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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티티카카의 눈물

2006.03.16 13:0603.16

  어려서 아팠을 때, 나는 이불을 들고 안방으로 가 어머니의 옆에 누웠었다. 어머니는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고 당신의 베개를 내주었다. 나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자는 수밖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게 없었다.
  오한과 신열이 동시에 올라 부다듯했다. 발이 저릿할 정도로 시려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문득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그 사람들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내가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그들의 얼굴이 혼합되어 내가 전혀 모르는 낯선 형상을 띄기도 했다. 마치 피아노 건반 같은 남극 하늘의 붉고 푸른 오로라처럼, 그들은 그렇게 내 곁을 떠돌다가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샛별이 뜰 때까지 발가락을 곰지락거리며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잠자리를 뒤척이는 내가 걱정스러운 듯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참을 내려다보곤 했다. 내 얼굴을 매만지는 어머니의 손길에선 아득한 곶감 냄새가 났다. 그 고소한 내가 코 속으로 스며들어 전신에 퍼질 수 있기를 바랐다.    
  아침이 되면 어머니는 조린 간장으로 간을 한 미음을 쑤고, 멸치국물에 재워 굴젓으로 양념한 갓김치를 내놓았다. 내가 바짝 마른입에 겨우 한 숟갈씩 넣어 상을 물린 후엔, 바로 반쪽으로 자른 사과를 수저로 갉아 생즙을 내주었다. 사각사각, 단물이 흥건하게 배어 나와 손바닥이 끈적일 때까지 그것을 갉아 먹고 나면 신기하게도 열이 내리는 것이었다.
  내가 애를 긁어냈을 때에도 어머니는 말없이 미역을 넣은 미음을 쑤고 사과를 반으로 갈라 수저로 갉아 내주었다. 나는 안방을 떠나지 않고 어머니 무릎에서 웅크린 채 오래도록 잤다. 그날 밤 꿈에서 나타난 아기는 탯줄을 씹어 먹고 있었다. 피를 뒤집어쓴 모양으로 아기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올려다보았다. 아기에게선 소금기 어린 생선 비린내가 났다. 문득 아기와 나의 그림자가 어둠으로 교합하려고 했다. 나는 슬펐지만 울지는 않았다.
  재인은 떠나기 직전 내게 전화를 걸었었다.
  ―미안해, 나는 볼리비아로 갈 거야.
  재인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너의 8주 된 애를 배고 있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저, 왜 하필 볼리비아야? 라고 되물었을 뿐이었다. 재인은 평상시의 목소리로 그곳에 그것이 나타났기 때문이야, 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몇 분 동안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침묵이 흘렀다.
  나는 곧, 비척거리면서 쓰러질 듯 걷곤 하던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머니는 늘 살아있지 않은 것들과 대화했다. 그들은 커튼 뒤의 옅은 그림자 속에, 곰팡이가 시커멓게 뒤덮은 천장에, 그리고 메마른 머리카락과 엉클어진 하수구 구멍 속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 장대비가 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외출을 삼간 채 안방에 붙어 앉아 그들과 내내 교신했다. 비바람이 불고 나뭇가지가 세차게 창문을 때릴 때, 나는 그것이 어머니가 우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아버지를 조금도 나누어주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연 없었다. 어머니의 잉태 속에는 웅성의 씨앗이 존재하지 않았고 자웅 또한 겨루지 않은 듯했다. 내가 생성되었을 때 어머니는 입덧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태어난 것은 나의 바람이었을까, 어머니의 의지였을까. 어머니는 알을 낳듯이 나를 낳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주문에 의해 사라져버린 것일 수도 있었다. 태어난 딸을 아버지가 먹어버릴 거라고 여기는 것은 어머니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마도 어머니가 항상 대화해오던 것들이 미리 귀띔을 해주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그들을 붙들고 울음을 터뜨리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만 했다.
  나는 재인보다 먼저 전화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흔히 통속적으로 말하는, 거짓말같이 수화기를 먼저 놓아버렸다. 재인은 다시 연락해오지 않았고 정말 볼리비아로 떠난 듯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을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그럴 거라고 예상만 했다. 재인은 필시 볼리비아로 떠났을 것이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인어를 보기 위하여.

「이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이 새와 교미하여 해를 낳았다」
  선생님 시의 첫 구절이 그렇게 시작되지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나는 녹취를 끄지 않고 지나가듯이 물었었다. 그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오랜 미발표 작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되묻는 것 대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두꺼운 양담배를 한껏 빨았다가 한 번에 훅 하고 내뱉는 느낌이었다.
  여성적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아십니까?
  네?
〈햄릿〉의 오필리아는 가련하고 순진한 여성이죠. 타인의 죄를 뒤집어쓰고 여린 여동생, 순종적인 딸, 사랑스러운 연인의 역할을 합일 시키지 못하고 결국 미쳐서 못에 뛰어들고 말아요. 자신의 눈물 속에 자신이 빠져 죽는 거죠. 멋지지 않습니까? 젊고 아름다운, 꽃다운 죽음이라는 것 말입니다.
  오필리아의 죽음이 그 시와 무슨 연관이 있나요?
  내가 죽는다면 그렇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 시는 그즈음 썼던 거예요. 시의 전문을 기억하고 있을 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요?
  오영수 시인은 입술을 비틀면서 웃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진 않지만,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네에게 관심이 많았다. 십여 년 전 고교 시절 때부터 줄곧. 그는 서정주의 계보를 고스란히 잇는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 유미주의 시학을 대표하는 문인으로서 잘 알려져 있었다. 그의 청년시절 썼던 시는 오늘날 대학생 등의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었고, 불혹 육십이 다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작가적 기질을 농염하게 내뿜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한때 그는 내 우상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뒤늦게 대학 진학을 결심한 것은 그의 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문학이 하고 싶었다. 그땐 그렇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였습니다. 죽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던 때였어요. <햄릿> 연극을 보면서 나는 오필리아가 죽을 때 눈물을 흘렸어요.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하는 문제보다 자신의 슬픔에 깊이 잠식되는 오필리아의 죽음으로 나는 다시 한 번 죽음의 미학이란 걸 깨닫게 된 거예요. 생사의 기로가 아닌 죽음 이후의 문제가 내게 대두된 거였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 물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수영은 할 줄 아는데 물속에만 들어가면 도통 헤어 나올 수가 없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물을 마시는 데에도 목구멍이 콱 하고 막히는 겁니다. 세수할 때에도, 용변을 볼 때에도, 부엌 근처에만 가도 물이 자신에게 뛰어들어 죽어버리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요.
  웬일인지 나는 오 시인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토로할 수 있었다. 이십대 중반을 훌쩍 넘긴 늦깎이 대학생인 것은 맞지만 수업 때문에 인터뷰를 하러 온 것은 아니라고. 그냥, 선생님이 한 번 뵙고 싶었다고. 오 시인은 그날 밤 자택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는 자신의 방에 털썩 주저앉아 멕시코산 데낄라를 꺼내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두어 잔을 연거푸 마시더니 숨을 쉬기가 어려운 듯 쿨럭 거렸다. 옅은 호박색의 액체가 오 시인의 입가에서 자꾸 흐느적거렸다. 나는 그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훔쳐내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느라 숨을 삼켰다. 오 시인은 말이 많아졌고 전처 이야기를 자꾸만 꺼냈다. 안나 가발다의 소설처럼 아내는 자신의 동생과 눈이 맞아 어느 날 도망을 쳐버려서, 그런 그녀를 지금도 잊지 못해 자신은 매일 밤 흐느끼노라 주정을 부렸다.
  나는 그의 우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았다. 술기운에 취해 감상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말은 신뢰할 수 없었다. 그저 나는 스트레이트 잔을 손으로 매만지며 오 시인의 굵게 주름진 발등을 주시하다가, 그의 옆에 누워 새우잠이 들었다.
  눈을 감고 다시 맞닥뜨린 「그날」의 터널은 길고 어두웠다. 산을 깎아 만든 도로 위의 인공 터널. 이제 막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질 초여름, 텁텁하게 정체된 대기 속, 나는 터널을 걷고 있었다. 왼편 가장자리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 있었지만, 돌을 아무렇게나 쌓은 채 시멘트를 발라놓아 자칫하면 한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휘청거릴 때마다 운전자들의 나지막한 욕설이 귓가를 스쳤다. 미친년, 죽고 싶어!
  그러니까, 한 발자국만 오른쪽으로 발을 디디면 나는 정녕 죽을 것이었다. 바람과 소리를 몰고 다니는 저 괴물이 기꺼이 나를 집어삼킬 것이었다. 이 한 발자국이 나에겐 삶과 죽음의 기로가 되었다.
  순간 갑자기 생각난 것이 고교생 때 우연히 알게 된 오 시인의 미발표 작이었다. 그 시는 ‘이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이 새와 교미하여 해를 낳았다’라는 구절로 시작되고 있었으나, 워낙 오래전에 읽은 것이라 전문은 기억나지 않았다. 왜 하필 오 시인의 시였을까. 지금 오 시인이 밝혔듯이 그 시가 죽음과 관련이 있다면, 그때 그 시를 연상해 낸 것이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나는 잠결에 몸을 꿈틀거렸다. 이렇게 장딴지부터 허벅지 안쪽을 타고 저릿해져 오는 날이면 이불 속으로 웅크리고 들어가 검은 바다 속의 마녀를 떠올렸다. 그 마녀 뒤에는 어머니가 숨어 있었다. 마녀는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언제나 어떤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나는 두렵지 않았기 때문에 거침없이 마녀의 발가락을 빨았다. 내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실뱀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물거품을 내고 있었다.
  나는 빛을 빨아들이면서 눈을 떴다. 편두통이 몰려오자 가방을 메고 오 시인의 방을 나섰다. 돌아갈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성영화의 정지된 한 장면처럼 재인을 만났다. 초록색 아라베스크 문양이 낯선 베란다에서, 담배를 물고 그 연기에 질식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재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방에서 나온 건가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아이가 전처 밑에 둔 오 시인의 늦둥이 외아들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귀밑에 난 솜털과 짤막하고 단정하게 깎은 머리, 얇은 눈매지만 오롯한 눈썹과 콧대가 그네가 아직 십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종종 여자들을 데리고 오니까 별로 놀라지 않아요. 아직 첫차가 없을 텐데 돌아가시네요. 아, 담배는 오늘 처음 핀 거니까 아버지에게 이르지 말고요. 정말이라니까요. 이것 봐요, 담뱃갑에서 한 개비 자리만 비어 있죠?
  그 역시 술을 좀 먹은 듯했다. 말투는 느릿느릿했고 억양도 거의 없어 이르지 말아달라고 하는 애원조와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다. 담뱃갑을 흔들어 보이는 그네의 팔 동작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초록색 베란다 난간에서 그의 짙은 청록색 머플러가 이루는 묘한 색상 대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재인의 입에 있는 담배꽁초를 빼내 내 입에 물었다. 네 방은 어디니? 투둑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재인은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재인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고 쭈그려 앉아 있는 그를 일으켰다. 나와 마주친 재인의 눈동자는 회색빛을 띠는 보라였다. 컬러 렌즈와 청록색 머플러만 아니라면 그 무엇도 보통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는 아이였다.
  재인은 입술을 옆으로 벌려 흐흐 웃었다. 내가 담배를 필 줄 모른다는 사실을 감지한 듯이. 그는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자신이 가리켰던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점차 세차게 내리붓고 있었다. 지저분한 공원, 그곳에 널려있는 새똥 같은 비…… 냄새.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재인의 뒤를 따랐다. 소낙비는 금방 그쳤지만 쌀쌀한 공기는 자꾸만 목덜미 주변을 맴돌았다. 오 시인은 재인의 침대에 혼자 누워있는 나를 깨웠다. 어느 새 깊은 잠이 든 것 같았다. 오 시인은 재인이 학교엘 갔다고 말해 주었다.

  큰아버지의 부고(訃告)는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았다. 톱을 돌리는 기계 속에 다리가 말려 들어갔다고 했는데, 사인(死因)은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사였다. 어려서 개에 물려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큰아버지는, 평생 목재 가공 공장에서 일했다.
  공단에서는 목재 용기나 단·합판을 만들며 시끄러운 기계를 돌렸고, 주변에서는 철가루인지 나무의 그것인지 알 수 없는 먼지가 흩날렸다. 큰아버지는 언제나 D건설회사 로고가 새겨진 안전모를 쓰고 코까지 올라온 두터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공장은 밤늦게까지 돌아갔고 인부들은 교대로 비번을 정했다. 우리 집은 공장과 멀지 않았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만들었다. 변색으로 누렇게 된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것은 내 것, 연자주빛 매화가 어지럽게 수놓아진 둥근 삼 층 찬합은 큰아버지의 것이었다. 나는 등교를 하면서 늘 공장에 들려 큰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전해야 했다. 큰아버지는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을 보면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것을 말없이 받아들고 천 원짜리 지폐를 쥐어주곤 했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하교 시간이 늦어지자 밤에는 찬합을 도로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때까지 달빛을 받고 뿌옇게 일어나는 먼지가 그 자체로 어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큰아버지 옆에서 이쑤시개를 늘 입에 물고 있던 송곳니가 가슴을 더듬었을 때에도 그랬다.
  송곳니는 인부들 중에도 몹시 젊은 편에 속했다. 그의 입에서는 바나나 껍질 특유의 고린내와 쥐똥이 섞인 악취가 났다. 송곳니가 내 교복 치마를 들어 올리고 속으로 파고 들어올 때 이십 톤의 덤프트럭들은 산짐승같이 으르릉 거렸다. 목재를 절단하는 요란한 기계음 소리가 산짐승의 낮은 울음을 더욱 부추겼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일부러 돌고 돌아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차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 대라도 터널 입구로 들어설라치면 저 멀리에서부터 우우우웅 하는 소음이 났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소리는 점점 커져서 바로 옆에까지 와서는 귀청이 뚫릴 만큼 엄청난 굉음을 내고 사라졌다. 그러니까 새벽이어서, 속도를 올릴 대로 올린 성난 차들이 괴물 같은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나를 빠르게 지나쳐 가곤 했다. 그 안은 길고 깊었지만 아늑하지는 못했다.
  그 이후로 나는 종종 꽃잎을 뜯어먹었다. 어금니로 짓이길 때 본래 향기는 사라지고 배어나온 즙에서는 쓴맛이 났다. 마늘의 비늘줄기나 쑥 뿌리도 뽑아 먹을 수 있을 만큼 나는 쓴 내에 익숙해졌다.
  큰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뒤부터 어머니는 눈에 띄게 초췌해졌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하얗던 어머니의 피부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무튀튀한 빛을 띠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린 서울로 집을 옮겼다. 이사를 하면서 어머니는 커다란 거울이 걸려 있는 화장대와 장롱을 버렸다. 소지품이 그다지 없었던 나는 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받던 날 교복을 찢었다. 나는 그것을 어머니가 버린 장롱 안에 숨긴 채 이삿짐 트럭 위에 올랐다.
  첫 발을 디딘 서울에서 따먹은 이름 모를 꽃잎은 고향의 그것보다 제법 씁쓸했다.  
  
  재인은 늘 상처투성이였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꼭 다른 곳을 다쳐서 왔다. 목덜미 근처에 푸르스름하게 난 상처는 목을 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다.
  재인은 또래 동급생들에게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그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온 적이 있었다. 처음 만났던 날 다리를 절고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실내화 속에 유리조각을 넣어둔 탓이라고 했었다. 아버지도 알고 있지만 그다지 자신의 일에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는 일찍이 그가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거짓임을 알았다. 그는 번번이 거짓과 진실을 혼동했다. 의식적으로 그러는 듯 보이기도 했고, 자기도 모르게 제 안의 무언가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볼 때, 재인이 친구가 없다는 것만은 사실인 듯했다.
  온몸이 젖은 채 내게 찾아와 질 나쁜 학우들의 짓이라고 말했을 때, 재인이 제 몸에 스스로 물을 끼얹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모양으로 어디서부터 걸어온 것일까. 그때 옷을 갈아입기 위해 벗은 그의 팔에는 이전에는 없던 자해 자국이 무수했다. 무심코 눈길이 팔을 향하자 그는 피가 붉은 것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덕분에 기억해낼 수 있었다. 재인이 인어의 피는 투명하다고 말했던 것을. 재인은 거짓말과는 별개로 자신이 인어의 후손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거야. 그곳은 보름달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먼 이국이야. 난 어머니가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것이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해. 나도 언젠가는…….
  실제로 그는 인어에 대한 세상의 모든 자료를 수집한 듯 보였다. 안데르센 동화부터 시작해 원서로 된 고대 희귀본과 논문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인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그의 정신은 온통 그것에 쏠려 있었다.  
  나는 말없이 재인의 멍 언저리에 손을 뻗어 쓰다듬다가 사과를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은수저로 갉아 내주었다. 재인은 자신이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내가 퍼 먹여주는 것을 곧잘 받아먹었다. 끈적이는 사과즙은 재인의 입가와 내 손가락에 개미처럼 들러붙었다. 나는 미묘한 기시감에 몸을 떨었다.
  지난밤 꿈에 나는 바다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다. 지상으로 옮겨가고 싶었지만 바다는 드넓어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탈주의 욕망은 내 안에서 꾹꾹 내려앉아 방광을 짓누르고 있었다.
  어느덧 목재 공장의 흩날리는 먼지와 마치 진공 상태같이 길고 어두운 터널 속을 끝없이 걷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 뒤를 쫓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것들.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비를 맞고 있었다. 내 방광은 점점 무거워지고 불러왔다. 나는 조금씩 오줌을 지렸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바지를 내렸다.
  나는 오줌을 손으로 받아 허벅지를 씻어 내렸다. 질척이는 느낌이 손끝에서부터 전해져왔다. 그리고 시선. 송곳니가 비죽거리면서 어둠 속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나는 히익, 하고 숨을 삼켰다. 나는 알몸으로 송곳니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다시 눈을 뜨니 아까 바다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발을 구르다가 곧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다시는 바다 위를 걸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몸서리쳤다. 내 두 다리가 조류에 휩쓸려 저 멀리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재인은 내 손가락의 사과즙을 혀로 핥았다. 우리는 곧 서로의 혀를 얽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 뭐라고 할 것 없이 한적한 길가의 모텔에서 동침을 하곤 했다. 틀림없이, 아직 십대인 재인은 몹시 서툴렀다.
  아직 젖지도 않은 내 그곳에 그의 손가락이 막무가내로 파고 들어올 때면 신음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인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었다. 재인의 욕망이 고스란히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에 나는 포만감을 느끼고 있었다. 철사가 어지럽게 엉킨 것 같은 굵은 거웃이 나의 그것과 또 엉킬 때, 나는 길고 깊었던 그날의 터널을 떠올렸다.
  ……이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이 새와 교미하여 해를 낳았다.
  오 시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오 시인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나는 재인에게 오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물을 수 없었다. 적어도 재인은 오 시인 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재인은 오 시인의 작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스스로 자각 하지 못할 만큼 재인은 치기 어리지 않았다. 그 증거로 재인은 오 시인의 모든 시를 외우고 있었다. 전처가 종적을 감춘 이후, 오 시인은 학생 시절 때부터 소지하고 있던 습작 노트를 불살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 노트의 사본들은 재인이 가지고 있었다. 오 시인은 현재까지도 그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재인은 나와 만날 때마다 사본을 한 묶음씩 안겨 주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일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이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이……’ 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오 시인의 미발표 작 사본만큼은 넘겨주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시의 다음 구절에 대해 호기심이 커져만 갔다. 단 한 구절만 알고 있어서야 ‘시’를 안다고 하기에는 난감했다. 재인은 분명 그 시를 알고 있었지만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올려다 본 재인의 보라색 눈동자 속에 내 얼굴이 담겨 있었다. 나는 스탠드 불을 끄고 재인과 몸을 다시 한 번 겹쳤다. 재인이 낮게 웃는 소리가 목덜미께로 전해져왔다. 사실 오늘 자퇴했어. 이제 본격적으로 인어를 찾을 거야.

  어머니는 어느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노라고 전해주었다. 메모지를 놓고 가는 어머니의 손에는 크고 작은 부스럼이 일어나 있었다. 어머니는 손톱을 세워 팔과 가슴을 닥치는 대로 긁어댔다. 참을 수 없이 등이 가려울 때에는 웃옷을 벗고 샤워기를 틀어 대기도 했다. 길게 늘어진 젖가슴이 마치 이 세상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욕실에서 나오는 어머니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탄력을 잃은 살에 파묻힌 새까만 유두. 저곳을 이빨로 깨물어가며 그녀의 음기를 다 빨아들였을 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머니는 덜렁거리는 그것을 가리지도 않은 채 부엌과 거실을 오갔다. 중간 중간에도 앙가슴과 처진 아랫배를 긁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애처로웠다. 어머니는 간 질환성 가려움증을 앓고 있었다. 적정한 시기에 그것을 발견했지만 어머니는 어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었다. 어머니는 저녁에 먹은 음식을 간밤에 모두 게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탁한 자줏빛으로 바랜 삼 층 찬합을 찬장에서 꺼내 마른 수건으로 닦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 나는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물결이 일었다. 그것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무엇을 포용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울렁이는 것은 단지, 달그림자가 나를 삼키려고 스멀스멀 산등성이를 올라왔던 그날 밤에 대한 것뿐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오 시인이 남긴 메시지에는 어떤 날짜가 씌어져 있었다. 오늘부터 정확히 한 달 후의 날짜였다. 그밖에는 어떤 내용도 담겨져 있지 않아 만날 약속을 위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나는 오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누구나 귀고스의 반지를 끼고 있는데 이 세상이 만들어낸 강제와 제재에 의해 그 구슬을 자기 쪽으로 돌리지 못할 뿐이지요. 힘은 조금도 들지 않아요. 약간만 돌리면 될 뿐이니까. 누가 보지 않을 때 금기를 범하고 자신의 치욕을 드러내는 것은 본능에 가까워요. 내 귀고스의 반지의 효능은 시라고 하는 형태로 사람들 앞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지요. 이 가짜투성이 세상을, 그리고 허울뿐인 내 자신을 칼로 파헤치듯 유린하고 싶었어요.
  인터뷰 당시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생소한 정서 때문에 소름이 오도독 솟았다. 녹취한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오 시인의 육성은 이미 현실과 비껴나 있었다. 그런 자신이 전처의 귀고스의 반지를 감시하는 강제였다고, 데낄라를 마시던 날 밤 주정을 부렸었다. 전처는 종종 구슬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했고 투명인간이 될 때마다 자신의 동생과 만나 정을 통했다고 했다. 오 시인은 물이 무섭다고 하면서도 데낄라를 들이켜 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의 발밑에 쭈그려 누워 잠을 청하는 것이었다.
  달거리를 거르고 있었다. 종종 몸에서 신열이 들떴다. 나는 바짝 유두가 선 한쪽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문득 창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가 어머니의 긴 한숨처럼 들려왔다. 이제 곧,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은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재인으로부터 볼리비아로 떠난다는 전화를 받은 것은 며칠 뒤의 일이었다.

  택시를 기다리면서 나는 재인이 보내온 소포를 뜯었다. 예전에 도착해 있었지만 멀찌감치 제쳐 두고 열어보지 않던 것이었다. 나는 청록과 보라색을 제외하면 재인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도 갖고 있지 않았다. 장례식장으로 나설 때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소포를 가방 안에 넣은 것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오 시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였다.  
  소포에는 편지와 아주 낡아 보이는 노트 묶음이 들어 있었다. 나는 편지부터 집어 들었다. 재인은 볼리비아 어느 촌마을에 자리를 잡아 잘 지내고 있으며, 최근 출몰했다는 인어에 대한 정보를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잡지사 기자에게서 자세히 전해 듣고 있다고 긴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전문 설비를 갖춘 탐사는 아니지만 인어를 포획하기 위한 전기 그물이라든가 야간에도 선명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수 카메라 이야기 등은 생소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재인은 왜 한국에 있을 땐 하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했다. 꾸물꾸물하게 접어두기만 해서 그것을 어디다가 풀어헤쳤을지 나는 연민마저 느꼈다.
  봉투 속에서 사진 한 장이 함께 딸려 나왔다. 그 안에서는 뭉게구름이 한없이 부풀어 오르고, 거대한 담수가 하늘에 맞닿아 굳건히 떠받치고 있었다. 드넓은 호수 한가운데 작은 카누가 한 척 떠 있었는데 그 위에 삼각대를 어깨에 맨 재인이 홀로 서 있었다. 사진의 한쪽 구석에는 유성 펜으로 휘갈겨 쓴 메모가 있었다.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티티카카를 이루다.
  아, 내가 그이를 눈물로 죽였네!


  나는 재인이 오 시인이 죽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재인은 수면에서 반사되는 햇빛을 견딜 수 없는 듯 눈을 잘 뜨지 못하고 찡그리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재인은 마치 우는 것처럼 보였다.
  다섯 장이 넘는 편지지에도 불구하고 나의 안부를 묻는 구절은 단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분히 고의적인 실수였다. 추신에서는 함께 부친 노트 묶음이 오 시인의 습작 노트 사본의 마지막 여분이라고 씌어져 있었다.
  오 시인의 장례식에는 낯모르는 사내가 상주를 맡고 있었다. 오 시인의 영정에서 녹취 테이프에서 들었던 육성과 같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작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던 것은 나였다. 덥지 않은 데도 속옷까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상객 중에는 유명 문인을 비롯해 학교에서 아는 얼굴들도 종종 보였다. 그들이 나를 발견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오 시인의 사체는 사흘 만에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는 욕조 속에서 손목을 그었다. 다른 한쪽 손목을 선반 다리와 수갑을 채워 스스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발견 당시 수갑을 채웠던 손목에는 수많은 생채기가 있었다고 했다.
  특이한 것은 자살이 분명한데도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었다. 일찍이 그의 습작 노트들은 모두 불태워져서, 어떤 자필의 흔적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전처와의 불화에 대한 우울증과 예술인으로서 일종의 강박증을 자살 원인으로 수사를 종결지었다. 매스컴에 알려진 그의 사망 날짜는, 언젠가 우리 집에 전화를 걸어 그가 메시지로 남겼던 날짜와 일치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묘한 맞물림이었다. 그럼에도 재인이 떠나기 전에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한강대교로 향했다. 그리고 재인의 편지와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 공중으로 날렸다. 공중에서 한껏 부유하던 낱장들이 나비처럼 팔랑거리다 굵은 물결 위에 내려앉았다.
  곧 이어 오 시인의 마지막 사본도 손에 집히는 대로 거칠게 찢었다. 그러나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던 그 미발표의 시 전문도 이 안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멈칫하다 두터운 호치키스 심에 살갗이 뜯겨 나갔다. 나는 사본을 다리 밑으로 영영 놓치고 말았다.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재인은 정말 인어를 만났을까. 내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는 어금니로 꾹꾹 씹어대던 꽃잎의 즙처럼 붉지 않고, 투명했다. ▣
제이
댓글 2
  • No Profile
    배명훈 06.03.16 15:55 댓글 수정 삭제
    좋은데요. 여러가지가 좋지만 인상에 남는 건 구성.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마치 딱 한가지 이야기만 하는 듯, 읽는 사람이 장면과 장면을 넘어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 No Profile
    crowder 06.03.17 21:15 댓글 수정 삭제
    멋진 단편 잘 읽고 갑니다. 어딘가가 따꼼, 하고 찔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글이네요. 멋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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