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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아님의 의중이시라 생각하고, <볏단의 불>에 이어, 이번 번역도 이 곳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토요(お豊)는 남편, 그리고 귀여운 세 살 짜리 아들과 함께 행복하고 살고 있었다. 남편이 영주를 따라 교토로 상경한 동안에도, 매일의 식사에 남편 몫을 마련하였다(陰膳 가게젠 : 전쟁이나 여행 등으로 집을 떠난 사람의 안전을 기원하여, 집을 지키는 사람이 차리는 식사). 맑고 화창한 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근처 다케야마 산(嵩山)에 올랐다. 그 곳에는 먼 신화시대의 옛날, 바다를 건너간 연인의 귀환을 기다리다 지쳐 돌이 되어버린 공주님의 신사가 있어, 오늘날까지도 집을 떠난 사람의 무사를 비는 사람들이 참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해가 저물자, 오토요는 달님의 노래를 아이들에게 부르게 해서는 듣고,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의 합창에 함께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온한 나날은 돌연 붕괴되었다. 남편의 죽음을 알게된 지 사흘 뒤에, 아이들도 병으로 죽어버렸던 것이다. 오토요는 매일처럼 아이들의 장난감을 다타미(疊) 위에 늘어놓고는, 무엇인가 이야기하다가는 웃기도 하고, 마침내는 거칠게 통곡했다. 어느 날, 어떻게든 아이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주술사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소화되어온 아이들의 영혼의 떨리는 목소리는 어머니에게, 울지 말아주세요, 엄마가 울면 우리들의 영혼은 눈물의 강을 건너지 못해서 성불할 수 없어요, 라고 탄원하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오토요는 울지 않게 되었으며, 양친 곁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더이상 울적함도 괴로우모 없는 것 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작은 것만을 좋아하게 되었다. 침상도, 집도, 방, 도코노마(床の間 : 사랑방의 한 켠을 약간 높이 만들어서 화병과 족자를 놓는 곳), 꽃병, 일용품까지 모두 '너무 큽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이들용의 작은 밥그릇과 젓가락으로 식사하고 싶어했다.

  이윽고 양친은 그녀를 비구니로 만들어, 아미타여래를 모시는 작은 절에서 몸에 걸치는 승복 이외에는 모두 작은 것에 둘러싸여 살게 했다. 작은 불단, 작은 불경 상자 위에 작은 불경, 병풍도 종도 족자도 모두 작았다. 오토요는 이렇게 해서 '아미다데라 절의 비구니'라고 불리게 되었다.

  절의 정원 앞에는 지장님이 있어서, 오토요는 지장님을 돌보아 드리기도 하고, 작은 옷감을 짜면서 매일을 지냈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매일같이 비구니와 놀았지만, 이윽고 커지면 아미다데라 절의 경내를 떠라 인생의 쓰라린 일에 임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그곳으로 놀러 보내게 된다. 그 아이들도 아버지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비구니님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결코 무례한 흉내는 내지 않았다. 그리하여 비구니는 이 절이 지어졌을 무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그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다.

  비구니가 죽었을 때, 크고 훌륭한 무덤이 세워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따로 작은 무덤을 만들려고 생각해서, 그 돈을 모금하기 위해 나에게도 찾아왔다. 내가, 이제는 놀 곳이 없겠구나, 라고 말하자, 대답은 이러했다.

  "앞으로도 계속 아미다데라 절의 경내에서 놀 거예요. 비구니님이 거기에 묻혀 있으니까요. 우리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틀림없이 기뻐해주실 거예요".



   라프카디오 한의 <<마음(心)>> 수록 <아미다데라 절의 비구니(阿彌陀寺の比丘尼)>의 요약문.
herm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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