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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혁명이 성공했습니다. 우리 당원들이 지금 전세계의 모든 군대와 경찰,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를 모두 접수했습니다."

흡족한 얼굴로 총통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통, 이제 우리 당의 강령을 정책으로 실현할 때입니다."

총통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당 회의실 한가운데로 일곱 걸음을 걸어나왔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사민주의의 이념으로 전인류에게 세뇌를! 부자들을 박멸하고 사이코패스들을 치료하자!"

니그라토 당 고위 당직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하일! 베로스!"

총통의 이름과 만세 소리가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

1년이 지났다. 엄격한 세무 조사 끝에 전세계의 상위 10%의 부자들이 색출되어 공개 처형되었다. 이후 3년 동안, 뇌물을 받고 부자들을 은닉한 세무사 4,647,475 명이 적발되어 또한 공개처형되며, 역시 뇌물을 받고 부패 세무사들을 눈감아줬던 떡검찰 374,785명을 추적, 체포하는 데에 다시 5년이 걸린다. 떡검찰 추적에서 발생한 부패 특검을 처단하는 데에는 또 얼마만한 시간이 걸릴 지 모르겠다. 물론 또 그 와중에도 부패한 배신자는 발생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자본주의의 썩은 마수는 뿌리가 깊으니까.

초조해진 총통은 전인류의 세뇌를 서두른다. 전세계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들이 소환된다.

"인간의 내면에 잠복한 욕망 바이러스와 이기주의 박테리아들을 박멸하고 사이코패스들의 잘못된 뇌 회로들을 복구하라!"

전세계에서 소환된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심리상담가들이 일제히 고개를 젓는다. 이 자식은 뭐, 인간 뇌를 무슨 피스톤이랑 톱니바퀴 달린 깡통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반동 반체제주의자로 밝혀진 소환자 전원을 삭제하고 인류 개조의 새 사명에 부합하는 인물들을 모집한다. 자기 자식을 기꺼이 스키너 상자에 처넣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들, 아무나 가르고 쪼개서 전선 꽂기 좋아하는 사이코 닥터들이 일제히 몰려온다. 각 대륙의 중심부에 인간 개조 공장이 건설된다. 이미 개선된 니그라토 당원들이 일제히 모든 사람들을 체포해 공장으로 압송한다. 왜냐하면, 범죄와 정신병은 모두 뇌구조의 이상이며, 뇌구조는 본디 복잡하여 정상인의 표준 뇌모형 따위는 결코 상정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뇌는 모두 비정상인 셈이고, 따라서 모든 사람은 잠재적인 범죄 가능자이므로. 그러니 전인류의 예방과 검역이 필요하다. 총통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장은 이런 식으로 가동된다 : 컨베이어 벨트에 묶여들어온 예비 범죄자들은 프로그래밍된 자동 기계들에 의해 두개골이 개구되고 기본적인 생체 제어를 위한 소뇌와 연수, 뇌간을 제외한 전체가 적출되며, 대량 생산된 니그라토 칩이 대신 삽입된다. 니그라토 칩은 가로 세로 1cm 남짓한 집적회로로서, 절대적으로 선하고 정상적인 정신과 개념-단 두 마디의 낱말과 몇 가지 기본 동작의 근육 제어 프로그램만이 담겨 있다. 나머지 공간에는 분리수거된 재활불가 쓰레기들이 수납되어 지구 환경 보호와 인류 평화를 위해 공헌한다.

총통과 당원들은 전세계적인 저항에 직면한다. 몇 개인가의 공장이 과학과 의학에 반대하는 무지렁이 쓰레기들에 의해 불타오른다. 그러나 전세계 경찰과 군대를 장악한 니그라토 당의 힘은 강대하다. 모든 유태 자본주의 불순 저항 세력들은 척결되며, 시민들에게는 개조와 삭제 양자택일 밖에 없다.

***

30년 후, 노쇠한 총통은 어느 조그만 오두막집에 누워있다. 오두막집은 천장에 마루바닥이, 바닥에 지붕이 깔려 있다. 삐뚤빼뚤한 창문이 아래에 달려 있고 반쯤 썩은 문짝이 벽 중간에 달려 있다. 창문 하나가 열리고 흰 가운을 걸친 의사가 주사기와 약병을 들고 들어온다. 하지만 총통은 문 밖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행복한 표정의 남녀가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 풀밭 위에 정답게 누워있다. 새들이 노래하고 꽃들이 활짝 핀 봄날, 남자가 여자에게 속삭인다. "니그라토? 니그로니그로니그라토?" 여자가 수줍어하며 대답한다. "베로스. 베로베로베로스." 더이상 참지 못하고 남자가 여자를 쓰러뜨리고 그 위로 올라간다. 남자가 몸을 흔들 때마다 머릿속에서 재활불가 깡통 몇 개가 땡강거린다.

미소지으며 고개를 돌리는 총통에게 의사는 주사기와 약병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묻는다.
"니그라니그라?"
총통은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말한다.
"베로베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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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0
짜증나
댓글 6
  • No Profile
    라퓨탄 08.11.11 02:41 댓글 수정 삭제
    흐음.. 잘 읽었습니다..만...
    자유게시판에서 폭발적인 덧글이 올라온 글의 연장전인가요? ㅡ.ㅡaaaa
    흐음... 흐음...
  • No Profile
    짜증나 08.11.11 09:40 댓글 수정 삭제
    연장전 같은 거 안 해요. 그냥 아이디어가 떠올라 버려서. :-/ 당사자는 이 글을 읽을까요? 저는 안 읽는다에 100원 걸겠습니다. 남 이야기 안 듣고 남 글 안 읽는 사람일 게 분명하니까요. :-(
  • No Profile
    니그라토 08.11.12 07:36 댓글 수정 삭제
    정신과적 치료를 하자는 글을 학살로 매도하는 더러운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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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그라토 08.11.12 07:45 댓글 수정 삭제
    설령 3만 4000명의 아이가 하루에 죽지 않는 댓가로 자신의 자유가 일부 침해된다면 어떻습니까?

    자신의 자유와 남의 생명이 충돌할 때 자신의 자유를 선택하는 것은 살인범의 사상일 뿐. 더욱이 내가 주장하는 것은 정신과적 치료일 뿐인데도?
  • No Profile
    짜증나 08.11.12 07:52 댓글 수정 삭제
    글자는 읽었어도 글은 안 읽었으니 100원은 여전히 내 거. ;-P
  • No Profile
    니그라토 09.05.23 18:36 댓글 수정 삭제
    아 참, 글고... 제 이론에 자본주의 반대 따위는 애초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는데 꼭 그런 것처럼 되어 있네요. 전 예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지지합니다. 다만 그걸 이루는 방법론에 있어서 일반과 차이를 보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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