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이상향

2005.11.26 19:5811.26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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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뒤쫓게 된 사건은 정말 뜻하지 않은 순간에 기원한다.나는 어느날 그녀를 보았고,난 보자마자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여 그녀를 찾기 위해 태어난 듯 무작정 그녀를 따라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잡힐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는 여자라서 좀 가까워졌다 싶으면,아무리 조그만 빈틈 사이일지라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는 했다.그래서 나는 한번도 그녀를 잡은 적이 없었고 그렇게 몇 주를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다.
방금 전만 해도 정말 10초 정도만 존 것 뿐이었다.‘졸다’라는 동사가 무색할 정도로.그런데 그녀는 바람 같은 움직임으로 금방 내 시야에서 떨어졌고,나는 그런 그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이며 고민,체력 따위를 다 해댔다.
지금도 그렇다.나는 평지를 한참 전력 질주해오다가,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개울과 그 뒤 북쪽으로 시원한 그림자를 내두른 관목림 사이에서 갈등 중이다.
나는 짙고 슬픈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뒤쪽으로나 앞쪽으로 옆에서 옆으로 가는 개울에도 어느 하나 그녀의 행방을 아는 자가 없다고 생각하니,사막에 홀로 놓인 것 같아.굉장히 괴로웠다.그런데 그때였다.내 예상을 때고 살아 있는 어떤 물체의 목소리─그것도 매우 귀여운─가 들려왔다.

「청년님.청년님.무슨 고민으로 그렇듯 푹.한숨을 내쉬는지요?」

개구쟁이 아이처럼 야무지고 명랑한 목소리였다.나는 그 주인을 찾아 급히 개울 곁을 둘러보았다.거기에는 이름 모를 들꽃 하나가 초록 잎사귀를 살랑살랑 기울이고 있었다.

「그게…….」

제발 돌멩이 하나라도 잠에서 깨 있어 내 얘기를 들어준다면,하고 급박한 심정으로 그녀의 행방을 아는 이를 찾던 나였지만 막상 그 상대를 하나 만나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이 애송이 같은 풀 따위가 뭘 알려나,하는 일종의 하찮은 무시에서 였다.<그래도 안 말하는 것만 못하겠지?>나는 말을 꺼냈다.

「내 그녈 잃어버렸어.」

「어머나,어머나!」

들꽃이 호들갑을 떨며 내 말에 반응했다.그건 잘난 내가 보기론 분명한 과장 짓이었다.나는 과장해서 날뛰는 사람을 싫어했으므로 인상을 찌푸리며 들꽃의 격한 행동을 일관했다.

「어쩜,들꽃은 청년님의 로맨스를 찾아 드리는 것을 돕고 싶어요!이 똘똘하고 귀여운 들꽃이 청년님을 도와 드려도 되겠지요?청년님께는 특별히!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다는 제 방대한 슬기의 일부를 나눠드리려 해요.」

그리고 나는 그 일관으로써 말을 맺을 때 들꽃의 눈동자가 흥분하여 초롱초롱 빛남을 알아차렸다.따라서 나는 남의 슬픈 상황을 그토록 제 구미에 맞는 사건으로 일단락 시키는 듯 하는 들꽃이 너무나 싫어졌다.더군다나 들꽃은 젠 체도 아무렇게나 해댔다.나는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굴어대는 사람을 심각하게 경멸하였다.나는 자고로 젠 체란,나 같은 속 알맹이가 훌륭한 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막상 나처럼 훌륭한 이는 겸손한 법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들꽃이 역겨워졌다.하지만 내가 들꽃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날 돕지 않을 수도 있었다.이 조그만 풀 나부랭이 따위가 뭘 알까,싶지만 때때로 문제의 해답은 뜻밖의 장소에 숨어 있는 법이다.나는 그 점을 내 자신에게 상기시키며 최대한 상냥하게 말을 붙였다.

「그래.너의 지혜를 심히 엿보고 싶으니,들꽃아,내 질문을 들어주렴.먼저 그녀는 붉은 해당화와 같은 불꽃의 긴 고수머리칼을 가지고 있고 그와 어울리는 백목처럼 희디흰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단다.오른쪽 눈은 바다의 청색이고 왼쪽 눈은 잎새의 녹색이야.흔히들 말하는 오드 아이의 사람이지.그리고 덧붙이자면 매우 아름답고.자,이런 내 그녀를 본적 있니?」

말이 끝나자마자 들꽃은 무얼 말하려고 입을 벌렸지만,곧 난처한 기색을 보이며 입을 다물었다.그러더니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고민 하는 척 중얼거렸다.

「글쎄요.잘 생각이 나지 않네요.흠…….」

나는 들꽃의 표정에서 말하고 싶어서 못 이기겠다는 느낌을 읽어냈다.들꽃은 나름대로 내 마음에 들려고 뜸을 들이는 것 같았으나,나는 당장 들꽃을 후려치고 싶었다.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고도 계속 모른 체 하는 들꽃을 지켜볼 때 후려치는 걸 행동에 옮기려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었으나,그 때 바로 들꽃이 입을 열어버렸다.

「음,아!기억 나네요.제가요,말이죠.너무 지식이 많고 또 바쁜 나머지 자주자주 하찮은 것을 잊어버리죠.오늘도 어찌나 시간에 쫓기는지 마침 청년님이 제 휴식시간에 오셔서 다행이었어요.아니었으면 사색에 빠져 청년님 얘기는 귓등으로 들었을지도 모르죠.깔깔!」

들꽃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또 조잘조잘 말의 두서만 읊어댔다.하지만 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제 풀에 지쳤는지 조금 가라 앉았으나 아직도 즐거운 톤으로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녀는요,한 10분전쯤?저 숲속으로 들어갔어요.어찌나 걸음이 빠른지,무섭기까지 했어요.그 육중한…….」

하지만 난 이미 ‘숲속’부터 들꽃의 말을 듣지 않고 개울을 건너려고 준비했다.그런 나를 보고 들꽃이 휘둥그레 꽃 받힘을 들썩였다.

「어머나,벌써 가시려고요?」

「그럼,너처럼 시시하고 시끄러운 년과 몇 분을 더 있으란 얘기냐?」

「어머!어떻게 그런 심한 얘기를!」

들꽃은 내 말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으며 사시나무 떨 듯 몸을 흔들었다.순간 금방이라도 꺾일 듯한 들꽃의 얇은 허리에 눈이 갔으나,동정이랄 것도 없이 들꽃에게 지친 나였으므로 나는 뒤도 보지 않고 개울을 건넜다.

「아이,청년님!가지 마세요.거기 가서 울지 말고 들꽃과 이곳에서 즐겁게 놀아요.난 청년님이 아파하는 것보다 청년님이 내 곁에서 찬 말을 하여 이 들꽃이 아픈 게 나아요!돌아와요,청년님~」

개울을 건너고도 들꽃의 뭐라고 호소하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왔으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목소리를 무시해버렸다.



「야,다람쥐야.게 서봐라.」

나는 호랑가시나무 가로수 길 가장자리로 쪼르르 달려가는 다람쥐의 뒷모습을 보고 소리쳤다.다람쥐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꼬리를 알맞게 말아 올리고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았다.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다람쥐는 꼬마가 아니라 백발 성성한 할아버지였다.나는 싹싹한 웃음을 띄우며 다시 말했다.

「아이고,영감님.거 반말해서 죄송했습니다.물을 말이 있어서요.」

다람쥐 영감은 처음 내 말에 띄웠던 격노한 표정을 지우고 걸어왔다.나는 그 뒤뚱뒤뚱한 귀여운 걸음걸이에 웃고 싶었으나,뭐가 그렇게 수상쩍은지 연신 나를 향해 눈썹을 찌푸려 바라보는 영감의 눈초리가 신경 쓰여 겨우 참았다.다람쥐 영감이 겨우 다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무슨 일인고?」

그 젓 비린내 나는 뒤 태와 다르게 영감은 상당히 기품 있는 고상한 노인네였다.나는 그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무척 좋아했으므로 사근사근하게 운을 뗐다.

「제 연인을 잃어버려서요.아주 예쁜 여자죠.해당화 불꽃의 붉은 머리칼과 백목처럼 차갑고 날씬한 흰 몸매,부드러운 파도의 청색 오른쪽 눈동자와 푸른 잎새의 초록 왼 눈동자를 가져 매우 예쁘게 생겼어요.보신 적 있으세요?」

「본 적이야 있지.그것도 오늘.」

느릿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영감이 대꾸했다.나는 놀라 함박 웃음을 지으며 재빨리 소리쳤다.

「정말이에요,어디로 갔는데요?」

영감은 그 노련한 눈빛으로 날 샅샅이 훑어보더니 귀찮다는 말투로 느리게 되물었다.

「설마 내가 이 나이에 거짓말을 하겠나?」

「에이,당연히 아니죠.」

나는 살가운 눈웃음으로 영감의 비위를 맞췄다.보다 빠른 영감의 대답을 기대하며 그런 것 이었다.하지만 영감은 내 마음도 몰라 준 체 조그마한 손톱으로 엉덩이를 긁기나 하였다.그러다가 내가 재촉하는 표정을 지나 분이 난 표정을 짓는데 다다르고 나서야 말했다.그런데 그건 내가 원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그런데 진짜 연인이 맞기나 하는 거냐?」

「무슨 소리죠?」

나는 가슴 한 구석이 뜨끔 화면서도 화가 버럭 나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작은 다람쥐 영감은 그 소리 크기에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거리더니 되려 자기가 더 화나야 할 듯 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연인이 맞냔 말이다!손 한 번 못 잡은 게 무슨 연인인 게냐?너는 무형의 허상과도 사귈 수 있는지 내 참 궁금하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빌어먹을 조그만 다람쥐 주제!」

고상한 분위기고 뭐고 나는 자기가 예지자인 듯 떠들어 대는 다람쥐의 태도에 화가 난 나는 예의고 뭐고 때려치우고 소리쳤다.다람쥐는 이런 내 모습에도 위협을 느끼지 않는지 위풍당당한 태도로 마주했다.

「이제 그만 눈을 떠라,이 고얀 청년아!」

「이씨!」

나는 화가나 발꿈치를 뒤로 깊게 끌어당겼다.이래도 그녀의 행방을 말해주지 않으면  걷어 찰 심산이었다.다행히 그런 불상사가 생기기 전 다람쥐도 약간의 겁을 먹어 떨리는 음조로 소리쳤다.

「그녀는 여기서 나오는 두 갈래 길에서 언덕으로 가는 길을 택했어.난 빌어먹을 조그만 다람쥐라서 조금밖에 보지 못했으니,어서 썩 꺼져버려라.」

「안 그래도 갈 거야,이 코딱지야!」

나는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다람쥐는 내 말에 크게 모욕을 받은 듯 잠시 눈을 크게 부라리더니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몸서리를 치며 사라졌다.나는 그 모습에 우월감을 느끼며 갈래 길을 찾아 걸음을 하였다.



갈래에서 빠지고도 한참을 걷자 숲과 이어진 작은 동산이 나왔다.숲은 약간 오르막진 땅이어서 동산의 반은 숲 밑에 묻히고 따라서 나는 그 비탈진 경사면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하지만 난 또 거기서 수렁에 빠졌다.언덕의 한 면은 아까 개울이 다른 개울을 만나 이룬 강이 흘렀고 한 면은 또 다른 숲으로 이어졌다.
내가 한참 물을 이를 물색할 때 동산의 꽃이 핀 작은 터에 포르르 날아다니는 흰색 나비가 눈에 띄었다.나는 흰 나비에게 다가갔다.나비는 예민한지 내 존재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그런데 나는 그만 숨이 멎어 버렸다.분이 마치 은처럼 떠 받드는 설의 날개도 그랬지만 그 목소리에 나는 반하여 버렸다.

「무슨 일이시죠?」

목소리는 나른하고 관능적이고 성스러웠다.순수했지만 이면에는 선정적인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는 하프나 비올라 혹은 클라리넷의 음을 타 듯 위태롭고 가느다란 그리고 굴곡진 오색의 숨결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가까스로 침을 삼키고 대답했다.

「사,사람을 찾고 있어.」

어느새 나는 그녀라는 호칭도 과감히 버리고 얘기했다.나비는 고아한 동작으로 꽃의 주변을 맴돌더니 또 고 듣는 이의 오금 저리게 하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어떤 사람?」

나는 속으로 나비가 말을 길게 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막상 들려오는 나비의 말은 짧았다.나는 거기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아까의 멍청한 들꽃과는 다른 신비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였다.나비는.
나는 만사 제쳐두고 그녀의 목소리에만 매달리고 싶었다.동산의 푹신한 풀에 누워 나비의 노래를 듣는다면 그 보다 더한 천국은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어느새 나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털썩 주저 앉았고 그런 내 어깨위로 나비가 날아왔다.
나는 대꾸했다.

「어떤 사람이냐,빨간 머리카락에 파란 오른쪽 눈 초록 왼 눈을 가진 여자.」

「나 그 사람을 보았어.」

이번에는 약간 들떠서 한결 상큼해진 발랄한 목소리였다.답을 구하는 질문자의 대답에 답할 수 있다는 기쁨에 빛나는 목소리!그것은 선함의 극치였고 천진함의 빛이었다.
나는 그 환상의 멜로디에 취해 떠듬떠듬 대답을 해나갔다.

「그,그래.어디로 가디?」

「저기,강.」

잠시 나비가 귓등 위로 올라가 앉더니 다시 스르르 날아 내 눈 앞에 맴돌며 대답했다.나는 꿈의 구름을 걷고 있는 듯한 감상을 갖았다.매우 현실적인 매혹적인 구름.
나는 거기에 더 깊이 빠지기 위해 눈까지 감았는데 들려오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대꾸였다.

「그럼 난 이만 갈게.」

난 다급히 외쳤다.

「자,잠시만……!」

나는 너무 당황하여 몸도 벌떡 튕겨지듯 일어 세웠으며 눈도 동그랗게 떴다.나비는 내 모습에 풋 미소를 터뜨리며 친절하게 질문 했다.

「그래,왜?」

「나,나랑 얘기하자.너의 그 매력적인 음악을 더 듣고 싶어.」

「호호.아이 참.하지만 날 지루해 할 걸?」

자못 투정 섞인 애교였다.나는 그 모습에 황홀해서 낮은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나는 그 목소리를 듣는 이상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예상하였다.내 완강한 태도에 나비가 즐거운 듯 날아와 내 손등에 앉았다.나는 다소 남자다운 체 물었다.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곧 나긋나긋한 나비의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진실 속에 살아 숨쉬고 그러므로 나는 선물 받은 거지.그래서 난 바라고 있어.정령이 잠에서 깨어나기를,달이 내게 조금 더 다가오기를 말야.그들이 깨어나면 진실로 세상은 아름다워지겠지.그러면 그 때 난 더 아름다워질 거야.아니야,이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무슨 말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 요염한 맛에 히죽 웃으며 물었다.나비는 맥이 풀린 듯한 나른한 어조로 대꾸했다.

「당신은 나와 대화를 나누자고 했지 않아?그것은 내 언어를 사랑하고 시간을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 아녔어?난 장애물이 없어,하지만 난 당신으로 하여금 장벽이 생겼고 좀 초조함을 느껴.가뜩이나 당신에게 불운한 기운이 뻗쳐 나오고 있고 말이야.」

난 ‘불운한’이라는 말에 퍼뜩 놀라 그 몽롱한 분위기에서 빠져 나왔다.나는 좀 놀랐다.<어떻게 나에게 감히 이런 말을?>하고 마음속에서 분노 어린 질문들이 삐쳐 나왔지만 여전히 나비는 아름다웠다.그래서 한 번 봐주기로 하고 성난 증오를 꾹 눌러 담고 나비가 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비는 내가 이해 못 하는 게 애가 타는지 날개를 푸르르 떨었다.그 모습이 정신 착란과 연결이 되었지만 난 매너 있는 남자다.

「당신과 나는 그의 손안에서 숨쉬고 있어.그의 손안에는 뭐든 것이 가득 들어있지.시간 사랑 언어 그리고 여러 가지 당신과 나도.그래서 그는 근엄하고 위대하고 큰 것이지.그 앞에서는 어떤 존재도 모두 나약하고.그래서 질투한 여럿의 세력들은 어둠이 되었고 당신은 그에 조종당하는 가장 미천한 자야.하지만 어떤 발전을 거듭한다면…….」

순간 내 이성을 화와 질투가 뒤덮었다.나는 나비를 뿌리쳤다.그리고 악에 받혀 소리쳤다.

「난 약하지 않아!난 언제나 들꽃을 짓이기고 다람쥐를 걷어차고 널 구길 수 있어!하지만 난 그러지 않는 자비로운 신사라고!」

「이런 모습은 당신의 어린애 같은 모습을 시위하는 것과 다름 없어.이 멍청이!」

「미친년!」

나비는 원망 섞인 달콤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나는 나비보다는 백배는 아름다운 그림자를 갖고 있던 그녀에게 생각이 미쳤고 곧 나비의 고운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더욱 기고만장해졌다.나비가 애처롭게 소리쳤다.

「당신은 악마와 아이를 닮았어!하지만 햇빛은 지금 당신을 비춰.구원 받을 수 있다고!당신은 그의 품에서 잠들 텐데,왜 그의 속삭임을 무시하는 거야?당신이 미워!감히!그에게 반항을 하다니.곧 사악한 자들이 그의 보호로부터 당신을 괴롭힐 거야,나는 알아.」

「에잇!」

이제는 성가시기까지 한 나비의 소리에 나는 나비 주변의 꽃들을 죄다 뭉그러뜨려 버렸다.나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리 저리 부는 바람에 나부꼈다.나는 그 종이 쪼가리 같은 모습에 크게 비웃음을 터뜨렸다.나비는 힘 없이 죽은 꽃들 위로 떨어져 울기 시작했다.

「엉엉,나의 절친한 친우 꽃들에게.」

나는 나비의 슬픈 모습을 보며 통쾌한 기분에 한 걸음에 경사면을 뛰어 강변으로 내려왔다.



나는 강 곁에 자갈을 밟으며 강물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강폭은 점점 더 넓어졌고 곧 주변의 식물들도 더욱 무성해졌다.나는 도대체 그녀가 강 어디에 있는지 알지를 못해 광신자 나비를 저주하며 질문을 구할 이를 찾았다.이때 내 눈에 띈 것은 내게 스르륵 다가온 살모사였다.

「오오,살모사여.혹시 내 그녀를 본 적이 있나?」

살모사는 내 질문에 성자 같이 선한 미소를 짓더니 눈을 감았다.그리고 맵시 있게 떠보이며 물었다.

「해당화 머리칼에 바다 눈 잎새 눈을 가진 백목의 미녀 말인가?」

「오,정확해!」

나는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게 내 여인을 그려 내는 살모사에게 찬사를 보냈다.살모사는 뭐 이정도 가지고 그러냐는 듯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난 그 숭고한 태도에 잠시 말을 잃었다.살모사는 방금 만난 미친 세 년,놈과는 다른 현실적이고 우수한 지적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내가 존경을 담은 눈빛을 보내자 살모사는 자상하게 권했다.

「현명한 여행자여.내가 그녀에게 자네를 안내하겠네.」

내 가슴속으로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타인을 향한 정중한 친절.누구에게도 보지 못했던 뛰어난 역량.게다가 겸손하며 진정한 진가─나─를 알아 볼 수 있는 안목.나는 살모사를 당장에 가장 신뢰하게 되어 소리쳤다.

「나야,너무 고맙지!다,답례는 필요 없나.」

「오,필요 없어.」

살모사는 놀랐다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당장 대꾸했다.나는 좀 실망스러웠다.이런 좋은 친구에게는 당장에 뭐라도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이런 날 보며,살모사는 날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는지 내 눈치를 살피며 다시 대답했다.

「자네의 진리를 가져갔으면 싶네.」

나는 솔직하고 담대한 살모사의 대답에 놀라 외쳤다.

「오,나의 학식을 공유하고 싶다는 건가,박식한 친구?」

「그렇다네.」

살모사가 인자하고 귀족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또 다시 감동하여 살모사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살모사를 이끌었다.

「자네의 학구열에 잠시 감동했네.자,어서 가지.어서 그녀를 찾아내고 내 진리를 배워가게.」

살모사는 고마움에 벅찬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곧 확고한 의지로 들이 찬 대답을 하며 저만치 기기 시작했다.

「물론 가져가야지.」



「저기 자네의 그녀가 있군.저 강 어귀에 말이야.」

살모사가 잠시 멈춰 서더니 꼬리 끝으로 멀리 한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나는 잠시 놀라 숨을 죽였다.
내가 그토록 원하고 찾았던 그녀가 손 닿을 듯 가까운 곳에서 발을 물에 담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나는 잠시 내 영혼의 친구,살모사도 버려두고 돌길을 거쳐 그녀에게로 달려갔다.곧 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그리던 그대로 그림 같은 외모를 소지한 아름다운 여자였다.

「오오,나의 왕비.내 당신을 찾기 위해 10리를 달려왔소!」

내 그녀는 요정처럼 깜찍한 미소를 내게 보내며 종소리 같이 청아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아,당신이 날 따라온 나의 기사님이신가요?그 동안 꽤 궁금했지만,여자 된 이로서 쉽게 다가설 수 없었어요.」

그녀가 몹시 미안하다는 듯 작고 보드라운 손을 내 볼에 얹으며 슬프게 대답했다.나는 사랑에 들끓어 펄떡 이는 내 심장을 주체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내 여인에게 사랑의 시를 받혔다.

「오오,나의 왕비,나의 천사!이제 그대는 내 것이고,나는 그대의 것이오.반이 나뉘어져 있던 것들이 이제야 짝을 찾았으니 우리는 이제 세상 무엇이 두려 우리오?」

내 사랑 노래에 그녀는 떨리는 듯 손을 가슴에 얹더니 곳 백합처럼 청초한 자태로 내게로 다가와 내 이마에 키스하더니 곧 조신하고 고운 자태로 불길의 머리칼을 넘기며 소곤소곤 대답했다.

「맞아요,아무것도 무섭지 않아.아,잠깐만 내 기사님.나 무서운 게 하나 생겼어요.」

갑자기 내 공주가 물기 어린 눈동자로 어깨를 떨며 내게 고했다.나는 용맹스러운 투지가 끓어오르는 걸 느껴 벌떡 일어났다.잠시 뭔가 따끔했으나 나는 발이 저렸으니 하고 별 신경 쓰지 않으며 어깨를 펼치고 소리쳤다.

「그게 뭐요,나의 아가씨?」

「바로 당신 발 밑의 살모사요!」

내 그녀가 몸을 끌어 당겨 뒷걸음질 치며 대답했다.나는 고개를 끌어당겨 여유롭게 밑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하하,살모사와 나는 가장 친한 친구이니 걱정하지 마시오…….헥?!」

하지만 나는 말 끝을 채 정리하기도 전 놀라 기겁을 하였다.살모사가 대 발꿈치에 이빨을 가져 다 대고 자신의 천장의 독을 뚝뚝 전해주고 있었다.나는 도움을 요청하려고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그런데 거기에는 웬 돼지같이 뚱뚱한 년 하나가 살이 포동포동 올라 잘 도망치지도 못하며 내 손을 거부하고 있었다.

「넌 누구지?」

그런데 대답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밑의 살모사였다.아니,이미 그녀는 저만치 남산만한 궁둥이를 흔들며 도망가고 있었다.

「낄낄.누구긴 누구냐,네 애인이지.」

「내 애인은 저런 돼지가 아냐!」

나는 터질듯한 고함을 내질렀다.하지만 대꾸해 오는 것은 살모사의 비릿한 비웃음 뿐이었다.

「어리석은 녀석.이제야 눈을 떴나?역시 내 검은 멍청한 놈들에게 진정한 것들을 일깨운 다니까.」

살모사는 속칭 검인 자신의 이빨을 혀로 핥아대며 말했다.나는 순간 모든 것이 다 이해가 갔다.살모사가 얘기해 준 것처럼 눈이 떠진 모양이었다.
난 환상을 쫓고 있었고 악마에게 속은 것이다.순간 날 구해주려 했던 세 친구들이 생각나며 그리워졌다.나는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껴 맥없이 쓰러졌다.내가 원치 않았는데도 내 살결들은 마음대로 떨려 댔고 눈은 까뒤집혔다.그런 내 추한 모습을 보며 살모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더니 저 멀리 사라졌다.
그 악마는 가면서도 내게 고통스러움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옥에서 보게 친구!」

그래.난 지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서글퍼지며 눈물이 흘러 넘쳤다.그리고 후회가 막심해졌다.<그깟 겉으로 보이는 현혹적인 아름다움 따위가 뭐라고 내가 이렇듯 지독한 최후를 맞이해야 하나.언뜻 보인 이상형에 반하여 이토록 어설픈 원정을 달려왔나,그리고 이런 개죽음에 처해야 하나.>죄로 내 마음이 사무치는 듯 했다.그러나 이상하게 분노는 일어나지 않았다.성장을 통해 이해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런데 순간 세 인형이 보이는 것은 내 허상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 왔는지 들꽃과 다람쥐,나비가 내게 다가왔다.못된 내가 뭐라고 수없이 충고와 조언 속에 나를 깨우려 들었던 이 고마운 사람들.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들은 그런 나를 보며 같이 눈물을 흘리며 손을 잡아줬다.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난 괜찮아.괜찮아요,영감님.그리고 미안해.미안해요,영감님.」

들꽃은 고개를 흔들었다.그토록 어린애 같던 들꽃은 <혼자 모든 것을 다 짊어질 필요는 없어.>라고 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성숙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내가 곧 하늘로 올라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천국의 개울에 몸을 담근 들꽃이 될게.그때 나와 즐겁게 얘기해.」

「그래.귀여운 들꽃아.」

나는 들꽃의 예쁜 꽃잎들을 쓰다듬으며 대꾸했다.그리고 들꽃은 내 머리맡에 키스하고 다시 손을 잡았다.이번에는 다람쥐 영감이 입을 열며 내 손을 세게 잡았다.

「친구.내 죄를 용서하게.더 따뜻한 말로 자네를 성장시켜야 하는 거였는데.모진 말을 해서 미안허이.」

「아니에요.제가 더 죄송하죠.영감님.존경 하다는 말 하고 싶어요.」

다람쥐 영감이 잠시 아주 세게 내 손을 그러쥐더니 힘을 풀었다.마지막으로 차례인 나비는 내 위로 날아오르더니 내 입술에 키스했다.그리고 가서 내 콧등에 앉아 얘기했다.

「당신은 햇빛 아래라서 그 분의 손길이 아직 충만하지.기도하겠어.당신이 좋았거든.」

「나도 짧지만 널 사랑했어.」

나비에게 말했다.나비는 조심스럽게 웃어 보이고 다시 내 손등 위로 날아가 앉았다.그리고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죽음이 발끝으로부터 바싹바싹 다가오는 게 꽤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난 괜찮다고 생각했다.어렸을 때 없었던,현실의 메마르면서도 충만한 행복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자라난 양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고 따뜻하다.나를 옥죄이던 환각의 이상향에서 깨어난 것도 감사에 넘쳐 분이 모자랄 정도인데 세 현자의 축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가슴을 펴고 햇빛을 맞이한다.지금 생각하는 건데,내 완벽한 이상향 보다도 현실의 작은 행복이 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

-the end



주제는 이상향의 실체.
뭐 이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처음 올리는 소설이라 쑥스럽기도 하고 망측스럽기도 하고..
하여튼 잘 봐주세요.^^
C.T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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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5.12.04 16:22 댓글 수정 삭제
    신채호 선생님의 <꿈하늘>이라는 소설도 이런 몽환적 판타지스러운 소설이었어요.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행, 그리고 그 속에서의 심상치 않은 만남이라는 테마도 역시 판타지의 아주 맛깔스러운 테마인 것 같아요. 영화로 치자면 로드무비랄까.
  • No Profile
    C.T 05.12.04 17:53 댓글 수정 삭제
    <꿈하늘>이라는 글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주의 깊게 읽어 주시고 코멘트까지 달아주신 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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