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잭오랜턴

2012.07.01 10:4907.01

우리는 매일 처음 보는 누군가를 자주 만난다. 연인이나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것 같은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그것은 새로운 영역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악몽의 순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만남은 운명이기도하고 우연이기도하다. 하지만 만나는 대상에 따라 한순간에 아름다움 인연과 잔인한 인연이라는 상반된 수식어가 붙게 된다. 과연 그런 것을 정해주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보이지 않는 연결의 끈이 있는 건지, 신이 애초부터 정해 놓은 건지, 아니면 처음 보는 누군가가 나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건지.
내가 그 사내를 목격한 것은 얼마 전 정동읍에서 배수관 수리를 끝내고 자락고개 옛길을 통해 청월시로 가던 길이었다. 원래는 국도를 따라 1시간은 족히 가야 했지만 그날따라 대규모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별 수 없이 총 2시간 걸리면서 가을철이 되면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어지는 자락고개 옛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자락고개는 국도가 생기기 전 청월시와 정동읍을 이어주는 거칠고 척박한 황무지를 연상시키는 산길이다. 길 주변에 있는 숲은 여름철이면 푸른 나무들이 모여서 한 폭의 풍경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가을철에는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맑고 높은 하늘에 대비되는 죽음의 숲으로 변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가을철이 시작되면 운전자들은 빨리 이곳을 지나기 위해 서슴지 않고 과속을 하였다. 이유모를 한기와 눈초리, 속삭임, 어둠의 그림자가 느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고 발생률이 높아졌고 결국에는 시에서 미루고 또 미루었던 국도 연결 사업이 추진되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 고개 길 부근의 지맥이 좋지 않아서 묘를 쓴 곳이 아무데도 없다고 한다. 정동읍의 어르신들의 말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어떤 선비가 이 산길의 분위기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는 게 전해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곳의 겉모습은 금강산의 절경만큼이나 아름답지만 속내는 이미 죽어있는 곳이다. 절경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 죽은 경치는 진정한 절경이 아니다. 그저 시커먼 눈속임일 뿐이다.


원래 예정대로 청월시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면 내가 그를 만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자락고개 옛길로 들어서고 약 1시간이 지나서 운전 경력 10년 만에 처음으로 교통사고라는 것을 당했다. 그것도 갑자기 달려 나온 야생 고라니 때문에. 다행히 산자락을 따라 차가 굴러 떨어질 정도의 큰 사고는 아니었고 나무에 부딪친 정도였다.
문제는 하필 자락고개에서 전화가 안 터지는 지점에 사고가 난 터라 정비소 같은 곳에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런 악조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만히 차 안에서 지나가는 차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
나는 국도가 생기고 나서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자락고개 옛길에 관한 소문을 단순한 미신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직접 와보니 방문자들의 기분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창문이 닫혀 있는 차 안에서 초겨울의 한기가 느껴졌다. 그것도 가을 더위가 한창이어서 열대야가 활개를 치는 시기에! 분명 국도에 있을 때는 더위 때문에 에어컨을 켜고 물도 한 병 다 마셨었다. 그런데 자락고개 길 한가운데에 퍼지게 되자 오히려 창문을 닫고 히터를 켜도 모자랄 판이었다.
살을 찌르는 한기에다 황량한 숲속 어딘가에 있는 부엉이의 울음소리까지 더해지니 미지의 눈초리가 느껴지는 것 같아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차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부스럭거림. 진정 눈초리의 주인인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거기에다 속삭임까지 들려올까봐 나도 모르게 문을 잠그고 운전석 밑으로 몸을 웅크리고 말았다. 그러나 속삭임은 들리지 않았고 대신 어딘가에서 날아온 까마귀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숲속에서 메아리 쳤다.
얼마 쯤 그러고 있었을까? 어디선가 빛이 밝게 비춰졌다. 산길을 지나던 사람의 손전등 불빛이 아닌 가 했지만 그것은 보름달의 빛이었다. 고개 길에서 봤던 보름달은 명절 때 보던 보름달보다도 둥글었다. 완전한 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찌그러지거나 늘어난 곳이 절대 없는 완전한 원이었다.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어딘가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달빛을 내려다보고 있을 즘이었다. 달 근처의 키 큰 나무로 눈길이 옮겨졌는데 그곳에는 또 다른 불빛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 불빛은 조금 특별했다. 어딘가 사람의 얼굴상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불빛 형태의 얼굴상은 점차 꿈틀거리더니 눈을 깜박거리면서 미소를 짓거나 뭐라고 주절주절 하는 것처럼 입이 씰룩거렸다. 혹시나 무슨 말이 들리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조심스럽게 창문을 내리자 일반 가요인지 아니면 힙합인지는 모르지만 대강 이런 노랫말이 들렸다.


보름달 아래 타오르는 주황색 늙은 호박의 불빛. 밤하늘의 별처럼 어두운 밤거리를 반짝반짝 비추는 별빛. 히죽 히죽 웃는 호박의 얼굴을 보고는 다들 기겁을 하지. 호박은 식물이라서 움직일 수 없는데, 감정조차 없는데,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데 살아 움직이다니. 의심 많은 사람은 꼭두각시 인형이라 하지만 호박이 건네는 인사에 역시 기겁을 하지.
Hi! My name is Jack. O. Lantern. 새카만 밤거리를 비추는 나는야 가로등. 하지만 불빛만 보고 다가오면 사망순위 1등.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하지 마. 나는 저승사자도, 살인마도 아니니까. 그냥 광대라 생각해. 지옥에서 온 광대. 단검으로 저글링하고, 전기톱으로 피의 서커스를 벌이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심장을 뽑아버리는 광대. 말하자면 페니와이즈.
나는 언제나 웃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날 때도 웃지. 뭐든지 웃으면서 하지. 이게 내 표현 방식. 절대 미친 게 아냐. 매사 즐거울 뿐이지. 그렇다고 방심 하지 마. 그 웃음이 기쁨의 웃음인지 분노의 웃음인지 너는 알지 못 할 테니까.


생전 처음 들어 보는 미지의 노래 선율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듣고 있다 보니 어느새 얼굴상 밑으로 길쭉한 몸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분명 사내라고 말했지만 사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실치는 않았다. 하지만 굵직하고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180정도의 키를 보면 분명 남자였다. 거기에다 그를 한층 우러르게 만들어주는 굽 높은 갈색 롱부츠에 군데군데 바느질 자국이 보이는 청바지와 산업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장갑, 머리에는 낡은 밀짚모자 그리고 하얀 동그라미위에 하얀 엑스표시가 겹쳐져 있는 마크가 왼쪽 팔에 새겨진 폭주족을 연상시키는 검은 가죽점퍼를 보면 영락없는 남자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인상착의를 보면 깡패나 살인마 같은 위협적인 존재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가 위협적인건지 아닌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 익살꾼 같으면서도 강도처럼 칼을 천천히 내밀다가 거의 닿을 쯤에 빼면서 장난을 치는 공포의 존재라는 것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마치 엘리스에서 나오는 채셔 고양이 같다고나 할까. 그것도 온갖 살인 무기로 살벌하게 장난을 치는.
무엇보다 내가 남녀 구분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얼굴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가면 같은 것을 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히 그의 머리는 할로윈에 흔히 볼 수 있는 호박 랜턴이었다. 조각해 놓은 것 같은 눈, 코, 입은 실제로 숨 쉬고 말하고 깜박거렸다.
노래가 끝이 나자 그는 나무 위에서 뛰어 내린 뒤 천천히 걸으면서 내 차 앞에 다가왔다. 그의 첫 인상부터 어딘가 좋지 못한 분위기를 느낀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차량용 보호 필름이 붙여져 있어서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는 애초부터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창문에 대고 노크를 했다.
“어이, 형씨. 차 안에 있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순순히 나오면 다치지는 않을 거야.”
골목길에 죽치고 있던 건달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다가가 시비 걸면서 할 만한 말이었지만 그는 실실 웃으면서 마치 같이 놀자고 조르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하고 있었다. 차라리 거칠 게 말했으면 좋을 텐데 오히려 다정하게 말하니까 더더욱 그 사내를 신뢰하지 못하였다. 일반 사람이, 그것도 호박 머리의 인간처럼 생겼지만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생명체가 그렇게 말을 하면 호의가 생길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을 약간 내리고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당신 정체가 뭐요? 사람이요? 아니면……외계인이요?”
호박머리의 사내가 박장대소를 했다. 뭐가 우습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웃음보다는 재미난 유머를 듣고 빵 터져 나오는 웃음이었다.
“이봐 형씨. 아까 내 노래 못 들었어? 잭오랜턴. 그게 내 이름이라고. 도대체 아까 뭐하고 있던 거야?”
“아니, 이름 말고! 당신 진짜 사람이냐고! 아무리 봐도 일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서 그래.”
“킥킥킥. 일단 차에서 내려 보라고. 나 그렇게 무서운 놈 아니거든. 걱정 하지 말게. 당신 목숨에는 관심 없으니까.”
그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신뢰감이 들지 않아서 망설였다. 흔히 사이코페스가 이런 식으로 희생자를 불러내지 않던가.
계속해서 상황이 진전되지 않자 웃는 얼굴로 운전석 문을 주시하던 잭오랜턴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쇠도끼로 운전석 문을 순식간에 뜯어내버렸다. 깊은 고민하고 있던 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놀랐다기보다는 일반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을 괴력에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뭘 그렇게 답답하게 굴어. 나오라면 나올 것이지. 놀랐다면 사과하지. 하하.”
이건 병 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위협하는 것 같은 행동에 호의적인 말을 하는 이 잭오랜턴이라는 사내는 아무리 봐도 진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결국 그에게 반강제로 끌려 나온 나는 그와 함께 황량하다 못해 으스스해 보이는 숲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잭오랜턴은 그저 숲을 거닐면서 나와 대화하기를 원했다. 간단한 부탁이었지만 그의 손에 계속 들려있는 도끼를 보면서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 어느 순간에 내 목을 베어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잭오랜턴이 하는 말은 걸으면서 하는 대화치고는 엄청나게 장황해서 거의 교회 설교수준이었다. 거의 몇 시간을 들었을 기억하기 싫은 긴 예기이지만 이상하게도 머릿속 어딘가에 녹음이 되어 버렸는지 아직까지도 그가 한 예기가 전부 기억이 난다. 심지어 그가 몇 번 웃었는지 까지도.
“아까 내가 누구냐고 했지? 나는 말이지, 그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 어둠의 존재라고 할까? 일명 아웃사이더. 어둠의 존재라 해서 판타지에서 나오는 마족 같은 시시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게나. 속으로 예기 한 것을 어떻게 아냐고? 암흑의 신 영역에 속하는 존재들은 인간의 마음을 전부 꿰뚫어 보거든, 그래서 사악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을 찾아서 추종세력으로 포섭하는 거지. 워, 워, 그렇다고 그런 눈으로는 보지 마. 나는 그런 녀석들이랑 다르거든. 그렇다고 나는 절대 착한 녀석은 아니야. 저기 보이지? 그래, 줄기가 베어져 나가 죽어버린 나무 등걸 두 개 위에 서 있는 쇠말뚝. 그런데 말뚝 밑에 뭐가 보이지? 저게 뭘까요? 그렇지! 바로 인간이야. 싸움질하다가 길 잃은 등산객이었는데 불행하게도 나를 만나는 바람에 저 꼴이 되 버렸지. 한 놈은 손톱으로 심장을 도려낸 다음 얼굴에 말뚝을 박았고, 다른 녀석은 반항이 심해서 말뚝으로 먼저 고정시켜놓고 이 도끼로 목을 내려쳤지. 그야 말로 연속 고통을 받은 거야. 말뚝 때문에 피가 넘쳐흐르기 까지 고통을 받고 있어야 하는데 거기다가 목까지 베었으니 얼마나 고통스럽겠어. 아마 지옥을 맛본 기분일 거야. 킥킥. 이걸 보면 내가 엄청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악마라고 생각이 들겠지? 하지만 너처럼 안 죽이고 이렇게 데리고 다니다가 살려준 인간도 꽤 있다고. 그야말로 중립의 위치에 있는 암흑의 존재. 그게 바로 나라고.”
그야말로 안심 할 수도 경계해야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 암흑의 존재인가 뭔가 하는 사악한 존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중립을 지키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악마는 악마라는 생각을 떨치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그가 나를 죽이지 않겠지만 죽기 직전까지의 고통을 줄 것 같다는 불길함이 느껴져서 몰래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었다.
쇠말뚝에 박힌 시체들을 지나서 잎이 전부 떨어져 나간 나무들의 입김이 만들어 낸 것 같은 안개의 덮인 숲속으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잭오랜턴은 갈수록 거의 오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어깨동무까지 하면서 친근하게 굴었다. 어깨의 닿은 그의 손은 마치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거칠고 차가웠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는 악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살인? 폭력? 절도? 욕심? 거짓? 정답은 아니지만 바로 그런 것들의 근원에 악이 있는 거지. 여기서 앞의 질문은 잠시 보류해두고, 그렇다면 악은 언제 생겨났는지 알아? 당연히 모르겠지. 지금 이 시각에도 암흑계에 대해 연구하는 자들하고 신학을 접한 인간들만 간접적으로 알고 있어. 형씨에게 만 예기해주는 건데 악은 예수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어. 사실 태초에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지. 그야말로 모든 게 자유로웠어. 하지만 조로아스터에 의해서 선과악의 개념이 생기면서 모든 자유를 박탈당했어. 어쩌면 필요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생겨나면 안 되는 것이기도 했지. 조로아스터가 주축이 된 조로아스터교에서 선과 악을 만들어 냈지만 진정한 악의 근본은 만들어 내지 못했어. 그 이유는 간단해. 그들은 그저 인간이 행하는 모든 것을 선과 악이라는 기준으로 나눠놓은 것에 불과해. 이제부터 할 예기는 당신 같은 일반 인간이 들어 본 적은 없을 거야. 초창기 조로아스터교에 아부 쿠스트리차라는 사제가 있었는데 그는 유독 악에 관한 내용을 깊이 탐독을 했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의 머리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조로아스터가 보았다던 천사장까지 부정하기 시작했지. 그래서 신도들로 부터 배척을 당한 아부 쿠스트리차는 현재의 이란 고원으로 은신했지. 그리고 거기서 모든 악의 근원들이 만들어졌어. 암흑의 성역 연구가들은 그 장소를 흔히 모든 악의 근원들이 탄생한 장소라고 해서 악마의 요람이라고 하지. 그곳이 인간들에게 발견된 것은……. 형씨, 인간들은 서기를 쓰지? 그래, 서기로 치자면 1921년이지. 그때 백색 피부의 인간들이 황색 인간들의 영역을 헤집고 다니다가 발견한 거지. 그리고 거기서 이걸 발견했었지. 이게 뭔지 알아? 넝마 같은 표지를 보기만 해도 그냥 오래된 책처럼 보이지? 이게 바로 아부 쿠스트리차가 남긴 악의 경전 신알리프이야. 그것도 초판! 원래는 백색인간들 중에 영국이라는 지역 소속이 대영박물관이라는 곳으로 가져갔는데 내가 35년 만에 찾아왔지. 여기 보여? 245 페이지에 나온 내 부분. 지금이랑 모습이 많이 다르지? 다른 놈들은 외형 같은 거 신경 안 쓰지만 나는 특별히 신경 써서 지금의 모습이 됐지. 책은 회수 했지만 일이 좀 복잡하게 됐어. 근 35년 사이 영국의 백색인간들이 페르시아어로 쓴 이 책을 전부 번역해서 영어판을 만들었지. 거기에다가 다른 백색인간들과 협동 연구를 하기 위해서 프랑스어판과 라틴어판, 그리스어판, 러시아어판을 만들었고 또 인간들끼리 세력 과시를 위해서 쓸데없이 총칼로 살육전을 벌인 2차 세계대전 때 인도차이나 지역에 아무도 모르게 보관하고 있던 프랑스어판 신알리프이를 일본지역 인간들이 가져가는 바람에 생긴 일본어판까지 해서 총 5개의 판본이 생겨났어. 뭐, 이것도 내가 개으름 피워서 자세한 것은 아니야. 지금 마음 같아서는 그것들도 당장 회수하고 싶지만 그러면 우리의 존재나 비밀이 널리 알려지기 때문에 참고 있는 거야. 형씨는 아까 봤겠지만 알고 보면 나도 엄청 성질 급하다고.”
그 당시에는 거의 듣는 둥 마는 둥 들었기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인류 역사 속에 숨겨진 음모론과는 또 다른 이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면서 신비로웠다. 무엇보다 그들의 추종세력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실제로 주위에서 보이는 사이비 종교 단체가 사실은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인지도 모를 일이다. 또 프리메이슨처럼 거대한 조직이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이란고원에 있다는 악마의 요람 유적, 존재의 유무조차 파악되지 않는 타락한 조로아스터교의 사제 아부 쿠스트리차, 듣도 보도 못한 고대의 책 신알리프이에 대해서 청월시에 있는 대학교수 팀에게 문의해보고 싶지만 잭오랜턴이 이 예기를 하면서 동시에 내 머리 왼쪽에서 도끼를 빙빙 돌리면서 묵시적 위협을 가한 것을 생각하면 대학교수를 만나서 들은 비밀을 여기에 쓰기 전에 길거리에서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지옥의 심연에서 팔팔 끓어 피어오르는 수증기 같은 안개 속의 숲에서 잭오랜턴의 말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내가 볼 때는 거의 숨도 안 쉬고 예기한 것 같다.
“앞에서 악은 뭐냐고 했지? 악은 본성과 관련이 있는 거야. 바로 인간 특유의 본성. 정복, 파괴, 살생, 지배, 끝없는 욕망. 그래, 악의 근원이 정리되기 전, 선이 나타나기 전에는 원시 악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지. 그리스의 신화에서 나오는 카오스가 바로 이때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어. 형씨도 고대사회가 어떤지 알지? 자기보다 약한 종족은 아무 이유 없이 씨를 말리려는 그들의 잔인함, 약한 자들에게 자기 종족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탁자 식 고인돌, 남이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빼앗아들려는 행동, 지금도 알려지지 않아 상상하기 힘든 그 당시의 잔인한 고문들. 말 그대로 무법천지나 마찬가지지. 악은 천부적인 본능이지만 선은 본능을 규제하는 사슬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선이 나타나면서 인간은 현재의 과학문명까지 도달할 수 있었지. 하지만 본능은 억제할 수 있지만 완전히 소멸 시킬 수는 없어. 그래서 인간은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이 오면 본능이 되살아나는 거지. 그게 바로 인간들이 만든 법이라는 규칙에서 제한하고 있는 강도, 폭력, 살인, 파괴행위에 속하는 기물파손, 방화 같은 거지. 하지만 사기 같은 것은 벼랑 끝이 아니라 산꼭대기에 올라간 인간들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바벨탑을 만드는 무모한 행위인 게 차이지. 여기서 문제하나! 똑똑하지는 않고 조금 덜 유능한 사람이 돈이 없어서 강도짓을 하는 사람이 나쁠까, 아니면 머리는 좋은데 사기로 돈을 버는 사람이 나쁠까? 형씨는 아마 조금 덜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땡! 정답은 머리 좋은 사기꾼! 이유는 바로 오만함 때문이지. 덜 유능한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 나온 반사적 본능이기 때문에 그다지 큰 악 죄는 아니야. 반면에 머리 좋은 사기꾼은 그 유능한 머리로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죄가 크다고 보지. 하지만 이 판단은 나의 개인적 판단이기 때문에 내 생각이 반드시 틀렸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맞는다고도 할 수 없지. 그런 또 왜냐고? 하하하하. 하여간 인간들은 한번 말하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니까. 앞에서 말했잖아, 나는 중립에 위치하고 있다고. 암흑계편도 아니고, 형씨 같은 인간들 편도 아닌 중간!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나는 어느 편에게 유리한 상황을 주지 않기 위해 정확한 답은 말하지 않아."
중립, 또 그 놈의 중립. 과연 잭오랜턴이 말하는 중립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누구의 편도 아니라면 그는 어떤 존재라는 말인가? 천사도, 악마도, 그렇다고 신도 아닌 그 괴상한 호박머리 사나이는…….
잭오랜턴의 손에 이끌려 안개 속을 계속 걷다보니 뾰족한 창살이 둘러싸고 있는 분묘 없이 비석이 잔뜩 세워져 있는 서양식의 묘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말 생뚱맞은 상황이었다. 자락고개 길에 묘지가 있다는 예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미국이나 영국의 교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덤들을 말이다. 더 황당한 것은 묘지 입구의 귀청 따갑게 흔들리고 있는 철문 바로 앞에는 동양식의 거대한 장승 2개가 서 있었다는 것이다. 서양식 묘지에 장승이라니……. 어딘가 어색한 조합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묘하게 어울렸다. 흔히 시골마을 앞에 서 있는 장승에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라 쓰여 있지만, 거기 있던 장승에는 앙그라 만유, 위대한 바포메라고 적혀 있었다.
묘지의 크기는 대략 축구장 하나 크기 정도로 보였다. 비석들은 축구 선수들의 포메이션처럼 불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서양식 십자가 비석 말고도 군데군데 동양식 분묘도 보였다. 동서양의 죽음의 문화가 융합된 이 공간의 인테리어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퓨전 음식을 본 적은 있어도 퓨전 묘지는 진짜 처음이었다.
“드디어 도착했네.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지? 이 고개 길에 인간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한 내 안식처라고나 할까? 쉽게 말하자면 내 집이야. 하하하. 좀 웃기지. 이런 황량한 공동묘지가 집이라니까. 형씨한테는 으스스한 곳이겠지만 나한테는 대저택이나 마찬가지야. 벽도 없이, 문도 없이, 복잡하지도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저택. 가구는…… 뭐, 비석들이라 할 수 있고 킥킥킥. 그렇게 황당한 표정 짓지 말게나. 이래봬도 있을 것은 다 있어. 여기 봐, 이게 바로 내 와인 잔이야. 킥킥킥, 뭐? 어린아이 두개골 아니냐고? 그래 맞아. 그게 바로 특별한 거지. 아무도 가질 수 없는 나만의 와인 잔이니까. 참, 형씨는 우리 같은 존재가 마시는 와인이 뭔지 모르지? 포도를 숙성시킨 거 아니냐고? 하하하하. 아이고, 내 평생 웃을 것을 오늘 평생 다 해보네. 우리는 그런 시시한 것은 안 마셔. 여기가 바로 내 와인 저장고지. 지하무덤처럼 보이지? 인간들은 포도를 숙성시킨다고 굴을 파지만 우리는 지하무덤에 넣어서 숙성시키지. 왜냐면 시체가 썩는 땅의 자하에는 어느 곳 보다 죽음의 기운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와인이 더욱 맛있어져서 그런 거야. 형씨 왜 망설이고 있어? 끔찍한 것은 없으니까 겁먹지 말고 들어와. 와우! 먼지랑 거미줄 엄청나지? 이게 바로 와인 저장고의 매력이야. 앞에 양쪽으로 놓여 있는 석관은 무시해둬, 분위기 조성을 위해 같다 놓은 거니까. 자, 이거야 일반 와인 통에 넣어 놔서 아직까지는 뭐가 다른 건지는 모를 거야. 이게 바로 내가 마시는 와인이야. 색깔 괜찮지? 별로야? 너무 새빨갛고 비릿한 냄새가 난다고? 아, 내가 재료는 예기 안했지? 재료를 알면 좀 기겁 할 텐데……. 응? 뭐라고 했어 형씨? 설마 피 아니냐고? 이런, 이런 정답이야. 지금 한잔 따른 것은 16년 묵힌 인간 피야. 여기 둥둥 떠다니는 것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조각일 거야. 어우, 그런 표정 짓지 말게나. 내가 다 무안해 지잖아. 어이, 어이 여기서 토하면 안 돼! 그러면 와인 향을 완전 망친다고! 어유, 다행이네. 저 안쪽에 들어가면 27년 묵힌 여우 피나 32년 묵힌 돼지 피, 19년 묵힌 부엉이 피도 있지만 형씨가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 하지. 형씨 얼굴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으니 빨리 나가자고.”
그때 잭오랜턴이 내게 보여준 그 와인(인간의 피였지만…….)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인간의피를 오랫동안 숙성 시키면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 냄새는 시체 썩는 냄새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주 깊숙한 지하에서 날 법한 죽음의 냄새였다. 그런 냄새가 나는 와인을 잭오랜턴은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소믈리에처럼 아주 고급스러우면서 맛있게 마셨다! 정녕 지옥의 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그때 정신을 놓고 멍하니 있었다면 분명히 수십, 또는 수 백 년 동안 어둠 속에서 줄지어 진열되어 있는 숙성된 수많은 생물의 피를 일일이 관람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때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이 글을 쓰기 며칠 전까지 나는 선짓국을 먹지 못했다.
“아까는 문화충격으로 좀 힘들었지? 여기 분위기를 보면 형씨도 알거야. 이곳은 안개가 항상 껴 있어. 그래서 인간들 눈에는 절대 드러나지 않지. 거의 이계나 마찬가지야. 에이, 그렇게 겁먹은 모습 보이지 말라니까 그러네. 그냥 타지에 관광 와서 신기한 구경한다고 생각해.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러면…… 아, 놀이공원이던가? 그런 곳에 있는 짝퉁 흉가를 리얼하게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생각해. 그게 더 속 편하겠다. 그래도 형씨는 내가 만났던 인간 중에서 최고야! 최고! 아마, 여기까지 온 인간은 형씨가 처음일 거야. 내가 말은 안했지만 형씨처럼 숲속 거닐었던 인간은 꽤 있었는데 내가 거북해서 도망치고 싶었는지 아니면 자기 성질이 폭발했는지 모르지만 나한테 엄청 무례하게 굴어서 내가 단방에 죽여 버렸어. 그 예기 들었을라나? 이 고개 길 근처에서 실종된 사람들 대부분이 잔인하게 변사체로 발견된 예기 말이야. 알지? 그게 바로 내가 한 짓이야. 사실, 아까 봤던 말뚝에 박힌 인간들은 크게 고통스럽게 죽은 것은 아니야. 나에게 무례하게 군 인간들이야 말로 진정한 고통의 끝을 맞보았지. 이것도 궁금하지? 나는 이것을 제대로 같이 노는 거라고 하는데, 대략 나무에 묶어놓고 10분마다 팔, 다리, 목 순으로 잘라 내거나 쇠꼬챙이로 이곳저곳을 약 100번 가량 찌르다가 마지막에 심장을 찌르는 방법이거나 아니면 산체로 피부 가죽을 벗겨 매달아놓고 까마귀들에게 먹이로 주는 정도야. 한번 보여줄까? 안 볼래? 같이 논 흔적이 아직 제대로 남아있는데?”
숲속을 거닐었을 때 간간히 보이던 백골 더미와 정체모를 피 냄새의 정체가 들어나는 순간이었다. 정녕 이것이 지금까지 그의 노는 방식이라는 말인가? 아프리카의 부족세계에서는 성인식 하는 것이 문명세계에서는 학대행위로 간주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작자와 함께 다니면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 거의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다 지금은 보기 힘든 한복이나 19세기에 유행했을 법한 검은 양복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잭오랜턴의 놀이는 엄청 오래전부터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잭오랜턴과 놀다 죽고 살아남았는지 모르지만 옛날부터 지금까지 실종됐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제 또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던 잭오랜턴은 잠시 하늘의 보름달을 보더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런,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아, 좀 아쉽다……. 응? 왜 그러냐고? 형씨에게는 저것이 그냥 둥근 달처럼 보이겠지만 나한테는 시계나 마찬가지야. 그런데 벌써 놀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어. 마지막으로 어떤 인간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묘지 끝에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못 보여줄 것 같아……. 형씨도 궁금하지? 그렇지? 근데, 그게 뭐냐고? 음……. 이건 진짜, 진짜 비밀이라서 형씨한테만 예기 해주는 거야. 이 묘지 끝에는 암흑계로 넘어가는 입구가 있어……. 앞서 들어온 철문과 똑같게 생겼지만 그쪽은 달빛을 포함한 그 어떤 빛도 통과 못하는 암흑으로 둘러 싸여 있지. 이제는 이해하겠지? 여기 이 묘지도 말 그대로 암흑계와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중간계야. 중립주의자인 내가 있기에 딱 알맞은 곳이지.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은 암흑계에서 가끔 넘어오는 녀석들을 통제하는 일이지. 참고로 내가 형씨를 만난 자락고개 말고도 전 세계 적으로 이 묘지와 연결되어 있는 곳이 꽤 있어. 형씨가 나랑 논 인간들 중의 최고였다는 것은 이 고갯길을 지나는 인간 중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 말한 거야. 그러니까 영광으로 알아. 하하하하."
여기서 말을 끝낸 잭오랜턴이 묘지의 철문을 열자 나와 처음으로 마주친 자락고개 길이 나타났다. 분명 길에서 묘지까지 약 2m가량 먼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시공간 이동이라도 벌어진 것 같았다. 거기에다 잭오랜턴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 차에 있는 전자시계를 살펴보니 1시간도 아닌 겨우 2, 3분 정도 지나있었다.
여기서 아무 탈 없이 끝났다면 내가 지금까지 미지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며 고통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안도감을 느낀 이후 나에게 찾아온 평화도 잠시, 잭오랜턴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이렇게 말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참, 형씨! 이건 알아둬. 내가 지금까지 말한 비밀을 일반인에게 누설하면 내가 곧장 찾아갈 테니까 조심하라고. 하하하.”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비밀을 공유한자는 한 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건가? 이제 것 나에게 온갖 이야기를 다해놓고는 지금 와서 누설하지 말라니. 무슨 국가 기밀도 아니고……. 그리고 일반인에게 누설하지 말라? 도대체 그에게 일반인이 뭐고, 아닌 사람은 뭐란 말인가?
비밀을 안 사람은 반드시 다른 이에게 퍼트리고 그것이 곧 소문이 된다. 그러나 이제 것 잭오랜턴의 관한 소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비밀을 누설하려는 자들을 전부 없애버렸다는 말이 된다. 아니면 일반인이 아닌 이들이 알고 있으면서 세상에 누설하지 않고 있던 가…….
그렇다, 지금 나는 잭오랜턴과의 비밀 계약을 파기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입이 무겁지 못한 성격 탓에 병들기 일보직전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차피 총각 외길인생을 청산하는데 후회 따위는 없다. 어차피 죽지 못해서 사는 삶이었으니까. 마침 해가 저물고 있군. 이제 곧 있으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계단에서 부츠 소리가 들려오거나 아니면 지금 이 방에 있는 옷장 안에서 튀어나오겠지. 그전에 나는 이 내용이 적힌 문헌을 창밖의 서늘한 가을바람의 폭풍 속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지도 모르지만 한줄기의 희망을 기대해본다.
오! 이런, 옷장 문이 저절로 열렸잖아. 옷장의 어둠 속에서 잭오랜턴의 얼굴이 밝게 빛나며 웃고 있어. 저렇게 살벌한 웃음은 처음 봐!
마지막으로 혹시 이 글을 본 사람은 밤에 자락고개 길을 지나갈 때 잭오랜턴을 만나지 않게 조심하길 바란다. 나는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행여나 만나게 된다면 그의 신경을 건들지 않는 것이 당신이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반드시 입이 무거워야 잭오랜턴의 도끼날을 진짜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959 단편 의수(義手)3 김효 2013.07.14 0
1958 단편 비밀정원의 남과 여 liar 2012.05.12 0
1957 단편 채굴자3 먼지비 2010.05.25 0
1956 단편 잎글/ 불꽃놀이4 amusa 2005.06.03 0
1955 단편 발디엘 꼬마양 2005.05.09 0
1954 단편 이반 길버트의 심장5 쿠키 2006.11.09 0
1953 단편 우주의 푸른 색 summer 2012.03.12 0
1952 단편 지구가 진다.3 외계인- 2006.02.23 0
1951 단편 할리우드 스타 취재기2 퍼플 2010.08.08 0
1950 단편 그녀에게 말 걸기6 moodern 2003.10.04 0
1949 단편 마리엔느 - 1 暮夜 2003.12.14 0
1948 단편 [일본 이야기/번역] 아미다데라 절의 비구니 hermod 2004.06.04 0
1947 단편 넝마주이의 죽음1 니그라토 2012.06.06 0
1946 단편 비 오던 날 만난 이상한 그녀1 김영욱 2006.01.28 0
1945 단편 파도 - 퇴고작1 제이 2005.09.16 0
1944 단편 [이벤트(..)단편] 국화6 unica 2004.01.16 0
1943 단편 나체 피부관리 전투적메시아 2012.06.16 0
1942 단편 정상에서 1 천현주 2012.04.09 0
1941 단편 J라는 사람이 활을 든 자와 싸웠다는 이야기1 장우석 2011.03.07 0
1940 단편 안개 저편의 이상향1 나길글길 2006.03.23 0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