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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무늘보

2006.07.11 04:0707.11



우리는 걷고 있지만 걷는 법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무수히 많다. 이를테면 55-8호의 조그만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는 나무늘보와 같다. 나무늘보는 일곱 시에 일어나 느릿느릿하게 몸을 씻고 옷을 걸치고 가방을 맨다. 무거우면 더욱 느려지기 때문에 가방은 비어있다. 느릿하게 버스정류장으로 향하고 버스를 탄다. 10km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까지는 30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언덕 위에 있는 학교까지 올라가는 나무늘보는 한 없이 느리다. 겨우겨우 교실에 들어온 나무늘보는 하루 7교시 중 6교시를 잠을 자며 보낸다. 당연하다. 나무늘보이기 때문이다.

나무늘보 얼굴의 학생은 축 쳐진 눈과 언제나 곡선을 그리고 있는 입 때문에 순박해 보인다. 순박하다는 말은 착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어째서 이와 같은 공식이 성립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최근 말이 많은 일진회 중 가장 세력이 크다는 강남연합의 창립자로, 지금은 손을 씻고 짭새들을 피해 조용히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양늑대와 눈물 흘리는 악어를 제외한 전체이나. 혹시 이 둘 중 하나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쓸모없는 생각으로 치부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그는 순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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