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화장터

2011.10.03 15:4410.03

0
산 자(生者)가 아닌 것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
世界怪奇事件들
세로길이가 20cm정도에 가로길이는 15cm 정도. 두께는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 되는 책이었다.
지호는 그 책을 빼들었다. 손에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책의 중간 부분을 펼치자 지면(紙面)의 사분지 일(四 分之 一)정도를 차지한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진의 상단부분에는 흰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지호는 시선을 옮겼다.
사진 옆에는 문단을 거의 나누지 않아 빽빽해 보이는 글이 인쇄되어 있었다. 지호는 그 글에서 멕시코와 UFO등의 단어를 읽을 수 있었다.  
지호는 책장(冊張)을 몇 장 넘기며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책의 앞쪽으로 가더니 목차를 얼마간 읽다가 책을 덮었다.
그는 책을 들고 사서에게로 갔다. 이 책에 원하는 자료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도서관 개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른 책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학교 도서관은 책이 분야별로 꽂혀 있지가 않아 원하는 책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세계괴기사건들’도 한국문학 부분의 서가(書架)에 꽂혀 있던 책이었다.  
사서는 도서관 출입구 옆에 있는 기역자형 책상 안쪽에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학교 도서관 사서를 1학년이나 2학년이 맡아서 한다.
지호는 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사서는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하게 기른 뒷머리를 머리 위쪽에서 한 갈래로 묶은 소녀였다. 단발이라 뒷목이 시원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책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읽고 있었는데, 내려온 앞머리는 눈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지호는 사서 앞으로 다가가 들고 있던 책을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사서는 갑자기 눈앞에 불쑥 나타난 책 때문에 몸을 움찔 떨었다.
사서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호를 올려다보았다. 앞머리의 끝이 눈썹 약간 위에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사서가 묻는 듯한 눈빛을 지호에게 보냈다.
지호가 입을 열었다.
“현도, 이 책 좀 빌릴게.”
현도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지호에게서 책을 받아들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현도는 책의 가장 뒷면을 폈다. 책의 맨 뒷면에는 종이봉투가 붙어 있었고, 종이봉투 안에는 열람카드가 끼워져 있었다. 현도는 열람카드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책은 덮은 후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열람카드를 책상의 가운데 쪽으로 끌어당기고, 검은색 볼펜으로 열람카드에 대출자의 학년과 반, 번호, 이름을 또박또박 기입해 나갔다.
지호의 시선이 현도의 손가락 끝을 따라갔다.  
현도의 손이 대출일 란에서 멈칫거렸다. 현도는 글을 쓰던 자세에서 3초 정도 가만히 있었다.
그 약 3초 간 현도와 지호 사이엔 침묵이 감돌았고, 그 약 3초가 지난 후에 현도가 지호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면서 침묵은 깨졌다.  
“야, 오늘 며칠인데?”
지호는 바로 대답했다.
“6월 13일.”
“아, 맞다.”
현도는 손을 움직여 대출일 란을 채워 넣었다.
열람카드를 카드함에 넣으며, 현도가 지나가듯 물었다.
“야, 니 이런 데 관심 있나?”  
“응?”
“우리 학년 3반에 기훈이라고 있는데, 아나?”
지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호는 일주일 전에 이 고등학교에 전학 온 학생이었다. 친척관계인 현도를 제외하면 다른 반 학생은 전혀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못했다.
“뭐 하여튼 이런 쪽에 궁금한 거 있으면 그 애한테 물어 봐라. 걔 이런 데 전문가니까.”
자, 현도가 책을 지호에게 내밀었다.
“빨리 받아라, 무겁다.”
지호는 책을 받아들었다.


2
시체, 시체, 시체…….
왜 저런 것들이 마을을 행보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아무 반응이 없는 거지? ……마을에는 안개가 내려 앉아 있다. ……어째서?
……아니, 이 모든 의문 이전에, 왜 시체 같은 게 움직이는 걸까……?
……썩어버린 육신으로……,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어째서?
수백에 달하는 시체……, 행렬.
이윽고 행렬의 가장 뒤에 있던 시체마저 시야에서 사라진다.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망원경을 통해 볼 만큼 떨어져 있지 않은,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집 앞 인가…….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
지호는 망원경을 접어 케이스 안에 넣었다.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3
지호는 3반에 있는 기훈을 찾아갔다. ‘세계괴기사건들’은 지호의 의문을 거의 풀어주지 않았다. 지호는 책에서 소생(蘇生)에 관한 부분을 읽어본 후, 죽었던 사람이 장례식 도중 살아났다는 일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집단을 이루어 행동했다는 사례는 없고, 또 되살아난 사람은 몸이 썩어서 뼈가 드러나기도 한 상태로 살아난 게 아니라 ‘살았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났다는 내용만 있는 것으로 볼 때 어쩌면 자신이 겪고 있는 괴현상이 전대미문의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것 외에는 도움을 받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현도는 교실의 앞쪽 오른편에 있는 남학생들 중 한 명을 가리켰다.
“쟤가 기훈이다.”
현도가 가리키는 쪽에 사람이 몇 없었기 때문에 지호는 현도가 가리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키가 크고 그럭저럭 체격이 있는 남자였다.
지호는 과연 자신이 하는 말을 믿어줄까 걱정하며 기훈에게 다가갔다.
“야, 너 미스터리 같은 거 잘 안다며?”
기훈이 고개를 들어 지호를 봤다. 그리고 당황한 기색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어느새 다가온 현도가 기훈의 뒤에 있는 빈 의자에 냉큼 엉덩이를 붙였다.
지호는 반색하며 확인하듯 물었다.
“잘 안다고?”
“물론.”
옆에서 현도가 끼어들었다.
“야, 지호, 근데 무슨 일인데?”
지호는 얼마간 입을 다물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야.”
지호는 자신이 본 것을 기억나는 대로 자세히 말했다. 자정쯤이 되면 어디선가 나타난 시체들이 마을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간다는 내용이었다.
기훈은 이야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좀비네.”
지호가 반문했다.
“좀비?”
“그래, 좀비. Z.O.M.B.I.E. 네 설명대로라면 그건 좀비이지 싶다. 좀비는 무덤에서 되살아난 시체거든. 아, 참고로 말해두자면 좀비는 미스터리라기 보단 오컬트 쪽이다.”
지호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아?”
“해결? 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야 없애주는 거지. 밤에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자겠어.”
기훈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목을 한바퀴 돌렸다. 뚜둑, 하는 소리가 났다.
기훈이 말했다.
“좀비는 햇빛을 받으면 죽는 편이지. 그래서 낮에는 잠들고 밤에 활동해. 근데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어. 햇빛을 받으면 죽는다는 게 전자기구가 전압의 과부하 때문에 고장 나는 거랑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한 후 기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같이 가자. 네 집에 하룻밤 잘게."
3
지호는 3반에 있는 기훈을 찾아갔다. ‘세계괴기사건들’은 지호의 의문을 거의 풀어주지 않았다. 지호는 책에서 소생(蘇生)에 관한 부분을 읽어본 후, 죽었던 사람이 장례식 도중 살아났다는 일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집단을 이루어 행동했다는 사례는 없고, 또 되살아난 사람은 몸이 썩어서 뼈가 드러나기도 한 상태로 살아난 게 아니라 ‘살았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났다는 내용만 있는 것으로 볼 때 어쩌면 자신이 겪고 있는 괴현상이 전대미문의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것 외에는 도움을 받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현도는 교실의 앞쪽 오른편에 있는 남학생들 중 한 명을 가리켰다.
“쟤가 기훈이다.”
현도가 가리키는 쪽에 사람이 몇 없었기 때문에 지호는 현도가 가리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키가 크고 그럭저럭 체격이 있는 남자였다.
지호는 과연 자신이 하는 말을 믿어줄까 걱정하며 기훈에게 다가갔다.
“야, 너 미스터리 같은 거 잘 안다며?”
기훈이 고개를 들어 지호를 봤다. 그리고 당황한 기색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어느새 다가온 현도가 기훈의 뒤에 있는 빈 의자에 냉큼 엉덩이를 붙였다.
지호는 반색하며 확인하듯 물었다.
“잘 안다고?”
“물론.”
옆에서 현도가 끼어들었다.
“야, 지호, 근데 무슨 일인데?”
지호는 얼마간 입을 다물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야.”
지호는 자신이 본 것을 기억나는 대로 자세히 말했다. 자신의 집은 마을에서는 좀 떨어진 산의 중턱에 있는데, 자정쯤이 되면  다른 산에서 시체들이 나타나 마을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간다는 내용이었다.
기훈은 이야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좀비네.”
지호가 반문했다.
“좀비?”
“그래, 좀비. Z.O.M.B.I.E. 네 설명대로라면 그건 좀비이지 싶다. 좀비는 되살아난 시체거든. 아, 참고로 말해두자면 좀비는 미스터리라기 보단 오컬트 쪽이다.”
지호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아?”
“해결? 뭘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야 없애주는 거지. 밤에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자겠어.”
기훈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목을 한바퀴 돌렸다. 뚜둑, 하는 소리가 났다.
기훈이 말했다.
“좀비는 햇빛을 받으면 죽는 편이지. 그래서 낮에는 잠들고 밤에 활동해. 근데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어. 햇빛을 받으면 죽는다는 게 전자기구가 전압의 과부하 때문에 고장 나는 거랑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한 후 기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같이 가자. 네 집에 하룻밤 잘게.”


3
지호가 이사 온 마을은 가음이었다. 가음의 뜻은 아름다울 가에 소리 음자를 써서 아름다운 소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밤에는 산에서 귀곡성 같은 것이 들려온다는 소문이 있는 마을이었다.
가음에는 삼십여 가구 남짓한 사람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게다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마을이 버스를 타고 20분은 가야 있을 정도로 외떨어진 곳이었다.
지호는 아버지가 외국으로 전근을 가게 된 것을 계기로 가음으로 이사 왔다.  
지호는 이사를 간다는 것 자체가 그리 탐탁치 않았으나, 그렇다고 그것이 결사적으로 거부할 만큼 싫었던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친척인 현도네 집에 맡겨질 예정이었으나, 지호가 자취하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겠다고 말해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뒤늦게야 이럴 거면 그냥 처음 살고 있던 집에 살고 있었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지호와 지호의 부모님이 살던 집은 장똘구를 포함에 넷이 살기에도 너무 넓었었고, 마침 좋은 값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기에 결국 지호는 장똘구와 함께 가음에 이사 오게 되었다.
여러모로 귀찮다는 것만 빼곤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지호는 생각했었다.
지호가 다니는 학교는 지어진 지 40년에 가까운 사립 고등학교였다. 재학생 수는 800명 정도이다. 신입생인 1학년이 300여명으로 인원이 가장 많았고, 지호가 속한 2학년이 250명 정도, 3학년은 2학년과 수가 비슷하다. 학년마다 총 다섯 반이 있고, 지호는 4반이다. 기훈은 3반, 현도는 1반이었다. 2학년의 경우 한 반당 50명 씩 들어가 있어야 하니 교실은 상당히 복잡하다. 시골은 공기가 맑다느니 하지만 교실에서는 도시와 시골이 별 차이 없다고 지호는 생각했다.
방과 후, 2학년 4반이 종례가 일찍 끝났기 때문에 지호는 교문 앞에서 기훈을 기다렸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그를 지나쳐갔다.
3분가량 기다렸을 즈음, 지호는 자기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기훈을 발견했다. 기훈의 옆에는 현도가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지호가 의문이 담긴 눈길로 현도를 바라보자 현도가 웃으며 해명했다.
“뭐, 니 집에 한 번도 안 가봤잖아. ……안 되나?”
지호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어. 자, 가자.”
지호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 옆으로 기훈과 현도가 따라붙었다.
기훈과 현도가 집에 들르느라 버스 한 대를 보내고 다음 차를 탔다.
가음은 학교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간 후 버스를 타고 40여분, 버스에서 내린 후 걸어서 4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호가 앞장서서 걸어갔다.
시간은 오후 6시에 가까웠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정오 때에 비하면 기온은 많이 선선해져 있었다. 매미우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셋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침묵을 깬 것은 현도였다.
버스에서 내린 후 10분 째 걷고 있을 즈음이었다.
“근데 여기 태풍 온다던데.”
나흘 후였던가? 라고 덧붙이더니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를 해주었다.  
현도의 말에 기훈은 그렇지, 라고 말했다.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현도는 옆에서 걷고 있는 지호에게 시선을 옮겼다.
“근데 똘구는 잘 있나?”
별 생각 없이 물어보는 말투였다.
잠시 간격이 있은 후에야 지호는 입을 열었다.
“뭐, 잘 지내.”
그래? 현도는 그렇게 되묻더니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꽤 많이 컸겠지? 안 본지 1년이나 지났잖아.”
다시 셋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지호의 집은 마을과는 꽤 떨어진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위치만 보자면 통나무로 지은 별장이 있을 법하지만, 지호의 집은 콘크리트로 된 2층집이었다.
집 앞의 마당에서 기훈이 걸음을 멈추었다. 지호와 현도도 기훈이 멈춰 서자 따라서 걸음을 멈췄다.
지호가 물었다.
“왜 그래?”
“잠깐만.”
기훈은 그렇게 대답하곤 신중한 눈빛으로 한 곳을 응시했다.
집을 중심으로 집 주위에 얼마간 공터가 있고, 그 다음에는 나무들이 자라 있는데, 기훈의 시선이 향하는 지점은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에서 몇 걸음 앞 쪽에 있는 땅이었다.
땅은 파헤쳐져 있었다.
지호도 그것을 보더니, 굳은 표정으로 설명했다.
“오늘 아침에 봤던 거야. 어제 저녁에는 없었던 걸 보면 아마 밤중이나 새벽에 파헤쳐진 거겠지.”
기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현도는 불안한 기색을 띠며 확인하듯 물었다.
“좀비들이 했다는 거야?”
기훈은 말없이 땅이 파헤쳐진 곳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기훈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땅이 파헤쳐진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꽤나 깊이가 있는 구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구덩이는 사람 한 명이 들어가면 맞을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기훈은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자기가 몸을 넣기에는 길이가 조금 부족했다. 흙냄새가 올라왔다.
기훈은 몸을 일으켰다.
실로 불온한 구덩이다, 라고 생각했다.
구덩이뿐만 아니라 이 산에서도, 마을에서도 기훈은 불온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포위되어 있는 형국인가? 아니, 그보다는 늪에 가깝군.’
기훈은 말을 꺼냈다.
“재밌는 점은.”
기훈은 거기서 말을 멈췄다.
“……아니. 들어가자.”
기훈은 걸음을 옮기다 고개를 돌려 구덩이를 보았다.
구덩이는, 안쪽에서 파헤쳐져 있었다. 땅에 묻혀있던 것이 밖으로 나온 것처럼.
‘지호는 저걸 못 알아차렸을까.’
집안은 가구를 최소한으로 줄인 듯 간소한 분위기가 있었다.
벽 한 면 전체에 벽걸이 시계 하나만 걸려 있는 광경도 보였다. 현도는 감탄하는 기색이었다.
“와, 진짜……, 이런 데 있으면 안 심심하나?”
지호는 어색한 웃음을 입가에 띠었다.
“할 거 많아.”


4
라디오를 켜놓고 화투를 치며 놀았다. 게임기가 있었지만 1인용이라 기훈과 현도가 잠깐 해본 후 그만두었다. 현도는 지호로부터 내일 게임기를 빌려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던 중, 현도는 문득 매미우는 소리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머리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매미소리라는 것이, 어느 순간 나타났다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이란 건 알고 있지만…….
생각을 그만두고, 현도는 마룻바닥 위에 드러누웠다. 지호와 기훈의 시선이 현도에게 향했다.
현도는 팔을 들어 형광등 불빛을 가렸다.
“좀비 나타나면 깨워도.”
그 말을 하고 현도는 눈을 감았다.
지호는 멀뚱히 현도를 보다가 다른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꺼내왔다.
이불을 현도의 몸 위에 던져놓고 지호는 다시 기훈의 앞에 앉았다. 현도는 데굴데굴 굴러 몸을 이불로 감았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이 어두워져 갔다. 현도는 어느새 느리고 고른 숨을 쉬고 있었다. 이불은 바닥에 펴놓아진 상태였다. 이불로 몸을 만 직후, 몸에 감고 있으니 덥다면서 현도가 펴놓은 것이었다.
라디오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바둑알을 집으려던 기훈의 손이 순간 멈칫거렸다.
기훈의 주머니에서는 뭔가가 진동하고 있었다.
기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비슷하게 지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굉장히 음울한 공기군.”
“그렇지.”
지호의 대답에 기훈은 지호를 바라보았다.
“너도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는 거야?”
“응? 아, 뭐 그렇지.”
“너도 영감이 좋은 편이군.”
지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뛰어올라갔다.
지호의 방 역시 아래층처럼 간소했다.
지호는 책상서랍에서 망원경을 꺼냈다. 밖에는 만월에 가까운 달이 떠있었다. 아래층에서는 달이 보이지 않았었기에 지호는 조금 이질감을 느꼈다.
지호는 망원경에 눈을 댔다.
마을이 보였다.
지호의 집이 높은 지대에 있었고, 게다가 2층에서 보고 있었다. 시야는 넓었다.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경. 흡사 조감도 같은 시야.
지호는 기훈에게 망원경을 넘겼다. 기훈은 망원경에 눈을 가져갔다.
희끄무레한 안개……, 그리고 시체들이 마을에 난 넓은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족히 백은 넘어가는 숫자였다.
기훈은 몇 달 전에 했었던 운동회가 떠올랐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집합하고 있을 때였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기훈은 교실에 있었고, 운동장에는 전교생이 절반가량 모여 있었다.
기훈은 교실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았었다.
기훈의 눈에는 좀비들의 숫자는 그 때 운동장에 모여 있던 학생들의 숫자와 비슷해 보였다.
기훈은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둘은 아래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거실을 지나치게 되었다. 기훈이 가지고 온 가방이 거실에 있었다. 기훈은 그 가방을 어깨에 멨다.


5
기훈과 지호는 좀비의 행렬을 뒤쫓았다. 기훈은 2층에서 내려오면서 현도는 깨우지 말자고 말했다. ㅉㅗㅈ는 사람은 적은 편이 더 안전할 거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전등을 가져왔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둘은 되도록 소리가 적게 나게 움직였다. 좀비들은 산길을 걷고 있었다. 길게 자란 풀들이 발밑에 깔리고, 발목부근을 스치며 소리를 냈다.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좀비들의 모습이 가려졌다. 기훈은 시선을 아래에 두고 좀비들이 지나간 흔적을 살폈다.
마을에서 좀비들을 뒤쫓기 시작한 지 30분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기훈과 지호는 좀비들을 따라 산의 반대편에 와 있었다. 산 아래에는 넓은 공터가 있었다. 지호는 행렬의 앞쪽에 있던 좀비들이 그 공터에 모여드는 것을 보다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지호는 손등으로 눈 주위의 땀을 훑어내고 다시 공터를 응시했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느꼈다.
기훈은 자신의 뒤에서 들리던 지호의 발소리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 오한이 전신을 내달렸다.
기훈은 뒤를 돌아보았다. 지호는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기훈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기훈이 말했다.
“뭐 하는데?”
그 목소리에 지호는 흠칫하더니 시선을 움직여 기훈을 내려다보았다.
“뭐라고?”
지호가 멍청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기훈이 다시 말했다.
“뭐하고 있냐고.”
지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손가락을 들어 공터 쪽을 가리켰다.
기훈은 지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처음에는 뭘 가리키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얼마간 자세히 보고 있으니 뭣 때문에 지호가 멍하니 있었는지 기훈은 알 수 있었다.
공터에는 기대한 구멍이 있었다.
“아하?”
기훈은 작게 감탄하며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망원 렌즈를 끼우고 카메라로 구멍이 있는 곳을 살폈다. 공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듯한 그 구멍은 직경 30m정도의 폭을 가지고 있었고, 깊이는 바라볼 수 없는 심연이 도사리고 있는 듯 기훈으로서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좀비들은 그 구멍 안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저 구멍의 정체에 대한 가설을 기훈은 몇 가지 떠올릴 수 있었다. 가설의 수를 줄이기 위해 좀 더 단서를 모을 필요가 있었다.
기훈은 셔터를 눌렀다. 구멍, 좀비, 좀비가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좀비가 흙을 실고 구멍에서 올라오는 모습.
그리고 기훈은 검은 로브를 덮어쓴 자를 찍었다. 로브에 달린 모자를 깊게 내려쓰고 있어서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저 검은 로브가 좀비를 조종하는 네크로맨서(necromancer)일 거라고 기훈은 생각했다.
기훈이 지호를 돌아봤다.
“야, 지호.”
“응?”
지호는 망원경으로 구멍 쪽을 보고 있다가 기훈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기훈은 낮에 했던 질문을 되풀이했다.
“저 좀비들을 어떻게 하고 싶어?”
지호는 기훈이 한 질문의 의도가 뭔지 몰라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곧 정직하게 대답했다.
“그야 일단 없애주는 거지.”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기훈을 걱정스러워 하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할 수 있겠어?”
기훈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은. 그런데 너 님비 현상이라고 알아?”
“님비?”
순간 지호의 안색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의 약자. 한국어로 해석하면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
님비는 주로, 쓰레기 처리장과 같은, 필요하지만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시설이 다른 곳은 몰라도 자기 집과 가까운 곳에는 세워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가리킨다.
‘그러고 보니 무당 같은 사람은 귀신과 친화적인 존재라던데, 기훈도 그런 존재인가?’
지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님비 현상이 뭐야?”
잠시 동안 기훈은 지호를 쳐다보았다.
곧 기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나도 모르니까 물어본 거잖아.”
그렇게 말하고 기훈을 다시 구멍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호는 기훈의 등을 노려보았다.


6
기훈은 시계를 달빛에 비춰보았다. 4시 5분. 기훈은 시선을 돌려 구멍 쪽을 내려다보았다.
좀비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좀비들. 기훈과 지호에게 썩 반가운 모습은 아니었으나, 4시간 가까이 관찰만 하고 있었던 그들이기에 좀비들의 움직임은 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둘은 좀비들을 피해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검은 로브와 좀비들은 그들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좀비가 모두 지나간 걸 확인하고 기훈은 조용히 말했다.
“좀비들은 지금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는 걸 거야. 따라가면 본거지를 찾을 수 있게 되겠지.”
둘은 좀비들의 발걸음 소리에 자신들의 발걸음 소리를 숨겼다.
달빛이 끈적끈적하게 느껴졌다.
다시 마을을 거쳐 가게 되었다. 안개 속으로 진입하는 좀비들. 둘은 그 뒤를 계속해서 ㅉㅗㅈ았다. 좀비들이 어딘가에 멈춰 설 때까지.
마을을 가로지르며, 기훈이 문득 입을 열었다.
“역시 보통 안개가 아니네.”
기훈은 지호에게 경고했다.
“조심해. 아무래도 안개에 수면성분 같은 게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문득 말을 멈추더니 어조를 바꾸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숨을 안 쉴 수는 없는 법이니 경고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
마을을 지나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다. 울창한 나무와 그 나무들이 뿜어내는 독한 향기. 지호는 기계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산속에 계속 있다가는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
좀비들의 등이 보였다. 좀비들과 나무밖에 없는 것 같은 미로. 나무도 마치 등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좀비들이 걸어오는 걸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이상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지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산속은 어두웠다. 나뭇가지들이 달빛을 가리고 있었다. 둘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산 속에 들어선지 19분 쯤 지났을 때, 앞장서 걷던 기훈은 좀비들이 산의 경사면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뒤따라오던 지호도 그 광경을 보았다. 저게 뭐냐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지호는 가까스로 말을 삼켰다. 기훈은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얼마간 생각에 잠겼다.
지호는 좀비들이 모두 동굴에 들어간 걸 보고 나서 목소리를 죽이고 말했다.
“안 ㅉㅗㅈ아가?”
“응?”
기훈이 지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 ㅉㅗㅈ느냐고?”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훈이 웃으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아. 좀비들의 최종목적지는 저 동굴이야. 저기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
지호는 의문을 표했다.
“어떻게 아는데?”
기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소도(小刀)를 꺼내들었다.
“영험한 힘이 깃든 칼이지. 이걸로 좀비들이 어느정도 거리에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 게다가……, 너, 아직 좀비를 퇴치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없지? 저 좀비들을 퇴치하려면 방법을 좀 바꿀 필요가 있거든.”
기훈은 그대로 뒤돌아서서 지호의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호는 어쩔 수 없이 기훈의 뒤를 따랐다.


7
“아, 진짜 짜증나네.”
현도가 신경질적으로 투덜거렸다. 옆에 있던 지호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현도는 기훈과 지호가 자기를 깨우지 않고 둘이서만 좀비를 ㅉㅗㅈ아간 것에 화를 내고 있었다.
지호는 좀비들이 나타났을 때 현도를 깨우지 않은 걸 후회했다. 현도를 깨우지 않은 것은 기훈이 생각이었으나, 현도가 투덜거릴 땐 정작 기훈은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일찍 떠난 후였다.
동굴에서 돌아서서 집으로 왔을 때도 현도는 잠을 자고 있었다. 기훈은 더 자게 놔두고 둘이서 같이 학교에 가는 게 좋겠다고 말하곤 첫차를 타고 먼저 가버렸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리고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는 동안 현도는 생각날 때마다 투덜거렸다. 그리고 현도의 투덜거림은 지호 혼자서 모두 받아야 했다.
잠시 현도가 조용해지자, 지호는 고개를 돌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호는 현도의 태도가 약간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지나칠 뿐만 아니라 이상하다고 느꼈다. 좀비를 못 본 게 그렇게 큰일도 아니었고, 보통 토라진다면 그냥 대화를 안 하는 게 평범한 반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자아이이고,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점일 거라고 생각하며 지호는 의문을 마무리 지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쉬는 시간에 지호는 기훈의 방문을 받았다.
“가음에 너 말고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 있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호는 일단 대답했다.
“한 명 있긴 하지. 영필이.”
영필은 지호와 같은 반이었다. 지호는 고개를 돌려 교실을 둘러보았다.
영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나보네. 근데 걔는 왜?”
“별 일은 아니고. 오다가 아침에 정류장에서 봤거든.”
“그래? 아, 그렇게 빨리 다니네. 어쩐지 집에 갈 때 말고는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지호는 목소리를 낮추고 기훈에게 물었다.
“야, 근데 좀비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기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응?”
지호는 기훈이 한 말이 들리지 않았다는 듯한 얼굴로 되물었다.
“뭐라고?”
“경찰에 신고할 거야.”
지호는 기훈을 데리고 교실을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곤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말을 꺼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경찰에 신고하겠다니.”
기훈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로 좀비가 많으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꼭 어쩔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위험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이럴 바에야 그냥 공권력을 개입시키는 게 나아.”
지호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신고한다고 해도 대체 뭐라고 말할 건데? 좀비들이 돌아다니니까 해결해 달라고? 사람들이 그 말을 믿어줄 것 같아?”
기훈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지. 그리고 좀비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이상한 사람들이 땅에 구멍을 파고 있다고 신고하면 돼. 그럼 경찰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지.”
지호는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것이다.
지호의 얼굴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지호는 기훈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기훈이 말한 방법이 이 좀비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인정하는데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드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인지가.
지호는 입을 열었다.
“성공할까? 경찰이 좀비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가 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경찰에게 맡기겠다는 건 딱히 무당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좀비를 죽일 수 있다는 거잖아. 한 번 죽었던 것을 다시 죽일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지금 그 증거를 보여줄 수 없지만 말이야. 그리고 못 죽인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감옥에 가둬두거나 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좀비는 귀신같은 게 아니야. 엄연히 실체를 가진 존재이지. 일단 좀비가 되는 원인이 나쁜 기운이 머리에 머물러서거든. 그러니까 머리를 부수거나 하면 죽어.”
지호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래.”
지호는 교실로 돌아갔다. 기훈도 자신의 반으로 갔다.
점심시간 때 지호는 점심을 먹은 후 도서관에 들렀다. 이번에도 현도가 사서였다. 현도는 이틀 전처럼 책을 읽고 있었는데, 이틀 전에 읽던 것과는 다른 책이었다.
지호는 반납하기 위해 들고 온 ‘세계괴기사건들’을 내밀며 말을 걸었다.
“이거 반납. 야, 뭔가 좀비에 대해 알 수 있는 책 없을까?”
현도는 책을 받아들었다.
“그런 쪽은 기훈이한테 물어보라니까. 걔가 알고 있는 건 학교 도서관에서 알 수 있는 것보다 많아.”
지호는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 그러나 책은 틀릴 수는 있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아.’
“물어봤어.”
현도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그래.”
“뭐라던데?”
“소용없다더라.”
현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소용없다하면 정말 그렇겠지. 애초에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새삼 의식하면 더 위험하지 않나?”
지호는 시선을 내렸다.
돌아갈까 생각하는데, 현도의 무릎위에 책이 펼쳐져 있는 것이 지호의 눈에 들어왔다.
지호가 물었다.
“뭐 읽고 있어?”
현도는 지호를 쳐다보고는 책을 들어 지호에게 책등이 보이게 했다.
“우리 군의 역사적 사료를 모은 책이다.”
현도가 말했다.
“여기 가음에 대한 기록도 있다.”
현도는 눈을 깜빡이며 기억을 더듬었다.
“고려 말기에 생긴 마을인데, 특이하게 조선시대로 넘어가서도 불교가 숭배를 받았다나봐. 불교와 관련도니 공예품이 많다네. 음, 또 매장이 아니라 화장풍습이 있다는 것도 있고, 최근 걸로는 1800년대 중반쯤인가 전염병이 크게 돌았다더라. 그때 이후로 사람이 많이 줄었지.”
현도는 거기서 말을 마치곤 지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곤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좀비에 대한 기록은 없던데.”
고개를 끄덕이곤 지호는 도서관을 나왔다.


8
기훈은 학교를 마치고 바로 경찰서를 찾아갔다. 길을 설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기훈이 직접 길 안내를 하기로 했다.
산길을 걸어갔다. 기훈의 뒤에는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키가 170cm쯤 되는 남자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키 큰 남자가 기훈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산봉우리에 도달했다. 기훈은 숨을 고르며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해가 떠있을 때 보는 것이어서 그런지 한층 더 기괴하게 느껴졌다.
“저 분지에 구멍이 있습니다.”
경찰관 두 명이 기훈의 옆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셋은 한동안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기훈이 말했다.
“전 이만 돌아가지요. 그 사람들은 자정쯤에 옵니다.”
그리고 기훈은 뒤돌아서 산을 내려갔다.
얼마간 내려가다, 기훈은 뒤를 돌아보았다. 경찰관 두 명이 이미 나무들로 인해 시야에 잡히지 않았다. 기훈은 수풀에 몸을 숨기며 내려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통해 다시 산 위로 올라갔다.
기훈은 구멍을 내려다보던 자리에 왔다. 거기서 내려다보니, 경찰과 두 명은 분지로 내려가고 있었다. 기훈은 발걸음소리를 죽이며 그 둘을 따라갔다.
경찰관 둘은 사진을 찍거나 구멍을 내려다보거나 하며 구멍 근처에서 자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산중이라 해가 금방 저물었다.
칼이 진동했다. 기훈은 칼이 들어있는 주머니에 손을 얹었다. 진동이 잦아들었다. 기훈은 시선을 뒤쪽으로 돌렸다. 좀비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훈은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좀비들은 달빛을 정면에서 받는 위치에서 오고 있었다. 검은 로브가 좀비들의 행렬을 맨 앞쪽에서 이끌고 있었다.
곧 경찰관과 검은 로브가 만나게 되었다. 양쪽은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듯 했지만, 기훈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대화는 1분 정도 진행됐을 때 좀비 둘이 삽으로 경찰관 두 명의 머리를 후려쳐 쓰러뜨리는 걸로 끝이 났다. 기훈은 한기를 느꼈다. 좀비들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경찰관 두 명은 어디론가 옮겨져, 기훈은 둘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걸로 되었다고 생각하며 기훈은 돌아서서 지호의 집 쪽으로 향했다.
“아이고. 잘 자고 있었는데.”
지호는 그렇게 투덜댔다.

9
기훈은 자고 있는 지호를 내버려 두고 먼저 집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이 가까워지니 칼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는 영필이 있었고, 그 옆에 약간 작은 키의 중년남자와 기훈과 비슷한 키의 30대 초반의 남자가 서있었다.
기훈은 길옆에 있는 보리밭에 몸을 숨겼다. 버스 한 대가 지나갔다. 영필이 빠지고, 버스정류장엔 두 사람이 남아 있었다. 기훈은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기훈은 버스 정류장을 멀리 돌아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일단 네크로맨서가 어떤 방법으로 경찰관 두 명을 살린 것이지. 높은 확률로 경찰관 둘은 네크로맨서의 부하가 됐겠군. 흐음. 경찰관은 내 이름은 모르지만 이 교복은 알아봤겠지. 지호랑 착각하지 않은 건 키 때문이겠고. 아, 그러면 내가 학교에 안 가면 내가 범인이란 걸 알아차릴지도 모르겠고. 결국 학교 정문에서 감시하고 있으면 걸릴 수밖에 없겠지만.”
기훈은 느긋하게 옮기던 걸음에 점점 속력을 올리다 나중에는 뛰기 시작했다.


10
지호는 기훈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기훈이 학교에 가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달리 갈 곳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지호는 3반 애에게 물었다.
“기훈이가 자주 학교 오는 게 늦어?”
“그랬으면 학교에 다니고 있겠냐.”
토요일이라 수업은 4교시까지 있었다.
종례 때였다. 4반 담임교사가 어수선한 학생들을 주목시킨 후 한 가지 사실을 알렸다.
“아침에 학교 근처에서 경찰관 한 명이 괴한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담임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겠지.”
담임은 교실을 훑어보았다.
“습격당한 경찰관은 죽었다. 그리고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어.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되도록 빨리 집에 돌아가라. 그런데 영필이는 어디 있어?”
학생들이 영필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말했다.
“2교시 때까진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누가 영필이 만나면 방금 한 말 알려줘라. 종례 끝이다.”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호도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섰다. 지호가 교실 문을 나오니 복도에 있던 현도가 맞아주었다.  
현도가 물었다.
“오늘 니 집에 가도 되나?”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 근데 왜?”
“응? 아, 좀 확인할 게 있어서.”
현도는 어색하게 웃었다.
둘은 곧장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가는 중에 지호가 물었다.
“좀비 때문이야?”
현도는 지호를 돌아보았다. 잠시 간격을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하다.”
“외숙부한테 말 안 해도 되나?”
“아버지? 괜찮다. 어제 말했으니까.”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동안 둘은 그다지 말을 하지 않았다. 지호의 경우 말재주가 없는 편이었고, 현도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집 앞에서 둘은 기훈과 영필을 만나게 되었다.
네 명은 얼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지켜왔던 침묵의 관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넷 모두 시선만은 다른 이들을 향하고 있었다.
기훈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들어가지.”
지호는 정신을 차리곤 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세 명이 그 뒤를 따랐다.
넷은 거실로 가서 각자 자리를 잡았다.
의자에 반대로 앉은 기훈이 이번에도 먼저 말을 꺼냈다.
“뭐부터 말할까.”
기훈은 등받이에 팔을 얹고 그 위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전혀 진지하지 않은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기훈은 지호에게 시선을 주었다.
“일단 내 말을 다 들어봐라. 오늘 새벽에 경찰관 두 분은 네크로맨서의 부하가 되었다. 둘이 버스정류장에 버티고 있었다. 뛰어서 학교로 가니 버스 타고 왔는지 정류장에 있던 경찰 중 한 명이 교문을 감시하고 있더군. 들켜서 도망치다가 어쩔 수 없이 칼로 쓰러뜨렸어. 그 다음엔 택시를 타고 다시 가음으로 가서 정류장에 있던 다른 경찰도 쓰러뜨렸다. 그리고 좀비들이 들어갔던 동굴로 갔지. 낮이라 좀비들은 잠들어 있었어. 계속 가다보니 문이 나왔다. 자물쇠가 걸려 있기에 칼로 자르고 들어갔어. 어떤 방이 나왔다. 평범한 가정집에 있는 방 같았지. 동굴은 어떤 집과 연결되어 있는 거였어. 나는 돌아다니다가 장롱에서 우리 학교 동복을 볼 수 있었다. 가음에서 학교에 다니는 사람은 너를 제외하면 영필이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지.”
영필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묵묵히 기훈의 말을 듣고 있었다. 지호는 힐끗 영필을 보았다.
기훈이 계속 말했다.
“기다리고 있다보니 영필이 돌아왔어. 날 ㅉㅗㅈ아온 거지. 내가 구멍 쪽으로 간 줄 알고 그곳에 갔다가 오느라 늦은 거다. 서로 잘 대화로 풀었으니까, 지호, 좀비들이 널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렇지?”
영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훈이 지호를 돌아보았다.
“자, 이해가 됐나?”
지호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현도가 끼어들었다.
“근데 구멍은 왜 파?”
영필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거기에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돼 있거든.”
“어?”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지.”
옆에 기훈이 그렇게 끼어들었다. 영필이 말했다.
“내 느낌대로라면 나라 전체가 10년 정도 쓸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천연가스는 석유랑은 달라서 공해가 거의 없다고 하지. 환경을 생각한다면 천연가스를 발굴해서 써야 해.”
현도가 무심코 감탄했다.
“오, 그거 굉장한데. 좋은 일 하고 있네.”
지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녀석들 뭔가 머리가 이상해.’
기훈이 지호에게 물었다.
“이걸로 해결됐나?”
그 말에 지호는 자기 의문을 말할까 고민했다. 그때 현도가 입을 열었다.
“아직 다 안 풀렸다.”
기훈이 반문했다.
“뭐가?”
현도는 침착한 안색으로 말했다.
“의문점이.”
모두가 의아한 기색으로 현도를 보았다. 그 시선 속에서 현도가 말을 시작했다.
“내 아는 걸 다 말해볼게. 이거 때문에 여기 왔다.”
현도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점점 호흡하는 양이 줄어들어서 조금 후 평소 같은 호흡으로 돌아왔다.
“내 이 집에 처음 온 날 그 다음날에 우리 군에 대한 역사책 좀 찾아 읽었거든. 가음 좀 알라고. 알아낸 거 말해줄게. 일단 이곳은 다른 마을과는 교류가 거의 없었던 곳이다. 아니, 중요한 거만 말할게. 일단 관심을 가진 건 가음에서 불교가 성행했다는 거다. 이 마을이 조선중기에 만들어진 걸 보면 이상한 일이지. 불교탄압한 건 알고 있나? 어쨌든 더 이상한건 화장풍습이 내려앉아 있다는 거다. 많이 이상하지.”
현도는 마당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생각해보면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니들 알겠나? 뭐냐면 시체를 태워버리면 좀비가 되지 않거든. 맞제?”
영필과 기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도가 말을 이었다.
“요즘에도 화장할 걸. 어쨌든 이건 달리 보면 결국 시체를 태우지 않으면 좀비가 된다는 거다. 책에서 이 내용 읽기 전에 전염병에 대한 기록을 읽었는데, 20세기 초기 였나 그때 마을사람들 거의 다 쓸어버렸다고 하더라. 그때 이후로 이 마을에 사람이 적어진 거다. 어쨌든 이쯤에서 하나 의문점이 생기지. 대체 죽은 시체들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거다. 대체 남은 마을사람들은 시체를 어에 처리했을까. 참고로 화장이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 수백 되는 데 그거 다 태울라면 그거 진짜 장난이 아니거든. 나도 들은 거긴 한데 어쨌든 그렇다더라. 저기 전에 니들 좀비들이 동굴에 들어간다고 했잖아? 대충 알겠더라고. 아마 시체를 다 동굴에다 집어넣은 걸 꺼라. 다 넣고 동굴을 막았겠지. 좀비야 묻어도 땅 파헤치고 나올 만큼 세니까, 아마 통나무로 막고 쇳물이라도 부어서 굳혔겠지?”
현도는 영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영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막아놓은 거 부수느라 힘 좀 들었지. 내 부모님이 좀비가 되시지 않았더라면 아마 혼자선 못했을걸.”
“가음에서 귀곡성 난다는 소문도 그 좀비들 소리 때문이지 싶다.”
현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 좀 마신다.”
지호는 숨을 죽인 채 이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현도가 다 알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에 불안했다.
현도가 돌아와 다시 말했다.
“여태 말한 건 결론이 아니다.”
현도는 다시 마당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말했다. 고저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의문문이었다.
“마당에 구덩이가 하나 있잖아. 대체 뭘 묻었기에 좀비가 된 걸까.”
“나도 그게 궁금했지.”
기훈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는 머리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전부터 똘구 어디 있냐고 물었었는데, 네가 파묻었었나? 니가 이사 온 게 지난주니까 길면 일주일은 묻혀 있었겠네.”
현도는 할 말을 정리했다.
“니랑 기훈이랑 좀비 ㅉㅗㅈ으러 갔잖아. 그때 자다가 개 짖는 소리 때문에 깼거든. 나가보니까 똘구가 있더라고. 시체였지만 어에 알아봐지더라. 니 탓하는 게 아니다. 그냥 사실을 말하라고. 내 생각엔 니는 좀비보단 똘구를 더 무서워했을 것 같은데.”
지호는 숨을 고르고는 가능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놔뒀더니 갑자기 병에 걸려서 죽은 거라고. 뭔가 잘못 먹기라도 한 것 같은데,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현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도 목까지 자를 필요는 없잖아. 그건 좀 잔인하다고. 아무리 그러면 못 움직인다지만.”
그대로 현도는 열불이 난다는 듯한 얼굴로 집을 나갔다.
기훈이 말했다.
“나도 갈게.”
영필은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가 기훈의 뒤를 ㅉㅗㅈ았다.
현도의 옆으로 따라붙으며 기훈이 현도에게 말했다.
“아까 전에 생각난 거긴 한데 말해줄게. 전에 내가 여기를 늪지대라고 했었잖아.”
현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한테 삐지지 마.”
현도가 의식적으로 표정을 풀었다.
“그래, 근데 늪이라는 말 한 적이 있었나? 기억 안 나는데. 근데 왜?”
“아, 갑자기 떠올랐는데 말이야. 늪지대란 게, 왜 그렇게 비유하냐면 늪에 빠져 죽은 사람은 시체가 늪에 가라앉기 때문에 그 사람의 죽음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거든. 근데 천연가스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그 천연가스로 여기 땅에 불을 놓으면 늪이 말라서 사라지는 것처럼 그 좀비가 되는 현상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아니, 실행하자는 건 아니야.”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939 단편 안녕 하루 너구리맛우동 2012.12.15 0
1938 단편 죽음이란 소재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1 mihabun 2006.03.09 0
1937 단편 내 안의 산타클로스1 Nitro 2005.04.28 0
1936 단편 산타 강민수 2013.07.08 0
1935 단편 흔들리는 별의 밤 gock 2013.06.03 0
1934 단편 잭오랜턴 사이클론 2012.07.01 0
1933 단편 하얀 나그네 블루베리 2006.11.23 0
1932 단편 별을 따다줘 룽게 2011.05.05 0
1931 단편 과부들1 몽상가 2009.05.06 0
1930 단편 드라마 각색 어린 왕자1 마뱀 2011.07.30 0
1929 단편 [외계인] 어떻게 처리해야 잘 처리했다고 소문이 날까.1 異衆燐 2007.02.01 0
1928 단편 [번역] 못 하나가 모자라서 - 메리 로비넷 코월 이형진 2011.05.30 0
1927 단편 학교란 이름의 양계장 바람 2004.10.29 0
단편 화장터 목이긴기린그림 2011.10.03 0
1925 단편 쿠소게 마니아 [본문 삭제] 위래 2013.12.07 0
1924 단편 그의 할로윈 별들의대양 2013.10.24 0
1923 단편 몽유기행 민근 2012.12.16 0
1922 단편 내 눈에 콩깍지 2011.04.23 0
1921 단편 마법에 관한 짧은 보고서 루나 2003.08.24 0
1920 단편 디저트3 wicked 2003.11.07 0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