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의수(義手)

2013.07.14 23:1907.14

  전철은 덜컹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김은 창밖으로 산이며 축사들이 지나가는 것을 멀뚱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낯익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풍경들은 그가 그곳을 떠나있던 몇 개월의 시간동안 어딘지 모르게 변해있었다. 그는 변한 것이 자신인지 아니면 풍경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머릿속에서 풍경과 자신을 천천히 포개어 보고 있었다. 그때 그것을 방해라도 하듯 누군가가 뒤에서 김의 이름을 불렀다. 김은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 거짓말처럼 C가 서 있었다. C는 그를 향해 오른손을 번쩍 든 채로 미소 짓고 있었다. 김은 한동안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김이 처음 C를 본 것은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운동장에 한 줄로 늘어선 신입생들 중에서도 C의 모습은 몹시 눈에 띄는 것이었다. 같은 반에 배정된 그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다. 김은 C의 왼쪽 소매가 바람에 따라 쉽게 흔들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주의 깊게 보았고 곧 소매 안이 비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교장의 설교가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의 교실로 모여들었다. 교단에 선 김의 담임교사는 스스로에 대해 짤막한 소개를 했다. 그 후 그는 C에 대해 말하면서 반 아이들의 협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교사가 나가자 몇 몇 아이들이 C에게로 몰려들었고 그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김은 조금 떨어진 곳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팔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아이들 중 한 명이 물었고 김은 그것이 예의 있는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귀를 기울였다.

  "교통사고."

  C는 짧게 대답했고 아이들은 잠시였지만 숙연해졌다. C의 유쾌한 성격은 곧 드러났다. 그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농담과, 때로는 짓궂어지기도 하는 장난을 즐겼다 그는 다방면에 걸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내세우는 것은 부끄러워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항상 빗질되어 있었고 교복은 잘 다려져 반지르르 윤기가 흘렀다. 또 그의 노트는 매우 잘 정리되어 있어 누구라도 첫눈에 그가 우수한 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C에게 동정심을 느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러한 부담을 덜어버려도 된다는 것을 느끼고 마음을 놓았다. 그것은 김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뒤의 방과 후, 김은 우연히 역 앞의 전자상가에서 C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어폰을 구매하려는 김에게 C는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덕에 김은 적절한 물건을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C는 자신이 나서서 가게 주인과 흥정을 하기도 했다. 상점을 나오며 김은 물었다.

  "아는 사이야?"

  "아니."

  그는 짧게 대답하고 김의 말을 기다렸다.

  그들이 굴다리 밑을 지나가고 있을 때 누군가 앞을 막아서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셋이었고 김과 비슷한 연배로 보였으나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같지는 않았다. 그들 중 한명이 다짜고짜 C를 벽에 밀쳤고 곧 그들은 C의 왼쪽 소매 안이 비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꽤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C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손으로 옷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김도 그의 뒤를 따랐다. 

  굴다리를 제법 지나와서 C와 김은 마주 보았다. C의 얼굴에 먼저 웃음이 번졌고 그것은 김의 얼굴에도 옮겨왔다. C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청량한 웃음소리였다. 김도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을 함께 웃었다.

  교실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한 아이가 C의 오른팔에 붙은 근육을 보고 팔씨름을 신청한 것이다. 덩치가 큰 아이들이 차례로 C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C는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아이들의 팔을 차례로 넘어뜨렸다.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 당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은 C의 오른 쪽 팔뚝에 붙은 우람한 근육을 보았다. 그가 왼쪽 팔의 공백을 메우려 수없이 많은 훈련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C는 이긴 뒤에도 그다지 기쁜 내색이 아니었다. 그의 표정에는 쓸쓸함이 묻어나왔다.

  그 날 하교 길에 C는 김에게 자신의 집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새로 출시된 축구게임을 해보자는 그의 제안에 김은 흔쾌히 동의했다.

  "반에서 집에 데려가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네."

  "그래?"

  두 사람은 학교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C의 집으로 걸어갔다. 곧 3층으로 된 벽돌 집이 눈에 들어왔다. 김은 높다란 담 너머로 커다란 지붕과 널찍한 유리를 쓴 창문들을 올려다보았다. 저택 옆으로는 주차장이 딸려 있었다.

  "들어와."

  C가 대문을 열고 말했다. 김은 C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은 관목과 분재들로 꾸며져 작은 숲처럼 보였다. 그것들은 누군가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은 듯 보기 좋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C는 현관 앞에서 벨을 누르고 말했다.

  "나예요. 반 친구도 왔어요."

  스피커에서 중년남자의 알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대편에는 CCTV가 그들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곧 철컥하고 잠금쇠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그들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을 때 거실 쪽에서 남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그가 말했다.

  "어서와라."

  C는 그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김은 꾸벅 인사했다.

  "김00맞지?"

  “네. 맞습니다.”

  김은 조금 놀라며 대답했다.

  "C가 이야기하던 친구가 너였구나."

  남자는 김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럼 재밌게 놀다가렴. 나는 서재에 있을테니까, 필요한 것 있으면 이야기 하고."

  ‘네.’ 하고 C가 대답했다. 

  C의 아버지가 거실 안쪽으로 사라졌다. 한 쪽 벽에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초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C의 왼팔은 온전했다. 그의 뒤로는 그의 아버지가 서 있었고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곁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김은 C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벽걸이 TV와 소파였다. TV옆으로 책장이 늘어서 있었고 그곳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한 쪽 책장은 완성된 프라 모델들이 전시장처럼 늘어서 있었다. 김은 C가 어떤 식으로 키트들을 조립하는 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방 가장 안쪽에 창문 옆으로 제법 큰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둘은 소파에 앉았고 한동안 축구 게임을 했다. C는 한손만으로 모든 컨트롤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특수한 조이스틱을 썼다. 한번은 C가, 한번은 김이 점수를 얻고 환호했다. 김은 소파 등받이에 편안히 몸을 기댔다. 그 때 그는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연결된 벽 어딘가를 누군가가 두드리고 있는 듯한 진동이 그의 몸에 느껴진 것이었다. 진동은 조금 더 지속되다가 멎었다. 김은 고개를 돌려 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C가 물었다.

  "왜 그래?"

  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은 후 다시 조이스틱을 잡았다.

  프라모델들을 구경하던 김은 C가 열중하고 있는 RPG게임 화면을 지켜보다가 일어서서 책장 앞으로 갔다. 그의 눈길을 끄는 책이 하나 있었다. ‘미확인 생물도감.’ 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가 가름끈으로 표시되어 있는 페이지를 펼치려고 할 때였다.

  "건드리지 마!"

  김은 당황하여 책을 덮었다. C는 김에게 다가와 책을 빼앗아 들었다. 김은 당황하여 그대로 서 있었다.

  잠시 후 ‘미안.’ 하고 C가 말했다.

  "숨기고 싶은 추억이라고 할까? 연애편지 같은 게 들어있어서.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는 내용이라서 말이야."

  "아, 몰랐어. 그렇다면 아쉬운데?"

  둘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게임기 앞에 앉았다.

  김이 C의 집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져 있었다. 그는 대문 앞에서 C와 인사하고 걷기 시작했다. 직선 방향으로 걷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대문 앞에는 아직 C가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이상한 광경이었다. C가 손을 들어 흔들었다. 김도 손을 들어 그것에 화답했다.

  김의 모습이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C는 현관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거실을 통과해 베란다로 나왔고 창문들을 지나치며 걸어갔다. 그 끝에 보일러와 배관들이 얼기설기 섞여있는 복잡한 공간이 있었다. C는 그것들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빛이 미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에 닫힌 철문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그곳에 서서 침을 한 번 삼켰다. C는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문은 잠겨있었다. 그 때였다.

  "거기서 뭐하는 거냐."

  C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베란다에 그의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C는 배관사이를 빠져나왔다. 고개를 숙이고 옆을 지나가는 C의 어깨를 그의 아버지가 잡았다. C가 멈춰섰다. 그는 아들의 어두운 표정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

  "혹시 친구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아뇨. "

  C는 자신의 아버지를 지나쳐서 도망치듯 배관 사이를 빠져나왔다. 남자는 아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투 하나가 들려있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모 방송국의 TV 프로그램은 최근 일어난 한 가지 안타까운 사건을 집중 취재하여 내보내고 있었다. 그 사건이란 지난 1월, 난치병에 걸린 한 아이의 어머니인 A씨가 자식의 치료를 위해서, 산 속 깊은 곳의 버려진 암자에 들어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도’를 하다가 결국 동사한 채로 발견된 사건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에 A씨는 ‘마누하교’라는 종교의 일원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아이의 일을 교단의 지도원 중 한명인 J씨에게 상담했다. 당시 동석했던 견습 지도원인 K의 증언이 이어졌다.


  K의 증언


  “교단에서 지도원의 말은 두 말할 것 없이 절대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걸어 다니는 교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신의 대변자라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선발은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견습으로 선정된 후에도 2,3년의 혹독한 검증기간을 거칩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저 또한 그런 과정에 있었고 일거수일투족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었습니다. J씨는 1년쯤 전에 저희 지역의 교단으로 들어왔습니다. 전에도 일본에서 오랫동안 지도원으로 활동했다고 하더군요. 그 경험이 입증되어서인지 그는 이곳에서도 형식적인 적응기간을 거쳐 지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행실 또한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이었죠. 아마 교단의 누구에게 물어봐도 저와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그 날 저는 평소처럼 지도원의 보조역할로 신도들과의 상담에 참여했습니다. J씨와는 그 전에도 몇 번 짝을 한 적이 있었죠. 배울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강한 호소력을 가지는 그의 친근하면서도 논리적인 언변은 대단했죠. 하지만 A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저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 전에 벌써 두 차례나 그녀의 상담을 들었기 때문이었죠. 지도원들은 두 번 모두 교리서의 경구를 짚어주며 정독을 권하거나, 간절히 기도 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 밖에는 무엇을 말해 주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상담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신도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녀 앞에 놓인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상담은 점점 무의미한 것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J씨가 한 말은 예상 외였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아마 주변에 다른 지도원이 있었다면 그러한 발언은 분명 제지당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의구심을 품었지만 지도원의 권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대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었죠. 다만 상담이 끝난 뒤에 물었습니다. 저는 J씨의 말을 희망이 보이지 않는 A씨의 상황에 대해 이제 그만 마음을 편히 먹고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를 가진 ‘반어적인 우화’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말을 들은 J씨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그는 내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할 말이 없었죠. 솔직히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의 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00산 깊숙한 곳에 있는 버려진 암자로 가서 밤마다 바깥문을 열어놓고 크게 기도를 해라. 그 기도는 아이의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것을 마땅하다고 여긴 존재가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그는 신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존재라고 말했습니다.)그 존재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그의 녹색 피부가 당신의 손에 닿으면 당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


  김은 TV앞에 앉아있었다. 그는 J가 말한 ‘녹색 피부를 가진 존재.’라는 것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으나 방송에서는 그것을 중요한 것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 ‘마누하교’라는 종교는 ‘녹색의 존재.’를 신으로 믿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의 토속신앙에 뿌리를 둔 대체로 평화로워 보이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불우이웃돕기 같은 사회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문제는 J라는 사람의 발언인데 그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 교단을 떠났고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A씨의 딸은 인터뷰를 거부했고 취재는 거기서 종료되었다.

  김은 TV를 끄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는 철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상상해보았다. 그것은 녹색 피부를 가졌든, 보라색 피부를 가졌든 어쨌든 신비로운 힘을 가진 존재가 나타나 A씨의 간절했던 기도에 화답하여 딸의 병을 낫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의 상상 속에서 그 존재는 순식간에 거대한 이빨과 사나운 발톱을 가진 흉폭한 존재로 바뀌어갔다. 그 존재는 A씨를 죽이고 J를 먹어치운다. 그리고 끝내는 난치병에 걸린 아이의 병실까지 숨어드는 것이다. 김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문득 C가 방송을 보았는지 궁금해졌다.

  하늘은 매우 선명한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운동장에는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한편에서는 축구를, 또 한편에서는 농구를 하고 있었다. 또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고 야외 관람석 한 편에서 따뜻한 햇살을 이불삼아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흥밋거리가 될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김과 C 역시 그곳에 앉아있었다. 농담을 주고받다 말고 불쑥 C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간지럽긴 한데. 난 널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터놓고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야."

  김은 C를 바라보았다. 함께 웃고 떠들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진지해지는 C의 성향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김은 웃으며 말했다.

  "같이 은행이라도 털자는 거야?"

  C는 웃지 않았다. 그는 자신 안의 깊숙한 참호로 들어가듯 몸을 웅크렸다. 김은 C가 앉아있는 곳이 순간적으로 자신과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곳처럼 느껴졌다. 문득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며 한 곳으로 몰려갔다. 간식내기 게임이라도 벌어진 모양이었다. 김은 말했다. 설령 돌이켜보면 낯 뜨거운 청춘의 치기에 불과할지라도 그는 말하고 싶었다.

  "난 널 믿어. 어느 때라도."

  침묵 뒤에 C는 고개를 들었다. 김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곳에는 무척이나 쓸쓸해 보이는 미소가 머물러있었다. C는 입을 열었다. 김은 그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


  C는 14살이 된 봄, 큰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던 트럭이 C와 그의 어머니가 타고 있는 차량을 들이받은 것이다. C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C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되었다. 담당의는 C의 생명을 구했지만 짓이겨진 그의 왼쪽 팔은 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얼마 뒤 의식을 회복한 C는 자신이 어머니와 한 쪽 팔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슬픔과 상실감이 지나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C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도움 아래서 서서히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중단된 학업을 병원에서 이어가고 재활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오히려 아버지 쪽이었다고 한다. C는 말했다.

  "아버지는 내게 입버릇처럼 ‘조금만 기다려라.’ 하고 말씀 하셨어. 마치 기다리기만 하면 어머니와 내 잘려나간 왼팔이 되돌아오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지. 대체 무엇을 기다리라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어. 그러는 동안 아버지는 점점 야위어갔고 눈빛은 항상 먼 곳을 바라보는 듯 탁하고 쉽사리 흔들렸지. 나는 병원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탓할 수만은 없었어. 아버지는 나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 날은 내가 퇴원하는 날이기도 했지. 그 날, 아버지가 평소와 다르게 매우 밝은 표정으로 병실에 들어오셨어. 그는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이제 됐다. 이제 괜찮다.’ 고 말 했지. 나는 그것이 퇴원을 축하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어. 나는 곧 그것과 만나게 되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은 물었고 C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아버지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어. 반년 만이었지. 함께 밥을 먹은 뒤에 아버지는 내게 책 한권을 펼쳐 건네셨어. 그건 ‘미확인 생물 도감’이라는 책이었지.

그 때 김의 머릿 속에는 몇 달 전 C의 방에서 보았던 책이 스쳐갔다. C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김에게 내밀었다. 김은 그것을 펼쳐보았다. 그것은 책에서 뜯어낸 페이지였다. 그곳에는 한 생물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그림과 함께 기재되어 있었다. 김은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도깨비

  :산 속 깊은 곳에서 인간의 눈을 피해 사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온순한 생물. 외형은 인간과 매우 유사하지만 피부색과 이마에 달린 몇 개의 돌기가 그들의 특징이다.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부성애가 강한 종족으로 알려져 옛 사람들은 어린 도깨비를 납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곧 어린 도깨비의 아비가 아이를 되찾기 위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김은 C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지?"

  C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그랬어. 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말씀을 하셨던 아버지였기 때문에 나는 더욱 당황했지. 장난을 치시는 줄 알았던 거야. 그런데 그 때 보았던 아버지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한 것이었어. 곧 아버지는 나를 자신의 서재로 이끌고 갔어. 그곳에는 그 동안 아버지가 수집한 방대한 양의 자료들이 있었어. 학자들의 연구에서부터 민간의 설화와 뜬소문, 목격자들의 증언. 그리고 ‘도깨비’로 보이는 생물체를 찍은 흐릿한 사진까지 수집되어 있었어. 민속학자이자 교수였던 아버지의 직함은 그런 정보들을 수집 하는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

  "그렇다면?"

  김은 C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버지는 ‘도깨비’라는 생물체를 찾아 전국의 산 속을 헤매고 다니셨던 거야. 그리고······."

  C는 거기서 말을 멈추고 숨을 한번 크게 쉰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아버지는 그것을 찾아내셨어."

  "뭐?"

  김은 소리를 지를 뻔했던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그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물었다. 그 때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사가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C는 일어서며 말했다.

  "방과 후에 보자."

  김은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수업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C는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김에게 농담을 거는 그의 모습은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C였다. 그의 왼쪽 소매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담임교사의 종례가 끝나고 아이들이 다투듯 교실을 빠져나간 뒤 김과 C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모의하듯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에 교실을 나섰다. 3층의 가옥은 붉은 빛이 섞인 석양아래서 무척 기괴한 모습으로 보였다. 김은 이제야 그 집의 본질을 보게 된 듯 약간 몸을 움츠렸다. C의 아버지는 학회참가 때문에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었다.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의 동시에 C가 철컥하는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열었다. 눈앞에 그들을 집어삼킬 듯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괜찮겠지?"

  C는 물었다. 김은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대체 무엇이 괜찮냐고 묻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걱정할 것 없어. 묶여있으니까."

  C는 담담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베란다를 지나 배관들이 얼기설기 엮여있는 보일러실을 통과해 철문 앞에 도착했다. C는 준비한 열쇠 두개를 각각의 열쇠구멍에 넣고 돌렸다. 그가 문을 열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 앞에 형광등 스위치가 있었다. C는 불을 켜고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김도 그의 뒤를 따랐다. 계단이 반 바퀴 휘어져 이어졌다. 곧 그의 눈에 천정이 높은 서른 평 남짓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뒤집어져있는 테이블과 접힌 의자, 간이식 침대와 골프가방이 벽에 기대어 세워져있었다. 그 옆으로 삽과 공구상자가 보였고 벽 모서리에 체인 호이스트가 매달려있었다.

  “이쪽이야.”

  C는 지하실의 끄트머리까지 가서 멈춰 섰다. 그곳에 문이 하나 있었다. 문은 겉면이 시멘트로 발라져 얼핏 보면 주변의 벽과 구분되지 않았다. C는 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열쇠를 꺼냈다. 그 때 뭔가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그들이 집 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계속되었는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김의 머릿속에 C의 방에서 우연히 느꼈던 미약한 진동이 떠올랐다. 몸이 떨려왔다. 그는 C를 보았다. 열쇠를 든 그의 손 역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김은 C의 손에서 열쇠를 가로챘다. 그는 잠긴 문을 열었다.


  “어떻게 지냈어?”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C는 김에게 물었다. 김은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C의 왼쪽 팔을 보았다. 그 시선을 의식했는지 C는 자신의 왼팔이 있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C는 미소 지었다. 김은 그를 바라보았다. 3년 전 그날, 저택에서 있었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다시 그의 머릿속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그날 지하실 문 너머에 그 생명체가 있었다. 녹색의 피부를 가진 아이. 인간과 너무나도 닮은 그 아이의 머리 위에는 뭉뚝한 뿔 모양의 돌기들이 여러 개 솟아나와 있었다. 아이는 양 손은 구속되어 벽 한쪽에 튀어나온 철제 고리에 묶여있었다. 옷은 걸레조각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아이는 벽에 댄 머리를 힘겹게 들어 올려 김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띄엄띄엄 말했다.

  “도.와.주.세.요.”

  김은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는 C를 보았다. C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김은 말했다.

  “미쳤어.”

  김은 아이의 뺨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삼키며 C를 노려보았다. 그곳에 도깨비는 없었다. 다만 녹색의 물감으로 몸을 칠하고 접착제로 뿔을 붙인 평범하고 야윈 사내아이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너 알고 있었어?”

  김의 물음에 C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울먹임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얼마 전에야 알았어. 나 혼자서라도 경찰에 알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어. 자꾸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서···미안하다.”

  C는 공구상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수동 절단기를 가져왔다. 김은 그것을 건네받아 사슬을 끊고 아이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그 집을 빠져나왔다.

  “도깨비다!”

  길에서 그들을 본 어린아이들이 외친 말이었다.


  그 후 사건을 파악한 경찰에게 C의 아버지는 곧바로 연행되었다. 그가 유려한 어구들로 장식된 자신의 발제문을 낭독하고 있을 때였다. 납치되었던 아이는 자신이 살던 집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곧 그의 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감금기간 동안 받은 심리적인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란 긴 세월이 필요한 일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영영 요원한 일일지도 몰랐다. 

  TV 및 여타매체는 이 사건을 크게 보도하였고 그것은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관심은 얼마못가 곧 시들해졌다. 사건 이후 김은 C를 볼 수 없었다. 그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C를 걱정해 몇 번이고 그 저택을 다시 찾아갔지만 문을 두드리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쥐죽은 듯 고요한 정적뿐이었다. 얼마 후 김은 담임교사로부터 C가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야 말로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김은 C에게 따지듯 물었다. 지하철의 승객 몇 몇이 힐끔 그들을 바라보고는 시선을 피했다. 김은 감정을 자제하기 위해 숨을 몇 번 크게 쉬었다.

  “미안하다. 그 때는 나도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어. 혼란스러웠고 그저 빨리 그 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니까.”

  “연락이라도 할 수 있었잖아.”

  “미안하다.”

  “아버지는?”

  “아직 수감 중이셔.”

  “그렇구나. 그런데 팔은?”

  C의 표정이 약간이지만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곧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이거 의수야. 재미없지?”

  김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목 안에 뭔가가 걸린 듯 답답한 느낌이었다. 어쩐지 주위가 캄캄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가 터널에 진입했다는 것을 그가 인지한 것은 조금 뒤였다. 잠시 후 C가 말했다.  

  "종종 사고를 당한 그날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긴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일도...그리고 왼팔 역시...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돌아올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그래서일까? 내 왼팔에 달린 의수조차 가끔은 짓궃은 농담처럼 느껴지는 거야...그러나 돌이킬 수 없겠지. 지금 여기 서 있는 네가 무엇보다 분명하게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셈이니까......"

 김은 C를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유리창 표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할 줄아는 것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 뒤 정차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갈게.”

  C가 말했다. 엉거주춤 몸을 돌린 김은 반대편 출입문 쪽으로 선 C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C의 왼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부자연스럽고 딱딱하게 왼쪽 상의 주머니에 찔러 넣어져 있었다. 그는 계속 그것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한 뒤에도 김은 여전히 무엇인가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떠올려냈다. 지난 날 찢어진 도감의 낱장에서 보았던 도깨비의 얼굴을, 그것의 일그러진 얼굴에 드러난 웃음도 울분도 아닌 어떤 감정을 그 순간 그는 막연히 가늠해보고 있었다. 


(끝)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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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minique 13.07.17 20:16 댓글 수정 삭제

    이건 참 미묘한 느낌이네요.. 사건이 발생하는게 왠지 모르게 병렬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TV에 나온 그 엄마와 종교 이야기가 나올 때 더. 마치 앞으로 이 이야기에 대한 스토리가 나올테니 미리 알아둬라. 하는 작위적인 느낌의 나레이션을 듣는 것 같아요. 그리고 클라이막스가 분명히 지하실에서 아이를 발견하는 일일텐데 발견하는 과정이 너무 축약되어있고 간결해서 어? 이게 클라이막스였어? 하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 마지막에 결말을 보면서도 끝날 부분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고요.

    단지 추측이지만 쓰시다 작가 본인이 글에 대해서 흥미를 잃어 빨리 끝내버린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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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단 13.07.22 07:13 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점층적으로, 마지막까지 끌고가는 플로팅이 잘 짜여진 것 같습니다. 다만 하이라이트에서의 서스펜스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정서가 조금 아쉬운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보강하시고 윤색하신다면... 정서적 호소력이 묻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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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김효 13.07.29 15:13 댓글

    Dominique님, 조나단님, 의견 감사합니다. 끝부분을 조금 고쳐봤습니다만, 역량이 부족함을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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