거야. 검은 봉지가 있어서 그걸 열었는데 무슨 시체 같은
게 있는 거야. 근데 아주 오래 된 것 같았어. 그렇게 크지도 않은게
토막 토막 나 있었는데, 그동안 뭐에 뜯어 먹히가도 한 거 같았어.
애들은 그거 보고 놀라서 다 도망가고 나만 남았어. 나도 혹시나
경비 아저씨라도 올까봐 그냥 빠져 나오려다가 손처럼 보이는 거
하나를 들고 나왔어. 아직 우리들 말고는 그런게 있는지 아무도
몰라. 애들이 엄마 아빠 한테 혹시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안 믿었을 거야.  하지만 무서워서 다신 안 가려고 해. 나는 내가
가져온 그 손을 몰래 잘 씻어서 이렇게 가져온 거야. 나중에
혹시 가고 싶어지면 말해. 같이 또 가볼 수 있으니까. 다음에 가면
대체 그 애가 누군지, 또 누가 그 애를 그렇게 했는지도 알아보고
싶어.  자, 어때? 내 모험 멋지지?"

함성이 처져 나오며  박수소리가 울렸다. '역시 넌 타고난 모험가야'
하면서 머리를 쥐어박는 마법사. '제법인데 대단해' 하며 조용히 박
수치는 루나틱. 조용히 웃는 녹색가면. '너 다음엔 나도 좀 데려가'
하면서 가리온을 조르는 일곱개의문까지. 주형은 자기가 사는 아파
트 바로 옆에 있는 중일아파트 지하에 지금도  토막살인된 시체가 그
대로 존재한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고 신고할 생각은 안하고 시체
손 가져 온 어린애를 대견하다는 듯이 칭찬하는 분위기에 기가 막
혔다. 아무래도 혹시나 혹시나 했는데, 자기가 약간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 낀 것만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 때, 일곱개의문이라고 했던 여자아이가 주형에게 갑자기 말을
걸었다.

"저, 당신 이름은 뭐죠? 전 일곱개의문이라고 해요. 아까 들었죠?
어때요? 우리들 얘기 재밌나요?"

"아, 아, 네. 재밌습니다. ..제 이름은 주형이라고 해요."

"헤헤, 재밌다니 다행이네요. 주형. 억지로 붙잡아 놓는지 몰라
서 좀 걱정 되었어요. 그래서 말인데.. 당신의 모험을 우리에게
들려주지 않겠어요?"

"네? 네? 그게 무슨?"

  "당신이 이곳을 들리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우연이란 말이야! 주형은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그런 당신이
겪은 모험을 듣고 싶어요. 아니 꼭 모험이 아니라도 좋을 거에요.
당신의 얘기를 듣고 싶어요. 괜찮겠죠? 주형?"

"하하 그거 정말 괜찮은 생각인데? 주형. 한 마디 해보라고?"
  
  마법사도 옆에서 거들었다. 주형은 솔직히 전~혀 말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지만 다섯 명의 진지한 눈길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
자 차마 무시할 수 없어서 일단 입을 열었다.

  "아.. 어쩔 수 없네요.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
기와서 여러분이 한 말들은 정말 저한텐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한 그런 얘기들이었거든요. 정말 분위기에 적
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주형은 여기까지 말하고 혹시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하고 주위를 살
펴 보았지만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 지긋이 웃음을 머금거나
고개를 주억거리거나 아니면 그냥 여전히 진지한 눈빛 그대로였기에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모험이라는 거.. 사실 여러분이 뭘 모험이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정
말 모르겠어요. 대체 어떻게 그런 걸 모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
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요. 사실 전 그런 걸 모험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 게 모험이 될 수 있다고 느낀 적도 없고요. 정말
묻고 싶어요. 어떻게 누구하고 사귀고, 무슨 월급인상을 하고 아이와
여행가고 그런걸 모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다들 좀
미친 거 같아요. 바로 이웃 아파트 지하에 시체가 있다고요! 근데
그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 손뼈 가지고 온 게 칭찬할 일이에
요?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이나 될까말까한 애가! 사실 전 여기 별
로 있고 싶지가 않아요. 저까지 괜히 정신이 이상해 질 거 같아요!"

여기까지 단숨에 말했을 때 주형은 이번에야 말로 화를 내지 않을
까 싶었다. 그러나 왠지 그런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마법사
가 이렇게 말했다.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었다.

"그래, 웃기지? 우리 모습이? 또 미친 거 같고 이상하지?"

  "네? 네, 네."

  "그럼 이걸 한 번 보겠어?"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마법사의 손이 하늘로 향했다가 옥상 너머로
보이는 바로 앞 동 아파트를 향했다. 바로 그 순간. 주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마법사의 손에서는 갑자기 거대한 불꽃이 일어났고 그것이 앞동에
다다르자 아파트가 송두리째 불타올랐다. 아파트는 이미 너무나 거
대한 불덩어리였다.  밤거리를 너무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주형
은 자신의 눈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아파트가 마치 아비규환으로 변하는가 싶었던 그 때,
마법사가 다시 손을 귀찮다는 듯 가볍게 휘젓자 불꽃은 언제 있었
냐는 양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다시 고요한 밤이었다.
오직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마법사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그저 떨고 있는 내게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주형, 어때? 지금도 우리가 미친 것 처럼 보이니?"

  "아, 아니요! 아닙니다!"

  놀라서 대답하는 주형을 보며 마법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왜 그런걸까? 왜 볼 수 없는 걸까? 왜 힘 외엔 볼 수 없는 것일까?
하긴 우리도 비슷했지. 하지만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군. ..주형, 나
는 그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을 때, 그대는 곧장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대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어. 하지만.. 내가 잘못 본 거였군. 그저 아쉬울 뿐이야. 아쉬워. 정
말로."

  그리고 슬픈 듯이 고개를 가로 젓더니 다른 네 명에게 고개를 돌렸
다.

  "미안해. 일곱개의문.  내가 또 망쳐버렸어. 정말 항상 이렇다니까."

"아니에요. 마법사. 괜찮아요.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모험담을 얘
기하긴 좀 그렇네요.. 대신, 주형에게 저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
해 좀 말하고 싶어요. 그래도 되겠죠?"  
  
  마법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일곱개의문은 나를 향해 시선
을 보내며 진지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주형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주형, 난 어릴 때부터 공상하는 걸 좋아했어요. 오즈의 마법사
같은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나도 그렇게 다른 세계로 떨어져서 모험
을 해봤으면 하고 생각했고 나 혼자서 내가 주인공이 된 그런 이야
기를 상상하고, 또 글로 옮기면서 즐거워 하곤 했어요. 그래서 그랬
는지 몰라도 꿈도 그런 꿈만 주로 꾸었어요. 꿈속에서도 난 다른 세
계를 친구들과 여행하고 모험하고 그랬지요. 아마 별 일이 없었다
면 난 그냥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공상이 많은 아이일 뿐
이었을 거에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약간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좀 특이한 일이 일어나 버린 거에요.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난 내가 공상하던 것 같은 그런 세상에 있었던 거죠. 처음엔 물론
믿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금새 나는 믿을 수 있었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항상 상상해 온 나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세계를 돌아다
니던 나는.. 거기 떨어져버린 사람이 나 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
어요.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거기에 떨어져 있었던 거지요. 네 사
람 모두 다 개성이 강했고, 모두 왜 자기가 이 세계에 와 있는 건지는
알 지 못했지만, 금새 이 세계에 적응해 있었어요. 우리는 모두 달랐
지만 한가지는 비슷했던 거죠. 모두 이런 세상에  대한 동경이랄까,
그런 것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무튼 그 세상에서 오랜 시간을 여
행했죠. 우리가 왜 이 곳에 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여러 곳을 돌
아다녔어요. 우리에겐 지금 서로 부르는 이런 이름이 붙여졌고 우린
거의 그 세계의 원주민이나 다를 바 없이 되어 버렸죠. 하지만 왜
우리가 그 곳에 있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너무나 신나는 모험
이 있었고, 책속에나 나올 법한 일을 겪을 수 있었지만 우린 그곳에
서 나올 수도 없었고 왜 거기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어요. 결국 우리
는 지치고 말았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기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
고 그저 떠나온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만 싶었어요. 가족을 보고 싶
었고 친구들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 때,  잠시 따로 떨어져
있던 제 앞에 '일곱번쨰 문' 이 나타났어요. '일곱번째 문' 이란 건..
제가 그동안 아무리 불러내려고 해도 불러낼 수 없었던 그런 문이었
는데 그 때 갑자기 나타난 거죠."
  
  주형은 어느새 두려움을 잊은 채 그녀의 말에 몰입해 있었다.
소란스런 아파트 주민들의 목소리도 어느새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문을 열었을 때. 거긴 제 방이었어요. 보기만 해도 눈
물이 나올 것 같았죠. 일곱번째의 문이 바로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
가는 통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왜 그동안 그 생각을 못했나 하
고 스스로 원망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전 얼른 그 곳에 발을 들어 놓
으려고 했죠. 그런데 그 때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대는
진정 이 문으로 들어가길 원하는가?' 저는 물론 대답했어요. '네
저는 간절히 이 문으로 들어가길 원합니다.' '만일 그대가 이 문으로
들어간다면, 그대는 다시는 이곳으로 올 수 없다. 이곳으로 올 수 없
을 뿐 아니라 그대는 다른 어떤 세계로도 갈 수 없고 오직 그 곳에서
만 지내야 한다. 일곱번째 문은 그런 것이다. 그래도 좋겠느냐?'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멈칫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다시는 오지
못한다고? 다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저는 일단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동료들에게 돌아가 이 이야기를 했죠.
동료들 모두 어찌해야 할까 고민할 수 밖에 없었어요.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했죠. '꼭 일곱번째 문 만이 원래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인지는 알 수 없는 거 아닐까? 더 돌아다니다 보면 뭔
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느새 이 세계에 싫증냈던
일을 잊고 있었어요. 이것으로 모든 게 끝 이라는 건 차마 받아들
일 수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또다시 한참을 여행했어요. 많은 시
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만한 물건이나 사람을 찾아
헤메고 또 헤맸죠. 그리고 마침내 죽은 줄만 알았던 현자를 만났을
때 현자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이세계에서 온 모험자들이여. 그대들에게 한가지 물어보지. 그대
들은 그대들이 온 세계에서 모험을 한 적이 있는가? 모험자였던 적
이 있는가?'

  우리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우리의 세계에서 부르는 모험이란
것은 이 세계의 것과는 개념이 틀리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 같
은 모험은 우리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하셨죠.

   '하하하! 그렇게 웃긴 말은 내 평생 처음 듣는군. 이보게 모험자
들이여.. 그대들이 모험이라 부르는 그것이 이 세계 사람들에겐
'현실'에 지나지 않는다네. 반대로 그대들의 세계에 이 곳의 누군가
가 찾아간다면 그 사람은 자기는 모험이라 느끼는 것이 그대들에겐
역시 '현실'에 지나지 않겠지.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은 고래로
수없이 있어왔네. 다른 세계를 동경하고 자신이 사는 세계를 떠나고
싶어하는 이는 어느 시대나 있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끝없는 '세계바
꾸기' 가  계속되지. 나는 오래전 777개의 세계를 돌아다녔던 모험자
와 만난 적도 있다네.. 그는 자기가 돌아다닌 그 어떤 세계에서도
만족하지 못했지. 그는 그래서 어떡하면 좋겠냐고 나를 찾아왔던
거야. 꼭 자네들만큼 멍청한 작자였지. 나는 그의 절망적인 모습에
안타깝기는 커녕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줬지. '위대한 모험자여, 그대는 정녕 모험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 나는 그대가 777개의 세계를 돌면서도 만족하지 못했다
는 말에 그저 기가 찰뿐이다. 그대는 도저히 구제못할 멍청이거나
아직 모험이 무엇인지도 모를 뿐이다. 그대가 진정 모험이 무엇인
지 알고 싶거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 그리고는 나는 그를 어느
작은 방안에 가두어 버렸네. 그리고 그 방안에서만 살게 했지. 그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말이야. 그리고 계절이 20번 바뀌었을 무렵
나는 마침내 그가 있는 방문을 열어주었다네.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있더군. 그리고 나를 보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네. '감
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그는 그제서야 모험이 무엇인
지를 알았던 것이지. 그는 처음 자기가 온 그 세계로 돌아갔네.
그리고 다시는 다른 세계로 떠나지 않았지. 자, 그가 안 것이 무엇인
지 자네들은 알겠는가?"

   우린 잘 알 수가 없었죠. 우리가 잘 모르는 듯 보이자 현자는 말했
어요.

  "..그는 모험이란 결국 모험자가 창조해내는 것임을 알았다네.
그는 자기가 한 모험이란 것 일체가 자기 스스로를 속인 것과 다름
없는 것임을 알았다네. 스스로를 먼저 속여 놓고는 그 때문에 괴로워
하며 절망했던 자신의 일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나를 알았다네.
사실 그는 그 순간 진정한 모험가가 된 것이지. 그는 778번째 세계를
그제서야 발견했네. 그는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거라네. 이세계의 모험자들이여,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겠는가? 내가
왜 그대들의 말에 웃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겠는가? 그대들이
진정 이해한다면, 나는 그대들에게 권하고 싶네. 일곱번째의 문을
열고 돌아가라고. 그것이 진정 그대들에게 필요한 길일세."

    저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어요.
그리고 뭔가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죠. '내가 한 모험은
모두 내 스스로 만들어낸 것' 이란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모든 게
변해 버린 것 같았어요. 머리가 띵했어요. 하지만 정신은 더 또렷
해진 것 같았어요. 그건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봐요. 다른 동료들
도 뭔가를 깨달은 듯한 모습이었어요. 그런 우리를 보며 현자는 손
을 쳐드셨죠. 우리 앞에는 그 일곱번째 문이 열려진 채로 나타났고
우리는 현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그곳으로 들어갔지요. 다시
원래 세계, 그러니까 현실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우리가 처음 떠
난 그 날 그 시간으로부터 조금도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가 그 세계에서 얻었던 힘들도 그
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 힘을 가진 것을 이 세계에 드러내 놓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우
리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주형, 그런 우리를 이해할 수 있겠어
요? 아마.. 이해할 수 없을 거에요.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게 어쩌
면 당연하겠죠. 하지만 나는 주형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알았을 때 당신 속에는 진정한 모험가가 될 수 있는 씨앗이 숨겨
져 있다고 느꼈어요. 다만.. 우리가 만난 다른 사람들처럼 아직은
그 씨앗이 자라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들 자신도 그러
지 못한 일을 강요할 수는 없겠죠.. 언젠가 주형, 아니 주형씨를 다
시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걸로 이별이에요.
안녕, 잘있어요."

  '안녕, 잘있어요' 라는 마지막 구절을 말할 무렵 그녀의 모습을
주형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 뿐 아니라 다른 네 명의 모습도. 옥
상위에는 오직 주형만이 덩그라니 남겨져 있었다. 주형은 과연 자기
가 옥상에 올라온 지 얼마나 흐른 건지 궁금해졌다. 하늘은 어느새
하얀 빛이 아닌 검정 빛을 띄고 있었다. 몇 개의 별도 반짝이고 있
었다. 주형은 왠지 걱정이 되어 사다리가 아닌 옥상으로 통하는 계
단으로  얼른 내려가 보려고 가보았으나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은
도중에 철문과 자물쇠로 막혀 있었다. 별 수 없이 주형은 아까 올
라온 사다리로 가서 아래를 살펴보고 누가 볼까 조심스레 내려갔
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도 사람은 없었다.  땅위로 내려온
주형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 이 늦은 시간에 공부는 안하고 어디갔
다 오냐고 화내며 묻는 엄마의 말에 대꾸할 정신도 없이 곧장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이 자고 나면 깰 꿈이라도 되
는 듯이. 그날밤 꿈속에서는 마법사가 자신을 숯불구이로 만들곤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비비고 일어나 아침 일찍 아침을 먹고
집을 나와 학교로 가던 주형이 어제 그 사다리 있는 곳을 지나치다
문득 고개를 돌려 사다리를 쳐다 봤을 때, 주형은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아파트벽의 사다리가 옥상까지가 아니라 아파트 중간까지만 놓여
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그는 원래 아파트벽의 사다리가 거기
까지 밖에 안 놓여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원래 그 사다리는 중간
까지만 놓여있고 그 중간 부분에 철로 만든, 난간이 있고 발을 딛일
수 있는 바닥이 있는 구조물이 있었던 것이다.

  맑은 하늘. 상쾌한 아침. 아직 고등학생 외엔 등교하지 않을 그 시
간. 아파트 뒤 공터엔 어느 소년만이 홀로 한참을 우두커니 사다리만
쳐다 보며 서 있고 그 위로는 비둘기떼만이 날아가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그런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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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른데서 쓰고 옮기지도 않고 떠오르는 대로 단숨에 이곳에
직접 옮겨보려고 했습니다.  말그대로 습작이고, 제목도 정한게 없
네요. 가제라도 정해볼까 했는데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냥 무제로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잘썼든 못썼든 '최초로' 완결을 지은 소설이
라 기분은 좋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길든 짧든 완결을 짓지를
못해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나
댓글 3
  • No Profile
    아이 03.07.16 22:06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
  • No Profile
    roha 03.07.29 01:18 댓글 수정 삭제
    제 다른 닉네임과 같은 분;; 여튼 루나도 흔한 이름이지요=ㅅ= 잘 읽었습니다아-
  • No Profile
    oz 03.07.29 14:22 댓글 수정 삭제
    막힘없이 잘 읽힙니다. 다른 작품도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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