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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드라마 각색 어린 왕자

2011.07.30 17:3307.30

시나리오

1. 골목길 : 박스 집 /밤

전봇대들 사이에 가로등들이 밤길을 밝힌다.
가로등들 아래에 박스집들이 일자로 10개정도 놓여있다.
왕자는 비틀거리는 시야로 인마의 박스 집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인마의 박스 집안을 본다.
1평 남짓한 공간에 허름한 옷들과 칼들과 음식과 술병들이 늘어져 있다.

왕자 : (쓰러지며)엄마, 배고파.

왕자는 인마의 박스 집 안으로 들어가 쓰러진다.

2. 골목길 : 아내의 집 /밤
달동네.
인마의 원래 허름한 집.
마루에 어지럽혀있는 잡동사니들.
마루에 떡하니 서있는 인마. 그리고 마루에 앉아있는 아내, 미아.
미아의 손에 들린 하얀 통.

강인마 : ......정말이야!?
이미아 : (마루바닥에 앉아서)뭐가.
강인마 : 장군이.
이미아 : 죽은 지 며칠 됐는데 이제 온 거야?
강인마 : 돈은. 돈 매달 넣어줬잖아.
이미아 : 돈만 넣으면 다 되는 줄 알아?! 애는 너가 집 나갈 때부터 말기였잖아!!  
강인마 : (침묵)
이미아 : (노려보며)역겨워. 너, 사람까지 죽이고 다니니?
강인마 : (놀라며 쳐다본다)
이미아 : 조폭 녀석들이 갑자기 집에 들이닥쳤었어. 널 찾던데? 그리고 너를 지들끼리는 뱀이라고 부르는 거 같았어. 뱀은 뭐야? 촌스럽게. 그 조폭 새끼들이 구상희인가 하는 여자를 죽였냐고 묻던데?
강인마 : (침묵)
이미아 : 꺼져. 죽지도 못하게 왜 하필 지금 나타난 거야?
강인마 : 미안. (무릎 꿇으며, 울컥)미안하다.
이미아 : 나가.
강인마 : (울며)미안하다. 미안, 미안해.

미아, 하얀 통 안의 약을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깜짝 놀라 미아를 쳐다보는 인마.

강인마 : (미아에게 다가가며)뭐, 뭐하는 거야?!! 그거 뭔데?!!

콜록거리며 쓰러져 기절하는 미아.

3. 골목길 : 언덕 /밤
달동네의 가파른 언덕.
인마, 미아를 등에 업고 언덕을 내려간다.
인마, 상념에 사로잡혀 눈물이 주룩 흐른다.


4. 병원 : 응급실 /밤
침대에 눞혀 있는 미아. 주위의 간호사와 의사 한 명.
인마, 의사 옆에서 차분하게 서있다.

강인마 : (지친 목소리)어떤가요?
의사 : 예, 뭐. 시간이 좀 지나면 안정 될 겁니다. 크게 걱정하실 건 없어요.
강인마 : 예?! (하얀 통을 보여주며)이 사람이 먹은 약은 뭐죠? 이걸 먹고 쓰러졌는데.
의사 : (하얀 통에서 약을 꺼내보더니)그냥 비타민인 거 같은데요.
강인마 :......네?

5. 골목길 : 언덕 /밤
달동네의 가파른 언덕.
인마는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강인마 : 죽는 약을 사먹을 라면 제대로 사먹던가. 맨날 속아. 맨날. 등신.

6. 골목길 : 박스 집 /밤
밤.
전봇대들 사이에 가로등들이 밤길을 밝힌다.
가로등들 아래에 박스집들이 일자로 10개정도 놓여있다.
왕자는 비틀거리는 시야로 인마의 박스 집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인마의 박스 집안을 본다.
1평 남짓한 공간에 허름한 옷들과 칼들과 음식과 술병들이 늘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자고있는 왕자.
인마, 당황한다.
얼굴을 자세히 본다. 아들, 장군이는 아니다.

강인마 : (왕자를 깨우며)야, 너, 누구야.
왕자 : (기운없이 일어나며)누구세요..
강인마 : 누구긴 누구야, 여기 주인이지. 넌 누군데. 왜 여기 있어.

7. 골목길 : 슈퍼 /밤
슈퍼 앞의 테이블. 그 위에 빵과 우유.
빵과 우유를 허겁지겁 먹는 왕자.
왕자를 지긋이 쳐다보는 인마.

강인마 : 얌마, 넌 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 집에 누워있었냐?
왕자 : (먹으며)누군데요.
강인마 : (왕자의 귓가에 입을 대고)살인청부업자.
왕자 : (먹으며)그게 뭔데요.
강인마 : 참.
왕자 : (먹으며)돈 받고 사람 죽이는 거예요?
강인마 : (깜짝 놀라더니)하, 참.
왕자 : (먹으며)그럼 고통 없이 죽여주는 거예요?
강인마 : 뭐?
왕자 : (먹다말고, 울먹이는 눈)고통 없이 죽여 주냐고요.
강인마 : (침묵, 지긋이 본다)
왕자 : (침묵)
강인마 : (웃으며, 왕자의 머리에 꿀밤)짜식.
왕자 : 악. 왜 때려요!

8. 골목길 : 박스 집으로 가는 거리 /서서히 동터오는 새벽
인적이 별로 없다.
왕자와 인마, 거리를 걷고 있다.

강인마 : 너, 부모는 어디 있어, 없어?
왕자 : 버렸어요.
강인마 : 뭐?
왕자 : 절 버렸다고요.
강인마 : 얌마. 부모가 널 왜 버려. 잃어버린 거지.
왕자 : (뺨에 흐르는 눈물)아니, 저도 그쯤은 알아요. 버렸어요.
강인마 : (침묵)
왕자 : (눈물을 닦으며)근데, 어쩔 수 없이 버렸을 거예요. 엄마는 착하거든요.
강인마 : (침묵)
왕자 : 아마 절 키울 수 없을 만큼 돈이 부족했을 거예요.
강인마 : (침묵)
왕자 : 아니면 빚쟁이한테 쫓겼거나.
강인마 : (웃으며)참내.
왕자 : 왜 웃죠?
강인마 : (침묵)

9. 골목길 : 박스 집 /새벽
인마, 박스 집 안에 눕는다
왕자, 박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서있다.

왕자 : 들어가도 되요?
강인마 : (왕자를 힐끗 보고)안 돼.
왕자 : (침묵)
강인마 : 장난이야, 얌마. 들어와.
왕자 : 고마워요.
강인마 : 하하하하
왕자 : 왜 웃죠?
강인마 : 장군아.
왕자 : 제 이름은 왕자인데요?
강인마 : 그래? 그렇구나.......왕자야.
왕자 : 왜 그러죠?
강인마 : 미안하다.
왕자 : 뭐가 미안해요?
강인마 : (피식-웃는다)
왕자 : 뭐가 미안한데요?
강인마 : (침묵, 스르르 눈 감는다)

10. 꿈 : 하얀 공간 / 골목길 : 막다른 골목 -밤
(블루 스크린)
텅 빈, 하얀 공간.
그 공간에 홀로 서있는 인마.
어디선가 들려오는 꺼림칙한 웃음소리들.
바닥을 내려다보자, 수많은 얼굴들. -인마가 죽였었던 사람들의 얼굴이다.
인마의 앞에 서 있는 구상희.

구상희 : (울먹이며, 뒷걸음질)아들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아들만은 살려주세요.

구상희의 뒷걸음질 치는 구두.

(막다른 골목으로 전환)
구상희의 뒷걸음질치는 구두.
인마의 손에 들린 칼.
막다른 골목의 벽에 등이 닿는 구상희.

구상희 : (울먹이며, 뒷걸음질)아들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아들만은 살려주세요.
강인마 : (피식 웃는다)웃기고 자빠지셨네.

인마, 구상희를 향해 칼을 찌르려 달려든다.

11. 골목길 : 박스 집 /시간 경과-아침
인마, 눈을 뜬다.
왕자와 인마, 박스 집 안에 누워있다.

왕자 : 아저씨 일어났어요?
강인마 : 응.
왕자 : 아저씨,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강인마 : 뭔데.
왕자 : 아저씨, 죽음은 무서운 건가요?
강인마 : 몰라. 안 잤냐?
왕자 : 전 죽음이 무서워요.
강인마 : 또 푸념이냐?
왕자 :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고통 때문인 거 같아요.
강인마 : (침묵)
왕자 : 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서워서 쉽게 죽을 수가 없었어요. 죽는 건 너무 어려운거 같아요. 그래서 누가 쉽게 죽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저씨는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고 했죠? 저를 쉽게 죽여줄 수 있나요? 대신에 고통 없이요.
강인마 : 고통 없는 죽음은 없어. (감상에 빠져 헛소리하는)고통을 되도록 짧게 겪도록 죽여줄 수는 있지.......그렇다 해도 죽은 이를 기억하는 다른 이가 대신 고통스러워.......(그리곤 자기가 헛소리했다는 생각이 들자, 풋, 하고 웃는다)안자냐?
왕자 : 제가 죽어도 대신 고통스러워 해줄 사람은 없어요. 그렇죠?
강인마 : (침묵)
왕자 : 왜 대답해주지 않죠?
강인마 : 헛소리 말고 자라.
왕자 : 절 죽여주시면 영원히 잠들어 드릴게요.
강인마 : (몸을 일으키며, 발끈)어린놈이 자꾸 죽는다고 하는 거 아냐!! 이 새끼야!!
왕자 : (겁먹는다)
강인마 : (다시 눕는다)
왕자 : 그러면 전 왜 살아가야 하죠? 버려졌는데,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요?
강인마 : (한숨)으휴.
왕자 : 아.
강인마 : (무시)
왕자 : 살인청부업자라고 했죠? 혹시 뱀이라고 알아요? 엄마가 그랬어요. 뱀이 쫓아와서 위험하다고.
강인마 : (눈을 번쩍 뜬다)
왕자 : 엄마가 뱀이라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저를 죽일 거래요. 제가 누구 아들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고는 저를 길거리에 놓고 가버렸어요.
강인마 : (몸을 일으킨다)
왕자 : 아,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아저씨는 제 이름을 알잖아요.
강인마 :  .......(조그맣게)뱀이라고?
왕자 : 네?
강인마 : 아, 아니, 강인마.
왕자 : 특이한 이름이네요.
강인마 : 너, 너도 특이해.
왕자 : 그런 거 같죠? 엄마는 왜 제 이름을 왕자로 지었을 까요?
강인마 : 너, 너희 엄마 이름 알아?
왕자 : 알아요. 구자, 상자, 희자에요.
강인마 : (왕자를 노려본다)구상희.
왕자 : 왜요? 우리 엄마를 알아요?
강인마 : (왕자를 노려본다)

왕자, 인마의 눈빛에 겁먹는다.
인마, 눈을 감는다.

강인마 : (눈 감으며)난....... 못 해.
왕자 : 네?
강인마 : (눈 뜨며)널, 내 아들로 삼을 거야. 괜찮지?
왕자 : 저를요?
강인마 :그래.
왕자 : (미소)정말요? 사실 아까부터 아저씨 아들이 저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어요. 아저씨가 제 생각을 읽은 건 아니겠죠? 지금 막 느낌이.. 삶의 희망 같은 게 생긴 거 같아요.
강인마 : 그래. 앞으로 네 이름은 장군이다. 강장군.
왕자 : 장군이요? 이상한데.
강인마 : 그래야 돼. 그래야 살 수 있어.
왕자 : 네에?
강인마 : (왕자를 끌어안는다)

f.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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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뱀 11.07.30 17:33 댓글 수정 삭제
    짧게 구상해서 쓴 드라마 대본이었는데요,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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