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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람고기 요리법 소개 1

2010.07.05 19:1607.05

음음..안녕 나는 이령이라고해. 내 나이는 나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주민등록상으로는 36살로 되어 있더군. 나는 어린 시절 고아원 앞에 버려졌는데 나를 버린 사람들이 내 신상명세를 전혀 남기지 않고 내 몸뚱이에 옷 조가리만 입힌 채 버렸다더군. 내 참, 내 이름이랑 생일 정도는 알려 줘야 하지 않았나? 그래야 내가 태어난 날 미역국이라도 챙겨 먹을 거 아냐. 나를 버린 내 부모를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부분은 조금 신경 좀 써줬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해. 지금부터 나는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식성을 가진 나의 미각에 대해 너희들에게 소개를 해 볼까해. 뭐 어떻게 생각하면 엽기적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공감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 맛에 대해서 말이지..후훗 그리고 또 다른 이점이 있어. 나는 주민등록상 36세로 되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20대 초반이나 중반으로 보거든. 사람고기는 젊어지는 효소라도 들어있나봐.
나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나 어릴 때부터 사람고기를 먹어왔어. 이렇게 말하는 내가 역겹고 더러워 보이니?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되잖아? 내 이야기를 듣던 말던 그건 니 자유야.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국가 라고. 뭐 요즘은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아무튼 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듣고 내 이야기가 짜증난다면 듣지 않아도 난 상관없어. 내가 지껄이는 이야기를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듣던 난 관심 없어. 난 단지 내 취향에 대해 소개하고 괜찮은 메뉴를 추천하고자 할 뿐이니까 말이야.
내가 처음 사람고기를 먹게 된 이유는 배가 고파서였어. 왜 다른 먹을 걸 놔두고 배가 고프다고 사람고기를 먹었냐고? 그 이유는 고기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지. 쓰레기를 뒤지면 온갖 먹다 남은 쓰레기가 나오기 마련이야. 그런데 그 먹다 남은 쓰레기 중에 고기 조각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거든. 젠장, 고기 좀 먹고 남은 건 나 같은 인간을 위해서 좀 버려주지 고기는 절대 남기지 않더라고. 고깃집을 봐 다른 반찬이나 부수적인 메뉴는 조금씩이라도 남기지만 고기는 배가 불러서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입에다 꾸역 꾸역 집어 넣거든. 토할 때가지 남은 고기는 계속 집어 넣는거야. 그리고 소화제는 왜 먹는 건지. 사람은 참 신기해. 동물도 배가 부르면 먹던 고기를 남기는데 사람은 위가 찢어 질 때 까지 고기를 쳐 넣거든. 왜 그럴까? 이 부분은 나도 잘 모르겠어. 나는 심리학자나, 인류학자가 아니라서 말이야. 하지만 사람고기 요리법에 대해서는 자신하고 있지. 그러고 보니 쓰레기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네. 쓰레기를 뒤지게 된 내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내가 어디에 살고 무얼해야 살아 갈 수 있는지 인식하게 되었을 무렵 나는 판자촌이 그득한 냄새나는 동네에 살고 있었어. 주위의 이웃들은 늙고 병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태어나서 한번도 씻지 않은 듯 온갖 쓰레기 냄새와 지린내를 풍기고 다녔지. 그 동네에서 살고 있던 나에게서도 그런 냄새가 났을 거야. 그 남아 몸이 성한 사람은 온 동네를 다니며 빈병이니, 폐휴지를 모아 고물상에 판 돈으로 생활을 했고 몸이 불편한 이들은 구걸을, 얼굴이 좀 반반한 여자들은 매춘을 했지. 그 속에서 나는 어른 들에게 이리 저리 치이며 구걸을 하며 다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구걸을 하면 누군가 와서 그 돈을 가져버리더군. 내가 주지 않으려고 하면 내 머리를 마구 때렸어. 나는 배가 고팠지만 너무 어렸기 때문에 쓰레기 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 먹을 수 밖에 없었어. 낮에는 구걸을 하러 다녔고 밤에는 쓰레기 통을 뒤졌지 나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얼굴이 기억 나지는 않지만 처지가 나와 비슷해서 곧잘 함께 쓰레기를 뒤지러 다니곤 했어. 하지만 친구는 아니었어. 쓰레기를 뒤져 어쩌다 먹을 만한 것이 나오면 우린 서로 적이 되어 싸워야 했지. 그렇다고 이기는 사람이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야. 그냥 먼저 입에 쳐 넣은 사람이 임자였지. 힘이 센 녀석이 힘이 약한 녀석을 패는 동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녀석이 힘이 센 녀석의 손에 든 먹을 것을 낚아 채 입안에 넣고 삼키면 그만이었거든. 일단 입에 들어가면 아무리 힘이 센 녀석이 때린다고 해도 이미 배속에 들어 간 걸 어쩌겠어. 아마도 이때 쯤이 었던거 같아. 내가 사람고기를 먹게 된게. 이렇게 치열한 삶 속에서 나는 배를 채워야 했고 평소와 다름 없이 쓰레기를 뒤지 던 중에 누가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나자마자 비닐에 싸서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게 된거야.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비닐에는 입김이 서려 있었고 아기는 점점 파랗게 되어 가고 있었어. 아마도 매춘을 하던 여자들 중 하나의 소행인 듯 했지. 내가 그 아기를 본 순간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 줄 알아?
고기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어. 그날 따라 늘 함께 다니던 패거리 애들은 구걸을 하러 간 뒤였고 나는 몸시 배가 고파 쓰레기를 뒤지고 있던 차였거든. 나는 아기가 담겨진 검정 비닐 자루를 들어 올렸어. 묵직하더군. 나는 비닐을 잘 보이기 않게 웃옷으로 슬적 감싸 안았지. 그리고 주위의 눈을 피해 내가 아는 골목길로 빠져 가끔씩 혼자 시간을 떼우는 곳으로 갔어. 허물어져 가는 집 담벼락 사이로 들어가면 벽이 교차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곳은 바람도 들지 않고 지붕은 없지만 꽤나 아늑한 곳이었거든. 나는 아기가 든 비닐을 한쪽 구석에 내려놓고 태울 만한 것들을 그러모았지. 박스, 신문지, 판자등등 고기를 구워먹은 적은 없지만 구걸을 다니면서 본 고기집에서는 불 위에 고기를 올려 놓고 구워먹고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대로 불을 지폈어. 처음에는 불이 잘 붙지 않았지만 곧 불이 점점 타올랐고 나는 비닐을 벗겨내고 아기를 꺼냈어 그리고 그 불길 속으로 아기를 무작정 던져 넣었지. 그래야 익을 거 아니겠어. 그리고 불쏘시개로 불속에 던져 넣은 아기가 골고루 익도록 기다란 나뭇가지를 불쏘시게 삼아 아기를 이리 저리 굴렸지. 불이 너무 세서 그런지  곧 그을리기 시작한 아기가 점점 까맣게 타기 시작하더라고. 고깃집에서 탄 고기는 가위로 잘라 버린 기억이 퍼득 들어서 일단 불속의 아기를 굴려 불 바깥으로 꺼냈어. 고기를 처음 구워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지. 어린 마음에 먹을 것도 없이 다 타버린 건 아닌지 하는 걱정에 그 뜨거운 아기의 다리를 한쪽 잡고 뜯었지. 손에 그으름이 잔뜩 묻었지만 다리는 지익하고 뜯겨져 나오더군. 그 뜯겨진 곳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맛있는 고기 냄새가 피어 올랐어. 고깃집에서 나는 고기냄새와 비슷하면서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만드는 다른 냄새가 코에 휘감겨왔지. 겉은 까맣게 그을렸지만 안쪽은 아주 잘 익었더라고. 나는 불쏘시개로 쓰던 나뭇가지로 그으름을 탁탁 털어내고 뜯어낸 곳의 안쪽에 혀 끝을 살짝 갖다 대 보았지. 너무 뜨거워서 혀를 데어 얼얼했지만 그 얼얼함과 함께 입안으로 고기의 감칠맛이 전해졌지. 그 감칠맛에 나는 그만 고기가 뜨거워 혀가 얼얼해지는 것도 잊고 덥썩 한입 깨물어 뜯었어. 야들야들한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 했지. 된장, 상추, 김치 이런건 다 필요 없었어. 그냥 단지 이 고기의 맛. 그 맛만으로 충분했지.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고기 맛이었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어. 나는 앉은 자리에서 얼마 되지 않은 불에 구운 아기를 다 먹어치웠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포만감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표현하는 그 기분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배가 부른 나는 아직 남아 있는 불씨의 따스함을 느끼며 바닥에 누웠어. 어름같이 차가운 파란색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었지.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만족감에 아주 기분이 좋았어. 하지만 그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지. 왜 산에 올라갈 때 ‘꺼진 불도 다시보자.’ 라는 구호가 생겼는지 알게 해 주는 일이 일어나 버렸거든. 내가 태운 쓰레기의 불씨가 겨울바람에 날려 다른 쓰레기들에 옮겨 붙어 버린 거야. 처음에는 불씨가 그 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뜨거워지는 열기를 느낀 나는 바닥에서 일어나 활활 타고 있는 쓰레기들을 발견하게 되었지. 처음에는 뭐야 에이씨 이러면서 발로 쓰레기에 붙은 작은 불씨들 먼저 꺼가기 시작했어.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확 불어제끼더니 불이 점점 번지기 시작한 거야. 당황한 나는 사람들에게 ‘불이야!’를 외치면서 달려갔어. 불은 금세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판자촌까지 번져 나갔고 마실 물도 부족했던 그 거지 같은 동네 사람들은 불을 끌 생각도 못하고 그저 멍청하게 서서 불구경을 했어. 어떤 정신 나간 거지는 그 앞에서 덩실덩실 춤까지 추더군. 소방차가 왔을 땐 이미 그 동네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린 뒤였어. 뒤늦게 나타난 경찰도 그 동안 방치 했던 판자촌에 이런 일이 일어나자 골치가 아픈 듯 찡그리며 나타나더니 죽은 사람이 있냐고 묻더군. 우린 서로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고 사람들이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어디 선가 나타나는 뜨내기들이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어. 경찰은 그것을 보고 사망자가 없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그 주변을 대충 정리 하고는 무리지어 서있는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보냈지. 나는 내가 버려졌던 고아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어. 정말 이 곳에는 다시 오고 싶지 않았는데...차라리 쓰레기를 뒤지는 생활이 더 나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고아원에서의 생활이라고 하면 일단 밥과 이불이 있다는 것, 주말이면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 자원 봉사자들이 와서 불쌍한 우리를 위해 놀아 주고 간다는 것 정도랄까? 그리고 얼굴이 좀 반반한 아이들은 원장과 조금 더 친해질 기회가 있다는 것, 그래, 나도 원장과 좀 친하게 지내 던 아이 중 하나였지. 처음에는 내가 무슨 짓을 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고 그저 원장에게 예쁨을 받고 있다고만 생각을 했었거든. 그러다가 내가 무슨 짓을 당하고 있었는지 그 고아원에 오랫동안 있었던 나이가 좀 있는 아이로부터 듣고 깨닫게 된 것이니까 말이야. 그랬던 이곳에 다시 돌아오니 제일 먼저 원장이 날 반겨 주더군. 그날 밤 원장은 나를 친히 방으로 부르더니 직접 씻겨 주기까지 했어. 입에서는 구린내가 나는, 그 말라비틀어진 미친 할아범과 같은 침대에서 자야 했지. 나는 다시 고아원에서 나가야 겠다는 생각뿐이었어. 하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 곳에 머물러 있어야 했지. 그런데 말이야 고아원에서 지내면서 종종 생각나는 것이 있었어. 불이 나던 날 먹었던 그 아기의 고기 맛이 잊혀지질 않았거든. 고기라면 아주 가끔 고아원에서도 나왔는데 이상하게 그게 엄청 맛없는 거야. 물론 다른 아이들은 맛있게 먹더군. 나는 내가 처음 느낀 고기 맛만 생각이 나는 거야. 그 판자촌이 그렇게 불타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 버려지는 아기 고기의 맛을 종종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았지.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때의 그 고기 맛이 점점 간절해져 왔어. 그러던 중에 사건이 하나 터졌지. 겨울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원장이 죽어버린 거야.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까지는 좋았는데 머리를 잘못 부딪쳤다나? 물론 이건 경찰이 와서 조사해간 결과였고 고아들 사이에서는 그 동안 원장이 예뻐하던 한 아이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은밀하게 돌았어. 연고가 없었던 원장은 주변 지인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었지. 3일장이었기 때문에 원장은 그 동안 관속에 들어가 있게 되었어. 나는 기회라고 생각을 했지. 물론 원장이 늙긴 했지만 고기 맛은 아기와 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무슨 맛일지 궁금했거든. 어차피 관은 고아원의 소강당에 안치되어 있었고 사람도 거의 없었어. 나는 한 밤 중에 몰래 방을 빠져나와서 소강당으로 향했어. 불빛도 없이 깜깜한 밤이었기 때문에 발을 잘 디뎌야 했어. 까닥 잘못했다간 나도 원장처럼 골로 가는 수가 있었으니까 말이야. 소강당까지는 무사히 왔는데 관 뚜껑을 열려니까 그 무게 때문에 좀 막막하더라고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지렛대 할 만한 것을 찾아보았지. 지렛대의 원리까지 이해하는 건 아니었지만 잠깐 동안 판자촌에 있을 무렵 어른 하나가 막대기로 못이 잔뜩 박힌 나무 상자 여는 것을 본적이 있었거든. 주위를 둘러보다가 다리가 부러져서 구석에 처박혀 있는 의자하나를 발견했어. 다행히 다리가 긴 의자였기 때문에 부러진 의자 다리를 뜯어낼 수 있었지. 나는 관으로 다가가 귀퉁이에 다리를 끼고 관 뚜껑을 들어 보려고 애를 썼어. 쉽지 않았지만 관 뚜껑이 조금 열렸고 나는 그 틈바구니에 손을 집어넣어 옆으로 힘껏 밀었어. 그 안에는 원장이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있더군.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았어. 나는 미리 준비해 온 칼을 들고 어느 부위를 잘라 갈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 팔? 다리?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곳의 살을 잘라내면 흔적이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티가 나지 않을 법한 곳으로 결정을 했어. 나는 원장의 꽉 다물어진 입을 열어야 했지. 시체가 굳어서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입을 열 수 있었어. 그리고 혀를 붙잡고 잡아당기자 턱까지 혀가 비죽 하고 내려왔어. 나는 혀뿌리를 조심스럽게 잘라냈지. 역시 생고기를 자르려니까 잘 안 잘라지더라. 힘과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어. 그렇게 장만한 혀 고기를 휴지에 잘 싸서 주머니에 넣고 관 뚜껑을 닫으려고 했어. 그런데 순간 원장과 친하게 지내던 그 시절이 생각났고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어. 나는 원장의 시신 아래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그의 아래쪽 수의를 벗기기 시작했지. 그래 그의 성기를 잘라버릴 생각이었어. 그런데 그 성기는 제자리에 붙어 있지 않았지. 누군가 그의 성기를 잘라 간 것이었어.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목표물이 제자리에 붙어 있질 않으니 나는 황급히 뒷수습을 하기 시작했지. 수의를 다시 입히고 관 뚜껑을 닫았어. 날씨가 추운 계절 이었는데도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이슬처럼 맺혀있었지. 나는 누가 원장의 성기를 잘라 간 것일까를 생각하며 방으로 갔어. 자리에 누워서도 온통 원장의 성기가 어디로 갔으며 누가 잘라간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았어. 다음 날 일어나서 맛보게 될 혀 고기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그토록 증오하던 원장의 성기 생각뿐이었어. 결국 잠이 들었지만 꿈속에서까지 나타나 날 궁금하게 만들더군. 다음날 날이 밝았지 그 날은 원장의 장례식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과 아이들 모두 소강당에 모여 있었어. 나는 몰래 빠져 나와 뒷산으로 향했지. 주머니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혀 고기를 어떻게 해 먹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야. 이미 고아원 식당에서 소금과 후추도 조금 훔쳐 왔기 때문에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에 군침이 고였지. 그리고 적당한 장소에 도착해서 주변의 낙엽과 나뭇가지들을 긁어모아 불을 붙였어. 이번에는 불이 번지지 않도록 불 주변에 돌을 동그랗게 쌓은 뒤 흙이 좀 많아 보이는 곳에 불을 지폈고 미리 준비해 간 쇠꼬챙이에 혀를 소시지처럼 길게 꽂았어. 처음의 그 아기 고기처럼 홀랑 탈 수도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불 위에서 꼬챙이에 꽂은 혀를 빙글 빙글 돌렸어. 소금과 후추도 솔솔 뿌려가면서 말이야. 혀가 조금씩 익어 가기 시작하자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어. 입안에는 점점 침이 고여 갔고 나는 혀가 적당히 익었다는 생각이 들어 끝을 살짝 깨물어 보았지. 처음 먹은 아기고기처럼 연하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줄곧 내가 맛보고 싶어 하던 고기 맛이었어. 원장이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조금 질긴 느낌도 있었고 말이야. 역시 삼계탕은 영계로 끓여야 제 맛이 난다더니 고기는 어린 고기가 맛이 더 좋은가봐. 나는 꼬챙이를 손에 들고 혀 고기를 조금씩 뜯어서 아껴먹었어. 맛을 음미하면서 말이지. 그 동안 고아원에서 밥을 배불리 먹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그 혀를 통째로 내 입안에 넣었을 테니까 말이야. 혀고기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나는 원장의 성기를 과연 누가 잘라갔을까? 하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 마지막 남은 혀고기 한 입을 입안에 넣고 그 마지막 남은 고기의 육즙을 음미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소강당에서 원장이 들어 있는 관이 나오고 있더군. 혀와 성기가 없는 희한한 시체가 된 채로 말이야.
원장도 죽고 고아원에 새로운 원장 수녀님이 오면서 고아원의 관리가 가톨릭 재단으로 넘어가게 되었어. 먹을 것과 잠자리가 전 보다 더 나아졌고 학교 가는 일도 빼먹으면 안되었지. 물론 나도 나이가 차서 학교라는 곳에 가게 되었어. 학교를 왜 다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의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잖아. 학교에서는 살아가는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과목만 가르쳤지. 차라리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이나, 먹을 것을 구하는 방법처럼 뭔가 건설적인 과목들을 가르쳤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학교에서의 나는 거의 왕따나 마찬가지였어. 애들이 괴롭히지 않는 날이 있다면 그날은 행운의 날이나 다름없을 정도였지. 내가 고아원 출신이라 만만해 보이나봐. 뒤에 숨을 치마가 있는 연놈들은 뭔가 방어막이 있는 셈이니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드나보더라고.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깨우쳤던 나는 그런 애들이 우습고 유치해 보일 수밖에 없었어. 오히려 아이들이 날 괴롭히는 것을 즐기고 있었지. ‘그래 날 실컷 괴롭혀봐. 너희들이 죽으면 그땐 너희들의 살점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주겠어.’ 그 애들은 내가 먹을 것을 노려보듯이 노려보면 움찔 하면서 뒤꽁무니를 빼더군. 그 중에 용기 있어 보이는 녀석은 노려보는 나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했지만, 죽은 고아원 원장으로부터 더한 짓을 당해 왔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어. 나는 그 애들이 살아가면서 겪을 고통과 고뇌를 이미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겪은 셈이나 마찬가지였지. 그런 재미없는 학교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또 다시 사람고기를 맛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어. 원장의 혀고기를 맛 본 이후로 고기를 먹을 기회가 없었거든. 그런 부류의 고기를 구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잖아? 정육점에서 따로 파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나의 고민은 괴롭히는 친구들도 아니었고, 재미없는 학교생활을 어떻게 재밌게 해 볼 까 하는 것도 아닌, 어떻게 하면 사람고기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어. 그러다가 동네에 상여가 나가게 되었지. 이 정보를 좀 빨리 알았더라면 미리 손을 써서 땅 파는 일이 없었을 텐데 하필이면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던 날 동네 뒷산으로 상여 하나가 올라가더라고, 나는 재빨리 뛰었어. 누가 죽었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 고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뿐이었어. 나는 상여가 어디로 가는지 뒤를 밟았어. 구슬픈 종소리와 함께 나가는 화려한 상여를 보니 꽤나 잘사는 집 같던데 고기도 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상여는 산으로 계속 올라가더니 가족 묘지인 듯 한 곳에서 멈췄어. 땅은 이미 파 놓은 상태였지. 나는 대충 묘 자리만 봐 두고 산을 내려왔어. 고아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쓰는 방의 내 자리에 책가방을 놔두고 방에 가만히 앉아 상여가 올라간 산 쪽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바라보았지. 오랜만의 고기라 그런지 내 마음은 온통 설렜어. 이번에는 땅에 묻힌 거니까 어느 부위를 떼어 먹던 내 자유라 이거야. 살을 잘라내고 도로 묻으면 그만이니까. 누가 묻어 놓은 사람을 도로 파내겠어?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땅을 파는 수고를 한 만큼 보람은 있겠더라고. 이날은 하루 종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아원 주위를 서성였어. 어느 부위가 제일 맛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 부엌에서 식칼도 큼지막한 놈으로 한 자루 챙겨놨고, 삽은 고아원 텃밭에 굴러다니는 걸 챙기면 되고, 불을 지필 성냥이랑 된장, 참기름, 소금도 챙겼고, 산에 올라가는 길의 밭에서 상추를 챙겨야지. 이번에는 제대로 고기만찬을 즐겨볼 작정이었어.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워졌지. 같은 고아원 아이가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물어 볼 정도였으니 말이야. 이날따라 해는 무척 천천히 지더군. 석양을 바라보면서 내 입가에는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어. 날이 저물고 저녁밥 시간이 되었지. 나는 밤에 있을 만찬을 위해 밥을 조금 남기기까지 했어. 빨리 취침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지.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조급한 마음은 더해갔어. 드이어 취침 시간이 다가왔지. 그런데 방송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원장 수녀님이 나를 찾고 있다는 방송이었어. 원장 수녀님이 나를 찾을 일이 없는 데 말이야. 나는 내가 뭔가 잘 못한 게 있는지 생각해 보며 원장 수녀님 방으로 갔어. 원장 수녀님 방문을 노크 하고 들어가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니 원장 수녀님 책상에 내가 숨겨 놓았던 식칼이 올려 져 있는 거야. 아니 저게 왜 저기 있는 거지? 속으로 경악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도저히 내가 부엌에서 훔쳐 숨겨 놓은 식칼이 왜 원장 수녀님 책상 위에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어. 원장 수녀님은 엄한 얼굴을 하고는 내게 식칼의 출처를 물었고 나는 부엌에서 가져왔다고 이야기를 했어. 어차피 식칼엔 고아원 이름이 매직으로 크게 적혀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식칼을 왜 가방에 숨겨놨는지 물어 보시더군. 제일 곤란한 질문이었어. “밤이 되면 산에 올라가서 무덤을 판 뒤 사람고기를 자를 때 쓰려고요.” 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잖아. 곤란해 하던 나는 다음 날 가정시간에 경단 만들기를 하는데 칼이 필요 하다고 이야기 했지.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 않고 마음대로 식칼을 꺼내 와서 죄송하다고 덧붙였어. 원장 선생님께서는 한숨을 쉬시더니 피식 웃으시더군. 아무래도 고아들 중에 비뚤어 진 아이들이 많다 보니 내가 식칼을 숨겨 놨다가 나를 괴롭히는 아이를 찌를까 걱정이라도 되셨나봐. 나는 무사히 원장 수녀님 방을 나올 수 있었지만 식칼 대신 과도를 가져가야 했지. 젠장, 과도로 고기를 어떻게 썰란 말이야! 그리고 도대체 어떤 새끼가 내 가방을 뒤져서 식칼을 일러바친 거지? 나는 내 행동을 전 보다 더 조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과도로 과연 고기를 자를 수 있을까를 걱정 하며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 한 밤 중이 되길 기다렸어. 자정이 지나고 수녀님들의 마지막 기도가 끝나고 다들 주무시러 들어 갈 시간이 되었지. 나는 살그머니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왔어. 옷을 주워 입고 준비해 둔 물건들을 매고 고아원을 빠르게 빠져나왔지. 물론 뒤를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어. 다행이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지. 나는 손전등을 손에 들고 산을 향해 뛰었어. 간간이 뒤를 돌아보면서 말이야. 산에 오르기 전에 밭에서 상추를 뜯는 것도 잊지 않았어.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내 발은 나는 듯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지.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면서 갔지만 중간 중간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 지기도 했어. 나는 아픈 것도 모르고 그저 낮에 봐두었던 묘 자리 생각만 하면서 앞을 향해 나아갔어. 그리고 묘들이 있는 곳에 당도했지. 금방 묻어서 때가 입혀져 있지 않은 무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어. 나는 가방과 손전등을 땅에 내려놓고 미친 듯이 땅을 파기 시작했어. 흙을 덮은 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흙은 쉽게 파졌어. 하지만 어른도 아닌 아이가 파기에는 힘이 턱없이 부족했지. 하지만 나의 식욕은 나에게 무한의 힘이 나도록 했어. 땀이 비 오듯 쏟아 졌고 내 옷은 땀에 절어 온 몸에 달라붙었어. 한참을 파 내려 가자. 드디어 관 뚜껑에 삽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군. 나는 삽을 지렛대 삼아 뚜껑에 끼워 넣고 힘껏 내리 눌렀지.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고기를 먹는 다는 생각에 행복한 기분이 충만 된 상태였어. 하지만 관이 열리고 이 기분은 깡그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지. 여름이라 더운 날씨 때문에 벌써 사람고기가 썩고 있더라고. 그 냄새가 주위에 퍼지면서 내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어. 나는 무덤 속에서 기어 올라와 그날 저녁 먹었던 것들을 모두 토해내고 식도에서 위산이 나올 때까지 토를 해댔어. 무덤을 도로 덮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가져갔던 물건들만 도로 챙겨 산을 황급히 내려가기 시작했지. 고기 썩는 냄새가 닿지 않는 곳까지 미친 듯이 산을 내려갔어. 중간에 구르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이마에 골프공만한 혹까지 생겼지 뭐야. 나는 산 아래 상추를 뜯었던 밭까지 내려와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어. 그리고 깨달은 게 있었지 고기는 여름에 빨리 썩는다.
이 날 이후 나는 잠시 동안 고기 맛을 잃어 버렸지. 그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버린 것이었어. 나는 처음에 맛보았던 아기고기의 맛까지도 망각하게 되었지. 어쩌면 오히려 이렇게 된 상황이 나에게 더 나았을지도 몰라. 내가 스스로 사람고기를 구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린 탓도 있었고 현재 살고 있는 고아원에서는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과 수녀님들의 눈을 피해야 했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내 뒤통수를 노리는 누군가도 있었고 말이야. 당장은 고기를 먹지 않아도 살아 갈 수 있었지만 내 몸은 사람고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어. 나도 모르게 그 맛을 내 혀가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썩은 고기의 기억도 흐려져 갔고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갔어. 그리고 사람고기의 그 맛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지. 성인이 되어 고아원 바깥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내가 찾은 직업은 시체안치소 일이었어. 이곳 이라면 고기를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지. 시체안치소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고기가 유입 되었어. 물론 그 중에는 주인이 있는 고기도 있었고 없는 고기도 있었지. 주인이 있는 고기들은 깨끗이 닦아 관에 내어 나갔고 주인이 없는 고기들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잠시 보관 하다가 우리 쪽에서 처분을 했어. 나는 그런 고기들을 노리고 있던 것이었지. 오랫동안 고기를 맛보지 않아 고기 맛이 가물가물 해질 때 즈음 난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야. 본격 사람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었지. 합법적으로 말이야. 버리는 고기를 내가 처분해주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교묘하게 고기를 잘라가야 했어. 처음에 내가 시도한 고기는 뺑소니차에 치인 걸인이었는데 나이는 50대 중반쯤 되는 남자였어. 사고로 다리가 잘려 나갔고 그로인해 출혈이 심한데다 길바닥에 버려진 채로 오랜 시간 있었기 때문에 출혈 과다로 사망한 시체였어. 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주민등록이 이미 오래 전에 말소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거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어. 나는 내가 당직을 서는 날, 고기를 살짝 잘라 가기로 결심했지. 내가 잘라 가고자 하는 부위는 잘려진 다리 쪽이었어. 이미 잘려진 다리가 조금 더 잘려진다고 해서 티가 날 것 같지는 않았거든. 냉동실에 넣어 놓은 고기는 단단하게 얼어 힘이 좀 들어가긴 했지만 자르기에 매우 편리했어. 처음으로 고기를 잘라가는 거라 살짝 긴장한 탓에 고기를 조금 만 챙기기로 했지. 1근 정도를 잘라서 신문지에 쌓아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사무실 냉장고에 두었다가 퇴근 할 때 고기를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가방에 몰래 숨겨 넣어 가지고 나왔어. 몇 년 만에 맛보는 사람고기였기에 나는 조금 흥분한 상태였지. 고기를 집 냉장고에 넣어 두고 동네 마트로 나간 나는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소스와 야채들을 준비하고 맥주도 두 병 샀어. 집으로 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손에 든 비닐을 박자에 맞춰 앞뒤로 흔들며 걸어가고 있었지.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는 것이었어. 나는 누구지? 하고 뒤를 돌아보았어. 그러자 고아원에서 함께 자랐던 선배가 서있더군. 나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어. 그 선배는 나보다 몇 년 일찍 고아원에서 독립해 살고 있었는데, 내가 살게 된 동네에서 먼저 살고 있었나 보더라고. 간단히 안부를 묻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뒤 다음에 만나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고는 헤어졌어. 같은 동네에 같은 고아원 출신이 살고 있다니 반갑기도 했지만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버너에 불판을 올리고 고기를 꺼내 굽기 좋게 자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불판에 고기를 얹고 고기가 조금씩 익어 가는 동안 야채를 씻고 상을 준비 했지. 중간 중간 고기가 잘 익고 있는지 한 번씩 확인을 했어. 상이 차려지고 모든 준비가 아주 완벽했어. 냉동실에 넣어 두어 살짝 얼은 맥주를 마지막으로 꺼내고 나는 드디어 젓가락을 손에 쥐었어. 고기를 집어 떨리는 마음으로 기름장에 고기를 살짝 찍어 입안에 넣었지. 그 맛은 날 정말 황홀하게 만들었어. 그 옛날 내가 처음 맛보았던 아기고기의 기억이 떠올랐어.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한번 씩 씹을 때 마다 육즙이 입안에 맴돌았고 기름장이 고소함을 더 해 주었지. 나는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했어. 그리고 상추에 고기를 올리고 마늘에 된장을 찍어 함께 쌈을 만들어 먹기도 했지. 함께 곁들인 맥주의 청량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었고 나는 계속해서 고기를 맛보았어. 나는 고기 한 근을 게눈 감추듯이 먹고 난 뒤에도 고기가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 하지만 남은 맥주를 마시며 그 아쉬움을 달래야 했어. 몇 년 만에 맛본 사람고기는 내 입에 불을 당겼고 나는 사람고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은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어. 아무래도 내일 좀 일찍 출근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고기를 조금 더 잘라와야겠다고 생각했지.
다음 날 나는 일찌감치 출근을 했어. 고기를 더 잘라갈 생각에 긴장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갔지. 그리고 다리 잘린 사람고기가 들어있는 냉동 칸을 열었어. 그런데 내가 잘라간 부위보다 더 많은 부위가 없더라고. 분명 내가 허벅지 반절까지 잘라갔었는데 열어 보니 사타구니 있는 부분까지의 고기가 없어져 있는 것이었어. 나는 놀란 마음에 그 고기가 있는 문을 닫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돌아와 커피 한잔으로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어. 도대체 누가 잘라간 걸까? 나 말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나와 같은 식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가? 나는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그리며 누가 고기를 잘라갔을지 생각해 보기로 했어. 그리고 일하는 중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잘 관찰하기 시작했지. 내 행동도 조심해야 했어. 그리고 나는 사람고기에 대한 식욕을 자제해야 했지.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전까지 고기에 손을 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어. 시체 안치소에는 나빼고 총 6명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어. 시체를 닦는 일이나 옮기는 일은 아르바이트생과 장례주관업체 사람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이곳에 들락거리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 일단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는 시체를 부검하는 의사 1명, 그 의사 밑에 의사를 거드는 레지던트 의사 1명과 여자 간호사 1명이 있어. 그리고 사무관리 하는 아주머니 1명, 잡일 하는 아저씨 1명, 나는 시체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과 시체 처리 부분을 맡아 하고 있는데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선배 한명이 더 있었지. 이 6명 중에 누군가 사람고기를 잘라간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고기를 잘라간 사람도 궁금했지만 그 이유도 궁금했지. 먹기 위해서? 아니면 팔기 위해서? 물론 내가 먹을 고기를 가로 채간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어. 일을 하면서도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다 보니 함께 일하는 선배로부터 꾸중을 듣기까지 했지. 이 선배의 행동거지도 신경 쓰고 있었는데 별다른 건 없었어. 며칠이 지나도 사람들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어. 나는 점점 사람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에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고 범인을 찾지 않고 고기를 잘라 간다면 오히려 내가 꼬리를 잡힐지 모른 다는 불안감에 함부로 고기를 가져 갈 수 없었지. 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고 신원미상의 시체 한구가 우리 시체 안치소에 들어오게 되었어. 자살을 한 사람이었는데 찾는 사람도 없었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린 덕분에 터져 죽은 상태였지. 이런 시체는 우리 시체 안치소에서 처분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곳에 보관하게 되었어. 나는 분명 저번에 다리를 잘라간 사람이 이 신원미상의 고기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게다가 터져 죽었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뜯어 잘라내 가도 거의 티가 안 나는데다가 곧 처리해야 하는 시체라 고기를 잘라간 흔적도 없앨 수 있었거든. 나는 이 시체에 접근 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어. 하지만 좀처럼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 할 수 없었고 결국엔 큰마음을 먹고 몰래 카메라까지 사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를 해 놓게 되었지. 카메라를 설치 해놓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어. 내가 없더라도 카메라가 자살한 고기에 접근 하는 사람을 녹화해 놓을 테니 말이야. 카메라를 설치 해 놓고 하루, 이틀이 지났어. 시체를 처분해야 하는 날이 왔지. 시체를 꺼내 옮기는데 고기를 잘라간 부분이 있었어. 물론 그냥 봤을 때는 티가 나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그 동안 나는 그 자살한 고기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발견 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지. 나는 숨겨 두었던 몰래 카메라를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가방에 숨겼어. 퇴근하고 집에 가서 카메라를 확인할 생각이었지. 과연 카메라에는 누가 찍혀 있을까?
나는 퇴근을 하자마자 곧장 집으로 갔어.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지. 처음 카메라를 설치한 첫 번째 날 밤이었어. 시체안치실 내부에 고정시켜 놓은 카메라가 한참 그대로 있기에 뒤로 좀 빨리 돌려보았어. 와우! 드디어 누군가 등장했어. 등장인물은 의사와 간호사더군.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을지 알지? 왜 하필 내 일터인 시체안치실 안에 들어 와서 그 짓이냔 말이지. 게다가 시체를 올려놓는 스텐 선반 위에서 말이야. 의사와 간호사는 시체와 함께 쓰리썸을 즐기고 있더군. 간호사는 여자면서 무섭지도 않나? 아니면 둘 다 변태들인가? 아니지 내가 가진 특이한 식성처럼 그들 또한 특이한 섹스취향을 가지고 있을 뿐. 간호사는 어제 들어 온 여자시체의 가슴을 애무하고 의사는 그런 간호사의 모습에 흥분이 되는지 입으로 간호사의 온몸을 핥으면서 간호사의 은밀한 곳에 손을 집어넣더군. 그나저나 의사가 여자 죽이는 법을 제법 잘 알고 있더라고. 덕분에 나까지 흥분이 되던걸. 계속 보고 있으려니 그들의 등장시간이 조금씩 길어져서 나는 다시 뒤로 돌렸어. 이번에는 둘째 날 밤이었지. 한참 기다려도 등장인물이 없어서 뒤로 빨리 돌리다가 카메라에 찍힌 검은 그림자를 발견 하고는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어. 범인이 누구였는지 알아? 그 잡일하는 아저씨더라고. 그 아저씨, 시체안치실 내부를 훤히 꿰뚫고 있었나봐. 한밤중의 컴컴한 시체안치소에 들어가자마자 발이 걸리지도 않고 정확하게 터져죽은 고기의 칸을 확인 하더니 터진 곳의 살점만 골라 재빨리 자르고선 검은 비닐봉지에 빠른 손놀림으로 살점을 주워 담더라고. 무슨 횟집에서 일한 경력이라도 있는지 그 모습은 빠르고 정확했어. 그 모습이 하도 절묘해서 넋을 놓고 보았지. 어쩌면 저렇게 고기 손질을 잘할 까 하고 말이야. 그럼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고 증거물 획득했으니 이제 잡기만 하면 되겠군. 하지만 그 사람에게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내 위치가 위태로워 질 수 있었어. 내가 그 아저씨의 이상한 행동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저씨가 알게 되었을 경우 역으로 아저씨는 내가 그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오히려 나를 의심할 수가 있었어. 그 아저씨가 고기를 가져가서 자기가 먹는지, 개를 주는지 까지는 모르니까 아저씨가 그 고기를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알아야 했어. 평범한 일상에 탐정놀이가 이어졌지.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으니까 그 범인이 고기를 가져간 다음에 남는 고기를 챙기면 되겠더군. 한 동안 고기를 가져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내 식욕을 억제 하느라 꽤나 힘들었다고. 다음 날 나는 새로 들어 온 신원미상의 시체가 어디 없나 확인을 했어. 하지만 그런 시체가 흔하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주린 배를 움켜 쥘 수밖에 없었지. 어제 처리한 터져죽은 고기가 아깝다는 생각만 간절할 뿐이었어. 결국 나는 예전의 방법을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었지. 주인 있는 고기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어. 물론 티내지 않게 말이지. 이렇게 이야기 하면 대충 내가 어느 부위에 손을 댈지 예상할 수 있을 꺼야. 나는 내가 늦게까지 당직을 서는 날 싱싱한 사람고기를 골라 혀를 잡아 뺀 뒤 목구멍 깊숙이 칼을 들이 밀고 혀를 잘랐어. 혀 고기는 정말 오랜만이더군. 원장의 혀고기 이후로 먹는 것이니까 그 맛이 가물가물 할 정도였지.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혀 고기를 가방에 넣어 오늘은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를 생각하며 퇴근 준비를 했어. 아무도 없는 병원을 빠져 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누군가 내 어깨는 툭툭치는 거야. 난 또 누구지? 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어. 그러자 거기에는 잡일 하시는 아저씨가 서있는 것이었어. 나는 아저씨한테 집에 안가시고 여기서 뭐하냐고 물었지. 아저씨의 얼굴을 보아 하니 이 병원에서 자기 말고 사람고기를 가져가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았어. 내가 범인을 찾고 있었던 것처럼 아저씨도 누가 고기를 가져가는지 범인을 찾고 있었나봐. 어떤 증거를 가지고 나를 범인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먼저 부딪혀왔으니 이참에 나도 아저씨가 고기를 어디에 쓰는지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먼저 물어 보기는 좀 그러니까 일단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그러자 아저씨가 시간 있으면 나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아저씨와 함께 시체안치소로 다시 들어갔어. 나는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아저씨와 함께 들어갔고 아저씨와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커피 두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지. 아저씨는 한참 뜸을 들이 시더니 대뜸 나보고 고기를 잘라가는 거냐고 물어 오시더군. 아저씨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조금 당황을 했지만 나또한 꿀릴게 없으니 당당하게 맞다고 대답했어. 아저씨는 눈을 이리 저리 굴리면서 무언가 생각을 하더니 어디식당이랑 거래 하냐고 물어보더군. 어디 식당? 아저씨는 사람고기를 식당에 팔고 있었단 말이야? 그럼 사람고기를 먹는 취향은 없는 모양이군. 나는 아저씨에게 그건 밝힐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는 반대로 아저씨 같으면 자기 거래처를 밝히겠냐고 되물었지. 아저씨는 내 이야기를 듣고 좀 당황한 눈치였어. 커피를 연거푸 마셔대더니 하는 말이 내가 오기 전부터 고기를 내다 파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 자기 영업 방해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더라고. 나는 아저씨에게 영업 방해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하소연을 했지. 안치소 일이 박봉인거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면서 불쌍해 보이려고 눈빛연기까지 했어. 아저씨는 어차피 비밀을 들켜 버렸으니 피차 마찬가지라며 고기를 적당히 나눠 가지자고 하더군. 아저씨가 강하게 밀고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양보를 해 주길 래 그러자고 합의를 봤어. 아저씨와 함께 시체안치소를 나오면서 식당에서 파는 요리 중에 사람고기를 어디에 넣어 먹는 거냐고 물었지. 나는 이 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데다가 주방 뒷문으로 물건 조달만 해서 잘 모른다고 했더니 거의 모든 요리에 사람 고기가 들어간다더군. 사람고기가 들어가야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것이었어. 그래서 그 손님들도 알고 먹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걸 알면 누가 먹겠냐며 헛웃음 치더군. 나는 아저씨에게 사람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봤냐고 물었어. 순간 아저씨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나를 이상하게 보더군. 나는 순간 아저씨의 반응에 당황했지만, 아저씨가 천천히 입을 여는 것이었어. 자기가 살아오면서 딱 한번 사람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다는 거야. 하지만 입에 넣고 나서 사람고기라는 것을 바로 알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더군. 그 후 며칠 동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데, 역겨워서 말이야. 그러면서 자신이 사람고기를 식당에 조달하고는 있지만 그곳 음식에 맛들 린 사람들이 잘 이해가 되지를 않는데. 밖에서 보면 식당은 정말 잘 되는 것 같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번 같은 사람만 왔다 간다는 거야. 그 사람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잊지 못해서 그 식당만 찾는 다는 거지. 나는 아저씨가 고기를 조달하는 식당의 음식 맛이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나는 사람고기를 불에 구워서만 먹어 봤지. 그걸로 음식을 해먹는 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거든. 아저씨와 갈림길에서 헤어지며 서로의 비밀공유를 암묵적으로 약속했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 앞 마트에 들린 나는 혀고기로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맥주 두 병만 사서 집에 와버렸어. 요리라는 걸 해 본적이 있어야 말이지. 결국 혀고기는 버너에 구워먹고 말았어. 맛은 예전에 먹었던 원장의 혀 보다 더 좋았어. 늙은 원장의 혀 보다는 젊고 싱싱한 여자의 혀가 더 맛있더라고. 역시 영계가 맛이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가봐.
나는 평소 일을 하면서 아저씨랑 마주칠 때 마다 아저씨가 사람고기를 조달하는 식당이 어디인지 너무 궁금했어. 도대체 사람고기를 어떤 요리에 넣어 파는 것일까? 나는 새로운 고기가 들어 온 날 아저씨의 뒤를 밟기로 했지. 아저씨는 새로 들어 온 고기가 있다는 것을 체크하고는 안치실에 내가 있든 말든 눈치도 보지 않고 고기를 잘라가더군. 물론 나는 암묵적으로 고기를 잘라 가는 아저씨를 위해 망을 봐줬고 고기를 다 자른 아저씨가 나를 향해 눈짓을 해 보이면 나도 내 몫의 고기를 잘라갔어. 동업자와 상부상조 하니까 편하고 다른  사람신경도 쓰이지 않아서 좋던걸. 우린 이렇게 서로의 고기를 챙겼어. 그 후 나는 퇴근 하는 아저씨의 뒤를 몰래 따라 갔지. 아저씨는 내가 뒤따르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자기 갈 길만 열심히 가더군. 아저씨가 도착한 곳은 한 번화가의 커다란 식당이었어. 그 식당의 뒤쪽 주방으로 들어간 아저씨가 몇 분 있다 나오더군. 밖에서 지켜 본 식당의 유리창 안으로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어. 심지어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줄을 서 있더라고. 나는 아저씨가 식당에서 볼일을 마치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아저씨가 식당 뒤쪽 주방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한 후 기다리는 사람들의 끄트머리로 가서 줄을 섰어. 기다리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어떤 메뉴가 있는지 보니까 여러 가지가 있더라군. 그 중에서 주로 파는 요리는 떡갈비였어. 떡갈비를 중심으로 찌개, 냉면, 만두 등을 팔고 있었어. 떡갈비라...떡갈비라면 사람고기를 함께 넣어 만들어도 잘 모를 만 했지. 한 20분을 그렇게 메뉴를 살피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내 차례가 오더군. 일행 없이 혼자인 나는 식당의 구석자리로 안내를 받았어. 앉아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를 생각했지. 여러 가지 메뉴들을 맛보고 싶었는데 혼자 와서 이것저것 시켜 놓고 맛만 보고 간다는 건 왠지 모를 의심을 사기에 충분할 것 같았어. 그래서 다른 메뉴는 다음 기회에 또 와서 먹어 보기로 하고 이날은 떡갈비와 된장찌개를 주문했지. 한 10분 동안 주방 쪽을 살피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음식이 나오더군. 나는 무슨 맛일까 궁금해 하며 된장찌개의 국물을 한 숫갈 떠서 입안에 넣었어. 평소 맛보던 된장찌개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어. 바지락 된장찌개도 아니고, 꽃게 된장찌개도 아닌 사람고기 된장찌개였지. 사람의 뼈를 우려냈는지, 사람고기를 썰어 넣었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사람고기를 맛볼 때 마다 입안에 퍼졌던 육즙의 맛이 교묘하게 느껴지더군. 나는 된장찌개의 맛을 음미하면서 이번에는 떡갈비를 한 점 뜯어냈어. 떡갈비는 고기를 다져서 뭉친 거라 잘 뜯어지더군. 나는 먼저 뜯어 낸 떡갈비 한 점을 코끝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보았어. 이 떡갈비에는 갈비만 다져져 들어 간 것이 아니라 사람고기도 다져져 들어갔더군. 내가 사람고기 냄새를 모를 리가 없지. 나는 기대를 가지고 고기 한 점을 입안으로 가져갔어. 씹을수록 사람고기의 맛이 점점 강해졌지. 갈비와 함께 잘 다져져서 인지, 고기를 구워 먹었을 때의 질감과는 달리 더욱 연해진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어. 세상에 사람고기로 이런 요리를 만들어 내다니. 나는 속으로 연신 감탄하면서 계속해서 떡갈비를 입으로 가져갔어. 음식이 맛있으니 술도 땡기길 래 맥주도 한 병 시켜 마셨지. 사람고기가 들어 간 요리를 아주 맛있게 먹어 치우고 배가 불러오자 슬슬 다른 사람들의 테이블에 눈이 갔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궁금하더라고 옆 테이블을 힐끔 쳐다보니 남녀 커플이 와서 만두를 먹고 있더군. 만두의 속은 붉은 색이었는데 속을 일부러 덜 익힌 건지 핏물이 약간씩 베어 나오고 있었어. 만두를 보고 있자니 나도 만두의 맛이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배가 불러서 더 먹을 수가 없었지.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전골 요리를 먹고 있었는데 뭐가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냄비 가득 야채와 만두, 면, 고기가 들어 있었어. 저건 주문하면 혼자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또 다른 테이블을 관찰하려는데 가게 입구 쪽 계산대에서 주인이 나에게 미소 띤 얼굴로 빨리 나가 달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더군. 가게 앞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거든. 나는 다음에 다시 식당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은 맥주를 비우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식당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 그 식당의 정체가 궁금했어. 주인은 무슨 의도로 사람고기로 퓨전 음식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말이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가던 중에 어두운 골목에서 두 남자가 싸우고 있는 소리가 들리더군. 나는 남의 일에 잘 참견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낯익은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어. 얼마 전에 동네에서 마주쳤던 선배와 또 다른 남자가 말싸움을 하고 있었어. 남자가 선배에게 뭐라고 소리치며 선배의 가슴팍을 떠밀었고 선배는 뒤로 밀려 벽에 등을 부딪쳤지. 고개를 숙인 선배는 그대로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있기만 했어. 무슨 일인지 궁금한 마음에 목소리가 잘 들리는 거리까지 다가갔다가 남자와 눈이 마주쳤지 뭐야. 그 남자는 싸움 처음 보냐는 식으로 나를 아래위로 훑더니 선배의 발 앞의 땅바닥에 침을 뱉고는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졌어. 나는 선배에게 조용히 다가갔지. 선배는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었어. 이런, 남자가 싸우다가 눈물을 보이다니 이것 보다 더한 꼴불견이 있을까? 그래도 함께 고아원 생활을 한 선배니까 나는 일단 가까이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어. 선배는 내 목소리가 들리자 몸을 움찔하더니 황급히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왠참견이냐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지. 나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하며 선배의 팔을 붙잡았지. 선배는 차가운 목소리와는 달리 순순히 내게 이끌려 오더군. 나는 선배의 집을 몰랐기 때문에 선배를 앞세워 걷기 시작했어.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선배가 동네 대포 집에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더군. 나는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고 선배를 따라 대포 집으로 갔지. 선배와 나는 소주 한 병과 오뎅탕을 하나 시켜 놓고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어. 소주 한 병을 다 비우도록 선배는 말이 없었고, 두 병째 소주를 시켜서 반절쯤 마셨을 때 입을 열었지. 아까 봤던 남자는 선배의 남자친구라고 하더군. 선배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에 나는 마신 술이 다 깨는 것 같았지. 이런 상황에는 익숙지 않던 터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술만 마셨어. 선배도 계속 술만 마셨고 우리 둘은 그렇게 두 병, 세 병 소주를 비워 나갔지. 둘 다 술에 얼근히 취했을 때였어. 선배가 나를 뚫어 져라 한 참을 쳐다보았지. 나는 그런 선배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대포 집 안을 두리번거리며 눈알을 굴렸어. 선배가 갑자기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더니 다 내 탓이라는 것이었어. 선배의 갑작스런 발언에 나는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어. 뭐가 다 내 탓이라는 거지? 나는 선배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어. 선배는 자기가 이렇게 된 게 내 탓이라면서 나에게 욕을 하는 것이었어. 나는 선배의 태도가 황당했지만 선배가 많이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취해서 그러려니 했지. 선배는 계속 욕을 중얼거리며 혀 꼬인 소리를 하더니 탁자 위로 머리를 박고는 코를 골기 시작했어. 나는 술에 취한 선배를 그냥 두고 갈 수도 없어서 일단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기로 했지. 선배를 방에 눕히고 나서 선배가 나에게 한 소리를 계속 생각해 봤어. 뭐가 내 탓이라는 거지? 자기가 게이가 된 게 내 탓이라는 거야? 나는 자고 있는 선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어. 옛날 고아원에서 지낼 때 내가 원장에게 당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진실을 말해 주었던 사람이 바로 선배였어. 이후 나는 유일하게 선배하고만 아는 척을 하고 지내왔지. 고아원을 떠난 후 선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선배 위로 이불을 덮어 주고 그 옆에서 잠이 들었어.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선배는 어느 새 일어나 자기 집으로 돌아 간 뒤였어. 나는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늦게 까지 잠을 잤어. 전날 선배와의 일을 떠올리며 선배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나는 선배에게 잘못한 일을 떠올릴 수가 없었었어. 그렇게 그저 방안에 누워 천장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이리 저리 뒹굴다가 전날 갔었던 식당의 음식 맛이 생각났지 뭐야. 나는 어차피 할 일도 없는 휴일이니 어제의 사람고기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 날씨도 좋고 전날 술을 마셔서 머리가 아픈 걸 빼고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지. 나는 산뜻한 기분으로 식당 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어. 역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나도 그 뒤로 가서 줄을 서야 했지. 오늘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메뉴판을 보고 있었는데 눈에 띄는 메뉴가 있었어. 바로 고기만두였는데 순살 코기가 들어가 고기 그대로의 맛을 살렸다고 써놓았더라고.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지. 고기 그대로의 맛? 물론 사람고기 그대로의 맛이겠지?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육개장과 고기만두를 시켰어. 전날 술을 마셔서 속을 달래 줄 국물도 있어야 해서 육개장도 시킨 거였어. 조금 기다리고 있으려니 음식이 나오더군. 육개장은 겉보기에 우리가 먹는 보통 육개장과 같았는데 국물을 한 입 떠 먹어보니 여기에도 사람고기가 들어갔더라고. 사람고기가 들어간 육개장이 무슨 맛인지 궁금하지? 이거는 말로 설명하기가 좀 힘든데, 둔한사람이 먹었을 경우 그냥 맛있는 육개장일 테고 나 같은 사람고기 미식가가 먹으면 이 육개장은 그냥 맛있는 육개장이 아니라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육개장이 되는 거야. 육개장의 국물은 얼큰해서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쓰린 속을 달래 주었고 야채 사이사이에 슬쩍 슬쩍 섞여 들어가 있는 사람고기는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아 내려 야채들과 함께 내 입맛을 돋워 주었지. 세상에 이런 육개장이 있을까 감탄하면서 먹었어. 얼큰한 육개장을 한입 두입 먹자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지. 콧잔등에 내려앉은 땀을 훔쳐낼 즈음 그제야 만두가 내 눈에 들어왔어. 이런, 만두는 따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인데, 내가 육개장 맛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살짝 식었더라고. 나는 일단 만두를 유심히 관찰했어. 만두의 피는 보통 만두보다 투명하고 쫄깃해 보였는데 그 투명한 만두피 속의 붉은 빛깔이 마치 우유가 들어 있는 잔속의 루비 같았어. 불투명한 흰색 안쪽으로 살포시 비추는 붉은 색이 내 눈을 사로잡았지. 만두가 아니라 잘 만든 장식품 같았어.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만두의 모습에 고기만두라는 이름이 투박스럽게 느껴졌지. 고기와 두부, 부추를 넣은 평범한 만두와는 달리 순살 코기가 들어가서 인지 붉은 기가 도는 것이 맛도 매우 좋을 것 같았어. 조금 물렁해 보이는 만두를 숟가락에 올리고 조심스럽게 입가로 가져갔어. 먼저 코끝으로 냄새를 음미해 보았어. 사람고기의 냄새가 고소하게 나더군. 무슨 양념을 했기에 고기 냄새가 이렇게 고소한지. 그 고소한 냄새가 코끝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어. 나는 만두를 입안에 넣고 한입 깨물었어. 톡! 톡! 하고 만 두 속의 무엇인가 터지더니 내 입안에 온통 고소한 육즙이 가득해졌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졌고 그 맛을 오랫동안 음미했지. 정말 이런 만두가 세상에 존재하다니...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어려지면서 행복한 마음이 가득 퍼져 마치 하늘을 붕붕 나는 것만 같았어. 곧이어 입안의 내용물이 목 뒤로 넘어가고 나는 현실로 돌아왔지. 나는 만두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고 만두 속의 고기가 너무 궁금해졌어. 나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어. 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만두를 해부하기 시작했지. 만두를 오므린 곳을 조심스럽게 절단하고 만두 속을 벌렸어. 그 속에는 붉은 젤리 같은 고기 덩어리들이 들어 있었어. 각각의 덩어리들이 투명한 막 같은 것에 쌓여있었는데 굉장히 작아서 나는 만두가 담긴 접시를 눈앞에 들이 대고 봐야 했지. 마치 물고기의 알 같아 보였어. 한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알 같아 보이는 것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더군. 나는 설마 하면서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았어. 만두 속에 들어 가 있는 것은 태아였어. 난자와 정자가 수정을 한 후 자궁에 착상 한지 아마도 1개월 좀 넘었을까? 어떻게 보면 사람 같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이런 태아는 어디서 구하는 것일까? 사람고기는 나랑 같이 일하는 아저씨가 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태아는 산부인과 같은 곳에서나 구할 수 있을 텐데 이 식당에는 아저씨 말고 또 사람고기를 대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 나의 궁금증은 다시 시작됐어. 만두를 먹으면서 그 맛에 홀딱 빠져있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도대체 누가 1개월 좀 넘은 뱃속의 태아를 식당에 공급하는지 궁금한 마음이었지. 이런 태아를 구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어쩐지 만두 가격이 좀 과할 정도로 비싸다 했어. 나는 접시에 남은 만두를 입속에서 천천히 음미하며 다 먹은 다음에 남은 육개장 국물을 쭉쭉 빨아 마셨어. 건더기는 사람고기만 골라 먹고 나머지는 다 남겼지. 역시 전날 술을 마셔서 그런지 건더기는 잘 안 땡기더군. 나는 음식을 다 먹은 후 계산을 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어.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나를 비추었지. 나는 부신 눈을 찡그리며 길을 따라 걸었어.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으니 어디 가서 한 잠잤으면 하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군. 나는 집에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네 어귀에 접어들었어. 그러다가 선배와 마주치게 되었지. 선배는  나의 시선을 피하며 인사를 하고는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고 물어보더군. 나는 점심 먹고 들어가는 길이라고 대답을 했지. 선배는 어제 추태를 부려서 미안했다는 인사를 남기고는 길가로 사라져 갔어. 그런 선배가 점점 신경 쓰이기 시작했지.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점점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 같았어. 게다가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을 하다니...어제 골목에서 싸우던 남자가 애인이었나? 그리고 선배가 사라져간 길가로 발길을 돌렸지.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한참 뒤 선배의 뒤를 밟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어. 그리고 어느 동네에서 선배의 모습을 놓치게 되었는데 그 곳은 게이 바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었지. 나는 선배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선배의 모습을 찾아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나는 골목 깊숙한 곳까지 와있었지. 이 지역은 외국인 게이들도 많이 다녀서 마치 우리나라가 아닌 듯 한 이국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외국인들 중에서 위험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어. 그런데 골목 깊숙한 곳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는 길을 찾아 골목을 헤매게 되었지. 아직 낮이었는데도 다닥다닥 붙어 늘어 선 건물들 때문에 어두운 곳이 많았어. 조금씩 길을 찾아 가고 있다고 생각 되었는데 그 순간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 거야. 나는 그 소리를 따라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어. 어두운 골목 저쪽에서 선배가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져있었어. 주위에는 철거 건물이 늘어서 있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나는 선배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갔지. 선배의 옆구리에는 칼이 박혀 있었고 그 곳에서 피가 쿨럭이며 땅바닥으로 스며 나왔어. 나는 선배의 머리를 손으로 받히고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어. 선배는 얼굴이 파래져서 춥다는 이야기만 반복했지. 나는 선배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굉장한 생각이 떠올라 차츰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어. 나는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한 선배의 눈을 내려다보며 옆구리에 박힌 칼을 붙잡았어. 그리고 있는 힘껏 옆구리에 박혀 있던 칼을 깊숙이 찔러 넣었지. 선배는 꺽꺽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곧 동공이 풀려 눈꺼풀이 점점 내려앉았어. 나는 새로이 획득한 사람고기를 수확한 것에 대해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지. 이 정도 고기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뿐이었어.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 줬으니 고기는 내가 가져도 되지 않겠어?
산 사람은 산 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고기 덩어리 라고 생각해. 그 고기를 썩게 놔두는 건 너무 아깝잖아. 고기는 내게 흡수되어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그 고기는 나와 함께 계속 살아가는 거지. 일거양득 아니겠어? 선배는 죽은 게 아니라 나와 함께 계속 살아가는 거지. 내가 지금까지 먹어왔던 사람고기들도 나와함께 내가 죽는 날까지 살아가는 거야. 내 몸의 일부가 되어서 말이야. 나는 이제 고기 덩어리가 된 선배를 끌고 그 옆의 철거 건물로 숨어들었어. 이곳은 게이지역이고 외국인이 많은데다 재개발로 인해 철거 하고 있는 건물이 많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었지. 나는 이 고깃덩이를 어떻게 처분 할까 잠깐 고민을 했어. 이 고기를 나 혼자 다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거든. 고민 끝에 아저씨와 고기를 나누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아저씨가 이 상황을 보면 오해를 하겠지만 돈이 궁한 사람이니 꽤 많은 양의 고기를 얻게 된 것에 대해 기뻐 할 수도 있었지. 하지만 지레 겁을 먹고 나를 신고 할 수도 있으니 가능성은 반반이었어. 나는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어. 내 전화를 받은 아저씨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곧 내 부탁으로 시체안치실의 구급차를 몰고 내가 있는 장소로 달려왔지. 영문도 모른 채 내 부탁으로 구급차를 몰고 온 아저씨는 내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자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놀라는 눈치였어.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더군. 나를 의심하는 건 당연했어. 나는 아저씨에게 살짝 거짓을 보태서 상황을 설명해야했지. 나와 함께 이 근처를 가던 선배가 모르는 외국인에게 칼을 맞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건물로 옮겼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라고 말이야. 살인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이 개입하게 되면 부검을 하게 될 테고 신선한 고기가 아깝게 되지 않겠냐는 말을 덧붙였지. 어차피 살인범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자기네 나라로 날라버리면 우리나라의 꼴통 같은 경찰들 가지고는 잡을 수도 없는 것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떨어줬어. 막힘없는 나의 말솜씨에 아저씨는 점점 경계를 푸는 눈치더군. 그러더니 눈을 이리 저리 굴리며 재빨리 계산을 하는 것이었어. 나를 도와주면 고기를 얼 만큼 나눠 주겠냐고 물어 오더라고. 나는 어차피 아저씨나 나나 같은 부업을 가지고 있고 이번 일에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생각해서 50대 50으로 하자고 했지. 아저씨는 생각 보다 많은 고기를 얻게 되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내 거래에 응해줬어. 나는 일단 사람고기를 시체안치소로 가져가자고 했지. 오늘은 휴일이니 근무하러 나온 사람도 없을 테고 안치소야 말로 고기를 처리하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거든. 아저씨와 나는 고기를 차에 싣고 시체안치소로 갔어. 아저씨는 사람고기를 처리할 준비를 하고 나는 선배에 대한 사망 서류를 만들기 시작했지. 선배의 죽음을 공식화 시켜야 주위 사람들로부터 괜한 의심을 사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게다가 연고자도 없는 선배니까 이런 일쯤 식은 죽 먹기였지. 나는 서류를 만들어 놓고 칼을 갈고 있는 아저씨에게 갔어. 아저씨에게 50대 50으로 나는 윗부분을 가질 테니 아저씨는 아랫부분을 가지라고 했지. 아저씨는 아랫부분이 고기가 더 많이 나오는데 괜찮겠냐고 묻더군. 그래서 나는 선심 쓰는 척 혼자인 나보다 가족이 딸린 아저씨에게 고기가 더 필요 할 거라고 했지. 아저씨는 내 말에 신이 났는지 바로 경쾌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뼈에서 발라내기 시작하더군. 확실히 순수한 고기만 따지면 아래쪽이 많이 나오지만 내가 맛보고 싶은 것은 다양한 부위의 고기였어. 특히 간이나 내장 부분의 맛도 궁금했었기 때문에 나는 다리 쪽의 살을 발라내는 아저씨 옆으로 가서 흉부 쪽에서부터 복부까지 메스로 갈라 장기를 꺼내기 시작했지. 아저씨는 내장을 꺼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지만 별 말은 하지 않더군. 나는 장기들을 종류별로 나눠 플라스틱 통에 담아 넣고 팔과 가슴 쪽의 고기를 발라냈어. 그 즈음 아랫부분의 고기를 모두 발라낸 아저씨가 먼저 가 봐도 되냐고 묻길 래 아저씨를 먼저 보냈지. 아저씨는 나에게 뒤를 부탁한다고 하며 꽤 많은 양의 고기를 들고 휘파람을 부르며 문 뒤로 사라지더군. 아저씨가 가고 난 뒤 나는 마지막 작업을 하기 위해 전기톱을 꺼내 들었어. 그리고 선배의 두개골을 가르기 시작했지. 톱날이 머리뼈를 잘라내면서 고음의 날카로운 소리를 냈어. 뼈와 살이 사방으로 튀더군. 젠장, 이거 청소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더라고.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머리뼈를 잘라냈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덕분에 선배의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모습 그대로 꺼낼 수 있었어. 그리고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통에 담았지. 고기와 장기를 잘 챙겨 넣고 고기와 장기를 발라낸 나머지는 소각장에 태워버렸지. 그 후에 시체안치소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어. 짐은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날아 갈 것만 같았지. 선배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선배를 먹음으로서 선배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선배의 죽음이 그리 슬프지는 않았어. 선배의 죽음에 대한 서류도 완벽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선배는 이제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진 거지.
집에 도착한 나는 냉장고에 고기와 장기를 잘 정리해 넣고 사람고기를 파는 식당처럼 음식에 사람고기를 넣어 만들어 보기로 했어. 혹시 음식을 만들다 실패 할 수도 있으니까 가장 쉬운 메뉴를 선택했지. 나는 김치찌개를 만들기도 했어. 집에 사다 놓은 지 오래 돼서 시어 빠진 김치가 있었거든. 먼저 김치찌개 만드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컴퓨터 화면에 띄어 놓은 후 손을 잘 닦고 검색한 내용의 순서대로 냄비에 김치를 넣고, 파, 마늘, 애호박도 썰어 넣고 사람고기도 먹기 좋은 한입 크기로 잘라 함께 넣어 손으로 조물조물 무친 다음에 냄비에 넣고 지지기 시작했어. 고기와 김치가 익어 가면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더군. 나는 거기에 물과 양파, 그리고 여러 양념을 넣어 끓이기 시작했어. 인터넷에 올라 온 사진과 비교해 가면서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진이랑은 조금 다른 모양이라 맛이 이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 하지만 굉장히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끓고 있는 김치찌개를 보고 있자니 군침이 절로 넘어 오더군. 아직 고기가 다 익지 않았음에도 참지 못하고 숟가락을 들어 국물 맛을 보았어. 흐음...냄새가 좋은 것에 비해 맛은 그럭저럭 먹을 만한 정도였는데, 사람고기의 노릿내가 좀 나는 것 같더라고. 그냥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처럼 만들어서 그런가? 사람고기를 불에 구웠을 때는 그 특유의 육즙 덕분에 다른 고기와는 차별화 된 맛이었는데 이건 고기로 국물을 내서 그런지 그 특유의 맛이 좀 변질 된 것 같았어. 처음 만들어 본 김치찌개 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기대 했던 맛이 아니라 조금 실망스러웠지. 나는 김치찌개에서 나는 사람고기의 노릿내를 없애기 위해 마늘을 조금 더 넣어 보았지만 맛만 점점 이상해 질 뿐이었어. 나는 안 되겠다 싶어서 김치찌개에 더 이상 손대지 않고 그냥 먹기로 했지. 밥을 한 공기 퍼 와서 김치찌개와 함께 먹기 시작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고기의 노릿내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어. 아마 찌개가 식어가면서 그 특유의 맛이 살아나는 것 같았어. 나는 밥을 반 공기 정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지. 아까운 고기만 버렸다는 생각뿐이었어. 아무래도 사람고기로 국물요리를 만드는 건 어려운 것 같았어. 역시 그냥 구워먹어야 제 맛인 것일까? 나는 선배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지. 아무래도 그 김치찌개는 버려야 할 것 같았거든. 선배, 다음 요리는 맛있게 해서 다 먹어 줄 테니 이번 한 번만 좀 봐주라고. 나는 김치찌개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릴 수밖에 없었어.
요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봐. 좋은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활용을 못하니 원. 아깝지만 할 수 없지 모. 나는 어떻게 해야 사람고기를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어. 그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맛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 어떻게 해야 그런 맛이 날 수 있을까? 음식을 따로 배워야 하나? 하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사람고기는 그 손질  법이 보통 고기랑 다른 것 같단 말이야. 나는 냉장고를 열어 재료들을 확인했어. 고기, 내장, 뇌까지 재료들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지. 그 중에서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선배의 뇌가 내 눈길을 잡아끌었어. 내가 왜 선배의 뇌를 가져왔는지 궁금하지? 뇌는 먹을 게 없어 보이잖아. 하지만 중국에서는 원숭이 골요리 라고 해서 살아 있는 원숭이의 머리를 잘라 그 자리에서 뇌를 퍼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 그 요리야 말로 지상에서 가장 맛있디저트래. 지금도 그렇게 먹는 곳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숭이 골요리는 중국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요리 중 하나라고 하더군.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 때부터 뇌의 맛이 무척 궁금했었어. 나는 선배의 뇌가 든 플라스틱 통을 집어 들었어. 차갑게 식은 뇌가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통 안에서 나에게 먹히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플라스틱 통의 뚜껑을 열고 칼로 뇌의 한 귀퉁이를 조금 잘랐어. 뇌가 뭉그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자른 조각을 접시에 담았지. 접시를 들어 눈높이에 놓고 뇌의 조각을 바라보았어. 회색에 푸르딩딩 한 빛깔을 띠고 있었지.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보았는데 약간 비릿한 냄새가 살짝 나더군. 나는 티스푼을 들어 접시에 담긴 뇌를 살짝 떠서 입안에 넣었어. 입안에서 차갑게 맴돌던 뇌의 조각은 따뜻한 내 혀 위로 살살 녹아 내렸지. 마치 아이스크림 같았어. 하지만 그 맛은 전혀 달콤하지 않았고 비릿한 고소함이 입안에 퍼져나갔지.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입안에서 녹아내린 뇌의 조각을 목구멍으로 넘긴 순간 내 머릿속에 선배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라졌어. 마치 현기증이 일어 난 듯 나는 제자리에서 비틀 거렸어. 머리를 흔들고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지. 담배를 오랜만에 피워 온몸에 니콘 틴이 돌아 팔과 다리에 힘이 쭉 빠져 온 몸에 나른함이 몰아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이 기분은 금세 사라져 버렸지. 나는 접시에 담긴 뇌조각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어. 뇌를 먹으면 그 뇌의 주인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적이 없는데. 하긴 사람의 뇌를 먹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나는 원숭이와 사람의 뇌는 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튼 뇌의 맛은 나에게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고 나는 곧 티스푼을 내려놓은 뒤 밥숟가락으로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뇌를 퍼먹기 시작했어. 한입 가득 입안에서 잠깐 동안 머문 뇌는 그대로 녹아 내려 내 목구멍으로 넘어 가기 시작했고 선배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어. 나의 몸은 점점 나른해져 갔고 마치 내가 선배라도 되는 양 선배의 기억 속을 헤매기 시작했지. 환상을 보는 것도 같았고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어. 그 기억을 엿보는 동안 나는 사지를 쭉 벋은 채 벽에 기대어 넋이 나간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어. 선배의 기억은 뒤죽박죽으로 내게 영상을 보여주었지. 어린 시절의 선배는 아빠한테 심한 학대를 받았더군. 술을 마시고 선배와 선배의 엄마를 때리는 아빠. 하지만 술을 안마시면 평소에 선배에게 잘해 주었네. 그런데 선배를 방의 한쪽구석으로 몰아넣은 선배의 아빠는 선배의 옷을 한 꺼풀씩 벗기기 시작하더니 곧 선배의 온몸을 혀로 핥기 시작했어. 이때 선배는 아빠에게 사랑 받고 있다고 생각했구나. 하지만 방문 틈사이로 보이는 엄마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고 난 뒤에는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네. 영상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하자 나는 뇌를 한입 더 퍼먹고 다시 방바닥에 널브러졌어. 다시 장면이 바뀌었어. 선배의 아빠가 선배를 고아원에 버린 모양이군. 선배는 아빠를 사랑했지만 아빠는 선배를 그저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나봐. 선배가 점점 커서 어린 아이의 모습도 없어지고 더 이상 성적인 흥미를 끌지 못하는 대다가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고아원에 버린 것 같았어. 고아원의 늙은 원장이 탐욕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선배에게 다가 오는 군.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어. 선배는 이미 원장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고아원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더군. 그리고 선배는 원장을 사랑하게 되었나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과 관심을 받아 본 선배가 원장에게 마음의 문을 연 것이었지. 하지만 선배에게 가진 원장의 관심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어. 선배는 더 이상 자신을 찾지 않는 늙은 원장을 종종 원망 섞인 눈으로 훔쳐보는 군. 하긴 나도 처음 고아원에서 선배가 내게 원장의 그런 취미가 잘 못 된 것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면 나 또한 원장을 사랑하게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어. 원장이 아이를 좋아 하는 취미가 있고 입 냄새가 좀 심했지만 인간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거든.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플라스틱 통 안의 뇌를 한입 퍼먹었지. 이번에는 어른이 된 선배가 싸우는 장면이 보이는군. 얼마 전 골목에서 싸우던 모습이었는데. 역시 그때 그 사람이 선배의 애인이었나 보네. 그런데 선배에게 더럽다는 말을 하고 있어. 선배는 남창 일을 하고 있었구나. 그걸 애인이 알아 버린 것 같네. 선배의 고통이 기억을 타고 나에게 전해져 왔어.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지. 선배는 아빠와 원장에게 버림 받고 선배의 애인으로 부터도 버림을 받은 것이었어.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도 모두 어린 시절부터 시작 된 아빠와 원장에 대한 사랑이 어른이 되어서 까지 이어져 왔나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선배는 게이로서 살아 온 듯 했어. 게이들이 살기 힘든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아왔을까? 영상이 점점 흐려졌고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어. 숟가락을 들어 플라스틱 통 안으로 가져갔다가 다시 숟가락을 내려놓았어. 선배의 기억을 내가 봐도 되는 걸까? 선배는 이상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남자와의 관계가 계속 되어 왔고 그 만큼 버림받은 횟수도 많았지. 선배의 마음은 상처로 가득했을 거야. 술을 마시고 내게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은 상처 받은 자기 마음을 이해 받고 싶은 것에 대한 일종의 위안이었겠지. 나는 이대로 선배의 뇌를 다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어. 뇌의 맛이 조금씩 중독되는 것 같았거든. 뇌의 맛이 내 혀에 끼치는 영향과 내 신체에 미치는 쾌락,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엿보면서 내가 그 사람이 된 듯 한 환상에 사로잡혀 또 다른 내가 된 듯한 착각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어. 이 플라스틱 안에 들어 있는 선배의 뇌를 다 먹고 나면 다시 뇌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것만 같았어. 하지만 고기를 구하기는 쉬워도 뇌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야. 선배 같은 경우 가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배가 죽더라도 선배를 찾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내 임의대로 이렇게 많은 고기를 얻고 남은 찌꺼기까지 깔끔하게 처리 할 수가 있었던 거였거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동안 어느 새 내 손은 숟가락을 손에 꼭 쥔 채 플라스틱 통을 향하고 있었어. 뇌를 향한 강렬한 욕망이 내 신체를 지배하기 시작한 거지. 그래도 아직 정신까지 지배한 것은 아니니까 뇌를 조금만 더 맛봐도 되지 않을까? 나는 숟가락으로 최대한 뇌를 많이 퍼서 입안에 쑤셔 넣었어. 아...바로 이 맛이야.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널브러졌지. 입가에 띤 미소 사이로 침이 흘렀지만 그대로 내버려뒀어. 선배의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 간 나는 선배가 늙은 원장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내 모습을 질투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 눈빛에 살기가 어려 있어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였어. 하지만 그 살기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늙은 원장을 향한 것이었고 곧이어 선배가 원장을 계단에서 밀어 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 놀란 나는 정신을 차려 보려고 했지만 선배의 기억 속에 갇혀서 깨어 날 수가 없었어. 내 입에서는 더 많은 침이 흘러 내렸고 기억은 점점 더 강렬하게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지. 기억 속의 선배의 시선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어. 고아원에서의 내 모습, 성인이 된 이후의 내 모습을 선배의 눈빛이 집요하게 따라다녔지. 선배는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어.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나는 토를 뿜어내며 현실로 돌아 올 수 있었어. 소화가 되다만 뇌의 찌꺼기들과 침이 사방으로 튀었고 역한 냄새가 풍겼어. 입안에서는 찝찌름한 맛이 느껴졌지.
선배였어.
고아원에서 원장을 죽이고 원장의 성기를 가져간 것도, 내가 숨겨놨던 칼을 원장수녀님께 갖다 준 사람도, 그리고 선배는 내가 사람고기를 먹는 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어. 선배는 긴 시간 동안 나를 스토킹 해왔던 거야. 온 몸에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다시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어. 내 위속에 있던 선배의 뇌 조각들을 모조리 끄집어내고 플라스틱 통에 남아 있는 선배의 뇌를 손으로 모조리 으깨어 버린 뒤에야 겨우 진정 할 수 있었지.
댓글 2
  • No Profile
    그린망고 10.07.07 01:29 댓글 수정 삭제
    그 식당 가보고싶네요; 군침도네 ㄷㄷ

    근데 마지막에 잘린것 같아요 보고싶다~~
  • No Profile
    회색물감 10.07.07 19:52 댓글 수정 삭제
    아, 너무 글이 빽빽해서 눈이 아파요. 1,2편으로 나눠서 올리시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드네요. 글은 굉장히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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