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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채굴자

2010.05.25 09:0005.25



  하늘 사람들, 별의 주인, 불길을 타고다니는 이들이 저 위로부터 내려오기 전까지, 땅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갖지 못했다.

  왜냐하면 더러운 바닥 위에서 긁어낸 한 줌 흙을 뿌려 점을 치며 살아가던 이들에게는 그 바닥과 흙이 전부였기 때문이고, 서늘하고 축축한 구멍 너머 눈과 피부를 따갑게 하는 빛이 있는 바깥에는 다른 무엇이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가 엷고 엷은 피부색에 짙푸른 눈을 한 이들은 위로부터 왔다. 그래서 땅 사람들은 저들이 하늘 사람이기 때문이 자신들이 땅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래 위에 위가 있으며 위 아래에 아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땅 사람들의 축축한 피부를 불쾌하게 하는 빛을 천 배로 강화해 쏘아낼 수 있는 무기를 허리에 찬 외계인들은 그닥 정중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낮고 깊은 구멍, 땅의 아늑한 품에 안겨 있는 족장들에게 인도되었다. 이 낯선 만남에서 손짓 발짓을 통해 족장들은 몇 개의 큼직한 보석과 은빛 줄무늬들이 드러난 돌들을 반투명하고 부드럽지만 질긴 천과 가볍고 물이 새지 않는 통과 바꾸었다. 최초의 교역 후 하늘 사람들의 배가 불길을 타고 떠나간 자리는 그슬렸고 보이지 않는 독기가 남아 가까이 갔던 노인들은 시름시름 앓았고 여자들은 아이를 배지 못하였다.





  그 후로 몇 세대에 거쳐 하늘 사람들은 더 자주, 더 많이 왔다. 그들은 땅 사람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했다. 수많은 마술적인 행동에 눈이 팽팽 돌 지경이었으므로 평생을 흙의 품에서 늙은 노인들은 역시 구멍 너머에서 온 것은 사악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은 땅 사람들이 수백년간 살아 왔던 구멍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늘 사람들은 족장들에게 쉬지않고 짤각거리는 종, 투명한 병, 톡 쏘는 달콤한 액체 따위를 땅과 바꾸자고 했다. 족장들은 그 말이 퍽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족장의 말을 빌리자면(그는 아내를 아홉이나 둔 아주 존경받는 노인이었다) 땅은 들고 다닐 수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족장들은 그 재미있는 농담에 동의하고는 선물로 받은 종이 지쳐 멈추고 병이 깨지고 액체는 다 마셔버린 후 농담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나서 땅 사람들은 하늘 사람들이 들이댄 천 배로 강화된 빛을 쏘는 무기의 총구에 마주쳤다. 하늘 사람들은 '그 땅을 자신들이 샀으며' '땅이 자신들의 소유이기 때문에' 땅 사람들을 내몰고 그 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격렬한 반항이 있었고, 총구는 수십명의 땅 사람들을 태워 죽였다.

  처음에는 하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하늘 사람들은 땅 사람들보다 훨씬 강한 체취를 뿜어내면서도 코가 둔했고 쿵쿵거리고 시끄럽게 다니면서도 잘 듣지 못했으며 어둠속에서 빛에 의지하지 않고는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땅 사람들은 몸에 진흙을 바르고 입에 뾰족한 흑요석 조각을 문 채로 기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불들은 깨뜨리고 웅웅거리는 기계들에게 힘을 주는 선은 자르고 당황해 하는 하늘 사람은 목을 찔러서 눈코입에 흙을 채워 넣은 뒤 돌아오곤 했다.







  싸움은 지리하게 이어졌고, 결국 족장들과 하늘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회합이 열렸다.

  그 회합에 참여한 이들 중에 가장 젊고 약삭빨라 자신의 똥으로 세상을 만든 코요테의 이름으로 불리는 족장이 있었다. 그는 코를 킁킁거리며 머리를 긁적거리고는 수많은 말들 사이에서 하늘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축축한 진흙 바닥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반짝이는 돌들, 줄무늬와 결, 땅의 정맥, 끝없이 내려가는 은빛 강의 광맥들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하고는 일어서서 자그마치 다섯시간에 이르는 긴 연설로 외계인들의 정신을 쏙 빼놓았고("대지는 어머니이며 대지에 사는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대지에 자라나는 초목은 어머니의 터럭이고 대지에 흐르는 물은 어머니의 핏줄입니다. 어머니를 사고 팔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에야 계약대로 땅은 하늘 사람들의 소유이지만 땅 속의 것은 아직도 땅 사람들의 소유임을 증명해 보였다. 이 꾀바른 입담에 하늘 사람들은 당황해서 종과 병과 액체를 땅과 바꾸었던 최초의 계약서를 꺼내들었지만 아무리 뒤져보아도 계약서에 땅 속에 든 것을 언급한 내용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하늘 사람들과 땅 사람들은 모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꼴이 되었다. 코요테 족장은 이어서 새로운 교역의 계약을 제의했다. 양측 모두 계약에 찬성했고 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새로운 계약이란 다름아니라 하늘 사람들이 땅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땅을 빌려 주면 땅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물을 채굴해내 하늘 사람들에게 팔아 땅의 대금을 갚으며, 원한다면 소유자가 원하는 값으로 다시 땅을 사고 팔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축축한 피부를 지녔고 흙을 바닥에 뿌려 점을 치며 구멍 속에 살아가던 땅 사람들은 평생동안 허리를 구부리고 땅을 파서 갱도를 만들어 흙을 실어나르고 광맥을 채굴하며 살게 되었다. 땅의 대금은 터무니 없이 비싸고 광물 값은 턱없이 쌌기 때문에-그도 그럴 것이 땅 사람들은 당장 발 붙힐 곳도 없어서 느긋할 수가 없던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채굴한 광물을 파는데 급급해 있었으므로 하루도 쉴틈 없이 일해도 땅을 사기는 커녕 대금을 갚는데 겨우 그칠 지경이었다.

  땅 사람들로써는 다행스럽게도, 하늘 사람들의 갸날픈 몸과는 달리 그들의 몸은 땅을 파는데 적합했고 돌을 부수고 흙을 옮기는데 충분한 힘과 끈기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광맥을 따라서 끝없이 파내려갔다.







  여기서 이야기를 계속 하기에 앞서 땅 사람들에게 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땅 사람들에게 땅은 그들의 생일 뿐 아니라 전부였기 때문이며, 전부란 확장된 생의 형태이고 살과 뼈가 삭아 부스러진 후에도 다음 생으로 건너뛰어 지속되는 것인 까닭이다.

  하늘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땅 바깥에 관해서 그들이 특별히 생각해 본 일은 없었다. 그들의 생은 아늑한 땅과 구멍 속에 머물러 있었고, 그 바깥은 따가운 빛과 건조한 공기 뿐이었다. 구멍의 가장자리, 바깥에 가까운 부분은 메말라 퍼석하고 따끔거렸으므로 깊숙히 들어갈수록 더 편한하고 그러므로 더 '좋고' '선하고' '바람직했다'. 가장 깊숙한 구멍들은 존경받는 족장들과 어머니 대지와 교감하는 흙점쟁이들이 차지했다. 그런 의미에서 땅 사람들이 완전히 위와 아래의 구분에 관해서 무지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하늘 사람들이 '높다'고 말하는 것이 어째서 바람직한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을 따름이다.

  모든 것은 흙 안에 있었고, 감싸안는 대지가 그들의 전부였다. 그들은 땅 속에서 나고 땅 속에서 살고 땅 속에 묻혔다. 어머니 대지 안에서 땅 사람들의 생은 순환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땅 사람들은 땅을 분절된 형태로 생각할 수 없었으며, 하늘 사람들이 제시한 거래는 사실상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천 배의 강화된 빛을 쏘아내는 무기는 벌써 수십 개의 부락을 태워버렸고 절멸에 이를 것이 뻔한 싸움은 코요테 족장의 기지로 겨우 멈춘 상태였다. 이해하든 못했든 땅 사람들은 개념을 강요당하고 있었으며 다른 선택이라면 죽음 밖에 없었다. 새로운 구멍을 파기 위해서 흙점쟁이들은 주의깊게 어머니 대지의 호흡을 듣고 명상에 잠겨 흙의 흐름을 읽고 흙덩이들을 뿌려 점칠 뒤 팔 곳을 결정해야 했지만 그 절차는 너무 오래 걸렸다. 하늘 사람들의 흙점쟁이들은 은빛 줄무늬 돌들과 바꾸어지는 둥근 쇳조각들이었다. 그것들은 성급하고 냉혹했으며 어디를 얼마나 팔지 이미 결정짓고 있었다.





  땅 사람들이 가장 먼저 파헤쳐야 했던 것은 신성한 '작은 사람들'의 집, 벌써 수십 세대의 족장들이 바뀌는 동안 융성해 왔던 개미집이었다. 어떤 땅 사람들의 신화에 따르면 개미들은 세상을 만들어낸 신들이라고도 했고 혹은 땅 그 자체가 수태해서 낳은 백성들이라고도 했다. 흙 속 깊숙히 뻗은 구멍들로 이루어진 개미집은 땅 사람들에게 세상의 반영이었으므로 작은 신들은 존경심을 가지고 대했다.

  하지만 은빛 줄무늬 돌은 개미집 아래 묻혀 있었기에 하늘 사람들의 흙점쟁이들은 그곳을 팔 것을 요구했다. 이 믿을 수 없는 폭력에 흙점쟁이들이 자신의 구멍에서 명상에 잠겨 있는 동안, 좀 더 현실적이고 전통에 반항적이기 마련인 젊은이들은 삽을 들고 흙무더기에 달려들었다. 외벽이 무너지고 복잡한 통로들이 드러나자 그 안을 바쁘게 오가던 '작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곧 온 개미집이 경계 상태에 들어가며 일개미들은 더 깊숙한 곳으로 알을 옮기고 턱이 큰 싸움개미들이 쏟아져 나왔다. 싸움 개미들은 새까맣게 기어올라와 날카로운 턱으로 찌르고 독으로 쏘아대 개미집을 파헤치던 땅 사람들은 가끔 손을 놓고 개미 구덩이 밖으로 뛰쳐나와 몸부림치며 온 몸에 붙은 개미를 떼내어야 했다. 하늘 사람들은 구덩이 밖에 서서 그 광경을 재미있다는 듯이 구경하고 있었다.

  땅 사람들은 잔뜩 물려서 온 몸이 벌게져서는 구덩이 밖으로 몰려나와 따가워서 도저히 작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버텼다. 실랑이 끝에 한 하늘 사람이 선심이라도 쓰듯이 어떤 통을 가져오더니 하얀 기체를 뿜었다. 그러자 온 구덩이 가득 쏟아져 나왔던 개미들은 모조리 죽어버렸다. 죽은 개미 시체에 뒤덮힌 땅 사람들이 멍해져 있자 하늘 사람들은 빨리 작업을 계속하라고 재촉해댔다. 가까스로 개미집을 속까지 들어내자 가장 깊숙한 곳에 돌봐줄 이들을 잃어버린 하얀 알들과 엄지손가락만한 여왕개미가 죽어있었다.

  땅 사람들이 묵묵히 파들어가서 은빛 돌들을 꺼내자 하늘 사람들은 돌을 재보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대금을 계산한 뒤 돌아가기 전에 연고를 던져주며 개미에 물린 자리에 바르라고 했다. 그러나 연고는 얼마 되지 않아서 대부분의 땅 사람들은 벌겋게 부어오른 살에 차가운 진흙을 치대 바르는 수 밖에 없었다.





  개미 굴을 부숴버린 후 땅 사람들은 의견이 분열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냐는 측과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측이었다. 앞쪽은 개미굴이 무너질 때 명상에 잠겼던 흙 점쟁이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나이든 어른들인 반면, 뒤쪽은 직접 개미굴을 파해치고 은빛 돌을 파내는 일을 한 젊은 층들이었다. 특히 젊은이들은 잔뜩 쏘여서 가려움을 견딜 수 없는데다가 힘들게 일해서 대금을 치룬 것은 자신들인데도 이제와서 비난이 쏟아지는데 불만을 품었다.

  하지만 하늘 사람들은 이러한 의견 충돌에도 아랑곳 않고 다른 곳을 팔 것을 지시했다. 그 곳은 '다른 곳', '더 깊은 곳', '잠드는 땅'인 매장지였다. 땅 사람들은 이 충격적인 요구 앞에 할 말을 잃었고 다시 하나로 뭉쳤다. 땅 사람들에게 생이란 땅 속에서의 순환이었으므로 죽은 뒤 가장 깊은 곳에 묻혀 안식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망자의 안식을 방해하라는 요구는 아무리 봐도 지나친 것으로 보였다. 곧 폭동이 일어났으나 천배로 강화된 빛 앞에 진압되었다.

  이제는 흙점쟁이들이 결단을 내릴 차례였다. 회합에서 여러 차례의 명상 끝에 흙점쟁이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만큼 망자에게 충분한 예를 갖추고 안식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도록 의식들을 치루며 채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신성한 진흙으로 매장꾼의 문양을 거꾸로 그려넣은 땅 사람들이 유령춤을 추며 망자들을 달래고 그 동안 다른 무리의 땅 사람들이 가급적 묘역을 피해서 땅을 파들어갔다. 그러나 작업속도는 그만큼 더뎠기 때문에 하늘 사람들이 자꾸 채근하기도 했고, 아무리 의식을 행한다고 해도 망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리가 없었다.



  결국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 분노한 망자들이 무덤에서 일어나 땅 사람들을 공격한 것이다. 땅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서 그들의 고용주에게 몰려가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외쳐댔지만 돌아오는 것은 천 배로 강화된 빛 뿐이었다. 그 때 동포들의 고통을 참지 못한 한 흙점쟁이가 나서서 망자들을 진정시키는 유령춤을 추면서 뼈 창으로 산 자를 해치는 귀신들을 위협해 쫓아내고 땅 사람들이 다시 채굴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배신행위에 놀란 흙점쟁이들은 그 무모한 자를 붙잡아 눈과 코와 입을 흙으로 채웠다.

  하지만 땅 사람들이 하늘 사람들에게 땅을 빼앗겼듯이 산 자들은 죽은 자들에게 땅을 빼앗아야만 했다. 땅 사람들은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흙점쟁이들을 토막냈다. 그러고 나서는 더 이상 망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흙점쟁이들과 똑같은 안식 속에 도로 눕혀 주었다. 즉, 시체를 자르고, 부수고, 태우고, 조각내어 무덤 속에 던져 넣은 것이다. 망자들은 안식을 구했을 뿐이고 산 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산 자들이 이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 속의 영웅들과 전설적인 족장들이 되살아났지만 땅 사람들은 가차없이 그들을 도로 죽여 파묻어 버렸다. 모든 땅 사람들의 아버지인 '첫번째 구멍의 왕'을 곡괭이와 삽으로 토막내고 몸을 장식한 보석들을 나눠 가지자 더 이상 살아나는 망자도 없었다. 땅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후 세계를 자신들의 손으로 부수어 버린 것이다. 곡괭이와 땅과 대금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그들은 계속 땅을 파내려갔다.





  땅 사람들은 한동안 광맥을 따라 파들어갔다. 그러다가 터져나온 깊은 지하수 속에서 눈이 없고 새하얀 물고기를 발견했다. 얼마 더 가지 않아 땅 사람들은 희끄무레한 유령 같은 생물들을 훨씬 더 많이 발견했다. 오래 전, 바깥의 빛을 피해서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든 종족의 후손들이었다.

  그리고 땅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친척도 발견했다. 눈도 없이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기어다니는 그들을 땅 사람들은 암흑 족이라고 불렀다. 암흑 족은 빛은 전혀 몰랐지만 청각과 후각과 촉각이 땅 사람들보다 열 배는 민감했다. 암흑 족은 처음 보는 냄새와 소리에 몸을 숨겼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남아 작업하는 광부가 손쉽고 즙이 많은 먹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땅 사람들은 암흑 족에 비하면 땅 밑의 어둠 속에서 장님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한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무언가 어둠 속에서 대열에서 뒤쳐진 사람을 휙 낚아채 가는 괴물이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하지만 계약은 여전히 유효했으므로 땅 사람들은 채굴을 계속 해야 했고 몇 명씩 조를 짜서 움직인다든가 허리에 줄을 맨다든가 하는 임시적인 자구책을 도입했다. 그렇다고 해도 암흑 족은 이 쉬운 먹이감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여럿이 달려들어 한 조를 통째로 끌고 간다든지 줄을 당겨 보면 끝이 잘려 있다든지 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작업 효율이 낮아지고 광부들 사이에 공포가 만연하자 하늘 사람 감독관들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등불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권유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회사가 부담을 지지는 않았지만 땅 사람들은 채굴을 계속하려면 별다른 수가 없었다. 땅 대금을 젖히고 비싼 값을 치르고 투명한 병 속에 담긴 등불을 사와서 갱도에 설치했다. 창백하고 기분 나쁜 빛이 어둠 속을 밝히고 나자 그제야 땅 사람들은 살금살금 움직이는 것들의 흉측한 실체를 보았다. 땅 사람들이 하늘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암흑 족도 그들을 빛 족이라고 부를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하늘 사람들의 흙점쟁이는 등불 값까지 재촉하고 있었다. 그래서 땅 사람들은 작업을 계속 하다가 암흑 족이 소리도 없이 다가오며 그림자를 드리우면 재빨리 죽여버리고는 했다.

  암흑 족의 영토로 깊히 내려갈 수록 도처에 땅굴이 있었다. 암흑 족은 빛이 생겼는지 아닌지 알아차릴 수는 없었지만 전처럼 땅 사람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깨달았다. 어디에서 암흑 족이 다시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보는 족족 죽이지 않으면 어디에선가 다시 나타났다. 갱도가 길어지자 꺼지지 않는 등불도 그만큼 많이 필요했고 등불에 힘을 전하는 선도 더 멀리까지 깔아야 했다. 그러자 등불과 등불을 켜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났으므로 땅 대금을 치르기 힘든 처지가 되었다. 하늘 사람들은 등불을 비싼 값에 들여다 팔면서도 땅 대금이 밀리는 것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땅 사람들은 암흑 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의했다. 망자들과의 전쟁 처럼 이 역시 생존이 걸린 전쟁이었다. 광부들은 특별한 조를 편성해서 암흑 족을 사냥하고, 암흑 족의 땅굴을 하나 하나 메웠다.  그러다가 암흑 족들이 모여 사는 일종의 부락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땅 사람들은 다른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모여들었다. 출구를 모두 막고 불을 질러서, 뛰쳐 나온 것들은 칼로 저며 고깃덩어리를 만들고 빠져 나오지 못한 것들은 모두 태워 죽여버렸다. 구석 구석 뒤져서 마지막 암흑 족까지 쫓아가 죽이고 나자 꺼지지 않는 등불이 형형한 푸른 빛을 내리쬐는 텅 빈 갱도에서 움직이는 것은 땅 사람들 자신의 그림자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땅 사람들은 등불의 대금을 치르기 위해서 허리를 구부리고 더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들은 계속 땅을 파내려갔다.





  암흑 족을 없애 버린 후, 한 동안 지하에서 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길고 지리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흔들리지 않는 등불의 희끄무레한 빛을 밝히는 갱도를 따라 노역에 지쳐 어깨를 수그린 땅 사람들이 오고 갔다. 하루 종일 벽을 파서 광석을 캐내어 수레에 담아 올라오고 나면, 그들에게 남은 것은 꿈도 없는 먼지 투성이 고단한 잠 뿐이었다. 타는 듯이 독한 싸구려 합성주와 반짝거리는 화면의 오락기계가 여가시간의 나머지를 차지했는데, 여기서 광업회사들 말고 다른 하늘 사람들도 끼어들 여지가 생겨났다. 얼마 되지 않는 급료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짜내기 위해 들어선 다닥다닥 붙은 좁은 구멍들과 주점과 도박장들에 이어 '종교'라고 불리는 사업도 들어왔다.

  목사라는 이름의, 연단 위에서 지치지 않고 말하는 하늘 사람은 멍히 올려다 보는 땅 사람들에게 열성적으로 여러 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했다. 죽은 후의 삶이라든가 죄에 관해서 장황하게 말하고 지옥, 천국이라는 곳들도 언급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죄를 지은 자는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져 불 속에서 고통받는데 지옥은 땅 속 깊은 곳에 있으며 반대로 빛으로 가득찬 천국은 하늘에 있다고 했다. 비록 눈을 멀게하고 피부를 따갑게 하는 빛에 관한 것이라 해도 이 '종교'는 하나의 새로운 약속이었기에 땅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휴일에 큰 강당에 모여 설교를 듣고 그 대금을 지불하게 되었다. 오늘의 고단함과 어제의 상실과 내일의 의미없음에 짓눌린 땅 사람들은 이미 그들 자신의 손으로 부수어 버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후세계들 대신할 다른 것이 약속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천국은 짝으로 지옥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며 그 곳에는 사나운 악마들과 불길의 강과 고통과 죽음이 있었고 그것들은 땅 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땅 사람들은 갱도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을 알아차렸고 통풍 장치가 설치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가 녹아서 흐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목사는 소리 높여서 이것이 오늘날 만연한 죄악의 실상이며 불신의 증거라고 외쳐댔다. 교회는 언제나 북새통이었으며 헌금함은 넘쳐 흘렀다. 목사의 말대로 뿔이 돋고 피막질의 날개와 잔혹한 발톱을 지닌 악마들이 광부들을 습격했을 때가 교세의 절정이었다. 살아남은 땅 사람들은 연단으로 자발적으로 몰려와서 그곳이 얼마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곳인지 간증했다. 삐죽삐죽한 검은 탑들과 용암과 메아리치는 비명들, 사납고 이빨이 튀어나온 악마들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목사는 일시적인 성공에 심취한 나머지 사업에서의 장기적인 안목을 잊고 말았다. 말세를 계속 팔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열성적인 광부들은 갱도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여 이 조직적인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이사진들을 심기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몇 차례의 사려깊은 방문 후 목사는 다른 곳의 어둠 속에 버려진 형제자매들에게 구원을 전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천국의 약속에서 버림받은 땅 사람들은 은빛 줄무늬를 따라 지옥으로 향해야 했다. 거기에 얼마나 많은 악마가 죄인들의 피와 살을 먹을 생각에 입을 다시고 있든 말이다- 암흑족과의 싸움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악마들은 포식했고 피가 불의 강에 더해졌지만 땅 사람들은 물러설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들은 제 피가 자기 입에 가득한 것을 깨달았고 용암속에서 악마들이 유황냄새를 피워 올리며 불탔다. 어쨌든 교회가 옮겨간 후 지옥은 더 이상 확장되지 않았기에 이 싸움의 결과도 필연적인 것이었다. 수많은 악마 사냥꾼들의 전설이 도시의 주점에서 회자되고 가끔 강한 악마가 시가지에서 난동을 피우는 일도 있었으나 곧 신문들은 다른 기사거리를 찾아내고는 했다. 악마들이 대부분 죽임당하고 나자 열기도 이전보다는 견딜만 해졌고 고통에 차 부르짖는 소리는 용암이 굳은 화산석의 기포투성이 구멍에서 바람이 울리는 소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규모 용암로를 건설해 불길의 강의 흐름을 돌리고 나자, 채굴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계속 땅을 파 내려갔다.





  갱도가 지옥 아래로 이어질 때까지도 땅의 소유권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광업회사에 있었고 땅 사람 광부들은 규격화된 구멍을 임대하기 위해 급료의 상당부분을 지불해야 했으나,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것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처음 비닐과 유리병으로 땅을 팔았던 땅 사람들은 하늘 사람 탐험가들이 들이댄 광선총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그의 전신인 제국주의를 압도하기 마련이다.

  종교가 도입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늘 사람들의 사업은 이미 여러가지가 들어와 있었다. 가루로 된 세제라든지 간편식을 덮힐 수 있는 전열 조리기구 따위가 인기를 끌면서 역으로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광부들 사이에서는 점점 더 불만이 증대했다. 이후에 벌어진 회사들 간의 암투에 관해서는 상술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광물 가격의 광범위한 재조정, 상대 측에 의해 유발되는 폭력적 노동쟁의, 상대적으로 더 나은 복지에 관한 서류 상의 약속들 같은 진부하고 고전적인 수법들이 몇 차례씩 변주되었다. 이제 성간 자본주의는 이 변두리 행성의 비참한 노동자들에게도 자신의 부의 끝부분을 일부 맛보여주고 있었다- 더, 더 많은 부에 대한 약속으로, 더 다양한 가루세제의 품명이라든가 더 먼 행성의 즉석 음식과 같은 것으로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일종의 윤리의식마저 가진 채 노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땅과 땅 속에 있는 것에 관한 거래 계약 따위는 땅 사람들의 어린 자녀들이 기초학교에서 주말에 들리는 박물관 유리창 뒤에 전시된 모형으로나 볼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땅 사람들은 하늘 사람들의 광업회사에 고용된 임금 노동자들이었고, 땅의 소유권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문제는 여전히 은빛 줄무늬 돌과 그것과 바꾸어지는 둥근 쇳조각에 있었다. 땅 사람들은 더 좋은 구멍의 평생 임대권이나 지하 도로망을 가로지르는 공기 압축차 등을 사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땅 사람들은 난쟁이들의 요새와 마주쳤다. 이 자그마한 종족은 은빛 줄무늬 돌에 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었고 일종의 신성한 것에 대한 존경심마저 가지고 있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하루 종일 벽을 판 뒤 돌조각들을 실어날라 녹이고 추출해서 은빛나는 주괴를 만들어 쌓아두는 것이 생의 즐거움이고 목적이었다. 서로 다른 요새들은 상대가 자기들의 은색 광택 신들을 훔쳐갈 까봐 두려워 성벽을 점점 높히 쌓아 올리고 이따금 광맥을 둘러싸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이고는 했다. 다닥 다닥 붙은 장난감 같은 집과 어깨 사이로 푹 꺼진 목을 가진 이 족속은 땅 사람들을 기묘하게 뒤틀고 축소시켜 놓은 듯이 보였다.

  땅 사람들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정제되어 쌓여 있는 주괴들은 대규모 구멍들로 된 도시 하나와 같은 가격이었으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동안에 걸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요새들은 광부들의 손에 하나 하나씩 함락되었다. 그 때마다 엄청난 부의 물결이 땅 사람들을 강타했다. 회사도 광부들도 모두 행복하게 둥근 쇳조각에 파묻혔다. 그래서 아무도 수천년간 난쟁이들의 요새 밑바닥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수괴들에 성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대 은행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들은 계속 땅을 파내려갔다.





  이렇게 부가 흘러넘치게 되자 더 이상 위와 아래, 하늘과 땅의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얼마나 있느냐였고, 돈이 많은 것이 오늘날의 위, 과거의 아래였다. 그래서 하늘 사람들이 광부 일자리를 찾아오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묻혀 있는 땅 속으로 부터 하늘 사람이 온 하늘로부터 찾아 헤매던 것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곱 겹으로 묻힌 도시'도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한 동안 모든 고고학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그 발굴자는 처음에는 단순히 성간 노동시장의 흐름을 따라 흘러들어온 광부에 불과했다. 그가 한 때는 고고학과의 고등교육과정을 수료했고 한 권의 손때 묻은 책에 심취해 있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가 수천번이나 읽고 수천번이나 꿈꿔온 그 책은 어떤 도시의 멸망을 다루고 있었다. 미녀를 두고 벌어진 싸움은 마침내 온 세상의 영웅들과 신들을 끌어들였고 치열한 전투 끝에 종국에는 거대한 목마를 선물로 위장하여 난공불락의 성벽을 넘어 갔는데, 그 안에는 일단의 병사들이 숨어 있었기에 마침내 그 도시는 함락되고 말았다.

  그는 항상 그 도시를 꿈꾸었고 그 도시를 발굴하기를 원했지만 그의 열망은 그를 이곳까지 오게 했을 뿐이다. 고고학이란 돈 되는 학문도 아니었거니와 당최 문학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연구비를 따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고되게 일했고, 먼지투성이 숙소로 돌아와서는 이미 매끈하게 표지가 닳아버린 책을 잃고는 했다. 꿈도 없는 잠 동안 잃어버린 도시의 환영이 단편적으로 피로를 뚫고 넘어와 번뜩였다. 얼마 후 그는 토기 조각을 캐냈다. 얼마 후에는 귀고리가 나왔다. 청동칼과 가면도 나왔다. 그의 방은 이런 것들로 가득 찼고, 곧 발굴단이 도착했다. 몇 개월 간의 작업 끝에 온전한 도시 하나가 그들 앞에 있었다.

  고고학계는 이 세기의 대발견에 갈채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비록 근래 개봉한 영화가 그 도시 이야기를 다룬 덕택이기는 해도 고고학 기사가 성간 언론의 앞페이지에 오른 것은 몇 세기만의 일이었으므로) 뜻밖에도 가장 맹렬한 비판은 문학계로부터 나왔다.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연구해왔다는 학자들은 도시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세부 사항에 있어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그러고는 그가 발굴해낸 도시는 바로 그 도시가 아니며, 아마추어의 열정은 높히 살만 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터무니 없는 수식어를 붗히는 일은 삼가길 바란다고 논평하였다.

  그는 이 학문적 맹공에 어안이 벙벙해졌으나, 그에게는 어떠한 확신이 있었고 꿈 속에서 다시금 번쩍이는 도시의 환영을 또렷하게 보았다. 다시 몇 개월 동안 도시 유적을 들어내자 그의 비판자들이 지적했던 점에서 묘사에 완전히 들어맞는 유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두번째 도시가 나타났다. 비판자들은 책을 한줄 한줄 분석해가며 그의 도시와 책의 것이 다른 점을 찾아냈다. 그는 또다시 꿈꾸었고, 다시 도시를 들어냈다. 이런 일이 일곱번이나 반복되었다. 그 때 가서는 비판자들도 지쳐 나가떨어지고 모든 면에서 책에 등장한 묘사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언론도 매번 관심을 가질만큼 한가하지 않았고, 왜 하필이면 그 도시가 그런 변두리 행성에서 발견되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외따로 떨어진 어느 행성의 대학에서 명예교수로 재직하다 평화롭게 말년을 마쳤다. 그러고 나자 더이상 도시를 꿈꾸는 사람도 없었고 곧 다른 발견에 묻혀 버렸다.

  그들은 계속 땅을 파내려갔다.



  또 다른 발견은 땅사람 광부들이 이상한 뼈 같은 것을 지층에서 캐낸데에서 시작되었다. 그 뼈는 이제껏 알려진 어떤 동물의 것보다도 컸고, 무슨 동물의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다른 행성에서 연구단이 파견되었다. 연구단은 뼈를 조사해보고 그것이 고대에 살았던 거대한 생물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슷한 지층이라면 또 다른 화석이 묻혀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연구단은 온전한 뼈대를 완성하기 위해서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일대에서 엄청난 수의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땅 사람 광부들은 처음 발견된 화석의 뼈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지만 네 다리가 달리거나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겼을 거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고 땅 속에서는 첫 화석과 일치하지는 않아도 다양한 형태의 화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화석들이 암시하는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고 풍요로운 것이었으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 기사는 땅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영화관에서는 언론들이 이름 붙힌 대로 공룡을 다루는 영화들이 방영되었고 땅 사람 아이들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육중한 공룡들이 활보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머지 않아 화석이라기 보다는 단지 죽은 뒤 살이 삭았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 뼈들이 발견되었다. 영화에 나왔던 것과 같은 거대한 고사리들도 발견되었다. 살아 있는 공룡들이 유유히 거니는 대공동이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누구든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우주 너머의 몇몇 회사들이 이 발견에 촉각을 세웠고 살아있는 공룡들이 거니는 공동을 관광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검토되었다. 그러나 행성은 너무 은하 외곽에 있었기에 관광화하기에는 지나치게 운송비가 많이 들어 보였다. 광물을 실어 나르는 것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관광회사들이 망설이는 동안 광업회사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아직 광맥은 충분했고 여전히 행성 전체의 주도권은 광업회사들이 쥐고 있었다. 회사의 이사진이 보기에 이 관광 산업이라는 것이 성장할 경우 외부 세력에 의해 행성 전체에 대한 주도권이 흔들릴 소지가 있었다.

  그래서 머지않아 영화에 나왔던 공룡 중 가장 흉포하고 사나운 육식 공룡들이 땅사람 광부들을 습격해 잡아먹는 사건이 벌어졌다. 회사는 즉각 유족들에게 두둑한 보상금을 지불하고 성명을 내어 애도를 표하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관광 회사들이 손을 뗄 것을 검토하는 동안 광업 회사가 고용한 가장 유능한 사냥꾼들이 공동을 누비며 공룡들을 닥치는대로 죽였다. 정치적인 분쟁에 학문적 진실이 사라질 것을 염려한 연구단은 표본을 챙겨 도망쳤다.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선이 추격해와 연구단의 우주선은 소행성대에서 폭파되었다. 우주를 가로질러 은하 자연사 박물관에 남아있던 유일한 공룡들도 신입 사원의 공교로운 실수로 폐사하고 나자 공룡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광업 회사의 지원을 받는 영화관에서는, 땅속에서 발견될 위험이 없는 좀더 안전한 것들, 이를테면 광선검을 휘두르는 하늘 사람 우주 검사들이 나오는 영화를 상영했다.

  그들은 계속 땅을 파내려갔다.



  이 행성에 자본주의가 유입된 후로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결코 한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속적으로 부풀어올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일단 자극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자극은 더 이상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므로 전체 구조가 권태로 시들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극으로 다시 노동자-소비자를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의 인재들이 밤낮없이 시장에서 획기적인 반향을 일으킬 신상품 개발에 매달리는 상황에서는 전혀 새로운 자극이란 갈수록 찾기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한 젊은이가 있었다. 부모는 갱도 사고로 목숨을 잃고 회사의 지원으로 큰 젊은이었다. 젊은이의 조부모는 마지막 남은 흙점쟁이들의 후손이었다. 그 힘이 핏줄을 따라 이어져 왔기에 젊은이는 '땅의 박동소리'를 아직도 들을 수 있었다. 어두운 구멍 속에 누워 눈을 감고 있노라면, 심장 박동처럼 쿵... 쿵... 하고 느리게 고동이 들려온다. 혹자는 그것이 행성의 자전과 태양 복사의 반영으로 인해 울리는 메아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이는 구슬로 머리를 땋아 늘어뜨린 조부모 밑에서 자랐기에 그것이 어머니인 대지의 심장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이에게는 불행히도, 모두가 벌레처럼 어머니 대지의 살을 파고들어가는 시대였다. 자신이 저지른 참혹한 행위로 온통 피투성이가 되고서도 어떤 얄팍한 만족감도 없이 바로 다음 번의 새로운 광고에 눈을 돌리는 때였다.

  젊은이의 영적인 눈은 공허로 가득 찼고 눈물조차 말라버렸다. 젊은이의 영혼은 고갈된 갱도처럼 황폐해졌기에 더이상 전율하고 고통스러워할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해 파괴되어버린 젊은이는 조부모의 수정 부적 목걸이를 쥔 채로 비틀거리며 어머니의 상처입은 품 속으로, 갱도 끝의 갈라진 틈바구니로 사라졌다. 이후로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얼마 후 감독관들은 갑작스럽게 채취량이 떨어진데 의아해하며 감사단을 파견했다. 지하로 내려간 감사단은 기괴한 광경을 목격했다. 끝도 없는 심연에서 자라난 수정 결정이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며 갱도를 뒤덮었고, 광부들 가운데 상당수가 몸의 일부가 수정에 침식당해 있었던 것이다. 회사는 즉각 정밀 조사를 시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수정은 이제껏 보고된 적이 없는 광물로, 다른 물질을 자신으로 치환하며 스스로 증식하는 특성을 지녔고 이 현상에서 생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미 공기 중에 산란하는 입자들이 떠 다니고 있었기에 며칠만 갱도에 노출되어도 피부에 반짝거리는 층이 생겼다. 게다가 침식 현상이 시작되어도 자각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점점 둔해지고 무의욕해지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침식된 환자들은 침식이 진행될 수록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들고 움직임이 적어지며 모든 종류의 행동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신진대사가 극도로 저하되어 눈을 깜빡거리는 것을 멈추고 걸죽해진 피를 밀어내려던 심장도 결정으로 변하고 나면 결국에는 사람 모양의 수정덩어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재앙적인 현상으로 갱도는 즉각 폐쇄되었다. 회사는 극히 최근에 개발된 고주파 무기를 도입했다. 이 무기는 해당하는 물질의 분자 구조를 진동시키는 고주파를 발사하여 물질 자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수정층이 무해한 원소로 분해되고 침식된 환자들을 격리 수용해서 치료한 뒤, 회사는 급감한 인력을 대비해야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를 대신하여 최신 자동화 설비가 투입되었다.

  그러고 나자 행성의 주 산업인 광산업은 거의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얼마 남지 않은 땅 사람들은 거대한 기계화 도시의 표면에서 기생하며 아무런 의미도 의욕도 없는 삶을 연명했다. 서서히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누구든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계속 땅을 파 내려갔다.





  이제 지하에서 채굴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먹지도 쉬지도 욕망하지도 않는 기계들 뿐이었다. 사람의 손으로는 이미 불가능해진 깊이를 한결같은 속도로 파내려갔다. 채굴된 광물들은 자동으로 지상으로 운반되어 가공을 거치고 우주 너머의 고객들에게 팔려나갔다.

  전 과정이 기계화된 행성에서 땅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계를 수리하거나 물품을 하역하는 식의 잡역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싸구려 합성주 밀매나 새로운 중독성 약물 매매에 의존했다. 이러는 동안 지하에서 무엇이 발견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굴 기계들은 그들이 무엇을 발견하는지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기에 단지 파내려가기만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러가지 것들이 발견되었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거대한 죽은 자들의 도시를 발견했다. 대체 언제 세워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고대 문명의 도시는 오직 매장된 시체들만을 위해 건설되었고 부활과 재생의 희망을 거대한 부조로 조각해 놓고 있었다. 광맥은 도시의 기반부를 지나가고 있었고 채굴 기계들이 작업을 진행하자 그 모든 잊혀진 상징과 수호의 상형문자들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붕괴했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거대하고 텅 빈 감옥을 발견했다. 비인간적인 규모의 감옥 안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는 그림자들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채굴 기계들이 벽을 뚫기 시작하자 눈멀고 귀먼 채 오직 감옥 안에서만 허우적거리던 환영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현대의 도시와 거의 일치하는 고대의 도시를 발굴해 냈다. 그 도시는 황폐화되어 버려져 있었으며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무감동한 기계들은 사라져 버린 인간성에 대한 회의 따위에 잠길 이유조차 느끼지 못한 채 작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그들은 가장 궁극적인 비밀에 이르렀다. 그것은 다름아닌 시원이었다. 신적인 도시가 채굴 기계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기술의 투사장치가 그들 앞에 방문객을 맞이하는 환영을 생성해냈다. 환영은 차가운 기계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공허한 우주에 어떻게 생명이 시작되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최초로 자기 자신을 인식한 존재는 흙과 돌, 쇠와 수정으로 만들어진 우연한 구조에서 비롯되었기에 엄밀히 말하면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최초의 신적인 존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의미한 허무 속에 던져졌다는 사실을 자각했고, 오랜 시간동안 존재의 의미에 관해 숙고하는 명상에 잠겨 우주적인 시간이 지난 끝에 마침내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동류들과 힘써 일해서 행성 전체를 직조해 냈으며 그 안에 살과 피와 뼈로 된 숨쉬는 생물들을 짜 넣었다는 것이다. 창조주들은 이렇듯 생명의 씨를 뿌리고 나서 그것들이 충분히 자라나 자신들의 기원을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스스로를 봉인했다고 했다. 이제 땅 사람들의 도구가 가장 깊은 행성의 중심부까지 도달했으니 모든 것의 답, 존재하는 것의 의미, 끝없는 허무에 대적하는 생명의 비밀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기파의 교란을 관측하던 채굴기계들은 이것들을 행성내 자기장에 의한 간섭현상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폭약과 절단기와 융용광선으로 투사장치와 동명장치를 비롯한 시원 전체를 관통하고 지나가 버렸다. '왜냐하면-' 하고 채굴 기계의 전자 두뇌는 생각했다: '부여 가능한 의미는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비논리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계속 땅 속을 파내려갔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에', 그들은 무, 아무것도 없음을 채굴해냈다.

  뭐라고? 아무것도 없음이 도대체 뭐냐고? 그것이 발견되거나 채굴할 수 있는 대상이냐고- 물론 모두 좋은 지적이다. 꾸준히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따라오려다 별안간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온 데 불만스러운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좀더 참을성 있는 독자는 여기까지도 꾹꾹 눌러참고서 물을지 모른다. '좋소,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들이 아무것도 없음을 발굴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들은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죠?'

  이 질문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마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 후로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결말에 관해서는 (아직도 성나서 떠나버리지 않은) 독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추측해서 가장 그럴 듯한 해석을 결말로 삼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나름대로 비유법이 정통하다고 자부하는 독자들은 이렇게 말하리라.

  '이것은 별다를 것 없는 비유에 지나지 않아요. 간단하지 않소? 땅 사람이든 기계든 그들은 채굴자들이었고, 종국에 이르러서 아무것도 없음을 파냈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이건 원광이 다 떨어졌다는 소리가 아니고 뭐겠소? 처음에는 세상이니 어머니 땅이니 했지만 나중에는 행성이라고 했으니, 행성이 무한할 리도 없고 당연히 언젠가는 광물을 다 캐내버렸겠지. 회사는 일찌감치 손 털고 물러난 거고, 땅 사람들은 굶어죽든 꾸물거리고 살아가든 저들끼리 알아서 했을테고.'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정말로 하루하루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만들어진 욕망이 주입되는 것을 멈추는 순간 자신이 공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까봐 두려워하는 독자들이라면-

  '아마 그들은 정말로 끝에 도달했을 것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올 것이 없는 마지막, 모든 것이 끝장나버리는 종국에 말이다. 이러쿵 저러쿵, 파들어가면서 뭔가 저마다 자기가 발견하리라고 생각하던 것들을 발견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끝나고도 우리에게는 가장 확실한 한가지 답 만이 있는 게다- 모든 것이 무에 지나지 않고 그래서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냉혹하고도 분명한 진리가. 그들은 자기네 토대를 너무 파들어가 버렸고, 발을 딛고 선 땅 자체가 무너져 버릴 때까지 발을 굴러댔다. 이제 지구를 받친 물이 담긴 그릇을 받친 코끼리를 받친 물고기를 받친 거북이 밑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그들 모두는 까마득한 무를 향해 영원히 추락해내릴 것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무 속으로 무너져 사라지고 말았겠지.'



  그러나, 그와 같은 죽음을 극복하고 무한한 슬픔을 넘어서 이 무의미한 세상에 아직도 남아 있는, 허공에 발을 딛고 서 연꽃의 미소를 짓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모든 것을 버리고서, 아득한 무 너머로 불길의 배를 타고 날아내려갔습니다. 다시금 하늘사람으로 땅에 발을 딛어서, 새로운 땅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죠.'



   답을 캐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읽는 이의 몫이다. 무엇에 도달하든 무슨 상관이랴? 채굴자들은 아직도 더 아래를, 그 아래에 파묻혀 있는 것을 캐내려고 작업을 서두르고 있을터인데. 하지만 그 모든 질문의 끝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 때에는 아래가 없으니 위도 없을 것이고 아무도 하늘과 땅을 갈라놓지 못할 것이며, 채굴할 것이 없으므로 채굴자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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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SF를 뒤죽박죽으로 섞고 취향대로의 논평을 가미한 글입니다.
댓글 3
  • No Profile
    12333 10.05.30 01:50 댓글 수정 삭제
    먼지비 진화! 먼지비!
  • No Profile
    먼지비 10.06.02 13:02 댓글 수정 삭제
    댓글은 감사합니다만 뜻을 잘 모르겠군요-ㅅ-;;
  • No Profile
    12333 10.06.12 01:42 댓글 수정 삭제
    얼마 전 글평 때문일까요, 먼지비님이 완전체가 되어가시는 모습을 보는것이 즐거워서 외쳐봤습니다. `v`d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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