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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지구적 양식업자

2009.07.22 13:1007.22

지구적 양식업자


“산타클로스는 모든 걸 알고 계신데 - ”
그 노랫말은 8살의 유광철(柳光徹)에게 공포였다.
자신이 전혀 볼 수 없는 저 높은 곳에서 거대한 배불뚝이 빨간 할아버지가 굽어보고 있다는 상상은 무서웠다. 어떤 방법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겹겹의 암흑이 그 노랫말 속에서 흘러나와 유광철을 휘덮었다. 이는 차라리 깨있는 동안에 꾸는 악몽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크리스마스이브에 유광철은 잠들었다. 악몽은 꿨겠지만, 잠 깬 뒤에 기억나지는 않았다.
소리에 놀라 잠깐 깼을 때 유광철은 부모님의 웃는 목소리를 들었다.
“선물을 여기 놓을까?”
“광철이, 깨겠어요.”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산타클로스는 세상에 없다. 선물을 주는 건 부모님이다. 부모님은 지켜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말씀드릴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다. 곧바로 유광철은 기쁜 마음으로 다시 잠들었다. 잠이 깨서 선물을 뜯었다. 유광철은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지만, 선물은 소박했다. 상류층이 아닌 중산계급의 아이가 받을만한 가격의 선물이었다. 어린 마음에 실망도 했지만 기쁘기도 했다. 그 따뜻함에 반해 유광철은 유물론자가 되었다.
9살에 유광철은 경호원이 운전하는 벤틀리를 타고 공원에 갔다. 어느 순간 유광철은 혼자서 놀고 싶었다. 경호원 몰래 공원을 자유롭게 뛰돌아 다니다가 한 어린아이가 한 무리의 악동들에게 밟히고 있는 걸 보았다. 뛰어가서 무슨 짓이냐고 외치다가 자신도 같이 밟혔다. 악동들은 밟히는 두 아이에게 오줌을 쌌다. 그것에서 유광철은 악을 느꼈다. 악의 깊고 넓은 뿌리를 느꼈다. 그것은 약한 것을 침해하겠다는 물질적이고 원초적인 의지였다. 강대하기 짝 없는 우주의 진공이 지구의 공기를 빨아 먹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것처럼 악이란 근본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이 유광철을 찾아냈다. 경호원은 건장한 몸집의 유단자였다. 거대한 사내의 포효에 악동들은 무리 지어 도망쳤다. 경호원은 두 아이를 벤틀리에 태우고 공원 관리실로 데려가 샤워를 하게하고 옷을 갈아 입혔다. 경호원은 두 아이를 위로했다. 밟히던 이름 모를 아이를 공원에 파견 나온 사회복지사에게 인계하고 경호원은 돌아가는 길에 말했다.
“도련님, 이번 일을 반드시 두 분 부모님께 말씀드리세요. 좋으신 분들이니 틀림없이 이해해주실 겁니다.”
“아저씨, 알겠습니다.”
유광철은 그 일을 부모님에게 말했다. 반드시 가지곤 하는 가족 간의 대화 시간에 한 말이었다. 부모님은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칭찬해주었다. 유광철은 모두 자신의 잘못이니 경호원을 해고한다던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받아들여졌다.
유광철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했다. 아버지의 사업은 오대양을 누비면서 크릴새우를 잡는 일이었다. 바다 생물 대량 멸종의 시대에 대응하여 전 세계의 식탁을 책임지는 일이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대국들의 남획으로 이미 참치는 지금 수족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요리였다. 유광철의 지혜가 점점 여물어가던 학창 시절에 아버지는 바쁜 시간에 짬을 내어 말하곤 했다.
돈은 매우 귀중한 것이지만, 그건 사회 계약의 증표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플레나 디플레가 일어나면 가치가 변해서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정말로 인류 사회에 필요한 것은 자원이다. 우리가 딛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은 자원이 없는 나라다. 아니 사람이 자원이다. 지구 위엔 80억의 인구가 있지만 10억이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이고 선진국들에도 있다. 그들도 먹여야 한다. 곡식은 200억을 배불리 먹일 정도로 생산되고 있지만, 가축을 먹이고, 유사 석유를 생명 공학으로 합성해내는 데 투입되느라 사람이 굶어 죽고 있는 형편이다. 유광철이 분노하자, 아버지는 말했다. 고기를 먹고 싶어 하고, 기름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결코 욕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우리에게 많은 걸 공급해주고 있는 고마운 분들이고, 또 우리가 장사로 벌어먹을 즉 감사하게 섬겨야 할 사람들이다. 우리가 할 일은 생태계라는 시스템을 분석해서 올바르게 자원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일본은 20세기에 이미 공기 중의 잉여 탄소를 땅에 묻는 기술을 발명해냈다. 언젠가는 그 파묻은 자리에서 석유나 천연가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때 유광철은 말했다.
“정면 승부하겠어요!”
유광철은 18살에 홀로 미국에 건너갔다. 부모님이 주는 학비로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서, 그렇게 지내지 못 하는 사람들을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했다. 이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유광철은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하버드와 MIT에서 경영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유광철은 주짓수와 농구를 즐겼다. 미주 천주교회에 다니면서 여자를 골랐다. 성심으로 정성껏 여자들을 대하면서 다양한 연애를 했다.
교회에서 유광철의 가문 보다 오래되고 강력한 가문의 딸 이인혜(李仁惠)를 만났다. 유광철에게도 이인혜에게도 나름 꿈이 있었고, 이에 조력자가 되어 줄 수 있는 배우자를 원했으며, 어느 정도는 정략결혼을 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결혼은 끼리끼리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자연스럽다. 그래야 두 가문의 융합이라는 결혼 제도의 취지에 더 잘 들어맞는다. 신데렐라는 애초부터 백작의 딸이었다.
유광철과 이인혜는 동갑이었다. 유광철은 187cm, 이인혜는 178cm였다. 이인혜는 언젠가 자신이 키 큰 여자인 게 좋다고 했다. 키가 크다는 건 어릴 적에 원 없이 먹었다는 뜻이고, 학창시절에 다이어트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뜻이며, 저녁 8시와 새벽 2시 사이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여력이 있었다는 뜻이며, 훌륭한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많은 몸무게를 허용 가능하기에 그에 따른 호신술을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인혜는 늘씬하면서도 풍만했고, 유광철도 온 몸에 실전용 근육이 번들거렸다. 유광철도 이인혜도 서로를 만나기 전에 수많은 연애 경험이 있었고, 책을 즐겨 읽었으며, 운동을 좋아했다. 어느 날 유광철은 이인혜에게 유물론자냐고 용기내서 물었다.
“아니, 하느님이 계시다고 믿어. 너 나일론 신자구나?”
이인혜의 어투에 경멸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애틋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유광철은 당시 종교는 쓰레기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은 사랑했고 자유, 평등, 정의, 박애가 젖과 꿀처럼 흐르는 세상을 원했다.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는 이 없고, 굶어 죽는 이 없고, 교육 못 받아 무지한 사람이 없는, 모두가 따뜻하고 적극적인 성품을 가진 세상을 원했다.
유광철과 이인혜는 함께 조국으로 돌아갔다. 25살에 유광철은 미국 영주권자였지만 육군으로 자원입대했고, 이인혜는 사회복지 5급 공무원이 되었다. 유광철이 제대하고 두 사람은 화촉을 올렸다. 첫날밤에 유광철은 숫총각이 아니었지만, 이인혜는 숫처녀였다. 첫날밤에 이인혜는 상대 남자가 아닌 아기를 위해 처녀성을 지켰노라고 말했다. 남자가 아기를 사랑하려면, 처녀성을 지킨 여자와 해서 할 때 더욱 존경심을 느끼게 되기에 부성애 고취에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유광철은 다른 여자의 처녀성을 지켜주지 못 한 점을 너무나도 미안해했다. 제대한 뒤 유광철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말단 사원부터 시작했다. 거대한 어선에서 사람들과 동거 동락하면서 업무 능력과 사회성을 더욱 키워나갔다. 유광철의 할아버지 때부터 맺어진 노사상생은 여전히 굳건했고 회장 아들이라고 차별하지 않았다. 유광철부터가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았다.
이인혜는 유신론자였지만, 아이작 뉴턴이 그러했듯, 과학이 하느님이 만들어낸 우주의 진리를 풀어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 남매를 낳을 때 이인혜는 제왕절개 수술을 스스로 거부했다. 극단적인 고통을 버티며 평균 12시간을 버텨가면서 배 아파 아이를 낳았다. 배가 아파 아이를 낳아야 몇 가지 호르몬이 더 분비되는데, 이것들이 모성애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걸 이인혜는 알았다.
유광철은 유물론자였기에 생명은 권력 현상이었고, 생물은 일종의 기계였다. 인류를 위해 다른 모든 생물은 이용되어야 했다. 우주는 정복되어야 했다. 능력과 적성을 인정받아 아버지의 사업의 생명 공학 분야를 유광철은 진두지휘했다. 애초에 유광철이 생명 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던 것도, 생명 공학 분야를 경영하는 역할을 자신이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경영을 모르고서 어찌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겠으며, 생명 공학을 모르고서 어찌 생명 공학자들을 지휘할 수 있으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과학자들과 함께 유광철은 일했다. 유광철은 말단 사원이라도 인격적으로 대했다. 아니 공자님 말씀에 따라, 모든 사람을 자신의 스승으로 생각했다.
유광철의 계획은, 아버지의 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바다의 구획에 바다에 녹아든 질산염으로부터 질소를 뽑아 탄수화합물로 고정시켜 물고기가 먹기 좋게 만드는, 생명공학으로 합성한 녹조류 수백여 종류를 양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생명공학으로 합성한 수백여 종류의 어류를 키워서 잡는 것이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여러 어업 강대국들도 야심 차게 추진하는 계획이었다. 유광철은 시장을 선도하고 싶었다. 유광철은 온 몸을 다 바쳐 열심히 일했다. 온 몸이 부서지는 듯한 기분을 넘어, 일을 하면 생체 내 마약이 쏟아지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열심이었다. 분초를 다투고 1전을 다루는 냉혹한 기업의 계약에서 점점 발판을 넓혀 나갔다. 어업은 21세기 중반까지도 수렵 채집이 주류였으나 유광철은 먼 바다조차 양식업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바다의 엄청난 생산성을 바탕으로 어업이 수렵 채집 산업이 된 것이었지만, 이제 온 바다에 양식업이 주류일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약탈이 아니라 관리의 시대가 바다에도 온다고 유광철의 아버지가 누누이 말하곤 했었던 걸 유광철이 실현시켰다. 훗날 계획의 결과가 드러났을 때, 생명공학으로 만들어낸 어류는 토착 어류와의 경쟁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 했다. 하지만 질소 고정 녹조류들은 얕은 바다에서 깊은 바다까지 온 바닷물과 온 해저에서 질산염을 빨아들이고 분해해서 물고기들에게 엄청난 번영을 제공했고 로열티와 어획고를 포함한 막대한 부를 유광철에게 안겨다 주었다.
이인혜가 그때 전화 통화하면서 농담 삼아 한 말이 있었다.
“자기야, 그러다가 공기 중의 질소가 점점 없어지면 산소 비율이 늘어서 전 세계적으로 불이 많이 날 텐데 어떻게 할 거야?”
“걱정 마. 이미 핵융합 발전소가 돌아가고 있잖아. 그들이 공기 중에 헬륨을 뿌리겠지. 그러면 우리들 목소리는 모두 웃겨지는 거야! 유쾌할 거 같지 않아?”
“이봐요, 아저씨. 헬륨은 지구 중력 정도로는 쉽게 밖으로 빠져나가.”
“그걸 알기에 바다로부터 질산염을 타오는 플랑크톤 시스템을 전 세계의 대륙붕과 원양에 퍼뜨린 거야.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그들 플랑크톤에겐 없어.”
“궁극적으로는 생태적으로 대재앙이 될 거 같은데? 질소 자원이 인류에게 과잉 공급되게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어류에게도 과잉 공급되겠지. 지구의 모든 질소가 생물체 내부에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아?”
“질소 자원의 과잉 공급?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하수 처리 사업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잘 돌아가고 있자나? 하수 처리 사업은 인간 배설물을 다시 곡물들과 가축들과 어류들의 영양분으로 유입시키는 방법이지. 그 뿐 아니라 물고기가 흔해져서 가축에게 먹이로 막 주고 있어. 난 생태계 전부를 합리적인 구조로 재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인류는 생태계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내가 당장 하는 이 일 또한 거대하고 복잡한 사업이지만, 넘어서지 못 한다면 어찌 꿈을 이룰 수 있겠어.”
유광철 사장의 사업은 40대에 커다란 궁지에 몰렸다. 연구는 잘 안 풀리고, 주식회사는 금융업의 횡포에 의해 뒤흔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조문객이 구름처럼 모였다. 그만치 인덕이 있는 분이라는 뜻이라고 유광철은 절절한 아픔을 삭였다. 유물론자였기에 유광철은 아버지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더욱 슬펐다. 생전에 못 해드린 일들이 너무나 많아 눈에 밟혔다. 회장으로 승계하기 전에 유광철은 본사를 인천에서 제주도 사옥으로 옮기고 더욱 더 크게 사업을 공존공영의 가치 아래 벌이겠다고 임직원들 앞에서 약속했다. 회장이 된 유광철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술로 시름을 달래고 다시 사업장인 원양어선으로 향했다. 사업장에서 상복을 단아하게 입은 이인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인혜는 독대를 요구했다. 둘만 있는 곳에서 이인혜는 유광철에게 말했다.
“지금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너무 잔인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정말 아버님께 죄송스럽지만, 해야겠어요. 당신, 이번에 탈세를 했다면서요?”
존댓말. 이인혜는 부부 싸움을 할 때면 존댓말을 썼다. 유광철은 온 몸이 빳빳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마음 속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자였다. 이인혜가 소리 높여 말했다.
“세금을 안 내면, 사회 복지로 먹고 사는 불쌍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죠? 국방과 치안과 소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부는 기부자가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기부는 안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세금이야말로 진정한 나눔이라고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우리의 조국, 위대한 대한민국이 썩어 빠지게 놔둘 수는 없어요!”
결혼한 뒤 들었지만, 이인혜는 입양되었다. 8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갈 나이에 고아원에서 재벌가로 입양되었다.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아이였기에 입양된 것이었다. 이인혜는 친아버지를 끝내 알지 못 했고, 친어머니는 나중에 알았다. 평생을 가난하게 산 이인혜의 친어머니는 자식을 고아원에 맡긴 뒤 중국에 인신매매당해 끌려갔고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그곳에서 한 많은 삶을 끝냈다. 합법적인 장기매매와 뒤엉킨 조직에 의해 장기가 적출당해 죽었다고 했다. 그 사실을 양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고등학생 때 이인혜는 하늘에 맹세했다. 친어머니 같은 삶이 1명이라도 줄 수 있도록 사회 복지에 온 몸을 바치겠다고. 대한민국의 사회 복지의 적잖은 부분은 엄청난 부정부패와 악이 판치는 복마전이었다. 세금을 안 내는 종교 법인들의 횡포는 특히 극렬했다. 무연고 정신병자에게, 국가를 통해 기초 생활 보장비를 타내기 위해, 안수기도랍시고 의미도 없고 자격도 없는 폭력을 휘두르고 멋대로 정신과 약을 처방해서 치매로 돌진하게 만드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졌다. 이인혜는 유광철의 지원을 받아 그들과 부딪치고 싸우면서 길을 터갔다. 그러면서도 이인혜는 재테크에도 힘썼고 교육에도 애썼다.
이인혜는 말을 이었다.
“제 말이 굉장히 치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전 사회 복지 장관을 어릴 적부터 꿈꿔 왔어요. 이번 탈세 때문에 청문회에서 걸려 전 장관이 못 될지도 몰라요. 장관이 되어야 그래도 이전 보다는 잘 뜻을 펼칠 수 있지 않겠어요.”
유광철은 이인혜 앞에 무릎 꿇고 말했다.
“용서해 주세요. 최대한 아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삽니다. 우리 회사는 굴지의 대기업입니다. 회사를 처분해도 우리 친족은 잘 살겠지요. 하지만 회사에 목메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협력 업체 사람들은, 우리 부모님의 꿈은, 당장 우리 물고기를 못 먹으면 굶주리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지요? 이번 한 번만 눈 감아 주세요, 여보. 나중에 법대로 낼 게요.”
그렇게 두 사람은, 지아비와 지어미는 얼싸 안고 함께 울었고 죄악을 공유했다. 뒷이야기지만 유광철은 벌금까지 합쳐 세금을 깍지도 않고 당당히 납부했다.
아무튼 불행은 겹쳐져 다가왔다. 유광철이 개발하여 바다에 뿌린 것은 녹조류를 변형시킨 질소 고정 식물이었기 때문에 왕성한 번식력으로 광합성을 통해서 대기와 바다의 이산화탄소를 마음껏 강탈했다. 온실기체의 총본산인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자 기나 긴 빙하기를 몰고 올 가능성이 열렸다. 이에 유광철은 지체 없이 질소 고정 녹조류를 잡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해당 바다 수역에 무료로 살포하고, 인간에게 해당 바이러스가 변형되어 올 가능성을 차단하는 백신을, 제약회사와 협력해 무료로 인류에 제공할만한 양의 약을 만든 것은 기본이었고, 같은 위험에 처한 모든 육상생물이 다 접종을 받을 만한 백신을 만들도록 배려까지 했다. 다행히도 육상까지 바이러스가 진출하는 일은 없었다. 또한 유광철이 합성한 녹조류 때문에 어류가 유래 없이 번성하였기에 생태계에도 유광철의 사업에도 균형이 잡혔다. 그렇게 지구 생태계를 말아 먹을 뻔한 위기가 지나갔다. 이로서 유광철의 지명도는 가히 한없이 올라가 식량 위기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냈다 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에는 유광철이 최대한 싸게 즉 박리다매로 물건을 시장에 공급하고, 빈곤 국가들이나 빈민층에는 그 반값이나 무상으로 어류를 공급한 덕이 컸다.
그러던 중에 브라질에서 한 소식이 들려왔다. 빈민들에게 잔인하기 짝이 없도록 역사가 흘러간 브라질에서, 남들의 장기를 빼앗아 강탈해 불로불사를 누려온 미녀가 발각되었다. 물론 그 미녀는 인터폴에 의해 잡혀 감형 없는 종신형에 처해졌다. 그 소식에 이인혜는 사흘을 물만 마시면서 꼬박 통곡으로 채웠다. 장기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불쌍했고, 남의 장기로 온 몸을 채울 정도로 광기에 빠져 있던 범법자의 영혼이 가여웠다. 세계 정부 건설을 더욱 앞당겨야 한다고 이인혜는 유광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광철은 세계 정부 건설을 꿈꾸는 기업들 연합에 속해 있을 정도의 명사로 올라 있던 것이다. 이즈음 이인혜는 사회 복지 장관 자리에 있으면서 의욕적이고 정밀하게 자신의 일을 해냈다.
그러는 사이 유광철은 교만해졌다. 모든 일이 자신 덕분인 것 같다는 오판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유광철은 독도 근처의 바다에 수십만 톤 급 유조선을 개조한 배를 띄우고, 바닷물에서 철, 칼슘, 칼륨을 미생물을 이용해서 직접 빼내는 사업을 구상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 기존에 만들었던 질소 고정 녹조류의 유전자를 살짝 바꾸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이를 사장단 회의에서 말하자 한 사장이 말했다.
“회장님, 아직은 철광이 많이 있고, 해저에도 철광이 있으며, 화성에서 철을 뽑아 올 수도 있는 시대 역시 곧 열립니다.”
“사업은 수백 년을 앞서 나갈 필요성도 있는 것입니다.”
그 사장은 물러나지 않았다.
“만약 회장님께서 그 일을 하신다면, 우리의 주력 사업에 큰 차질이 생깁니다. 뼈가 부실하거나 없는 물고기가 대량 생산될 것이고, 그 결과 인류가 영양 불균형 상태에 빠질 것인데 그걸 감당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허, 내가 자만에 빠져 큰 착각을 했군요. 죄송스럽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유광철 회장님. 오히려 제가 예의를 잃고 말씀드린 측면이 있을까 조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유광철은 60대에 자신을 닮은 아들에게 사업을 조금씩 맡겨갔다. 유광철은 금융업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유광철은 이인혜와 함께, 정치가, 공직, 금융업, 주식회사의 모든 직원들의 돈 관련 일들을 눈, 귀 등등의 감각 기관과 연결된 감시 장치로 관리하자는 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 직업들의 공통점은 남의 돈을 가지고 장사한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모두를 지켜보는 세상, 모두가 모두를 지켜주는 세상, 모모지세에서 양심, 윤리, 사회성은 더욱 빛날 수 있을 거라고 유광철과 이인혜는 믿었다. 권력의 순기능을 믿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고 믿었다. 물론 영업 비밀만 사라지게 하겠다는 것이었고, 사생활 보호는 상당 부분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모모지세의 급진주의자들은 이미 사생활 보호도 없애버리자고 주장하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쁜 짓을 못 하게 하기 위해서 인간은 내적으로 양심, 윤리, 사회성, 사랑 등등을 발전시켰고 외적으로는 법치, 평판, 신뢰, 공권력 등등을 발전시켜왔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이를 더욱 강화시켜 향후 인류가 신뢰를 잃기 쉽게 되는 우주 시대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 유광철은 질소 고정 녹조류 때문에 암모니아 재앙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부 보고서를 받았다. 지금 이대로 어류가 번성하면, 암모니아를 그대로 방출하는 그들 어류의 비뇨기 구조 상 바다가 암모니아 과잉 상태가 된다는 것이었다. 바다가 더 이상 암모니아를 담지 못 하게 되면, 암모니아는 대기 중으로 쫓겨나게 된다. 즉 온 지구의 해수욕장은 물론이고 육지의 공기에까지 암모니아의 찌른 내가 진동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고 그러면 회사는 집단 소송에 의해 파멸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유광철은 지체 없이 어류에 아무 피해도 안 주지만 번식력은 엄청나게 강한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온 바다에 퍼뜨렸다. 그 바이러스의 기능은 오직 한 가지. 어류의 비뇨기 시스템에 편리공생해서 암모니아를 무독성이고 무미무취인 요산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즉 그 바이러스는 지구의 육지 생물들에겐 걸리나 마나였다. 하지만 변종을 제약회사에 의뢰해서 만들어 연구해서 언제든 무상으로 해당 바이러스 변종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게는 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요산을 분해해서 암모니아로 도로 만들어 식물에게 고정시키는 능력을 가진 세균도 온 바다에 퍼뜨려 녹조류와 공생하게 했다.
그런 내용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언론에 유출되는 바람에 유광철은 위험천만한 과학 만능주의자로 낙인 찍혔다. 그러자 그린피스가 유광철의 사업을 집요하게 방해했다. 그린피스의 작은 보트 옆에 수십만 톤 급 원양어선을 대었다. 미국인 선원들이 장총을 들고 호위하는 속에서, 유광철은 직접 나와 확성기로 우렁차게 외쳤다.
“나 또한 환경 보호를 꿈꾼다. 그러나 먼저 인류를 살려야 한다. 동물 보다 먼저 인간부터 챙기란 말이다! 난 인류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지구를 떠나 우주정거장부터 시작해서 우주를 정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구는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류 없이 어떤 진화가 이루어지는지, 생태계가 건강하게 돌아가는지 단지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때가 지금은 아니다. 아직 인류는 살기 위해 철저하게 지구 생태계를 관리해야 한다. 폭력은 진리이고, 권력은 가치다.”
그린피스에 속한 한 노르웨이인이 말했다.
“나 또한 그리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노르웨이라. 거대한 선박 관련 산업이 있는 나라였다. 어업도 크게 발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저 그린피스는 대한민국의 산업을 방해하는 간첩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정면승부다.
유광철은 노르웨이인을 갑판으로 불렀다. 대화는 자동 통역기를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긴 하지만 두 사람 다 영어를 잘 하긴 했다. 아무튼 노르웨이인이 말했다.
“당신은 종 차별주의자에 불과해. 어째서 수많은 생물들에게도 감성, 정서, 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인가? 그들의 삶도 한결같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무시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힌두교 신자와 무엇이 다른가?”
유광철은 힌두교 신자라는 말에 열이 뻗쳤다. 영국의 제국주의자들은, 이슬람의 나라 무굴 제국이 깨뜨리려고 했던 카스트 제도를 이용하여 인도를 영원히 지배하려고 했다. 힌두교 신자는 최대의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힌두교는 생전이 아니라 사후에나 윤회의 가능성이 신에게 달려 있다고 보는 야비하고 포악한 종교였다. 간디를 죽인 것도 힌두교도였다. 정식 형벌로 여자를 개를 이용해 수간하는 것을 가능케 한 종교였다. 카스트에도 못 드는 불가촉천민이 있어 땅에 침을 흘리면 땅이 더럽혀진다 하여 침받이를 목에 걸고 다니게 하고, 발을 놀리면 땅이 더러워진다 하여 엉덩이에 빗자루를 달고 다니게 했다. 유광철은 어째서 힌두교의 신들이 데바 신족인지 이해했다. 조로아스터교에서 데바는 악령이다. 조로아스터교의 신 아후라 마즈다는 야훼 하느님의 신앙에 영감을 주었다. 조로아스터교의 나라였던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 즉 현재의 이란은, 당시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통치 아래 발가벗고 일하던 유태인들을 고향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냈다. 요즘 들어선 불가촉천민을 중심으로 인도에 기독교가 최대 종교가 되어 널리 퍼져 있었다. 유광철은 답했다.
“난 결코 무시하지 않네. 다만 인권을 동물권 보다 먼저 챙기라는 거요! 당신네 유럽인들은 개고기를 한사코 반대하는데, 당신들이 단순히 고기로 취급하는 돼지가 개 보다 지능이 높다는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그렇기에 우리는 생명공학을 통해 엽록체로 광합성해서 직접 영양을 섭취하는 형태로 인간의 육체를 몰아가기를 바라는 거요.”
“그렇소이까? 인간은 잡식동물인데다가, 동물 쪽이 더욱 처절하기에 더욱 강력한 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진실은 무시하는 거요? 비참하게 식물이 되느니 광물을 재합성해서 온갖 음식으로 만들어 우주에서 즐기는 편이 훨씬 나은 사람다운 삶, 모든 걸 정복하는 삶이라고 난 굳게 믿고 있는 거요. 정복자의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남에게 당할 가능성이 그만치 줄어드는 법이요. 저 하늘 너머엔 틀림없이 외계인이 도사리고 있을 텐데 그들이 너그럽지 못 하다면 어찌할 셈이요? 난 핵감축을 주장하는 이들이 이해가지 않소이다. 핵무기 빼고는 이 지구 위에 소행성과 혜성의 궤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장비가 있기는 한 겁니까? 하루라도 빨리 우주 개발을 서둘러야만 하는 것이고, 난 당당하게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며, 당신들은 그저 훼방꾼에 불과하오. 아, 목이 마르군.”
유광철은 앞에 놓인 심층수를 들이켰다. 유광철은 노르웨이인의 서류 및 컴퓨터를 정리하느라 물집이 잡히고 거칠어진 손을 보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당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 정말 열심인 거 같군요. 그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의 어선 안에는 웬만한 호텔과 맞먹는 설비들이 있으니 오랜만에 깨끗하게 목욕하고 수영도 즐겨 보는 게 어떤가요?”
“하하, 말씀은 고맙지만 그럴 시간이 없군요.”
유광철은 노르웨이인에게 간식과 음료를 제공한 뒤 배웅했다. 유광철은 노르웨이인에게 자신을 거스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유광철 자신이 포함된 회사의 노력에 의해 참치는 다시 빈민들의 밥상에도 잘 오르는 음식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온갖 해양 포유류들도 생육하여 온 바다에 충만하게 번성하여 다시금 국제기구에 의해 허가 받은 사냥이 가능해졌다.
이인혜는 하느님을 믿었기에 죽더라도 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리라고 보았다. 이인혜는 지옥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우주를 사랑하는 하느님이 지옥을 만들었을 리 없다고 이인혜는 보았다. 연옥은 있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영원한 지옥은 아니라고 보았다. 천국과 지옥의 개념은 조로아스터교의 찌꺼기이고, 이미 모든 인류의 죄는 십자가에 스스로 매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정죄되었다고 보았다. 그러기에 어떤 때이든 착하게만 살아도 누구나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당시 천주교의 교리대로 보았다. 반면 유광철은 유물론자였기에 자신과 가족이 인류가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인류가 평화롭고 행복해야 하며 영생 기술을 다른 사람들이 발전시켜 줘야 한다고 보았다.
유물론자인 유광철은, 38억 년 동안 진화한, 살아있기에 처참한 생물들의 역사를 배웠고, 이상과 현실의 갈등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배웠다. 그 모든 역사 속에서 나타난 수많은 피와 주검 위에 자신이 인류가 서있음을 알았다. 사랑하기 위해 혹은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시대와 조국과 인류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어쩌면 종교란 그런 위대한 우주에 우리를 사랑하는 인격이 깃들어 있다고까지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로 우주를 관장하는 하느님이 계실지도 모른다고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인간은 진공의 일종이다. 인간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라면 진공에도 모양은 다르겠지만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유광철은 생각하게 되었다. 즉 유심론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70대에 유광철은, 십자가에 매달리면서도 인간의 존엄을 부르짖었던 30대 청년의 종교, 천주교에 이인혜의 인도로 정식으로 세례를 받았다. 유럽에서 있었던 한 재판에서, 예수 가문의 족보에 따르면 예수는 로마인 병사가 13세의 성모 마리아를 강간해서 태어났고 3일 동안 무덤에서 버티다가 지인들의 도움으로 풀려난 뒤 프랑스 지방으로 건너가 80대까지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 했다. 그 말은 성경에 쓰인 것보다도 예수 그리스도가 위대한 인물이라는 증거라고 유광철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경위로 태어났든 삶은 존귀한 것이고, 자신의 생물학적 아들도 아닌 예수를 잘 키워낸 성 요셉은 정말 멋진 아버지였다는 뜻이고, 십자가에 못 박힌 뒤 사흘 밤낮을 무덤에서 지낼 정도로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을 연마했거나 야훼 하느님의 뜻으로 부활했다는 의미이며,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하늘도 땅도 울고 부활까지 했기에 즉 야훼 하느님의 기적이 있었기에 한 이름 없는 청년의 일대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고, 80대까지 자손을 남기며 천수를 누렸다는 것은 예수가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아니라 위대하고 소박한 사람이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예수가 마지막으로 내린 계명인 사랑과 평화를 유광철은 존중했고 신앙했다. 유광철은 성서 근본주의자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의 신념도 대부분 포기하지 않았다.
유광철과 이인혜 두 재벌 부부는 많은 재산을 기부한 뒤 앞으로 다가올 영생의 시대를 손  꼽아 기다렸다. 물론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누구든 마음이 다치지 않는 한은 평생 일을 놓아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두 부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유광철은 명예회장으로 일했고, 이인혜는 부부의 자선 재단 이사장으로 왕성하게 일했다.
어느 날 유광철은 21살에 인터넷에 갈겨 쓴 독후감 하나를 발견했고 지금도 그 견해에 변함없음을 알고 기뻤다. SF계 빅3의 한 사람인 아서 찰스 클라크가 ‘유년기의 종말’이라는 걸작에서 큰 죄를 범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소설의 마지막에서 지구는 인류의 후손에 의해 장난감이 되어 부서진다. 이 무슨 망발인가! 어머니 지구를 무슨 권한으로 인류가 파괴한다는 것인가? 인류가 모두 우주로 떠남으로서, 지구의 생명권은 마땅히 인류에게서 해방되어 새로운 진화의 길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가야 한다고 유광철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Fin]

2009.07.22
: 동원참치 만드는 회사 회장님의 인터뷰에 필 받아서 쓰기 시작했던 글입니다. 원래는 훨씬 짧았는데 거울의 감평을 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분량이 늘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올바를지 알 수가 없어 걱정입니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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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09.07.23 03:02 댓글 수정 삭제
    발상이 좋네요.
    처음방문이고, 처음글이라 집중해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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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비우스 09.07.25 09:42 댓글 수정 삭제
    소설이니까 과학적으로 올바를지 않을지는 안따지는게 좋을것같아요 ..(궁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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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그라토 09.07.25 14:14 댓글 수정 삭제
    뫼비우스님, SF는 과학적으로 올바라야 합니다.... 제가 제대로 썼는지 의문스러워 부끄러울 따름이에요... 고딩 수준 화학을 쓴 글인데, 제가 고딩 때 과학 공부를 잘 못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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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비우스 09.07.25 17:04 댓글 수정 삭제
    아뇨 타임머신으로 예를 들면요 아직은 그런 기계가 없는데 가정하에 말하는거잖아요.
    뭐 꼭 글쓸때 이론을 넣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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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냐옹 09.07.25 17:55 댓글 수정 삭제
    과학의 분야에도 여러부분이 있고, 타임머신을 예를 든 경우는 위에 글쓴이가 언급한

    과학적인 올바른 지식의 차원과는 다르다고 보여집니다.

    소설가라면 적어도 이론적인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제대로 알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등록되어 있는 소설들 중 몇작품은 아주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그 작품이 좋은지

    좋지 않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허구에 불과한 소설일지라도

    소설 성격상 이론적인 지식이 들어가는 것이 그저 허구일 뿐이라면 그 소설의 수준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글을 쓸 땐 꼭 이론을 넣지 않아도 되지만, 이론이 제시되어

    야하는 글이라면 허구의 타임머신 등을 다루지 않는 이상, 엉터리 이론이 난무하는

    글은 잘 모를 수도 있는 독자들만 현혹시킬 뿐이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더 많이 공부하고 글을 쓰시는 겁니다.

    간만에 수준높은 글을 읽었습니다만, 대중적인 것을 이끄는 요소가 더 플러스 되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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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no 09.07.27 10:43 댓글 수정 삭제
    공상과학소설(SF)라 함은, 과학에 대한 상상력으로 시작해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학적으로 틀리다고 해도, 그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인정받을 수 있는 장르죠. 판타지와는 다르지만, 상상력을 풀어내는 것에 헤퍼지면 안되겠죠. '';
  • No Profile
    근데 공상이란 말은 일본어에서 온 잘못된 표기입니다. 그냥 과학소설이라는 용어가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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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복솔 09.08.05 13:04 댓글 수정 삭제
    정확히는... 공상 과학 소설은 공상 소설(판타지) + 과학소설(에스에프)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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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09.08.18 17:20 댓글 수정 삭제
    첫부분 인상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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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그라토 09.09.11 14:44 댓글 수정 삭제
    문장 주간상을 탓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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