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쿵쿵.
라디오 음악 소리 사이로 봉고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채혈에 집중하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한 게 실수였다. 간만에 낚인 물고기에 너무 기뻐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다. 세상 일이 그렇게 잘만 풀린다면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사기 행각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두열은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허접한 스티커 몇 장으로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에러였다.
“무슨 일이죠?”
뒷좌석에 누워 헌혈을 하던 여자가 물었다. 두열의 구레나룻을 타고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글쎄요. 주차문제 때문에 그러나 보죠.”
두열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하고 앞좌석으로 와 봉고차 문을 열었다. 경찰관이 봉고차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말했다.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 할지, 흡혈귀 등록증을 보여줘야 할지 두열은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주민등록증을 보여줘도 자신이 흡혈귀라는 것을 조회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열은 좀 뻔뻔스럽게 나가기로 했다.
“주민등록증을 놓고 와서…….”
경찰관은 색이 짙게 들어간 안경을 고쳐 쓰며 두열을 바라보았다. 두열은 안경 뒤의 눈동자가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 흡혈귀 등록증을 보여주세요.”
경찰관이 너무 간단히 말했기에 두열은 놀랐다.
“어떻게 아셨죠?”
“눈동자를 보면 알죠.”
“컬러 렌즈도 꼈는데요?”
“음. 노력은 하셨지만 아쉽네요. 살짝 붉은 기운이 보입니다. 게다가 송곳니는 언제 가신 거죠? 최근에 안 갈았죠?”
“아, 한 삼주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별로 표시 안날 텐데요.”
“납니다. 매주 가시는 게 나을 거 같네요. 그리고 그전에 누가 한밤중에 이런 봉고차로 헌혈을 하러 다닙니까? 너무 수상하잖아요. 게다가 봉고차 옆에 붙인 헌혈 스티커도 너무 후줄근하고요.”
“아, 그렇군요.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를 해야겠네요.”
“다음은 없어요. 흡혈귀 등록증 주세요.”
두열은 멋쩍게 웃으며 지갑에서 흡혈귀 등록증을 꺼냈다.
“나두열씨군요.”
경찰관은 무전기를 이용해 몇 가지 사항들을 확인하고는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흡혈귀는 혈액관련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거 아시죠?”
“…….”
“더군다나 이런 가짜 헌혈차량 흉내 내고 다니면서 피 함부로 뽑고 그러시면 사기죄로 구속됩니다. 게다가 불법주차까지.”
경찰관은 수첩에 다시 무언가를 적으며 물었다.
“흡혈귀가 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한 1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별로 오래되진 않으셨군요. 그래도 이렇게 불법적으로 혈액을 채취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아실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혈액이 궁해서 그만…….”
두열이 머리를 긁적였다.
“요즘은 흡혈귀용 혈액도 많지 않습니까? 마트만 가 봐도 흡혈귀용품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잖아요. 판매 업체도 많아졌고,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게 나오던 데요. 아, 고체 혈액도 있더군요. 보셨습니까? 과자처럼 생겼던데.”
“뭐 저도 사먹긴 합니다만, 요즘 나오는 혈액들은 솔직히 말해서 물을 너무 많이 탔어요. 이게 생수인지 혈액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인 혈액들이 대부분이죠.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종류만 틀리지 다 거기서 거기에요.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새로운 상품을 계속 내 놓는 거죠. 다 상술이에요.”
두열이 침을 튀겨가며 말했다.
“그리고 고체 혈액 이야기 하셨는데, 솔직히 말해서 저도 그거 사먹어 봤어요. 그런데 커다란 포장을 뜯어보면 혈액은 쥐똥만큼 있어요. 이건 내가 혈액을 산건지, 아니면 질소를 샀는데 혈액을 덤으로 끼워준 건지 모를 지경이죠. 게다가 요즘 웰빙 혈액이랍시고 나오는 것들도 보면 죄다 가격만 뻥튀기하고, 포장만 좀 좋아졌지 내용은 더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음, 그건 꼭 혈액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군요.”
“네, 그렇긴 하죠.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혈액의 경우에 그 정도가 좀 심하죠. 필수품이거든요, 흡혈귀에겐. 이렇게 내놔도 팔린다 이거죠. 그래서 저는 좀 더 혈액다운 혈액이 마시고 싶었어요.”
두열이 힘없이 말했다. 마치 선처를 호소하듯이.
“그런 핑계가 이런 범죄행위를 정당시 할 수는 없지요.”
경찰관이 담담하게 말했다. 두열은 시무룩해졌다.
“그런데 꼭 그런 혈액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가격은 좀 비싸지만 100% 혈액 원액으로 판매되는 제품도 많을 텐데요?”
경찰관이 다시 물었다.
“너무 비싸요. 솔직히 말해서 흡혈귀라는 게 돈을 많이 벌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기피하는데다가 야간에만 제대로 활동이 가능하다보니 선택가능한 직업도 제한되어 있고요. 법적으로도 흡혈귀에게 제한되어 있는 직업이 많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만날 계약직으로만 일하다 보니 집도 하나 없고, 오르는 전세금 감당도 힘듭니다. 그런데 그런 고급 혈액을 어떻게 사먹겠습니까?”
“솔직히 말하시는 걸 상당히 좋아하시는 군요.”
경찰관이 비꼬듯 말했다.
“네?”
두열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니 이야기 중에 솔직히 말해서란 말을 너무 자주 쓰셔서요.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 치고 진짜로 솔직한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경찰관의 말에 두열은 난색을 표했다.
“그런……. 저는 진짜 솔직하단 말입니다.”
“뭐, 진짜로 솔직하실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는 대체로 솔직하게 이야기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경찰관의 말에 두열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경찰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질문했다.
“여자 친구를 사귀시는 건 어떻습니까? 고정적으로 혈액도 제공해 줄 텐데요.”
“어휴, 말도 마세요. 요즘 여자들이 어디 돈 없고 직업도 제대로 없는 흡혈귀를 만나주기나 합니까? 게다가 요즘 어느 여자가 공짜로 자기 피를 빨게 해줍니까? 명품가방이라도 하나 사줘야 좀 배불리 빨게 해주죠.”
두열은 냉소적으로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떤 여자들은 맛있는 거 먹고 싶다 해서 비싼 거 먹여놓으면 잘 먹었다 소리도 없이 그냥 집에 쏙 들어가 버려요. 아니 지 배는 배고 내 배는 배도 아닙니까? 배불리 먹여줬으면 ‘피 한 모금이라도 하지 않을래?’ 하고 물어봐 주는 게 예의 아닙니까? 요즘 여자들은 너무 예의가 없어요.”
“꼭 그런 여자들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좀 개념 있는 애들도 있긴 하죠. 그래도 유지비가 많이 드는 건 마찬가지예요. 게다가 괜찮은 애들은 벌써 남자친구가 있죠. 솔직히 말해서 괜찮은 애들이 뭣 하러 흡혈귀를 만나겠어요? 만날 때마다 빈혈 걸릴 일 있습니까? 가끔 흡혈귀에 대한 환상이 있는 여자들이 있긴 하죠.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서 잘생긴 배우들이 흡혈귀역을 하니까 흡혈귀들이 다 미남인줄 알아요. 그렇게 기대치가 높아져 있다가 실제 흡혈귀를 만나게 되면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죠. 왜냐? 옆집 아저씨랑 별 차이가 없거든요. 그럼 물어요. 진짜 흡혈귀 맞아요? 그럼 전 그냥 아무 대답 안 해요. 구지 실망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요샌 흡혈귀들도 흡혈귀 티 안내고 살려고 노력 많이 하죠. 담배 한 대 펴도 되겠습니까?”
두열은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경찰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흡혈귀가 되니까 담배피면서 건강 나빠질까봐 걱정 안 해도 되는 점은 좋더라고요.”
두열이 봉고차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재가 눈에 들어갔는지 눈을 비비고는 다시 한 모금 빨고 말을 이었다.
“전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제가 나이트에 갔어요. 여자를 꼬셔보려고요. 그런데 웨이터가 완전 술이 떡이 된 여자를 하나 데려온 거예요. 일단 밖에 같이 나왔는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업고 모텔로 갔죠. 저는 이게 웬 떡인가 싶어서 피를 빨았죠. 그런데 혈액에 알코올 함유량이 너무 많은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술이 그다지 세지 않거든요. 그래서 취해버렸어요. 전 취하면 자버리거든요. 그래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경찰서더라고요. 그 여자가 강간으로 고소한 거죠. 저는 피 조금 빤 죄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것도 알코올 섞인 피를요. 어쨌든 혐의는 풀렸지만 고생했습니다. 그 뒤로는 함부로 여자한테 안찝적대요. 무서워서.”
두열은 휴지에 침을 뱉은 후 담배를 문질러 껐다.
“알코올도 문제지만 요즘은 인스턴트식품 같은 걸 많이 먹고 해서 그런지 피 맛도 예전만 못해요. 저도 솔직히 말해서 흡혈귀 생활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십년 전과 비교해 보면 요즘 여자들 피 맛이 예전보다 안 좋더라고요. 담배 피는 여자들도 많고요.”
“그럴 수도 있겠죠.”
경찰관은 이제 편하게 앉아서 두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두열도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 흡혈귀에게도 장애등급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서 이것도 일종의 장애라면 장애거든요. 그게 안되면 적어도 생리대처럼 흡혈귀용 선크림 정도는 부가세 면제를 해줘야 한다고 봐요. 낮에 좀 제대로 돌아다니려면 선크림이 필수인데, 비용이 장난 아닌 거 아시잖아요? 아, 잘 모르시나?”
“네. 압니다.”
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열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정부에서 너무 흡혈귀들을 등한시 하는 거 같아요. 흡혈귀들을 위한 정책이 하나도 없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기업들 중에 흡혈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업체가 몇 군데나 됩니까? 다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거 아시잖아요. 아니, 비정규직이라도 채용해주면 다행이죠. 실상은 알바로도 잘 안 써 줘요. 뭐 직원들이 무서워 한데나? 아니 누가 지들 피 빨아 먹는답니까? 사실 직원들 피 빨아먹어 배불리는 건 지들 아닙니까? 그러고 보면 정부나 기업가야 말로 진정한 흡혈귀죠.”
두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흡혈귀가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니고, 그때 사고 났을 때 콱 그냥 죽어버렸더라면 하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뭐 물론 가끔이긴 하지만요.”
“흡혈귀는 어쩌다 되신 거죠?”
경찰관이 물었다.
“음, 교통사고였어요.”
두열은 당시의 일을 떠올리는 듯 잠시 뜸을 들였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시동이 꺼져버린 거예요. 그래서 비상등 켜고 갓길로 이동하려는 순간 뒤차가 들이받으면서 가드레일에 쳐 박혔습니다. 그거도 제가 시동 꺼진다고 두 번이나 정비 받으러 갔었거든요. 그런데 이상 없다고 우기길래 열 받아서 이번만 타고 팔아먹어야지 하는 데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어쨌든 다행인지 불행인지 즉사하지 않고 내장이 튀어나온 채로 끼어있었는데, 휴, 말도 마십시오. 저는 그때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뭐,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요. 당시에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고 회사도 그만둔 상태라 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 상태였거든요.”
두열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어쨌든 그 상태로 죽어가고 있는데, 그때 마침 지나가는 어떤 고마운 흡혈귀 분께서 피를 빨아주시는 바람에 목숨도 건지고 흡혈귀도 된 거죠.”
“그때 그 흡혈귀 얼굴은 기억납니까?”
“음, 당시 의식이 거의 없어서 얼굴은 기억이 안 나지만 눈동자가 빨가면서도 금빛을 약간 띄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장로급 흡혈귀의 경우 금빛이 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장로급 흡혈귀들은 자신의 개인적 판단으로 피를 빨아서 사람을 흡혈귀화 시킬 수 있다더라구요. 상급 흡혈귀도 그게 가능하긴 한데 상부의 허가가 있을 시만 가능하다고 하던데. 그 뭐냐, 흡혈귀 개체 수 유지법이 어쩌고저쩌고…….”
“그렇군요.”
경찰관은 시계를 보더니 무언가를 적은 후 말했다.
“사는 것도 힘들고 또 오늘 처음이고 하신 거 같으니까, 제가 그냥 주차위반 딱지만 떼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열은 벌떡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꾸벅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짓 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럼요. 제가 정신이 잠시 나갔었던 거죠. 절대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일자리도 구할 거 같거든요.”
“무슨 일 하시려고 그러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경찰관이 딱지를 떼면서 물었다.
“아, 그게 말입니다, 저기 경비업체 직원을 하려고요. 야간에 돌아다니는 직업이라 아무래도 저한테 맞죠. 남들보다 힘도 좋고 잘 죽지도 않고. 하하.”
두열은 가볍게 웃었다. 주차위반 딱지로 끝나서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그렇군요. 흡혈귀들이 경호원이나 경비업체 쪽 일을 많이들 하죠.”
“네, 아무래도 육체적인 능력은 좋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운동선수가 금지 직업이 아니었다면, 스포츠계는 흡혈귀들이 죄다 장악했을 겁니다. 저만해도 100미터를 8초에는 뛸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물론 재어보진 않았습니다만. 올림픽 기록이란 기록은 다 깰 수 있을 거예요.”
“양궁이나 사격 같은 종목은 힘들지 않을까요?”
“아, 그렇군요. 그런 종목은 힘들 것 같네요. 하하.”
두열은 웃다가 경찰관의 표정이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면 꽤나 포커페이스의 경찰관인 듯 했다.
“자, 여기 있습니다.”
경찰관은 주차위반딱지를 내밀며 말했다.
“며칠 후에 집으로 통지서가 날아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찰관은 상의 호주머니에 볼펜을 다시 꽂으면서 봉고차 뒷좌석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아가씨. 언제까지 거기 있을 겁니까? 피 다 뽑으셨으면 이제 슬슬 돌아가셔야죠? 아니면 이분이 피를 다 마시는 걸 확인해야만 돌아가실 겁니까?”
경찰관의 말에 반응하듯, 그때까지 없는 사람인 듯 조용히 뒷좌석에 누워 있던 여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역시 그 경찰나리셨구만.”
여자가 경찰을 향해 말했다.
“이제 기억났나 보군.”
여자는 머리를 숙인 채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오늘 이분 덕분에 목숨 건진 줄 아세요. 초보 흡혈귀 아저씨.”
여자는 두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는 경찰관을 한번 흘겨보았다.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힘차게 들어 올리며 봉고차에서 내렸다.
“아는 여자입니까? 방금 그 말이 무슨 말이죠?”
머리가 산발한 두열이 경찰관에게 물었다. 경찰관은 두열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되물었다.
“칼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두열은 대답한 후 안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냈다.
“이런 걸 늘 소지하고 다닙니까?”
경찰관은 두열의 잭나이프를 훑어보고는 물었다. 두열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아, 아뇨. 꼭 그렇지는 않은데 어쩌다 보니 들고 있게 되었네요.”
“새로 들어가는 경비업체에서 필요한 물품인가 보죠?”
경찰관의 물음에 두열의 얼굴이 벌개졌지만 조명이 그다지 밝지 않아 많이 표시나진 않았다.
“그리고 방금 그 여자분 혈액팩도 가져다주세요.”
경찰관의 말에 두열은 뒤쪽 좌석에 있던 혈액팩을 가져왔다.
경찰관은 두열이 가져온 혈액팩을 주저 없이 칼로 찢었다. 혈액이 바닥에 쏟아졌다.
“앗! 무슨 짓이십니까? 어떻게 뽑은 혈액인데.”
두열은 놀라 급하게 저지하려 했지만 경찰관이 혈액을 바닥에 이미 다 쏟아버린 후였다.
“헌터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경찰관은 손에 든 혈액봉투를 털며 물었다.
“헌터요? 예? 설마 방금 그 여자가 헌터란 말씀이십니까?
경찰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라면……. 자기 피를 흡혈귀에게 먹여서 흡혈귀를 죽게 만든다는…….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습니까?”
두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당신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군요. 분명 협회에서 공지한 사항일 텐데요. 이번년도 안내책자 못 받았습니까?”
“그게……. 솔직히 말해서 너무 두꺼워서……. 사실 전자제품을 사든 게임을 사던 매뉴얼은 잘 안 읽어보지 않습니까?”
“전자제품은 고장 나면 고칠 수 있고, 게임은 죽더라도 새로 시작하면 되니까 그렇죠.”
경찰관이 혀를 찼다. 흡혈귀로서 기본이 안 되어있군, 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두열이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 지었다. 경찰관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책자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최근 몇몇 사람들의 혈액에서 흡혈귀가 복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피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인스턴트식품의 영향이라고도 하고, 컴퓨터나 휴대폰 등의 전자파의 영향이라고도 하죠. 또 혹자는 어느 흡혈귀를 증오하는 과학자가 인위적으로 만든 약물을 투여해서 만들어낸 피라고도 하죠. 하지만 어떤 것이든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그것이 흡혈귀에게 해가 된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특정 혈액은 복용만으로 흡혈귀를 사망하게 하는 혈액이 있는데, 그걸 협회는 통칭 블러드타입 X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블러드타입 X의 혈액을 가진 인간들 중에 흡혈귀를 사냥하고 다니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인간들을 헌터라고 하죠. 그다지 많은 수는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방금 그 여자도 헌터이구요.”
아! 두열은 잠시 감탄했다. 그러다가 어떤 의구심이 들어 경찰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시는 겁니까? 혹시?”
두열의 물음에 경찰관은 색이 짙게 들어간 안경을 천천히 벗었다. 붉은 눈동자가 두열을 응시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도 흡혈귀입니다.”
두열은 역시 하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이야, 그런데 경찰을 하시는 걸 보면 대단하신 분 같군요. 보통 흡혈귀는 드물게 특수경찰 쪽으로만 배속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거도 높은 급수의 흡혈귀에 한해서 말이죠.”
“저는 벌써 400년 이상 살아오고 있습니다. 두열씨 같은 초보 흡혈귀가 아니죠. 제가 마음만 먹으면 경찰관이 아니라 더한 직업도 가질 수 있습니다.”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사람, 아니 흡혈귀 보는 눈이 없어서…….”
“두열씨는 아직 박쥐변신 할 수준도 못되실 텐데, 몸을 좀 사리는 게 좋겠습니다. 괜히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가지 마시구요. 하긴 옛날에나 갇혀도 박쥐변신해서 도망쳐 나왔지, 요즘은 교도소마다 흡혈귀용 특수감옥이 다 존재한다고 하더군요. 모기장처럼 촘촘하게 창살이 쳐진 그런 감옥 말입니다.”
“아, 박쥐변신!”
두열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그렇군요. 박쥐변신도 가능한 거군요. 저도 빨리 배우고 싶습니다. 아, 물론 지금 가르쳐 달란 소리는 아닙니다.”
두열이 웃었다.
“박쥐변신하기엔 한참 멀었습니다. 그보다 생존에나 신경 쓰세요. 흡혈귀는 무적이 아닙니다.”
경찰관이 단호하게 말했고 두열은 멋쩍게 웃었다.
“게다가 판매되는 혈액 외에 수집한 혈액에 대해서는 반드시 테스트기로 검사한 후에 드시기 바랍니다. 지금처럼 헌터에게 당하는 일 없이 말이죠. 방금도 제가 그 헌터를 알아보고 수상해서 미행했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벌써 당했을 겁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그 헌터는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얼마 전에 저한테도 혈액을 먹이려고 시도했던 헌터입니다. 저는 의심스러워서 테스트기로 검사해 보았죠. 대놓고 골목길에서 흡혈귀에게 피를 주겠다고 손목을 긋는 여자라니, 충분히 이상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렇군요. 저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의심했을 겁니다.”
경찰관은 과연 그랬을까, 하고 의심하는 듯한 눈치였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고소할 수는 없는 겁니까?”
두열이 물었다.
“무슨 혐의로요? 흡혈귀에게 혈액을 먹이려고 한 혐의로요? 아직 이상혈액 관련법은 없습니다. 생길 리도 없고요. 흡혈귀에게 그렇게 신경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흡혈귀는 외국인근로자나 성전환자 같은 소수자입니다. 아무도 그런데 신경 쓰지 않아요.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죠.”
“인터넷 게시판 같은데 글을 올려서 사람들의 여론을 형성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서명 같은 거도 받고요.”
“악플만 잔뜩 달리겠지요. 누가 흡혈귀 따위를 동정하겠습니까?”
경찰관의 말을 듣고 두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 속을 들여다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경찰관은 허리를 바로 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전갈파는 안됩니다. 거긴 위험해요.”
경찰관의 말에 두열은 깜짝 놀랐다. 너무 놀라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끄으윽-하고 기괴한 신음 소리가 나왔다.
한참을 얼어붙은 채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던 두열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경찰관이 안경을 고쳐 쓰며 뜸을 들였다. 범인을 밝히기 전에 모두가 모이길 기다리는 명탐정처럼.
“경비업체 이야길 하실 때는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쓰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그거 하나만으로 파악한 건 아니고 표정 같은 것도 참조하긴 했습니다만. 그리고 아까 그 칼도 새거였습니다. 새 칼을 품에 지니고 다닌 다는 것은 좀 수상하지 않습니까?”
“설마 그 정도로 전갈파에 들어갈 계획이란 걸 눈치 채셨을 리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두열씨가 여태껏 말한 중에 그 말을 쓰지 않았던 경우는 딱 두 번 있었습니다. 사고가 났던 이야기를 했을 때와, 경비업체 이야기를 했을 때요.”
“사고가 났을 때요?”
경찰관의 말에 두열은 생각했다. 내가 그랬던가 하고. 그런데 사고가 났던 이야기를 했을 때는 무슨 거짓말을 또 했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두열이 고개를 갸웃하자 경찰관은 답을 말하기 시작했다.
“두열씨는 그 당시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고 회사도 그만둔 상태라 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고 했습니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두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제가 두열씨를 발견했을 때, 두열씨는 제게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경찰관의 말에 두열은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라디오에서 노래 한곡이 다 흘러나오고 난 다음에야 두열은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때 그분이시군요.”
경찰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열은 다시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상황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살려달라고 했었는지 어땠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건 그 후에 제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멋대로 재구성했던 모양입니다.”
두열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서 한 모금 빨고는, 길게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맞습니다. 아마 살려달라고 했을 겁니다. 저는 그런 놈이니까요.”
두열은 먼 창밖을 바라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그러다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간 듯 눈을 비볐다.
“그런데 그때는 눈이 황금빛이 좀 났었던 거 같은데 제가 잘못 본겁니까?”
두열이 물었다.
“컬러렌즈입니다. 흡혈귀관련 공식모임에 참석하는 길이었습니다. 관련 모임에 참석할 때 장로급들은 렌즈를 낍니다. 구분하기 쉽게요.”
두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렌즈였군. 두열은 다시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았다.
“저는 어떡해야 할까요? 경찰관님의 말씀이 다 맞습니다. 저는 전갈파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마음 한구석은 불안합니다. 아무리 흡혈귀라 하더라도 범죄조직에 가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다른 마땅한 할 일도 없구요. 먹고는 살아야 하잖아요.”
두열이 고개를 떨궜다. 경찰관은 그런 두열을 보면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사실 제가 전갈파라는 것을 눈치 챈 이유는, 최근 전갈파에서 흡혈귀 한명을 영입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갈파는 위험한 겁니다. 전갈파의 동향은 이미 경찰이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두열씨가 전갈파에 가입하는 순간, 두열씨는 경찰들의 위험흡혈귀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두열은 화들짝 놀라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합법적이고 일반적인 직업을 가지는 게 좋겠지요. 경비업체도 좋고, 장사를 해도 좋고요.”
“그게 힘드니까 문제죠.”
두열은 풀 죽은 얼굴로 말했다.
“음…….”
경찰관은 고민하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무언가 비밀이야기를 하듯 바싹 당겨 앉으며 두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제 말, 오해는 하지 말고 들으세요. 꼭 그쪽세계에 발을 딛고자 하신다면 전갈파 보다는 솔라 컨설팅이 더 낫습니다. 일단 솔라 컨설팅은 합법적인 회사의 형태를 하고 있구요,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수익모델도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고요. 소속 흡혈귀만 해도 5명이나 됩니다. 아무래도 격이 떨어지는 전갈파보다는 솔라 컨설팅 쪽으로 가는 게 좋겠죠. 뭐,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일반 기업체라던가 장사를 하는 게 좋겠지만 말이죠.”
경찰관의 말에 두열은 감탄한 듯 짧은 경탄사를 냈다.
“그렇군요. 솔라 컨설팅이라……. 그런데 흡혈귀가 5명이나 되면 아무래도 제 비중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전갈파에는 한명도 없어서 좀 더 대우를 해 줄 것 같은데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도 흡혈귀를 영입해본 적 없는 전갈파보다 5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솔라가 훨씬 대우가 좋을 겁니다. 흡혈귀끼리 정보교환도 할 수 있을 테고요.”
“그렇군요.”
두열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관은 볼펜을 다시 꺼내 수첩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찢어 두열에게 건넸다.
“만약 생각이 있으시면 이 번호로 전화하셔서 이명국 실장을 찾으십시오. B의 소개로 전화를 했다고 하면 알아들을 겁니다.”
두열은 쪽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명국실장이란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경찰관은 다시 볼펜을 윗주머니에 꽂았다.
“원래 이런 거 소개해주진 않습니다만 두열씨가 흡혈귀가 된 데에는 제 책임도 크기 때문에 그냥 방관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그 쪽지를 사용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처럼 살게 된다면 그게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잘 생각해보시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시면 한번 연락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몇 번이나 도움을 주시다니……. 그런데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다음에 성공하면 꼭 보답해드리고 싶습니다.”
두열이 거듭 인사를 하며 물었다. 경찰관이 손사래를 쳤다.
“그건 밝혀드리기가 좀 곤란하군요. 구지 생색내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그냥 두열씨도 나중에 곤란한 흡혈귀를 만나게 되면 도와주시는 걸로 보답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구나, 존경할 만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모든 흡혈귀의 귀감이 될 만한 존재가 아닌가, 하고 두열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두열씨도 이만 들어가 보세요. 봉고에 붙은 헌혈 스티커도 떼시구요.”
경찰관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두열도 연신 굽신거리며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경찰관은 봉고차 문을 나섰을 때, 맞은편 골목으로 재빠르게 사라지는 그림자를 보았다. 두열은 경찰관의 뒤통수에 대고 다시 한 번 인사를 한 후, 봉고차에 붙은 십자가 스티커와 헌혈이라고 적힌 조잡한 스티커들을 떼어 내기 시작했다.

경찰관이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거기서 경찰관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두열에게 피를 뽑히던, 헌터라 불리던 여자였다.
“다 들었나?”
경찰관의 질문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봉고차 옆에 서서 다 듣고 있었지. 그 인간, 아니 흡혈귀 무진장 찌질 하던걸? 장애등급이 필요하다고? 호호. 하긴 그놈은 장애등급이 있긴 있어야겠더라. 뇌가 없어서 말이야. 호호.”
경찰관이 피식 웃었다. 두열의 앞에선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미소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전갈파에서 가만있을까? 당신, 칼침 맞을 지도 몰라.”
여자가 말했다.
경찰관은 천천히 안경을 벗고, 눈에 손가락을 넣어 붉은색 렌즈를 꺼냈다.
“그런 게 무서우면 브로커짓 못하지. 한두 명도 아니고 벌써 솔라컨설팅에 넘긴 흡혈귀만 해도 이놈 포함 다섯 명인데. 게다가 전갈파로 넘어갈려는 놈을 가로챈 것만도 세 명 째고.”
남자는 꺼낸 렌즈를 아무렇게나 던졌다. 여자가 남자의 팔짱을 꼈다.
“그런데 자기. 그 놈이 사고 당시에 살려달라고 했던 건 어떻게 알았어?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
“미리 알긴.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그럼 어떻게 알고 그런 소릴 한 거야?”
“야, 뒈지게 생겼는데 살려달라고 안 할 사람이 어딨냐! 게다가 그놈 꼬라지를 봐라. 당연히 살려달라고 할 스타일이지! 기운만 있었으면 다리 끄쟁이를 붙잡고 엉엉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을 거다. 낄낄낄.”
“그건 그래. 호호호.”
두 남녀는 큰 소리로 웃었다.
“흐흐. 뭐 그런 녀석이라도 일단은 흡혈귀니까 쓰일 데가 있는 법이지. 그리고 너무 똑똑한 흡혈귀보다는 멍청한 흡혈귀가 나아. 그래야 부려먹기 좋거든. 장기로 치자면 졸이란 말이지. 누구나 자신이 왕이나 장군인줄 알지만, 사실은 졸이거든.  그런데 자기만 그 사실을 몰라. 주위에서 알려주지도 않지. 몰라야 부려먹기도 좋고, 쓰고 버리기도 좋거든. 단물을 쪽쪽 다 빨아먹은 후에 말이야. 아주 쪼옥-쪽. 낄낄.”
남자는 웃으며 여자의 목에 입을 대고 흡혈귀처럼 피를 빠는 시늉을 했다. 여자가 간드러지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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