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영원의 빛 (1)

2006.05.18 19:2805.18

하루에 한 챕터를 목표로.

1. 보찾사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지요. <죽고 싶어.>
- T.S. 엘리엇 <황무지>

처음 나에게 보르헤스의 눈에 대해서 말해준 사람은 ‘그’였다.
여름이면 으레 하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2편의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우리는 메가박스 앞의 스타벅스에 앉아 있었다. 코엑스 메가박스 앞 스타벅스는 언제나 시끄럽고 분주하다. 테이블을 꽉꽉 채운 사람들은 탄내가 나는 커피를 가장한 정체불명의 거창한 카페인을 입안에 들이 부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왜 화제가 보르헤스로 넘어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뜬금없이 얘기를 꺼냈을 것이다. 그의 화제는 도깨비불처럼 번쩍하는 경향이 강해서 시사 문제에서 그가 전공한 수학까지 다양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보르헤스의 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그렇게까지 당황하진 않았다.
"보르헤스의 눈에 대해 알아요?"
나는 마시던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나는 보르헤스의 눈에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보르헤스의 소설도 제대로 읽은 게 없는 상태였다. 다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호르헤 수도사가 보르헤스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과 이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장을 역임한 장님 도서관장의 특이한 약력에서 에코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만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를 통해 알고 있었다.
“장님이란 거요?”
그는 자기의 질문이 너무 포괄적이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좀더 영역을 좁혀서 다시 물었다.
"보르헤스가 왜 눈이 멀었는지 알아요?"
"책을 너무 많이 봐서가 아니었을까요?"
나는 제법 그럴 듯한 가정을 내세워봤다.
그는 이공계의 학구적인 사람답게 굉장히 전문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아니요. 망막에 있는 빛을 감지하는 시각 세포가 이유 없이 죽어서래요. 점점 세포가 죽어가면서 못 보이는 영역이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보르헤스는 말년에는 거의 빛조차 감지하지 못했어요. 일종의 유전병 같은 거라더군요."
"뭔가 좀 안타까운 얘기네요."
나는 진심으로 그의 처지를 불쌍하게 생각했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도서관장에 작가라니 불쌍하다.
"눈이 먼 도서관장은 참 아이러니 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나는 맞장구쳐주었다. 머릿속에서는 『장미의 이름』의 영화에 나왔던 숀 코넬리의 멋진 모습과 불타는 수도원의 탑 속에서 도서관 사서 호르헤 수사의 최후를 떠올렸다. 호르헤 수사는 움베르토 에코가 보르헤스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나의 연상은 숀 코넬리의 멋진 모습과 예전에 제임스 본드로 나오던 당시의 그 느끼한 가슴털로 연결되었다. 내가 잠시 몽상에 잠겨 있던 사이에 그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병이 의외로 그다지 드문 병이 아니라는군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아는 사람도 그랬고, 아버지 제자 중에도 있더군요. 아버지 제자는 병이 꽤 진행된 상태라서 지금 마음의 각오를 한 상태라 하더군요.”
그는 그 얘기를 하고 잠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이유 없이 시각 세포가 죽는 것일까요?"
왜, 보르헤스, 또 유명한 학자인 그의 아버지의 제자의 눈의 각막 세포는 죽는 것일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이 먼 도서관장 보르헤스와 역시 눈이 먼 도서관 사서인 호르헤 수사가 나오는 <장미의 이름>을 생각하며 커피를 홀짝홀짝 마셨다. 그런 다음 시계를 보고 영화 시작 시간이 거의 되었기에 일어났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보르헤스의 눈 말고도 나는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 게다가 영화가 너무 실망스러워서 그 영화를 본 사실조차 잊고 싶었던 것이다.


도서관은 겉에서 보기에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사립 재단에서 운영하는 듯한 수상쩍은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재단 이름이 화강암으로 된 높은 벽에 박혀 있는, 꽤 모던한 콘크리트 건물로 된 5층짜리 건물이었다.
나는 도서관을 찾으려고 찾은 것이 아니었다. 굽이진 골목은 혹은 막다른 골목은 나에게 어떤 정취를 준다. 정확하게 어떤 이미지인지도 잘 모르겠으나 마음속에 뭔가 떠오르려다가 마는 생각이 가물가물한 뭔가를 연상케 한다.
꼬불꼬불한 라면 가닥처럼 가느다란 골목길은 마치 미래와 같아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따라간 골목의 끝이 막혀 있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확 트이면서 더 넓은 길로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 끝에 빌보의 집 백엔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조금은 유쾌해지곤 했다.
그렇게 담장 높은 집들을 지나서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서, 집들 사이로 솟아 있는 지붕을 좇아가면 나오는 게 바로 그 도서관이었다. 휴게실의 한 벽을 이루는 통유리가 반짝거릴 뿐, 큰 집들 사이에 묻혀 너무나 평범해 보이던 건물이었다.
나는 그 도서관에 일주에 두 번 정도 들렀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돌아서 나타날 듯 말 듯한 그 건물을 찾아갔다. 나는 그 지붕을 보고 움직였을 뿐, 길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북극성의 축복을 받고 태어나지 못했으므로 타고난 방향치였다.
그렇게 찾아간 도서관에서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그때그때 취향에 맞는 책을 3권 정도 빌리고, 휴게실에서 하늘을 좀 쳐다보고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또, 빌린 책을 좀 들춰보면서 멍하니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닫을 무렵쯤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도서관은 묘한 곳이었다. 그다지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종종 서가 하나에 나 혼자 있는 경우도 잦았다. 곳곳에서 책을 정리하거나 뭔가 쓰고 있는 사서들도 있었지만, 실제로 책상에 앉아 책을 빌리는 절차나 책을 반납하는 절차를 도와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그 외에는 눈에 띄는 다른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역시 수위 같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마저 이 도서관의 묘한 공기에 녹아들어 있어 눈에 잘 띄지는 않았으나 뭔가 수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드나드는 사람들조차 독특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나 같은 일반인들이 모르는 수상쩍은 말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역시 북극성의 행운 못지않게 다른 행운도 타고나지 못한 나는, 전혀 수상한 걸 모르고 도서관에 열심히 드나들었다. 당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놀던 때였기 때문에 도서관에는 규칙적으로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도 어느 때처럼 도서관에 가서 서재 한켠을 들여다볼 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다른 어두컴컴한 곳에 서서 책을 들여다보는 것을 알았다. 도서관에 나 혼자 있을 리가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그 남자에게 눈길이 머문 것은 우연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그 남자는 판에 박은 듯이 수상한 남자들의 제복과도 같은 깃을 세운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는 원래 좋은 천이었던 듯한데, 꽤 낡아 보였지만 손질이 잘되어 있었다. 빳빳하게 다린 깃은 세워져 있고 옷자락은 몸에 편안하게 붙어 있었다. 목을 살짝 덮고 있는 반백인 머리에, 창백한 피부, 그리고 나뭇가지처럼 깡마른 손가락이 보였다. 그는 그 납빛 손가락으로 책을 들고 책장을 휘리릭 넘기고 있었다. 한 번 그렇게 본 책은 제자리에 꽂고 그 옆의 다른 책을 빼서 역시 책장을 넘긴다. 그렇게 본 책은 또 꽂고 그 옆에 있는 책을 빼서 똑같이 하는 것이었다.
반백인 머리에 비해 얼굴은 젊은이의 것이었다. 회색빛 머리에 올빼미 눈처럼 동그란 안경을 쓴 깊은 눈동자가 책장을 주루룩 넘기며 무언가를 훑었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나의 둔감한 신경은 그를 시야 밖으로 몰아내버리고 여느 때처럼 도서관 안을 부유하기 시작했다. 그날도 책을 빌리고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빼서 마시면서 저녁 노을을 좀 본 뒤에 집으로 왔다.
며칠 뒤, 내가 다시 그 도서관에 갔을 때 그 남자는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도서관은 꽤 넓은 편이어서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마주치는 일이 흔한 곳이 아니었다.
그는 역시 서가 한켠에서 책을 훑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그는 책장을 훑고 있었다. 책갈피에 끼워둔 사진 혹은 비상금이라도 찾는 사람 마냥 열심히 책을 뒤지는 것이었다.
나는 호기심에 그의 뒤를 얼씬거리며 그 옆에 있는 서가에서 책을 찾는 척하면서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는 나의 존재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정면으로 나를 마주보았다.
"이 도서관의 자판기 커피는 맛이 어떤가요?"
"네?"
"자판기 커피가 맛이 어떠냐구요."
"아……, 뭐 그다지 쓰진 않은데 단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맛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 나는 미각 역시 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입구 쪽에서 멈춰 서더니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길고 가는, 손가락이 오라고 까닥까닥 손짓을 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역광에 그의 뒤로 먼지 같은 것이 오오라를 흩뿌리고 있었다. 나는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그의 손짓에 발걸음이 저절로 떨어져서 그를 따라 조용히 휴게실로 가게 되었다.


휴게실은 푹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모던한 의자가 몇 개 있는 탁자 주변으로 흩어져 있다. 바우하우스 운동의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철제 골격이나 쿠션 등이 거의 흡사하다. 전체적으로 한면이 푸른빛을 띤 통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채광은 꽤 좋은 편이었다. 바깥 뜰에는 마침 6월의 장미가 담을 휘감으며 피고 있었고, 그 언저리에는 능소화가 슬그머니 자리잡고서 꽃을 담 너머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묘하게도 늘 중국의 홍등처럼 붉고 가냘픈 저 꽃에 약했다.
그가 커피를 뽑아서 한 잔은 나에게 건네주었다. 얼떨결에 받기는 했는데, 참 당황했는지라 고맙다는 간단한 인사치레조차 입에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고, 고마워요."
그는 내 인사에 다짜고짜 물었다.
"혹시 당신도 보찾사입니까?"
"네 뭐라구요?"
"그렇다면 다른 섹트 소속입니까?"
"무슨 소리 하시는 건가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못 들은 걸로 하십시오."
그는 나에게 뭔가 알 수 없는 얘기를 꺼낸 다음에 내가 그 얘기에 대해서 그가 의도했던 답변을 하지 않자 그러면 못 들은 걸로 하라는 얘기를 하더니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거 같은데, 어떻게 여길 찾았지. 흐음……."
다짜고짜 끌고 온 것도 불쾌했고 내가 모르는 뭔가를 물은 다음에 알려주지도 않고 잊으란 말만 하는 것도 화가 났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못난이 인형 마냥 찡그린 표정으로 커피를 호호 불며 마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찾사가 뭔지는 알고 싶었다. 알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서 창밖을 쳐다보며 커피를 마시던 그 남자에게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보찾사가 뭔데요?"
"몰라도 됩니다."
"왜 내가 몰라도 되는데요?"
그는 한동안 커피를 마실 뿐 역시 내 질문에 답해주려 하지 않았다.
"보찾사가 뭔지 나는 알고 싶은데요. 거기다 이러는 법이 어디 있나요. 갑자기 다짜고짜 글고 와서 커피 한 잔 빼주더니만 보찾삽니까 물은 다음에 내가 모르는 듯하자 잊으라니……. 일단 보찾사가 뭔지 설명은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가 커피를 다 마시고 종이컵을 구겨서 휴지통에 던졌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돌아서서 도전적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네?"
"나처럼 이렇게 평생을 떠돌며 뭔가를 찾아도, 이 얘길 들은 걸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구요?"
"그건 가봐야 알죠."
"그것만으론 안 됩니다."
"그래도 나는 알아야겠는데요. 후회는 나중에 하는 거고, 나는 지금 당장 그 보찾사라는 게 뭔지 알고 싶어요."
"나중에 절대로 원망 같은 거 하지 말기 바랍니다."
"얘기나 해주시죠."
사실 나는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 불타올라서 뒤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아폴로의 이성보다는 아르테미스의 감성을 더 타고난 역시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보찾사는 '보르헤스가 찾은 것을 찾는 사람들'의 약자로…… 우리는 모두 보르헤스가 '알렙'이라고 표현했던 ‘영원의 빛’이란 걸 찾고 있습니다."
"네? 그런데 왜 보르헤스가 찾은 것을 찾는 사람들인 거죠?"
"그건 가장 최근에 보르헤스가 그 '영원의 빛'에 제일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이지요."
"그걸 어떻게 알지요?"
"보르헤스가 그 대가로 시력을 잃었으니까요."
순간적으로 그 친구가 해준 얘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요?"
"보르헤스는 시력을 거의 잃고 나서도, 그 영원의 빛에 다가갔던 걸 기억해내서 단편들을 썼죠. 그중 두 개 정도가 가장 유력한 단서인데, <알렙>과 <바벨의 도서관>이 바로 그것이죠. 그 두 개의 이야기를 합치면 '영원의 빛'에 대한 가장 최근의 그리고 제일 중요한 단서가 나옵니다.
우린 그래서 보르헤스가 본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보찾사'라고 쓰고 있지요."
"참 재미있는 얘기네요."
"나는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지요?"
"네? 저야 그저 책 빌리러 온 근처 주민에 불과할 뿐인데요."
"정말 그런 걸까요?"
그는 나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슬쩍 지었다.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면서 체셔 고양이 마냥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왜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거죠? 아니 영원의 빛이라는 것을 찾는 거죠?"
"<알렙>랑 <바벨의 도서관>을 안 읽은 걸 보면 확실히 보찾사는 아니군요."
그는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보르헤스의 단편들을 읽지 않은 걸 알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은근슬쩍 세련되게 비켜나갔다.
"나는 보르헤스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아요."
나는 갑자기 그게 창피해져서 슬쩍 변명을 했다.
"알렙이 뭔지 압니까?"
"아뇨."
"알렙이란…… 히브리 알파벳의 제일 첫번째 글자로 A를 의미하죠. 우리는 알렙과 <바벨의 도서관>에 나오는 자기변론서를 같은 거라고 동일시하고 있지요. 또 그의 글들 중 일부가 그것에 대한 단서라는 기초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섹트입니다.“
그 말까지 하고 난 뒤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언제 도서관에 또 오시죠?"
그가 갑자기 뜬금없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이틀쯤 후에요."
"그럼 그때 다시 보기로 합시다. 그때까지 <알렙>와 <바벨의 도서관>을 읽고 오십시오. 그러면 얘기하기 훨씬 수월할 테니."
그는 말하면서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인사나 어떤 작별도 고하지 않고 그대로 아까 있던 서가로 걸어가버렸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잡는다고, 이미 크림단지를 앞에 둔 고양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부풀어오른 나는 당연히 보르헤스의 책들을 서가에서 찾아서 빌렸다.
언제나처럼 서가의 사서 자리에는 그 묘한 인상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책 뒤에 스탬프를 쾅쾅 찍고 내게 돌려주었다.
나는 도서관을 뒤로하고, 바람에 장미 꽃잎이 날리는 담을 걸어 나왔다. 산들바람에 능소화가 흔들리고 있었다.
inkdri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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