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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기록된 이야기

2013.03.30 01:1503.30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신이 있었다. 신은 어둡고 혼돈한 세상에 빛이 있으라고 명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빛이 나타났고, 빛은 어둠과 섞이며 세상에 처음으로 색을 가지게 했는데, 신은 그 색들을 분리하면서 빛을 낮이라 칭하고 어두움을 밤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신은 하루, 하루를 보내면서 세상에 땅과 물, 하늘, 동물과 식물들을 만들어냈고, 마지막 날에는 인간을 창조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을 보고 보기 좋았더라며 감탄했다.

 그렇게 신이 만들어낸 세상은 활기로 세계를 가득 매웠다. 하늘과 땅의 숲에서 새들이 지저겼고, 동물들은 광활한 벌판을 내달리며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인간들은 사냥과 무리를 짓고 부락을 만들며 사회를 형성했고, 그 속에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에게 왕이라는 칭호가 붙였다. 왕은 다른 인간들을 대신해 신과 교감하고 교감 중에 얻은 신의 메시지를 다른 인간들에게 전했다.

 그러던 중 인간들은 밤이 왜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밤과 싸우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불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으로 밤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인간은 인간인지라, 밤을 완전히 이기지 못했고, 종종 어둠 속에 먹혀 짐승들의 먹이가 된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자 많은 인간들은 왕에게 달려가 말했다.

 

“왕이여, 신께 청해주십시오. 밤을 없애 달라고. 밤을 없애고 낮만이 존재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왕은 자신들의 백성들의 원성에 신 앞에 서며 말했다.

 

“우리의 창조자 된 이여! 당신의 자녀들이 어둠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이 어둠을 없애주십시오. 우린 어둠과 싸움을 계속했습니다. 저 어둠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왕의 말이 끝난 바로 그때 어둠을, 밤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는 인간들이 왕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왕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왕이여, 어둠은 우리를 위협하지 않습니다. 밤은 그저 왔다가 다시 사라질 뿐입니다. 저들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고요함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그러자 밤을 없애고파 하는 이들이 왕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밤을 없애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말을 듣지 않기를 왕에게 권했다. 왕은 그런 그들의 주장 사이에서 고민했다. 두 쪽다 자신들의 백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왕은 몇 날 며칠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만 병에 걸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앞으로 자신들을 이끌어 줄 지도자는 누구인가?로 왕의 왕국은 떠들썩거렸다. 그때, 어느 한 무리가 나타나 말했다.

 

“왕이 병에 걸린 이유는, 밤을 없애지 말자고 한 이들의 계략일 것이오! 왕이 없다면 우리의 신께 청해 밤을 없애지 못할 테니까, 어쩌면 오래전 타락했다고 알려진 천사들을 숭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오.”

 

 그 말에 왕국의 인간들은 동요했다. 설마?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어둠을 없애는 것에 반대한 이들이 그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며, 저들이 우리를 모함해서 밤을 없애는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는 서로의 주장을 엎고 다시 뒤엎으면서 인간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인간들은 그런 얘기에 귀를 왔다, 갔다하며 양 쪽 중 한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예정되었던 수순이었다는 듯 전쟁을 시작했다.

 그들의 전쟁은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한 세대가 끝나고 한 세대가 새롭게 등장할 때까지. 그들은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신이 나타나 전쟁을 중재하며 말했다.

 

“너희가 너희의 동족을 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아프구나. 그래서 내 친히 너희의 바람을 들어주려 한다. 이 세계를 둘로 나눠, 너희가 원하는 세계에서 살 수 있게 해주마.”

 

 신은 그 말을 끝으로 밤을 없애기를 반대하는 이들과 없애기를 바라는 이들이 사는 세계를 둘로 나누면서, 한 쪽에는 밤과 낮이 번갈아가는 세계로, 다른 한 쪽에는 밤이 없는 오직 낮만이 있는 세계로 만들었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환호했다.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더 이상 밤의 위협에 떨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들의 세계에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밤을 없애기 원했던 인간들은 환호하며 축제를 벌였다. 매년 전쟁이 끝난 그날을 그들의 축제일로 삼았다. 어둠이 사라진, 더 이상 밤으로부터 덜덜 떨지 않아도 되게 해준 신께 감사하는 날로 말이다.

 그들은 낮에 일하며 낮에 잤다. 밤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자지 않아도 힘이 넘치는 것 같았다. 그런 세상은 그들에게 축복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가 점점 쇠약해지다가 쓰러지는 이들이 나타났고, 인간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축복의 세상에서 쓰러질 수 있지? 그 사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말이다.

 인간들은 동요했다. 인간들은 왕에게 몰려가 하소연 했다.

 

“왕이여,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소서. 지금 정체모를 병이 돌고 있나이다. 우리는 그 병이 대체 무엇 때문인지 모릅니다. 밝혀주십시오.”

 

 왕은 그런 자신의 백성의 얘기를 듣고 크게 고민했다. 대체 이 일이 왜 발생하게 된 것인지,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인지 몰랐다. 왕은 신 앞에 무릎 꿇고 기도했다. 주인 되시는 분이시여, 당신의 자녀이자 백성이 크게 고통 받나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겠습니까, 하고 몇 날 며칠씩 기도는 계속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인간들은 하나 둘 씩 쓰러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신하가 왕에게 찾아와 아뢰었다.

 

“존경하는 왕이시여, 지금 밖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나이다. 밤을 옹호하던 이들이 밤을 풀었다고 말이죠.”

 

 왕은 신하의 그런 말을 듣고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밤을 풀 수 있단 말인가? 이곳은 밤은 존재하지 않는 낮만이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정원을 거닐던 중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정원의 나무 밑에 어두운 부분이 생긴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왕은 크게 놀라 모든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이거 큰일인지도 모르오. 저들이 내 궁전까지 밤을 보낸 것 같소. 나무 밑에 어두운 부분이 있었소. 그건 분명 밤이었소. 밤 말이오.”

 

 그리고 왕은 군사들을 시켜 온 나라를 뒤져 밤을 옹호한 이들이 보냈을 지도 모르는 밤을 찾도록 하고, 온 나라에도 방을 붙여 백성들에게도 신고하게 하고는, 왕은 옆 세계로 전갈을 보냈다. 대체 어쩌자고 우리에게 밤을 보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옆 세계의 밤을 옹호한 이들의 지도자가 답신 했다. 답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밤을 보내다니요. 어떻게 밤을 보낼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가 했다는 증거를 보이시오.]

 

 왕은 그런 밤을 옹호한 이들의 지도자의 뻔뻔함에 분노했다. 그는 밤을 옹호한 이들의 지도자의 말대로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자신들의 세상과 그들의 세상을 나누는 경계에 군사들을 집결시키고 단 하나의 밤도 넘어오지 못하게 감시하라고 명령했다.

 왕의 군사들은 그렇게 잠도 자지 않은 채 경계에서의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로 넘어오는 밤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그들의 세상에선 여전히 인간들이 쓰러져 가고 있었다.

 왕은 그런 백성들을 보며 크게 노하며 말했다.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오. 저들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밤을 보내고 있소.”

 

 신하들은 왕의 그 분노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쓰러져가는 이들도 늘어갔다. 왕은 신 앞에 서서 기도했다. 밤으로부터 다시 한 번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누구도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온 세상에 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세상을 밤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그런 세상을 보고 크게 동요했는데, 심지어 경계를 지키던 군사들도 자신들의 임무를 저버리며 도망쳤다. 그들은 신께 부르짖었다.

 그렇게 세상에는 밤이 사라진 지 몇 십 년 만에 밤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밤이 세상을 삼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밤이 물러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밤이 물러간 곳에는 쓰러졌던 이들이 다시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 신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신은 인간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

 

 그들은 그 뜻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이것이 답이라니? 대체 뭐가 신의 답이라는 것인지 그들은 신에게 다시 반문해보았지만, 신은 그들에게, 인간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그런 신의 마지막 말을 갖은 노력을 하며 해석해보려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는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세상에 다시 밤과 낮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인간들은 이게 어찌된 일인지 왕에게 하소연을 했고, 왕은 그 하소연을 다시 신 앞에서, 신에게 말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신은 그들의 말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에는 기록된 바가 없다. 다만, 그들은 다시 우리들처럼 밤과 낮을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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